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드는 옷에서 인간의 역사와 본질을 추구하는 마커.
'무용(無用)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은 그녀가 개발한 아트(art)급 옷 브랜드.



바지 수선료 2위안.
직업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초라한 몰골의 이 손님은 1위안을 더 줄까 어쩔까
양장점 여주인에게 호기를 부린다. 그녀는 단호히 거절한다.


계속되는 불경기로 중소기업이나 식당, 재래시장의 매출액은 격감했는데
외제차를 비롯하여 백화점의 최고급 브랜드라든지 유기농 식품과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이 급증했다는 소식을 어제 오후 접했다.

자나깨나 친환경을 얘기하는 한 유명 한복 디자이너가 얼마 전 모 숍에 납품한
무명 들꽃무늬 행주 한 세트가 5만 원, 또 역시 같은 천으로 만든 퐁퐁 겉싸개가 얼마였더라?
퐁퐁을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이 멋지게 천으로 싼 그 꼴을 보고 코웃음밖에 안 나오던데.
이 세상은, 건강과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 착안하여 웰빙과 에코~로 비싸게 포장한
상품들을 속속 내놓는다.
(퐁퐁을 몇 만 원짜리 비단주머니, 아니 무명보자기로 싸면 뭐하냐고요.)
그 한복 디자이너가 하는 짓은, 산골 오지 부락민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여
자신의 패션 디자인에 접목하기 위해 먼길을 떠나는 마커의 모습과 겹치고.

선풍기와 미싱이 하루종일 시끄럽게 돌아가는 중국 광동 한 의류공장의 무표정한 노동자들과,
우리나라로 치면 앙 선생님 혹은 퐁퐁 싸개 무명보자기를 몇만 원대 가격의 신상으로 출시한
그 한복디자이너급 젊은 디자이너,
그리고 산시 펀양의 탄광촌 변두리, 의상실의 기능은 거의 없어 보이는 이 수선집을
새로 산 바지 밑단을 줄이려 찾는 사람들을 담담한 화면으로 보여주는 3부작.
자신의 월급으로는 결코 사 입을 수 없는 옷을 하루종일 만드는 노동자들과,
마커가 머리로 찾아 헤매는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옷'과,
탄광촌 광부들 몸에 묻은 검은 탄을 씻어주는 걸레 같은 수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또 극명하게 대비되는 영화.
형식 면에서도 이제껏 보지 못한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지아장커는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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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08-05-3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부지런하시네요.
스틸 라이프에 감동했지만 이번엔 망설이고 있습니다^^

로드무비 2008-05-31 12:32   좋아요 0 | URL
twoshot 님, 하마터면 놓칠 뻔했지 뭡니까.(<씨네21>을 안 사봤더라면...)
지아장커 감독 영화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부지런할 생각입니다.^^


니르바나 2008-05-3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그랬다지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본다고요.
로드무비님 안목이 높으신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임 낫 데어> 영화평을 보고 동한 마음을 여기에 한자락 풀어보았습니다.
* * * * *

로드무비 2008-06-01 07:51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만 마음으로 봅니다.
이 시선을 좀 확장시켜야 하는데 말입니다.
영화 안목은, 헤헤, 지가 좀 높은 편이지유.=3=3=3
<아임 낫 데어> 저도 보고 싶어요.^^

2008-05-31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1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8-06-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코웃음밖에 안나오네요.
네가 언젠가 그 디자이너(?)의 책을 샀다 펼쳐보구 코웃음한번 쳐주고 반품했다지요...
그나저나 영화 보고 싶네요, 이 영화.
영화에서 보이는 색도 기대되는 걸요~.

로드무비 2008-06-01 08:06   좋아요 0 | URL
nabi 님, 그나저나 그 단아하고 맑은 얼굴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이 영화는 다큐 형식인데 이렇다할 내러티브가 없어요.
그냥 화면을 보는 거죠.
마커의 작업실이 볼 만합니다.
공장과, 수선집이 있는 탄광마을은 우중충한데 가운데 적절한 배치죠.^^

치니 2008-06-0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신 같은 게 막 느껴집니다 , 지금.
몇일 전 비행기에서 로드무비님이 왜 요즘 글을 안 올릴까 궁금해 했어요.
그리고나서 영화 무용을 봐야 했었는데, 못 보고 왔네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이 포스팅을 보니, 참... :) 반갑기 이를데 없습니다.

로드무비 2008-06-02 10:11   좋아요 0 | URL
치니 님이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절 떠올리셨다니
반갑기 이를데 없습니다.ㅎㅎ
집의 컴이 두어 달간 고장났었고요.
접속을 거의 못했어요.
잘 지내셨죠?^^

치니 2008-06-0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호텔에서 나가기 전 급히 위 댓글을 달았는데, 지금 보니, 이미 아래에도 페이퍼가 5/23에 올라왔었군요. -_-; 전 왜 못봤을까요., 역시 미신인 미신일 뿐.

로드무비 2008-06-02 10:14   좋아요 0 | URL
헤헤, 미신이든 아니든 저는 다 좋습니다.
아직 출장중이시군요.
잘 다녀오시길.
(서재 바뀐 후로 님들 방 찾아가는 게 무지 어려워졌어요.
페이퍼 올리면 다들 어떻게 알고 찾아들 오시는지.^^;)

죄디 2008-07-1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 이면이 존재합니다
그런 시선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잡아내는
사람들, 제 눈에는 천재로 보입니다;
그런 분들이 있어서 우리는 편협해지지 않는 걸거에요
 

나카무라 다카유키 감독의 <요코하마 메리>를 한 달 전 극장을 혼자 전세 내어(?) 보았다.
낙원동 악기상가 건물에 있는 필름포럼만큼 이 그로테스크한 다큐와
잘 어울리는 극장이 또 있을까.
조조 상영시간이 임박하여 바쁜 걸음으로 극장 로비에 들어서자
막 잠에서 깬 듯한 극장 대표(아마도)가 까치둥지 머리에 부스스한 얼굴로 나를 맞았다.
이 시간대는 눈치를 보아하니, 관객이 한 명도 없어 아예 영사기를 돌리지도 않는  경우가
태반인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난방을 틀겠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영사실 기사를 부르러 갔다.

영화의 주인공은 1995년 가을 요코하마 거리에서 사라진 메리라는 이름의 노파.
종전 후의 요코하마 거리에서 장교들만을 상대하던 콧대 높은 창부였다.
횟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허옇게 분칠한 얼굴과 두껍고 검은 아이라인,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옷, 하이힐과 자신의 전재산을 몽땅 쑤셔넣은 뚱뚱한 가방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그 가방을 질질 끌고 지린내와 향수가 섞인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50년간
요코하마 거리를 누비던(혹은 죽치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나카무라 다카유키 감독은 자신이 중학생일 때 등하굣길에 그녀와 몇 번 마주쳤다고 했다.
카메라를 들고, 메리를 아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내어 그녀의 행적을 좇는데......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메리에게 가게 골방을 빌려주었던 세탁소의 안주인이나,
장사에 분명 지장이 있었을 텐데도 홀린 듯한 눈으로 매일 진열장 안의 보석을 바라보는
메리의 지정석을 끝까지 치우지 않았던 숍의 주인,
그리고 메리에게 자신의 공연 티켓을 선물했던 지금은 늙고 병든 게이 샹송 가수 나가토 간지로.
어떻게 가수로 살아남았는지 어리둥절할 정도로 노래 실력이 영 신통치 않은 그가
늙고 병든 몸으로 메리를 위해 정성껏 부르는 '마이 웨이'는
그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보다도 감동적이었다.
진심을 담아 부르는 노래는  빼어난 기교를 능가한다. 그리고 그만의 음색으로 살아남는다.
나가토의 노래를 좋아하여 구석진 자리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를
찾아오는 늙수그레한 팬들.

메리의 자부심(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것을 놓지 않았다)은
그녀를 지켜본  요코하마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나는 그보다는 냄새가 진동하는 옷을 번번이 빨아준 세탁소의 안주인과,
의자와 화장실을 빌려준 보석가게 주인과, 끝까지 메리의 친구를 자처했던 나가토와,
그의 팬들이 인상적이었다.
아참, 양복을 쫙 빼입고 종전 후의 요코하마 거리를 활보하던 야쿠자들이
하릴없는 늙은이가 되어 메리가 다니던 곳을 안내해 주는 모습도 재밌었다.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에 호호백발의 메리는 단발을 하고 얌전한 얼굴로 고향에 돌아가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었수?' 하는 표정으로......시치미를 딱 떼고.
그 얼굴이 내게는 더 생뚱하고 낯설었다.
(감독은 10여 년간 카메라를 들고 그녀의 행적을 좇았는데
이렇게 그녀를 실제로 만나게 될진 몰랐다고 한다.
그는 당황한 기색이었다. 귀신이라도 만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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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2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작기간 기본 10년인 다큐군요..^^
극장 무섭지 않던가요??

로드무비 2008-03-21 15:1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분위기입니다.
무섭기는커녕.^^
(10년 넘게 한 여자의 자취를 좇아 카메라를 들고 헤맸다니
이 영화 꼭 봐야 할 것 같았어요.)

Mephistopheles 2008-03-21 15:36   좋아요 0 | URL
스토커가 생각나버렸다는..

2008-03-21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1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2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1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1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oshot 2008-03-2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전에 홍상수의 [밤과 낮]을 혼자 봤었습니다. 영화는 좋았는데 그 썰렁한 분위기라니..

로드무비 2008-03-21 15:14   좋아요 0 | URL
twoshot 님, 얼마 전, 영화 <주노>도 저 혼자 봤습니다.
조조도 아닌데 그렇더군요.
<밤과 낮>은 혼자 보면 무지 을씨년스러울 것 같아요.^^
(전 그런데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라...
일요일에 관객 많은 틈에서 보는데 어리둥절하더군요.)

치니 2008-03-2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세요!

로드무비 2008-03-21 15:10   좋아요 0 | URL
치니 님, 부지런하단 말 세상에 태어나 세 번째 듣습니다.^^

니르바나 2008-03-2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번째 말 듣겠습니다.
로드무비님, 참, 부지런하십니다!^^

로드무비 2008-03-21 15:22   좋아요 0 | URL
여차하면 다섯 번도 채우겠는데요?^^

2008-03-2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1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칼리 2008-03-2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이 10여년간 그녀의 행적을 따라간 것도, 그녀를 아는 모든이들이 팬과 같은 열성으로 살피는 것도 모두 메리의 특별한 자부심에 매료된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월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어서 야쿠자를 하릴없는 늙은이로 만들기도 하네요.
참!다섯번 채워드리겠습니다.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____^

로드무비 2008-03-21 16:06   좋아요 0 | URL
우와, 오므렸다 활짝 피는 붉은 장미 이미지가 현란하네요.
반갑습니다.^^
'세월은 참으로 무서워서'라는 칼리 님의 표현에 공감합니다.
심지어는 그들이 귀엽기까지 하더라고요.
아, 오늘 하루에 듣는 '부지런하다'는 칭찬이
지난 몇십 년의 실적을 가볍게 뛰어넘네요.ㅎㅎ

하이드 2008-03-21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터가 너무 멋져요! 로드무비님 글 자주 올라와서 좋네요. 아직 찬찬히 읽을 마음의 여유는 없음을 고백하지만, 글 볼 때마다 자꾸자꾸 반갑습니다.

로드무비 2008-03-22 00:01   좋아요 0 | URL
하이드 님, 오랜만입니다.
요즘 뭘 자꾸 끄적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제 글 보고 반갑다니 기분이 좋은데요?!
많이 바쁘신가 봐요.^^

죄디 2008-03-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제인.
우리는 요코하마에 가본 적 없지
누구보다 요코하마를 잘 알기 때문에

메리제인. 가슴은 어딨니

우리는 뱃속에서부터 블루스를 배웠고
누구보다 빨리 블루스를 익혔지
요코하마의 거지들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

메리제인. 너는 걸었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
항구의 불빛이 너의 머리색을
다르게 바꾸어놓을 때까지

우리는 어느 해보다 자주 웃었고
누구보다 불행에 관한 한 열성적이었다고

메리제인. 말했지

빨고 만지고 핥아도
우리를 기억하는 건 우리겠니?

슬픔이 지나간 얼굴로
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

메리제인. 요코하마


황병승





로드무비 2008-03-22 13:34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요코하마 블루스'로 제목을 잡을까 잠시 망설였는데......
황병승 시인의 시 잘 읽었습니다.
시 읽고 문득 궁금해서 님 방에 가 잠시 기웃거리다 왔습니다.^^

2008-03-22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2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2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4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3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4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3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4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3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4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행복>에서 '죽음 직전'을 선고받은 영수(황정민)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건 대단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잠시 더 노닥거릴 자유, 평소 살던 대로 흥청망청거릴
유예된 시간이었다.

아침을 깨우는 제대로 뽑은 원두커피 한잔, 재즈의 선율과 함께 마시는 위스키 온더락,
실크슬립과 함께 감겨오는 이기적이고 냉정한 애인의 낯익은 향수 냄새.
고층, 통유리 창문이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새벽과 아침과 정오와 늦은 오후와 저녁,
그리고 깊은 밤 저마다의 불빛으로 반짝이다 스러지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그것이 설령 겉멋이며 나쁜 습관에 속한 것이라 해도......

건강과 일생의 사랑,
그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 뻔한 소중한 기회를 발로 뻥 찬다.
자신이 떠나면 곧 세상을 떠날지도 모를 연인을 버려두고.
건강이 좀 회복되자 그가 다시 악착같이 기어드는 건 바로 그 소굴.
그 소굴이 언젠가 자신을 내팽개칠 거라는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도......






<행복>의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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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8-01-2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슴아픈 얘기는 못 보는 병이 있어서...병을 고쳐야 할까요^^

로드무비 2008-01-22 13:01   좋아요 0 | URL
가슴 아픈 얘기는 못 본다고 스스로 믿는 게 어쩌면 병.=3=3=3
(산책 님, 반갑슴다.^^)

chika 2008-01-2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이예요.
지금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라는 책을 읽는 중인데, 출판사가 '쿠오레'예요. 책을 집어들때부터 로드무비님 생각이 났거든요. 그래서 더 반가워요 ^^

chika 2008-01-22 13:47   좋아요 0 | URL
아, 근데 왜 전 '흥청망청'이라는 로드무비님 페이퍼 제목보면서 주하랑 관련된 얘기일꺼라 생각했을까요? ^^;;; (아마도... 그동안의 페이퍼가...;;;;)

로드무비 2008-01-22 14:48   좋아요 0 | URL
치카 님, 앗, 쿠오레라는 출판사가 있어요?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라니 바로 저 로드무비를 말하는 것 같고.
그런데, 제 알뜰하고 살뜰한 도러와 '흥청망청'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씀인지.=3=3=3
아무튼 반갑습니다요, 치카 님.^^

chika 2008-01-22 15:18   좋아요 0 | URL
헤헤헤~
로드무비님은 항상 그 알뜰하고 살뜰하고 이쁘기까지 한 도러에게 딴엄마들과는 다른 기준으로 잘 해주시잖아요. 전 그런 내용인줄알고요..이번엔 또 어떤 모험담(?)인가, 했거던요. ^^
- 댓글쓰고, 지금 이시간까지 회의자료준비땜에 서있었더니 다리가 막 아파요.. ㅠ.ㅠ

로드무비 2008-01-22 17:29   좋아요 0 | URL
이제 뭉친 다리 좀 풀리셨나요?^^
먹고살기 위해 일하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최대의 존경이 담긴 인사랍니다.)

프레이야 2008-01-2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기 전에 '잘 죽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한 대 담배를 피우던 나이든 남자,
박인환이 제일로 기억에 남아요. 행복은 그런 것인가 봐요.
담배를 피우던 폐암환자 그 남자나 그 소굴로 기어들던 영수처럼요..^^

로드무비 2008-01-22 14:51   좋아요 0 | URL
혜경 님, 마지막 담배 한 모금 맛이 과연 어땠을까요?
박스 하나로 정리되는 그의 삶이 나쁘진 않아 보였습니다.
 


전수일 감독 <검은 땅의 소녀와>
...내 눈에는 어린 보살처럼 보이는 소녀 영림 



'무슨 말을 하지 않기 위해 그는 그토록 많은 말을 지껄여댄 것일까.'
(<검은 사슴> 한강, 61쪽)


세상에는 "무슨 말을 하지 않기 위해 그토록 많은 말을 지껄이는 사람"과
무슨 말을 꼭 하고 싶은데 입을 꾹 다무는 사람들이 있다.

한창 잘 나갈 때는 지나가는 개도 시퍼런 만 원 지폐를 입에 물고 다녔다는
탄광도시 철암.
광부들과 그 가족들도 모두 떠났는데 고집스레 남아 있는 한  민중미술가와의 인터뷰를 위해
그곳을 찾는 잡지사 기자와 그 후배의 여정이 중요한 얼개를 이루는
한강의 장편소설 <검은 사슴>은 저 한 문장으로 마음속에 남았다.




황재형 '식사' 1985 가을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쭈그리고 앉아 먹는 밥


몇 개월 전 소설 <검은 사슴>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화가 황재형을 떠올렸다.
'황지'라는 그림으로 대한민국 화단에 자신을 알린 화가는
1983년 가족과 함께 철암으로 아예 거주지를 옮겼다.
탄광화가로 불리는 그는 몇 년 전 KBS 심야 프로그램 '디지털 미술관'에 나와
'철암'이라는 다소 낯선 지명의 황량한 풍경과 함께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2007년 12월 초부터 2008년 1월 6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16년 만에 그의 전시회가 열렸다는데 아깝게 놓쳤다.

흔히 탄광에서 일하는 걸 갈 데까지 다 갔다고 하여 '막장 인생'이라고 하는데,
화가는 이렇게 말한다.
"닫힌 현실이라는 점에서 서울도 막장이다."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는 갱 속과 갱 밖 광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황재형 'In My Heaven' 1997 겨울
...저 골짜기 나부끼는 빨래를 보라. 제목이 특히 인상적인 그림.




황재형  '기다리는 사람들'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일까.




사택도 곧 헐린다는데, 진폐증으로 해고당한 아버지.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










'어디로 갈까?  아홉 살 소녀 영림의 시선.



'내 안에 부는 바람'이라든가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등,
나이브한 제목 때문일까 지나치게 심정적이고 멋을 부린 것 같아서 전수일 감독의 영화에
나는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검은 땅의 소녀와>를 보고 나의 편견과 완고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마디 대사나 내레이션 없이,
가장  압도적이고 아름다운 라스트 신으로 기억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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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1-1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ㅡ저도 디지털미술관에서 같은 다큐 봤었어요. 그때 진짜 먹먹하고 KBS가 그래도 공영은 공영이구나 막 그랬는데...
이 영화, 저도 볼 생각이 없었는데,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로드무비 2008-01-18 14:03   좋아요 0 | URL
치니 님, 그 프로에서 '철암 그리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죠?
이 영화 이상하게 보고 싶더라고요.
극장을 나올 때 환장할 것 같은 기분과 먹먹함이 교차하더군요.

2008-01-1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9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08-01-1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볼 줄은 모르지만 'In My Heaven'이라는 그림은 사고 싶을 정돈네요(문제는 돈 -.-;).

로드무비 2008-01-22 22:10   좋아요 0 | URL
앗, 호련 님, 숨어 계시다니.^^
저도 저 그림이 좋아요.
네, 문제는 돈입죠.

Mephistopheles 2008-01-1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읽고 떠오르는 탄광촌의 또 다른 비극 "정선카지노" 생각해부렸어요.

로드무비 2008-01-22 13:18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당연한 연상작용이지요, 메피스토 님.^^

사량 2008-01-1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 사슴>, 꼭 10년 전쯤 스산한 마음으로 읽었던 소설인데 이렇게 그림과 영화와 만나네요. 현실이 황량하고 먹먹한 폐허처럼 느껴지는 요즘에 더욱 저릿해지는 그림들과 스틸샷입니다. 고맙습니다.

로드무비 2008-01-22 13:17   좋아요 0 | URL
사량 님, 반갑습니다.
<검은 사슴>이 10년 전에 나왔군요.
그때 읽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뒤늦게 읽자니 온갖 잡생각이 끼어들더군요.
최근에 열린 화가의 전시회 놓친 것 알고 정말 아까웠습니다.


2008-01-20 0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2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9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0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의 감독 오기가마 나오코 감독의 새 영화 <안경>.
그 식당 주인(코바야시 사토미)과 가방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여행지인 헬싱키에서
발이 묶였던 전도부인같이 생긴 여성(모타이 아사코)이 다시 뭉쳤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을  찾아 한적한 남쪽 바닷가 마을을 혼자 찾은 타에코.
인터넷으로 예약한 민박집을 찾아 기어드는데,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손님이 딱 둘이다.
귀한 손님이 와서 바닷가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며 정성껏 도시락을 싸는
민박집 주인 유지.

그 귀한 손님이 누구냐 하면 바로 사쿠라(모타이 아사코).
잊을 만하면 이  민박집에 찾아와 며칠씩 머물며 아침이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민박집 손님이나 마을 아이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자신이 개발한 체조(이름하여 '메르시')로
아침을 여는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바닷가 백사장에는 조그만 간이 매대가 있는데 낮에는 그곳에서 빙수를 파는 게 그녀의 일.
전날 밤 몇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삶은 팥만 달랑 들어가는.....
마을의 한 여인은 바다를 바라보며 빙수를 맛있게 먹고는 
지갑 대신 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바구니에서 꺼내어 한 다발 천연덕스럽게 내민다.








어쩌다 인간으로 불리어  이러고 살고는 있지만......


이 민박집의 소박하고 정갈한 식탁 메뉴.
<카모메 식당>처럼 주인이 누군지 객이 누군지 구분이 되지 않게 주방은 활짝 열려 있다.

한적한 바닷가 민박집이라는 배경과 함께, 주인으로 손님으로 그곳에 잠시 함께 머무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라니 가슴까지 두근거리며 극장을 찾았건만
<카모메 식당>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얻진 못했다.
(이 영화의 바닷가 아침 체조 장면이 허진호 감독의 영화 <행복> 속의 체조 장면과 겹쳤고.....)

바닷가 마을을 저마다 혼자 찾아 처박히는 것이 뭐 그리 멋지고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꾸 상기시켜 주는 듯하다.
"사색은 무슨 개뿔!"이라고......
관객들이 자칫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만한 대사도 멋 부리는 걸로 보일까봐
일부러 많이 쳐낸 듯.
그 담백함이 마음에 와닿지만, 덕분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어색하고 허전해졌다.
한 명이라도 술을 마시며 주정을 부리고 자신의 사연을 울며불며 털어놓는다든지
좀 치근치근하게 구는 인물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솔직히 상상이 안 된다.)



질리도록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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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2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고메식당은 아직 안봤지만 어쩌면 전혀 관계가 없겠으나 똑같이 음식을 나오는 영화 "불고기"라는 일본영화를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계속 보겠지만요) 그림을 보니 저도 바다 안 본지 꽤 된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7-11-30 00:20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불고기>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어요?
스끼야끼?ㅎㅎ
음식 나오는 영화 좋아합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보는 재미도 무시 못하겠어요.^^

2007-11-29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30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11-2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모레면 이 영화를 볼거라서, 이 페이퍼에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유혹을 못참고 들어왔지만, 역시 글은 맨 밑에만 읽었어요. 기대 만빵.

로드무비 2007-11-30 00:06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카모메 식당의 부록 같은 영화'라는 평도 있더군요.
좀 엉성했지만 그래도 전 좋았어요.
보시고 페이퍼 좀 올려주세요. 내키시면......
치니 님은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치니 2007-12-02 14:03   좋아요 0 | URL
네, 어제 보고 왔답니다.
카모메식당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간이 덜 되었다고 해야 하나,
힘을 더 뺐다고 해야 하나...
여기까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 좋았지만, 이 다음에 또,는 곤란하겠단 마음이 들었거든요.
영리한 감독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ㅋㅋ
http://www.cyworld.com/chinie(여기에 어줍잖은 영화 리뷰 적었어요. ^-^)

2007-11-29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30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treal florist 2009-11-2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 특이한 영화겠어여 나름 재밌겠네여

로드무비 2009-11-27 11:21   좋아요 0 | URL
바닷가 매점 나오는 영화로 <룸바>도 함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