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츠 오브 컨트롤 - The Limits of Control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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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변방도 중심도 없지. 인생은 자의적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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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宿風俗 2010-10-0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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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 정성일.정우열의 영화편애
정성일.정우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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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젠가 영화가 될 것이다>를 주말에  읽었다.
하루를 공치지 않았다는 식의 수상한 안도감이 드는 구절이 많았다.
'홍상수는 왜 에릭 로메르가 아닌가'하는 제목의 글을 읽으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참으로 적절한 비교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자신이 진실인 척했던 거짓과 대면해야' 하는
홍상수 영화 주인공들의 낭패한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에릭 로메르나 오즈 야스지로, 장률 등 아무래도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감독에 대한 글을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다.

'하여튼 살아가야 하는 삶, 그 슬픔에 관하여 -오즈 야스지로의 집'
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 한편이 찌르르했다.
(아무리 소제목이라도 '슬픔에 관하여' 어쩌구는 뺐으면 좋으련만.)

-  오즈 야스지로가 영화를 설명하면서 했던 유명한 말,
혹은 하스미 시게히코가 오즈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설명했던 말,
"두부집에서 돈카쓰를 만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는 말은
사실상 오즈가 세상을 떠난 다음 그의 영화를 설명하려 드는 시도에 대한
유언과도 같은 충고이다.

(...) 전통과 모던, 두 개의 일본, 전쟁 전과 전쟁 후, 하지만 '하여튼' 그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이상한 슬픔이 감돈다.
(이 말의 방점은 '하여튼'이다.  이 표현은 매우 잔인하다.)
왜냐하면 두부집은 결국 사라져 가면서도 그 집은 살기 위해
돈카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세상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427쪽)

자정 무렵부터 오늘 새벽, 어쩌다 손에 든 <삼성을 생각하다>를 내처 읽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세상은 어차피 그렇게 되어가기 마련인가?' 라는 의문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청문회의 인간들도 그렇고, 지금 리뷰랍시고(페이퍼에서 바꿨다) 쓰다보니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제목들은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기는 했지만>. <꽁치의 맛> 등)

꽁치, 하니 생각난다.
얼마 전 우리 동네 아파트 초입의, 생선을 대신 구워주는 집이 문을 닫았다.
구울 때 연기가 많이 나는 고등어와 삼치와 이면수와  꽁치를 숯불에 구워
주문을 받으면 배달해 주는 가게였다.
몇 개월째인가,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생선 굽는 냄새도 별로 안 나고 손님이 너무 없어
안절부절못하는 낭패한 두 중년남성의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청문회 때문에 오늘 아침 모 방송 프로그램이 결방되며 
짜깁기한 무슨 스페셜을 보여주는데 트럭에 생선 숯불구이 기계를 싣고
아파트를 도는 생선구이 장수 부부가 나왔다.
하루 매상이 오십만 원을 넘으니 대박이라며 부부는 입이 찢어져라 활짝 웃었다.

<꽁치의 맛>은 오즈 야스지로의 마지막 작품이다.
인간들은 사실 서로에 대하여 그렇게 할 말이 없다.
나의 상처는 너의 상처고, 나의 후회는 바로 당신의 후회다.
오즈 야스지로는 그 비애를 일상 속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대수로울 것 없는 말 속에 녹여낸다.

우리 동네 생선가게 문짝에 붙어 있는,'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적힌 인사장을 보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구운 꽁치도 언젠가 외면을 당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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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oshot 2010-08-2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내일은[꽁치의 맛]이나 함 볼까봐요.
그나저나 얼마 전 우연찮게 하라 세츠코여사를 검색하다보니
아직도 생존해 계시는 것 같더군요.깜놀했습니다.1920년생!

로드무비 2010-08-25 11:28   좋아요 0 | URL
무슨 일로 검색해 보셨을까요?
저도 덩달아 찾아봤습니다.
멋진 분이네요.^^

2010-08-26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0-08-28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쉽지 않을까요?

로드무비 2010-08-30 11:52   좋아요 0 | URL
...냉담해지면 좀 낫지 않을까요?

2010-08-30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1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5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10-09-05 14:26   좋아요 0 | URL
신용등급 떨어질까 봐 비밀글로^^

2010-09-06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5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品川風俗 2010-10-0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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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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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단 손에 잡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필사적으로 탐독하게 되는 책이 더러 있다.
최진영의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 바로 그런 책 중 하나.

-쓸쓸한 게 뭔지 아느냐고? 모를 리 없지! 내가 엄마를 찢고 나오면서
제일 먼저 익힌 감정이 바로 그런 건데.(40쪽)

발랑 까진, 혹은 위악적인 아이가 어른들과 세상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형식의 소설은
대부분 흥미롭지만 한편으론 진부하기도 하다.
당신이니 소녀이름이니, 하는 책 제목이 좀 유치하다고 생각하며 무심코 펼쳤다가
저녁밥 짓는 것도 미루고 단숨에 읽어치우게 될 줄이야!
 
'하나같이 멍청하고 지긋지긋해서 죽고 싶게 만드는 어른들' 속에서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오물덩이처럼 뒹구는 소녀는 '진짜 엄마'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소녀가 잠시 마음을 붙이는 건 허름한 식당의 혼자 사는 할머니,
쪽방 노숙자, 폐가에 몸을 의탁한 사내, 시장통 각설이패, 가출소녀 등이다.
유감스럽게도 소녀는(학교에 다닌 적도 없는데) 글자를 알고 책읽기를 좋아해서
폐가의 사내가 주워다 놓은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는다.

-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책 속의 결론은 늘 똑같았다.
진짜 같은 건 없다.
있어도 찾을 수 없다.(151쪽)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끝까지, '책 속의 결론'이 아닌, 소녀의 생짜배기 육성을 듣고 싶었는데!
(이러면서 또 나는 능청맞게 책과 영화 이야기를 갖다붙인다.)

달포 전에 본, 전수일 감독의 영화 <영도다리>가 떠오른다.
이런 장면이다.
천지간에 외로운 두 소녀(고아와 가출소녀)가 생일날 노래방에 갔는데
한 소녀가 옆방에 불려가더니 아는 소녀들에게 직싸게 맞고 나온다.
함께 온 소녀는 그 사실도 모르고 계속 노래를 부르고,
굴욕적으로 무릎까지 꿇었던 뺨이 벌겋게 부어오른 소녀는
친구가 있는 방으로 돌아와 아무 말 없이 탬버린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영화는 노래방 유리창을 통하여 먼 거리로, 무심히,  두 개의 방에서 일어난
그 광경을 보여준다. 다른 어떤 장면보다  충격적이었다.)
<영도다리>를 보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나도 모르게 오래 전 읽은 피에르 파졸리니 감독의
<폭력적인 삶>을 떠올렸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욕설과 폭력으로 점철된 소설.)

우아한 삶과는 거리가 한참 먼데, 어떻게 된 셈인지  "씨발!"이라는 기본(?) 욕설조차 
한 번 시원하게 입 밖으로 날린 적이 없다.
(하물며 유모 장관도 카메라(그 너머의 국민)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는데...)

세상은 구석구석 폭력으로 뒤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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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8-2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그렇담 언능 읽어봐야겠습니다.

로드무비 2010-08-20 17:56   좋아요 0 | URL
치니 님의 '그렇담'이 어디에 걸린 것인지 궁금.^^

반딧불,, 2010-08-2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찜해둔 책이라 리뷰는 안읽음.읽으나마나 좋을테니 추천만^^

로드무비 2010-08-21 12:13   좋아요 0 | URL
리뷰도 안 읽고 추천이라니, 인심도 좋으신 반딧불님.^^

반딧불,, 2010-08-22 02:46   좋아요 0 | URL
인심은 무슨요. 리뷰야 선입견 생길까봐 안읽는거고 늘 그랬지만 제가 알라딘님들의 리뷰에 특히 몇.몇.분의 리뷰에 약한거야 다 아는 사실이죠.
그중에 한 분이신걸 모르셨다는 말씀은 아닐테니 겸손으로 듣겠습니다.
여기 글발 되시는 분들이 넘 많아서 여기만 오면 글 쓸 의욕이 안생깁니다 그랴.그나마 글 안쓰다보니 영 안써지는데 말입니다.
 
<아시아 여름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Asia 제17호 - Summer, 2010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주, 여름 휴가의 말미에 잠시 통영에 들렀다.
(남편과 나는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를 각자 보고 나서
무언 중에 통영을 마지막 피서지로 선택했다.)

숙소에 짐을 부리고, 우리 가족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금년 5월에 문을 열었다는
박경리 기념관이었다.
선생의 시집에서 감명깊게 읽은 <사마천>이라는 시의 전문이
제주 올레길 곳곳의 노랑리본처럼, 기념관 내에도, 묘소 가는 길에도 사람의 시선을 붙들었다.

(그대는 사랑의 기억도 없을 것이다
긴 낮 긴 밤을
멀미 같이 시간을 앓았을 것이다
, 로 시작하는 시.)


다음날 우리가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오미사 꿀빵집.
'동피랑' 꼭대기 매점에서 누군가 먹고 있는
꿀이 자르르 흐르는 먹음직스런 빵을 보고 침을 삼킨 나머지
남편과 몇 상자를 사서 누구누구에게 선물할 것인가 차 안에서 설전을 벌였는데
오전 열한 시를 막 넘긴 시간임에도 빵은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나는 최근, 텔레비전 맛집 프로그램에 우연히 소개된 후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어느 식당과
사실은 정말 좋은 재료를 쓰며 음식 맛도 훌륭한데 파리를 날리는 인근 식당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세계인과 함께 읽는 아시아 문예 계간지' <ASIA - 팔레스타인 특집호>를 전해 받은 건
휴가를 떠나기 바로 이틀 전.
이런 계간지가 있다는 것도 사실 처음 알았다.
소설가 오수연이 진행한 '팔레스타인 문학을 빛낸 별들'이라는 제목의 좌담회는  꽤 흥미로웠지만,
세계인과 함께 읽는 잡지를 표방하다 보니, 글마다 영어 번역은 필수!
당연히 내 여행가방엔 끼지 못했다.
("이런 말하기 죄송합니다만 전 에드워드 사이드의 자서전 <아웃 오브 플레이스>를 읽으며
팔레스타인에도 상류층이 있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오수연)

<ASIA>를  어떻게 소개할까?
오래 전부터 나는 제3세계 문학과 아시아의 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챙겨 읽어온 편이다.
찻 껍찟의 <무지에 의한 단죄>는 십몇 년 전 제목에 끌려서 내가 사서 읽은
태국문학으로, 오매불망 믿었던 교장 선생에게 사기를 당하고 죽음을 맞이한
'확'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이었다.
그 빌어먹을 교장은 확의 죽음마저 자신의 인품을 공고히 하는 데 이용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오래 전 읽은 그 소설 속의 교장이 낯설지만은 않다.)

이 책에서 <여권>이라는 시로 소개되는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는 자신이
'팔레스타인 민족시인'으로만 기억되는 것을 경계했다고 한다.
'인권과 인간성을 말살하려는 억압세력은 세계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에
다르위시는 자신의 시가 인류 전체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시로 감상되기를 원했다.'(131쪽)

나 자신을 본다
아무 문제 없다
나는 그럴듯해 보이고,
어떤 여성에게는,
회색 머리카락이 매력적이기도 할 것이다.
(무리드 바르구티 詩, '아무 문제 없다" 중)

키파 판니의 산문 'Writing the Water 액체적 글쓰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거의 모든 구절에 밑줄을 쳤다.

-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 더이상 나를 희롱하지 않게 되자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간으로서의 내 경험이 더이상 나 혼자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는 인류의 자서전의 매우 작은 일부분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179쪽)

마흐무드 하부 하시하시의 <순교자의 잉크>를 읽으면서는 정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자살 테러'의 주인공을 '순교자'로 연결시키는  
저들의 태도에는 의문과 반감이 일었는데, 거리의 벽 위에 더 이상 붙일 자리가 없어
더께더께 붙여져 있다는 팔레스타인 순교자들의 포스터를 보면서
'집단적 자기방어든 뭐든... 개인적 이야기는 억제되고 집단 역사에 징발 당한 '
한 개인의 무구한 눈빛들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모르고 있었던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시나 소설 등 농밀한 글들도 좋지만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단편으로 데뷔하는 이호빈의 소설도 유쾌하기 짝이 없다.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생각나게 하는 그의 재미있지만 구중중한 소설 앞에 소개된
'신인의 말'을 소개한다.

- 다만 우리가 눈으로만 화려한 것을 쫓기 때문에  낡은 것들이 빈털터리로
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257쪽)

오랜만에 읽는 안도현의 시도 흡족했다.

그리하여 움푹한 숟가락으로 매일 국물을 떠먹으면서도
내 숟가락은 망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때로는 빈병에 꽂으면 마이크가 되고 술상을 두드리면
북채가 되는 숟가락을 내 아이의 손에 쥐어줄 때가 되었다.
아이가 칭얼거리기 전에 우선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일로 나는 조바심을 내고 있다.
요즘 아이들 그 누구도 달을 따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나부터 지붕에 오르는 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349쪽, 詩 <사다리와 숟가락> 중에서)

'아시아를 마주할 때마다,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 마지막에 소개된  알리 바데르의 글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삶은 요즘 들어서가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도스토예프스키적으로 잔인하게 변했'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광팬이었다는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사람들에게 행한 그의 소설과
다르지 않은 세부적인 상황 묘사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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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7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 티베트에서 만난 가르침
현진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보조 스님의 <수심결修心訣> 요체가 '밖에서 구하지 말라!'라면서요?
'성소聖所와 낙원은 특별난 곳이 아니고 제 할 일을 하는 곳'이라고도 했습니다.
'수행이란 무엇인가? 지금의 삶을 리얼리티하게 사는 자세다.'(102쪽)라는 말이
특히 마음에 들어옵니다.
아무리 해도 생의 실감이 없어서 말이죠.
지금도 저는 내 사는 꼴이 간신히 인간의 흉내를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 무상無常의 도리가 삶의 철학이 되면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인연에 따를 뿐이다.(104쪽)

라는 말씀에도 밑줄을 긋습니다.
그런데 '분별은 있으되 집착하지 않는' 그 상태가 과연 가능할까요?
2년 전인가, <수심결 강의>라는  최고의 책을 읽으며 저는 도리어
'집착하지 않겠다' '판단하지 않겠다'라는 평상시의 각오와 의지를 철회했습니다.
부처님은 진리에도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집착하지 않겠다'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집착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하던지요.
현진 스님의 이 책 제목처럼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겁니다.
너무 싫은 것은 조금 싫어하고, 정말 좋은 것은 계속해서 좋아하는 수밖에요.

후텁지근한 방 공기가 꿉꿉하여  유칼리툽스 스틱 향을 하나 꺼내어
'깊은 산속 오두막' 향꽂이'에 꽂았습니다.
숲의 향기입니다.
나의 사치와 평온과 쾌락.
멀리 갈 것 없이 나의 작은 방이 바로 사원寺院입니다.

어제 오후 '쿡'으로 <한식 탐험대>라는 텔레비전 음식 프로그램의 '국수' 편을 봤습니다.
김해에서 50년째 잔치국수집을 하는 할매에게 국수맛의 비결을 물었습니다.
1년 미만 어린 청어와 신안 멸치를 같은 양으로 솥에 세 시간 우리는 것이
전부라고 하더군요.

"비결이 없는 것이 비결이고, 세월이 비결입니더!"

50년 동안 뜨거운 화덕 앞에서 국수를 삶아대면 나도 저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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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10-07-2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 이 더운 밤에 소금같은 글이네요. 감사!

2010-07-28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8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8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9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10-08-1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읽어도 정말 대단하군요. 아후..

로드무비 2010-08-18 12:30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