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깔사탕을 사주고 싶은데
나에겐 딸이 없다

가을의 구멍가게

20.

잘못 살았다
잘못 살았다

비 오다 말다 하는 유성온천


27.

해가 진 다음
이제 죽어도 좋다고

저문 마당귀를 쓸다


109.

미안하다
나 같은 것이 살아서 오일장 국밥을 사먹는다


142.

초라한 남자 백조담배라도 꺼내면
초라하게 불을 빌려주고 싶은 대전역


158.

옷소매 떨어진 것을 보면
살아왔구나! 살아왔구나!


                                         
               -- <고은 시전집> 1권,  '旅愁' , 1983년 刊, 민음사



노벨문학상 유력한 후보로 올랐다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하면서
보여주는 시인의 행동이나 내뱉는 말은 좀 석연치 않지만, 
깊어가는 가을에 다시 꺼내어 읽는 그의 옛시들은 기가 막히다.
'절창'이란 단어는 아무데나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
국민배우나 국민가수라는 말을 아무에게나 갖다붙이면 안 되는 것처럼.

오전에 일본 하이쿠 선집을 주문하고 나서 문득 고은 시인의 '旅愁'라는
독특한 형식의 시가 생각나 책꽂이에서 꺼내들었다.
(10여 년 전에 나온 소설가 서영은의 <그리운 것은 문이 되어>라는 소설 제목도
알고보면 이 시에서 나왔다.)

어제는 모처럼 동생과 함께 밖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2차로 간 맥주집에
부득부득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남편의 동네 조기축구회 멤버들.
하루 전인 토요일 밤, 남편은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고 보쌈집에서 한턱을 냈다.
그리고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고 들어와 자고, 또 아침에 나가 공을 차고 점심을 함께 먹고
오후 서너 시에나 들어왔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보고 싶다고, 전화를 발발이.....

그 중 유난히 어질게 생긴 꽃집 주인 남자가  주하와 동주를 데리고 나가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뗄 줄을 모른다.

지난번 이 맥주집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아내들도 함께여서 합석을 했는데
내 또래의 조기축구회 회장님 부인이 인상이 너무 좋았다.
남편이 그 말을 전하니 우리 회장님 입이 찢어지며 전화를 걸어 부인을 불러낸다.
그래서 또 판이 커져버렸다.

꽃집 주인이 자기 집에 가서 한잔 더 해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겨
할수없이 우리 동생과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그집으로 몰려갔다.
그의 아내는 자다가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주하는 웬일로 회장님의 주문에 따라 멋지게 태권도 시범을 해보여 박수를 받고.

집주인 부부는 마흔 중반인데 알고보니 아이가 없었다.
맥주를 마시다 술김에 두 부부를 토요일 저녁 우리집에 초대했다.
남편이 지난주 그렇게 부탁할 때는 단칼에 잘랐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조금 후회가 되지만 어쩌겠는가.
모처럼
솜씨를 발휘할 수밖에........

이 시에서 눈깔사탕을 사주고 싶은데 딸이 없다고 썼던 고은 시인에게는
몇 년 후 차령이라는 예쁜 이름의 딸이 생겼다.

아무튼 그의 옛시들을 다시 찾아 읽는 맛은 각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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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10-3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뭉클해요. 그냥 시만 읽는거랑 로드무비님 얘기 듣고 다시 읽는 거랑 느낌이 달라요. 이 기회에 솜씨 발휘도 하시고 모쪼록 좋은 주말 되세요.(아침에 쪼금 후회됐다는 말 재미있어요. ^^ )

혜덕화 2006-10-3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부부도 토요일 저녁, 심심하면 슬리퍼 끌고 내려가거나 올라올 이웃이 있었는데 이사가 버렸어요. 부부가 함께 잘 가던 송정의 횟집을 어젠 어머니 모시고 갔다 오면서, 그 부부를 11월엔 한 번 만나야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셨군요. 고은님의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로드무비 2006-10-3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유안진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군요.
슬리퍼를 끌고 만나는 친구라고 하니......
송정 횟집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옛날에 송정 바닷가에 '플레이보이'라는 유명한 술집이 있었어요.
(나으 착각입니다. 송도였어요.)
바다 속에 둥둥 뜬 듯한 기분을 주던.
이사 가고 나서도 2주에 한 번씩 놀러와야 한다고 다짐을 하더군요.
그 풍경이 너무 정겹게 느껴졌답니다.
11월에 그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길.^^

sudan 님, 그, 그런가요? 히히~
솜씨가 녹슬어 잘 될랑가 모르겠지만....
님의 응원에 힘입어. 불끈=3
(지금도 사실 약간 후회돼요.)

sooninara 2006-10-3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은님의 시를 읽어 본적이 있던가???
하이쿠같은 단순한 시가 좋네요. 눈깔사탕을 은영이에게 사주고 싶어집니다.
좋은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평소 로드무비님의 음식 솜씨라면 상다리가 부러질것 같네요. 주말 초대 잘 보내세요^^

하늘바람 2006-10-3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시네요

mong 2006-10-3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멍가게집 딸은 공짜 과자를 더러 얻어 먹게 된다지요
^^

2006-10-30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10-3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꽃집 부부, 선한 분들 같아요. 그래두.. 참, 부러워하시지 말지. 마음 아프잖아요.

비자림 2006-10-3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이쿠가 참 좋답니다. 몇 마디 말에 인생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6-10-3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고도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네요. 감동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0-3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저녁에 꼽사리 끼면 안될까요..조용히 로드무비님표 음식만 먹고
조용히 나오게습니다..ㅋㅋ

2006-10-30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10-30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가을에 시집 한권 안 읽고 지나가면 왠지 섭섭할 것 같아요. 전에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인상적인 시집 있었는데, 다시 한번 뒤적여 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6-10-3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우영창 시집 아닙니까?
식어가는 찻잔의 시간, 이란 제목으로 리뷰를 썼는데.
왠지 그런 예감.^^

주소 그대로 님, 주소는 그대롭니다만 20여 일 뒤엔 바뀌어요.
그런데, 왜, 왜요오?^^

메피스토님, 호호, 오세요.
환영입니다.=3=3=3

배혜경님, 감동일 것까지야. 헤헤~~

비자림님, 하이쿠 선집 받으면 좋은 걸로 올릴게요.
저도 무지 좋아합니다.^^

꽃양배추님, 아이가 없으니 또 부부간에 묘하게 신선한 분위기가 있더군요.
그런데 누가 부러워 한다고 했습니까?( '')

사건의 순서 님, 어떤 공상이 머리를 스쳤을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어느 동네 사세요?
님 사시는 동네로 이사 가고 싶네요.^^
(제가 그리 반죽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뚱하게 있다가
술이 좀 들어가면 발랄해지는 그런 타입.ㅎㅎ)

mong님, 어릴 때 구멍가게집 딸이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황해집은 더 부러웠고요.^^

하늘바람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수니나라님, 은영이가 눈깔사탕을 좋아하나요?
굵은 설탕이 박힌 옛날 눈깔사탕 맛이 그립네요.
토요일엔 조촐한 메뉴로 두어 접시와 얼큰한 소고기국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모임 결과 보고할까요? ^^

에로이카 2006-10-31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든 이웃이든 누군가를 집으로 불러 밥을 멕이는 일은 가장 원초적인 호의인 것 같아요. (원초적이기 때문에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지 않고 밥을 멕인다고 썼습니다.) 그만큼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성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또 뭐가 있을까요. 퍼준만큼 받는 세상인 것 같아요. 이 가을 로드무비님 가족과 이웃 모두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

waits 2006-10-31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간택'을 거치면 심드렁했던 사람에게도 어쩐지 고운 눈길을 주게 됩니다. 그거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말예요. 저는 언제쯤에나 사심없이, 나를 바라보듯 다른 사람도 바라볼 수 있을까 싶네요.
이사가 다가오는 건가요? 다음 동네에서도 좋은 이웃 만나시기를 바래요. 글 읽으니 이웃 없이 살아온 20년이 새삼 무상하게 느껴지네요. ㅎㅎ

건우와 연우 2006-10-3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보다는 이전모습이 더 좋을때, 그사람의 현재가 서글픕니다.
가을은 자꾸 깊은데, 이전에는 좋은 사람이었노라고 토닥이다보면 비루한 내모습이 등을 내밀며 위로해달라네요...
시인의 옛시는 참 좋습니다.^^

2006-10-3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3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이전에 좋은 사람이었다는 사실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이 대목에서 철도청장 이철이 뜬금없이 생각나는 건 왤까요?)
도처에서 위로받고 싶습니다.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평택, 나어릴때 님, '간택'이라는 단어가 너무 재밌어요.
'관계'에 대해 고민 안하고 산 지 꽤 됐어요.
'좋은 건 그냥 지켜보고, 싫은 사람 붙들고 씨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언젠가부터 내린 싸늘한 결론.
편하지만 그만큼 외롭지요.
나이 들수록 여유가 어쩌고 하는 것 전부 허튼 말이라 생각해요.
제 마음꼴을 보아하니......
참, 우리 동네 시인도 몇 주 전 우리가 앞으로 살 동네로 이사 갔어요.
집에 들렀더니 무척 반가워하며 돼지갈비를 사주더군요.
이웃 1인 확보되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말씀이야 그렇게 하시지만 님이야말로 좋은 이웃을
정말 많이 가진 분이라 생각합니다.^^
(꼭 옆에 살아야 이웃인가요?)

에로이카님, 옛날엔 다들 우리집에 온 사람 맨입으로 보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요즘은 알아서 식사시간 피해 방문하고 그러잖아요.
차와 과일 한 접시 정도의 산뜻한 응대.
그만큼 가볍디가벼운 관계.
에로이카님도 보면 끈적한 정서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굳이 '밥을 멕인다'고 표현하시는 걸 보면.
c에게 책갈피 선물 하실 거죠?^^





로드무비 2006-10-3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모 밑의 더부살이가 로망인 님,
아무튼 누가 님을 말려요.
전 부잣집 외동딸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망해 단칸방으로 몰리는
그런 삶을 동경했어요.
워낙 평범해, 잃을 재산도 없었으니......
정말 철딱서니 없었죠?ㅋㅋ

2006-10-31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31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0-3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읽다가 가만가만 웃기도 하는데, 로드무비님과 속삭이신 어떤분(계모밑의 더부살이가 로망?)과의 대화를 엿보곤 실쭉거리며 웃었습니다.
다들 그만때 그만큼씩 비슷하고 황당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면서요...^^

로드무비 2006-10-3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누군지 짐작되시죠?
그런데 저만 독특하게 그런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군요. 히히~~


2006-10-31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3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6-11-02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하다
나 같은 것이 살아서 오일장 국밥을 사먹는다

이 부분 너무 뭉클하네요. 어찌 저리 짧은 문장에서 이런 느낌이 전해질까요. -_ㅠ

로드무비 2006-11-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가시장미님, 오랜만이어요.
'오일장 국밥'도 좋지요?
'나 같은 것'이라는 표현에 뭉클하신 건가?^^
 
내면의 침묵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찍은 시대의 초상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김화영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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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라는 단어에 끌리던 시절이 있었다.
무슨 심오한 뜻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명상'이나 '禪 '이 더러는 먹고살만한 인간들의 배부른 취미로 보여져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
침묵,  한마디로 입을 닥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오래 전 내가 다니던 사무실에는 낙하산 인사들로만 들끓었다.
원로 한학자가 천거한 모 씨, 중견 서지학자가 천거한 모 씨, '구도자'로 불리는 무용가 모 씨의
비서나 진배없던 30대 중반의 독신 여성.
나?
나 또한  한 원로소설가의 추천으로 그 유령 사무실에 어느 날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안착했다.

사무실에 앉아서도 그 명상 무용가의 비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던 그 여성은
이상하게도 '영혼'이라는 단어와 '회색' 물건이라면 정신을 못 차렸다.
'영혼'이나 '道'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을 주로 읽었으며,
옷은 물론 가방, 신발 등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회색이었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가까운 남대문 삼익상가에 들러 검정색 모자 달린
캐주얼 니트 코트를 한 벌 사왔더니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회색은 없더냐고 물었다.  그리고 당장 달려가 회색으로 똑같은 걸 사왔는데
검정색과는 달리  입으니까 별로였다.
커피를 끓여내는 조그만 주방 거울에 회색빛 코트를 입고 망연히 자신의 모습을 비쳐보던
그 얼굴, 그 난감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세속적인 욕망 따위는 초월했다고 스스로 굳게 믿고 있지만 사실은 어림도 없는,
'나는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생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나도 마찬가지다.

싫건 좋건  5, 6년 동안 함께 일했던 멤버들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그 날 사무실 뒤 간이 주방 때 낀 거울에 비친 그 언니의 스스로 민망하고
아쉬움이 덕지덕지 묻어나던 그 눈빛이라니!

아무튼 그 언니의 기묘한 회색 집착증처럼 어릴 때부터 '침묵'이라는 단어에 꽂히는 경향이
내게는 있었는데 엔도 슈사꾸의 <침묵>도 그렇게 해서 읽게 되었다.
하지만 최인호가 영혼의 책으로 극찬한 엔도 슈사꾸의 장편소설 <침묵>보다
남편과 아내와 연인 3인의 동상이몽을 그린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엽총>이 더 좋았다.
인간관계의 심연을 이보다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자, 이제 리뷰로 돌아와서.
'침묵들'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 맨 앞에 실린 아녜스 시르의 설명에 의하면,
왜 초상사진들을 묶었는가 하면, '부재하는 인물들의 침묵을 위해서'란다.
'일화나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세상의 흔한 잡지들과 달리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불필요한 효과도 용납하지 않는 그 인물들의 강한 현존을 위해서'(7쪽)다.

-- 나는  무엇보다 내면의 침묵을 추구한다.
나는 표정이 아니라 개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8쪽)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말이다.
자신의 서재나 흐트러진 침대 혹은 작업실 기타 곳곳에서 미처 포즈를 취하기도 전에
영혼을 낚아채인 듯한 이들의 표정과 시선을 따라가 보라.
누구누구는 무슨 생각인가에 몰두하고, 또 더러는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욕망과 피로, 
짜증과 불안이 희미하게 읽히기도 하지만 공허하고 뻥 뚫린  시선도 적지 않다.
그 시선 저편에는 무엇이 있는지.
"저기요, 산다는 게 뭘까요?" 하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얼굴도 있다.

이 책에는 조르주 루오, 윌리엄 포크너, 사무엘 베케트, 카슨 매컬러스, 파블로 네루다,
아르투르 오네게르, 롤랑 바르트, 장 주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후안 미로,
앙리 마티스, 수잔 손태그, 자크 프레베르, 에디트 피아프, 프랜시스 베이컨,
에즈라 파운드, 트루먼 카포티 등 이름만 옮기기에도 숨가쁜 이들을 포착한
94컷의 강렬한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

뭐니뭐니 해도 제일 좋았던 사진은 허름한 여인숙 앞에서 한 손에 만화를 들고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뚱뚱한 흑인 여인. ('빅스버그Vicksburg', 119쪽)
심플한 액자에 넣어 침대 옆 벽에 걸고 싶다.




에즈라 파운드, 1971,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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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10-2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회색과 영혼에 대한 '집착', 찔려요. ㅎㅎ
그 분처럼은 아니지만 20대때는 모노톤의 옷만 고집하는 편이었거든요.
저는 '침묵'에 담긴 속내를 파악하는 건 꽤 난감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표현되지 않는 말을 기다리기에는 아직 제 속이 너무 좁다고 느끼거든요.
가벼운 리뷰는 아닌데, 햇살 들어오는 나른한 오후의 선물 같네요.
잘 읽었어요. ^^

로드무비 2006-10-2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고 뭐 안 찔릴까요?ㅎㅎ
리뷰 쓰기는 왠지 좀 곤란한 책이어서 딴소리만 잔뜩 했습니다.
그래도 '선물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고마워요.^^

2006-10-29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10-3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지털 카메라가 생긴 후로는, 저도 직찍을 꽤 찍어 보았어요.
웃어 보기도 하고, 무심한 척 해 보기도 하고.
그러나 렌즈와 팔이 허용하는 거리 사이에 갇힌 사진은
(가끔은 타이머를 이용해 보기도 하지만), 겸연쩍어요.
어차피 어색한 거라면, 타인의 렌즈를 응시하고 싶어요.
(단체 사진이야 어림없지만, 어떤 사진들은, 사진을 찍어준 사진 밖의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해주더군요.)

로드무비 2006-10-3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어차피 어색한 거라면~~ㅎㅎ
이 세상에는 카메라 앞에서 겸연쩍은 사람하고
안 그런 사람하고 둘로 나뉘어지는 것 같아요.
이 사진집에 실린 얼굴들이 저는 참 좋았어요.
옷차림(대부분 정장으로 차려 입고 있는데)도 그렇고
배경이 되어준 서재나 침실의 분위기도 그렇고.
스냅사진의 경우 지나가던 모르는 이가 찍혀 있기도 하잖아요.
아무튼 오래 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져요.

배가 불렀던 님,ㅋㅋ, 제 주문이 별로였던가 보죠, 뭐.
대답할 말도 궁하고.
제 짐작이 맞죠?
그래도 댓글을 그렇게 내버려두시면 안 돼요.
무안하더란 말입니다.





sudan 2006-10-3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혼을 낚아채인 듯한' 표정은 어떤건지 궁금해요.
음. 그런데 전 누군가 사진속에 제 영혼을 드러내는 순간을 담는다면 기분 별로일 것 같아요. 내 영혼은 내가 밝히고 싶다는. 헤헤. ^^

로드무비 2006-10-3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님, 저도 동감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영혼은 내가.......
사진을 보시면 알아요.
'영혼을 낚아채인 듯한'이라는 표현이 뜻하는 걸.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반가워 죽갔시오.^^

2006-10-31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6-11-1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서 로드무비님을 받들고 산지가 좀 되었군요..ㅎㅎ(리뷰면에서...)
좋은 리뷰 읽고 갑니다.
사진의 눈빛이 강렬합니다.

로드무비 2006-11-1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알라딘서 로드무비님을 받들고 산지가 좀 되었군요..ㅎㅎ(리뷰면에서...)
달팽이 님, 이게 무슨 뜻인지 해독이 안 되어요.
이 책에 실린 사진들 정말 멋진데 리뷰가 신통찮습니다.
억지로 갖다붙인 듯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리뷰라고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눈빛들이 인상 깊어서 제목을 '시선'으로 잡았어요.^^

 
식객 13 - 만두처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내가 6년 동안  다니던 여학교 앞에는 미진사와 일신사가 있었다.
교복과 문구,  간식도 함께 팔던 백화점이 부럽잖은 전천후 가게였다.

일신사 메뉴 중에는 잔치국수가, 미진사에서는 라아드(돼지기름)에 구운 만두가 유명했다.
잔치국수에는 막 튀겨낸 고구마나 야채 튀김을 하나씩 집어넣어
국물이 걸쭉해질 정도로 으깨어 먹었는데, 환장할 정도로 맛있었다.
하교길, 배는 고파 죽을 지경인데 용돈이 없어 미진사 앞을 그냥 지나칠 때면
골목에 낭자한 만두 굽는 냄새 때문에 괴로웠다.

내가 누구인가.
초등학생일 때 삼촌이 누나 부부가 하는 충무동 양은그릇 가게 일을 도우며
도시락을 하나 가져와 선물했을 때, 그게 너무 작아 배곯게 생겼다며 울음을 터뜨려
두고두고 식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된 인물이다.

지금도 도시락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어 얼마 전에는 곧 다가온 아이 소풍을 핑계대며
삼각김밥용 빨강 도시락과 틀을 새로 장만했다. 
막상 그날이 되면 삼각김밥은커녕 얼렁뚱땅 주먹밥을 뭉쳐 넣을지도 모른다.

요리나 맛집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namu님이 최근 리뷰에 쓰신 것처럼
"어릴 때 바로 우리 엄마(혹은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이에요!"라는, 손님들의 약속이나 한 것 같은
똑같은 찬사에 나 역시 희미한 짜증과 의문을 품었었다.

--저들의 엄마와 할머니가 전국의 유명 맛집 주인이나 주방장처럼
모두 음식솜씨가 뛰어났을 리는 없는데!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어릴 때의 그 맛'이라는 건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할 수가 없는 문제이다.
내 기억이 조작을 했건 과장을 했건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싶은데 어쩌란 말인가!
튀김 두 덩이를 빠트려 꿀꿀이죽처럼 먹었던 일신사의 잔치국수나
돼지 굳기름에 노릇하게 구운 미진사의 납작한 만두가 지금 먹어봐도 과연 그렇게 맛있을지!
그럼에도 그 둘은 엄연히  '내 인생의 음식'으로 기록된다.

13권에서 기러기 아빠와 관련한  '궁중떡볶이'라는 에피소드의 팁 제목처럼
그리움이라는 허기는 어떤 산해진미로도 채울 수 없다.

이 책은 소의 내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릴 때 나는 엄마가 가끔 끓이는 곱창전골이 그렇게 싫을 수 없었다.
냄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곱창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몇 달 전 합정동의 유명한 곱창집에 가서
구이를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뭔지 모르겠지만 오묘한 인생의 자락과 구비를 모두 품고 있는 맛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기분좋게 콤콤한 그 향.
'곱'이 약간 흘러나온 그 매혹적인 자태라니!

절필선언을 하기 직전인 유명작가가 절망엔지 술엔지 취해 길거리에 자빠져 있다가
자신의 팬을 자처하는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고, 또 노점의 식혜 한 사발을 먹고 
다시 펜을 잡는  일화(64화 식혜)는 좀 안일하고 진부하지만
그 식혜 한 사발로 상징되는 것이랑, 단 한 사람이 그리운 나로서는
뭐라고 트집을 잡지는  못하겠다.

13권의 마지막 일화는 '만두'로 진수와 성찬의 애정전선에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 리뷰의 제목을 '사랑은 만두 같은 것'으로 할까 하다가 '그리움이라는 허기'로 잡는다.
아무려나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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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0-2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런 맞아요. 그리움이라는 허기.
그래서 그전의 그맛은 없다라는 진실.

waits 2006-10-2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일화들에, 로드무비님 글에서 봤던 주하의 모습이 겹쳐지는데요.
길거리 분식류는 저를 도발하는 거의 유일한 음식들인데... 반가워요. ㅎㅎ

oldhand 2006-10-2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지난주에 식객 12~14권 샀는데 아직 비닐도 못 뜯었어요.
미진사.. 일진사.. 분식집 이름이 로드무비 님의 연륜을 말해 줍니다. =3=3=3

Mephistopheles 2006-10-2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에서 만두님이 섭섭해 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3=3=3=3
(합정동에 가서 꼭 곱창을 먹어봐야 겠다고 활활 타오르는 중)

로드무비 2006-10-2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지금도 가끔 생각날 정도로 맛나더라고요.
그리고 제목, '사랑은 만두 같은 것'으로 고칠까요?^^

올드핸드님, 호호, 연륜이라니, 저 아직 새파란 청춘인데.
전 13, 14권 샀습니다.
나중에 다 채워넣을 거예요.^^

평택, 나어릴때님, 땡기는 한 가지 음식에 대한 집착은
딸아이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길거리 분식류 정말 맛있어요.
'도발'이라는 표현이 딱입니다.^^

반딧불님, 솥째 밥을 들고 앉아 냄비째 국을 퍼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2006-10-20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6-10-2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리움으로 세월 보내고 있을 때 느낌은, 허기로 지쳐있을 때와 비슷해요.

아영엄마 2006-10-2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곱창 종류는 못 먹어 봤어요.(안 먹었다고 해야 하나..-.-) 언제고 저도 "오묘한 인생의 자락과 구비를 모두 품고 있는 맛"을 느껴보도록 하것습니다.

로드무비 2006-10-2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 님, 제가 너무 멋을 부렸나요?( '')
아무 곱창이나 드시지 말고 꼭 합정동(망원동) 그 가게에 가서
드셔보세요.^^

hnine 님, 너무 잘 아시는군요.^^

투덜거리면서 님, 지난번에 리뷰 쓴 한 권, 그리고 엊그제
13, 14 두 권 샀어요.
기억하시는군요.
홍콩에서 배가 들어오면 왕창 사고 싶었는데
배가 여즉 묶여 있답니다. 흐흐~~

에로이카 2006-10-2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방금 식객 6권을 봤어요. 이번주에 짬짬이 1권부터 봤거든요. 저 맛있는 거 먹는 거, 무지 좋아하는데요... 이 만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는지, [식객]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그가 들인 발품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또 시각적 이미지 전달이 비교적 용이한 만화라는 매체 형식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맛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간결한 설명문 혹은 레써피를 읽은 듯한 느낌 그 이상을 받기가 힘들더라구요... 잘은 모르겠지만, 에피소드 스토리와 요리를 오버랩시키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런 듯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로드무비님의 페이퍼가 맛있는 것은 이런 맛과 이야기의 오버랩의 탁월함이 아닌가 싶네요.. 그 기억 저편 거리의 만두냄새와 도시락 선물, 합정동 곱창까지... 허영만의 <<식객>>보다 맛있어요.. ^^ 입맛 다시다 갑니다..

치니 2006-10-2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 , 저도 엊그제 합정동 그 가게에서 곱창 먹었는데, 혹시 로드무비님이 어느 자리에선가 소주 한잔 하고 계셨을까나 하는 상상에, 재미있습니다.

oooiiilll 2006-10-2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정동 그 가게'란 어디인가요?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며 일주일에 한 번은 곱창에 소주를 마시는데 점점 맛있는 곱창집이 사라져 안타까울 뿐입니다. ㅠ.ㅠ

2006-10-22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22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트님, 합정동 로터리의 황소곱창인데요.
망원동에도 새로 신축했다고 들었습니다.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 가기 전 우측 코너에 꺾어져 있답니다.^^

치니님, 맛있게 드셨어요?
먹고 싶어라.
이렇게 흐리고 쌀쌀한 가을 저녁 무렵 딱인 음식인데.^^

에로이카님, 음식의 맛을 구수하게 리얼하게 잘 전달하지 못한 부분은
읽으면서 저도 느꼈답니다.
자료 위주의 너무 상세한 설명은 만화 읽는 재미를 좀 반감시킨 부분이
없지않아 있고요.
제 페이퍼가 맛있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일 기분좋은 칭찬인데요?^^



치니 2006-10-2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트님, 합정동 로터리에 있는 그 집이 망원동으로 아예 이사를 했어요 (로드무비님은 이전하기 이전에 가셨던 모양이네요 ^-^). 망원역에서 가까우니 금세 찾으실겝니다.

해리포터7 2006-10-2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로드무비님의 탁월한 리뷰...저두 9권인가까지 밖에 못봤는데..얼른 연결해서 봐야 진수와 성찬의 상황을 알터인데요..전 이책 좋은 느낌이었어요.소개된음식을 보면 마구마구 식욕을 느껴서 탈이지만요.히~

건우와 연우 2006-10-2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깔나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제 어릴때 먹던 맛이 끌리는 나이>라고 수다를 떨었던건 혹 로드무비님이 정하신 제목처럼 그리움이라는 허기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2006-10-23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2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아마 절반쯤은?
그런데 반대로 어릴 때 그토록 싫어하던 음식이
땡기는 건 또 무슨 조화속일까요?^^

해리포터7 님, 안 그래도 과한 식욕에 욕망을 더하는.......
진수와 성찬 커플 귀엽죠?^^

치니님, 고맙습니다. 몇 달 전 일이라.....ㅎㅎ

디트님 들으셨지요?^^

산사춘 2006-10-24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울 어무이가 떡볶이나 돈까스를 해주실 때마다 울 남매는 가출을 했드랬어요. 넘 맛없어서... 그나저나 황소곱창이 눈에 박혀부립니다. 세상에나... 생각해보니 10월 들어서 한 번도 안갔어요. 어쩐지 제 곱창이 허전하더라니... 분발하렵니다. 아자!

2006-10-24 0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2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월 3일 님, 이젠 잊지 않겠습니다.^^

산사춘님, 저런! 한달 동안이나 걸음을 안하시다니!
님의 예쁜 곱창 가득가득 채워주세요.
황소곱창으로다가.

(그런데 어릴 때 제 입엔 맛없는 것이 거의 없었어요.
돈까스와 떡볶이를 마다하셨다니, 그럴 수가!)

2006-10-25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5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6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8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2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님, 좀전 님의 방에 갔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습니다.
긴 편지를 써야 할 것 같은데 그럴 마음이 안 나서요.
늦은 밤, 혹은 새벽, 절 기다려주는 글이 한 편 있으니 좋네요.
딸아이가 키우는 햄토리 한 마리가 불만 끄면 미친듯이 쳇바퀴를 돕니다.
그 시끄러운 기척이 또 마음을 덥혀줄 때가 있습니다.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의 고마움이 전해지기를.......


 

<세계의 문학>인가에서 심상대의 소설 <묵호를 아는가>를 읽고 그 지명에 꽂혔다가 
십여 년 전  평일 대낮, 월차를 내어 혼자 그 곳을 무작정 찾아간 일이 있다.
하루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그런데 가도가도 묵호는 없었다.
알고보니 그 얼마 전 '동해'라는 지명으로 바뀌었던 것.

황당했다.
예전 지명이 묵호였던 동해에 내렸는데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기차나 버스에서 내리면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고,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그런 일은 현실에서 좀체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시내버스를 타고 눈이 빠지도록 창밖을 내다보다가 하릴없이 내린 곳이 
사람들이 복작복작한  큰 시장 앞.
아무 작정없이 나서고 보는 허랑방탕한 그런 짧은 여행이 참 좋았다.
그렇게 무작정 들른 시장통에서 기껏 사먹는 음식이라야 노점의 빈대떡, 아니면
치킨 반 마리와 생맥주 한잔.

요기를 했으니 그래도 바다는 보고 가야지 하여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망상해수욕장.
똥개처럼 혼자 비실거렸던 젊음, 그리고 그 몰골을 맞아준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았던
그 바닷가.

몇 년 뒤 남편이 된 남자랑 동해에 가서 곰치국을 먹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흐물흐물한 살이 한 숟가락 입에 들어오자마자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 국물맛이 시원하고 담백했다.
남자와 함께이니  묵호가 동해이든 깻묵이든 상관없었다.
그때는 얼마나 황망했던가.
찾던 묵호가 없어서.
그리고 심상대는 마르시아스 심이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곰치국은 물곰이라는 동해 쪽에서만 잡히는 아귀 비슷하게 생긴 큰 생선을 몇 도막 잘라
무 큼직하게 썰어넣고 마늘과 대파, 그리고 고춧가루만 풀어 넣고 팔팔 끓이는 국이다.
신 김치를 넣고 끓여도 맛나다.

해장국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  모 방송 프로그램에 곰치국이 나왔다.)

 


사진은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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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10-1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여전히 항구 이름은 '묵호항'입니다. 울릉도로 가는 배가 묵호항에서도 뜨죠.

야클 2006-10-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곰치국. 물메기탕이랑 비슷하더군요. 회사앞에 파는 곳이 있어 술마신 다음날 먹어봤어요. 약간 맑은듯 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죠. ^^

로드무비 2006-10-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는 '여기가 묵호'라는 현수막이 저를 반겨 맞아줄 줄 알았거든요.^^

blowup 2006-10-1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묵호까지라니. 정말 로드무비잖아요.
묵호도, 곰치도, 참 둥글고 둔중한 울림을 가진 말이에요.
이름은 곰치인 주제에, 살은 흐물거린단 말이죠. 어째 귀엽네요.
그나저나, 맛이 궁금한데. 거기가 아님 먹을 수 없죠?

하루(春) 2006-10-16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런 환영문구가 있으면 더 좋을 텐데... 홍상수 영화 분위기도 나고... ^^;

urblue 2006-10-1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물곰탕 맛 없어서 안 먹는뎅. -_-

로드무비 2006-10-1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헹, 고향 사람에게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그런 이치인가,
블루님이 아직 국물 맛을 모르시는 건가.^^
(제가 좋아하는 바로 그 맑고 화끈한 맛인데......)

하루님, 그러게요.
여주인공이 좀 신통치 않았지만...^^

namu님, 김곰치 씨도 있잖아요. 히히~
물곰을 울진 사람들은 물꽁이라고 하던데
농수산물시장에서 운좋게 발견하고 사다가 국 끓여 먹어본 적 있거든요.
묵호에서 먹은 맛은 안 납디다만 그래도 맛나더라고요. 제 입에는.^^


로드무비 2006-10-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그 국물맛을 아시는군요.
아귀탕과도 비슷해요. 그죠?^^

Mephistopheles 2006-10-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쪽에 가격대성능비로 제법 푸짐하게 나오는 횟집이름이 묵호집인데...^^

건우와 연우 2006-10-1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픈 시간, 곰치국도 좋지만 사진에 보이는 무말랭이랑 삭힌고추랑 고추잎, 취나물...저는 이런류의 밑반찬들이 더 당기는군요...^^

waits 2006-10-16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분위기 좋은 글인데요. 십여 년 전에 헤매던 허랑방탕한 길이 떠오릅니다.
님처럼 아무 작정 없이도 아니었고 함께 떠오르는 맛도 없는 걸 보면, 좀 다르기도 하지만요. 찬 바람 슬슬 불기 시작하면, 늘 꿈꾸게 된다지요.

에로이카 2006-10-17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땐가, 독서실에서 밤샌다고 집에다 뻥치고 혼자서 청량리역에서 비둘기호 타고 묵호역에 갔던 적이 있었더랬어요. 일곱시간인가 걸렸던 거 같아요. 눈이 끝없이 내리던 어슴푸레한 새벽 묵호 푸른 바다가 눈에 선하네요. 뱃사람들 밥 먹는 식당에서 무슨 국밥을 먹었는데, 쏘주 한 병 달라고는 차마 못하겠더라구요.. 너무 어려서.. ㅎㅎ 세상이 티꺼웠던 고삐리 시절 새벽 아침 밥상에서 들리던 뱃사람들의 푸념에 내 티꺼움이란 얼마나 얄팍했던지... 부끄러웠지요...

2006-10-18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10-18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치... 오... 못먹어봤지만 저 물커덩해 보이는 살이 넘 땡깁니다. 해장에는 시원한 해물 국물이 역시!

로드무비 2006-10-1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물커덩한 살, 호호~~
맹물에 끓인 것과 진배없는 아주 담백하고 슴슴한 맛이랍니다.^^

잘 먹고 가요 님, 엄마가 고도의 유머를 구사한 걸로 보이는데요, 저는.ㅎㅎ
대구탕 같은 것 잘하는 데 없나요? 거기는?
한 냄비 끓여드리고 싶어라.^^

FTA반대 새벽별님, 님이 그러실 정도이니 그날 제가
얼마나 섭섭했겠습니까. 흑흑~

에로이카님, 청량리역, 비둘기호, 새벽 묵호 푸른 바다...캬~
님의 댓글이 한 편의 서정시입니다.
너무 어려서 쏘주를 못 시켰다는 말에 제가 안타깝네요.
국밥용 국이 설설 끓는 솥단지라든지, 성에가 낀 간유리나
허름하지만 두툼한 외투가 걸린 식당 의자....
그런 풍경을 미치도록 사랑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빠졌군요.^^

평택, 나어릴때 님, 낯선 길이나 허름한 술집을 맴돌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뻐근합니다.
'너무 늦은 나이'란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살아보니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제가 너무 욕심 사납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요.
님의 허랑방탕 여행기 한 자락도 풀어주세요.^^

건우와 연우님, 전 아직 밑반찬보다 메인디쉬 쪽입니다.^^

메피스토님, 세상의 모든 '묵호집'에 들어가보고 싶어요.
의정부 쪽에도 하나 봐둔 데 있습니다.=3=3=3


2006-10-18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담요 님, 아이고, 연녹색 바바리 페이퍼는 살짝
서랍에 옮겨올까 했는데.....
저 보라고 잠시 열어두셨다니 기분이 좋은데요?
그런데 가게에 달려가봤더니 빨강이 아니고 짙은 핑크더군요.
아쉬워 하지 마시라고.....^^

가랑비 2006-10-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에서 묵호에서 곰치국에서 해장국까지. ^^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 국물맛"이란 어떤 맛일까요.

로드무비 2006-10-1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백하고 슴슴한 맛.^^

가랑비 2006-10-1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 먹으러 사무실 근처 분식집 갔다가 김밥에 딸려 나온 된장국 맛보고 그 말이 떠올랐어요. "진짜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 국물맛이네" 하고. ^^ 그것도 나름 좋더라구요.

2006-10-23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3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2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로윈 몬스터 인형들이 너무 예뻤어요.
사진도 근사했고요.
고정희 시인의 생가를 찾는 짧은 여정을 담은 글이 있는데
보시라고 서랍을 열어뒀습니다.
'묵은지' 카테고리 제일 앞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도 대화가 가능하군요.
님이 말씀하시는 그 환영이라는 것, 저도 잘 알아요.
그 골목, 그 자취.....^^

이사예정 님, 용케 떠올리셨군요.
11월 말에 이사합니다.
그때 새 주소지로 보내주세요.^^

FTA반대벼리꼬리님, 저도 그 된장국 먹어보고 싶네요.^^
 
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여기 내 몫의 주민등록증을 가지는 것과 입에 풀칠 정도만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는 것이
일생의 소원인 사내가 있다.
빌어먹을, 아무리 살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그 정도의 소원은 너무 약소하지 않은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미스 터키와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형국인 야샤르의 일생은 오로지 주민등록증을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어먹을,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취학통지서를 받고, 학교에 가고, 졸업하고, 군대에도 갔다오고,
취직도 하고, 몇푼 모아 결혼하고, 집을 사든 빌리고, 아이 낳아 호적에 올리고 할 게 아닌가.
시시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게 인생 아닌가?

그런데 공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러 아버지와 동사무소에 갔더니
담당직원 왈, 죽은 사람에게 어떻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해 주느냐는 것이다.
호적대장에는 야샤르가  1915년 무슨무슨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공무원들은 호적대장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야샤르 부자의 해명과 간청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딴짓만 한다.

야샤르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찾아가본 모든 관청의 공무원들은 손톱을 깎거나
귀를 후비거나 동료와 시시덕대면서도 바쁘다고, 자신은 담당이 아니라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준다.
야샤르를 따라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비지땀에 범벅이 되어 방을 나서는데
빌어먹을, 속에 천불이 났다.

얼마 전 어마어마한 공적 자금을 쏟아부은 모 은행의 은행장 연봉이 십몇 억이라는 기사를 보고
분통이 터졌는데, 야샤르가 주민등록증을 얻기 위해 굽신거리며 만나는 대부분의 공무원들과
그의 약점을 이용해 사기만 치고 줄행랑을 놓는 인간들을 보고 있자니  거물이든 피라미든
그 부류의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놓고, 또 몇몇 분의 리뷰를 아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어쩐지 이 책을 덥석 집어들 수가 없었다.
주민등록증 하나를 얻기 위한 고군분투기라니 어쩐지 가슴이 답답했던 것이다.

그런데 터키의 국민작가라는 아지즈 네신의 입심, 정말 대단하다.
어떤 비참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날 잡아잡숴 주!' 하는 듯한 저 야샤르의 
멀뚱멀뚱한 얼굴 표정과 능청이라니!
예를 들어 호적대장 담당 공무원이 "야샤르는 죽은 걸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하자
"아이고, 아버지, 제가 죽었대요.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어요? 저 대단한 공무원 아자씨가
그렇게 말하잖아요."
하는 식.

주인공 야샤르뿐만이 아니다.
지나가는 행인 역할 정도의 등장인물 입에서 나오는 대사도 주옥같다.

"이보게, 야샤르, 너무 신경쓰지 말게나. 신은 문 하나를 닫으면 다른 문을 열어주신다네."
"하지만 형님, 교도소 문 이외에 제게 열린 문은 하나도 없습니다."
감방에서 가장 나이 많은 죄수가 말했다.
"아니지. 정신병원 문도 열렸었잖아."(253쪽)

빌어먹을, 세상의 진창에서 오물덩이처럼 구르다 마지막으로 감옥에 가게 된 야샤르,
그곳에서 밤마다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이야기 솜씨가 어찌나 구수한지
바야흐로 인기절정이다.
저 유명한 세헤라자드의 천일야화와 못 견줄 것도 없다.
하나같이 꾀죄죄하고 엉뚱하고 폭소를 자아내는 야샤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그 인물들은 이 요지경 세상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들이다.

밤마다 야샤르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듣는 철창 동지들의 면면 또한 얼마나 개성적이고 화려한지
독자들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화장수를 감쪽같이 보드카로 만드는 밀주제조기, 꽁초를 수집하여 담배를 말아 파는 사내,
깡통을 두들겨 펴 화로를 만드는 이, 죄수들에게 헐값에산 빵을 씹어 그 반죽을
제공하는 밀가루 반죽기,  그 반죽으로 여자 나체 등 못 만드는 게 없는 조각가까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대목은 야샤르가 감옥에 가기 전
자신의 여자를 구워삶는 장면.

그녀의 로망인 로마파리에서 그림엽서를 쓰는 밀월여행을,  근사한 예물을, 피로연을, 고급아파트를
어떻게 포기시키는지 궁금한 분들은 야샤르에게서 한수 배우시길.
(빌어먹을, 꼴에 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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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1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빌어먹을 이잖아요.

마태우스 2006-10-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과 추천이 많은 님의 리뷰에 일등으로...이런...다른 분이 이미 추천하셨네. 추천은 못하게 되었지만 댓글은 일등이라는 게 기쁩니다. 보관함에 담을께요. 제목 보고 안좋은 책인 줄 알았다는....

마태우스 2006-10-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만두님 때문에 댓글 일등도 놓쳐버렸다.... 엉엉.

해리포터7 2006-10-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마지막말에 꼴까닥~~~ 능청스런 주인공을 별로 안좋아하는데요..이런 야샤르는 어떤느낌일까..궁금하네요..

푸하 2006-10-1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하고 웃었어요. 수 많은 성공담이 '빌어먹을'을 되뇌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빌어먹을'을 더하는 시대 같아요. 그리고 등록증이 없어서 좋은 건, 군대 안가는 거 같아요.ㅎㅎ

비자림 2006-10-1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키인들에 대한 이미지를 낙천적이고 선량하다고 말하던 이가 있어 터키 여행을 가슴에 꿈꾸고 있는데(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ㅎㅎㅎ) 님의 리뷰를 읽으니 더 땡기네요. 한 개인을 둘러싼 두꺼운 현실의 벽과 그 벽에 갇혀서도 웃음과 풍자를 잊지 않는 야사르를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로드무비님, 잘 읽고 가옵니다^^

프레이야 2006-10-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꾼답네요.. 님의 리뷰도 못지않습니다.^^

조선인 2006-10-1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차력도장 선정도서임을 몰랐다는 겁니까!!!

rainy 2006-10-1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삼관 아자씨가 생각나네요..  빌어먹을, 요즘 사방팔방이 다 쓸데없이 심각한데 당장 읽어야겠어요^^ 이렇게 맛난 리뷰라니.. (!)

urblue 2006-10-1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를 어떻게 구워삶는지 궁금해서 봐야겠는데요. 풋.

건우와 연우 2006-10-1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것에 목을 매고 있는 이들에 대해 느끼는 갑갑증...
그것조차 넘어버릴수 있게 해주는 천연덕스러운 입심이라면, 읽어봐야겠군요.
요즘 처지가 나와 별다를것 없는 이들의 곤궁한 삶에 자꾸 갑갑증을 느껴, 자꾸만 술술 읽히는 연애소설이나 뒤척거리고 있었나봐요...

마태우스 2006-10-1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 조선인님/제가요 차력도장을 쉬고 있는 관계로...죄송합니다. 들켜버렸다 ㅂㅇㅁㅇ^^

마태우스 2006-10-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댓글의 맨 마지막 말은 순전 로드무비님 때문인 것을 밝힙니다.

바람돌이 2006-10-1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보던 책 다봤는데 요거 볼까 핑퐁볼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냥 야사르 볼래요. 네신의 입담이 어느정도인지 꼭 확인해봐야죠. ^^

blowup 2006-10-1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터키 문학이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군요.^^ 교역이 많았던 지역이라, 시장도 많고, 이야기도 풍부한 게 아닐까요.

로드무비 2006-10-1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죠.
고은 시인이 '타인의 잔치(파티?)를 축하합니다!'라고
소감을 남겨 실소했고요.
아무튼 터키에 저도 꼭 가보고 싶어요.^^

FTA반대 바람돌이님, 꼭 확인하시길.
제 생각에 박민규는 저리 가라예요.^^

마태우스 님, 제, 제목이 좀 거시기하죠?
마음에 안 들어요. 뭐 좋은 것 지어주시든가요.( '')
그리고 오랜만에 마태우스님이 쓰신 차력도장 선정도서 리뷰 기대할게요.

건우와 연우님, 솔직히 작가 소개가 너무 거창해서
의심을 살짝 품었거든요.
그런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히히~

블루님, 나중에 무슈 장과 함께.^,.~

rainy님, 맞아요. 위화의 주인공들, 그리고 아큐꺼정.
사방팔방 심각한 상황에 활명수 한 병 역할 정도는 기대해도 될 듯.^^

FTA반대 조선인님, 헤헤, 야무지기도 하시지.^^

배혜경님, 저랑 궁합이 맞는 책이어요.^^

비자람님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제가 그런 눈치는 좀 빠르거든요.^^

푸하님, 푸훗~하고 웃으셨다고요?
문제는 징병할 때는 예외 규정을 둬 야샤르를 군인으로
부려먹었다는 것이죠.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다가...국가 편한 대로.^^;

해리포터7 님, 주인공이 답답한 상황에 처하니 화가 나다가도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며 읽게 되더군요.^^

마태우스님, 그래서 추천은 하셨다는 겁니까, 안하셨다는 겁니까.=3=3=3
아, 좋은 생각.
잠깐 기다리세요. 님 방에 갈게요.

물만두님, 야샤르 제일 먼저 만나셨죠?^^



2006-10-16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6-10-1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반나절만에 뚝딱 읽었던 책이어요~ㅎㅎ
그나저나 '빌어먹을'은 저희 사무실식구들이 즐겨쓰는 말이에요
=3=3=3

로드무비 2006-10-16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 님, 제기랄, 육시랄(육실할) 등등.
입밖으로 가만히 내뱉고 나면 뭔가 속이 좀 뚫리는 것 같아요.=3=3=3

mong 2006-10-1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맞아요

151100200


waits 2006-10-1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책 같아요. 로드무비님의 드물게 긴 리뷰로 만족할랍니다. ㅎㅎ
빌어먹을, 제가 좋아하는 말이 제목이라 더 좋아요. 씨발(글자로 쓰니까 더 노골적이네요.)은 너무 진짜 욕 같아서 나이 먹으니 좀 그렇고... 니미(럴), 전 이것도 좋더라구요, 정감 있고...^^

푸하 2006-10-1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 때 님, 정말 노골적이 단어를 들으니 웃음이 나오는군요? 몸 속 깊은 곳의 '카타르시스' 발생중...ㅎㅎ

산사춘 2006-10-18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빌어먹을! 무비님의 따땃한 촉수는 정말 넓고 넓어요.

로드무비 2006-10-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꼴에 남자!" 라는 구절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푸하님, 여기 로드무비 방이랑께요.=3=3=3

평택, 나어릴때 님, 드물게 긴 리뷰. 히히~
아아, 님이 소개하시는 그 두 글자 욕이 더 씨원하네요.
정감 있고.^^

mong 님, 지금은 43 / 100400이네요.^^

마태우스 2006-11-0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소리내서 웃은 것도 여러번.... 그리고 깊이 공감하며 읽었지요. 감사의 뜻으로...다른 분께 선물하기 전 님께 땡스투 합니다. ^^ 근데요. 한가지 아쉬운 건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사건의 결말이 어찌 되었는지 해결 안해주고 책이 끝나버리더이다...

로드무비 2006-11-05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좋은데요?
읽고 나면 선물하고 싶은 책이죠?
땡스투 고맙습니다.
한 열 권쯤 선물하시면 좋으련만.=3=3=3
(책 첫머리의 사건의 결말이라, 그게 뭐였더라? 벌써 까먹었네요.;;)

마늘빵 2006-11-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당선 ^^

로드무비 2006-12-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님, 고맙습니다.^^
저도 축하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