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
카를로 고치 지음, 푸치니 오페라, 김두흠 편역 / 달궁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하긴, 그 장대한 아라비안 나이트의 작은 이야기 하나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도 무리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 책의 가치는 오페라를 보러 가기 전에 간단하게 읽어두기 위한 용도인 것 같다. 전에 백조의 호수를 발레로 감상하러 갔는데, 줄거리를 미리 생각도 안 하고 갔다가, 아름다운 무용수들의 몸동작을 무척이나 궁금해 하면서 보고 온 기억이 있었다. 오페라는 '춘희' 라 트라비아타를 본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줄거리도 대충 알고 갔고, 노래의 진행에 따라 자막이 해설로 나와서 참 좋았다.

투란도트 공주의 한스러움이 남성 혐오증으로 발전되고, 결국은 사랑이 해법이었다는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의 정글 속을 즐기게 해 준 세헤라 자데의 입담과 재치에 비겨 볼 때, 이 작품은 무대에서 화려한 스펙터클(서양 드라마의 특징)을 상상하지 않는다면 초라함을 금하지 못하는 작품이다. 상상의 힘이 작품을 위대하게 하는 실례가 되는 작품. 다치바나 다카시가 '픽션'은 읽지 않는다고 한 이유를 생각케 한 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음에 가장 감사하는 것은 옮긴이 김화영 님께이다. 가브리엘 루아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정말 살뜰히도 우리 말로 옮겨 주신 님의 낱말들을 읽으면서 숨이 멎을 듯 했다. 김화영 님의 번역은 번역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창작에 가깝다고 느꼈을 정도다. 전에 님의 걷기 예찬 이란 책을 읽었을 때도 참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처음엔 깜짝 놀랐다. 이 책이 텔레비전에서 워낙 유명해서 캐나다 소설이래서 당연히 영어로 된 책인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김화영 님의 이름을 보고 아 퀘벡 지방의 이야기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오지의 마을에서 순박한 아이들을 그리고 고통받는 마음들을 읽어내고 형상화해 준 대가 다움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천사같이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 러시아의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 주눅 들었지만, 글씨 잘 쓰는 재능을 보이는 아이, 집 보는 아이에서 의자 위로 올라가는 동생... 이런 것들을 관찰해 내고 창조하는 그이는 대단한 분이다. 텔레비전에서 워낙 선전을 해 대서 별 거 아닌 작품이려니 했는데, 처음 작품들은 정말 좋았다. 여선생이 찬물 속에서 송어를 만질 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은 별 여섯 개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 뒤의 낭만적 경향이 짙은 사랑 이야기는 결국 별 두 개를 깎아 먹고 말았다.

요 어린 학생이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보여주는 성탄절의 아이라든지, 나이든 교사들을 보면서 그렇게 낡아갈 나를 생각하는 순수한 교사의 모습 모두 내 피를 맑게 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일인의 사랑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16
막스 뮐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1년 9월
평점 :
품절


독일인의 사랑은 앞 부분만 몇 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읽어야지 하다가 무위로 그친 기억들... 대학 시절 붓글씨 써클에 나가면서 늘 한 시간 정도 먹을 그득히 갈아 놓고 강건너 술집으로 가 버렸던 기억처럼, 읽다 만 책을 요즘은 읽어보고 싶어진다. 마리아라는 여인과의 이야기. 이 책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속에 나오는 시들과 소네트들(한 행이 10음절이고 14행으로 이루어 진 정형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누리려면 이 작품을 독일어로 읽어야 할 것 처럼 느껴져서 독일어로 조용히 낭송해 보려 했지만, 실력이 짧아서 부드럽게 운율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의 강렬한 줄거리와 갈등이 없지만, 잔잔한 언어들의 조직이 생동감 있다는 '시적 산문'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제 다 읽고 나서는 좀 허망하다. 그의 어린 시절 초창기의 추억들을 읽을 때는 해피엔딩을 기대했었는데, 역시 낭만주의 영향인지 죽어 버리고, 상심의 아픔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가지려는 결말은 왠지 삶에 대한 덧없음을 보여주는 듯해서 아쉽다. 작품이 아쉽다는 게 아니라, 우리 사는 게 아쉬움의 반복인 듯 해서 하는 소리다. 중간 중간 만나게 되면서 자기의 사랑을 키워가는 주인공과 마리아는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뮐러의 어휘들의 편린들이라도 우리 말로 느낄 수 있어 행복하였노라고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밀밭의 파수꾼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8
J.D. 샐린저 지음, 김재천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장래희망이 호밀밭의 파수꾼인 그 사람. 주인공 홀든 코울필드. 세상과 사회전반에 걸쳐서 그리고 가족에게도 불만이 많은 사춘기소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어른들이 가는 부정한 곳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러면서도 순수하고 순진하고 겁많고 마음이 약한 소년. 우리의 사춘기를 생각해 보자.

질풍노도의 시기,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어느쪽에도 낄수 없는 '주변인'의 존재였던 사춘기.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 호기심을 직접 충족하기도 했고 억누르기도 했었던, 그렇게 지내왔던 사춘기 시절, 눈을 떠보니 눈깜짝할 사이에 어른이 되어있었다. 이제껏 우리들이 입밖에 내기를 꺼려했던 수많은 거짓들과 분노와 불신, 그리고 진실을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홀든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 홀든, 소설 도입부에서 그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단지 그가 공부를 게을리해서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퇴학당한 후 집으로 가는길에 만난, 모순에 가득찬 사람들, 자기 합리화를 내새우는 사람들. 그나마 아직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이가 있다면 바로 자신의 여동생 '피비'. 어리고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일 뿐이지만 홀든은 자신의 고민을 여동생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홀든에 있어서 '피비'는 순수를 상징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삶에 지치고 괴로울때마다 동생을 생각한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생각한다. 언젠가는 훌륭한 파수꾼이 될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의 더러움에 알아버린 홀든에게는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 크나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홀든은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미워하고 증오하고 경멸했던 모든이들을 떠올리며 그립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말해버리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이 그리워 지기 시작할 거라고. 홀든은 이 한마디를 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맺는다.

우리의 일제 시대에 태어난 샐린저의 소설 속에는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부랑아같은 인간의 심리를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서 쏟아 내고 있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을 법하다.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의 문체와 이야기 속의 묘사들은 너무도 진부하고, 재미가 없을 거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책을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할 자신이 없다. 너무나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별표를 세 개 친 것은 샐린저에게라기 보다도, 우리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해 준 시대와 하느님께 바치는 별표이다.

우리 지난 시절을 우리 아이들에게서 발견할 때 부모들이여, 화내지 말 지어다. 그리고, 선생들이여. 절대로 아이들을 비난하지 말 지어다.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인 법이니. 우리 어른보다 완벽함에 가까운 존재가 아이들이다. 다만, 그들은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았으매, 누군가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매력 덩어리임을 기억하라. 우리로 하여금, 파수꾼이 될 수 밖에 없도록 이끄는 어트랙티브, 잇셀프! 어린이들. 휘트니 휴스턴의 'The greatest love of all',의 처음을 아는가. I believe the children are our future!!! 임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9-07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5-09-0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읽기에 고수가 있나요... 저도 읽기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읽기 싫은 책도 있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책도 숱하게 많답니다. 지루하지만, 의미는 담긴 책이죠.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닮은 점이 많은 소설이라고 읽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름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지만...몇 년 전인가, 하루키이 소설을 읽고 당황한 적이 있다. 일본과 우리의 거리가 엄청나구나. 이런 소설이 일본인들의 마음에는 어필할 수도 있구나, 하고. 그렇지만, 바나나의 소설은 정말 작은 이야기이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나의 운명, 삶과 이 세상, 죽음과 저 세상,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로운 것들의 의미 같은 것들을 불현듯 만나게 된다. 우리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지만, 그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삶의 조각들에서 우리는 어떤 삶이 가치롭다고 단정지으려고 하는 우리들에게 우울함을 보여주어 상쾌하게 만들기도 하고, 절망을 비쳐 주면서, 사는 것의 희망을 언뜻 번뜩이기도 한다.

절망하지 않은 사람이 갖는 희망은, 절망해 본 사람이 갖는 희망과 의미가 다른 것이므로, 그녀의 이야기가 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후자의 희망을 잘 보여주는 거다. 매일 희망을 가졌다가, 절망하고, 다시 절망을 벗어나 희망차려고 힘쓰는 사람에게는 가끔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휴식할 여유가 없다고 핑계대면서 아무 대책없이 피곤에 찌들려 절망 속에 살다가, 희망 속에 잠든다. 일본인의 가벼운 삶의 터치가 죽음과 운명이란 무거운 주제와 조화를 이룬 뛰어나지 않지만, 삶에 대한 무당(巫)적 해석이 강한 소설이다. 일본의 전형적인 인생관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바나나의 별 거 아닌 소설을 원문으로도 읽고싶다. 일본이 잘 보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