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 이근배 시선집 시월 활판인쇄 시선집
이근배 지음 / 시월(十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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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시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중에서

             시인은 1940년 충남 당진 출생. 196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6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6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사랑을 연주한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 [한강],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                

             [달은 해를 물고],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등이 있으며

             육당문학상, 편운문학상, 가람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월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생각으로만 읽으면 참 무겁게 얹히는 말이고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자꾸 소리 내어 읽으면 살가워져서 가볍게

모든 절망을

모든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살다가 보면

당신은 지금, 어느 고비쯤을 넘어가고 계시는지요.

살다가 보면,

좋은 날……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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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디 붉은 호랑이 애지시선 2
장석주 지음 / 애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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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 (애지 2005)]에서

                          시인은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당선.

                          시집으로 [햇빛사냥], [그리운 나라],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한 바지], [애인], [붉디붉은 호랑이],

                          [절벽], [몽해항로]등,

                          평론집으로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 [비극적 상상력], [문학, 인공정원],               

                          [풍경의 탄생]등,

                          소설로 [낯선 별에서의 청춘], [길이 끝나자 여행은 시작되었다]

                          [세도나 가는 길]등,

                          산문집으로 [비주류 본능], [새벽예찬]등 다수의 저서가 있음.


 

 

대추 한 알,

그를 스쳐간 시간이 그 안에 담겨있습니다.

저게 저절로

저게 저 혼자……. 우리 자신이기도 합니다.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

우리를 스쳐간 시간, 우리를 스쳐간 인연,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어도 우리 안에 우주가 살아있습니다.

단 하루도

단 한 사람도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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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는 노래 창비시선 36
김정환 지음 / 창비 / 198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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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노래

            

                          김정환



저문 날, 저문 언덕에 서면

그래도 못다한 것이 남아 있다

헐벗은 숲속 나무 밑, 둥치 밑에

스산한 바람결 속 한치의 눈물 반짝임으로

마지막인 것처럼, 가랑가랑 비는 내리고

그래도 손에 잡힐듯

그리운 것이 있다

살아남은 것들이여 부디

절규하라 계절이 다하는 어느 한숨의 끝까지

우리들 사랑노래는 속삭여지지 않는다

기억해다오 어느 외침의 미세한 부활과

절망과 기대와

그리고

어떤 질긴 사랑의 비린 내음새를. 안녕.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중에서

               시인은 1954년 서울 출생. 1980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지울 수 없는 노래], [황색예수전], [사랑노래], [해방 서시],

               [좋은 꽃], [회복기], [순금의 기억], [하노이 -서울 시편], [레닌의 노래],

               [드러남과 드러냄], [거룩한 줄넘기], [유년의 시놉시스] 등 다수.

               소설로 [파경과 광경], [세상 속으로], [사랑의 생애], 등.

               산문집 [ 고유명사들의 공동체], [이 세상 모든 시인과 화가] 등.

               교양서 [음악이 있는 풍경], [내 영혼의 음악], [한국사 오디세이] 등.

               번역서로 [더블린 사람들], [세익스피어 평전] 등이 있으며

               [아름다운 작가상] [백석문학상]을 수상




저문 날, 저문 언덕에 서면

소멸해가는 하루가 번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애틋하고 애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고 다시 새로움을 만나는 것을 반복하는 고단한 생애가

어찌 계절뿐이겠습니까.

그리움조차 잠시 비워두어도 좋을 늦가을,

…… 

지금의 말줄임표

그 여백을 기억해주십시오.

 

 

풋풋한  청년의 모습을 한 시인의 사진이 실린 첫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 재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막막하던 20대의 시절

많은 편지에 베껴먹은 시편들을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감회가……

오래 묵은 책에는

그때의 낙서와 함께

추억까지 가득하더군요.

그리고 시는

다르게 읽히기도 했습니다.

 

사흘,

혹독한 몸살을 앓고 나갔더니

[늦가을 노래]가 사라졌습니다.

저장해둔 파일도 날아가버리고 겨우 겨우

다시 만든 [늦가을 노래] 이래저래 애틋합니다.

2010년 11월,

이렇게 지나갑니다.

그대, 어찌 지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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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천양희 지음 / 작가정신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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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이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1942년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등이 있으며,

                                  짧은 소설 [하얀 달의 여신]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어쩌면 딱! 내 맘이야.’싶은 시입니다.

사람 때문에 많이 다치고

사람에게 다시 희망을 거는 시인의 마음이 집혀오는.

허기지고 또 허기지더라도 사람을 만나는 일,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의 일입니다.

저는 사람 안에서 사람으로 사는 일이 행복합니다.

행복은 결국 제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입니다.

그대도 그러시길,

날마다 그러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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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평전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송하선 지음 / 푸른사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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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문득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결에서

떠나버린 이의 서늘한 기운을 느낍니다.

엊그제 아니라, 오래 전에 떠나버린 이가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의 향기로 지나갑니다.

향기로운 이별, 아슴아슴한 자취의 기억,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라도 그 추억이 살게 합니다.

그대도 그런 하루를 사셨는지요.

무탈, 하신지요. 

바람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그대여, 늘 강건하십시오

 

 

2011, 일월의 편지를 끝으로 그럭저럭 4 년을 몸담은 그 곳을 떠나왔습니다.

그 곳에서 시간,

좋은 일, 좋은 사람, 좋은 기억이 나쁜 어떤 것들 보다 많았습니다.

그러면 됐다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제 안의 셈법은 계산합니다. ^^

 

전 떠나왔어도

그 곳 화장실 한쪽엔 저 시가 붙어 있을 겁니다.

저였는지

시였는지

둘 다였는지를

좋아한 몇, 몇의 마음을 차마 모른 척 할 수는 없어서

봄까지는 몇 편을 준비해 주고 떠나왔지요.

남은 이들이나 잠시 그곳에 머무는 이들을 위해서 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라앉고 싶은 어떤 날에도

누추한 삶이 부끄러운 어떤 날에도

그 곳을 지키고 있을 시 한 편 생각에

정작 제 자신이 넉넉해지고 뿌듯해집니다.

뭔가 소용되는 일 한가지는 한 듯

제게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지요.

여러모로 시는 제게

보잘 것 없는 삶을 빛나게 해줍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그대는 어찌 지내시는지?

무탈... 하시지요.

그러리라, 반드시 그러리라 믿습니다.

2011, 2, 27,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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