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주는 메시지에 감응하는 예민한 촉수
사랑 아닌 것이 없다 - 사물과 나눈 이야기
이현주 지음 / 샨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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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물과 나눈 이야기>란 제목으로 되었던 책을 읽었다.

몇 년만에 새로 나온 책을 다시 읽었다. 

이참에 이현주란 이름으로 태그를 만들었는데, 그이 책을 제법 찾아 읽었던 모양이다. 나도 몰랐다. ^^

 

삶의 목적이 '사랑'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이 '목적'이 되어버린다면, 그 삶은 노예가 되기 쉽다.

'돈'에 대한 사랑, 돈의 노예가 되고,

'결혼'을 향한 사랑, 결혼의 노예가 되고,

'육체'를 향산 사랑, 육신의 노예가 된다.

 

그 '사랑'은 '과정'이며, '행위'이어야 한다.

그때, 사랑은 동사가 되고,

사랑은 삶의 과정에 녹아서 기쁨을 준다.

비로소 삶은 행복으로 가득찰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안에 있는 존재가 된다. 그들에게 열쇠 따위 필요 없다.

그러나, '목적'을 위한 사랑에 얽매이는 자, 열쇠를 찾아 삶을 낭비하며 헤매인다.

열쇠는 없다.

서로 안에 있는 존재,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시간으로 가득한 존재,

그들에게 열쇠가 별도로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사슬의 모든 연결고리를 보려면,

아주 밝은 눈이 있어야 한다.(루미)

 

허나, 그 밝은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아니, 맹인이라도 그 밝은 눈을 밝혀 세상을 볼 수 있다.

다만, 눈 밝다고 자신하는 사람,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확언하는 사람,

그들은 영원히 사랑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가장 눈먼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엔가 쓰여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쓸데없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더군.

사실은 말씀이야.

사람들이 나를 사용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일일세.

나는 이 모양으로 존재하는 동안 내 나름으로 재미있게 세상 구경을 즐기고 있네.

그러면 됐지.

내가 무엇때문에 뜨거운 물을 속에 담지 못하여 안달한단 말인가?

알겠나? 나는 사용되기 위하여 태어난 몸이 아니라네.(주전자, 101)

 

사랑 중 가장 어리석은 사랑이 '자기에 대한 사랑'이다.

금강경에서도 4가지 헛된 '상' 중 으뜸이 '아상'이라고 한다.

내가 있다고 하는 그 상... 약견 제상비상 즉견여래... 라고 했다.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본다면, 곧 여래가 된다고 말이다.

 

올해가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다들 올해의 목표 같은 생각들을 했을 거다. '자기애'의 발동으로... ㅎㅎ

 

밝아오는 해를 맞아 한 마디 해도 되겠나?

얼마든지.

꾸물거릴 거 없네, 잘라버리게.

뭘?

미래에 대한 설계와 함께 염려를... !(154)

 

아, 맞다.

사랑에 대한 망상 중 하나가, 있지도 않은 그 사랑을 잃어버릴까 조바심내고 안달하는 것이다.

ㅋ 잘라버리면 된다.

미래에 대한 설계와 함께 염려를...

그대, 조금 마음 편해졌는가?

 

사랑은 [내꺼]로 만들 수 없다.

김선우는 [내꺼]라는 그림자 노동에 마음이 휘둘린다고 말했다.

그렇다.

집착해봤자 매달릴 끄트머리 하나 없는 게 사랑인데,

거기 매달려 설계하면서 안달을 하고, 염려에 끄달려 괴로워한다.

놓아버리라고 한다.

사라지지 않으면... 그렇게 힘든 것이란다. 종소리처럼...

 

사라진다는 것은 고맙고 아름답고 그리고 다행스런 일이다.

한번 울린 종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울린다면 그건 종이 아니라 괴물이다.

그것을 누가 견뎌 내리?

종소리가 사라져서 종이 사는구나!

안심이다.(종,157)

 

그 '사랑'에 너무 마음 끄달려 끌려다닐 필요 없다.

무엇에 대한 사랑이든... 명사에 휘둘리지 말라고 하다.

그럼, 동사의 사랑은 어떤 거냐고 묻고 싶은가?

매미한테 물어 봐라~ ㅋ

 

네가 무엇이냐? 매미냐?

아니다....

그럼 무엇이냐?

........

........

"짝을 찾아 부르는 이의 소리다."

 

매미가 묻는다.

너는 누구냐?

............

............

"짝을 찾아 부르는 이에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다."

 

이러니 말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사랑'인 것 하나도 없고,

세상에 '사랑 아닌' 것 하나도 없다.

 

전자가 명사고, 후자가 동사다.

 

명사로서의 사랑에 휘둘리지 말라.

그리고 그저, 사랑하라...

그렇게 말하는 소리를

읽는 사람은 듣고,

잊는 사람은 못 듣는다.

 

그대 생각이 장미라면

그대가 곧 장미원이다.

그대 생각이 가시나무라면

그대는 아궁이 속 땔감이다. (루미)

 

장미여, 장미로 살라.

네 속에 너무 많은 가시나무로 스스로를 아궁이로 만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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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2-06-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사랑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말씀 가슴에 담아두겠습니다.

글샘 2012-06-08 11:25   좋아요 0 | URL
네. 사랑은 거기 있는 게 아니래요. 하는 거죠. ^^
 
에고 트릭 - ‘나’라는 환상, 혹은 속임수를 꿰뚫는 12가지 철학적 질문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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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can

read this,

somebody

stole my

iPhone

 

손바닥에 이걸 적어놓은 사람이 있다.

니가 이걸 읽을 때면, 누군가 아이폰을 훔쳐간 거다. ㅋ

그러면, 이 사람의 왼손엔 24시간 아이폰이 장착되어 있단 소리고,

결국... 이 사람과 아이폰은 하나인 셈이다.

이 사람에게 아이폰 없는 세상은... 멘,붕...

 

'나'라는 존재가 있는가?

'나'라는 존재가 알고 있는 것을 아는가?

'나'라는 존재가 하는 일을 아는가?

이런 것을 철학의 대상으로 연구해 왔으나,

결국 종교적 합의도 보지 못한 채, 21세기 '나'를 찾는 과학자들은 <뇌>를 쪼개기 시작했다.

 

<멘, 붕>의 상태에서 <나>는 있는 것일까?

과연 우리는 생각하는 생존 기계에 불과한 것일까?

 

이 책은 그 답을 찾아나가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 답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이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쉽게 읽는 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옆면을 보면, 전면에 검은 사진이 들어가 있어 표시가 확 나는 장들이 들어있다.

그 면들만 우선 주르륵 읽어 가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의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 의견들만으로도, '자아'의 발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아'라는 진주를 캐러 들어갔다가 헝클어진 묶음만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 작업은 해볼만 한 것이다.

 

인간은 홀로 살지 못한다.

사회적 동물이라, 온갖 '페르소나'를 사회에 따라 뒤집어 쓴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프레더릭 병장을 욕할 수 없다.

유태인 수용소의 아이히만처럼 인간은 사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개체'에 불과하기도 하다.

 

그런 반면,

"파괴될 것이 없으므로 파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는 정도로 자아에 대하여 강한 부정으로 달려가는 종교적 관점도 있다.

순간 순간 속성 자체는 변해가는 것이므로, '정체성'이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하는 것...

 

그러나, 인간은 또한 물질에 불과하지만, 단순한 물질 이상이므로,

계속 연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그 물질의 연구 대상인 '뇌'가 없다면 영혼이란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

 

뇌 손상, 뇌 수술, 기억 상실,

치매 등으로 '자아'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지만,

인간의 '자아'를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동일하다는 믿음'에 불과하다는 것일 수 있다.

 

육체는 본질이 아니다.

그러나, 육체 없는 본질을 찾기는 어렵다.

육체를 통해 본질을 찾아나가는 길과,

영혼, 또는 마음을 찾아나가며 '자아'란 진주를 찾아나가는 길을 모색하는 이 책은,

헝클어진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아 보려 애쓴 흔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아>의 객관적 현시가 아니라,

<자아>를 운영하는 개인의 자세일 것이다.

 

툭하면 멘붕을 외치는 불안의 시대에,

자아를 단단히 붙들어 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거기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할 종교나 인문학적 토양이 박약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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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05-3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추천 드립니다.

글샘 2012-06-01 08:58   좋아요 0 | URL
제목에만? 에이, 짜다~ ㅋ
 
마음을 쏘다, 활 - 일상을 넘어 비범함에 이르는 길
오이겐 헤리겔 지음, 정창호 옮김 / 걷는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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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그마한 책을 받다.

 

표지가 놀랍다.

책등이 앞표지에 비친다.

책등의 무게중심쯤이 있을 자리에, 마치, 활이 뚫고 간 듯, 노란 표식이 찍혔다.

강렬하다.

그 표식은 그냥 노란색이 아니다. 왼편에 가볍게 그림자를 드리운 입체를 노렸다.

마치 '뚫고 지난 자리'를 의도한 듯...

표지를 넘긴다.

역시 뚫고 지나간 자리를 남겼다.

계속 넘기고, 넘기고.. 다섯 장을 넘길 때까지,

구멍없는 구멍은 이어졌더라...

혹시, 해서 뒤표지를 본다.

역시... 책의 옆 마구리가 찍혔다.

 

그대의 화살이 내 마음을 제대로 뚫은 격일까?

이 책은 오래된 책이다.

유럽에 '동양의 선'을 소개한 책으로 유명하다.

독일인 오이겐 헤리겔이 1951년 쓴 책이라 하니... 유럽에 소개된 동양은 거의 일본이고...

저자가 일본에서 생활하기도 했으니, 일본의 영향이 가득한 책이다.

 

저자와 아내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서예, 꽃꽂이, 활쏘기 등을 배웠다.

그 동양적인 정밀한 세계에서 특히 활쏘기에서 얻은 심회를 차분히 쓰고 있는 것이다.

 

그대가 내게 준 이 책의 메시지는 이것일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당신이 애를 쓴다는 사실,

그에 대해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바로 문제입니다.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오직 숨 쉬기에만 정신을 집중하십시오.(59)

 

이 내용이 이 책의 핵이다.

 

큰 힘이 요구되는 일을 힘쓰지 않고 해내기(66)

 

그 수준에 오르려면, 끝없는 수련을 해야 한다.

그 수련 역시 스트레스 쌓여가면서, 애써 할 필요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가 이것 아닐까?

Do your best! 의 자세로 살 게 아니라, Be your best!의 자세로 살아라~ 이런 거...

최선을 다해 애써 사는 게 삶이 아닌 거야.

네가 어떤 인간이든, 그게 최선임을 아는 게 중요한 거지... 뭐, 이런 거...

 

왜 발사 되기 이전에 숨이 가빠지는지 아십니까?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발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자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발사 자체에 온 정신을 쏟지 않고,

미리부터 성공이냐 실패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70)

 

역시 순간에 몰두하는 일, 너무 잘하려는 데만 몰입하는 일은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사랑 역시 그렇다.

너무 잘하려는 데 몰입하면, 뭔가 삐뚤어진다.

삶 역시 그렇다.

너무 잘하려고만 신경쓰면, 자꾸 못난 부분이 도드라져 보인다.

인간의 삶과 사랑은...

지금을 바라보고, 너무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사라질 때까지... 반복하는 일...

 

우리 속담에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중간 지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새로 배워야 할 것은 표적을 맞히는 것.(107)

 

기예 없는 기예.

명인 아닌 명인...

흔들림 없는 파악...

 

검의 명인은 삶에 대한 걱정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듯,

붓의 명필은 공간과 먹칠의 배분에 대한 두려움이 없듯,

 

삶 역시 일필휘지의 시원스런 결과물임을 인지할 것.

그것을 아는 것으로,

활을 쏘는 일은 완성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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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2-05-3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 쉬기에만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 이말. 참 마음에 와닿아요. ^^

글샘 2012-05-30 15:30   좋아요 0 | URL
너무 쓸데 없는데 정신을 분산시켜 어지럽게 살죠.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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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문인 이규보의 글에 '지지헌기(止止軒記)'란 글이 있다.

 

'止止'라는 것은 능히 그 그칠 곳을 알아서 그치는 것이니,

그 그칠 곳이 아닌 데에 그치면, 그 그침은 그칠 곳에 그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지지'를 설명하고 있다.

'멈출 지' 자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stop의 뜻과 stay의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멈추어야 할 데서 멈추어라,

는 이야기로 풀 수도 있고,

머물지 못할 데 머물지 말고, 마땅히 머물러야 할 데 머물러라,

는 교훈으로도 읽을 수 있다.

 

혜민 스님이란 분이 트위터로 소통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삶의 이치를 풀이하고 있어서 좋은 구절이 많다.

자칫 불교도가 아니라면 알아먹지 못할 이야기들이 많으면,

일반 독자들은 멀리할 수도 있고,

생활에서 멀어지는 이야기라고 꺼려할 수도 있는데,

이 책의 장점은, 현대인이 쉽게 알아먹는 언어로 풀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 기도해요.

종교가 있든없든 상관없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나를 좀더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 말이 맘에 들었다.

누구나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이다.

자기가 더 사랑해야 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인 것이다.

힘들다는 것은 '상대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사랑하지 못해 힘든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방을 의심하는 사람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국 문제는, '나' 자신을 알라~ 였다는...


의심이 많은 것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것.

 

일이 안 되면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사실 그게 전부 내 탓인가요

나는 조용필인데 저쪽에서 파바로티를 원하면

인연이 아닌 것이지

 

ㅎㅎ 용감하다.

그렇다. 인연이 아니면,

내 그릇을 상대방은 쓰지 않는다.

인연이라면, 내 그릇이 상대방에게 충분히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세상에서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의 진면목을 놓치고 산다고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한 마디는 죽비 소리처럼, 쩍, 하고 갈라진다.


내 마음이 바쁜가, 세상이 바쁜가


그리고 이 말은 맘에 안 들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뭐, 모든 말이 내 맘에 들 필요는 없지만,

난 적당히 따끈한 인간관계보다는,

가까이 당길 때는 후끈한 난로를,

멀리 있더라도 필요없는 경우엔 불꺼진 난로를,

자주 경험한다.

내가 잘 못하는 게 이 '적당히'다.

그리고, 그게 싫다.


 

몇백 몇천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가지고 다니면 뭐하나요

사람이 명품이 아니라면

 

사람은 자기가 부족한 시스템이란 것을 외장하드를 통해서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이란 사회는 퇴근해서도 부장님, 차장님으로 불러야하는 관계형 사회다.

그걸 아는 사람은 적다.

중요한 건, 명품 백, 명품 넥타이가 아닌,

명품인 사람이라는 거...

(갑자기, 동갑내기 과외하기, 의 명품이 생각난다. ㅋ

권상우가 김하늘 가슴보고 명품이네~ 이랬다는...

김하늘이 멀뚱하니 쳐다보자,

완전 평...면, 그랬다. ㅋ)

 

반성하는 이야기. ^^

 

항상 옳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들어도 별 감흥이 없다.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교감을 위해서는, 자신의 깊고, 연약한 부분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솔직한 이야기를 하면, 어떤 경우든 대화는 재미있어진다.


나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별 감흥이 없는, 항상 옳은 이야기를 내세우기 쉽다.

공적인 언술에서 깊고 연약한 부분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암튼, 사적인 자리에서까지, 공적 페르소나를 달고 다녀서는 안 되겠다.

 

사람을 만나 사귀는 데서도 멋진 표현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만남이 이런 것이다.

 

가장 진한 물듦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천천히 스며들어 닮아가는 것

 

지금은 멀리 있어서 연락도 잘 안 되는 친구들이지만,

내가 친구 사귀는 법은 늘 이렇다.

소리없이 오래 옆에 있노라면, 그저 친구가 되었던 그런 것 같은...

 

서울에서 살다가 다시 사는 곳을 옮긴 이후로,

그런 친구를 만나기 참 어려웠다.

그런데, 몇 번 만나지 못했는데도, 정말 천천히 스며들어 물들 것 같은 사람을 만났더랬다.

그는, 나와 만난 지 1년 반만에 세상이 버렸다.

서른 여덟의 나이에..... 세상에 췌장암이라니...

그런 친구를 늘 그리워하고, 목말라하지만,

사람들은 시끄럽고, 경박하고, 방정맞고, 느끼하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천천히 스며들어 닮아가는

담박하지만 가장 진한 물듦을 경험하기엔

그런 친구를 바라기엔 이미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생각에 쓸쓸한 요즘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이란 걸.

그러기에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자비행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직업적으로나,

열심히 공부한 교육상담심리쪽으로나,

경청과 공감, 수용에 대해서는 익숙하다.

그렇지만, 나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알아서 웃어주고, 좋아해주고, 위로해주는,

그런 사람을 찾는 사람에게는...

친구를 찾는 일이 요원함을 넘어, 불가함으로까지 생각되기도 하지만...

저 선배를 떠나보내고, 오랜시간 생각했지만, 참 안타깝다.


사랑,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날 문득

손님처럼 찾아오는 생의 귀중한 선물

 

스님이 이런 것도 알고, ㅎㅎㅎ

사랑, 은 손님처럼 찾아온단다.

그것이 귀중한 선물이라고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알겠지.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란 것도,

그리고 생의 귀중한 선물이란 것도.

그렇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이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

'손님처럼' 가버릴 수도 있음을...

그래서 그 손님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대접해야 하는 것임을...

난 읽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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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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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심리 에세이는 읽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 책들을 읽는 내 마음은 몹시 불편하다.

김형경을 읽기 싫다는 마음이 계속 일어난다.

왜일까?

 

내 마음 속에서 그를 밀어내는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것의 가장 큰 지점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기댄 여러 가지 설명들에 대하여 나는 부정적이기 때문인데,

물론 정신분석의 훌륭한 점에 대하여 충분히 공감하는 영역도 있지만,

이제 어른인데, 지나치게 어린 시절의 상처만으로 문제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어른이라면 어른의 언어로 삶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의 불만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또,

마음이란 거울은,

자기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유일한 매개가 되기 때문에 그를 읽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무언가를 비추려고 준비된 거울 하나가 있다.

내가 거기다 뭔가를 비춰보면, 거기 반사된 상이 맺힌다.

그 상이 망막에 비추이면 대뇌에서 알아챈다.

그런데, 그 거울이 깨끗하지 않다면,

그 거울에 금이 가 있거나, 거울이 평면이 아닌 굴절이 있는 것이라면,

비추일 때마다, 왜곡이 일어나고,

대뇌에서는 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걸 분석하고,

또 분석을 위해서 늘 거울을 관찰하고,

나는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이른바 '훈습'인 모양.

 

훈습 기간을 보내면서 좋았던 점은,

외재화하는 문제 해결 방식을 없애간 것.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외부에 둘수록 상대에게 힘을 주고 자신은 무력한 상태로 머물게 된다는 것.

 

솔직히 새로울 것도 없다.

조고각하, 라고,

제 발 아래를 내려다 보라는 말이 있다.

제가 어디 서있는지,

문제의 원인과 해결은 자신에게서 시작하고 마친다는 가르침이다.

 

충탐해판,

충고, 탐색, 해석, 판단의 앞글자. 방어의 언어.

총고는 자기 생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을 남에게 투사하며,

탐색은 상대에게 존재할지도 모르는 위험 요소를 경계하는 일.

해석은 자기 생각과 가치관을 타인에게 덧씌어는 일,

판단은 제멋대로 남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행위.

우리는 누구도 그렇게 할 권리가 없지만, 일상적으로 늘 그렇게 행동한다.

그 모든 행위의 배경에는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안전하다는 불안감이 존재.

 

요말은 재미있다.

안 그래도 교사들에게 '상벌점제 실시'에 대한 연수를 해야하는데,

아이들에게 충탐해판하지 말고, 상점을 제발 많이 주라고 이야기할 계획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비난하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인 거, 맞다. ^^

 

테메노스(융)를 갖도록 노력.

 

고대에 희생제의가 치러지던 신성한 공간.

개인의 내면에 만들어 가지는 심리적 공간.

 

성숙한 인간이라면,

자신의 테메노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비밀의 화원'이 되었든, '비밀 상자'가 되었든,

나름의 생존 무기로 작용할 공간이 한 뼘 이상은 열려있어야,

그래야 성인이다.

 

예술가들이 무의식의 창고에 억압해둔 에로스/타나토스 욕구들을 승화시키는 이야기는 새로울 것도 없고,

 

인생은,

어떤 것이 아닌, 항상 어떤 것이 되는 기회.(빅터 프랭클)

 

삶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기회를 잡고 맞이하는 것이란 말은,

어른의 말이라 맘에 든다.

 

'서정주, 신부'의 콤플렉스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

페미니즘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겠고, 신화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는 서정주의 '신부'를 '지나가 버린 사랑에 대한 회한'으로 읽는다.

 

한때, 나를 몹시 따랐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할 생각이 없어 그에게 서운한 이별을 말한 일이 있다.

그 후로, 신부, 를 읽으면, 몹시 미안하다.

자기 중심적 사고에 휩싸여,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내빼버린 행동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그렇게 마춤한 때를 놓쳐버리면,

오래오래 마음 아프게,

매운 재로 남을,

슬픈 노릇이기도 하다.

 

서정주, 신부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

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

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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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3-2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흥미롭게 읽은 저로선 이 책도 끌리는군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해선 글샘님의 의견에 동의해요. 성적으로만 해석한 것도 문제라고 보고요.

나를 몹시 따랐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 그때 님은 열정이 없었던 거예요. 열정 없이는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는 일이니, 미안할 일이 아닌 듯해염.ㅋㅋ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그래요.

글샘 2012-03-24 01:57   좋아요 0 | URL
저는 김형경 책을 읽으면, 계속 불편한 느낌이 남아요.
근데, 읽게 되죠. ^^ 프로이트 의존성이 높은 게 불편한 이유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친구... 미안한 건 미안한거죠. 잘 모르겠지만...
서정주 시를 읽으면, 그런 감정이 살아난단 이야기였어요. ㅠㅜ 그저... 사노라면 그런 미안함이 남을 수도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