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화책 VOL.2
새만화책 편집부 엮음 / 새만화책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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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설마 이런 곳에 메메해파리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는 우연히 이 해변에 수영을 하러 와서 메메해파리에게 왼쪽 팔을 물려 버린 것이다.
나는 출혈과다로 죽을지도 몰라. 한시라도 빨리 의사에게 가야 한다.

-- 여보세요, 이 근처에 의사는 없습니까?
저는 필사적으로 의사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네는 의사를 찾고 있는 거로군
.(쓰게 요시하루의 <나사식>)


오래 전 네이버 어느 블로그에서 쓰게 요시하루의 <늪>이라는 작품을 
본 적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만화를 찍어 올린 것이었다.
몇 컷 안 되는 장면이었는데 불길한 기운이 가득했다.
심연을 슬쩍 들여다본 기분이랄까.


하나와 가즈이치의 명랑엽기 형무소 이야기 <뒤룩뒤룩 구치소>와
다쓰미 요시히로의 <굿바이>, 쓰게 요시하루의 <나사식>이 실려 있는 새만화책 2권.
사실 이 세 작품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책 뒤에 실린 두 편의 일본만화 평론도 결코 놓칠 수 없고.

'월곡동 그림, 구파발 글'의 만화를 비롯해, 권용득, 김한민 등 우리 작가들의 만화도
기대 이상이다.  

 







 

 

 

 

 

 





 

 

 

 

 

 

 

 

 

 

 

 

 
  

<나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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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0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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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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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책
김이경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를 읽는데  이상하게도 김이경의 소설집
<순례자의 책>이 자꾸 생각났다.
('사람 책'이 있다는 걸 이 책을 보고 알았는데 '런던 사람 책'은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재밌게 읽었으면 그만이지 꼭 리뷰를 써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몇 달 전 읽은 책이 자꾸만 내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것이다.

'책'을 주제로 김이경이 풀어가는 열 가지의 이야기는 보기 드물게 매혹적이었다.
주제를 미리 정해 놓은 글쓰기인 만큼 자칫 억지스럽게 누덕누덕 기워 나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버릴 수 없었는데, 야무지게 이어놓은 몇 개의 이야기는 
각각 액자를 해서 걸어놓고 싶은 오묘한 색감과 문양의 퀼트 작품처럼
따로 또 같이 잘 어울렸다.

어마어마하게 큰, 기다란 주랑이 한없이 이어진 '저승'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에서
끙끙거리며 자서전을 쓰는 사람들 이야기('저승은 커다란 도서관')로 이 책은 시작된다.

18세기 한양에는 한 장 한 장 일일이 필사한 책을 빌려주는 세책점貰冊店이 성업중이었다는데, 
'기연奇緣'이라는 제목의 조선 시대 패설과 얽힌 기구한 이야기('상동야화')는
"가시혼야(책을 등에 짊어지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책 대여상)"를 소재로 한 에도 시대의
소설('들은 대로')과 멋지게 쌍을 이루었다.
한양의 세책점에서 취급하던 필사본과 목판본 책들이 활판본에 자리를 내주며 자취를 감추고,
에도 시대를 풍미했던 "걸어다니는 책 대여점" 가시혼야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 편 한 편의 짧은 소설 뒤에 실린 "소설 속 책 이야기"는
차례대로, 화장실에 간 사람이 오기 전에 잽싸게 속삭이는 술자리 뒷담화처럼 흥미로웠다.

나는 전수운錢繡芸이다.
스물여덟 해를 살았고 자식은 없다.
몸에 병이 들어 자리에 누운 지 오래되었다.

나는 평생 책을 읽고 책의 궁실宮室에 들기 위해 전전긍긍하였으나
끝내 그 뜻조차 이루지 못하였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내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다.
책 읽는 즐거움만 누렸으면 좋았을 것을 왜 다른 원願을 품었던가. ('꿈')

중국 명대明代, 연경의 거대 서점 거리 '유리창'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뛰던 한 소녀는
30만 권의 장서를 갖춘 책벌레 범씨范氏의 개인 도서관(장서각) 소문에 혹해
자청해서 그 집안에 시집을 간다.
그러나 소수의 문중 남자들을 제외한 여성과 외부인에게는 절대 문을 열지 않았으니......

'어느 필경 수도사의 고백'도 절절하다.
수도원의 스크립토리움(필사실)에서 성스러운 율법의 말씀을 한 자 한 자 베껴 쓰며
말씀을 묵상하던 어린 소년이 서서히 지혜를 체득하여 쉼없이 이어지는 알파벳들 사이로
틈을 내어 문단을 나누고 구두점과 대문자를 이용해 말씀의 처음과 끝을 분명히 하였으니,
인간의 손에 의해 더럽혀지고 잘못 전달된 말씀들이
그의 지혜에 힘입어 본래의 무오함을 회복하게 되는 과정이 흐뭇했다.

내가 쓴 것처럼 빨려들어가 읽은 '작가의 말'을 소개한다.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면서 꽤 오랜 세월을 보냈다. 회의가 든 날도 많았다.
세상은 고사하고 사람의 작은 잘못도 바로잡지 못하는데
책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책을 떠나지 못한 건 끽연의 습관 같은 것이리라.
똑같은 습관인데 끽연은 나무라고 책은 권장하는 세상을 보며,
어쩌면 끽연보다 독서의 폐해가 더 클지도 모르는데, 하고 생각한 것이 출발이었다.
이 책에 실린 열 개의 상상, 그리고 여기 실리지 못한 더 많은 상상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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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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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2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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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2-0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9-12-02 20:24   좋아요 0 | URL
님도 이 책 리뷰 쓰셨어요?
좀 있다 가볼게요.^^
 
그들 각자의 영화관 (총33편)
구스 반 산트 외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는 보지 못하고 며칠 전 집에서 '쿡'을 통해 챙겨본 영화가
<그들 각자의 영화관>이었다.

칸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여 ,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5명이 스케치한  
33편의 '극장' 혹은 '영화'에 관한 3분짜리 에피소드.
신기한 건 3분짜리 짧은 단편에 그것을 만든 감독의 체취와 입김이 진하게 뿜어져 나왔다는 점.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 편에 나온 잔느 모로는
나를 충격에 빠트렸고, 늙어서 더욱 빛나는 여배우의 또다른 아우라에 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역시 기타노 다케시구나, 이키 아우리스마키구나, 차이밍량이구나,
라스 폰 트리에구나......(10여 편 정도 영화와 감독을 대강 알아맞혔다.)

제일 웃겼던 건 역시, 켄 로치였다.

표를 끊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선 극장 로비에서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함께 볼 영화를 고르고 있다.
그들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은 불평을 늘어놓는데 부자는 좀처럼 영화를 고르지 못한다.
볼멘소리가 나오고, 또, 그들 부자를 옹호하는 중년여성의 대꾸가 이어진다.
결국 그 부자는 영화를 고르지 못하고 축구나 하자며 극장을 빠져나간다.('해피엔딩')

영화나 극장과 관련해 최근에 가장 인상적인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봤다.
두어 달 전 광화문 미로 스페이스에 <요시노 이발관>을 보러 갔다.
<카모메 식당>의 감독 작품인데도 이상하게 이 영화는 별로 땡기지 않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영화를 보러 간 것이다.
결국은 미련이 문제다.

좋은 일은 잘 모르겠는데, 나쁜 일은 예감이 '백발구십중'이다!
영화는 하품이 나올 만큼 내용이 너무 빤해서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아침 일찍 집을 빠져나오느라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방과후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챙기고 메모를 남기고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시계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한
그 모든 행동들이 무색하기 짝이 없었다.
도무지 극장 로비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나는
30분쯤 뒤 연이어 상영되는 최민식 주연의<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티켓을 끊고 말았다.

빈속에 김밥이라도 한 줄 먹으려고 영화관을 잠시 빠져나왔더니
알렉스와 호란 등 클레지콰이 멤버들이 지나갔다.
(그 얼마 전 안국동 모 극장에서 <걸어도 걸어도>를 조조로 보던 날에는
삼청동수제비집 앞에서 이를 쑤시고 있는 이동관 딴나라당 대변인을 봤다.)

라스폰 트리에 감독 편 에피소드도 무지 웃겼다.
시사회 때 영화는 보지 않고 귓속말로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한 영화 평론가의
면상을 망치로 후려갈기는 영화감독의 이야기였다.

망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살다보면 때때로 흉폭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기타노 다케시 편이었던가,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도 잠시 화면이 나왔는데
남양주 살 때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에 <키즈 리턴>을 보러 갔다가
10분 늦었다고 입장을 안 시켜줘 허탕을 치고 나왔다.
돌아나오는 길,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좀 뜬금없지만,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관객이 조금 늦게 와도 입장을 시켜줬으면 좋겠고 김밥이나 샌드위치 정도는
먹게 해줬으면 좋겠다.
(맥주도 팔면 더 좋고.)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는데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자리를 뜨지 않는 예술영화 관객 노릇도 더이상 못할 짓이라는 생각.

어느 날 오후, 낙원상가의 극장에 <바흐, 이전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더니
나 같은 인간들이 수십 명, 끝까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미동도 없이......   

 






'어느 좋은 날', 기타노 다케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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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9-11-1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근)이 기회에 관람 중 팝콘이나 핫도그를 마음껏 먹어도 되는 상업영화 관객으로 넘어오세요.

로드무비 2009-11-11 14:32   좋아요 0 | URL
압구정 CGV에는 생맥주도 팔더군요.
그런데 극장이 너무 멀어서......

팝콘이나 핫도그는 안 땡깁니다.=3=3=3

Arch 2009-11-1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느 모로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누구의 옆엣가지처럼 삐져나온 역할이 아니라 매혹적인 배우로 연기하는건 어떤가란걸 확실히 보여줬어요.

김밥은 미리 사가서 먹으면 안 되나요? 전 번이며 베이글까지 싸가서 먹었는데. 물론 조용히! 팝콘이며 콜라 쩝쩝대는 소리가 싫긴 한데 또 배가 고프면 그렇고...^^

로드무비 2009-11-11 15:21   좋아요 0 | URL
아까 잠깐 '쥴앤짐'과 '네멋대로 해라'가 헷갈렸어요.
잔느 모로는 늙어서도 정말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죠?

Arch 님, 이 영화 속 극장들은 하나같이 담배연기며 음식냄새며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소란스럽잖아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건 싫지만, 한편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그리고 고백하자면, 전 숨어서 쩝쩝거리며 먹는 쪽입니다.^^

Arch 2009-11-11 16:34   좋아요 0 | URL
아하, 네 멋대로 해라도 찍었나 했는데. ㅋㅋ 맞아요. 쥴앤짐, 트뤼포. 다 아는건 아닌데 괜히 아는척 해보고 싶은 영화, 배우였어요.
아, 시네마천국 생각나요. 키쓰신을 자르라고 종을 울려대는 사람의 머리 위로 뭔가 떨어지고, 그 왁자지껄함. 그 얘기였구나..^^

Forgettable. 2009-11-1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스폰트리에의 에피는 정말 재미있네요!! 왠지 딱이에요!
아, 이 영화 정말 보고싶어지네요 ㅎㅎ

로드무비 2009-11-11 15:29   좋아요 0 | URL
제 이야기에 빠져서 정작 소개하고 싶었던 몇 편의 에피소드를 놓쳤네요.^^
라스폰트리에 편 정말 후련했어요.
(라스 폰 트리에입니까, 라스폰트리에입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겠죠.)

Forgettable. 2009-11-11 15:46   좋아요 0 | URL
라스 폰 트리에 로 쓸걸요 ㅎㅎ 흥분해서 그만;;;
이번에 신작 나왔던데 무서워서 못보고있어요.ㅎㅎ
개봉 안할 것 같아 좌절했는데.. 벌써 어둠의 경로에는 쫙 깔렸더군요-_-

로드무비 2009-11-11 16:57   좋아요 0 | URL
저도 잠깐 헷갈려서 찾아볼까 했는데 또 귀찮더라고요.ㅎㅎ

<바흐, 이전의 침묵>을 보고 나와 잠시 영화에 대한 멀미를 느꼈습니다.
함께 떠들고 웃고 먹고 마시며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향수가 물밀듯이...

조선인 2009-11-1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꼭 가방에 커피 숨겨서 갑니다. 콜라 마시는 소리나 커피 마시는 소리나 매 일반일텐데, 왜 콜라는 되고 커피는 안 되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

로드무비 2009-11-11 16:51   좋아요 0 | URL
맥주 캔을 사서 까만 비닐봉지에 숨겨갖고 들어가
봤던 영화가 갑자기 생각 나네요.
파블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였죠, 아마.
영화 제목이 생각 안 나네요.

영화 보면서 맡는 남의 커피 냄새는 얼마나 황홀한데요.^^

2009-11-11 17: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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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2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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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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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16: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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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사진집, 2단 접이 특수양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학고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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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핑을 뜯고 몇 장의 사진을 보다가 그만, 비닐로 눈물을 닦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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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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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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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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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4: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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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21: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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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2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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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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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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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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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1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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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2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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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2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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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2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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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5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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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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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며 오랜만에 리뷰를 쓰고 싶어 컴 앞에 앉았더니,
이런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승객 용변 손수 치워준 '천사표 버스 기사'>
그리고 그 버스 기사님을 찬양하는 댓글들이 주르륵 달렸다.

심신 미약 상태로 승객이 실수를 한 상황이라면 운행중인 버스에서 그 용변을 치우는 건
버스 기사의 몫 아닌가?
그 당연한 일이 포털 뉴스 기사 중 '시사' 부문  메인 으로 뜰 정도면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지즈 네신의 유배지 회고록(거창하게 표현해서)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에는
오랜만의 외출에서 실수를 한 그 노인이나, 용변을 치운 기사님, 그 광경을 지켜본 승객들,
불친절한 자기 동네 버스 기사와 비교하며 그 기사님을 칭송하는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
버스를 모는 기사라면 당연한 일이지 그게 뭐 그렇게 대수로운 일입니까? 하며
실력 이상의 딴지를 거는 나 같은 사람들이 나온다.

'용산참사 농성자들 징역 5~8년 구형'이라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폭력으로 무언가를 쟁취할 수 있고 폭력에 상응하는 처벌이 없다면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모두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라며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검사들의 논지.

분기탱천하여,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아닙니까?'라고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독수리 타법 때문인지 이상하게 손이 떨려 실패했다.

- 우리 역사에는 유배지나 감옥에서 말로 다하지 못할 고초를 겪은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들과 비교하면 제가 유배지에서 겪은 일들은
관광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서문)

50여 년 전, 터키의 서슬 퍼런 계엄령 하에서 권력의 압제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글로써  신념을 지켜 나가다가 감옥에 갇히고
혹독한 유배생활을 경험한 아지즈 네신의 유배 일기 중
이 유머러스하고 파라독스한 서문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관광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가볍디가볍게 표현한 
그의 유배지에서의 기록은 요 며칠 나를 사정없이 웃기고 울렸는데,
"1년 전에만 만났더라도 부모에게 물려받아 탕진한 거액의 유산 중 몇 분의 1을
당신에게 주었을 텐데..."라는 말로 춥고 배고픈 유배지의 작가를 현혹한 사기꾼들에게
마지막 빵 한 조각을 기꺼이 내민 아지즈 네신의 흉내라도 내봐야 하나 어째야 하나......





 

 

 

 

 

 

 

나 또한, "내일모레 홍콩에서 배만 들어오면..." 이 비슷한  말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현혹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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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1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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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