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을 걸어가는 달 - 그림자 없는 성자 水月의 삶을 찾아
김진태 지음 / 학고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65인의 큰스님이 남긴 열반송'이라는 제목 밑의 문구에 혹해 금방 나온 책을
주문해 읽은 것이 추석 무렵이었다.(<내 삶의 마지막 노래를 들어라>)
선사들이 남긴 심오한 말씀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만
본문 중 어느 스님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가 가슴을 쳤다.

--공연히 이 세상에 와서.......

오늘 낮, 궂은 날씨에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시계를 보며 급히
학원 영어숙제를 하고 있던 딸아이에게 "우리 예쁜이 공부하느라 힘들지?"하고
궁둥이를 두드렸더니 순간 그 큰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그토록 좋아하던 태권도를 때려치운 게 10개월 전.
이젠 또 바둑이 싫어졌단다.
무릇 좋은 것보다 싫은 게 많아지면 인생 살기가 고달파지는 법이다.
나는 딸아이의 눈물을 못본척했다.

--과연 난 무엇이었을까. 적당히 마음 편한 곳만 찾아 방황했을 뿐,
정말로 중요한 진실에는 끝내 다가가지 못했다.(최준식 <죽음, 또 하나의 세계>)

<죽음, 또 하나의 세계>는 그 무렵 함께 읽은 책인데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마음 편한 곳만 찾아 방황'.
그 방황도 어쩌면 포즈가 아니었을까.

특별히 내가 몰랐던 엄청난 사실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더라도,
불투명한 막으로 여러 겹 겹쳐서 도무지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는 나의 실상을
"이러이러한 게 아닐까" 슬쩍 귀띔해 주는 책만 해도  반갑고 고마운 법인데.

<물 속을 걸어가는 달>을 통해 그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던 수월 스님을 만났다.
(몇 년 전 나왔을 때의 원제가 더 좋다. <달을 듣는 강물>)
출가 전에는 어느 집 머슴이었고, 또 까막눈이어서 멋진 법문이나 그럴듯한 말씀이
전해져 오는 것도 없으며, 절에서도 땔감을 구하러 산을 헤매거나 밭을 매고,
또 간도 초막 시절에는 밤낮으로 짚신을 삼고 주먹밥을 만들어
큰 바위 위에 놓아두었다고 한다.
일제의 탐학을 피해 두만강을 건너오던 동포들에게 이보다 반갑고 요긴한 게 있었을까.
수행중 몇 가지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갖게 되어 본의 아니게 유명해진 스님이건만
그는 자신의 그런 능력을 마치 코로 숨쉬는 만큼이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올해 내가 제법 간절한 의문을 품고 골라 읽었던 책들에서 만났던 가장 중요하면서도
공통적인 단어를  한 개  고르라면 '경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거지 여인으로 분한 문수보살의 이야기(137쪽)를 들으며
구멍 숭숭난 여러 겹의 막 중 몇 개가 스르르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수월도 스승인 경허의 본디 면목의 풍광 속을 일없이 지나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스승에게 매이지도 않았고, 걸리적거리는 스승을 갖고 싶지도 않았다
.(161쪽)

'본디 면목의 풍광 속을 일없이 지나치고 싶었던'이라는 구절이 좋아 수첩에 옮겨 적었다.

백봉, 효당, 무천 스님에게서 불교와 주역을 배운 현직 검사인 저자는
 '20여 년 전 시대의 어둠에 밀려 지리산 자락을 떠돌다가 어느 산사에서
수월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한다.
그는 수월 스님이 출가한 충남의 천장암부터 지리산의 천은사, 금강산의 마하연,
8년을 머물렀다는 간도 땅에까지 몇 년 동안 수월 스님의 행적을 좇았다.
이 책은 그 충실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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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3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4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7-11-23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사라 하면 남의 뒤를 쫓는 일에 전문가일터 그 대상만 선지식으로 바뀌었네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의 비자금이었나 다른 대형사건이었나 기억나지 않지만
중책을 맡고 춘천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뉴스를 들은게 마지막이었는데
김진태검사(지금도 현직에 있으려나 모르겠네요)의 재조, 재야를 합쳐서
제일 훌륭한 작품을 만들지 아니했나 싶어요.
그러고 보니 금강경,반야심경읽기의 김윤수 법관과는
사법부쪽 분들이란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마 그 法이 그 法이라선가 봅니다.^^

좋은 독자가 더 좋은 저자를 만듭니다.ㅎㅎㅎ

로드무비 2007-11-24 08:56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그분들은 아마도 인간세상의 법을 공부하다가 자연스럽게
자기자신을 더 넓혀나간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그분이었군요.
차장검사로 재직중이라는 약력을 책에서 봤는데 지금은 부장검사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건 아닐지......
좋은 독자라고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꼭 그리 되겠습니다요.^^

2007-11-24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5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11-2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하연님의 알라딘 닉네임은 금강산에 있는 어떤 곳에서 나온거였군요.
(완존 딴 소리에요 ㅎㅎ)

로드무비 2007-11-25 10:50   좋아요 0 | URL
치니 님, 마하연, 참 예쁜 이름이죠?
딴소리라도 좋습니다.^^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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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설마 우려하던 일은 기어이 현실로 닥치고, 기대하던 일은 좀체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비록 냉소주의의 팻말을 내걸고 있으나 나의 낙관주의는 품 속 깊이 감춘 암행어사의
마패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모처럼 써볼 요량으로 더듬어 봤더니 그 마패가 온데간데 없다.
그 사실이 별로 놀랍지도 않다.

맛있는 음식에 달려들 듯 게걸스럽게 9년 만에 나온 박완서의 소설집을 읽어치웠다.
내 안의 허위의식과 이중성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떠들라면
2박 3일로 밤을 새울 자신이 있다.
예전엔 내가 잘하고 남들이 내게 못한 것만 새록새록 생각나더니
지금은 밥솥의 밥을 퍼다가도, 슈퍼 진열대에서 두부 한 모를 집어올리다가도
얼굴이 뜨뜻해지는 순간이 자주 있다.
잊고 있던 나의 과오가 문득 떠올라서.

중풍으로 운신 못하는 시아버지의 팬티를 손으로 집지 못하고 집게로 집어설랑
오만상을 찡그리며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로 가다가 마침 잠기지 않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던 친구에게 딱 걸렸다.
친구는 독거노인 목욕 봉사단의 멤버고, 소설 '마흔아홉 살'의 주인공 카타리나(세례명)는
그 봉사단의 실질적인 리더이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겉다르고 속 다를 수가 있는지, 완전히 딴사람이야."
"세상에, 세상에 ......그 점잖은 노인네가 아들네 집에서 그런 구박을 받다니.
나는 카타리나가 그런 독종인 줄은 꿈에도 몰랐네."(83쪽)

모임에 좀 늦게 도착한 날,  무의탁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목욕 봉사를 해보자고
힘을 모았을 당시의 주동자가 카타리나라고, 천사 같은 얼굴 뒤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의 뒷담화를 닫힌 문 앞에서 듣고 그녀는 뛰쳐나간다.
애초에 회장을 맡겠다고 한 것은 권력욕으로, 그동안 노인들을 위해 바리바리
남편 회사의 도움을  받은 것은 목적을 가진 사업상의 PR로 치부된다.

인간의 이중성과 허위의식을 눙치고 까발리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하다.
아니, 더욱 깊어지고 예리해졌다.
눈치를 채고 따라 나온 절친한 친구와 찻집에 마주앉아 카타리나는
김밥이며 순대를 아구아구 맛있게 먹는다.
그렇게 지독한 소리를 듣고도 모임을 깰 생각이 없는 그녀다.
목욕봉사를  헌신적으로 하는 것도 정의감의 찌꺼기일 뿐이고
그 날 그 친구에게 자신을 간파당했다고 카타리나는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 내 이중성은 용서받지 못할 거야. 난 왜 이렇게 겉다르고 속 다를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가짜인지 나도 모르겠는 거 있지."(105쪽)


집게로 집어들고 오만상을 찡그렸던  팬티 같은 것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되기는커녕 네 앞가림이나 잘해. 그게 세상을 도와주는 거거든.'
 내가 똑똑해서 일찌감치 그런 결론을 얻은 걸로 알았더니
이 책을 읽으며 불현듯 나는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어왔던 박완서 소설의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2005년, 한 문예지에 발표했다는 '거저나 마찬가지'는 읽으며 배꼽을 잡았다.
어제 오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구체적인 아주 묵직한 상심이 있었는데도
잠시 그 뻐근함을 잊을 정도였다.
'마흔아홉 살'과 '거저나 마찬가지' 이 두 편 외에는 김병익 씨의 표현처럼
(작자와 해설자의 나이를 합하면 147세라고 소개하고 있다) 노년문학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 최일남의 소설 외에는 노년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을
만나기 어려워 적잖이 아쉬웠는데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책 앞장의 예쁜 메모지에 적힌 작가의 글과 단아한 친필사인을 들여다보는데
몇 번을 봐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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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4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5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0-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이제사 털어놓지만, 저를 [알라딘 마을]에 재미를 붙이고, 서재를 만들어 살게 만든
동기 부여가 제일 접한 로드님의 글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중간에 로드님의 컴퓨터 문제로 활동이 뜸해졌을 때 허전했었습니다.
'어어? 로드님이 혹시 서재문을 닫으면 어쩌지? 그럼 나의 안내판은 사라져?'
그런 느낌이었달까...음, 표현력이 부족해서 확실히 전달은 안되네요.(웃음)

뭐랄까, 어린애같은 거랄까요.
'나를 여기 있게 만들어 준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것은 싫어. 그건 마치 입구가
사라지는 것 같잖아. 그럼 기분이 이상하지.' 라는 사념들 말에요.
물론, 제가 로드님의 글을 다 읽거나 혹은 댓글을 다 달거나 하진 않지만 -
존재 자체가 필요하거든요.

음, 어린애의 요상한 소리라고 생각해주세요.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군요.(긁적)
그렇지만,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맛있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구요.

그래요, 좋다구요.
냠냠.

잘 먹었습니다.

로드무비 2007-10-25 11:39   좋아요 0 | URL
L-SHIN 님, 아이고, 이렇게 귀엽고 다정한 댓글이라니!ㅎㅎ
님의 입에 정말 맛난 걸 가득 넣어드리고 싶잖아요.(부르르~)
컴이 고장나 서재에 잘 못 들어오는 게 안타까웠는데
그 상태도 꽤 쾌적하더라고요.
서재 개편 후에는 정말 소극적인 서재활동을 하게 돼요.
길을 못 찾는 아이처럼 새글들을 찾아 읽지 않게 되고요.
댓글 보고 간신히 찾아가 보는 정도.
생각난 김에 님 방에 가봐야겠어요. 슝=3


비로그인 2007-10-25 12:1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조금만 더 자주 맛있는 글을 차려주세요~
후헤헤헤헤헷... ( >_>)

로드무비 2007-10-29 11:34   좋아요 0 | URL
우헷헷, 그러십시다요.
오늘 한 접시 올릴게요. 입에 맞으셔얄 텐데......^^

라주미힌 2007-10-24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는 항상 좋아요..

로드무비 2007-10-25 11:32   좋아요 0 | URL
앗, 라주미힌 님이닷!
라주미힌 님 댓글 항상 반가워요.^^

프레이야 2007-10-2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늘상 맛깔나는 리뷰 잘 읽고 당장 담아갑니다.
노년문학, 단아한 친필사인.. 다 기대되어요^^

로드무비 2007-10-25 11:31   좋아요 0 | URL
혜경 님의 열광적인 반응의 리뷰 기대할게요.^^

치니 2007-10-24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박완서의 오랜만에 나온 소설집을 게걸스레 먹어치우듯이, 여기 우리들도 그래요. ^-^

로드무비 2007-10-25 11:30   좋아요 0 | URL
'여기 우리들도'라니 누구누구요?( '')
헤헤, 치니 님이 참 기분 좋은 댓글을 써주셨군요.^^

마노아 2007-10-2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맛나게 먹었어요. 이 책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로드무비님은 알라딘의 기업 활성화에 언제나 기여하시는 듯합니다^^

로드무비 2007-10-25 11:44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커트 보네거트 책으로 땡스투를 엄청 받았어요.ㅎㅎ
그런 부수입을 또 기대해도 될라나요?
기업 활성화라니, 알라딘에서 들으면 코웃음을 치겠어요.=3=3=3

니르바나 2007-10-25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맛 까다로운 로드무비님을 오랜 세월 붙잡는데 성공하셨으니까
작가 박완서씨는 그 많은 훈장같은 문학賞을 떠나서도 훌륭한 소설가라 생각됩니다.^^
그럴 줄 알고 저도 그 사인 받아놓았습니다. ㅎㅎ

로드무비 2007-10-25 11:26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저 입맛 안 까다로워요.=3=3=3
없어서 못 먹는 인간입니다요.
그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썼지만 사실은 지대했다는 걸 인정해요.
사인 잘 받아놓으셨습니다.^^

rainer 2007-10-2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저나 마찬가지, 가끔 그 말을 쓰다가 박완서의 소설이 떠올라 씨익 웃곤하지요.
그리고는 거저나 마찬가지는 사실 거저가 아닌거야, 이러고 한 번 더 쓰게 웃어요.
리뷰 좋아요. 바구니에 담아두었는데 얼른 주문해야겠어요. ^^

로드무비 2007-10-25 11:23   좋아요 0 | URL
먹던 밥상 위에 숟가락만 하나 더......
그 말에 몇 개월 간 밥상을 차려야 했던 기억이 제게도 있거든요.
'거저나 마찬가지'는 제목조차 웃겨요.
신경 쓰지 않고 막 붙인 제목 같은데 생각해 보면 그게 딱이죠.^^

icaru 2007-10-2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는 항상 좋아요 2
이 책 나온 건 알았는데, 사고 싶기까지는 아녔구요. 님이 별 다섯을 주시면, 맘이 많이 동요되곤 하죠.

로드무비 2007-10-25 11:19   좋아요 0 | URL
icaru 님, 책 읽으며 흥이 올라 다 읽고 바로 달려와 쓰는 리뷰는
님들도 더 좋아해 주시더군요. 헤헤~
부쩍 노년에 관심이 많아져서인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참 좋았어요.
님은 10년쯤 뒤에 읽으셔도 괜찮겠죠, 뭐.^^

에로이카 2007-10-2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앞가림도 하면서 세상도 챙기면서 살기는 참 힘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또 둘 다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는 것 속에 그 둘을 나름대로 녹일 수 있는 지혜가 제겐 참 절실한데... 로드무비님 서재가 오랜만에 찾아온 단골집 같아 좋습니다. ^^

로드무비 2007-10-25 11:15   좋아요 0 | URL
에로이카 님, 내 앞가림도 하면서 세상도 제대로 챙기는 건
저도 바라마지 않는 바입니다.
오랜만에 오신 단골손님에게 맛있는 걸 좀 내놔야 하는데......^^

2007-10-25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에 2007-10-26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소설과 리뷰 ^^

로드무비 2007-10-29 10:47   좋아요 0 | URL
누에 님, 앗, 깜찍한 이미지.
푸른색인가요? 눌러봐야겠어요.^^

얼음장수 2007-10-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광고를 볼 때는 "나왔구나..." 싶었는데
리뷰를 보니 "읽어야겠구나..." 하게 되네요.

로드무비 2007-10-29 10:46   좋아요 0 | URL
얼음장수 님, 안 읽으면 손해예요. 하하~

릴케 현상 2007-10-2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샀어요. 리뷰 읽은 걸로 만족할지도 모르지만^^

로드무비 2007-10-29 11:35   좋아요 0 | URL
산책 님, 역시 박완서!
발표 당시 두어 편 읽은 것 다시 읽어도 여전히 재미나더군요.^^

2007-10-27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9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7-10-2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만큼 무비님이 좋아요. 헤~

로드무비 2007-10-29 11:00   좋아요 0 | URL
산사춘 님, 와락!
아시죠? 이 음향.^^

2007-10-29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30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30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8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3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11-0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이주의 마이리뷰 당첨이에요. 추카추카예요(>_<)

로드무비 2007-11-12 11:32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님 덕분에 이 사실을 알았지 뭐예요. 캄사캄사합니다.^^

2007-11-13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 2007-11-2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박완서님은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위트와 재치로 풍자하는 재주가 있으신가봐요. 작가의 글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로드무비 2007-11-22 11:58   좋아요 0 | URL
Hani 님의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오늘의 책~' 연극 소식도 덕분에 알았고요.
무거운 주제를 요런조런 쌈으로 가볍게 싸주시는 작가의 재주.
저도 그 쌈밥 오래오래 받아먹고 싶답니다.^^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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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감사합니다! 다시는 책을 내지 않겠다던 보네거트가
약속을 깨뜨리게 해주셔서
.(스터즈 터클, 방송인)

이 책 커버 뒤에 실린 홍보용 문구.
1997년 <타임 퀘이크>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커트 보네거트는
열혈독자들에게 이 회고록 한 권을 던져주고 올 봄 세상을 떠났다.
며칠 전 그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회고록 따위는 쓰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인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그의 생각과 사적인 이야기를 좀 들어볼 수 있겠다 싶어 반가웠다.

--기업은 뇌물을 줘도 괜찮고, 환경을 조금 파괴해도 괜찮고,
가격을 담합하거나 멍청한 소비자들을 우롱하거나 공정거래를 위반해도 괜찮고,
파산시 국고를 낭비해도 괜찮다.
맞는 이야기다. 그것이 자유시장 체제다.
맞는 이야기다. 빈민들이 가난한 것은 과거에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자식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맞는 이야기다. 자유시장 체제면 충분하다. 자유시장은 자율적인 사법체계다
.(86쪽)

제목이 왜 '나라 없는 사람'인가 했더니 부시 같은 얼간이나 자신만 아는 못된 기업가,
그리고 권력 주변부의 인간말종들과 한 편이기 싫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유들유들 한쪽 다리를 흔들면서 한다.
전쟁을 반대하고 지구의 내일을 걱정한다. 휘파람을 불면서......
그의 그런 자세가 좋다.

--만일 부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데 게이가 될 배짱이 없다면
예술을 하는 게 좋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예술은 생계수단이 아니다.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 만하게 만드는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다.
잘하건 못하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진짜로 영혼을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다.
샤워를 하면서 노래를 하라. 라디오에 맞춰 춤을 추라.  이야기를 들려주라
.(32쪽)

자신이 좋아하는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마크 트웨인은 생애 말년에
인류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고 하면서 자기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한다.
인간에 대해 두 손 두 발 다 들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나에겐 어쩜 그리 꿀처럼 단지......

사람들은 그를 '러다이트'라 불렀다 한다.
최신식 기계를 증오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다른 도시에 사는 타이피스트에게 자신의 원고 타이핑을 부탁하기 위해
봉투를 파는 가판대에 줄을 서고, 집에 와서 풀로 봉해 다시 그걸 부치러 우체국에 가는
그의 뒤를 따라다녀 보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대문을 나서서 뭔가 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냄새를 피우기 위해서다.
누군가 다른 이유를 대면 콧방귀를 뀌어라
.(66쪽)

커트 보네거트 씨, 당신의 글이 있어 이 삶이 조금 견딜 만합니다.
골초인 당신에게서 풍기는 냄새도 제법 구수했습니다.
한나절 뒤를 따라다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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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인사올립니다.
    from 2007-10-31 20:38 
    님의 댓글 보고 한번 사서 볼려고 합니다. 책을 참 더디 보는 사람중 한명이라..언제 다 읽을 지는 모르지만..함 읽어보고 다시 올리겠습니다.
 
 
mong 2007-09-0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떨까나 하고 벼르던 책인데
로드무비님이 이렇게 리뷰를 써주시니
얇은귀가 팔랑팔랑 합니다 ^^

로드무비 2007-09-03 13:42   좋아요 0 | URL
사실 기대했던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는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의 친필 글이 꼭지마다 한 개씩 액자 형식으로 실려 있는데 독특합니다.^^

twoshot 2007-09-0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나중에 올리셨으면 땡스투를 드릴 수 있었는데...이미 주문한 상태라..그저 추천 한번 꾹 누르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7-09-09 16:05   좋아요 0 | URL
아아, 아깝습니다아.
그나저나 지금쯤은 모두 읽어치우셨겠네요.^^

2007-09-04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9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09-0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결국엔 보관함에 담게 하는 로드무비님의 글솜씨.
짧은 글들 모아져 있는 책을 별루 안 좋아해서, 망설이다가도...^-^

로드무비 2007-09-09 15:34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로 바로 담는 힘을 길러야 할 거인디.=3=3=3
그의 팬이라면 좋아할 테지만 워낙 짧은 글들 모음이라 어떨지 모르겠네요.^^

perky 2007-09-0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왔다고 하길래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었는데, 덕분에 감상 잘 감상하고 갑니다. ^^

로드무비 2007-09-09 15:32   좋아요 0 | URL
차우차우 님, 그곳에서 나온 책도 이 비슷하겠죠?
보네거트의 자화상이 표지에 실리지 않았을까요.^^

다락방 2007-09-0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슬며시 보관함에 넣겠습니다 :)

로드무비 2007-09-09 15:30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지금쯤은 님의 수중에 책이 들어왔나요?^^
(땡스투 몇 푼이 들어왔길래.ㅎㅎ)

2007-09-04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포 2007-09-0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접하지 못했지만..리뷰가 더 맛깔스운 느낌이 나는건..왜일까요? ㅎㅎ...저도 보관함에~~

로드무비 2007-09-09 15:29   좋아요 0 | URL
히포 님, 리뷰가 좀 맛깔스럽죠?=3=3=3
장바구니로 빨리 이동시키셔요.^^

2007-09-06 16: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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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8 0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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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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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6: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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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0 0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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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1 1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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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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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8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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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1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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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2 2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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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7 0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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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5 1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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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9 1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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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 책들과 정신을 소개받는 즐거움
일본 小출판사 순례기 - 출판정신으로 무장한
고지마 기요타카 지음, 박지현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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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책들이라도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먼 나라에서 나온 책들은 내가 읽을 가능성이
0.0001%도 안 된다고 할지라도 제목만 들어도 애틋한 마음이 든다.
어떤 책의 탄생 비화는 스릴러 영화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언제부턴가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고르고 그 값을 지불하는 사람은 나이지만 어떤 책을 읽다보면
바로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코스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깨달음이 좀처럼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문제이지만......

<일본 小출판사 순례기>에서 만난 책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책을 통하여
다양한 삶의 모습과 정신을 보여주었다.
소수의 독자에 대한 믿음으로 밀고 나가든, 무명의 필자 발굴에 안테나를 세우든,
인문적 관점에서 세상을 읽든, 환경문제를 붙들고 늘어지든, 운동으로서의 그것이든,
하나같이 흥미로웠다.

--특히 독자의 반응이 좋았던 책은 오카 나미키의 <도로 포장과 하수도 문화>였다.
론쇼사(論創社)는 내가 인문서고를 맡고 나서 알게 된 개성 있는 출판사다
.(168쪽, 론쇼사 편)

일본의 작은 출판사들은 몇 대째 가업을 잇는 동네 길모퉁이의 작은 식당과도 같은 느낌이다.
포렴을 걷고 들어가 구석자리의 작은 식탁 앞에 앉는 것이다.
벽에 붙은 손글씨의 메뉴판을 보며 음식을 고를 때만큼 흡족한 시간이 있을까?
책을 고를 때의 기분과도 흡사하리라.
발행인이나 편집인들의 믿음 위에서 제각각의 출판정신으로 무장한
다양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다룬 책들의 제목만 듣고도 오금이 저렸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던 중에 선생님은 무심코 "오늘날 일본의 번영은
아시아 민중들의 인간 이하의 삶 위에 성립된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나의 얄팍한 지식, 인간관계 속에서도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자본주의와 식민지 관계에 대해 읽거나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이론일 뿐이었다.
이렇게 인간에 근거하여, 생활에 근거하여, 따뜻한 시선으로 어떤 슬픔마저 감도는
어투로 말하는 이가 있었던가.
이론이 아닌 인간의 진심을 담은 그 말에 나는 감동했다
.(261쪽, 도메스출판사 편)

"오늘날 일본의 번영은 아시아 민중들의 인간 이하의 삶 위에 성립된 것"이라고 말한
곤 와지로는 '고현학(考現學)'이라는 독창적 학문의 창시자라는데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
그 외에도 얼마나 매력적이고 독특한 책과 저자들이 많은지
백지에 제목과 이름만 한 번씩 적어보는데도(호감의 구체적인 표시로!)  종이가 꽉 찼다.


**출판 관련 소책자에 실렸던 연재물이라지만
내용을 조금 더 보완하고 다듬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오자도 여러 개 눈에 띄고, 한마디로  감칠맛이 부족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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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1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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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1 1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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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1 1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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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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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1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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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0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현학, 처음 들어봅니다. 오늘날 일본의 번영은 아시아민중들의 인간이하의
삶 위에 성립된 것, 곤 와지로. 늘 생각거리 던져주시고 훌훌 가볍게 서재방 걸어나가시는 로드무비님, 글 멋진 거 아시죠! 로드무비님^^

로드무비 2007-09-03 13:45   좋아요 0 | URL
헤경 님, 가볍게 서재방을 걸어나가는 게 아니고 걸음이 무겁습니다.
컴이 자주 다운되어 짧은 글 하나 쓰기 어렵거든요.
고현학, 책 읽고 잠시 검색해 봤답니다.
곤 와지로라는 학자를 알게 되어 즐겁더군요.^^

프레이야 2007-09-03 23:02   좋아요 0 | URL
'가볍게'는 님의 글쓰시는 방식에서 제가 받은 호감이에요, 님^^
제가 부러운 방식이라서요. 내용은 묵직하게 방식은 가볍게..
이게 참 쉽지 않아서요^^ 오늘 하루 잘 보내셨지요^^

누에 2007-09-0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네요. ^^

로드무비 2007-09-03 13:33   좋아요 0 | URL
누에 님, 그럴 때 참 기쁘죠? 잠시나마.^^

2007-09-01 2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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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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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님 리뷰를 읽으니 이 책에 관심이 가네요. 읽어봐야 겠어요.^^

로드무비 2007-09-1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과 흑 님, 안녕하세요? 이 책 전 재밌게 읽었답니다.^^

릴케 현상 2007-09-2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다닐 때 비슷한 책을 읽은 듯한데...같은 책이 새로 나온 건지 다른 책인지 모르겠네요^^

로드무비 2007-09-22 11:33   좋아요 0 | URL
<송인소식>에 연재가 되었다더군요. 그때 읽으셨나 보다.^^

2007-10-05 14: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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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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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지즈 네신의 <생사불명 야샤르>를 읽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그의 나머지 책들을 주문하는 일이었다. (리뷰를 먼저 썼던가? 아무튼.)
책을 통해 멋진 작가를 만나게 되면 나는 호감의 표시로
읽지 않은 그의 책들을 몽땅 주문한다.
그래봤자 1년에 한두 번 있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며칠새 연타석 홈런을 쳤다.
중국 작가 하진(<남편 고르기>를 읽고)과 루이스 쌔커.
루이스 쌔커가 파놓은 구덩이는 깊고도 서늘해, 그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의 책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을 주문하기 위해 할 수 없이 기어나왔지만......

집이 가난해 캠프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뚱보 소년 스탠리는
어느 날 이름도 근사한 '초록호수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호수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사막 한가운데의 소년원이다.
하루에 열몇 시간 뙤약볕 아래 작은 물통의 물을 아껴 마시며
구덩이를 파는 것이 일이다.
가지가지 죄목으로 끌려온 소년들과 함께 스탠리는 하루에 한 개씩의 구덩이를 판다.
그 구덩이가 무엇에 소용되는지 알지도 못하고.

구덩이 속을 돌아다니는 전갈이며 뱀이며, '멀미봉투'니 '겨드랑이' 등의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는 아이들의 몰골이며, 칙칙하고 음산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인데
흡인력이 대단하다.
110년 전 흑인 양파장수와 백인 여선생의 러브스토리인 초록호수 마을의 전설과,  
스탠리의 고조할아버지 엘리아와 집씨할멈의 이야기, 그리고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운동화 한 켤레를 움켜잡았다가 도둑으로 몰려
수상한 캠프장으로 끌려온 스탠리의 이야기가 기막히게 잘 섞여 있다.

소재나 내용, 중층의 플롯이 아주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이현의 <우리들의 스캔들>에 이어 '창비 청소년문학 제2권'인데
앞으로 어떤 구덩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서너 달 전, 푸른숲 출판사의 도서 이벤트에 뽑혔다며 10만 원권 관광상품권이
등기로 도착했다.
아지즈 네신의 <툴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을 주문할 때 자동 응모된 것이라고.
좋아하는 작가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신나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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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7-08-3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이 책이 다시 구덩이로 나왔군요. 예전에 <엄지손가락의 기적>이라는 책으로 읽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아이에게 권했고 , 아이도 재미있어 했는데...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자 담임선생님이 아직 다른 아이들에게 읽히면 안 좋겠다고 했다는군요. 당시 6학년이었는데, 너무 폭력적 묘사가 많다고 생각하셨는지...-.- 아직도 왜 교육적으로 무리라고 생각했는지가 의문이에요.

로드무비 2007-08-30 14:28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소장과 펜댄스키 선생의 언행이 특히 폭력적이긴 했는데,
아이들도 알 건 알아야죠.
전 내년쯤 주하 읽히려고 하는데요.^^

nada 2007-08-3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좋아하는 책이에요. *^^*
문장이 쉬우니까 애들 좀 크면 영문본으로 읽혀도 좋을 거 같아요.
해리 포터 같은 것보다 훨 나은데.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 속에 어떻게 그렇게 큰 세계가 담길 수 있는 건지..
용해 죽겠어요. -.-

로드무비 2007-08-30 15:02   좋아요 0 | URL
치니 님도 그렇고 꽃양배추님도 그렇고 어쩜 그리 책에 대해 빠삭하세요?ㅎㅎ
단순한 이야기, 큰 세계.
콕 집어 말씀해 주셨네요.^^

2007-08-30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1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1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9-0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좀 더 찐한 글씨로 자랑하셔도 되었을 텐데^^ㅎㅎㅎㅎ

로드무비 2007-09-03 13:41   좋아요 0 | URL
처음엔 찐한 글씨로 자랑했답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3=3=3

urblue 2007-09-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

로드무비 2007-09-09 17:29   좋아요 0 | URL
잘하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