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국화와 칼 Picture Life Classic 4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진근 옮김 / 봄풀출판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국화는 본래 만세일계(萬歲一系)라 불리는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꽃이고,
칼은 일본 사무라이 계층과 그 정신적 지주인 무사도의 상징이다.
저자는 일본 민족의 영혼 깊숙이 숨어 있는 전혀 다른 특징 두 가지를 표현하기 위해
국화와 칼이라는 상반되는 이미지의 사물을 제시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일본인은 온순하고 예의 바르고 겸허하지만
또한 거칠고 야만스러우며,국화를 재배하는 일에 깊이 심취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폭력적이며 무사도와 칼의 명예에 집착한다.(서문 중에서)

리뷰에 마음놓고 딴소리를 하기 위해 서문을 좀 길게 인용했다.
최근 일본과 관련하여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번 동계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아사다 마오가 은메달에 머물게 되자
선수와 일본 네티즌이 보여주었던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또 하나는 지난주 MBC의 시사 프로그램('후, 플러스')에서 본 양심적인 일본인들.
1945년 9월 배를 타고 해협을 건너다 폭풍 속에 사라진 우리 나라 노동자(미쓰비시 징용공) 
246명 중 수습이 된 유골을 보관하고 있는 일본 스님과 주민들의 얼굴이었다.
자국 국민의 유골을 몇십 년째 방치하고 진상조사조차 외면하는 한국 정부의 무신경과
몰지각한 처사를 생각하니 위패를 세우고 보관해 주는 일본 스님들과 주민들에
감읍할 뻔했는데... 금방 제정신이 들었다.
(일본이야말로 이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 제공자가 아닌가.)

일본인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낙후된 이웃 나라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야 한다고.
그것이 이른바 침략의 이유가 되었던 '대동아 공영권'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도 뻔뻔한 얼굴로 "우리는 당신들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고"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생각의 저변에는 천황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깔려 있다.

지난해 후지와라 신야의 야심찬 논픽션 <황천의 개>릃 읽으며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에 대한 궁금증이 두 배 이상 증폭되었다.
세상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의 고향을 찾아
그의 정신의 뿌리를 뒤쫓는 긴 글이 책 뒤에 실렸는데,
후지와라 신야의 치밀하고 집요한 접근 방식이 인상 깊었던 것이다.
그는 직관을 무기로 오랜 시간 그의 뒤를 밟아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사하라 쇼코의 새로운 면모를 밝혀낸다.

루스 베네딕트의 <그림으로 읽는 국화와 칼>을 읽으며 다소 신기한 체험을 했다.
위에 소개한 <황천의 개>처럼,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나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일본 문학의 한 장면 장면들이 저절로 떠올랐던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나 이를 내색하지 않는, 나른하고 퇴폐적인 정조가
일본 소설에는 눈에 많이 띄는데 이 책에는 일본인들의 과도한 '부채의식'이나 집요한 성정,
탐미의식 등이 일본의 역사와 함께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히라시노 게이고의 <사명과 영혼의 경계>나, 비교적 최근에 읽은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 등도 예외는 아니다.

"우유를 다 마셨으면 차례대로 자기 번호가 적힌 케이스에 종이팩을 갖다놓고
자리에 앉아요. 다들 마신 것 같군요. '종업식 날까지 우유?'라는 소리도 들리던데
우유시간도 오늘로 끝입니다. 고생 많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 <고백>의 첫머리다.
상냥한 미소에 다정다감한 목소리의 젊은 여교사는 종업식에서 우유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의 어린딸이 살해되던 날과 자신의 전인생을 학생들 앞에서 털어놓는다.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받은 것을 그대로 되돌려준다는
일본의 부채 의식과 복수 심리가 소설 속에 잘 녹아들었다.

'인간은 그 사람이 아니고는 해낼 수 없는 사명이라는 걸 갖고 태어난다'고 강변하는
히라시노 게이고의 의학 스릴러 <사명과 영혼의 경계>.
그리고 인간 각자의 죽음은  노천에서 얼어죽은 거지나 심지어 살인자의 죽음이라도
각자 고유한 죽음이고 그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며 애도해야 한다며 타인이 죽은 자리를
찾아 떠도는 <애도하는 사람>.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우위에 두고 명예와 의리를 추구하는 일본인의 속성이
어느 작품보다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 여사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 중
빙수 한 그릇을 얻어먹고 앙앙불락하는 주인공을 '일본인의 과도한 보은정신'의 예로
들고 있다. 빙수 한 그릇 가지고 난리 치는 주인공이 그렇게 이상하다면, 
그보다 더한 다른 숱한 소설의 주인공들은 어쩌란 말인가!
구체적인 범죄보다도, 개인에 가해지는'수치와 모욕'을 더욱 견딜 수 없어하는
일본 소설 속 인물들은 소심하면서도 또 굉장히 강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서 
어리둥절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목했던 부분은 일본인의 '이중성'이다.
천황의 명령이라면 죽음의 불바다도 뛰어들었던 그들이 천황의 항복 선언과 함께
깨끗이 패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나라 건설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부분.
좋게 보면 합리적이고 쿨한 태도인 것 같으나 어쩐지 무시무시한 데가 있다.
'죽음을 불사하는' 일본인의 생사관은 '사무라이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데......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생사관을 볼 수 있는 <죽기 위해 사는 법>에는
가난한 집안 형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죽을 자리'를 궁극적으로 떠올리며
이제까지의 자신과 깨끗이 결별하는 청년 기타노 다케시의 얼굴은 바로
<국화와 칼>에서  보여주는 일본인의 초상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일본 문학작품 속에는 평소 예의 바르고 소심하며 의리에 목숨을 걸다가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화산처럼 폭발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림으로 읽는 국화와 칼>을 읽으며 문득 떠오른 몇몇 문학작품과 
나의 소소한  생각들을 가볍게 연결시켜 보았다.
일본인의 특성뿐 아니라 역사도 개관하는 등 무게감이 상당히 있는 책인데도
우키요에 그림과 사진, 삽화들이 풍성하게 실려 있어서 재밌게 읽힌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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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3-0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화와 칼을 통속적으로 풀어 쓴 책이 전여옥<일본은 없다>입니다.이 두 책을 연속해서 읽어보면서 여러가지가 떠오르더군요.혹시 관심 있으면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로드무비 2010-03-08 22:38   좋아요 0 | URL
일본은 없다가 처음 나왔을 때 읽고 뭔지 꽤 그럴듯하다고 여겨져
다음에 나온 두어 권의 책(간절하라 어쩌고 하는 책까지)도 챙겨 읽었는데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노이에자이트 님, 반갑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09 16:3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국화와 칼'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있는 관습을 일본 특유의 것으로 알고 있는 것도 있더군요.베네딕트가 우리나라도 연구했다면 책 내용이 달라졌을 겁니다.역시 그녀는 일본어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 큰 약점이지요.깊은 정글이나 외딴 섬의 부족을 연구하기 위해 그곳 언어를 직접 공부해서 낸 연구서와 비교해서 아무래도 그런 점을 많이 지적받는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주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이중성이 강하다고 한다는 거죠.제가 아는 외국인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구요.

로드무비 2010-03-09 22:45   좋아요 0 | URL
미국 내 일본 포로들의 생활모습과 인터뷰에 많이 기대어 쓴 글이라더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보다 도리어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얼마나 정확한 연구서냐 하는 건 사실 제 관심 밖의 일이고
일본인의 특성들 중 매치가 되는 문학작품들을 떠올리니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이중성'이 그렇게 강한가요?
잘 모르겠지만 일본인의 이중성과는 또 다른 종류 같은데요.^^

노이에자이트 2010-03-09 23:27   좋아요 0 | URL
결국은 보편성 특수성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그리고 이중성 문제인데 생소하고 이질적인 대상에게 이중적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로드무비 님 말처럼 이 세상 사람 모두 이중적인 데가 있지요.그 이중성 자체가 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게 아닐까요...

릴케 현상 2010-03-08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잘읽었습니당...로드무비님 독서의 폭을 여지없이 보여주시는군요, 전 여지껏 국화와 칼도 안 읽었다눙

로드무비 2010-03-08 23:53   좋아요 0 | URL
제 알량한 독서의 폭을 보여주기 위해 용을 좀 썼습니다요.^^
산책님, <국화와 칼> 꽤 재밌어요.

2010-03-0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10-03-09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인과 천황"이라는 책도 퍽 흥미로운 책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로드무비 2010-03-09 12:20   좋아요 0 | URL
<맛의 달인> 저자네요.
언제 꼭 읽어보겠습니다.^^

rainy 2010-03-0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구성이 골고루고, 맛있고, 영양까지 알찬 식사를 만끽한 것같은 리뷰에요 ^^

로드무비 2010-03-09 12:39   좋아요 0 | URL
좀 횡설수설인데... 그렇게 봐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지혜네 2010-04-2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길 이제사 들어와 봤네요. 3,4월 계속 바쁘더라구요. 이것저것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시간가는줄 모르겠네요.^^ 추천해주시는 책들 열씸히 읽을께요. 건강하세요.

2010-04-26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엄마는 꿈속에서도 길을 못 찾아 헤매더라."
"내 꿈 꿨더나? 그런데?"
"자꾸 엉뚱한 데로 가서 내가 엄마 팔을 질질 잡아 끌어 집으로 데려왔어."
"휴, 다행이다."
(며칠 전 딸아이와의 대화)

지난주 어느 님이 알려주신 한 기독교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설교와 찬양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옆에 링크해 놓은 테마별 제목이 눈에 띈다.

- 나의 무능과 궁핍을 인정하라.
(거지이면서 부자인 체하지 말라.)

솔직하게 말해, 나의 무능과 궁핍은 최근 절정에 달했다.
알라딘 1일 특가 난로가 눈에 번쩍 띄어 주문했다가 겨울 두 달 동안 전기요금을
오십만 원이나 더 무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 첫 번째.
(무능이라기보다는 흥청망청이라는 죄목에 더 가까울 듯.)

특히 많은 눈이 내렸던 올 겨울, 분위기 있게 물주전자까지 머리 위에 받치고
낮이고 밤이고 우리집을 따뜻하게 데워준 빨간색 난로는
알고보니 엄청난 양의 전기를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전기세를 관리하는 관리사무소의 직원이 부리나케 달려와 팽팽 돌아가는
전기계량기 속을 보여주었다.
낭비한 전기도 전기고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나의 안일과 나태와 무지에
무참하고... 가슴 아팠다.

딸아이가 저런 꿈을 꾼 데도 다 이유가 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 개봉되던 날, 집에서 가까운 극장을 놔두고
3D로 영화를 보기 위해 딸아이와 딸아이의 친구와 셋이 집을 나섰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전기요금이 머리속에 달라붙어 있어
조금이라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까진 좋았다.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극장 가는 버스를 본 것 같은 곳'에 내렸다.
그런데 버스가 안 보여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15분쯤 걸어야
우리가 탈 노선의 버스 정류장이 있다는 것 아닌가.
오전에 야심차게 내건 야무진 얼굴을 끝까지 바꾸지 않고 나는 두 아이와 함께 
눈길에 엎어지고 자빠지며 그 정류장까지 갔다.
그런데 또 물어보니 딱 한 개 있는 그 노선의 버스는 몇십 분에 한 대씩 온다는 것이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나왔지만 길에서 낭비한 시간이 많아
영화 시간에 맞추려면 불안불안했다.

"안 되겠다, 우리 택시 타자!"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택시를 불러세웠다.
중간에 택시를 타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버스를 타고 왔고 많이 걸었기 때문에
요금을 상당히 절약했을 거라고 마음의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차창 밖을 보니 우리 동네 부근을 지나고 있는 게 아닌가.
기사님께 물어봤더니 집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왔으면 요금을
절반 정도만 냈어도 됐을 거라고......
(불안하고 당황하면, 더욱더 당혹스러운 일들이 줄줄이 생긴다.)

2주 전에는 여러 가족이 어울려 속초에 놀러갔다.
돌아오는 날 갑자기 설악산 산행이 이루어졌는데
헐렁하고 납작한 부츠를 신고 갔던 나는 눈길이 무서워 절반쯤 오르다 산행을 중단했다.
다른 한 명의 낙오자와 함께 간이주점 걸상에 죽치고 앉아 감자전에 동동주를 마셨는데,
아이젠을 운동화에 두르고 두 시간여 일행과 함께 목표 지점까지 올랐던 딸아이는
"엄마 데려왔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여러 차례 아빠를 돌아보며, 또 돌아보며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동의를 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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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3-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왜 이리 동병상련 같은지, 웃음만 나올 뿐.

로드무비 2010-03-02 16:14   좋아요 0 | URL
치니 님이 동병상련, 그럴 리가요.ㅎㅎ
어젯밤 비공개 페이퍼로 썼다가 슬그머니 이동시켰습니다요.

치니 2010-03-02 16:16   좋아요 0 | URL
전 가스비가 30만원 나왔거든요(평수는 꼴랑 13평이나 되려나 하는 집에서 말이죠) ㅋㅋ

로드무비 2010-03-02 16:25   좋아요 0 | URL
가스 난방인가 봅니다.
30만 원, 정말 많이 나왔네요. 평수에 비해!

에너지가 어쩌고 뭐가 어떻고 의식 있는 척하다가
한마디로 모골이 송연했습니다.^^;;

瑚璉 2010-03-02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전기세 50만원은 충격이 크셨을 듯...

로드무비 2010-03-02 16:11   좋아요 0 | URL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3=3=3

Arch 2010-03-0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기세는 누진세라 그렇게 갑자기 많이 나온 것 같아요. 가족이 많다면 다가구 전기세 할인을 신청할 수 있을거에요.
전 택시 타면 요금 올라가는거 안 봐요. 저 돈이면, 이 거리는 자전거로도 막 이런 생각이 들어서...

로드무비 2010-03-04 14:33   좋아요 0 | URL
며칠 곰곰 생각해 봤는데요.
다시 흥청망청 살려고요.=3=3=3

아이들에게 그날 일 발설하지 말라고 협박해 놓곤,
제 입으로 나발을 불었네요.^^

(누진세라는 게 아주 무서운 거네요.)


2010-03-02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4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3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4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10-03-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저는 요즘 커피 값 절감하라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로드무비 2010-03-04 12:32   좋아요 0 | URL
저는 요새 소맥에 심취해 있는데 깡소주로 바꿔야 할 듯.=3=3=3

2010-03-03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4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4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7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식민지 노동자의 벗 이재유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9
안재성 지음, 장선환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 (소년) 재유는 대중소설에는 흥미가 없었습니다.
조선과 세계의 역사, 그리고 사회주의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도서관에는 이 분야에 대해 일본인 학자들이 쓴 책이 많이 있었습니다.
재유는 책표지에 사회나 역사라는 단어만 있으면 무조건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자꾸 읽다보니 점점 아는 게 많아져
나중에는 필요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54~55쪽) 

책읽기에 대한 지침으로만 보더라도 어떤 논술책보다 알기 쉽고 설득력이 있는 대목이다.
머리맡에 쌓인 십수 권의 책 중 딸아이를 위해 며칠 전 이동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을
골라들었는데, 거의 자석에 끌린 듯하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삼일절.
몇 년 전, <경성 트로이카>를 읽으며 가슴이 마구 뛰던 생각이 나고
당시 책장을 덮으며 이재유는 물론 이현상과 김삼룡 등 사회주의 운동가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소년 이재유와 달리 그동안 대중소설과 시집들에 마음을 빼앗겨
그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책은 '사계절' 출판사의 아동문고 중 한 권으로 아동들이 읽기엔 다소 딱딱한 편이다.

1905년 을사늑약이 이루어진 해에 개마고원 부근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항일운동과 노동운동에 평생을 바치고 1944년 옥사한 영원한 사회주의자 청년 이재유.
그의 사상에 감명받아 이재유의 형무소 탈출과 도주를 적극적으로 도운 두 일본인
서대문형무소의 모리타 순사와 경성제대 미야케 교수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재유는 1936년 이관술과 함께 농촌에 숨어들어 농사를 지으며 지하신문을 제작했는데
'같은 노동에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라'든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임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금으로부터 75년 전이다. 놀랍지 않은가!

- 이재유라는 이름이 다시 살아난 것은 죽은 지 62년이나 지난 2006년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사회주의자들의 항일 운동 공로를 인정하기로 한 대한민국 정부는
그 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이재유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하고,
그와 함께 종연방직에서 활동했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동덕여고보 출신 이효정을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했습니다.
(...) 남한에 한 명의 가족도 친척도 살아 있지 않은 이재유에게 수여된 훈장과 증서는
민주노동당에서 대신 수여받아 보관하고 있습니다.(213쪽)

이재유는 우리나라의 독립과 노동운동에 평생을 바쳤지만
그 존재가 뒤늦게 조명되어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다시 살아난  이름이다.
그 이름을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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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3-0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재성은 박헌영 경성 콩그룹 남로당 노선을 한국사회주의 운동의 정통으로 보고 있더군요.그래서 그 계열 인물들 전기를 내고 있구요.

로드무비 2010-03-09 23:05   좋아요 0 | URL
과문해서인지 저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경성 에로이카>를 읽으니 저자의 의견에 그대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10-03-09 23:29   좋아요 0 | URL
김성동도 그런 쪽이죠.북로당과 북한을 정통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은 대놓고 이야기를 못하니 식별하기가 좀 힘들구요.
 
회오리 바람 - Eighteen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우리는 각자의 길로 다시 떠나네.
인생의 소용돌이 속으로,
- 영화 <쥴 앤 짐> 중에서 

회오리- 기류의 이상으로 생기는 돌개바람(사전)


프랑소와 트뤼포의 <쥴 앤 짐>에서 여주인공 잔느 모로가 불렀던 '인생의 소용돌이'가
기억에 남아 첫 장편 데뷔작 제목을 <회오리 바람>으로 짓게 되었다는 장건재 감독.
영화는 대부분 자전적인 얘기라고 한다.

고2 겨울방학에 '만난 지 100일 기념'으로 1박 2일 겨울바다 여행을 감행하는
태훈(서준영)과 미정(이민지).
개성이랄 것도 딱히 눈에 띄지 않고 별로 용감하지도 않은
이 땅의 보통 청소년들이다.

집으로 돌아온 날 밤, 태훈과 태훈의 부모는 미정 아버지의 부름을 받는다.
치과의사라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신분에 아이들의 기분을 꽤나 이해하는 척하던 그가
아이들과 태훈의 부모 앞에서 갑자기 폭력적인 모습으로 돌변하는 장면은 섬뜩하다.
(순한 얼굴의 교양 있는 어른의 마음속에도 회오리바람은 분다.)

태훈을 가장 괴롭히는 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어른들보다
자신을 피하는 미정의 태도.
뚱한 표정에 길거리에 침을 찍찍 뱉는 건 기본, 그릇을 찾으러 와서는 자신이 배달한
중국음식 잔반을 아파트 주민이나 경비의 눈을 피해 몰래 내버리고, 심지어 피씨방에서는
몇백 원을 깎으려다 화장실로 끌려가 실컷 얻어터진다.
소년의 찌질한 모습이 이 영화의 압권이다.
무서울 정도의 사실성.
여타의 영화에서 보게 되는, 사랑에 빠진 소년의 섬세한 마음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날 집에서 벌어진 미정과 미정 여동생의 서로에 대한 분노만 남은 듯한 난투극 장면도
인상적이다. 시장거리에서 흔히 벌어지는 손님과 상인 간 혹은 이웃 상인끼리 머리채를 잡고
뒹구는 것보다 소녀들의 싸움장면이 얼마나 살벌한지......
겉으로 보면 스위트홈인 유복한 집에서 자매가 얼마나 억압받고 사는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자기연민도, 최소한의 어리광도 남아 있지 않은 성장영화는 거의 처음 본다.
글쎄, 18세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영화이니 '성장영화'라고 불러도 어색하진 않겠지만
<회오리바람>을 보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바닷가에서 먹는 소주와 컵라면'을 그토록 외치던 영화 <낮술>의 주인공이 뜬금없이 생각났다.
(외출에서 돌아와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을 슬쩍 일별하곤, 냄비를 꺼내 물을 붓고,
라면봉지를 뜯는 소년의 뒷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게 뭐 그렇게 대수로운 장면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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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10-02-2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나면 마음이 심란해 지던가요?
그러면 좀 피하고 싶어서...^^

로드무비 2010-02-28 18:46   좋아요 0 | URL
안 심란합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

2010-03-01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1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밥상혁명>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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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우리 집 식탁에는 내가 만든 해물찜이 올랐다.
냉동실의 새우 한 팩과 뚱뚱한 콩나물 천 원어치와 미나리 한 주먹거리를 이용한 일품요리.
3천 원어치의 생굴이 들어갔으니 고춧가루까지 재료비를 모두 합하면 8천 원 정도?
큰 접시에 수북 놓으니 배달요리 저리가라였는데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 냉장고 속의 재료를 알뜰하게 활용했다는 점이 흡족했다.
콩나물을 살짝 삶아낸 물에 구운 생김을 부스러뜨려 끓인 김국도 시원하고 맛있었다.
“이번 주는 시장 안 보고 냉장고 속에 있는 걸로 버텨볼 거야.”
언제부턴가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인지
가정 경제를 생각해서인지 알뜰주부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함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대형마트엔 가급적 가지 않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작은 가게나
일주일에 한 번 서는 알뜰장터를 이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카레 한 봉지를 사러 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집어들다 보면
1만 원 정도는 우습다.
카레를 사러 갔으면 카레만 사오는 그런 습관을 길들여야 하는데......

최근 가장 어이없었던 쇼핑 품목은 고가의 핸드크림.
창 넓은 동네 도서관 정기 간행물실에서 각종 잡지들을 읽다가 문득
책장을 넘기는 거칠고 메마른 나의 손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컴 앞에 앉아 가장 좋은 핸드크림을 검색한 뒤 록xx이라는  
화장품을 가장 큰 용량으로 주문했다. 
도서관에 책 읽으러 갔다가도 꼭 사야 하는 상품이 발견되는 식이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거야, 원, MBC 모 드라마 엄지원의 "남자도 없는데 구두도 없어야 해?"하는 대사처럼,
"나이도 많은데 핸드크림 하나 없어야 돼!? 하고 절규하는 것과 마찬가지.)

<밥상혁명>의 부제는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터’이다.
’농업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블루오션‘인데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의 소농들도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유럽의 작은 농장들은 하루에 1000개 정도씩 사라지고 있단다.)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마음대로 품종을 개량(말이 좋아 개량)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노략질하는 다국적 기업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3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데(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식량확보‘에만 급급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건강과도 직결된 ’제철에 난, 신선한, 지속가능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깊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난 농작물 등의 먹을거리를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건 
밥상혁명  중에서도  기본의 기본 아닌가!
경기도 이천시 율면의 두 농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전국 각지 100여 회원 가구들의
’콩 세 알‘ 모임의 경우를 보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농산물 직거래가 그리 요원한 일로
보이지는 않는다.
책 속의 소제목처럼 ’지역 먹을거리는 더 이상 유행이 아니라 생존‘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빨간색 등 대신 초록색 등을 내거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외식을 하러 온 손님들도 그 초록색 등에 별이 몇 개인지(지역 먹을거리를 90% 이상 사용하면
최고 별 다섯 개, 그 다음은 네 개...) 살펴보고 식당을 고른단다.

파국으로 치닫는 현대문명의 대안은 농촌공동체를 살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시장이 강요하는 쓰레기와 다름없는 먹을거리를 양처럼 순한 얼굴로 받아먹고 있는 우리들,
멀리 갈것 없이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해 먹는 방법부터 찾아보아야겠다.
어차피 이 모양이라면, 어리석은 세상의 부드럽고 강한 시민이 되어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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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9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9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0 0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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