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거의 섹스리스 부부'로 알고 있는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가
안방 침대를 장악하고 있는 프릴까지 요란하게 달린 퀸 사이즈 진분홍색 이불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막연하게 승려나 수녀의 그것 같은 간소한 침구를 기대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요란하고 수상쩍게 생긴 이불을 찾았는지, 의문이었다.
(참고로 그때 나는 미혼.)

그런데 그 의문이 조금 전에 스르르  풀렸다.
어떤 경로로 굴러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지인에게 이불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진분홍색이든 프릴이 요란하게 달렸든......
이렇게 말하고 나니 또 다른 의문이 하나 새끼를 치는데.
그만, 여기까지!

왜 갑자기 이불 이야기냐?
오늘 아침 세탁하려고 호청을 뜯으며 가만 생각해 보니
두툼한 이불이 하나 더 필요하겠다 싶어 잘 가는 인터넷 쇼핑몰을 찾았다.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극세사 이불을 검색하다 보니
하나같이 분홍에 바이올렛 색상에 똑같이 생겨먹었는데, 한 상품이 눈에 확 들어왔다.
빨간색에 알록달록 요란한 무늬.
예전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색상이요 무늰데
내가 원하는 건 바로 저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찜을 해놓고 나서 아이들 이불을 살펴보니 역시나, 또 요란한 무늬의 상품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일단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은 후 페이퍼를 하나 쓰러 알라딘에 들어왔다.

'이불' 하면 일본 사소설의 선구로 불리는 다야마 가타이의 대표작을 빠트릴 수 없다.
1907년에 발표된 이 중편소설은 어린 여제자를 상대로  애욕에 몸부림친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옮겼다 하여 또 화제가 되었다.
여제자에게 애인이 생기자 질투심에 눈이 먼 주인공이 여제자의 아버지에게 알려
고향으로 데려가게 한 후,  그녀의 이불에 코를 박고 머릿기름 냄새 등의 체취를 맡는 모습.
과연, '자연주의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권태와 애욕은 이어달리기처럼 바통을 주고받는 걸까?

<이불>이 그렇게 읽고 싶었는데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숨이 턱에 닿도록 책방으로 달려가던 어느 날이 생각난다.

그나저나 빨간색에 이리 마음을 빼앗기는 걸 보니 나도 늙나보다.
아니면 권태냐, 애욕이냐,
어떻게 저런 이불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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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1-2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권태냐, 애욕이냐.
이거 늦가을에 꽤나 야시시합니다.
몸부림 같은 단어와 이불이 결합하니, 참, 후끈합니다.
한낮에 이불이라니. 어쩐지 이상 오라버니도 떠오르고.
음--;;

로드무비 2006-11-2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저 이불 괜찮아요?
살까요, 말까요?

sooninara 2006-11-2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워낙 빨강색 좋아해요.
지르세요. 지름신 강림^^

sweetmagic 2006-11-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거 조아요 ~!

로드무비 2006-11-2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 님, 솔깃.^^

수니나라 님, 전 빨간색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요즘 갑자기 좋아져서
그게 너무 수상한 것 있죠.ㅎㅎ

mong 2006-11-2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겨울 맞이 담뇨를 샀는데 아부지가 느무 탐을 내시길래
밝은 보라색으로 하나 사드렸어요 ^^

반딧불,, 2006-11-2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맛, 멋지구만요.

2006-11-20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1-2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록 달록 ...
저도 저런게 끌려요....음...

2006-11-20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oldhand 2006-11-20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5년전부터 빨간색이 좋았습니다. 좀 이른가요? -_-;

로드무비 2006-11-2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 님, 젊은 날부터 빨간색을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정열적이라는 의미 아닐까요?^^

그래도 괜찮을지요 님, 물론입니다. 괜찮고 말고요.^^

건우와 연우 님, 저만 그런 게 아니라니 다행입니다.=3=3=3

겨울이불천사 님,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일 듯.
전 흰색은 꿈도 못 꿉니다.
침대 위에서 책 읽고 커피 마시고 과자 먹고......ㅎㅎ
님이 예쁘다고 하시니 사도 후회없을 듯.^^

반딧불 님, 차암 이상하죠?
이제까지는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수수한 색만 눈에 들어왔는데......^^

mong 님, 요즘은 담요도 어쩜 그리 이쁜지.
잘하셨어요.
밝은 보라색 담요 예쁘고 화사할 것 같아요.
그, 그런데 빨간색 담요는 없던가요?=3=3=3




nada 2006-11-2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얼마 전에 읽은 빨간 책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비님 페이퍼를 보니 무지 반가워요. (뭔가 통했다며 혼자 좋아하고 있어요.) 왼쪽 이불, 빨간색도 빨간색이지만 퀼트 같은 패치워크가 너무 이뿐데요. 부부 금실 얼마나 더 좋아지시려공~~ (주하가 부러워요. 어릴 때 나만을 위한 이불 같은 것, 꿈도 못 꿨어요.^^)

2006-11-20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2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 책 페이퍼에 넣는 사이에 짠~하고 나타나신 님,
정말 화려하네요.
그러면서도 묘하게 침착하달까.
멋집니다.
제가 찜한 건 아이들 장난 같군요.ㅎㅎ
뭘 안 사려고 몸부림을 치는데 세상엔 왜 이렇게 예쁜 게 많은지.
아이보리 두툼한 면 러그 나중에 사진 찍어 보여드릴게요.
님의 모직 러그에는 비할 바 아니겠지만.
생각해 보니 이 페이퍼 올려놓고 은근히 님을 기다렸던 듯.^^

꽃양배추 님, 페이퍼 빨랑 올리세요. 빨간책 페이퍼.ㅎㅎ
제가 오늘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빨간색 이불로라도 좀
덮어주고 싶은 게 아닐까.
그게 유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호호, 우리 부부 금실은 괜찮은 편입니다.=3=3=3
(사실은 주하 이불이 더 마음에 듭니다.)


마태우스 2006-11-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레지던트 이불,이란 영화까지 만들어졌잖아요.
-죄송합니다. 요즘 피곤해서 잘 못웃기겠어요^^-

2006-11-20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11-2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이불 만빵 멋진데요.. 이 기회에 이불이나 바꿔봐... (흐흐. 전, 아이 낳은 뒤로 드넓은 더블 침대를 혼자쓰는 즐거움을 깨달아버렸어요.. 신랑이 들어온다해도 싫어할터여요.... ^^;;;)

짱꿀라 2006-11-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 정말 중요하죠. 사람에게 있어서 무진장 중요한거 아니겠어요. 이불 색상이 너무 이쁘네요.

해리포터7 2006-11-2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빨간이불이라..예전에 황씨아자씨가 나오는 일일연속극의 그 정육점조명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하핫! 썰렁한 농담이구요..저도 빨간색 좋아해요.히~ 이불 멋진대요!

에로이카 2006-11-2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또 하나 다른 새끼친 의문은 뭔가요? ^^

산사춘 2006-11-21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맘에 들어요. 불 지르세여!
권태나 애욕이라니여. 상쾌한 기운이 팍팍 나겠는데여.

sudan 2006-11-2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퀼트를 좋아하시는건가 싶었는데, 잘 읽어보니까 그게 아니고 빨간색이 좋은신거죠? 그런데 전 저 이불에 반대하고 싶어요.(반대해도 되는거에요? ^^) 빨간 이불 덮고 자면 무서운 꿈 꿀거 같아요.

로드무비 2006-11-2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 님, 너무 요란한 이불인가요?
갑자기 저런 이불이 눈에 들어와 저도 당황하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도 고맙지요.^^

산사춘 님, 상쾌한 기운이라, 정, 정말 그럴까요?^.^


에로이카 님, '섹스리스'에 대한 어떤 의견인데
입밖에 내기는 좀 거시기합니다요.
궁금하시겠지만.=3=3=3

해리퍼터7 님, 님 마음에도 드셨군요. 호호~~

santaclausly 님, 그럼요, 이불 중요하고 말고요.
밥 다음인가요?ㅎㅎ

클리오 님, 이불 마음에 든다는 건 좋은데 뒤의 말은 조금
거시기한데요.^. ^

저 빨강이 딱 저 색 님, 참고하겠습니다.ㅎㅎ
(듣고보니 그렇군요.)

마태우스 님, 레지던트 이불, ㅋㅋ
저도 그 영화 무지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비로그인 2007-03-0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빨간색을 좋아하면 늙는겁니까....?
그럼 예전부터 좋아했던 나는... 아하하하하핫.....;;;
 

슬슬 이사 준비를 할까 하여 싱크대 서랍을 정리하니,
결혼할 때 친구가 챙겨준 행주가 눈에 띈다.
도대체 몇 년 전이냐?

30대 중반에 아르바이트로 약간의 용돈을 벌며 해가 지면 술집으로 노래방으로
친구들과 몰려다닐 때 그 허랑방탕한 세월 속에서 남편을 만났다.
(한 1년 그러면서 놀았다, 무엇에 홀린 것처럼.)

평소 얌전한 샌님처럼 보이던 남자가 어느 날 노래방에서 한 친구에게 무례하다고 화를 내는데
내 딴에는 싸움을 만류한답시고 몸치인 주제에 블루스를 추자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날부터 블루스 커플로 정해지고,  그게 결정적인 인연이 되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 내가 눈을 빛내며 나의 무엇이 그렇게 좋았냐고  물어보았더니
유흥의 마지막에 다른 사람 배려 안하고 먼저 택시를 잡아 타고 사라지는
쿨한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혹시 술 더 마시고 퍼질까봐 내뺀 것에 불과한데......

왜 하필 자기였냐고 물어보길래, 샌님같은 남자가 한 덩치 하는 xx에게 따끔하게
야단 치는 모습이 멋졌다고 거짓말을 했더니, 일생 딱 한 번 내본 화라고 한다.
그리고 살아보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은 걸핏하면 내게 화를 내지만.

아무튼 우리는 서로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맺어졌다.
운명적인 만남이 별거더냐?
오해로 연결되어 안 싸우고 그럭저럭 사는 것도  운명이지.

(행주 이야기 하다가 옆길로 샜다.)

결혼 선물로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받았지만,
먼저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고 있던 한 친구는 내가 보기에 참 이상한 선물을 해왔다.
'타파웨어' 밀폐용기 세트랑  칼, 도마, 주방가위, 행주 등.
자취를 오래 하고 있었다곤 하나 나는 그런 용품들에 관심이 없었다.
살림을 따로 장만하지 않고 쓰던 세탁기와 텔레비전을 그대로 가져가겠다 하니
옹색한 살림에 뭐라도 보태주고 싶었나 보다.

나는 친구가 가져온 보따리를 풀어 여기저기 챙겨 넣는 것을 보며
'진짜 선물은 뭘까?'하고 마음속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타파웨어가 얼마나 비싼 브랜드인지 꿈에도 모르고, 
밀폐용기는 선물로 치지도 않던 낭만적인(?) 시절이었다.
행주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고!

그리고 몇 년 후에야, 그 보따리가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녀가 꼼꼼하게 준비한
선물이었음을 깨달았다.(깨달음은 항상 너무 늦게 온다.)

결혼식과 관련되어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
사진 찍기에 꽤 조예가 있어 결혼식 스냅사진도 그녀에게 일임했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 뒤 그녀의 집에 강도가 들어 필름까지 모두 분실했다.
그래서 결혼 기념사진 몇 장 외엔, 친구나 하객과 찍은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다.

어제는 싱크대 서랍을 정리했다.
맨 아래 맨 구석에 숨어 있던 면 행주가 한 장 나왔다.
결혼할 때 친구가 챙겨준 바로 그 행주 중 하나.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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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11-0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고마운 선물이네요. 저는 왜 이렇게 싸우고 살까요. 어리광도 좀 받아줄 줄 알아야 하는데... 제가 너무 빡빡해서. 어휴.

BRINY 2006-11-0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뭉클해요. 방학 때밖에 볼 수 없는 친구가 놀러갈 때마다 고구마 몇개, 옥수수 하나라도 싸주려고 하는게 생각나요.

해리포터7 2006-11-0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그죠..깨달음은 항상 너무 늦게 다가오죠..

깍두기 2006-11-0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과 책장수님과의 스토리가 은근히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밝히시는군요^^
오랜만입니다. 아는 척 좀 해 주시죠?^^

로드무비 2006-11-0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7님, 너무 늦었지만 그렇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깨달았는데 그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죠.

BRINY 님, 그 울퉁불퉁 꼬질한 보따리가 예전엔 별로 반갑지도
고맙지도 않더니.......지금은 환장하지요.^^

FTA반대벼리꼬리 님, 저도 요즘 무척 빡빡하게 굽니다.
너무 금슬 좋은 부부로 오해들 하실까봐 '잘산다'에서 '잘'은 뺐습니다.
님의 옆지기, 무지 좋아 보이던데요?^^

로드무비 2006-11-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 님, 행주 이야기 하다가 옆길로 새는 바람에.
뭐 그렇게 얼렁뚱땅 이야기하는 게 적성에 맞아요.
님도 그러시죠?
안 그래도 아까 님의 방에 가서 최근 리뷰 읽었어요.
멋집디다.
'아는 척'이라는 말이 거시기하군요.
'사교'를 거의 접다 보니, 좀 어색해서.
반가워요.^^

깍두기 2006-11-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죄송해서 드린 말씀이야요^^

blowup 2006-11-0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왜 저는 저런 '모멘트'가 기억이 나지 않을까요.
이제는 볼 수 없는 친구가 아니라면. 지금도 너무 늦은 건 아니죠.^-^


에로이카 2006-11-0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번 이사 때에도 그 행주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저도 이사를 무지 많이 다녔는데요... 몇년 째 고이 모시고 있는 물건들을 어쩌지 못하고 계속 끌고 다니고 있습지요... 애물단지들에 대해서도 딴 사람들 쌩가고 (헤헤) 택시타는 것처럼 쿨해야 하는데 말이예요.. 이사 잘 하시기를.. ^^ 너무 일 많이 하셔서 힘드시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oldhand 2006-11-0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분들끼리의 저런 곰살맞은 우정이 저나 제 친구들같은 "불한당"들한테는 참 신기할 뿐이야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6-11-0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 님, 제가 별로 곰살맞은 편이 아니어서리.
불한당은커녕, 콩주 아빠가 제겐 곰살맞은 남성으로 보입니다.
증거 - 위의 댓글 중 '참 신기할 뿐이야요.'

에로이카 님, 서랍을 얼마나 정리 안했으면......ㅋㅋ
저도 스크랩이니 뭐니 상자 두 개 고스란히 끌고 가게 생겼습니다.
이사 올 때 가져왔던 그대로.
그게 참, 정리하기도 처치하기도 곤란하더군요.
그건 그렇고, 제가 가끔 쿨~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매몰찹니다.
책장수님은 그 점도 좋다네요.=3=3=3

namu 님, 정말 신통찮은 모멘트죠?
그 친구는 지금도 서로 오가며 각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지요.^^

깍두기님, 제가 송구하지요.^^



Mephistopheles 2006-11-0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뭉클하기 억울하셔서 이런 페이퍼를 통해 여러사람 뭉클하게 하시는군요..^^

nada 2006-11-0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깜찍한 모멘튼데요. "싸움을 만류합다시고는" 무슨요.. 점잖게 만류할 수도 있건만 하필 블루스를...흐흐 오늘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딱 떠오르네요. "의사소통은 성공한 오해이다." 서로의 오해가 찌리릿 맞닿기도 힘들 텐데.. 인연이시겠죠.^^

치유 2006-11-0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세심한 친구분을 두셨네요..

2006-11-09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6-11-09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친구분 두셨어요. 결혼준비로 바쁠땐 그런 세세한 것엔 신경쓸 틈이 없는데, 그걸 친구분이 대신 해주셨네요.
그리고, 남편분과 만난 사연도 재밌어요. 역시 인연이란게 정말 있나봐요. ^^

ceylontea 2006-11-0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정말 다정하고, 제게도 고마운 친구분이시네요.. ^^
덕분에 책장수님과의 러브스토리도 듣고.. ^^

waits 2006-11-10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침 제 정리모드때 결혼한 친구가 있었답니다. 짐도 줄일 겸 둘다 운동하느라 워낙 가난들도 해서 온갖 부엌살림들을, 냄비세트부터 그릇에 수저까지 반으로 딱 나눠서 줬더랬지요. 나중에 놀러가서 부엌 보고 우리집인 줄 알았답니다..ㅎㅎ

끼사스 2006-11-10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편린을 엿본 듯한, 매우 실속있는 페이퍼였습니다. ㅎㅎ

마태우스 2006-11-1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살아보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은 걸핏하면 내게 화를 내지만.
---> 갑자기 화를 잘내게 된 비결은 뭐죠??^^

플레져 2006-11-1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놀다가 먼저 택시를 타버리고 가버리는 여자...
와. 저도 그래요. 먼저 가버려요. 하지만 로드무비님처럼 남자를 일으켜세워 블루스를 출 용기는 없어요. 저는 그저 취하고 어둑한 밤이면 내 이불로 달려가 누워 자고 싶어요... 행주를 챙겨줄 정도의 마음, 해본 적 없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걸요.

로드무비 2006-11-1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님, 전 행주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우선 저만 해도 시시하게 생각하고 선물로 치지도 않았잖아요.ㅎㅎ
블루스를 추자고 한 건 혹시 큰 싸움으로 확대될까봐 무서워서.
용기하고는 거리가 멉니다요.^^

마태우스 님, 저랑 살아보면 절로 그렇게 됩니다.=3=3=3

끼사스 님, 그놈의 행주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생활 유출을......ㅋㅋ

평택, 나어릴때 님, 저도 남자 후배가 집 근처에 자취방 얻었을 때
그릇 등속과 프라이팬 나눠준 적 있어요.
그 친구는 결혼식 날짜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았군요.^^

실론티 님, 러브스토리라니요,
처음 접선의 모멘트 정도.^^

차우차우 님, 제가 즐겨 하는 말 중에 '희미한 인연의 그림자'가 있어요.
부모님이 부산에 계셔서 살림준비는 제가 알아서 했거든요.
야물딱지지 못한 친구가 걱정되었는지 그렇게 바리바리
챙겨주더군요.^^

오늘에야 은행 님, 전화할게요.^^

배꽃 님, 님도 그런 편이시죠?^^

꽃양배추 님, 그 구절 멋집니다.
의사 소통은 성공한 오해.
거참, 제 생각에도 그래요.^^
(제가 작업을 걸었다고 믿으시는 건감유? ㅎㅎ)

메피스토 님, 어머, 뭉클하셨어요?
저 혼자 뭉클해야 하는데...=3=3=3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전북도청 미화노동자들이 오늘 어디메선가 연다는
일일주점 이름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며 배가 고파 빵과 우유를 사들고 출근하다가 걸려 시말서를 쓰고
해고된 사람도 있다는데,  솔직히 원인은 눈엣가시인 그의 노조활동이겠지.

아무튼 '빗자루와 쓰레받기'라는 일일주점 이름을 보니 갑자기 먼 옛날,
명동의 어느 호프집에서 열린 일일주점에서 맹활약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페이퍼로 적고 싶다는 충동이......
마침 그 페이퍼를 퍼오신 님이 올려놓으신 또 한 개의 페이퍼에는
양심수 후원회 회장님의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예순에 이르도록 지금껏 독신인  그는
오래전 명동 호프집 일일주점 행사의 주최자나 진배없었다.

장기수가족 후원회.
매달 약간의 후원금을 내고 큰 행사가 있다고 하면 머리수를 채우러 참석하는 정도의
활동이랄 것 없는 활동을 몇 년째 하고 있었는데, 내게도 몇 장의 티켓이 배분되었다.
티켓이든 뭐든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게 영 자신없고 싫었지만
여차할 경우 내가 소화하지 뭐, 생각하며 받아왔다.(강제적인 건 절대 아니었다)
1만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 섞어서 2십만 원 분량.
그런데 전부 다 팔았다.

놀라운 건 내게 티켓을 사간 사람들 중 내 남동생만 빼고 그 일일주점에 모두
참석했다는 것이다.
일일주점 티켓은 주최하는 단체가 하는 일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혹은  파는 사람의 얼굴을 봐서 사게 된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 티켓을 사고 그 행사에 참석한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그러하리라.

명동의 한 호프집을 몽땅 빌린 그 일일주점에서 나는 서빙하랴, 밀려드는 내 손님들 맞으랴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
결혼식날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면 말 다 했지 뭐.
행사의 주인공인 장기수 선생님들도 맥주를 드시며 무척 즐거워 하셨다.

그 무렵 우연찮게 나랑 <애정만세>를 보고 엄청나게 우는 바람에 내가 다시 보게 된
시인 지망생도 그의 절친한 친구인 함 모 시인과 함께 왔고,
그와 담뱃불을 던지며 싸우다 내 손등에 화상을 입힌 박 모 시인도 왔고, 
유학 가기 사나흘 전 난데없이 사무실 앞으로 찾아와
고정희 시인의 유고 시집을 주고 간 교회 친구도 찾아왔고,
약혼식을 마친 내 절친한 친구는 화사한 모습으로 약혼자와 함께 일일주점에 들렀다.
(내 페이퍼에 등장했던 사람들은 거의 다 참석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솔직한 말인데, 찾는 사람 수로나 매상으로나 회원들 중 최고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코 평수가 좀 커지더라.)

'나는 무능하고 오죽잖은 인간'이라고 생각, 짝사랑만 하며 시들시들 풀이 죽어 살던 내게는
정말 경천동지할 만한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열 시 넘어서 행사가 끝나고, 나를 기다려주던 한 무리의 친구들과 함께 간 술집에서
나는 크게 취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살다보면 믿을 수 없는 그런 날도 있더라니!

그나저나 그 친구들은 지금 다 어디에서 뭘 하며 살고 있을까.
갑자기 쓸쓸해져서 술 한잔 생각이 슬그머니 나는 저녁이다.

**'빗자루와 쓰레받기' 일일주점이 부디 성황리에 마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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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2 1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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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2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11-0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내,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무능하고 오죽잖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사셨다니. 무비님만 보면 시들시들 풀이 죽는걸요. 어디 가나 인기 짱이시잖아요. 그나저나 '빗자루와 쓰레받기' 은근 중독성 있는 제목이에요. 패러디 연구를 해봐야지..

Mephistopheles 2006-11-0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로드무비님은 사람을 몰고 다니시는 듯 합니다...
동업으로 주점이라도 하나..차릴깝쇼...^^

sooninara 2006-11-0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랄까요?
3학년 사회에 예전 물건이 현재에 어떻게 사용되나 배우는데..
빗자루가 청소기로 변했다고 배우더군요. 빗자루 아직도 사용하는데..ㅋㅋ

페일레스 2006-11-0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우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시는 게 '사람은 인복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부러워용 누님.

에로이카 2006-11-03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뱃불로 지지면서 싸우시다니... 과격하셔라.. 재떨이도 던지지 않던가요? ^^
저도 오래 전에 일일호프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제 업무는 장보기와 "접대"였답니다.

2006-11-03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11-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코아아트홀에서 <애정만세>를 보면서,하염없이 울었어요.
얼마 전 차이밍량 감독이 앞으로는 부산영화제에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대요.
영화제에서만 환영받는 영화라는 거죠. 영화제에서는 금세 매진이 되고 환호도 받는데, 정작 개봉되는 건 무지 어렵고, 어렵사리 단관 개봉이 되어도 별 호응 없이 간판을 내리게 되니, 부산영화제의 반응이라는 것이 거품처럼 느껴졌을 것 같아요.
되게 쓸쓸하던걸요. 그 말도, 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영화관 풍경도.

로드무비 2006-11-0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측했더랍니다 님, 어머, 지금이라도 그럼?=3=3=3
그런데 뭐 내게 찔리는 것 있나요?( '')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군요.
마음엔 드셨는지?^^

에로이카 님, 시인이나 시인 지망생이나 술 마시면 과격해지는 건
마찬가지더군요.
전 괜히 옆에 있다가 불똥을 뒤집어 썼죠.
일일호프에서 접대는 기본인데 장보기까지 하셨다니
꽤나 비중 있는 인물이었나 봅니다요.^^

페일레스 동상, 문제는 내 인생에 그런 날이 딱 하루뿐이었다는 것.
인복은 내가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지난날 나의 모든 행동이 지금의 내 꼴을 결정한다.
특별히 불운한 경우는 빼고.
아무튼 저 때와 달리 지금은 무지 외롭단 말씀.^^

수니나라님, 맞아요. 많은 것이 변했어요.
그래도 간단청소에는 작은 빗자루와 걸레가 최곤데.
청소기는 잘 사용하지 않게 돼요.
아이들 교과서 내용 보면 저도 놀랄 때가 많아요.^^

메피스토님, 딱 하루 그랬다니까요.
그러니 제가 이렇게 떠벌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게 술집 동업하자고 제안했다가 급히 철회하는 사람이 몇 있었습니다.
원인은 모르겠어라.( '')

꽃양배추님, 일일주점 이름에 필이 꽂히니 안 나오던 페이퍼가
하나 나오더군요. ㅎㅎ
엄마에게도 이렇게 인기절정의 날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나중에 주하가 읽고 즐거워 해줬으면 하여 쓴 거랍니다.
추억 보관 차원이기도 하고요.^^
(알라딘 서재에서만 그나마 기가 좀 사는 편이랄까.=3=3=3)

연구감이라는 님, 헤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분 좋은데요?
이야깃거리가 되지도 않는 일을 가지고 너무 떠드는 것 아닌가
살짝 염려하며 썼더니, 님께 저으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 것 같습니다.^^

쓸쓸하고 거시기하게 님, 그 영화 제목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한번 찾아봐야겠다.
페이퍼를 얼렁뚱땅 마무리한 감이 있지요?
기분좋게 쓰다보니 결국 저런 결론이 나오는 게 '당황시러버'서.
제가 문제에 정면으로 달려들어 아주 솔직하게 글을 쓴다면
좋을 텐데.
언젠가는 그런 날이 있겠지요.
님이 이 페이퍼의 어떤 부분과 만난 건지 짐작이 갑니다.
그리우면서도 쓸쓸한 일이지요.
퇴근 무렵에 남겨주신 촉촉한 답글 정말 고맙습니다.






로드무비 2006-11-0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저도 그 이야기 들었어요.
차이밍량의 영화는 꼭 극장에 가서 보고 했는데
저번 영화는 어쩌다 보니 놓쳤네요.
그걸 알고 감독이 그런 발언을 했을까요? 히히~~
전 극장 개봉에 앞서 씨네21에서 한 무슨 행사에서 봤는데요.
입장권 두 장을 가지고도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이 없어 혼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전화벨 소리.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 전화를 받았더니 시인 지망생이더군요.
(그때는 그런 꿈을 품고 있는지 몰랐죠.)
그런 연유로 남자와 함께 영화를 보게 된 거랍니다.
기골이 장대한 남자가 너무 흐느껴서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어요.
나중에 알고봤더니 시인의 감수성인 걸 모르고. 흐흐~
양귀매, 그 영화에서 최고였죠?
님의 댓글 보고 반가워서 오만 이야기 보따리가...^^


2006-11-03 1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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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11-0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간 남자는 여기저기 넙죽넙죽 인사에 바쁘고, 구석에서 소리없이 술만 홀짝이며 몇몇사람하고 눈인사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저였을지도 모릅니다...^^

로드무비 2006-11-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 님, 우리 구면인지도 모르겠어요.ㅎㅎ
같이 간 남자가 없었달 뿐 가끔 참석한 일일주점에서
술만 홀짝이는 모습은 저와 같았군요.^^

캥거루 님, 아아, 궁금한 게 풀렸습니다.
전 그런 말도 아이에게 못하는 것이,
엄마의 의지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걸 아이도 이미 알거든요.
눈물 쏙 빠지게 야단은 잘 칩니다.
그래놓고는 허겁지겁 안아주는 꼴이라니!
사실은 그 사진 보고 싶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지나친 부담을 드리는 것도 같아서리.
페이퍼 하나는 살짝 긁어왔어요.
그냥 기념으로.....^^

해리포터7 2006-11-0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저도 방금 책+책 이벤트 발표보고 왔는데요..우와 축하드려요!!

2006-11-06 0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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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7 0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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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11-0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7님,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리브님도 적립금 받으셨죠?
그럴 줄 알았어요.
축하드립니다.^^

2006-11-07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8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0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자 가라사대 님, 구석구석 잘 살펴보시면 몇 권.^^
(제발 몇 권 있어야 할 텐데...)

오뎅이라도 님, 모임 끝나고 오뎅 드셨는지?
따뜻하게 입고 다녀오셨죠?
그럼 오마주는 아닌 걸로 알게요.
금요일쯤 보내겠습니다.
제 책 중 읽고 싶으신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2006-11-08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8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9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 사이즈 축구화를 주문했다.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서다.
남자친구의 엄마가 동네에 곧 어린이 축구단이 생기는데 주하도 
참가시키는 게 어떠냐고 하여 물어봤더니 좋다고 난리였다.
그런데 자원한 여자아이는 딸아이 달랑 하나.
주하는 그래도 상관없다 하는데 엄마들이 의논 끝에 불편하다고 제외시켰다.
얼마나 서운하던지.

어제 리뷰 쓰다 생각나서 대강 훑어본  1978년도에 나온 <반야심경 강의>에 보면,

--남성도 여성도 분별치 말라.
부처님도 보살님도 여기서 탄생하신다.

라는 금언이 떠억하니 나와 있다.
책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실상을 보면 남녀차별,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축구를 좋아하고 곧잘 공을 차는데,  여자 멤버 하나가 끼면 불편하다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추석이라고 부산 이모가 예쁜 옷을 사보내고, 올케는 키티 반지를 선물했지만
그런 선물에 아이는 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레이스옷이나 미장원은 질색팔색이다.
갖고 싶은 건 오로지 운동화,  그 중에서도 요즘은 축구화다.

함께 축구할 사람도 없는데 축구화는 사서 뭐할 것이냐 물었더니
우리 동네 조기축구회의 골키퍼로 눈부신 활약중(  '')인 아빠가 
시간 날 때마다 가르쳐주기로 했단다.
축구단에 가입하지 못하여 서운해 하는 걸 보고 위로차 한마디 던졌나 본데
아이는 그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아무튼 아이와 함께 한 쇼핑몰에서 축구화와 함께 운동화 한 켤레를 어젯밤 주문했다.
얼마전까지 170을 신었는데 어느새 180, 그리고 지금은 180도 끼어서 못 신는다.
할 수 없이 지금도 샌들을 신고 다녀서 아예 넉넉한 사이즈로 주문했다.
청바지 두 벌도 함께.
바지들이 어느새 무릎 한 뼘 아래까지 깡충해서 입을 게 없다.
(그래봤자 반에서 두 번째 작은 키.  다른 아이들은 뭐 안 자라고 가만 있나?!))

얼마 전엔 태권도 국기원 검은띠도 땄다.
'문'보다 '무'에 소질이 있는 것 같은 딸아이의 장래가 궁금하면서도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몇 달 전만 해도 아기였는데......엄마 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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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10-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나빠요, 여자아이 하나라고 제외시키다니.
어릴 적에 동생은 유도며 검도며 배웠는데, 아빠가 저는 여자아이라 안된다셨어요. 그때부터 그거 맺혀있었거든요. 주하를 비롯한 요즘 아이들은 그런 일 없이 자랐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어렵군요.

Mephistopheles 2006-10-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를 더 차별하는 건 오히려 남자보다 여자들...
이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습니다.
성별은 틀리지만....
어제 본 다큐멘터리 추성훈 혹은 아키야마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플레져 2006-10-1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 축구단이 아니라 어머니 축구단인가봐요? 참나.
무에 소질있는 정주하 어린이,
서재 언니(?)들이랑 축구단 하나 만들까나...^^;;

로드무비 2006-10-1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문' 쪽도 좀 거시기하면 좋으련만.ㅎㅎ
알라딘 서재 어린이들 축구단 추진해 주셔용.
님이 나서서...^^

따우님, ㅠ ,. ㅠ

메피스토님, 하긴 그런 면도 없다곤 못하겠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철저한 남성중심 국가입니다.=3=3=3

블루님, 그래서 전 아낌없이 밀어주려고요.
님도 그런 좌절이 있었다니!

달콤한책 2006-10-1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로드무비님의 따님은 언제나 저를 놀래킵니다...축구화라!
아이 도장에서도 같은 반 여자 아이가 있는데, 무지 잘합니다. 기합도 얼마나 크게 잘 지르는지 공개심사에서 엄마들이 환호성을 질러 주었지여.

프레이야 2006-10-11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주하 멋져요. 힘내라~

hnine 2006-10-1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 아이가 있어서 불편할게 무언지 갸우뚱~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것이 다른 쪽에 소질이 없다는 것과 같지는 않겠지요.
어떤 분야든,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가 확연히 눈에 보일때 저는 무슨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찾은 듯이 신나던데요.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

blowup 2006-10-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몸의 이치를 먼저 깨닫고, 마음의 이치를 깨닫는 사람이라니까요.
우리들의 꿈이로군요.
가끔씩 주하가 던지는 말이 얼마나 예사롭지 않던가요.
주하가 계속 그렇게 자라나 주어야 할 텐데.

BRINY 2006-10-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아들들 키워서 뭐하자는 건지요, 원!

건우와 연우 2006-10-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아침 출근길에 연우도 축구시켜달라고 하더군요. 너랑 같이할 동료가 쉽게 나타날까했더니 초등학교입학때까지 줄기차게 찾아보겠다면서요. 아직까지도 온존하는 남녀차별의 물결속으로 주하도 연우도 발을 담그기 시작하는군요. 아이들이 끝까지 상처받아도 꿋꿋하길 빌어요. 대견하고 안쓰러운 딸들....

2006-10-11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6-10-1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그 엄마들 참.... 진짜 '어머니 축구단'인거 아녜요? ㅡ,.ㅡ
제 조카도 유일하게 학교에서 혼자만 여자였어요. 물론 정식은 안되는거겠지만- 왜 축구부도 돈 많이 들어가잖아요. 애들 운동복에 간식에....
조카는 연습 좀 하고 경기에 가끔 투입되고 (^^) 나름대로 즐기면서 축구를 했어요. 학교 축구부 엄마들이 더 많이 배려해주고, 축구부 남자애들도 울 조카가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맹활약을 해서 자기들이 경기에 이긴다고 칭찬해주고 그런 분위기였답니다. 어릴땐 다들 그러고 놀게 해 줘야하는데...쯥~

그나저나 정말 주하 많이 컸어요. ^^
조기 축구단에서의 맹활약을 기대합지요.ㅎㅎㅎ

국경을넘어 2006-10-1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벌써 저리 커버렸네요. 축구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머스마들 다리 몇 개 부러뜨릴 정도로 열씨미...(너무 과격했나. 저는 한번 부러진 적이 있어서) ^^*

ceylontea 2006-10-1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그렇게 남녀 차별해서 키워서 어떻게 할라구 그런답니까?
여자아이가 있어서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저도 납득이 가지 않아요...
아직은... 대한민국이 남성중심의 나라인 거 인정합니다..

마노아 2006-10-1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따님이셔요. 계속 소신 있게 키워주세요. 나라의 재원이 될 거야요. 울 학교에도 축구소녀 있는데, 전 6개월 동안 남자아인 줄 알았답니다. 아, 그렇게 보이는 것은 좀 곤란해요^^;;; 예뻐서 그렇게 보일 리는 없을 것 같지만...^^;;;;

waits 2006-10-1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주하다! 얼마 전에 우연히 발견하고서, 주하 생각이 났었답니다. 이거라도 보고 힘내라고 전해주세요. ^^ 그리고 언제가 되더라도 제가 주하한테 선물할테니, 혹시나 사지마세요. 너무 시덥잖기는 하지만요...--;;;


날개 2006-10-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이게 뭔 소리여요! 요즘 세대 엄마들이 어찌 그런 차별을....!!!
성재도 축구클럽 다니고 있는데, 여자아이도 하나 있어요.. 초등학생들 시합에는 남녀 구분없이 참가가능하거든요.. 잘하기만 하면 되지 여자고 남자인게 뭔 상관이라고..ㅡ.ㅡ 대체 뭐가 불편하다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날개 2006-10-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추천은 주하에게.......!

울보 2006-10-1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요즘 여자 아이들도 많이 축구하던데,
주하가 많이 속상했겠네요,
주하야,,,,,
너무 속상해하지마 힘내,,멋진 주하 아빠랑 축구 많이 해요,,

서연사랑 2006-10-1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주하! 축구화 신고 운동장을 누비는 모습....완전 사랑스러울거예요^^
(서연이도 신발 사이즈는 200....왕발이 서연이...)

sooninara 2006-10-1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너무 이뻐서..남친들이 태클걸기가 힘든거 아닐까요?
주하야 새축구화 신고 공 뻥뻥 차렴.
지금 축구 비긴거 보고 열 받았는데 주하 축구화 이야기 읽고 웃고갑니다.

끼사스 2006-10-1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hooting like 주하! ^^

2006-10-12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10-12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씨, 열받아요. 정체도 불분명한 '불편'함이 이유랍시고 대다니...
성차가 있다고 차별받아도 안되겄지만, 그 나이 때는 성차도 아예 없잖아요.
외국갔을 때 만났던 집 보니까 세 딸들이 다 축구클럽서 활동하던데...
주하선수, 미안해요. 대신 더 씩씩하게!

하늘바람 2006-10-12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소녀네요^^ 주하.

sandcat 2006-10-1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드라이버에 집착하는 가온에게 냉큼 공구놀이 장난감을 사주었어요. 연두색 조끼와 햇빛, 색안경을 낀 주하의 이 모습이 오래 기억날 듯.

해리포터7 2006-10-12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띠까지 딴 이뿐 주하..어여 그 성의 장벽을 걷어내라고 아줌마들에게 성토하셔요..주하야 힘내라~

2006-10-14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1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을 닫으신 분, 인사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섭섭하네요. 요즘 님의 방에 통 못 들렀지만.
렘브란트의 그림엽서를 보면 늘 님이 생각날 겁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평안하시길.
저도 고마웠어요.
(제가 소중한 걸 눈 뻔히 뜨고 또 놓친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로드무비 2006-10-15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 님, 누군가를 성토하려는 건 아니었고 축구화 샀다고
자랑하는 페이퍼인데 이상하게 흘렀네요.
쪼까 서운하긴 했나 봅니다요.^^

샌드캣님, 공구놀이 장난감이라니 괜히 반갑네요.
가온이와 주하는 엄마들하고 달리 좀 유능할 것 같지 않습니까?!=3=3=3

하늘바람님, 네! 어디로 보나 소녀랍니다.^^
저 사진은 지난 겨울에 찍은 것이어요.

산사춘 님, 어쩌면 우리가 곧 이사를 갈 것이라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불편하다'는 말을 분명 전해 듣긴 했는데......
전학 가는 학교에 여학생도 함께 뛰는 축구부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묘한 느낌 님, 여학생들이 하키하고 야구하고 축구하고
그러다 연애하고......부분에서 제 가슴이 다 설렙니다.
로커를 열면 누군가 몰래 끼워 넣은 연애편지가 들어있고요.^^
아이는 처음엔 섭섭해 했지만 아빠랑 축구를 할 생각에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님이 남겨주신 글 보고 무지 반가웠어요.^^

끼사스님, 글고보니,< 슈팅 라이크 베컴>을 보여줘야겠어요.
저 참 재밌게 본 영화거든요. 야호!^^

수니나라님, 요즘 우리 대표선수들 슬럼픈가봐요.;;
주하가 예뻐서 태클을 못 걸까봐라니, 정말 그럴지도.=3=3=3

서연사랑님, 와,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서연이 벌써 200 신는다고요? 흐미~
며칠 전 딸기 실내화 195를 사왔는데 훌러덩 잘 벗겨지는군요.
그런데 200을 주문했으니, 배송중인 신발들이 너무 클까봐
슬며시 걱정이 됩니다.^^

울보님, 책장수님이 아이의 기대에 잘 부응을 해얄텐데요.^^







로드무비 2006-10-15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성재는 야구복 입은 모습이 더 잘 상상이 되는데.
하긴 축구나 야구나 뭔들 못하겠습니까!
님 사는 동네로 이사가고 싶군요.
추천 감사!^^


평택, 나어릴때 님, 하하~ 돼갈녀 주하에게 어울리는 선물이군요.
보여주면 저녁에 또 갈비 먹자 할 텐데......
그래도 보여줄게요.^^

마노아님, 그 축구소녀 얼굴이 보고싶네요.
주하가 유니폼을 입고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달리는 모습
저도 보고 싶습니다.^^

실론티님, 저 엊그제 외출했다가 자판기에서 실론티 꺼내
마셨어요.ㅎㅎ
도처에 서재 님들이 계시더군요.
(남녀 차별 예전에 비해 많이 없어졌다곤 하나 저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폐인촌님, 경기하다가 약간의 부상 입는 것, 참 멋져 보이던데.
주하는 무릎이 성할 때가 없답니다.
요즘은 머스마들 다리가 더 가늘고 약하더군요.;;

아주아주모테치카님, 우리 주하도 치카님 조카님처럼만
그라운드를 누벼봤음 좋겠어요.
기회가 꼭 오겠죠?^^

건우와 연우님, 우와! 연우도요?
연우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그리 사랑스럽답니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기만 바랍니다.
처음부터 기회조차 차단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브리니님, 아들들이야 사실 뭔 죄가 있겠습니까.
어른들 선에서 의논된 일 같은데요.^^;

namu 님, 몸의 이치, 마음의 이치라니 너무 멋진 말이잖아요.ㅎㅎ
우리들의 꿈!
맞습니다.
namu 님이 어떤 소녀였을지 궁금합니다.^^

hnine님, 어제도 피아노와 태권도 수업 중에서 피아노를 포기하더군요.
감기에 걸려 하루 쉬자고 했더니 부득부득 도복을 입고 가더라고요.
태권도와 바둑이 제일 좋다니 앞으로도 계속 하게 하려고요.

배혜경님, 네!^^

달콤한책님, 태권도장에서 가끔 부모들 수업 참관을 시켜요.
아이가 우렁차게 기합을 넣고 공중발차기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지릿지릿합니다.^^



푸하 2006-10-1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100002 오오 10만^^;

로드무비 2006-10-1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그러네요, 벌써 10만!^^

2006-10-16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을 나갔다는 님, 잘 도착했군요.
아이들이 좋아했다니 저도 흐뭇합니다.
입던 것 작아진 것 보냈으니 눈곱만큼도 부담 안 느끼셔도 되고요.
천천히 읽고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어젯밤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머리에 다닥다닥 핀을 꽂은
여인이 나왔다.
화려한 핀으로 온통 도배한 머리와 하늘하늘한 차림으로
자칭타칭 '공주'라는 것이다.
그는 조그만 수레를 끌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많이 찾는 공원에서
커피와 율무차 등속의 차를 팔고 있었다.

몇 년 전 남편의 사업이 망하고 형편이 어려워지자 우울증을 앓게 되었는데
그런 아내를 달래주려고 남편이 화려한 큐빅의 머리핀을 하나 사다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예쁜 머리핀을 꽂자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머리핀을 사고 빈틈없이 머리에 꽂다보니
그 동네의 명물로 부각되고 방송을 타게 된 것.

그의 머리핀 사랑은 머리에 꽂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각종 집게 대신으로 
집안 살림 여기저기 사용할 정도에 이르렀다.
매일매일 새 머리핀을 한 바구니씩 사는 건 기본.
잘 때 비로소 핀들을 머리에서 빼는데 100개가 넘는 핀들을 뽑는 데 20여 분이 걸렸다.

그 모습이 묘하게 잘 어울리기는 한데 내 눈에는 아무래도 좀 이상해 보여서
마이 도러에게 물었다.

"너는 저 아줌마 머리핀 100개도 넘게 꽂은 것이 안 이상해? 예뻐?"

"응, 예뻐. 하나도 안 이상한데?!"

평소 레이스 달린 옷은 싫다고 거부하는 아이가 그녀의 화려한 화장에
묘한 머리와 차림을 보고도 이상타 안하고  예쁘다고 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그의 이웃이나 공원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그 공주님을 칭찬하는 것이었다.
어른 공경하고 어려운 사람 도울 줄 알고......
왠지 그녀를 끝까지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싶어하는 나의 속물근성이 부끄러웠다.

저녁에 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신기한 포장마차 열전'이라고 하여
독산동의 쉴 새 없이 춤추는 빨강머리 아줌마 포장마차를 보여 주더니만.
대형 불판 위에 떡볶이를 양념장과 섞으며 얼마나 몸을 흔드는지
지나가는 차들이 창을 열고 "파이팅!"을 외치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 앞에 턱을 괴고 앉아 구경하는 동네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는 함께 춤을 추는 손님까지......

그렇게 남의 눈 의식 안하고 신명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아닌 게 아니라 부럽다는 생각마저 슬그머니 든다.
내 사는 꼴은 왜 이리 뜨뜻미적지근하고 엉거주춤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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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2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그분들도 어떤계기로 그렇게 과장되게 살아야 만족을 하나봅니다..저도 그런분들을 TV에서 보면 신기해하다가도 살짝 민망해질때가 있던데요..어떨땐 찌릿찌릿 제가 다 창피해가지곤 채널을 돌린답니다..하지만 그분들의 표정을 보면 남의식 안하고 사는것에 대한 크나큰 만족감으로 행복해 보여요..부럽기도 해요..아직까지 제가 걸친 삶의 가식들이 본질을 감추고 있지만 아마 할머니나이쯤 들면 저의 본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ㅋㅋㅋ

건우와 연우 2006-09-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하나도 엉거주춤하지 않다구요, 뭐.
로드무비님이 안나타나시면 목을빼고 기다리고 글올리시면 열광하는 팬들이 줄을 섰는데 그리 말씀하시면 서운하다구요...^^
요즘 자주 적조하셔서 저까지 기운이 빠지잖아요.
자주 세상사를 들려주세요. 로드무비님만의 넓고 깊은 눈으로요...

로드무비 2006-09-2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 님, 아이고 황공한 말씀을.
기분은 무지 좋습니다만.ㅎ
어떤 때는 책만 읽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지난 며칠 동안 리뷰 쓰고 싶어지는 책을 몇 권이나 읽었답니다.
하나하나 올릴 테니 아낌없는 성원 부탁.(비굴비굴~)
(님도 요즘 서재 적조하셨어요?
연우 얘기 듣고 싶어요.)

해리포터 7님, 맞아요, 어떤 분은 보고 있기 민망해요.
그런데 어제 그 공주님은 좀 묘했어요.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내가 이상한 사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이의 시선이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고요.
노래자랑 같은 데 나와서 끼를 맘껏 발산하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을 보면 재밌고 한편 부러워요.
하긴, 뭐 우리는 또 우리 방식대로 뭔가를 발산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Mephistopheles 2006-09-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적이지 않은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기인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사람을 보고 이런 저런 판단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건데..뭘 그런걸로
부끄러우실 필요까지야....^^

로드무비 2006-09-2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렇다고 많이 부끄러워 한 건 아니고요.( '')
'편집증 같은데...'하고 제멋대로 병명을 떠안겼거든요.
그런데 딸아이가 이쁘다고만 하니... 그런가보다 접수했습니다.
아이의 눈이 정확하잖아요.^^

마노아 2006-09-2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멋에 산다고, '제멋'을 즐길 줄 아니 대단해요.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보는 것도(사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 같아요. ^^

비자림 2006-09-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방송에서 보았는데, 반짝이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어떤 아주머니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 분에게도 온갖 종류의 반짝이 원피스가 많았고 심지어는 스팽글을 사러 직접 다니기도 한다는.. 밤무대 옷차림 같은 그 옷을 보고 우리 아들들이 예쁘다고 하며 신기해 하던 게 생각나요. 자신의 개성을 사랑하고 표현하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그들의 행복감을 전염시켜 좋더라구요.

클리오 2006-09-2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애들은 원래 화려하고 원색의 것을 좋아하잖아요...

로드무비 2006-09-2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호호~ 그런 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자연스러워 보였다는 거겠죠.
주하는 요란한 차림 질색이거든요.^^

비자림님, 사람 사는 얘기 참 재밌어요.
저도 반짝이 옷만 입는 아줌마 텔레비전에서 봤거든요.
어떤 부부는 또 반짝이로 커플룩을 해 입더만요.
가끔 제정신인지 진짜 아리송한 사람도 나오는데
사실이야 어쨌든 본인이 행복하다면 된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더구나 주변까지 즐겁게 해준다면야......^^

마노아님, 자기만의 독자적인 멋을 찾아낸 것도 대단해 보입니다.
언제 님이 먼저 시범을.^^

가랑비 2006-09-27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속물 근성으로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싶어하신 게 아니라... 그게 뭔가 튀려고 하는, 그렇게 해서 버티려고 하는 안간힘으로 보여서, 그런 안간힘을 그냥 웃으며 보자니 민망하셨던 게 아닐까요.

로드무비 2006-09-2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반대 벼리꼬리님, 그건 아니고요.
머리핀에 너무 집착하는 게 좀 이상해서.
그런데 생각해 보면 책이나 먹을 것에 집착하는 저도
저 여인이랑 다를 바 없지 않겠어요?^^

blowup 2006-09-2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지점을 넘어간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해 봐요.
그런 모습이 슬퍼 보일 때도 있고, 그저 우스울 때도 있는데.
그것과는 다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도 있어요.
한끗이라는 생각 때문에요.
주하에게 물어보셨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9-2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지점을 넘어간 사람들이라......
맞아요, 한끗이죠.
최소한 그들을 비웃긴 싫어요.^^

sooninara 2006-09-27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들..저도 이해가 잘 안돼요. 제가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라서 그럴까요?

전호인 2006-09-2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것 뿐이겠지요. 우리 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기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이 세상사는 맛이 아닐까 합니다. 하긴 가끔 자유분방하게 사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지만........

로드무비 2006-09-2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안녕하세요?
살아가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제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가 있는 분들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더라고요.^^

수니나라님, 기인에 따라 달라요.
기인이라고 몽뚱거리기도 좀 거시기하군요.^^

올리브님, 그러니까요.
전 용감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연을 떠나서......

2006-09-28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2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크 트웨인님, 그 책 안 샀어요.
함께 빌려주세요. 읽고 싶군요.^^

oooiiilll 2006-09-2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뜻미적지근하고 엉거주춤하다는 표현이 묘한 동질감을 불러 일으키네요. 가끔은 기름칠 해서 윤도 내고 싶고 팔팔 끓여 소독도 해주고 싶은데말이죠.

로드무비 2006-09-2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트님, 전 아예 해체해서 새로 조립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