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기쁨
아베 피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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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란다. 피에르 신부.
한국인에게 묻는다면, 이런 종교적, 철학적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누가 있을까? 슬프다.

광대한 지평을 갈망하지만 끊임없이 온갖 장애물에, 대개의 경우 내면적인 장애물에 부딪히는 게 바로 인간의 마음(38)이라는 데서 시작하는 신부님의 이야기는 잔잔하다가도 핵심을 콱, 찔러 주고, 부패해가는 교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도 머뭇거림이 없다.

삶은 온갖 부조리 속에서도 신비로움을 찾을 수 있는 오묘한 것이다.
명철한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면 신비와 부조리 사이에서 양자택일한 도리밖에 없어.(68)하는 말은 부조리가 이끄는 절망을 벗어나는 길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신비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네가 고통받으면 나도 고통받는다.(79)'는 진리를 일러준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할 것이다...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밥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마태오 복음 5장)

처음과 마지막의 '가난함과 박해를 받음'만이 진리인 것이다.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하늘나라가 이미 여기 와 있다는 날카로운 해석이다. '매일 저녁 나의 능력과 특권과 재능과 학식을 가지고 약자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무얼 했는가?'하고 묻는 그는 준엄하다.

하느님에 대한 온갖 모욕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강대국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권력자들은 귀와 눈을 막은 체 한다. 우리는 분노하고 힘을 다해 모든 형태의 종교적 광신과 싸워야만 한다.(132) 한국에서야 말로 교회가 이분을 읽을 일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교회와 땅넓은 줄 모르는 각종 사찰들, 그리고 에쿠스 타고 다니는 신부나 수녀님들이야말로 피에르 신부님의 일갈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류와 교회가 겪고있는 불행의 일부는 부유한 신자들이 성직자들에게 자신들과 비슷한 생활 조건을 보장해줌으로써 복음서의 어떤 글들이 절대로 자신들에게 설교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술수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강조한다.(171)

이런 것이야 말로 복된 소리, 복음이다.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약한 어린이, 노인, 부녀자들을 처참하게 살해하고 자기만의 이득을 취하려는 썩은 정신으로 악취가 진동하는 사회에 복된 소리를 울려 평화의 도구로 살기를 바라는 종교인을 만나기 참 어려운 현실에서, 모 교회 출신이 권력을 잡으면 그 교회 신도가 왕창 늘어나는 기형적 교회관을 가진 나로서는 종교인의 높은 말씀이 동떨어진 것 같기도 하여 마음 씁쓰레 하기도 하다.

참척의 비극을 겪은 부모의 고통에 깊은 위로를 보내며, 가벼운 영혼되어 고통스런 육신을 벗어난 어린 영의 명복을 빈다.



놀이 공원의 국화향이라도 가득 맡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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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3-15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기도하면서 내가 행복하고 평온하기를 기원하는 만큼
세상의 다른 이들도 행복하고 평온하기를 기원하는 회향을 했습니다.
스님과 함께 회향문을 읽으며 세상의 고통에 이 기도가 가 닿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아기들의 명복을 빕니다. _()_

글샘 2008-03-17 08:14   좋아요 0 | URL
세상은 행복과 평온에서 자꾸 멀어지는데...
세상이 너무 팍팍한데...
이렇게 생각하는 건 우리 시대만이 아니겠지요...()...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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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잔 브라흐마의 글을 류시화가 옮기다.

이 책의 아잔 브라흐마는 참 유쾌한 사람이다.
마음 공부를 주장하는 책들이 진지하고 무겁기 쉬운데, 이 책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제 마음의 어리석음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다.

며칠을 간간이 읽어가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게 한 책이었다.

아무리 안락해도 그곳에 있기 싫다면 '감옥'이고,
아무리 불편해도 그곳에 있는 것이 좋다면 '감옥'에서 벗어난 것이란 말은,
내 삶에 비추어 보아도 그렇단 생각을 한다.
자유는 지금 있는 자리에 '만족'하는 것이고,
감옥은 미래의 어떤 자리를 꿈꾸는 것이란 말...
아, 나를 내려놓지 못할 때, 나는 늘 꿈꾸어왔고, 불평해 왔지 않았던가.

온통 '욕망'의 자유만이 주어진 세상에서, 미래의 욕망을 위해 지금을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쉽진 않지만...

무엇이든 욕망하는 것은, 그 순간 똥과 같은 것이 되어버린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것이 전혀 아닌데도, 욕망은 끝없는 부채질을 한다. 어리석게도...

요즘 온갖 교육 정책이 라디오와 신문을 도배한다. 읽기조차 싫다.
그렇지만, 이 학교 현실에 서있기 싫다면 학교는 '감옥'이 된다.
내가 힘들어하는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이루는 시험을 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
이 학교 안에서 아이들과 하루하루 사는 날들에 땀방울을 쏟는 것이 '감옥'을 벗어나는 길임을 생각한다.

삐뚤어진 학교가 어느 한 순간, 아름다운 학교로 변신할 노릇은 아니니 말이다.
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늘상 불평만 하는 교사는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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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1-2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쌍한 나!, 운 좋은 그들!"하고 불평을 해 대는 스님의 솔직한 모습, 트럭 천정의 쇠로 된 봉에 부딪힐 때 마다 웃음을 떠뜨린는 스님들을 따라 자기도 부딪힐 때 웃어 보기로 한 것, 장례 의식에서 관이 내려가고 올라가는 것을 상상하는 엉뚱함.
님의 리뷰를 다시 읽으니 책 읽을 때의 유쾌함이 되살아 납니다.
적어도 내가 사는 공간을, 감옥으로 만들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글샘 2008-01-24 23:13   좋아요 0 | URL
저도 혜덕화님 리뷰 읽었습니다.^^
비슷할 때 비슷한 책을 읽은 분들 만나는 것도 알라딘의 큰 기쁨중 하나죠.^^ 반가웠습니다. 그냥.
하늘로 올라가는 관 ㅎㅎㅎ
 
루미시초
루미 지음, 이현주 옮김 / 선우출판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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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들이 말하기를, 우리에게
장래가 없단다.
옳은 말이다.
우리에겐 아주 참 잘된 일이다...

장래가 없단다. 옳은 말이다. 그게 참 잘된 일이라...
그렇게 판단하고 칼로 뚝 잘라서 고뇌하는 체 하며 살지 말란 뜻이렷다.

뒷표지에 이런 글이 있다.

세상은 아름답고 착하다.
오래 살려고 애쓸 것 없다.

그런가... 내 한 몸 오래 살려고 애써봤댔자, 아름답고 착한 세상에 어떻게도 할 수 없긴 하다.
애쓰는 게 오히려 해를 끼치는 게지. 장래가 없고, 오래 못 사는 것이 우리에게 참 잘된 일일지도...

물고기는 성스런 물을
잔에 담아 마시지 않는다. 그들은
거대한 액체 자유를 헤엄친다.

이렇게 살면 얼마나 좋으냐. 좀 더 마시려고 다투지 말고, 좀 덜 마셨다고 맘 썩지 말고, 그냥 자유롭게 사는 거... 너무 노숙인스럽다고? ㅎㅎㅎ 하긴 성자들이 좀 노숙인처럼 생겼긴 하지.

나는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작은데
이 큰 사랑이 어떻게 내 몸안에 있을까?

네 눈을 보아라. 얼마나 작으냐.
그래도 저 큰 하늘을 본다.

스스로가 초라한 날이 많다. 살아온 날들은 길고 긴데, 남은 날들은 막막하다.
앞날이 어두워보이고, 하루하루 살기가 쉽지 않다.
루미를 읽는 일은 그래서 밝음을 얻는 일이다. 저 큰 하늘을 보는 작은 눈을 가진 나를 밝혀 보는 일.

시 한 편 짓고나면 내 형편이
늘 이렇다.
거대한 침묵이 나를 뒤덮고
도대체 나는 어쩌자고 언어를 쓰겠다는
마음을 먹었던지, 의아스럽다.

그렇지. 무슨 생각을 해도, 그걸 글로 써 버리고 나서도,
스스로를 생각해 보면, 왜 언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지... 한탄스럽다.

간혹 루미를 만나는 일은 13세기와 21세기의 간격을 후루룩 뛰어넘는 계기를 준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새초롬하게 숨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루미 시집을 만나면 내 마음은 정말 오래 바라던 친구를 만난 마음으로 들떠 심장이 마구 뛴다. 오늘 그랬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읽으며 가고 오는 동안... 심장이 마구 뛰었고, 이유없이 행복했다.

루미를 기대하지 않던 모퉁이에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만난 날...
조금 쌀쌀맞은 날씨였지만 실실 웃음이 나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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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쳐라 - 세상을 치는 경허 스님의 죽비소리!
경허 스님 지음, 한용운 엮음, 석성우 옮김, 김홍희 사진 / 노마드북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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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쳐라!
했더니,
내 몸뚱이를 치더라.
다시,
나를 칠 수 있으면 쳐 봐라!
했더니,
나에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또
내 몸뚱이만 치고 있더라...

내 몸뚱이,
내 직위,
내 이름,
나의 관계가 나를 이루는 작은 부분이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공부하세요~하는 경허스님의 말씀들이 서늘하다.

김홍희의 사진이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부조화스럽기도 하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두 한자.
고요할 정, 맑을 정.
앞의 맑은 것은 보리요, 뒤의 고요한 것은 열반이다. 그야말로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오는 구절이다.

밤마다 부처를 안고 자고 아침마다 함께 일어난다.
앉으나 서나 같이 다니고 말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함께 한다.
그러나 털끝만큼도 서로 여의치 않음이 그림자와 같으니
부처가 가는 곳 알고자 할진대 다만 이 말소리로다.

부처를 어디 가서 찾을 것인가...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신중하게,
닭이 알을 품듯이 따뜻하게,
늙은 쥐가 쌀독으 쫓듯이 진지하게,
항상 마음을 집중하여 오래 생각하라.

부처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공부를 하는 사람은
마음 움직이지 않기를 태산과 같이 해야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해야하며
지혜로 불법을 생각하기를 해와 달같이 해야 하며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 그르다고 하든
곧은 마음을 끊지 말라.
다른 사람이 잘하든 잘못하든
내 마음으로 예단해 참견하지 말고
좋은 일을 겪든지 좋지 않은 일을 당하든지
항상 마음을 편안히 하고 무심을 유지하라.
또한 바보같이 지내고 병신같이 지내고
벙어리같이, 소경같이, 귀머거리같이, 어린애같이 지내면
마음에 절로 망상이 사라지리라.

마음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 잘난 체 하고 말이 많았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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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7-09-0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방심해도 흐트러져 버리는걸요..
아집과 미움과 욕심으로 얼룩진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절망입니다.
어떻게 한 순간 한 순간을 지킬 수 있는지..
세속에서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건지.. ㅠㅠ

글샘 2007-09-03 08:37   좋아요 0 | URL
사람은 다 그렇죠^^
그래서 마음을 바라보라는 거겠죠.
 
틱낫한의 걷기명상 - 명상시대 2
틱낫한 외 지음, 이은정 옮김 / 갤리온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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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한참 쳐서 등록하기를 눌렀는데... 오류 메시지를 만났다.

휴=3=3

그래도 걷기 명상을 읽고 쓴 글이니... 잠시 짜증을 누른다.
어차피 이 글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니 말이다.

며칠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인도를 덮친 자동차 사건을 접했다.
신호를 위반하고 유턴하는 택시와, 신호가 바뀌자 급출발하던 승용차가 부딪혔고,
결국 승용차가 인도로 달려가 행인 2명 정도를 튕겨버렸다.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책임의 원인은 둘 다에게 있어 보인다.
택시는 신호가 끊겼는데 무리하게 유턴을 했고,
승용차는 신호는 지켰지만, 과도하게 속도를 내서 교차로를 통과했다.
결과는 큰 사고로 이어졌다.

기계를 움직이다보면, 늘 기계의 노예가 된다.
그걸 '기심'이라고 한다. 어리석은 기계의 마음.

무원.(無願)

바라는 것 없이<
목표도 없이<
어떤 것을 앞에 두고 그것을 뒤쫓아가지 않는 마음<

이런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
4년 전쯤부터 틱낫한 스님 책은 거의 골라 읽었다.
간혹 법화경 같은 책은 넘어가기도 했지만...
이 책은 걷기 명상을 잘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얇지만, 너무 비싸다. 디비디와 씨디를 넣어서 11,000원이나 받다니...

여느 스님의 책을 읽어도 비슷한 내용은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데...

발이 대지에 키스할 때마다, 마음도 대지에 키스하는 걷기 명상.

마음 챙김 호흡과 걷기는 소음과 혼란의 와중에서 우리에게 평화의 작은 섬을 줄 것이다.

걷자. 무원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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