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 말고 한나가 교통사고로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는 겹쳐짐이 없다는 구절을 읽을 때 아이의 친한 친구가 떠올랐다. 아이의 모든 교우관계와 24시간을 체크하는 그 엄마 마음을 잠깐 헤아려본다. 아이가 느낄 고독과 아이들의 우정을 떠올린다. 사람들 얼굴이 다 다르고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른만큼 어느 쪽이 옳다 옳지 않다고 쉽사리 판단할 일은 아닌듯 싶다. 가족에게 이질감을 느낀다는 건 가슴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친구가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독립하고싶다, 내 몸은 나의 것, 내 시간은 나의 것이니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살고싶다는 마음이 더 강한 건 당연한듯. 소설에서 한나가 자신의 가족에게 느끼는 이질감 또한 서로 다른 문화와 풍경을 접하고 살아가니 자연스럽게 드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한나 부모가 갖고 있는 사대주의가 엿보여서 피식 웃었다, 자조적으로. 해가 따스하고 바람은 아직 쌀쌀하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Gabby is the only person on the planet I trust to hear my pain. 

  I howl into the pillow. She holds me tighter. 

  "Let it out," she says. "Let it out."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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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6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omen don't need to be thin to be valuable. (32) 




 

 제부가 바프를 찍는다고 한다. 바프가 뭐야? 먹는 거야? 바디 프로필. 그래서 다이어트와 근육 운동을 병행하기 시작.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게 유행 시작인가. 바프라는 건 누가 시작했을까. 일반인들 사이에서 속옷만 입고 바프 찍는 게 유행인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테일러 젠킨스 리드 예뻐서 엄마도 이렇게 덩치 있는 거 좋아, 엄마도 해볼까? 했더니 싫어, 싫어, 막 짜증을 내는 딸아이에게 딸기를 멕여주면서 이 언니 덩치 있는 거 멋지지 않아? 하니 이 언니는 예뻐. 근데 엄마가 이렇게 되는 건 싫어, 엄마가 홀쭉이가 되건 덩치가 있건 엄마는 그대로 엄마인데. 해도 막무가내로 싫어 싫어, 하는 딸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책표지를 보다가 근데 소설에 나오는 한나는 이렇게 날씬이가 아닌 걸로 나오는데 여기에는 날씬이구만, 깨달았다. 그러니까 모두 주입식일까. 몰랐을 때는 그게 자연스러운 거려니 했는데 알고나니 하나씩 보인다. 왜 날씬해져야 더 강건해진다고 여기는걸까. 날씬해져야 더 아름다워지고 그 아름다움을 권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입식 사고, 이 틀을 깨부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일지 딸아이와 이야기하면서 다시 깨달았다. 


 단순화의 작업, 이게 필요하다. 아직 3월 초반이니 그렇다 쳐도 정신없이 하루하루 흘러간다. 늦잠을 자지 못하고 할 작업량이 많아지니 아이도 긴장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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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울 거 같다고 교복을 입고 처음 등교를 하는 딸아이에게 극구 패딩을 입혀 보냈다. 좀 오바인가 싶었으나 도서관에 가기 위해 집 밖을 나서니 패딩을 입은 이들 있다. 나도 패딩 입고 나갔다. 하지만 해가 뜨거웠다. 좀 덥네 했다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학교로 가다가 결국 패딩을 벗는 딸아이 모습을 떠올렸다. 좀 춥고 좀 따뜻했다. 이런 날 감기 걸리기 딱인데 코로나가 극성인 이 시기에 감기 걸리면 큰일이니 싶어 패딩을 입혀 보냈는데 오바했던 거 같다. 


 사실은 도서관에 가려고 했는데 좀 걷고 싶어서 걷다가 그만 익숙한 장소에 도착하고 말았다. 어머나 저 책은 



 



















 낯이 익어서 살까 말까 갈등하다가 아니야 참자 하고 참았다. 그냥 구경하러 온 거잖아.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다시 로맨스 섹션으로 가서 갈등에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다가 아니야 참자 하고 다시 참았다. 곧 읽어야 하는 원서 2권이 이미 내 품에 있으니 더구나 3월에 책 구입은 이미 완료 상태. 그래서 구경만 하고 좀 이따가 하고 자꾸 집어들려고 하는 내 손등을 내가 찰싹 때리면서 잡지 못하게 했다. 이미 내 마음은 온통 로맨스로 향한 것인가 그런 것인가 대체 나는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는가. 왜 불혹을 넘긴 나이에 로맨스에 탐닉한단 말인가. 갈등하다가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자 싶어 갈등을 끝내고 버스를 탔다. 이미 품에 있는 책은 다음과 같다. 


 Sally Thorne, [The Hating Game]

 Taylor Jenkins Reid, [Maybe in another life] 


 

 로맨스는 쓸 자신이 없지만 칙릿은 정말 쓸 자신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한동안 읽겠다. 그러니까 질릴 정도로. 하지만 문제는 이러하다. 질릴 수 있을까. 짧은 인터뷰를 보고 좀 더 긴 걸 발견했네? 메이비_ 다 읽고 데이지 존스 바로 다시 읽을까. 































  로맨스를 마구 읽는데 로맨스에는 로맨스만 있는 게 아니더라. 그래서 더 자꾸 로맨스를 읽게 되는걸까. 더 이상의 책 추천은 사양하도록 하겠다 라고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그만 이렇게 톡이 가고말았다. 더 이상의 책 추천은 사랑하도록 하겠다. 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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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3-02 1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맨 위에 책 무척 익숙해 보이는 건 무슨 일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로맨스 당분간 사절하랬더니 비타님 방에서 또 잔뜩 담아갑니다. 테일러가 비타님 마음에 들었나봐요. 기억해 두겠어요.
더 이상의 책 추천은 저도 사랑하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vita 2022-03-02 16:42   좋아요 2 | URL
제게 영어원서 추천해주시는 친구들이 두 분 계신데 말이죠, 한 분은 이미 단발님도 아는 분이고 다른 모르는 친구가 이거 로맨스 아닌데 잼나 라면서 두 권을 던져주시지 뭡니까. 그래서 사지는 않구요 장바구니에만 넣어놓았어요. 단발님 저 요즘 영문법 책 10독 하려고 하는데 말이죠 자꾸 졸려서 자요. 10독은커녕 1독 하기 이번 인생 글렀나 그렇다면 그냥 로맨스만 1000권 읽고 죽을까 그런 생각을 문득 해봤답니다?! 😳 한 권 10독 이번 인생에 나는 글렀나 그렇다면 인정하고 로맨스만 1000권을...... 하고 어머낫 괜찮은데 라고 혼자 머리를 쓰담쓰담해주었다지요.

책읽는나무 2022-03-03 10:21   좋아요 0 | URL
비타님 댓글 마지막 부분 읽고 빵 터졌어요.
비타님의 천재성도 귀엽~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3-02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심을 숨기지 못하는 비타님 ㅎㅎ 이 페이버 보는 것만으로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계속 읽으세요! 계속 사세요!

vita 2022-03-02 18:00   좋아요 2 | URL
아니요 저도 한달에 딱 3권 이렇게 정해놓고 사려고 해요 햇살과함께님, 거짓말 아니라 진짜루요, 3월2일이니 새로운 인생의 장을 향하여!!!

유부만두 2022-03-02 1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오늘 좀 춥고 좀 따뜻했죠.
비타님 댁 중학생, 입학 축하합니다!
매일 보는 아이라도 교복을 입혀놓으면 또 낯선듯 엄마랑 닮았을 것 같아요.

책은 … 그러니까 … 책은 다다익선 아니겠습니까.

vita 2022-03-02 18:03   좋아요 3 | URL
전 춥고 덥고 춥고 덥고 이래서 아 갱년기 증상이 다시 오나 이러다가요, 좀 애매하게 옷을 입고 나갔던 거 같아요. 하지만 추위 잘 타는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 꼭 패딩을 입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언니;;;; 중딩 아가는 공부를 안 하려고 뺀질거려서 (아무래도 제 피인가 봐요) 저와 하루에 수십번씩 악다구니를...... 지를 때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어요. 그래도 중학생이라니 좀 감격의 눈물이 막 나오려고 했어요. 언니 아가도 오늘 고등학교 입학했겠네요. 듬직할 거 같아요. 듬직한 아가?! :)

책은 진짜로 줄이려구요, 영어책만 사고싶은데 실력이 안 늘어요 언니.........

moonnight 2022-03-02 1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vita님 본마음이 카톡에 실려갔군요^^ 안 읽은 책이 집에 넘치는데도 조카아이 책 사면서 또 쓸어담고 있어요ㅜㅜ 사랑이야. 사랑. 이렇게 주문을 외워야겠어요^^;;;;

vita 2022-03-02 19:43   좋아요 2 | URL
달밤님 정말 오랜만인데요! 저는 쓸어담는 건 좀 힘들고 한달에 딱 3권만. ^^ 하지만 사랑이 넘쳐나려고 해서 그게 좀 문제입니다 언제나처럼 -_-;;;;;;

바람돌이 2022-03-03 0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본심은 숨길수가 없어요. ㅎㅎ 여기 남쪽은 바람의 냄새가 달라졌어요. 찬 기운이 가시고 뭔가 따뜻함이 느껴진달까?
파카는 벌써 벗었고요. ^^

vita 2022-03-03 12:2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제 아침에 창문 활짝 열고 청소기 돌리고 있노라면 봄이 왔구나 하고 몸으로 먼저 느껴요. 하지만 여전히 나갈 때 패딩을 입고 나가는...... 아마 내일까지 그럴 거 같아요 ^^;;;; 봄이 오니까 조금 더 자주 웃게 되는 거 같아 좋아요. 바람돌이님 정신 없으실 텐데 보부아르 읽기 시작하신다고 해서 반가워요. 더 확실한 봄바람이 오는 거 같습니다. :)

psyche 2022-03-03 0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타님 따님의 중학교 첫 날이었군요. 축하합니다!
교복 입은 딸의 모습을 보는 건 뭔가 다른 느낌일 거 같아요. 아이에서 소녀로 쑥 커버린 듯 한 뭐 그런 느낌?

vita 2022-03-03 12:26   좋아요 0 | URL
일단 먹는 양이 달라졌어요. 밥공기 두 공기는 기본이구요. 계속 먹을 걸 입에 달고 살아요. 성장기니까 아무래도 에너지원이 더 필요한 거 같아서 저는 오늘도 시장에 다녀오려구요, 언니. 축하 감사드려요. 얼른 키워서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하고 싶어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03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딩 아가 따님의 입학 축하하고, 중딩 학부모님 되신 것도 축하해요^^
근데 중딩 어머님이 이리 사랑스러워서 어쩐답니까?
로맨스~♡ 더 이상의 책 추천도 사랑해 버리고 마는 사랑둥이♡ ㅋㅋㅋ

vita 2022-03-03 12:27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도 축하드려요. 아무래도 읽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확 줄어드는 기분입니다, 개학을 하고나니. 얼른 분주한 기간이 지나면 곧 안정적인 스텝을 맞추게 될듯 해요. 로맨스 좋아요. 압도적으로 좋아하게 될 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ㅜㅜ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책을 다 읽고난 후 바로 조지 실버의 소설도 완독. 공교롭게도 여기에는 임자 있는 남자와 키스를 하는 여자 주인공들이 존재한다. 잭과 로리. 데이지와 빌리. [원 데이 인 디셈버]의 잭은 사라라는 여자친구가 있는 임자 있는 존재이다. 로리와 잭이 첫눈에 반했다 쳐도 하늘은 그들을 단번에 만나게 해주지 않아서 천생연분이라고 말하기 애매한데 로리가 잭을 포기할 무렵쯤 베스트프렌드 사라의 애인이라면서 잭이 등장한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 라고 로리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친구와 세상에 태어나 첫눈에 반한 남자 사이에서 로리는 갈등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베프의 애인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는 서로에게 무한히 끌리고 결국 알콜 기운에 키스를 저지르고 만다. 우리 이러면 안돼. 하면서 키스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고 한다. 그런데 이미 키스를 했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강한 전류를 일으키는지 테스트해본 결과라고나 할까. 키스하지 말아야 할 사람과 키스를 하는 경우는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에서도 등장한다. 함께 곡을 만들면서 노래를 만들면서 데이지와 빌리는 서로에게 마구 이끌린다. 하지만 빌리는 이미 아내도 있고 딸도 있는 임자 있는 몸이다. 서로를 강하게 부정하며 싸우며 분노하다가 결국 그들은 키스하고만다. 빌리는 키스하고 이야기한다. 우리 이러면 안돼 라고. 데이지는 말 그대로 분노의 불길에 휩싸여 더 마약 속으로 탐닉해들어가고 결국 잘못된 상대방과 결혼을 하는 실수도 저지르게 된다. 이쯤에서 나는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 잠깐이나마 끄적일 시간을 가져야겠다 여겼다. 


 사랑하지 말아야 할 상대방과 하필 사랑에 빠졌을 때 어른들은 어떻게 하는가. 물론 이 두 권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20대 불 같은 나이대지만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넘어서 사랑하지 말아야 할 상대방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 이곳저곳에서 얼마나 이런 사랑들이 많던지 어른들의 사랑이라는 건 정말 불가해하다 싶을 때 있다. 그럼에도 카밀라(빌리의 아내)가 데이지를 침대 위에 앉혀놓고 그 옆에 앉으며 나도 알아, 내 남편이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내 남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너희들이 서로를 얼마나 원하는지 이미 나도 다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내 남편을 결코 놓지 않을 테고 내 가정을 지킬 것이다. 그러니 너도 너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해라 할 때 이때까지는 뻔한 소리 아닌가 이미 다 아는 익숙한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데이지가 카밀라에게 나도 너처럼 멋지게 살고싶어, 하지만 난 너처럼 살 수 없어. 그래서 네가 부러워 할때, 카밀라는 데이지의 손을 붙잡고 이야기한다. 너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이고 뮤지션이다.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나는 알고 있다. 라고 이야기할 때 데이지는 정신을 퍼뜩 차리게 된다. 끝이 아니구나. 내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나지 않겠구나. 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조곤조곤 설명해줄 때 깨닫게 된다. 이 구절들을 읽을 때 알았다. 이렇게 해서 여성들간의 연대_라는 리뷰가 있었던 거로구나 하고. 


 A HOPE LIKE YOU 는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에서 데이지와 빌리가 부르는 노래 제목이다. 사랑하는 연인보다 더 거대한 의미일 수 있는데 연인이 될 수도 있겠다. 애인이 되거나 배우자가 되거나 부모가 되거나 자식이 되거나 조카가 되거나 사랑하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연적에게 a hope like you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겠지만 데이지에게는 카밀라가 그런 존재가 되었고 카밀라에게는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노랫말을 쓴 데이지가 a hope like you가 될 수 있었다.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의 소설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 소설과 이번에 읽은 소설을 겹쳐보면 가족에 대한 신실함, 가족애가 소설의 바탕에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말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연인을 떠날 수밖에 없는 건 연인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내 존재의 뿌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_ 그런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한다. 다른 소설들을 읽어봐야 이 언니 생각이 더 그러하다는 걸 알 수 있겠지만 인간에 대한 신의라는 것에 대해서 이 작가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조지 실버의 [원 데이 인 디셈버]는 해피 엔딩이다. 돌고돌아 그들은 사랑하게 된다. 아주 평범한 사랑 이야기의 결말처럼, 모든 로맨스 소설의 해피 엔딩처럼. 그리고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의 데이지와 빌리 역시 먼 길을 돌고돌아 결국 해피 엔딩을 맞이하리라는 복선이 소설 결말에 나타난다. 로리와 잭이 약 10여 년을 돌고돌아 사랑하게 되는데 데이지와 빌리는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지나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결말에 다다른다. 만일 내가 스물이나 서른에 이 두 편의 소설을 읽었더라면 아이구 속 터져야 그냥 후딱후딱 진도 나가고 사랑하고 비참해지다가 파국을 맞이하든가 말든가 제발 쫌! 이라고 소리를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쉰에 다다르고보니 좀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다양하게 이렇게도 저렇게도 보고 이 사람 이야기도 들어보고 저 사람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결론을 내려도 시간이 아직은 넉넉하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근래 코로나를 겪는 동안 흰 머리가 수북해졌다. 작년 가을에 염색을 하고 빠마를 했는데 그 후로 난 머리카락 뿌리는 새까맣고 동시에 흰 머리카락들이 수북하게 정수리를 뒤덮었다. 나이를 든다고 해서 사랑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고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더 깊이있게 사유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현상을 보고 이 사람 이야기도 들어보고 저 사람 이야기도 들어보고. 세상이 돌아가는 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살펴주는 활동 때문이라는 걸 얼추 알게 된다. 


 해가 졌지만 아직도 배가 빵빵하다. 딸아이와 먹은 점심이 너무 거했나보다. 곧 날이 더 따스해지면 운동화를 신고 조금 더 자주 나다닐 수 있겠구나 무거운 패딩을 입고 나가지 않아도. 곧 날이 더 따스해지면 집 근처에 북카페가 두 군데 새로 오픈한다고 하니 이동하면서 여기에서 책을 읽고 저기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싶다. 에이 호프 라이큐. 이 말이 좋아서 중간중간 소리내어 말했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주연은 누가 맡을지, 노래는 누가 부를지 벌써 궁금하다. 격렬하고도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연이어 두 편 읽다보니 곧 봄이라고 한다. 전쟁이 일어났다. 이 봄에 전쟁이라니.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닿는 이들, 더불어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폴란드 사람들 사진을 보면서 기사를 읽으면서 작은 소리로 웅얼거리듯 기도를 하게 된다. 딸아이에게 프랑스에서 만났던 폴란드 친구들, 얼마나 다정하고 똑똑하고 아름다웠던지 그 폴란드 친구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난 벌써 폴란드를 사랑하게 되고 말았어, 라고 아이는 소리쳤다. 가슴 따뜻한 나의 폴란드 친구들은 아직도 프랑스에 있을지 아니면 폴란드로 돌아갔을지 모르겠다. 조카는 우크라이나 전쟁 광경을 뉴스로 보면서 울었다고 한다. 전쟁이 나 참전을 하게 되는 아빠들과 헤어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울었다고 한다. 전쟁은 나쁜 거야, 푸틴은 나빠, 유치원을 갓 졸업한 연수는 엉엉 소리내어 울면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총을 잡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무사하기를, 아이들이 무사하기를,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무사하기를, 나도 조카를 따라 작은 마음을 보태 두 손을 모아본다. 낯선 이들을 위해 저 멀리 계신 누군가에게 웅얼거리며 마음을 속삭인다. 당신이 우리의 작은 속삭임들에 모두 귀기울이시어 이 불행이 그만 멈추어지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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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3-01 1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데이지 존스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책이네요. 저도 얼른 따라 읽어야겠어요. 어른의 사랑도 결국 20대의 사랑과 똑같지 않나 싶어요. 더 가진게 많다고 해서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니구요. 확 미쳐 버리는 순간이 있기는 하잖아요.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에 회의적인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연수의 기도를, 연수의 눈물을... 하나님께서 꼭 기억해주시길 ㅠㅠㅠ 저도 같이 기도할게요.

2022-03-01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Karen: It was a man's world. The whole world was a man's world but the recording industry... it wasn't easy. You had to get some guy's approval to do just about anything and it seemed like there two ways to go about it. You either acted like one of the boys, which is the way I had found. Or you acted real girlie and flirty and batted your eyelashes. They liked that. 

 But Daisy, from the beginning, was sort of outside of all that. She was just sort of "Take me or leave me." 


Daisy: I didn't care if I was famous of not. I didn't care if I got to sing on your record or not. All I wanted to do was make something interesting and original and cool. 


Karen: When I first started, I wanted to play the electric guitar. And my dad got me piano lessons instead. He didn't mean anything by it - he just thought the keys are what girls play. But it was stuff like that, every time I tried anything. When I  auditioned for the Winters, I had this really great mini dress I'd just bought, it was pale blue with a big belt across it. It felt like a lucky dress. Well, the day I tried out, I didn't wear it. Because I knew they'd see a girl. And I wanted them to see a keyboardist. So I wore jeans and a University of Chicago T-shirt I stole from my brother. Daisy wasn't like that. It would never have occurred to Daisy to do that. 


Daisy: I wore what I wanted when I wanted. I did what I wanted with who I wanted. And if somebody didn't like it, screw'em. (94) 


























 아이 등교준비하면서 틈틈이 읽었다. 매생이떡만두국 맛이 일품이었다. 표지를 보더니 딱 봐도 19금! 이라고 아이가 놀렸다. 이봐요, 저는요 곧 쉰이랍니다. 그러니 19금 미친듯 쌓아놓고 읽어도 좋을 나이랍니다. 하니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레몬에이드를 흡입하는 딸아이. 왜 제 책은 안 보일까요? 옛날 책이라서 안 보이는건가. 힝. 좀 지루하다는 평이 많던데 아직까지는 별다른 지루함 느끼지 못하고 읽는다.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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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2-03-03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기서 매생이떡만두국이 어떤 맛일까 궁금합니다. ㅎㅎ

vita 2022-03-03 12:29   좋아요 0 | URL
언니 단발님 집 근처에 있어요. 한국 오시면 같이 가요. 맛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