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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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래엔 정형시가 없다. 그래서 정형시의 재미를 알 수도 없다. 예전 우리의 선조들이 중국의 한시를 집착하던 이유는 잘난척 하려고 하던 것 보다는, 한시의 정형성 속에 담긴, 팽팽한 긴장감에 있었던 거다. 선경 후정의 팽팽함과 운을 맞춰 주는데서 오는 명쾌한 신선감. 그건 그 경지에 올라 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맛이고, 그 경지에 오른 사람은 결코 버리지 못할 맛이다.

하이쿠, 대학 교수들은 아직도 7,5조가 일본의 영향이 아니라고 촌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5,7,5의 하이쿠를 통해, 국문학 교수들이 깨닫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시조란 장르가 있었다면, 일본에는 하이쿠란 정형시, 형식미를 갖춘 禪詩가 있었음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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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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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설에 비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열 명의 사람들과, 치밀한 알리바이, 스릴이 만점이다. 열 개의 인디언 인형과 방 안의 짧은 시는 탄탄한 구성으로 소설을 성공시키고 있다. 그리고 역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는 죄를 짓고도, 멀쩡하게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단죄하고 싶었다.'는 판사의 말이다. 다른 아가사의 소설들이 흥미 본위라면, 이 소설에는 뭔가 가슴을 치는 내용이 있다. 올 여름 더위를 아가사 크리스티와 함께 보냈다. 내년 여름에는 누구와 보낼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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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장 - 개정판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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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과 로빈 쿡의 공통점은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까뒤집기에 있다. 존 그리샴은 법정 세계를, 로빈 쿡은 의학 세계를 다룬다는 차이점 외엔 독자를 사로잡은 마력은 공통적인 것이다. 그런데, 존 그리샴의 명성에 비해 이 책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물론 아버지의 죽음과 거액의 행방에 대하여 심리적 갈등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는 있지만, 스릴과 서스펜스, 스펙터클했던 지난 작품들에 비하면, 뭔지 고여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샴이 나이가 들어 심리 소설로 돌아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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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 1
로빈 쿡 지음, 서창렬 옮김 / 열림원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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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뉴스를 보지만, 우리는 쉽게 잊고 산다. 누가 죽고, 누가 상을 받고, 천연 재해가 일고 해도 우린 기껏 성금 얼마 내고 나면 남의 일로 치부한다. 그러나, 로빈 쿡은 의사로서는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 몰라도, 작은 모티프로 깊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한마디로, 의표를 찌르는 작가다.

이번 작품은 초기의 fever, vital sign, coma 등에 비해서 완성도는 낮은 작품이다. 역시 원작만한 속편은 없는 법인가. 그의 초기작은 얼마나 의학에 대해 비판적이고, 폭발적인 문제 의식이 드러나 있었던가. 로빈쿡의 최근 소설을 읽으며, 존 그리샴과 같이 늘어지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어느 소설이나 비슷한 구도로 가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번 그의 바이러스나 돌연변이같은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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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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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이란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제목이 좀 엽기적이지만 엽기 소설이 아니지요. 물론 그 옛날 엽기적인 사건을 주제로 쓴 추리소설이지만 워낙 엽기적인 오늘에는 그닥 엽기적인 얘기도 아니랍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피자나 햄버거같은 패스트 소설이 아닙니다. 하루 몇 장씩 읽는 배부른 사람들이 후식으로 콩알만큼 씹어대는 문장 하나 하나가 여유와 느끼함으로 엮어진' 프랑스 문학이란 걸 알고 씹어보세요. 지루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피자는 꼭꼭 씹을 맛이 없지만, 호두가 박힌 쵸콜렛은 살살 녹여가면서, 호두도 조곤조곤 씹어가면서 그리 먹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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