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일곱 시, 나를 만나는 시간
최아룡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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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몸이 아프면 병원엘 간다.

그 병원은 구체적으로 '전문과목'을 나눠서 진료한다.

가시가 박혀 있으면 외과에서 가위로 잘라내고 내과로 보내는 식이다.

 

그런데...

마음에 박힌 가시는, 어디에서도 치료하려 들지 않는다.

마음은 안도 밖도 없기 때문일까?

 

요가는 마음 작용이 멈추고 0과 1이라는 디지털로만 전환되는 것이 아닌,

고유하고 진정한 자아, 통합된 자아를 찾게 되었을 때 무아지경과 같은 환희 상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길로 나아가는 수행법이다.(238)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 이라는 이름으로 요가원을 운영하는 작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요가를 통해 풀어가면서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마음은 태풍과 같다.

상처는 잔잔한 바다 같다가도 어느 순간 괴력을 보이는 태풍의 눈과 같다.

태푸으이 눈의 힘이 사그라지도록 그 상처를 드러내고 다스려야 한다.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자연이 더 맑아지듯,

태풍을 두려워하지 말고 바라보고 다스려야 한다.(246)

 

치유는 내 안에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163)

 

이건 숫제 요가를 가르치기보다는, 마음 수련이라 하겠다.

그래. 이 책은 요가를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너무도 안쓰러워서 작가는 책을 쓴다.

요가는 하나의 방법일 뿐.

치료의 목적은 마음의 평화다.

그때그때 목표는 바뀔수도 있다.

어깨를 풀고, 허리를 풀어줄 수 있지만, 마음이 꼬였을 때 몸은 계속 꼬이는 거니까.

 

통증을 줄이려면

몸을 움직이는 방법으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고,

완전히 굶는 것도 아니고,

단지 조금 덜 먹으면 된다.

음식을 포함한 삶의 공간과 마음까지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202)

 

요가라고 하면,

인도의 도인들처럼 공중부양 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기이한 자세를 취할 줄 아는 걸 우선시하는 책들도 많다.

이 책은 그렇게 몸을 학대하지 말라고 가르쳐서 좋다.

 

느끼고 깨닫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요가수련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184)

 

그는 저질체력에 대해 부정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면

아이디어는 샘솟듯이 나온다.

그래서 주어진 일들을 더 잘 할 수 있다.

세상의 일반저긴 기준에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재능을 발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125)

 

저질체력이라고 허덕이는 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과도하게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과도한 음주나, 늦은 퇴근에 저질체력을 탓하기 전에 말이다.

 

지금 나를 만나러 가요.(24)

 

요가는 몸을 뒤틀어 기이한 형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얽매여서 고통스러워하는지,

왜 살이 찌고 얼굴에서 건강미가 사라지며,

푸석푸석하고 몸매가 흐트러졌는지,

매일 피곤하고 졸리기만 한지를 외모의 관점에서보다,

마음의 관점에서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고 설명한 책이라 참 가벼우면서 고맙다.

 

간만에 따스한 책을 한권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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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임 -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
타라 브랙 지음, 김선주.김정호 옮김 / 불광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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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말라...

 

올해 우리반 급훈으로 걸어두었던 말이다.

한국에서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은 힘들면 두려워한다.

질까봐. 견디지 못할까봐.

 

그래서 아이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걸어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였다.

 

이 책에서 '무가치감의 트랜스'란 말이 등장한다.

스스로가 무가치하다는 생각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상태가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다.

이용 가치가 있을 때만 잠시 부추길 따름.

 

우리가 스토리들 속에 길을 잃을 때,

실제 경험과의 접촉은 끊어진다.(55)

 

행복한 날들은 스토리로 연결된다.

그러나 살다 보면, 오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은 날이 있다.

왜 내가 이 자리에 와있는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노라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걸, 아니 나보다 더 멘탈붕괴인 상태에 있는 사람도 많음을 알고는

한숨 쉬게 된다.

 

인간은 쉽게 길을 읽고 헤매이는 존재임을 긍정해야 한다.

그리고 단단히 마음 공부할 생각을 해야한단다.

 

격렬한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수용해야 한다.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으로부터 달아나면 내면의 어둠은 더 커진다.(91)

 

중독으로 빠지거나 하면, 순간적으로 고통을 잊을 순 있을지 몰라도,

고통을 이길 순 없다.

그런 것이 이 책의 권유다.

고통에 빠져들기.

 

인간의 삶은 여인숙이다.

매일 아침 새로운 여행자가 온다.

 

기쁨, 슬픔, 비열함 등

매 순간의 경험은

예기치 못한 방문자의 모습이다.

 

이들 모두를 환영하고 환대하라.

 

어두운 생각, 수치스러움, 원한...

이들 모두를 문 앞에서 웃음으로 맞이하고

안으로 초대하라.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감사하라.

이들은 모두

영원으로부터 온 안내자들이다.(루미, 114)

 

고통은 불가피하지만 괴로움은 선택.(159)

 

결국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그 마음의 자세는 한 순간에 오지 않는다.

 

영화 '밀양'에서 전도연은 아들을 살해한 원수를 용서하러 간다.

그러나, 살인자는 주님 앞에서 영생을 얻고 이미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교회에서 '거짓말이야~~'를 튼다.

허나, 교회에서 거짓으로 가르치는데도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은

바보라서가 아니라, 괴로움을 선택하기 싫어서, 정신을 교회에 이양한 것에 불과하다.

살인자는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다.

평생 자기 마음 속에서 평온을 얻을 수 없다.

 

억지로 저항한다고 고뇌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저항이 사라질 때 악마는 사라진다.(219)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인류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은 아니기 쉽다.

받아들이면 된다. 악마는 나의 저항을 먹이로 자라는 '화'와 같다.

걷어차면 점점 커져서 나를 잡아먹는 괴물 말이다.

 

삶은 '집착으로 인한 고통'이라고 했다.

그 집착은 '내가 소중하다', '남보다 나는 더 중요하다'는 의식이다.

그 의식은 '나를 조금 무시하거나 낮춰볼 때' 저항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의식은 악마에 휩싸이는 색성향미촉법의 안이비설신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눈에 거슬리고,

귀에 어긋나고,

코에 비리고,

혀에 쓰고,

몸에 불쾌하고,

정신에 스트레스를 주는...

 

그런 것 조차 모두 0에 수렴하는 존재임을 의지적으로 깨닫는 일이, 곧 '반야'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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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않는 질문
현웅 지음 / 민족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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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푼이를 좋아하던 전직 대통령이 좋아하던 구절
대도무문.

무문관이란 뭘까... 오래 생각했지만
없음에대해 나는 계속 생각하는
있음에 그달리고 있었던것 같다.

큰 도는 문이 없다
문이 없으니 깨달은 사람은
아무곳으로나 들어가지만
깨닫지 못한 사람이 볼 때에는
자신이 길에 섰다는 것을 믿기가 어렵다(213)


간화선에 대하여
자신이 가지고있는 힘을
발견하라는 가르침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문은 없는데
잠그는 빗장만 가득한게 세상이다.
왜 잠그고 있는가.
문도 없음에...

 

요즘 사람들 같으면 아난이 깨달았으니 나는 이런 의견이 있고,

이런 대안이 있다고 했을 터인데,

그냥 "나는 이렇게 들었다."고 시작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불제자의 길이 있는 것이다.(229)

 

여시아문...

이 간단한 말 속에서는,

나를 주장하지 않는 지혜가 있다는 것.

 

흙탕물 속의 연꽃이 물을 맑게 하거나,

없애고 깨끗하게 한 상태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대로 그 속에서 피어난다.

이 말은 번뇌와 망상 속에서 붓다의 꽃이 피어난다는 말이다.

운전하면서도 그대로 '선'을 하는  것.(118)

 

어떤 조건이 되지 않아서 안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렇지만... 세상에 모든 조건을 갖추고 살아지는 일이 무에 있는가.

우물쭈물 하다가는... 무덤을 가는 것이 인생임에랴...

 

우리게는 누구나 깨달음이 있고 진리의 마음이있는데,

여러 가지 마음으로 가려져 있다.

가려져 있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가려져 있는 마음과 항상 같이 작용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가려져 있는 마음으로 참선을 하기 때문에

생각은 선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선의 의미가 언어를 넘어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206)

 

이렇게 들었으면, 몰록 깨달음을 얻을 노릇인저...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

얻을 것이 있느냐?

얻을 것은 없지만 얻을 것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270)

 

삶이란 그런 게다.

무상한 것.

공수래공수거하는 것이라서... 아무 것도 안다. 허무하다.

그렇지만, 허무하다고 제멋대로 살아버릴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언어란 뗏목을 타고,

문없는 진리를 찾으러,

그 빗장을 열려고 두드리는 노릇이 인간되는 공부인 모양이다.

 

그럴 듯한 말들은 세상에 차고도 넘친다.

그런 말들을 '여시아문'... 나는 이렇게 들었다...고 인정하기에도, 삶은 짧다.

제 비평을 덧붙이고, 주장하느라고 싸우는 시간에,

보고 싶은 것을 말끄러미 바라보면서,

좋다, 참 좋다... 되뇌는 것이 '얻을 것 없는 삶'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을 얻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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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다고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인가 -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충청 편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이지누 지음 / 알마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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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원통 耳根圓通

이근을 닦아야만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볼 수 있으며,

편벽되지 않고 두루 통할 수 있다.

그 수행은 소리에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이윽고 소시로부터 떠나는 것으로 완성된다.

소리는 듣는 것인지 (觀聽), 보는 것인지(觀音)...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 충청도 편

 

이지누의 글은 정갈하게 흐르다

감정의 골이 푸욱 패인 골짜기에 이르러서는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한 마음을 풀어 헤치기도 한다.

그래선지 그는 가득 차있는 전각들 사이를 누비기보다는,

텅 빈 곳,

그래서 햇빛보다는 오히려 달빛의 으스름이,

고요한 수직의 파문을 즐기는 한적한 시간이,

빈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폐사지를 찾아 거닌다.

 

그의 사진들에서도 서정은 가득 묻어난다.

이근원통이 깊어지면 반문문성 反聞聞性에 이른다고 한다.

 

여태 내 속에서 나는 소리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매달리며

소리 자체에 대한 집중을 심화시켰다.

하지만 결국 내가 가서 닿아야 하는 곳은

모든 소리에 대한 집중을 놓아 버리고,

소리로부터 떠나버리는 무설시 無說示의 경지가 아니겠는가.(219)

 

'견,문'을 기록하는 것을 기행이라고 하는데,

그는 보고 듣는 것에 매달리지 않으려,

아니 거기서 벗어나려든다.

그곳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아니, 무엇도 없는 그곳에서 '두루 통하는' 원통의 지경을 얻게 될지는 직접 밟아볼 노릇이다.

 

지붕 정도는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밤새 낙엽 지는 소리가 소나기처럼 귓전에 맴돌아 잠 못 이뤄도,

도토리를 찾아다니는 다람쥐 발자국 소리가 외할머니 잔기침 같아서

자꾸 신경이 쓰여도 말이다.

까짓 벽도 없어도 괜찮겠다.

한기를 가득 머금은 찬바람이 몸을 어르고

지나가 며칠째 선잠에 시달리더라도,

맑은 별빛과 형형한 달빛을 담뿍 받고 떨어져내린 나뭇잎을 이불로 삼으면

추위에 뒤척이며 추슬러야 할 일은 없을 것.

지붕 없고 벽 없는데 바닥이 있을 것은 무엇인가.

낮이면 이미 바닥에 깔린 낙엽을 포단 삼고,

밤이면 그 자리 그대로 깔고 누우면 그만인 것을.

그렇게 한 철 나면 법당이 화려한 들 무슨 소용일 것이며,

찾는 이 드물 것 뻔한 법당에 장엄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단풍이 물들어가는 판에 울긋불긋 단청을 할 일은 또 무엇일까.(216)

 

이렇게 폐사지의 지붕도, 벽도, 바닥도 없이

그것 그대로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것처럼 묘사한 그의 언어가,

부처님의 연꽃 가득한 세계를 치장한 '화엄'의 경지 아닌가 싶다.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은 아름다운 안화가 되어 달려들고,

낙엽은 나풀거리며 닥쳐오니 제대로 눈도 뜰 수 없었다.

하지만 뜨지 않아도 좋았다.(208)

 

일본어에 '꼬모레비'란 단어가 있다.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을 아예 하나의 단어처럼 숙어로 굳어져 쓰는 말이다.

그걸 이지누는 '안화', 눈에 비치는 꽃살무늬...로 보고 있다.

모두.... 아름다운 이의 눈에만 보이는 세상이고, 말의 잔치다.

 

꽃조차 귀양살이를 할 만큼 적막하고 고요하기만 한 곳.(66)

 

그런 마음일 때가 있다.

정호승도 그런 시절 쓴 시가 있다.

 

요즘 어떻게 사느냐고 묻지 마라

폐사지처럼 산다

요즘 뭐 하고 지내느냐고 묻지 마라

폐사지에 쓰러진 탑을 일으켜세우며 산다

나 아직 진리의 탑 하나 세운 적 없지만

죽은 친구의 마음 사리 하나 넣어둘

부도탑 한번 세운 적 없지만

폐사지에 처박혀 나뒹구는 옥개석 한 조각

부둥켜안고 산다

가끔 웃으면서 라면도 끓여먹고

바람과 풀도 뜯어 먹고

부서진 석등에 불이나 켜며 산다

부디 어떻게 사느냐고 다정하게 묻지 마라

너를 용서하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고

거짓말도 자꾸 진지하게 하면

진지한 거짓말이 되는 일이 너무 부끄러워

입도 버리고 혀도 파묻고

폐사지처럼 산다 (정호승, 폐사지처럼 산다)

 

그의 깨달음을 좇아가는 마음의 길은 평화롭고, 조용하고, 웃음으로 가득할 수 있다.

 

사랑이 깊으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그 무엇을 한들

그가 드러나기보다

나 스스로가 드러난다는 것.

그것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일 뚠

결코 의식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315)

 

사랑이든 우정이든,

무엇에 대한 애정이든...

기침과 사랑은 감출 수 없는 것이랬다.

깊은 사랑은

상대방에게로 향하는 마음이 크고 깊을수록,

자기가 크고 넓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주 자연스럽게...

시나브로... 자기도 모르는 새 조금씩 조금씩 전염되고 물들어가서,

번지고 퍼져서...

세상에 가득 사랑으로 미만(彌漫, 널리 가득차 그들먹함) 할지 모를 노릇이다.

 

글씨 또한 그렇다.

 

내가 느낀 김생의 글씨는 그 어떤 것도 부러뜨리거나 헤쳐놓지 못할 만큼 견고하며 동시에 부드러웠다.

글씨가 어찌 손끝의 재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수행의 결과이며 마음의 통로가 아니겠는가.

글씨를 두고 사람들이 신품이라고 하는 것은

글씨로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수행이 깊고도 단단했던 것임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아닐까.(350)

 

글씨가 스르르 풀어져

종이로 번져나가 버릴 것 같은 사람도 있고,

한 글자 한 글자가 또박또박하기가 송곳으로 종이에 새겨놓은 것 같은 사람도 있다.

글씨도 사람의 품격을 보여주는 한 단서인데,

이런 글을 읽으면서, 내 글씨를 물끄러미 보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다른 이들에게 비칠까를 돌아보기도 하게 되는 경험.

 

폐사지를 훑고 다니는 이지누의 눈길과 귀와 발길을 따라 거니노라면,

환하게 다사로운 봄볕도 만나게 되고,

뉘엿뉘엿 이울어가는 초저녁 노을빛도 감상할 수 있고,

한겨울 시리도록 새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섰는 석탑의 무료함도 만날 수 있다.

 

그의 글을 읽노라니,

마음이 한뼘은 열리는 기분이다.

한 뼘 안으로 그만큼 환한 햇살이 번질 공간을 열어주게 하는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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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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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좋은 기억에 마음이 머물러 있으면 행복할 터인데,

인간은 늘 좋지 못한 기억에 마음을 머물려 두면서,

아이고, 그때 ~~할 것을~~ 하는 어리석은 존재다.

 

어제 단풍을 보러 해남 두륜산 대흥사엘 갔더랬다.

아이쿠, 법당에 꿇어 엎드려 기도하는 어머니들 가득~

낼 모레가 수능일이구나~!

맨날 고3을 가르치면서도 기도하는 어머니들 보고서야, 그 마음이 확~ 와 닿는다.

 

허허당의 그림은 '허당'같기도 하고, '허허'롭기도 하다.

그래서 허허당인가? ㅋ~

 

몇 개의 필선으로 슥슥 그려낸 모습이 전혀 정제되어 있지 않은데도,

그림에서 웃음이 피어나고, 편안함이 우러난다.

그리고, 그림 안에 가득 채워진 중생의 기도하는 모습은,

그대로 하나의 만다라가 되어버린다.

삶이란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대로 기도인 것을...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어려워도

그리운 사람 하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이다.

지금 그대는 그런 사람 있는가?

 

손철주 식으로 하면, 화폭에 옮기면 그림이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라는데,

그리운 사람이란, 마음 속 가득 그려지면서 그의 행복을 기도하는,

그런 소중한 마음을 품어 가지는 일을 뜻함이리라.

그런 사람 하나 품고 살면, 어지간한 힘듦도 그의 행복을 기도드리며 살아 넘길 수 있을 거다.

 

인생은 농담 조금 장난 조금

이 도리를 알면 그대는 이미 부처요 하늘이다

천진한 농담 속엔

온갖 신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다른 말로 하면, 신 나게, 재밌게, 그쯤 되겠다.

부처도 예수도 어려운 말로 '어린아이처럼, 마음을 비워라'하고 이야기하지만,

지금 앉은 자리에서 전심으로 재밌게 사는 것, 그게 하늘의 도리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 나무가 눈물흘리지 않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을 비우면 통한다.

지금 그대와 마주하고 있는 사람과

혹 마음 통하지 않으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비워보라.(소통)

 

통즉불통, 불통즉통이랬다.

안 통하는 사람과 마주하면 참 답답하다.

정치가 그렇게 모든 직장 생활이 그렇다.

마음을 비우라고? 속편한 소리다. 에혀~

 

감동이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

무심히 길을 걷다 문득 내 앞에 나타난 소나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무엇이든 쫓아갈 때는 그의 뒤통수뿐이 안 보여 감동할 수 없다.

고요히 앉아 맞아들일 때, 그의 진면목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다.

 

누가 밥을 먹고 나 밥 먹을 줄 안다는 사람 없고

똥을 누고 똥 눌 줄 안다는 사람 없다

진실로 아는 것은 무심히 행할 뿐

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만약 그대가 뭔가를 안다면 밥 먹고 똥 누듯이 하라.

 

박남수가 '새'에서 그랬다.

새는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깃을 부빈다고...

사랑해~라고 종일 외쳐도... 그건 말 뿐이다.

서로 다정한 눈빛 나누면서, 손 마주 잡는 것으로도 천 마디 사랑해~를 넘어갈 수 있거늘~

 

참된 것은 증이 없다

그대는 지금 무슨 증을 가졌는가?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해 보면,

이름, 소속, 직업, 그리고 변변찮은 모임에 소속된 자신...

참 변변찮다.

 

'참 나'를 증명하는 <증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나'를 보여주고 허허 웃을 수밖에...

 

상대가 '허당이구만'하더라도, 그래, 뭐 누구나 허당인 게 인생이지~ 하면 되잖을까?

 

이런 책 읽는다고 삶이 나아지진 않지만,

적어도 잠시 괴롬 내려놓으면, 게가 곧 천국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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