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지 꽃이 피고 만가지 열매 익어 - 대행큰스님의 뜻으로 푼 천수경
대행스님 지음 / 한마음선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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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은 천개의 손을 가진 관음 보살님의 가피를 원하는 경전으로 되어있다. 

그런 만큼,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이 잘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 뭐 책으로 읽을 거리가 있는 그런 경전은 아닌 편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살고있는 현세를 돌보아주는 것으로 알려진 관세음보살님께 비는 마음이야말로 간절하기 그지없는 것이어서, 천수경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 천수경을 그림을 넣어서 아름답게 꾸몄다. 

이 책의 그림들은 '나'의 중심성을 잘 살리고, 온 세계를 곷으로 가득찬 충만한 세계로 잘 표현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보시고 觀,  
세상의 모든 것을 들이신 音,
관음 보살님께서 자비를 베푸시기 위하여 필요한 손길 手 천 개... 

스스로가 부처임을 깨달으면, 세상은 천국이 된다... 가 천수경의 내용인데,
세상은 너무도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아, 세상에 무서운 일들이야 원래 많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관음보살님의 손가락들이 우리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주시길,
관음 보살님은 모든 것을 보시고, 들으시고, 그래서 슬프고 슬프시겠지만, 인간은 좀 더 많은 것을 안 보고 안 듣고 살았으면... 

만 가지 꽃이 피고, 만 가지 열매 익어 가는 세상에, 인간이 정말 꽃처럼 열매처럼 결실을 맺으며 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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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 주머니 속의 샘터 명작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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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잘 계신지요. 

저는 요즘 친일파가 되고 싶은 심정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일제 강점기의 피해상을 읽으면서, 또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으면서 제가 얼마나 일본을 증오했겠습니까마는, 요즘, 일본 사람들의 제 나라 사랑에 감동을 받을 정도입니다.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제 나라의 국익을 위해서 근거도 없는 말이나마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차라리 존경스럽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왜 이리도 제 나라를 위해서 한 마디 하는 정치가가 없고,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그저 제 한 몸의 안위를 위하여 쉬쉬하며 감추려고 몸둘 바를 모르는 꼬락서니인 모양인지요. 
부끄럽고 슬프기만 할 따름입니다. 

십오 년도 전에 제가 지인에게 선물한 기억만 나고 읽어보지 못했던 책을 스님 잠드신 소식을 듣고 나서야 찾아 읽고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침묵의 말씀인지도 모릅니다.
스님의 절판 선언이 오히려 큰 말씀이었는지도... 

존재의 바탕인 침묵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190)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날마다 기도를 드리고 있지만 영혼의 침묵 속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듣기 좋은 말로 할 뿐이다. 그러나 진실한 기도는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원초적인 침묵으로 이루어진다. 말씀이 있기 전에 침묵이 있었다.
 

스님의 이 이야기들은 십오 년 쯤 전에 씌어진 것입니다.
그 때의 대통령도 지금 이 당에서 나온 사람이었고,
지금과 흡사하게 별 지긋지긋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잡아먹었고, 한명숙 전 총리도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고 난리를 치지만, 오늘 1심 선고는 무죄로 판명이 났던가 봅니다. 미친 검찰은 줏대도 없이 명령에 따라 다시 항소를 하겠다고 날뛰고 있구요.
숭례문 불탄 이후로, 온갖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용산에서 사람이 타 죽더니, 이번엔 멀쩡한 바다에서 해군 함정이 사라지는 사고까지 나고 말았습니다. 국가는 온통 신뢰를 잃을 짓만 하고 있습니다.  

절이나 교회에 종교가 있다고 잘못 알지 말아라.
어떤 종교든지 일단 조직화되고 제도화되면 종교 본래의 길에서 벗어나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그때 종교는 더이상 신이나 진리로 가는 길이 아니라 독선과 아집에 대한 변명이 되어버린다.(84)
 

그래서 스님은 불일암조차 떨쳐버리고 오두막 생활을 하시다 폐를 상하시어 돌아가신 것인지요.
온통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가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 이야기로 수두룩한 세상따위 그대로 벗어던지고 말입니다. 

나를 위해서 하려고 하는 온갖 종교적인 태도는 마치 돌을 안고 물 위에 뜨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러니 나라고 하는 무거운 돌을 내던져라. 그러면 진리의 드넓은 바다에 떠올라 진실한 자기를 살리게 될 것이다.(210)
 

그렇습니다. 인간만큼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이익밖에 모르는 종자가 또 있을는지요. 그래서 환경 문제의 최악의 범죄자가 인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해가 지고 난 다음 하늘이 벌겋게 물드는 현상을 노을이라고 하는데, 한 인생이 살다가 간 자취도 노을처럼 남을 거라고 여겨진다. 후회없이 잘 살아야 그의 자취인 노을도 아름답게 비쳐질 것이다.(98) 

아, 어찌 이렇게 삶을 부끄럽게 하는지요. 제 스스로 지은 업입니다. 

물고기는 잘 때도 눈을 뜨고 자듯이 수행자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물고기의 형상을 만들어 처마끝에 매달아 놓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혹은 바다에서 그물로 고기를 건져 내듯이 고통바다에서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법의 그물로 구제하라는 뜻에서라고도 한다. 바람이 없으면 그 존재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풍경,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풍경은 우리들에게 명상의 소재를 끊임없이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무딘 귀는 단지 땡그랑거리는 풍경 소리로밖에 들을 줄을 모른다. (105) 

 

지금 대통령 말고, 전에 장로님 대통령이 계시던 시절,
연못에서 연꽃을 볼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147)
이렇게 쓰셨다.
인간은 참 치사한 동물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고궁의 연꽃마저 씨를 말리다니...  

사티쉬 쿠마르의 이야기를 인용하시는 중에,
우리의 학교들, 우리의 대학들, 정부들, 교육부들은 밤낮으로 아이들의 머리속에 케케묵은 필요하지도 않은 오히려 해를 끼치는 위험한 생각들을 쏟아넣느라고 바쁘게 돌아가면서 한 조각의 사랑도 심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아이들을 텅빈 물통으로 여기고 온갖 쓰레기와 먼지를 그 속에 쏟아 넣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163)
하는 구절을 남기셨습니다. 아,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매일 대하는 저로선...

조고각하(照顧脚下)란 말이 있다. 자신의 발 밑을 살피라는 것.
신발을 제자리에 바르게 벗어놓으라는 뜻이지만, 나아가 자신의 현존재를 살펴보라는 법문.(198) 

아, 스님, 매일 제 자신을 돌아보겠습니다. 커피 내린다고 물 부으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그만 종소리 울릴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 살아라, 하고 스스로 타이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스님께서 귀하게 여기신 매화의 조건대로,
무성하고 살찐 것보다는 그 가지와 꽃이 드물고 여윈 것을 아름답게 여기고,
미숙한 것보다는 노숙한 것을, 피어나기 전 그 부풀어오르는 꽃망울의 충만감을 높이 사겠습니다.(322)
날마다 꽃망울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저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칭찬도 할 수 있는 일이니, 고마운 일입니다. 

원각경에서 <헛것인 줄 알았으면 곧 떠나라. 떠나면 본래의 밝은 그 자리>라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343)
매일, 자신의 가치를 깨달을 줄 아는 마음챙김의 자세를 놓치지 않고 살려고 힘쓰겠습니다. 

하루에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종을 울리겠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의 종을... 

스님 편히 쉬십시오.
오늘 지율 스님께서 올리신 사진을 보니, 땅을 파헤쳐서 죽음의 길로 만드는 이들의 추악한 노릇이 통탄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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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다
지셴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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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다큐에서
"거기 한 평생 오직 학문에만 정진해온 하나의 전설이 숨쉬고 있었다. 세상에 참으로 많은 공부가 있지만 진정한 가치, 진정한 경쟁력을 가진 공부는 머리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좋아서 하는 공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멘트로 정리한 사람. 

올해로 100세가 된 그이는
굳게 닫아놓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젊은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보면 안다.
그들의 활력이 전염될 수 있음을...(208)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 노인이다. 

전략상으로는 늙었음을 인정하지 않되, 전술상으로는 늙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197) 

언제나 젊은 기운으로 살려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몸이 불편하거나 자꾸 고장나고 삐걱거릴 때, 늙었음을 인정하고 전술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리라. 

늙는다는 일은 "옛날엔 평범한 줄만 알았"던 일들이 전혀 평범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얻는 일이라는데, 그만큼 심신이 쇠약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가서 보면,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사람이 가장 부러운 법이니까...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마시게.(55) 

마음 속에 꽁하게 가득 안고 있으면, 그것이 병이 되는 일을 많이 보았다.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말라는 선시를 그이는 좌우명으로 삼는다는데, 좋은 말이고 좋은 일인 듯 하다.  

난 이미 피골이 상접한 노인인데 남들은 날 하루도 빠짐없이 신선한 우유를 생산하는 튼실한 소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젖을 많이 짜냈는데도 더 내놓으라 하고, 내가 속에 뭔가 대단한 걸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237) 

이렇게 투정도 부린다. ^^ 그렇지만 아직도 그가 짜내는 이야기들은 지혜로움이 가득한 신선한 것이어서 자꾸 바라게 된다. 법정 스님께 그랬던 것처럼... 

애간장이 끊어지게 불평하지 말고, 넓은 도량으로 세상을 넓게 보라.(221) 

마오쩌둥이 남긴 말이라는데, 세상사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스트레스 날리기는 쉬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이 들수록 내 얼굴에서는 은은한 미소보다는 좀스러움이 드러나는데, 그런 성격일수록 애간장 끓이지 말 일이다.
자기 그릇에 다 채우지 못하면 흘러 넘치는 일이 생길 일이니... 

88세를 미수라고 한다. 쌀 미 米라는 글자 안에 八十八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100세가 넘은 108세를 다수라고 한단다. 차 다 茶 글자 안에는 쌀 미자에 열 십자가 둘 더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전부터 잘 하던 농담이 재수 없으면 백살까지 산다는 거였는데, 다수까지 살게 된다면, 정말 몸도 힘겨울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뭔가 쓰고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자세로 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 결국 몸의 문제로 남는것이다. 

헛된 명예를 위한 사기극(148)이란 글에서
증거를 은닉하거나 곡해하는 것 모두 부덕함이다...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요즘 천안함이 뚝 부러져 생떼같은 젊은이들이 실종되었다. 말이 실종이지 살아돌아올 가능성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그런데,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는 증거를 은닉하거나 곡해하는 일 뿐이다. 부덕이 판치는 더러운 세상이다.
이제 뉴스를 보지 않으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이 그런 일도 힘들게 한다. 

노인이 되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라"는 말이 있다.
노인만 말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들 대다수가, 청년보다는 노인이 더 그런 것이라,
노인들에게 충고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혈기가 쇠하여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으니 각별히 말을 조심하기를...(189)
우리 학교에도 연세가 60이 다 되어가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맨날 사람들과 들이박고 박히는 이에게, 이 말을 들려 드리고 싶지만... 귀가 있을까? 

적응은 해야하지만 영합은 해서는 안 된다.(73) 
100년 정도 사신 분이 남기신 말인데, 이토록 쉽다. 원래 진리는 쉬운 것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법.

자연은 말을 할 수 없지만, 보복할 수도 있고 벌을 줄 수도 있다.
인간이 이 점을 인식하기까지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95)
 

자연에까지 삶과 사고의 범위가 넓어졌다.
엠마뉴엘 수녀님의 100세 이야기를 읽기도 했지만, 100세를 넘게 사는 재앙이 곧 닥칠 모양이다.
대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다.
죽지못해 사는 삶들이 버글버글한 곳.
그곳이 바로 지옥불이 아닐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했던가.
노인을 위해줄 수 있는 후손도 없다.
노인이 되기 위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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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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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 이런 소리가 있다.
멍청한 놈아, 이렇게 설명해 줘도 모르냐?
이러면서 꽥, 소리를 지르시는 선지식의 성난 일갈이 할! 이다.
헐~ 이런 소리가 있다.
멍청한 놈이, 이렇게 설명해 줘도 모를 때,
달을 쳐다보라고 손가락질을 하면, 손가락만 쳐다볼 때, 불쌍한 인생더러 어이없다는 뜻으로 날리는 말이다. 헐~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시면서 말빚을 거두어 들이겠다고 책들을 절판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남기셨단다.
그 정신은 '무소유'를 설파하신 스님께서 그간 남겨두신 '말의 소유'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반성에서 나오셨던 것일게다.
그렇다고 스님의 책을 모조리 모아서 분서라도 하라는 뜻일 리는 없다.
그런 가르침을 통하여 무언가를 생각하고, 좀 배우라고
할!을 한 소리 하시고 가신 걸 게다.
그랬더니 무소유 한 권이 몇 만원을 호가한다는 황당무계한 시츄에이션이 벌어지고 있다 하니... 그야말로 헐~이다.
헐~ 유발자는 <방!>을 내려야 할 노릇 아닌가.
하긴, 헐~ 유발자들에게 방!!!을 석 대 내린다 한 들, 손가락만 바라보며 아프다고 할 노릇이지만... 

두 번째 법문집을 조금씩 조금씩 읽었다.
간혹은 서늘한 가을 바람을 쐬는 듯 시원한 이야기와,
가끔은 따사라운 겨울 양지녘 햇살처럼 온화한 이야기들이,
전혀 어렵지 않게 이야기 속에 녹아 있었다. 

법정 스님의 글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선 불교의 영향으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남발하는 이야기들이 흔한 세상에서,
무소유처럼 역설적인 이치를 논하는 이야기 속에서도 늘 생활 속의 사례를 들어 가면서 쉽게 이야기하시는 그런 글들. 

스님의 법문을 두고두고 읽으라고 책으로 묶었지만, 이미 20년 전의 이야기들이라 간혹 9.11 테러 즈음 이야기도 나오고 한다. 스님의 무소유를 구하지 말고, 지금 팔리고 있는 이런 책들을 읽으면 그 정신을 들을 수 있는 노릇이다. 꼭 무소유란 책을 읽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면 숱하게 널렸을 책들이거늘... 

좋은 책은 베스트셀러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베스트셀러는 한때입니다.
말하자면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합니다.
세월의 체에 걸러져서 남은 책들이 바로 양서입니다.
그런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합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사실 한 번 읽을 가치도 없습니다.
진정한 독서인은 양서와 비양서를 가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양서와 비양서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 독서인입니다.
또 책을 읽을 때는 느긋하게 읽어야지 조급하게 건성으로 읽지 마십시오.
그렇게 읽으면 읽는 것이 아닙니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르게 됩니다. 음미하듯 읽어야 합니다.(
327) 

이렇게 책을 읽는 일이나 법문을 듣는 일이나, 마음 속에서 살질 영혼을 위하는 호흡을 살고있는 이 육신이 중요한 것이지, 많이 읽는 일이나 빨리 읽는 일이나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도 독서 습관을 통해 얻은 것이 하나있다면, 타인들의 리뷰를 통해 좋은 책을 골라낼 수 있는 시야가 열렸다는 것 정도랄까. 

보지 않아도 될 것은 보지 말고, 듣지 않아도 될 것은 듣지 말고, 먹지 않아도 될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또 입지 않아도 될 시시한 것은 입지 마십시오.
하찮은 것들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업의 덫에 얽혀 들 확률이 적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많이 넘치기 때문에, 스스로 자제하고 억제해야 합니다.
나한테 꼭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걸러 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면 나 자신은 쓰레기통이 됩니다.(166) 
넘치는 물량은 결코 맑고 향기로울 수 없습니다.(155)

오늘 저녁, 1박2일이란 연예프로에서 충무김밥을 걸고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방송이 마친 직후부터 부산의 유명한 한 충무김밥집은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한다.
아내가 열 시가 다 되어 거길 갔는데, 완전히 혼이 빠져버릴 정도로 사람들이 문전성시였다고...
세상에 너무 많은 것이 넘친다. 인생의 호흡이 좀 길게 들이쉬고 내쉬어지지 못하고, 지나치게 짧은 호흡에 의존한다.
자제심과 억제심은 없고 쓰레기통에 가까운 수집벽에 나는 물들어 간다.
맛난 먹을 것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거기 현혹되어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들과...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
이 하루라는 것이 우리 생애 가운데 얼마나 귀중한 날인지...
그 하루를 살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하루를 뛰어넘지 못하고, 살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도로써 보내야 합니다.
... 세상은 너무 험난하기 때문에, 깨어있지 않으면 제 길을 갈 수가 없습니다. 깨어있기 위해서 기도하고 참선하고, 나눔도 실천하는 것입니다.(129) 

지나치게 소비하고 위태로움 속에서 면돗날 위의 꿀을 핥듯 험난한 순간들을 사는 현대인들로서, 절에 다니고 교회에 다니는 행동 말고, 진실로 기도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매 순간 깨닫지 못하더라도, 아침과 저녁을 열고 닫을 때, 기도와 함께하는 것은 필요한 노릇일 터. 

탐험가들이 원주민을 짐꾼으로 몰고 가는데, 그들이 요지부동이었다. 잘 가다가 주저앉은 그들에게 이유를 물은 즉,
"우리는 이곳까지 제대로 쉬지도 않고 너무 빨리 왔어요. 이제 우리 영혼이 우리를 따라온 시간을 주기 위해서 이곳에서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랬다.(38)
 

나,는 잘났다 생각하고, 오래 살 거라 생각하고, 너는 어리석다 생각하는, 중생으로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지혜가 있다면, 우리의 영혼이 템포를 놓치는 일을 예방할 수도 있을 일이다. 

스님의 글을 읽고 스님을 만난 어떤 이가 "와서 보니 대단치도 않네. 바싹 마른 중이네!" 했다 한다.
바짝 마른 겉모습은 보고, 스님의 글에 담긴 정신은 잊은 것이다.
나도 사는 일이 그렇다. 매일 겉만 보고, 사람이 곧 부처임을 늘 잊고 산다.
자신이 무상하기 그지없으면서도 부처인 존재인 줄 깨닫지 못하고, 타인을 '중생상'에 얽매 놓고 비평한다.
말 험악하게 하는 걸로는 선생을 따를 자 있을까? 

나쁜 친구란 음울하고 불쾌한 사람, 육신은 살아있지만 정신은 죽어있는 사람.
생각과 대화가 보잘 것없는 사람, 끝도 없이 지껄이는 사람,
남의 의견에 휩쓸리는 사람...입니다.
나쁜 친구를 가려내기 전에 나 자신이 과연 남에게 좋은 친구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227)
  

좋은 선생 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아는 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 

실천하며 살지 않는다면 안다는 것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많이 안다는 일은 많이 분별한다는 것. 적게 알면서도 많이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겸허한 마음은 아는 소리 전혀 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아는 것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물론 필요한 것은 알되, 그것에 우리의 혼이, 의식이 매이지 않아야 합니다.(216)
 

스님의 말씀에 언급된 것처럼, 재물이 없어도 선생 노릇하면서 베풀 수 있는 노릇이 얼마나 많은지, 많이 돌아보는 독서였다. 

재물이 없더라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무재칠시.
따뜻하고 온화한 눈으로 베풀고, 부드럽고 즐거운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고, 좋은 말과 부드러운 말씨로 사람을 대하며,
언제나 몸을 움직여 일어나 맞이하며 정성껏 대하고, 타인이나 다른 존재에 대하여 자비심을 가지고,
자기 자리를 양보하여 베풀고, 다른 사람에게 쉴 공간을 내 주는, 안시, 화안시, 언사시, 신시, 심시, 상좌시, 방사시. (263)
 

스님의 글을 읽는 일은 정보를 얻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부처님의 말씀은 하나도 낯선 것이 없다.
모두 내가 알고있는 것이고, 내가 읽었던 것이다. 모두 옛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던 것이고, 부처님도 이렇게 들었던 것이다.(如是我聞) 

순수한 천국이란 정보가 전혀 없는 곳이다.(203)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불행하다.
 

인터넷을 켜면 실시간으로 뉴스가 전해진다. 예전엔 서울서 뉴스가 부산으로 내려오는 만큼 시간이 필요했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달되는 만큼 시간이 걸리고 했다. 뉴스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흉칙하고 무서운 것들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정보로 제공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는 불행한 곳이다.
현대인들이 바캉스를 떠나고 싶어하는 곳들이 모두 한결같이 정보가 유통되지 않을 법한 산골짜기나 바닷가가 아닌가.
물론, 이 좁은 한국에서는 바닷가 가도 인터넷 빵빵 터지는 피시방이 가득하지만... 

전생 일이 궁금하다면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라. 그리고 내가 현재 짓는 것을 통해서 다음 생을 미루어 알 수 있다.(214) 

그저 읽기만 할 노릇이 아니다.
나의 현생이 그저 그렇다면, 다음 생을 위해 열심히 살 노릇이다.
나의 현생에 힘든 일이 쌓인다면, 다음 생엔 힘든 일 쌓이지 않도록 지금 발심할 일이고,
남들의 현생에 지복이 가득하다면, 질투할 노릇이 아니라 분발심을 가득 낼 일이다. 

스님의 소멸 후에 스님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마음 한켠이 쓸쓸해지는 일이다.
그렇지만, 고통은 집착에서 오는 것,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사시고, 도를 공부하시면서 소멸의 진리를 아시는 스님이셨으니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제발 손가락 좀 그만 쳐다보고 달을 좀 보라고 큰 일갈! 주시고 가셨으리라 생각한다.
스님,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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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지음, 류시화.김소향 옮김 / 문학의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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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불 들어 갑니다... 

이렇게 한 생명은 소멸의 길로 들어섰는가. 

누구나 태어나고 살고 죽고 소멸되기 마련인 것을, 한 순간의 마음 불편함도 참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꿀발린 칼날을 핥고 매일을 산다. 

Joyful Wisdom 즐거운 지혜... 

티베트의 밍규르 린포체가 쓴 책을 옮겼다. 

붓다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우리가 어둠 속을 걷는 데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불을 켜는 방법을 잊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일(53)이라고 한다. 

내 마음의 스위치를 누르면 세상이 그렇게 환해질텐데... 불을 켤 생각을 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어리석음에 날마다 눈물과 한숨이 마를 날 없다는 것. 

이 두꺼운 책의 주제는 다음 문장 하나에 다 담겼다.
명상이란 이런 것이고, 불교는 이런 것이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다음 순간은 다른 경험을 가져올 것이며, 그 다음 순간은 또 다른 것을 가져올 것이다.(102) 

곡률점의 미분 계수가 0이 되는 이야기는 삶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사실 적분되어 나타나는 실체처럼 보이는 것도 한없이 많은 순간들의 집적에 불과할 따름.
내 마음의 미분 계수를 매 순간 바라보는 일은 나의 삶의 적분 결과를 다르게 만들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우리는 멋진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만, 운전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의 상황과 비슷하다.(154) 

멋진 자동차는 주차장에서도 빛나지만, 씽씽 달릴 때 더 멋진 법.
나를 잘 운전해줄 사람은, 운전하는 법을 가장 잘 익힌 운전수, 나밖에 없다. 

명상은 습관적인 생각과 감정, 그리고 신체적인 느낌에 대한 습관적인 반응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각각의 것들에 대해 일어나는 그대로 신선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한다.(179) 

글을 읽을 때는 마음이 가득 환하지만, 간혹 마음의 스위치는 저도 모르는 사이 캄캄하게 눈앞을 가로막는다. 미망의 길로 접어드는 앞길의 스위치를 늘 깨닫고 살기를... 

물 소리 바람  소리 들으면서도 마음의 스위치를 눌러 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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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6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3-16 08:47   좋아요 0 | URL
접수...까지는 좀 웃기구요.
요즘 학기초라서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이 책 되게 오랫동안 읽어서... 리뷰를 쓰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