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딸
Luis Berdejo 감독, 케빈 코스트너 외 출연 / 오크트리(Oak Tree)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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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케빈 코스트너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다.

시종일관 공포/스릴러 영화의 오프닝에 해당하는 장면만 주구줄창 나오다가 갑자기 '엑스 파일' 식의 결말로 끝을 맺는다.

갑자기 이혼하고 떠나버린 아내 때문에 두 남매와 함께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사 온 소설가 존은 집 근처에서 이상한 흙더미를 발견한다.
딸 루이사는 밤마다 나가서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오고...
그리고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또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온다.
이쯤하면 뭔가 제대로 된 사건이 터져야 하는데, 그저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거나 아빠에게 반항하는 정도의 소소한 일들만 계속된다.

생각해보면 무덤 위에 올라가지 말라는 동양적인 정서의 공포도 느껴지고, 나이트 샤말란의 '사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뒷목의 상처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갑자기 다크서클을 하고 달려드는 루이사도 별로 무섭지가 않다.

딸 루이사가 점점 미쳐간다거나 변해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흙더미를 발견한 때부터 맛이 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화면이 몇 번 번쩍번쩍 하다가 외계인 같은 존재가 갑자기 등장하고 끝이 난다.

영화 내내 밋밋한 건 둘째 치고라도 도무지 줄거리라고 해야 할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영화 자체보다도 더욱 아쉬운 것은 케빈 코스트너의 추락이다.
한때는 미국의 연인이었던 그가 발 킬머나 캐스퍼 반 디엔처럼 3류 영화에서 망가지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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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Behind Enemy Lines II: Axis of Evil (에너미 라인스 2 - 악의 축) (한글무자막)(Blu-ray) (2006)
20th Century Fox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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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넘치는 공중전과 긴박감 넘치는 폭파 장면들을 선사했던 전편의 기억 때문에 속편도 큰 기대를 하고 봤다. 하지만 역시 속편은 전편의 제목을 빌린 허접스러운 속편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에너미 라인스2'는 어설픔과 조잡함의 극치를 달리는 첫화면부터 관객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남한의 위기, 미국의 대응에 관한 내레이션이 이어지는데, 남한에 관해서 설명하는 자료화면에는 남대문과 서울의 시가지가 좀 나오더니 서울의 거리에서 여흥을 즐기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그들은 한국의 음식을 갖고 유치한 농담을 나누는데 그 장면들 사이로 지나가는 제복의 아가씨들은 북한인지, 중국의 경찰복을 입고 있다. 하긴 미국의 관객들에게 한국의 경찰들이 중국의 제복을 입었건 북한의 제복을 입었건,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건 동남아의 가난한 나라이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마는...
한국사람들이 노인이나 호랑이로 나타나는 정령을 믿는다는 이야기, 국적불명의 농가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 또한 사실이건 아니건 상관없을 것이고 말이다.

북한이 1만기가 넘는 미사일로 서울을 공격하거나 아니면 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을 겨냥할 것이라는 설정, 서울의 시민들을 대피시키려는 계획들이 현실성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영화일 뿐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뭐, 액션영화이니만큼 설정이야 어쨌든 간에 액션만 화끈하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환상적인 공중전을 보여줬던 1편의 제트기들은 찾아볼 수 없다.
공수부대원들이 세트장임이 분명한 비행기에서 역시 세트장임이 확연히 표시 나는 암흑 속으로 낙하할 뿐이다.
정신 없이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딱총 몇 번 쏴대던 주인공들은 뜬금없이 군부대에 있던 택시(!)를 타고 도주한다.

'에너미 라인스2'는 처음부터 끝까지 괜찮은 장면 하나 괜찮은 액션 하나 없는 볼품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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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코스 Glaucos 1
다나카 아키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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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흑과 백의 만화로는 표현하기 힘든 바다 속의 풍광과 등장인물들의 잠수 장면들을 너무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프리 다이빙의 두 가지 종목, 스태틱과 콘스탄트에 대한 묘사도 섬세하기 그지없다.
작가 다나카 아키오는 '군계'에 이은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을 그려낸 것이다.
바다에 미친 사나이들의 경쟁과 우정,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그들의 꿈과 의지...
하지만 작가가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자료를 조사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있다.

'글로코스'의 스토리는 너무나도 안일하다.
뤽 베송 감독의 걸작 영화 '그랑브루'와 쌍둥이처럼 흡사하기 때문이다.
심연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뭉쳐있는 바다의 사나이, 과도한 경쟁심 때문에 스스로 몰락하고 마는 그의 경쟁자, 세상에 남겨진 주인공의 연인과 그녀 뱃속의 아기, 결국 깊고 푸른 바다 속으로 사라져가는 주인공...
이건 거의 '그랑 블루'의 만화 버전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내용이다.
-물론 따지고 들기만 한다면 옛 제자에게 배신당한 스승 클로드, 주인공 시세의 남태평양 고향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등 몇 가지 다른 설정이 있기는 하다. 전부 ‘그랑부르’의 줄거리에 덧붙인 수준이다.-

결국 이 작품은 창의성 없는 설정, 표절이나 아류작에 가까운 줄거리가 문제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노력과 섬세한 묘사를 한순간에 망쳐버린 것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던 영화 작품을 그대로 따라했다는 점뿐이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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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인(프리미어6월맞이할인)(夢中人)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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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은 통통한 너구리처럼 변해버린 주윤발의 앳된 모습과 '동방불패' 이후 사극으로만 유명해진 임청하의 귀여운 커트머리를 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뉴욕을 떠나 홍콩에 정착한 음악가 송위는 꿈속에 나타나는 2천 년 전의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장예화 또한 2천 년 전의 송위와 사랑을 나누고 이별을 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둘은 진시황의 토우 전시회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데, 서로가 꿈속에 그리던 연인임을 알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하지만 송위에게는 이미 8년이나 사랑하던 연인이 있었고 그 때문에 둘의 사랑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송위의 연인 아리는 8년의 사랑도 2천년의 사랑과 같은 거라고 절규하고, 장예화는 2천 년 전에는 둘이었지만 지금은 셋이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쌍팔년도 시절의 영화라는 점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을 크게 방해한다.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느릿느릿하고 별다른 볼거리 없이 밋밋하다. 2천 년 전의 임청하가 매혹적으로 춤을 추는 장면도 썰렁하기 그지없다.
여주인공들의 펑퍼짐한 80년대 패션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촌스럽고, 임청하가 추는 엉성한 춤은 마치 개다리 춤을 연상시킨다.
아름답고 애절한 장면이 되었어야 할 빗속의 키스씬에서는 쌍팔년도 영화답게 규칙적으로 강약이 조절되는 인공지능 빗방울이 신경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21세기에 보는 '몽중인'은 심심풀이 농담거리에나 적절한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고민하는 주윤발의 쌉쌀한 표정, 송위와 아리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는 임청하의 허전한 표정만큼은 두고두고 잊히지가 않는다.
물론 임청하가 직접 불렀다는 주제곡 또한 오래도록 기억 속에 머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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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젊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팀 로스 외 출연 / 영상공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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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미국을 대표하는 천재 감독이었던 프란시스 F 코폴라가 이제는 10년 만에 겨우 찍는 영화도 유럽의 작은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나 싶은 마음에 영화도 보기 전에 서글픔이 밀려온다.

솔직히 영화 자체도 이해할 수 없는 환영과 종잡을 수 없는 불교 사상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즐겁게 보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평생 수천 편의 영화를 보면서 보다가 잠든 경우는 두어 번밖에 없었는데, 이 작품은 졸음을 참기 힘들었다.

주인공 팀 로스의 연기는 참 좋았다.
'인크레더블 헐크'같은 블록버스터나 '저수지의 개들'같은 스릴러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쳐보이던 배우였는데, 이 작품에서도 수십 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주인공을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명성과 주연배우의 연기, 맷 데이먼의 특별출연같은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허투루 볼 영화는 아니다. 그저 황당한 졸작이라고 폄하하기에는 감독과 배우들의 무게감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야 비슷한 소재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같은 작품보다는 훨씬 깊이 있는 작품일 테지만, 평범한 관객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루하고,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윤회 사상인지, 집착에 대한 덧없음인지 아니면 젊음의 소중함인지, 인도 철학과 노장사상인지...
(마지막 수첩 속을 보면 장자의 호접몽은 이 영화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이 작품을 즐기기 위해서 비슷한 줄거리, 학문적 열정을 이루기에 인간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내용의 '파우스트'같은 고전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개인적임 감상과는 상관없이, 이 작품이 '숨은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프란시스 F 코폴라의 추락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제에서의 의례적인 박수와 긴 침묵, 뒤이은 상반된 평가들... 코폴라 감독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수준의 평가다.

어쨌든 섣불리 이러쿵저러쿵 할 수가 없다. 그가 젊은 시절에 보여준 놀라움만으로도 이 작품을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의 천재성이 시대를 앞서간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과연 내가 몇 살이 되면 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주인공의 나이인 일흔 살이 되어서 다시 본다면 감흥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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