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생각대로 성경읽기
이현주 지음 / 자리(내일을 여는 책)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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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가 강한 자들이 기독교인들의 당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예수님의 뜻을 모시지 않고,
교회와 권력을 좇아 따르는 세력으로 비쳐서 맘에 들지 않는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지가 벌써 이천 년이 넘었고,
성경은 불멸의 베스트셀러라고 일컫지만,
과연 성경을 읽어주면서 사람 사는 일의 진리를 가르쳐주는 이는 얼마나 되는 것인지...
이현주 목사님은 결국 성직을 버리고 '소속된 곳 없는 아무개'가 되어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다. 

목사님이 제 자리를 벗으셨을 때 가지셨던 마음자리까지 읽어낼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성경을 읽는 일이 이렇게 즐거운 일임을,
성경은 역시 '고전'의 반열에서 읽어야 하는 마음공부의 고전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이다. 

이아무개의 넓은 품 안에서
노자와 장자도 성경에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는 뜻을 서로 비추이는 거울과도 같아진다.
물론 그 거울에 비추인 예수도 성경도 노자도 장자도 모두 허상임도 놓치지 않고 짚어 준다.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날이 갑자기 닥쳐 올지도 모른다.
조심하여라.
그날이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덫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앞으로 닥쳐올 이 모든 일을 피하여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가복음 21. 34-36)

허망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곧 조심하는 것이요.
마음을 챙겨 실속 있는 일에 모으는 것이 곧 깨어있는 것이다. 

기독교 교회들이 힘을 합쳐 장로 대통령 한 분 모시기 위하여 애쓰는 일도 의미있을 수 있다.
그 장로 대통령님이 진실로 훌륭한 인격을 가지신 분이고,
국민을 불쌍히 여기시는 분이라면, 기독교 교회가 정치와 버무려진다고 손해날 일은 없다. 

그러나, 이 땅의 장로님 출신 대통령들이 이끌어온 환난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가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도록 만드는 세상이다.
늘 깨어 기도하여라.
이런 교훈이 성경에 있다면, 왜 장로 출신 대통령님은 이런 좋은 성경 구절은 인용할 줄 모른단 말인가. 

   
 

쉴 때가 되었다. 고단한 자는 안식을 얻어라.
이제는 안심하여라.
일찍이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이사야, 28, 12) 

어떤 생각이든 자기 생각을 그냥 가지고 하느님 말씀을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들리지 않는 음성을 어찌 듣는단 말인가.
먼저 내 생각을 비우지 않고서는 내 몸에서 하느님의 그림이 그려지기를 바랄 수 없는 일이다. 

 
   

 왜 내게만 일이 이렇게 몰려드는가.
이런 헛된 고민을 안고 고민하는 나도 바보다.
내 생각을 비우고 내 몸에서 하느님의 그림을 바라야 하는 노릇이거든.
회사후소(繪事後素)라. 그리는 일은 비움 뒤에 할 수 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고 계실 때 군중 속에서 한 여자가 큰 소리로
"당신을 낳아서 젖을 먹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합니까?"하고 외치자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하다."고 대답하셨다. (루가 11, 27-28) 

밖에서 찾지 말아라. 벗어날수록 네가 찾는 것에서 멀어지리니. 

 
   

늘 당신은 행복한데 나는 왜 이렇냐는 푸념...
내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아닌지...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를 무엇에 견주며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그것은 겨자씨 한 알과 같다.
땅에 심을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더욱 작은 것이지만,
심어 놓으면 어떤 푸성귀보다도 더 크게 자라고 큰 가지가 뻗어서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만큼 된다."(마르코복음 4, 30-32) 

하느님 나라는 거창하게 나팔불고 선전하는 가운데 비롯되지 않는다.
겨자씨 한 알이 땅에 묻히듯, 소리없이 소문도 없이 하느님 나라는 시작된다.
매스컴의 조명을 받으며 요란하게 시작되는 그런 하느님 나라는 없다. 있으면 가짜다. 

 
   

아, 성경에 다 나와 있구나.
크기만 한 것. 다 부질없는 일임을...
겨자씨만 한 것이 자라고 자라서 하느님 나라가 되는 것임을... 아는 자가 예수님 제자다. 

   
 

모세는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의 장로 칠십 명을 데리고 올라 갔다.
그들은 거기에서 이스라엘의 사느님을 뵈었다.
그가 딛고 계시는 곳은 마치 사파이아를 깔아놓은 것 같았는데
맑기가 하늘빛 같았다.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선발된 이 사람들에게는
야훼께서 손을 대시지 않으셨으므로 그들은 하느님을 뵈오며 먹고 마셨다.(출애굽기, 24, 9-11) 

하느님을 뵈었다면서 하느님이 어떻게 생기셨는지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무엇을 무엇인 줄로만 날고 있는, 그게 탈이다.

 
   

아는 척, 잘난 척, 가진 척,
인간은 이 '3척 동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지만, 예수님 말씀을 읽으면서, 성경 속에서 어리석음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인간될 첫계단을 오르는 것일 게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는 죄가 업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남을 판단하면서 자기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결국 남을 판단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로마서 2,1) 

내가 나를 사랑하면 그것은 곧 남을 사랑하는 것이요.
내가 나를 미워하면 곧 남을 미워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진실을 알든 모르든, 그렇다.

 
   

결국 내 몸에 딸린 안이비설신의, 이 외물에 의하여 파악되는 것이 객관일진대,
그 객관을 진실로 객관이라 믿는다면 잘못된 일이라. 

내 손이 만진 남의 신체나,
내 눈이 느낀 남의 외모는 모두 내 대뇌에서 연합하여 만든 형상일 따름인 것을...
알고 사는 일과 잊고 사는 일의 차이는 크다. 

그 차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는 말씀으로 가득한 성경이 옆에있어도, 지나치고 산다.
아무개님의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의 말씀이 친근하게 여겨졌다.
성경을 만날 시간을 찾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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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3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저는 기독교나 천주교인이 아니라서, 성경을 접한 일이 거의 없지만..
이런 책이라면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소개 감사드려요... 그리고
기독교 당을 만든다는 뉴스 저도 들었는데, '세금 징수'라는 두 글자가 왜 생각나는지 모르겟습니다.. ㅎㅎ

글샘 2011-08-31 16:00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교회는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성경을 읽는 일도 이렇게 좋은 선생님한테 배워야 하죠. ^^

2011-08-31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 지리산에서 히말라야까지, 청전 스님의 만행
청전 지음 / 휴(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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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째 다람살라에서 수행중인 달라이 라마의 제자, 청전 스님.
신부 수업을 받다 머리 깎고 송광사로 출가한 스님,
지리산에서 히말라야까지,
붓다를 섬기는 마음으로 '민중'이란 종교를 지니신 30년 만행의 기록. 

역마살이 낀다 해도, 이만하긴 어려울 것이다. 
유신 시대 삶의 회의에 지쳐 신학 대학으로 갔다가
다시 해결책을 찾으러 절로 갔다가, 이제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까지... 

종교의 이름을 빌려
부자가 되는 절집의 규모가 커짐을 꾸짖고,
교회의 빌딩 높아짐을 꾸짖는
민중을 위한 종교 없음을 한탄하시는 스님의 일갈은 모든 수행자들이 들어야 할 소리다. 

물론 신도들을 위한 강당도 지어야 하고,
예배를 위한 공소도 지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찬란하게 꾸미는 나라의 교회와 절집은 전혀 종교적이지 않음을 이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는 것은,
당신이 이 나라의 종단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처럼 종단에서도 껄끄러워하시는 분이나 절집 부유함을 꾸짖지,
나머지는 다 돈독이 든 거 보면,
종교도 장사다. ㅎㅎ 

스님의 민중이 종교란 말이 예수님 말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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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은 한 송이 꽃 - 하루에 한 편씩 읽는 365일 禪, 숭산 선사 공안집
숭산스님 지음, 무심 엮음 / 현암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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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화라...
온 세상은 한 송이 꽃이고,
세계엔 꽃 한 송이 뿐이고,
세계의 무게와 꽃 한 송이 무게는 같고,
세계에 꽃 한 송이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공안집이다.
공안은 공문서인데,
공문서를 공증할 때, 앞장을 척 접어서 간인을 찍던 데서 연유한 말이다. 

반토막을 물어보면, 남은 반토막을 맞추어 들이대어야 한다. 
묻는 사람의 공안과 답하는 사람의 공안이 합당하면 인정하겠지만,
합당하지 않으면 '할'하는 고함소리를 듣거나 '방'이란 몽둥이질을 당할 수도 있다. 

선문답이라고도 하는 이것을 일컬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정답이 없는 독서가 재미있듯,
선문답을 따라가는 사고의 훈련도 흥미롭다. 

   
  쉼. 모두 놓아버림, 차고 맑은 가을 물, 만 년 동안 한 마음으로, 식은 재와 마른 나무,
너무 무거워 움직일 수 없는 옛 사찰의 향로, 고요한 공중으로 피어오르는 한 줄기 향의 연기... 
 
   

27쪽의 중국 석상 스님의 일곱 가지 '7거 七去'를 고요히 읊노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무엇한다고 여러 가지 어려운 말로 설명하랴 싶다. 
그냥... 이렇게 살면 된다...는 가르침이리라. 

   
 

우리가 나가면 신은 들어온다.
죽으면 신의 품에 안겨 든다.
있지 아니함으로 신의 품 안에 있고
하지 아니함으로 신의 법 안에 산다.  

오거나 가거나 신은 우리 곁에 있다.
신은 여러분이 웃으면 기뻐하고 울면 슬퍼한다. (139) 

 
   

영화 '풍산개'에서 여주인공이
'제가 죽었었나요?
당신이 저를 깨어나게 하셨나요?
그냥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말을 하는 구절이 있다.
짧게 생각하면, 죽어가는 년을 살려줬더니 무슨 뜬금없는 홍두깨? 할 수도 있지만,
삶과 죽음의 경지는 그닥 멀지 않고,
숨이 나가고 들어오듯, 신도 늘 우리와 함께 한다.
늘 우리 곁에 있고, 한 소식간에 들어오고 나간다.
숨쉬는 일을 지켜보면서, 거기 신이 계심을 깨닫는 일이 그래서 중요한 일이다. 

   
 

만공 선사 설법 중에,
모든 선사들께서, 종소리 들으면 깨닫고, 북소리 들으면 엎드린다고 하셨으니,
이 뜻을 아는 사람 있으면 말해 보라... 했더니,
성월스님이 토끼 뿔이 옳다고 하면 양뿔도 틀리지 않습니다. 했다.
만공 선사는 미소 지으셨다.(190) 

종소리와 북소리를 못 들었다면 편안하지만, 들었다면 몸은 벌써 지옥에 와 있다. 

 
   

인간은 옳다 그르다는 판단, 분별간에 지옥을 넘나든다.
종소리를 듣는 일, 북소리를 듣는 일 자체가 분별심을 자극하는 일이다.
토끼 뿔을 옳다 그르다 하는 일 자체가 인간의 지옥이다.
그래서, 쉬라고 한 모양이다. 쉬고 또 쉬어라...
그치만, 어리석은 인생들은 쉬는 일을 쉬고서 일한다. 가엾은지고... ㅉㅉㅉ 

   
  입을 열면 화살처럼 날아 지옥으로 가고,
다물면 목숨을 잃는다. 지금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들리나? 그냥 할 뿐...(286)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도 빙긋이 웃는 수준을 얻을 수 있다.
직지인심... 불립문자... 염화 미소... 이심전심... 

조고각하... 고개를 구부려 발밑을 잘 살필 뿐이지, 먼 미래를 향해 헛된 마음 내지 말고,
수주작처... 제 있는 곳에 따라 그냥 할 뿐이고,
응무소주 이생기심... 응당 여기저기 좋다고 나대지말고 그저 마음을 내어 할 뿐인 거다. 

   
  분별하지 말라... 다만, 할 뿐...   
   

이런 말이 멋진 것도 아니다.
분별 자체가 어리석음을 낳기 때문이다.
이런 책 한 권 읽는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 일에도 어리석음이 들러붙는다.  

다만 할 뿐...
네 발 아래 신발 신을 때나 잘 살펴라. 허방에 빠져 자빠지지 않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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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읽으면서 무모한 호기를 부리고 있잖아요.
염화시중을 꿈꾸는 것도 아니면서 딱딱 맞추고 싶어서 말이죠.
돌아오는 건...'할'과 '방' 뿐이지만요.
그래도 괜찮은 것이, 고함소리와 죽비소리에 두들겨 맞아도 나름 시원한 것이 위로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글샘 2011-07-20 10:10   좋아요 0 | URL
고 딱딱 맞추고 싶은 마음을 놓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ㅎㅎ
저도 자꾸 마음으로 읽게 되어서...
마음 놓자고 하는 공부가 오히려 마음에 폐가 되는 거 같기도 하구요. ^^
 
[eBook] 하루 한 가지 마음공부법
우학 스님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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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명상집 같은 책은 많다. 

우학스님의 이 책은 조용할 때 한 편씩 읽기 좋도록 짧은 구절을 설해 놓으셨다.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려면
지금껏 알고 있던 말과 생각들은 다 버려야 한다.
한국말로 옮길 겨를도 없이
외국어가 바로 나와야 그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볼 수 있다.
세속의 공부 또한 이러한데,
진리와 하나 되는 공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말과 생각은 접어둬라.
알량한 지식과 허튼 고정관념,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끝내 진리와 하나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하라.(343일)
 
   

이 책을 읽으면서 이 간단한 구절이 끝없이 머리를 맴돈다.

빗방울 계속 생겨 허공에 가득하여도,
중생은 그릇 따라  이익을 얻을 뿐.

우보익생만허공 중생수기득이익(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 

지금 이 자리를 즐기지 못하고, 매일 도망갈 마음으로 가득한 나.
내 마음이 만든 이곳이 지옥이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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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07-0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하나 바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죠..ㅠㅠ

글샘 2011-07-05 13:25   좋아요 0 | URL
마음 바뀌면... 오래 못산다잖아요. ㅎㅎ
정말 어려운 게 마음 공부 같습니다. =3=3
 
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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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칠성 호텔인가 어딘가에서 주방장을 하다 온 젊은이는 독설의 원조다.
한편으로 포스가 느껴지지만,
거침없는 반말과 '당신의 자격이 없다'는 등의 직설은 많이 심하단 생각도 든다.
과연, 저런 중세식 도제 교육만이 교육일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나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교사란 자리에서 만난 것이 20년이 넘다 보니,
제자식보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웃자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예단하지 말자고 늘 마음을 가다듬지만,
매일 지각을 일삼는 녀석, 자주 엎어져 자는 녀석을 보게 되면,
비비 틀린 언어가 튀어나오곤 하는데,
내 앞에선 뻘쭘하게 웃는 녀석들은 아침부터 재수없단 생각을 할 것이다.  

세상엔 끝없는 위아래가 있고,
해야할 것만 같은 일들이 각각의 순간 앞에 놓여 있다.
언제나 "예스, 셰프!!!"만을 외쳐야 한다면 인생 참 피곤할 것인데,
가끔은 '홀가분'한 마음을 느끼며 스스로 가치있는 존재임을,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를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드물고,
날카로운 심판자는 주변에 가득하다.
너처럼 능력있는 애가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동료를 일구덩이로 파묻고,
그따위로 할 거면 나가, 하면서 부하직원을 술구덩이에 파묻는다. 

프랑스 파리에는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다는데,
한국인들은 파리 사람과 같은 기준으로 판별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시간 한움큼씩 신경정신과 약을 타먹어야 할 것이다.
어린 아이들도 <타인의 욕망>을 이루기 위하여 노란 승합차에 오르고,
학생들 역시 <미래의 욕망>을 꿈꾸기 위하여 형광등 파랗게 켜진 교실에서 졸고 있고,
어른들도 <실업의 불안>을 미루기 위하여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불안한 술잔을 부딪치고,
여성들은 <시>자만 들어가면 시금치도 싫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위안을 받는다.
노인들은 <복지>의 축소로 죄인처럼 살게 되고 죽지 못해 사는 날이 대책없이 길어지기만 해 한숨이다. 

과연, 한국인에게 <당신은 누구인가>처럼 남의 이야기로 치부된 주제가 있을까 싶다.
시속 100킬로로 달리는 버스에서 춤을 추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나눠야 할 만큼 바삐 살아온 사람들.
조선이란 봉건제 신분 사회가 해체되기도 전에 식민지 하류 인생과 전쟁 이후 총구 앞에 선 불안한 생들에게,
찾아온 서양식 인생은 <공동체 없는> 학교, 교회, 가정을 만든 거나 아닌가 싶다. 

백 살도 넘게 살도록 과잉 의료 시대와 초고령 사회를 맞으면서,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쌩지랄을 떠는 정부와 여당을 떠받들고 사는 국민.
미래와 우리의 <복지>보다는 무조건 <나>의 돈벌이만이 해답이라 믿는 사람들,
그래서, 너네 집 인근을 뉴타운으로 만든다거나 잘 사는 나라 만들겠다면 무조건 뽑고 보는 사람들. 

그 정신 세계가 황무지같은 것임은 살펴보지 않아도 등잔불인 터.
정혜신의 홀가분,은 쉽고 가벼우면서도 <당신은 누구인지>를 묻게 한다.
부담스럽지 않게, 누구인지 모르면서 아는 체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당신, 좀 울어도 좋다고, 아니, 울어야 풀린다고 등허리를 토닥거리고 다독거려준다.
한참 울고 나면, 페이셜 티슈 한 장 주면서 잘 울었다고,
울고 싶을 때 우는 거지, 나라 망했을 때 우는 게 아니라고
아니, 그냥 옆에서 웃어 주리라. 

조용필의 글발이 양인자만 못하다고 혀를 차기 시작하면 견뎌낼 장사가 없다.(45) 

그렇지만 한국에선 조용필더러 양인자를 못따라간다고 난리고,
세 시간만 자면 양인자 뺨칠 거라고 속색인다. 휴=3 

100의 출력을 가진 오디오 기기를 70 정도 해놓고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편안한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허드레 공간이 있어야 인간의 마음은 정상적으로 순환됩니다.(67)

100의 출력 이상으로 고성을 지르다 지직거리는 성대결절이 생긴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은 안쓰럽다.
그래서 나가수의 가수들은 어떤 날은 가수답지 않은 흉한 목소리로, 그러나 그날도 역시 쌩고함을 지른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지 않기 위해서... 알면서도 지른다.
누군가는 그걸 알면서도 지르지 않는다. 결국 잘린다. 세상은 그렇게 무섭기도 하다. 

한 심리학자는 인간의 모든 심리적 문제를 사람이 숨을 참고 있을 때 생겨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71)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음인'이 되도록 교육받고 있다.
음인은 농경사회처럼 1년을 텀으로 살아가는 생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현대처럼 숨가쁘게 변화하는 시대엔 숨을 참는 일처럼 고통스런 일도 없다. 

'임신부 식성론'
자기 결정에 불안해하고 그 결정을 확인 받고 싶은 간절함에 외로운,
모든 이들에게 무한의 지지와 격려를 보냅니다.
당신이, 늘, 옳습니다.(101) 

이기적인 태도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때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태도를 흉보기도 한다.
<개인>적인 것은 <이기>적인 것으로,
아니, 건강한 이기심을 <개인적 이기심>은 모두 비판받아야 할 것으로 매도하곤 한다.
뒤집어 보면, 그 비판은 욕하는 자들의 <철저하게 개인적인 이기심>에서 나온 것이다. 

결혼에 대한 만족도는,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대화가 잘 통할 수 있는 부부가 제일 높다고 한다.(106) 

나이 들어가면서 진짜 친구는 아내밖에 없다. 그래야 한다.
직장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아내와 보내는 시간을 할애할 순 없다. 그래야 한다.
아니면, 혼자 살든가. 난 그건 못하겠다. ^^ 

나희덕의 시에서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을 인용하는데, 그렇다.
유홍준의 글에서도 높은 산을 <깊은 산, 깊은 절>이라고 표현했듯,
인생의 묘미는 깊이에 있다.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주었다
- 나희덕, 「俗離山에서」<그곳이 멀지 않다> 
천재지변의 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가 한 세미나에서
자신이 겪은 감정을 말하는 도중
눈물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고 발표가 중단되자,
사회자가 슬며서 겨텡 다가와 물컵을 건네주며 속삭이듯 말한다.
"눈물도 말(言)이에요." (176)

이런 지혜와 아량을 만나면, 축복이다. 

죽기 전에 '나 자신(眞我)'과 만나보고 싶다는 작가를 만나는 일도 꽤 멋진 일이다. 

매 순간, 숨쉬기 힘겨울 정도로 직장에서 피곤한 당신,
피곤해 죽겠는데, 누워서도 일거리가 머릿속을 빙빙돌아 한밤중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았으면 눈물이 핑, 돌아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다 뒤엎어 버리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도 아니고,
뿅, 하고 사라져 버리고 싶은 당신, 

홀가분해 지고 싶다면, 정혜신의 홀가분도 한 잔의 시원한 물 정도는 될 일이다. 

딸꾹질이 멈추지 않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시킨다.
물을 한 컵 뜨고,
그 물을 열 번에 나눠 마신다고 생각해라.
자, 물을 조금 마셔라.
그리고, 컵을 180도 돌리고, 다시 조금 마셔라.
다시 컵을 180도 돌리고, 마시고,
됐어?
그리고 다시 컵을 90도 돌리고, 마시고,
다시... 돌리고, 마시고,
... 
열 번이 아니라, 다섯 번 정도 물 마시는 데 몰입하면서
호흡을 조절하면 딸꾹질은 똑, 떨어진다. 

호흡 사이에 고통스런 생각도 딸꾹질처럼 똑, 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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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2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요, 저렇게 하면 딸꾹질이 멈추나요?
삶이랑 비슷하네요........

글샘 2011-06-28 00:12   좋아요 0 | URL
딸꾹질 나면 꼭 해 보세요.
사는 건, 근데 똑 안 떨어지잖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