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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 - 뜻을 세웠거든 이루게하라
쯔가오 지음, 허유영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중국의 지략가 13인의 성공을 위한 소신이 적혀있는 책이다.
우선은 내가 아는 사람이 제갈량밖에 없음에 기가 눌렸고, 중국의 역사를 구석구석 누비는 저자의 글은 도대체 이 책의 독서를 '성사'시키지 못하게 한다.
아무래도 나란 인간은 계획을 세워 패기있게 추진하고, 그 결과의 성패를 다음 일의 밑거름으로 삼는,
그야말로 벤처 정신이 부족한 인간인걸까?
니 혼자 조용히 살아라... 싸우지 말고... 이런 노자를 읽는 읽은 나긋나긋하고 좋은데,
갖은 지략, 계략, 모략으로 상대를 거꾸러뜨리고 일을 성사시키는 이 책은 아무래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내가 살면서 겪어본 남자들의 성격은 참 여러 종류인 듯 하다.
남자다운, 너무나 남자다운 성격은 상대방의 상처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성사시키는 스타일이다.
남자다워보이지만, 그리고 일의 성사에 상당히 관심이 많지만, 비겁하고 비굴한 술수를 쓰는 스탈도 있다.
남자로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면서도 비굴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전혀 터프하지 않으면서도 뒤처리가 더 이상 깔끔할 수 없게 하는 이도 있다.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겪은 <남성성>을 자꾸 버리려 하고 있다.
<중고교>와 <군대>라는 질곳이 나에게 붙여준 타성은 아이들에게 호통치고, 별 지랄같은 기합을 다 주는 것이었다. 학생부에라도 있을 때엔, 갖은 몽둥이를 동원했으며, 그게 교육이라 착각했던 적도 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엄격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자애롭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엄격하기엔 너무도 상황이 슬프다.
학교에선 '자비 慈悲'의 맘을 갖게 될 때가 참 많다.
난 쓸데없이 엄격하고, 도를 지나쳐 추행과 추태를 부린 인간들을 너무 많이 보고 자랐다.
그래서 나도 제어하지 않으면 그런 인간임이 드러날 것은 자명하단 사실을 알고 있다.
유백온이 '작은 일을 소홀히 여기지 말라'는 대목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정에서 관리로 있는 동안 요직에 앉아 높은 명망을 얻고 있는 사람들과 대립한 적이 많았다.
당시에는 그들의 권세에 위축되지 않고 무조건 강함을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천지의 도리를 깨닫고 나니 강함과 부드러움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부드러우면 위축되기 쉽고, 너무 강하면 깨지기 쉽다.
강함은 거칠고 난폭한 것이 아니라 약함을 강하게 고치려는 것이고,
부드러움은 비천하고 약한 것이 아니라 강하지만 겸손한 것뿐이다.
제갈량, 위징, 호설암, 진회, 유용, 유백온, 위충현, 화신, 기효람, 증국번, 이홍장, 좌종당, 장지동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바둑판에서 대마를 살리려는 기싸움을 벌이듯이,
전쟁터에서 후퇴하면서도 결코 결정적인 승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기를 북돋우듯이,
필사적으로 일을 추진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노자의 부쟁 不爭이 더 좋다.
'성공, 제압, 경쟁, 정상, 단단히, 임기응변, 숨기기, 끈질기게, 공격...' 이런 말들로 가득한 책이다.
중국 대륙의 역사가 곧 삶과 죽음의 연장전이고, 바둑판과 장기판의 일수불퇴의 필살기를 높이 사는 그것이었으며, 그 결과 이런 책의 의미가 각별할는지도 모른다.
23,000원을 주고 이 책을 사서 읽을 CEO를 생각하니 불현듯 온 몸에 소름이 돋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