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 받침 한 글자 사계절 저학년문고 42
김은영 지음, 김수현 그림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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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시인은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로 처음 만났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던 시집이 무척 좋았던 기억, 그리고 그 시인이 남자였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 울 언니랑 이름이 같아서 무척 신기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작년에 5학년 교과서에서 다시 시인을 만나고 괜히 나 혼자 반가웠었다.  

다시 시인의 시집을 만났다.  

보통 시집이나 단편 동화집에는 표제작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시집의 어디에도 <ㄹ 받침 한 글자>라는 시는 없다. 대신 모든 시의 제목이 'ㄹ 받침 한 글자들'이라는 것부터 심상치 않은 말놀이가 예상된다.  

정호승의 <<말놀이 동시집>>을 혹자는 너무 가벼워 싫다고 하던데, 그런 이라면 어쩜 이 동시집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느낄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는 참 쉽고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가령, 

      



이런 동시를 만났을 때, 아이들은 '술'이라는 말이 '마시는 술'과 '술술 넘어간다는 술'과 '입술의 술'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 참 재미있구나 하는 말찾기 놀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이런 말찾기 놀이가 가득하다.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에서는 농촌 아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도 보였었던 것 같은데, 이 시는 분위기면에서 무척이나 밝고 경쾌한 느낌이다. 가벼운 맘으로 만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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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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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명한 책이다. MBC느낌표 선정도서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사서 읽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책을 나는 이제서야 만났다.  

한시~ 참 어려운 글이라 우리같은 사람은 좀체로 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정민 선생님이 풀어주시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시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참 좋은 이유는 한시를 잘 풀이해 놓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한시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곁들여진 선인들의 살아간 이야기가 양념이 되어 책을 참 맛깔스럽게 만들었다는 거다.  

한창 책을 읽고 있는데 남편이 하는 말이 이 분이 쓰신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이 있다면서 들려준 이야기. 한 선비가 과거장에 가서 과거 시험을 보는데 그 글씨가 왕희지체더란다. 그래서 그 글씨에 감탄하여 답안을 내지 않고 들고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났다.  

옛말에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단다. 무슨 일이든지 미친 듯한 열정으로 하지 않으면 큰 성취를 이룰 수 없다는 뜻. 조선시대 유명한 서예가 중에 최흥효라는 라가 있었다. 평소에는 수백 번씩 연습해도 잘 써 지지 않던 욍희지의 글씨체가 시험장에서 꼭 같이 써 졌더란다. 그래서 자기 글씨에 그만 도취되어 하루 종일 그 글자만 바라보다 답안을 내기가 너무 아까워서 시험을 치고 있다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고 그 답안을 들고 왔더란다.  

위대한 예술은 자기를 잊는 아름다운 몰두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라는 예화로 이것 외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득 풀어 놓으셨다.  

열일곱 번째 이야기인 '간결한 것이 좋다'에서는  시인은 말하지 않으면서, 웅변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두려는 사람이다. 좋은 시는 절대로 다 말해주지 않는다. 라는 말이 나온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시를 이해하는 법, 그 속에 숨은 뜻을 찾아내는 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를 짓는 법, 의미를 담는 법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게 된다.  

딱딱할 법한 한시를 풀어내기 위해 작가가 곁들여 둔 이야기가 무척이나 재밌다.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꼭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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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는 속상해 - 제8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 3-2(가)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9
한상순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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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 잘 읽지 않는다. 시집 - 고로 잘 사지 않는다. 시집 - 가끔 선물을 받거나 선물을 한다.  

가장 최근에 선물 받은 시집이라면 순오기님의 실수로 내 손에 들어 온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인 <<엄마>> 

그리고 푸른책들의 시집! 출판사의 대표가 시인이다 보니 이렇게 꾸준하게 시에 대한 지원, 투자를 하나 보다.  

교과서에서 아이들 시를 만나면서 아이들에게 시는 참 재미있고 쉬운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은데, 교과서 시들이 그러한 몫을 제대로 못 해주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들 입맛에 맞으면서도 교육과정의 목표를 잘 달성시켜 줄 참 괜찮은 시를 선별 해 내는 능력도 부족한지라 나는 시를 좀 공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교직 생활 10년을 넘어서면서 하게 되었더랬다. 그 첫 단계가 바로 시를 많이 읽고 그리고 그 시들을 선별 해 두는 것이다.  

푸른책 사이트에 가입을 하니 시가 메일로 배달 되어 온다. 그거 그대로 출력해서 아이들 읽어 보라고 붙여 두기도 하였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다.-저희들도 무지 바쁜 관계로) 올해는 아침 협의회 시간에 시 한편을 읽어줄까는 생각도 하고 있지만, 생각만 하다가 벌써 한달 반을 후울쩍 넘기려 한다. 이제부터 분발이다. 

푸른책들에서 나온 시집은 가볍다. 가볍다는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라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복잡하고 어려워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시들과는 달리 읽으면서 마음이 가벼워지고 경쾌해지는 시들... 그래서 푸른책들의 시가 나는 참 맘에 든다.   

할머니 어깨에 벌침을 놓고 죽은 벌, 아픈 동료를 구해가는 개미... 흔히 지나치는 일상에서도 시심을 살려내는 작가는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가장 맘에 드는 시 한 편을 옮겨 본다.   

     
  웃다 보니 

부처님!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모습으로  
빙그레  
웃고 계신 것은 
늘 기뻐 웃는 게 아니지요? 
웃다 보니 기뻐진 거죠? 
그렇죠?
 
     
 
나도 웃으면서 행복해지는, 기뻐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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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4-2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순오기가 등장했어요.ㅋㅋ

희망찬샘 2009-04-27 05:55   좋아요 0 | URL
제가 순오기님 팬이잖아요.
 
아빠가 철들었어요 시읽는 가족 8
김용삼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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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동시 읽기 비상이다.  

학교에서 학생예능대회가 있는데, 거기에서 대표선수를 뽑아 지역청 대회에 나가고 또 거기에서 잘 하면 부산시 대회에 나간다. 그 학생들을 교사가 잘 지도해서 데리고 나가는데, 나는 아직 한 번도 아이들을 그런 방식으로 지도 해 본 적이 없다. 작년에 은진양에게 생활문 대표 선수로 나가 보라고 권해 본 것, 책 잘 읽고 글 잘 쓰는 은진양에게 도움 되는 책으로 밀어준 것, 그리고 지도 선생님에게 은진이 글 정말 잘 쓴다고 귀뜀 해 준 것... 그것 밖에 한 것이 없건만 은진양이 본선 대회까지 진출했던지라... 바쁜 고학년에게는 절대로 부탁을 하지 않지만,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나에게까지 부탁하겠냐고 사정사정 하시는 부장 선생님 말씀에 맘이 약해져 덜커덕 오케이를 했는데... 다시 전화 하셔서는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활문을 지도 하겠다는 분은 있어서 동시 지도 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동시를 지도해 달라신다. 사실, 아무 거리낌 없이 동시를 줄줄이 잘 쓰는 아이들과 달리 내게는 시 쓰는 것이 무척이나 고역이다. 그래서 올해는 시집을 잘 읽고 아이들에게 맛들이기 교육이라도 시켜 볼까 하는 생각으로 학급문고에서 시집을 다 뽑아 와서 집 책꽂이에 꽂아 둔 형편이다. 수업 시간 지도도 힘들어서 쩔쩔 매는 내게 동시를 지도하라니... 절대 불가를 외치다가 그래도 내가 교산데... 아이 지도 하나 못 한다 해서 말이 되겠는가 하는 것과 지도할 수 있는 책을 하나 사 주시겠다는 말에 또 덜커덕 열심히 해 보겠노라 약속을 드리고 말았다.  

어쩜 참 좋은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가르치면서 나도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서두가 너무 길어졌는데, 이 책은 이런 나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책이었다. '시' 하면 무척 관념적이고 어려운 것들이 많아 줄줄이 읽히는 소설과는 달리 머리를 복잡하게 할 때가 있다. 그것은 때로 아동시에서도 보이는 현상인데,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보며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이 글을 쓴 사람은 어른인데, 글 속에 어찌나 동심이 잘 살아 있는지 그 깨끗한 영혼이 부러웠다. 시를 무척 좋아해서 시노트에 깨작깨작 글을 적던(지금은 아니지만!) 경력이 있던 남편도 책을 들춰 보더니 "이야, 이 글들 너무 좋다." 그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무척 행복한 어린 시절을 살았던 사람, 그래서 행복한 이야기가 가득한 사람, 그리고 지금도 그런 행복의 가운데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그 행복이라는 것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작가의 고운 성향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말이다. 글을 읽는 내내 그런 작가를 상상해 보면서 무척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앞에 나온 시를 읽으면서 이 책 괜찮겠구나. 생각했더랬다.    

     
 

세탁기 

 

엄마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퍽퍽 
빨래를 한다.  


오늘도 엄마는 
아빠와 말다툼을 하고 
쌩쌩  
세탁기를 돌렸다. 


아빠 옷과 엄마 옷은 
돌돌 
껴안은 채 
세탁기에서 나왔다

 
     

 세탁기를 빠져 나오면서도 여전히 끌어 안고 있는 엄마아빠의 옷처럼 그렇게 화해하실 부모님의 얼굴을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동시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평화를 느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시기를... 

동시 지도의 목표 하나! 우선 1학기에는 많은 동시집을 읽혀 본다! 로 정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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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4-09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님이 부산분이시구나...(^^)
이 동시집 읽으면서 저도 많이 즐거웠답니다. 동시는 어릴 때 읽거나 쓸때는 편했는데, 어른의 눈으로 읽고 쓴다는 게 참 힘들더라구요. 물론 지금이야 쓰는건 고사하고 읽기에도 벅차지만요^^ 좋은 동시지도 선생님이 되실거예요.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4 - 비유 편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4
최승호 지음, 윤정주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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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한 편의 시였다. 시의 맛을 잘 살린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최승호 시인의 동시집을 만났다. 벌써 4편이 나왔으니, 1, 2, 3도 있다는 말인데... 기회가 되면 도서관에 가서라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림으로 노래하는 시의 제목을 맞추어 보시길~(뿔, 응, 일곱 개의 낱말, 이메일을 보내러 가는 달팽이들, 자벌레, 왜가리, 궁금한 게,  로봇 중에서 줄긋기 해 보세요.)

이 시집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직접 읽으면서 그 말놀이를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 재미있는 시를 한 편만 소개하자면, 

         쥐 

 

대낮처럼 환한 달밤에 

쥐들이 축구를 한다. 

 

쥐다 

쥐 났어 

4번 쥐 다리에 쥐 났어 

 

쥐도 쥐 나냐? 

 

시를 한참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작가는 이러한 말놀이 동시 생각하느라 머리에 쥐가 내리진 않았을까 하는 거였다. 재미있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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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출판되었을 때 신문에 난 서평 보고 궁금했는데 여직 못 봤어요.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봐야 겠어요. 아마도 작가님께도 쥐가 내렸을 것 같은데요.^^

희망찬샘 2009-01-20 17:20   좋아요 0 | URL
깊은 맛은 못 느꼈지만, 재미가 참 좋은 시집이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