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사람들 - Hello, Strang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회 적응훈련을 막 마친 탈북 청년 진웅, 담당 형사가 준 열쇠를 들고
정부가 마련해둔 임대 아파트에 들어서니 숟가락몽댕이 하나 없이 휑뎅그레하다.
당장 덮고 잘 이불이라도 하나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는다.
온 동네를 헤매다가 간신히 마트를 찾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아파트가 저 아파트 같고, 아파트 이름을  모르니 이것 참 낭패 아닌가.

김동현 감독의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불을 구하러 나선, 그리고 그 이불을 덮고 잘
자신의 방을 못 찾아  헤매는 '길 위의' 영화다. 이른바 로드무비.
동네를 뺑뺑 도는 것이 무슨 로드무비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에 그런 로드무비도 없으란 법 없다.

다행히 이 영화에는 남부럽지 않게 터미널도 나오고 모텔에서의 하룻밤도 나온다.
어느 날 부산에 둥지를 튼 친구들을 만나러 나선 길에서
애인을 찾겠다는 맹목적인 열정과 부안의 집주소가 적힌 쪽지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베트남인 이주노동자 청년 팅윤을 만나는데...
그가 아는 유일한 한국말은,
"때리지 마세요, 저도 인간이에요!"

전작인 <상어>에서의 판타지를 빼고 '오롯한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김동현 감독.
지독하게 사실적인 영상이며 지적이면서도 강단이 느껴지는 얼굴에서
슬쩍 재중동포 영화감독 장률이 겹쳐지고.

이불을 옆구리에 끼고 동네를 헤매다 무작정 잡아탄 택시에서 만났던
운전기사 탈북처녀 혜정이 9만 몇천 원의 요금 중 택시비를 몇천 원 깎아주는 것이나,
집을 찾게 되면 찾았다는 연락이나 한 번 해달라고 적어서 주는 전화번호,
좀 야박한 듯한 호의가 좀 아쉬우면서도 미더워서 좋았다.

무뚝뚝하게 진욱의 사회 적응을 도와주는 담당 중년 형사의 상실감과 피로도
묵지근하니 가슴에 와닿았다. 



 


어리버리한 베트남 청년 팅윤을 어제 화면으로 만나고,
생각난 김에 책상 위에 한달째 고이 모셔져 있던 책(아시아 인권문화연대 이난주 지음
<아빠, 제발 잡히지 마>)을 단숨에 읽어치웠다. 
2004년 네팔 방문시 이루어졌다는 찬드라 언니(전작 <말해요 찬드라>)와의
해후도 반가웠고,  이주노동자 락밴드 '스탑 크랙타운' 소개글도 눈에 번쩍 띄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탈북청년 진욱 역을 맡은 배우(박인수)가 눈에 익다 했더니
'스탑 크랙타운'의 기타리스트이자 이 밴드의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는
버마 청년 소 모 뚜와 많이 닮았더라.
음반을 자세히 살피다가 그 사실을 발견하고 헤어진 남동생이라도 만난 듯 반가웠다는 이야기.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06-10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0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9-06-10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북청년에서 ㅇㄴ을 빼니 탈북처녀가 되는거구나 하는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9-06-10 08:5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덩달아.^^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설레더라고요.

2009-06-10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0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0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1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1 0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1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Like You Know It 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느 날 대화 중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누군가의 대사가
이상하게 홍상수 감독의 머리에 껌처럼 들러붙어 떠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의 아홉번째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몇 해 전 임어당의 그것을 그대로 차용했던
<생활의 발견> 이후 가장 유니크하고 코믹한 제목이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영화제 심사위원, 그리고 영상위원회의 세미나 초청 강사 등
꽤 그럴듯한 명목으로 제천과 제주를 찾은 예술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 역).
그는 이름처럼 현실과 밀착하지 못하고 어느 영화 속의 까만 비닐봉지처럼
여기저기 떠도는 인물이다.
제천이고 제주고 간에 일은 뒷전이고 술이나 퍼마시고,
함께 술마시는 여자들을 빤한 눈으로 구경한다.
그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선배 둘을  그곳에서 차례로 만나는데
영화에 대한 꿈을 접고 식당을 하는 제천 선배(공형진)나
제주도에 왔다가 그냥 눌러앉았다는 화가 선배(문창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똑같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 짝을 만나지 못해 그토록 괴로운 거란다.
다른 이유는 모두 황이란다.
언뜻 듣기에 그럴싸하다.
짝을 만남으로써 오랜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구원을 받은 것처럼 말하는 두 선배는
술에 떡이 된 구씨을 납치하듯 자신의 집으로 이끄는데......

오래 전의 영화 <오! 수정>에는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짝 타령이 하도 수상해서 <씨네21>을 뒤졌더니 떠억하니 관련기사가 있다.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 과연 그럴까?
그런데 일생의 짝을 만났다는 그들은 왜 그 모양 그 꼴일까?

개봉 첫날 조조로 이 영화를 봤는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홍상수 영화의 한 대목으로 끼워넣어도 전혀 손색없을 장면이 떠올랐다.

오오래 전  한달에 닷새쯤, 모 잡지사에 나가 교열교정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모 대학의 영문과 교수인 발행인의 딸이 수업이 없는 날이면 나와 일을 도왔는데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근처의 백화점에 가자고 내 팔을 이끌었다.
그녀가 산 것은 18만 원짜리 머리핀.
내 이틀치 수고비였다.
예쁘다고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면서 속으로는 궁시렁거렸던 나.

그 잡지에 짧은 에세이를 연재하는 독신의 여성 시인이 있었는데
발행인의 딸과 나이가 비슷해 평소에는 친구처럼 지내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받는 원고료는 15만 원.
많다면 많고(내 일당에 비하면) 적다면 적은(핀 값에 비하면) 금액이었다.
어느 날 가난한(스스로 늘 그렇게 말했다) 시인이 편집장에게 부탁했다.
원고료를 5만 원 올려주면 안 되느냐고.
편집장이 발행인의 딸에게  말하니 그녀는 정색을 했다.
그렇게 짧은 글에 15만 원이면 후한 편이 아니냐고.
전화통화로 불가(不可)의 뜻을 전하기가 미안했는지 편집장은 시인을 점심에 초대했고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편집부에 나타났다.

잡지 마감일, 우리는 근처 중국집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떠들며
깐풍기와 사천짬뽕을 안주로 빼갈을 마셨다.

구경남 역의 김태우는 물론이고, 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의 음전한 듯하면서도
생뚱하게 히스테리컬한 엄지원, 제천 선배의 여자 정유미, 제주 선배의 아내 고현정,
그리고 아주 짧게 나오지만 "억울하고 분하다!"고 절규하는 제주 청년 하정우,
역할 속에 잘 녹아든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는 질문이 되풀이해서 나온다.
옷깃을 여미고 경청해도 부족할 질문이나 대답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하는
홍상수 감독의 여유와 능청이라니......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9-05-1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하고 있었는데, 저 태그는 뭡니까?
어떻게 지우는지 아시는 분 댓글 좀...
(보기 싫어서요.)

twoshot 2009-05-17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수정을 하게되면 밑에 태그도 수정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로드무비 2009-05-17 15:01   좋아요 0 | URL
twoshot 님, 고맙습니다.
(태그가 뭔지도 잘 몰라요.)

그나저나 리뷰에다 엉뚱하게 재미난 얘기 보따리도 풀어놨는데
아는 척도 안하시다니, 벼 별로 재 재미없었어요?
-이 말도 홍상수 영화스럽네요.ㅎㅎ

twoshot 2009-05-1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조만간에 영화 볼 생각이에요.
홍상수의 데뷔작은 저에게 벼락 같았지요.영화의 새로운 경지랄까.
헌데 그놈의 구질구질한 디테일들이 쌓이고 쌓이니 좀 짜증이 나더이다.
그래도 개봉하면 보게 됩니다.^^
저번 [밤과 낮]은 극장에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_-;;

로드무비 2009-05-17 16:11   좋아요 0 | URL
제겐 <강원도의 힘>이 더 강력했어요.ㅎㅎ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극장에서 안 보고 집에서 봤는데
정말 짜증 나더라고요.
그 이후의 영화들은 다 좋았어요.

치니 2009-05-1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영화를 봤답니다.
다들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데, 혼자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김연수 작가님 안습. ㅋㅋㅋ

로드무비 2009-05-17 16:13   좋아요 0 | URL
뭐 하러 출연했나 몰라요. 보고 있기 안쓰러워서.ㅎㅎ
은희경 씨는 3인3색 영화 중 홍상수편 <첩첩산중>에 출연했다던데요?
혹시 리뷰 쓰셨나요? 보러 가야지.^^

마냐 2009-05-1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로드무비님의 생생 에피소드 곁들인 리뷰에 즐겁군요. 여튼, 영화도 즐겁게 봤슴다. 마음이 덜 찜찜해서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9-05-18 21:45   좋아요 0 | URL
마냐 님, 오랜만입니다.
덜 찜찜한 정도가 아니라 유쾌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에로이카 2009-05-1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나오는 액자 속 장면은 정말 영화 한 장면 같네요. 로드무비님께서 시나리오를 쓰시면 어떤 감독 스타일의 영화가 될 지 무척 궁금하네요... (지금 이 영화를 찍은 나이든) 홍상수 스타일일까요... 아니면 "낮술" 같은 영화일려나요? ^^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로드무비 2009-05-19 21:12   좋아요 0 | URL
30대 후반의 여교수, 시인, 편집장, 아르바이트생......
술 마시면 시끌벅적 유쾌하고 즐거웠는데 절대 친구는 될 수가 없었지요.
동상이몽이라고 할까.
<낮술> 전 별로였어요.
푸짐한 술상 장면이 별로 없어서 무효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ㅎㅎ

율리 2009-05-1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이 아님 뭔가요?
두 눈 말갛게 뜨고 치올려다 보면서 반문하던 정유미...
암튼지, 홍상수감독은 어떻게 이렇듯 징글징글한 인간들 + 인생들을 독하디 독하게 풀어내는 걸까...
니 말마따나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이라면서 다들 왜 그 모냥이라냐?
내 팔자가 상팔자가텨....ㅋㅋㅋ

로드무비 2009-05-20 22:0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내 꼴을 위시하여...ㅎㅎ
그런데 뭐 또 그렇다고 항상 자기가 부럽기만 한 건 아녀.=3=3
정유미는 <여자들의 방>에서 정말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더라.
영화에 함께 나왔던 예수정이 이 영화에서 에로 여배우 엄마로 나왔지.
지난주 국도극장에서 <당시> 상영했지?
보러 갔는지 궁금했다네.

2009-05-20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0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9-05-2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보고 싶어 지네요^^

로드무비 2009-06-09 12:22   좋아요 0 | URL
산책님, 이 영화 재밌어요.
시간 나면 보세요.^^

2009-06-09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9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지 유령일 뿐 - Nothing But Ghost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난해 말, 드디어 아파트 복도와 계단에 함부로 버려진 담배꽁초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보는 족족 그냥 줍기로 한 것이다.
주워서 내 집 쓰레기통, 외출중이라면 집 밖에서 처음 만나는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먼 인간에게 어느 날 난데없이 담배꽁초가
거의 강박 수준으로 들러붙었다.
특히 집 앞 복도, 계단의 것은 그냥 보아넘기지 못했다.

멋진 달필(!)로 몇 마디 써서 여기도 붙이고 저기도 붙이고 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꽁초들을 주워 계단 창틀에 쭈루룩 전시해 놓기도 했다. 보고 찔끔!하라고.
그런데 그런 나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복도에는 늘 매한 연기와 함께
질겅질겅 씹다버린 듯한 담배꽁초가 몇 개씩이나 나뒹굴었다. 

-- 담배꽁초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좀 거시기하구나!

어느 날 슬며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찮은 것에 계속 신경을 쓰기엔 내 시간이 아깝잖은가!(별로 하는 일은 없다만.)

이제는 담배꽁초가 몇 개 뒹굴든 암시랑토 않다.
허리를 구부린 김에 뚱뚱한 허리를 의식하고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짧은 팔을 최대한 길게 뻗고 궁둥이를 높이 들어올리는 동작이 유쾌하기까지 하다.






호퍼의 그림 같은 영화 스틸컷



<단지 유령일 뿐 Nothing But Ghosts>은 제목이 주는 모호한 울림과 함께,
'미국 서부, 아이슬란드, 자메이카, 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베를린을
저마다의 이유로 각각 찾은 다섯(쌍 혹은 혼자) 여행객'이라는 문구에 끌려
보러 갔다.
심란한 얼굴로 찾은 각각의 여행지는 쌍수를 들어 그들을 환영한다든가
멋진 로맨스를 선사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그냥 무심한 풍경으로 흐리게 펼쳐져 있다.
이들 중 나는 아이슬란드와 자메이카가 특히 좋았다.
픙광도, 에피소드도 썩 마음에 와닿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잡지를 읽는데 재미있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된 대통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면서
내가 정치를 안한 한풀이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명박'을 선택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우연한 기회의 여행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그는 화려한 문명을 자랑했던 캄보디아가 폐허가 된 모습을 보고
'이명박 같은 사람이 국가지도자가 되어야 국운이 편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주간경향>2009년 4월 7일자, '방통대군 최시중' 특집기사)


-- 앙코르와트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유령도 다 있구나!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자 2009-04-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랜만이에요.
도대체 어떤 인간이 저런 생각을 하는지 하고 봤더니 역시 최시중이군요.
조용한 사무실에서 소리내어 크게 웃어봅니다(실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어요).

로드무비 2009-04-09 14:43   좋아요 0 | URL
로자님, 반갑습니다.
버스 안에서 저도 혼자 킥킥댔답니다.^^

2009-04-09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9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9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0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4-0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반갑습니다.
터벅터벅 걷듯이 담담한 영화가 좋은데 보고 싶네요.

로드무비 2009-04-09 15:4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FTA반대휘모리 님.
담담하다 못해 좀 지루한 듯한데(살짝 졸기도 했어요)
끝나고 나서 왠지 자리를 뜨기 싫은 영화.^^

치니 2009-04-0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어쩜 이렇게 영화도 착착 잘 고르시는지.
담배꽁초를 줍는 이야기에서 성찰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로드무비 2009-04-09 17:29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제가 좀 지혜롭죠?=3=3=3
귀찮아서 관심을 꺼버리는 건 별로 바람직하진 않습니다만,
우짜겠습니까.


2009-04-09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9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9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0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9-04-1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예전부터 생각했던 바이지만, 님께서 바로 중생 중의 부처이십니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똑똑똑...똑........똑..........똑........

근데 담배 피고 거기다 버리는 그 나쁜 놈은 좀 버릇을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게 저 같은 중생의 생각일 겁니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똑똑똑...똑........똑..........똑........

로드무비 2009-04-10 14:46   좋아요 0 | URL
에로이카 님, 쪽지를 몇 번 써붙였더니 더하던데요?
더구나 한 놈이 아니라 몇 놈인 것 같습니다.
숨어 있다가 현장을 덮쳐봤자 제가 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할 위인이라...

그런데 최근에 방영한 '입산 그후 10년'이라는 MBC스페셜 다큐 보셨어요?
전 거기 걸핏하면 우는 50대의 스님이 특히 좋던디.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똑똑똑...똑......똑......똑.....




릴케 현상 2009-04-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얼마 전에 수계받았어요. 3대 종교는 다 섭렵했으니 이제 인디 종교에도 귀의해얄 듯^^

로드무비 2009-04-14 13:25   좋아요 0 | URL
계를 받으면 조심해야 할 것도 많을 것인디...
산책님은 신도보다는 교주에 잘 어울립니다.^^


릴케 현상 2009-04-14 15:28   좋아요 0 | URL
술담배 안하고 살생 금하고 욕 안하고... 별로 조심할 것 없더라구요=3=3=3

로드무비 2009-04-14 17:27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하늘을 우러러.=3=3=3

uly.. 2009-04-1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치겠구만...앙코르와트에서 저런 미친 생각을?
저 미친 생각을 보고 미친!이라 같은 단어로 싸잡히는 것조차 기분 나쁘이...
친구야..같이 여행 떠나는 것마냥 볼 수 있었던 영환데 놓쳐서....흐흐흑~
담 번에 제주라도 꼭! 같이 가자....

로드무비 2009-04-14 13:01   좋아요 0 | URL
사실을 말하면, 앙코르와트가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갔다는
자기 말도 거시기했어.
난 한 번도 못 갔거등.=3=3=3
어느 오후에 자기랑 외돌개 바로 앞 간이매점에서 좁쌀주에 해물파전이나
실컷 먹었으면 좋겠다.^^





율리 2009-04-1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성격이 좀 많이 편협하잖냐....ㅠ.ㅠ;;
그랬다, 어떤 면에선...
나, 그렇게 좋았다라는...그 실체라는 게
그냥 그렇게 맨발로 허물어진 돌무더기에 쭈그리고 앉아 놀다가, 졸다가
배고프면 딱 窮氣 해결할만큼만 동냥질(ㅎㅎㅎ)해서 먹고 살고프다는 거..그렇게 살 수
있겠다라는 마음과 느낌이 드는 곳이 앙코르와트였다는...


2009-04-14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5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22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22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23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23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3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DJ뽀스 2009-04-2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여름의 조각들 보러갔다가 이 영화 포스터 보고 꼭 보고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드무비님 별점을 보니 놓치면 안되겠다! 생각이 드네요. ^^

로드무비 2009-05-03 14:08   좋아요 0 | URL
제 별점은 너무 믿지 마시고요.
전 책이든 영화든 '내가 무엇이관대...'하는 마음으로
별점을 넉넉하게 매깁니다.ㅎㅎ
DJ뽀스 님, <여름의 조각들>은 좋았습니까?
전 못 봤어요.^^
 
도쿄 소나타 - Tokyo Sonat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가 사람이라는 게 싫을 때가 있다
나는 양복점에도 들어가보고 영화관에도 들어가본다

이발관 냄새는 나로 하여금 쉰소리로 흐느껴 울게 한다.
내가 오직 바라는 건 돌이나 羊毛처럼 가만히 놓여있는 것.

그렇게도 많은 일을 겪은 뒤에, 그다지도 머나먼 거리를 지나온 뒤에,
어떤 왕국인지도 모르고 어떤 땅인지도 모르는 채
가련한 희망을 갖고 돌아다니고

내 식구인 거미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괴들 속에서
나는 내 잃어버린 자아를 사랑하고, 내 흠 있는 성격,
내 능변의 상처, 그리고 영원한 내 상실을 사랑한다.

내가 땅에 붙인 이름, 내 꿈들의 가치,
내 쓸쓸한 눈으로 분배한 끝없는 풍부함,
이 세계가 이어가는 나날들

물고기 뼈처럼 버려진 식당; 나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강이 돌들을 끌고 지나가는 황량한 방
끝의 박살난 컵, 그리고 커튼을. 그건
비(雨)의 토대 위에 세워진 집이고,
필요한 수만큼 창이 있는 이층짜리 집이며
모든 점에서 충실한 덩굴포도가 있는 집이다.

그건 단지 황폐한 식당,
나는 슬프고 또 나는 여행을 하고,
그리고 나는 땅을 알고, 그리고 나는 슬프기 때문에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다보니 그렇게 돼서......"라고 말할밖에 없다. 

 




'산보' '소나타와 파괴들'  '가족 안의 우울' 등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는데
얼마 전 본 영화 <도쿄 소나타>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어쩌자고, 네다섯 편의 시를 마음대로 엮어설랑 영화 리뷰라고 올려본다.
(정현종 옮김, 민음사 刊,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04-04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4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4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5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9-04-0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뜨끔하네요.
시도 영화도 다 찾아서 보고 싶어집니다.

로드무비 2009-04-05 15:48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시 제법 그럴듯하죠?ㅎㅎ
자화자찬.

이 영화 저는 좋았어요.

2009-04-0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8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eakfast On Pluto (플루토에서 아침을)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워너뮤직(WEA)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극장 문을 나서서 서점에 들러 신간들을 구경하고 버스를 기다리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빼드는 순간에도 내 귀에는 음악이 흘렀다.
제목을 모르는 노래도 있었지만 대부분 귀에 익숙한 노래였다.
오랜만에 들은 모리스 앨버트의 'Feelings'는 마을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귓속을 맴돌았다.
몇 주 동안 계속.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성당의 첨탑 위에서, 지붕 위에서, 창틀에서, 울새인지 박새인지 참새들이 아침을  연다.
자기들끼리 조잘조잘  간밤에  일어난 소식을 전한다.
어느 집 지붕 아래에서 일어났대도 별로 놀라울 것 없는 그렇고 그런 하찮은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은 그 지붕 아래에서 때 낀 창문의 커튼을 열고 닫으며
별볼일 없는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서른몇 개의 제목 아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영화.
까맣게 잊고 있던 70년대의 올드팝들이 화면 속에 잘 버무려져 있다.
'Feelings'가 나오던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인 여장남자 키튼(킬리언 머피).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유령숙녀'라고 부르며 그녀를 찾아 런던에 오는데
만나는 인간마다, 내딛는 곳마다 지뢰밭이다.
그녀가 지닌 무기라야 겨우 하이힐의 뾰족한 뒷굽이나 향수 스프레이.

어느 날 밤 거리에서 쫓기다 간신히 지나가는 차를 세워 몸을 피하는데,
흑인 운전사가 웃으며 틀어주는  음악이 'Feelings'.
관객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손에 들고 있던 커피나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된다.
그때 흐르는 음악이 너무 감미로워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시도 마음을 놓으면 안 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뜻일까? 

<푸줏간 소년> 이후 두 번째로 극장에서 만나는 닐 조던 감독의 이 영화.
'Feelings' 외에도 The Rubets의 'Sugar Baby Love'   Boby Goldsboro의  'Honey' 
'The Windmills of Your Mind' 등 총 13곡의 사운드 트랙에
주연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부른 노래도 한 곡 포함되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음반이 나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일상은, 아이와 남편이 아침에 남긴, 식은밥을 합치는 작업과도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지 않고 버렸다.)

오늘 아침은  양은냄비에 그것들을 부어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몇 숟가락의 밥과 고추장과 나물을 보태어 먹음직한 비빔밥을 만들었다.
맛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키튼 양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잔도......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달래 2007-05-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무척 무서울 거 같은 느낌인데요...
근데 왜 이야기는 이렇게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
좋은 한 주 되세요~~~

로드무비 2007-05-1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달래 님, 이 영화 달콤하고 화사한 구석도 있어요.
화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님도 멋진 한 주 보내세요.^^*

Mephistopheles 2007-05-1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꽤 좋다고 들었어요..
특히 킬리언 머피의 변신이 파격적(?)이라고 하던데..^^

2007-05-14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7-05-1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의 일상은 냉장고의 음식들을 계획적으로 비우는 건데.. ㅎㅎ 잘 봤습니다.

로드무비 2007-05-1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틸 라이프 님, 5월 3일 개봉인 줄 알고 달력에 대문짝만하게 표시했는데
6월로 미뤄졌더군요.
저도 무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흐뭇하군요.
왠지 제 영화 취향을 좋아해 주시는 것도 같고, 님과 비슷한 것 같아서.^^

메피스토 님, 킬리언 머피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아주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토요일에 님 덕분에 <칠판>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어요.^^
(댓글은 안 남겼지만 추천은 했시유.=3=3)

로드무비 2007-05-1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찌찌뽕~~
그 보람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ㅎㅎ
시든 미나리에서 괜찮은 잎과 가는 줄기를 몽땅 긁어모아서
초장 넣고 비빔밥 해먹었더니 맛나더군요.(이건 팁!)

2007-05-14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5-1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깔~~
'칠판'을 '책상'이라 하다니!
좀 전에 보니 'Feeling'을 엉뚱하게도 'Flling'으로 계속 썼더구만요.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2007-05-14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5-1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15일 님, 정확한 날짜는 모르고 있었어요.
오래 전 <소무>를 보고 단번에 이 감독의 팬이 돼버렸답니다.
<세계>를 보고 '보온병'에 대해 말씀하셨죠?
갑자기 그게 생각나네요.^^

waits 2007-05-1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닐 조던의 '두번째 이별'을 보고 참 좋아했었어요, 알지도 못하는 아일랜드에 어줍잖은 동경을 보태가면서... 그의 영화 한참 못봤는데, 어떨까 궁금하네요.
전 오늘 맘 먹고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보러가려고 해요^^, '아들' 보고 놀란 가슴 박광정 아저씨가 달래주시길...ㅎㅎ

로드무비 2007-05-1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 님, 아일랜드, 더블린, 이상하게 끌려요.
이 영화에서 닐 조던은 정치적인 발언은 슬쩍 비껴갑니다.
<아들> 보셨군요.
이상했나봐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개봉일에 보러 갔었어요.
영화 <라이방>의 분위기도 있고. 인간들도 허름하고.
전 참 재밌게 봤어요.
님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

검둥개 2007-05-16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어트 중엔 역시 절대로 로드무비님의 서재에 얼씬거려서는 안 되는 것을.
고봉밥에 열무김치를 버무려서 한 양푼 먹었어요.
지뢰밭도 부른 배로 거니는 것이 한결 나으려니 싶어서. ^^ =3=3=3

로드무비 2007-05-1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 님, 고봉밥에 열무김치라니 거기 거시기 맞아요?
'밥'이라는 글자만 봐도 식욕을 느끼는 건
알라딘에서 우리 둘뿐이려나요?^^
(모쪼록 다이어트 성공하기 바랍니다.=3=3)

다락방 2007-05-1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보고 싶은 영화예요. 그런데 OST 도 좋은가 보군요. 잘 읽고 갑니다. :)

로드무비 2007-05-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영화가 좋으니 음악도 덩달아.
아직 상영중인 것 같던데요.^^

다락방 2007-05-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로드무비님. 아직 상영중인데 아마 오늘까지인듯 하더라구요. 평일엔 못보고, 주말에 씨네큐브는 다른 영화를 상영해요. 흐음..

로드무비 2007-05-1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디비디로 봐도 좋죠, 뭐.
놓친 영화는 아깝지만 또 다른 멋진 영화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퇴근 후 극장에 달려가는 직장여성, 뭔지 부럽고 그립네요.^^)

icaru 2007-05-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주룩주룩ㅠ.ㅜ) 저만의방으로 업어감을 허락하소서..

2007-05-21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5-2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스틸 라이프 님, 아직 상영하는 것 같던데요?
씨네큐브에서.
한번 체크해 보셔용.
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 영화.^^

이카루 님, 영광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