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글쓰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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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단숨에 101가지를 넘어서 1,001가지도 더 적을 수 있다.
나의 장점을 적으라는 대목에서도 나는 5분만에 100개를 넘게 적은 적이 있는 사람이다.
상담을 위한 교육 과정도 많이 들었고, 연수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내 속내를 털어 놓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아직도 나는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는 나 혼자서 갖고있는 '서러운 인생'에 대한 과장이 은폐를 부추기기 때문이란 원인도 있을 거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만만하지 않다.
많아서든 적어서든 인생은 결핍투성이인 것이다.
그 결핍은 고통을 낳고, 고통이 상채기를 주고, 상처는 오래오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아리다는 것. 아픈 것보다는 약해서 그냥 넘기기 쉽지만, 두고두고 아릿한 마음이 계속되면,
그 아린 상처, 그 우리한 통각은 사람을 지치게도 하고, 우울하게도 하고, 오버하게도 한다.
나를 '크레믈린'이라고 부른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나는 나도 모르는 '에고'를 끌어안고 늘 끙끙댔는데, 그 선배는 어땠는지 모르지.
그렇다고 내 인생이 뭐, 이것이 인생이다에 나가서 눈물 철철 흘릴만큼 처절했던 것도 아니다.
말로 적자니 그렇고 그렇다는 것이지...
치유하는 글쓰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에게 선물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이는 해바뀌면 마흔이 되는 아가씨인데,
겉보기에는 씩씩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이고 화통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기 안에 갇혀 사는 그가 안타깝다.
그의 손을 잡고 '치유하는 글쓰기 마당'에 데려다 주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을 슬며시 권해주고 싶다.
아버지도 돈을 벌고, 오빠도 동생도 돈을 버는데, 자기가 왠지 가정을 뜨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이를 보면, 살아온 날들의 신산함이 아직도 묻어난다.
치료는 대상을 환자로 취급하는 면이 강하다.
그렇지만, 치유 영어로 healing은 전체성, 완전성과 뜻이 통하는 말이어서 훨씬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묻어갈 수 있다.
독서 치료도 있고, 미술 치료도 있다.
테라피라는 말보다는 힐링이란 말이 좀더 영성 섞인 단어임에 유의한다면, 치료보다는 치유가 좀더 적확한 표현이란 저자의 말에 동감이다.
글의 힘은 크다.
특히 상처가 클수록, 글의 힘은 대단하다.
전에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하는 글을 읽고,
나도 내 이야기를 조용히 써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삼 년쯤 지나 버렸다.
이제 내 이야기를 조용히 써볼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래. 남 탓하는 버릇 버리고,
스스로 너나 잘 하라고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선물이다.
치유하는 글쓰기.
이 책은 서평단에서 보내준 책인데, 정말 구해보려고 했던 책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마음 속의 헝클어진 실타래같은 상황들을 조금 여유있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통하여 심리적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들을 딱딱하지 않게, 또 많은 사례글들을 함께 실어서 읽기 편하고, 읽으면서도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점이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고 권하고픈 대상은...
가족관계에서, 사회에서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가지고 속으로 달팽이집 안으로 기어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읽어볼 책으로 권해주고 싶다.
이 책과 연관지어 읽었으면... 하는 책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이다.
152쪽의 미친년 글쓰기에서
<너무나 많은 자아>의 희생물...이란 단어를 만나고 심장이 쿵, 멎을 뻔 했다.
그걸 보면... 나는 너무나 많은 자아의 희생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보는, 통찰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 책을 보내주신 하느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