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저씨, 향미장을 기억하시나요?
거기서 일하던 박화자 씨 큰딸입니다. (...)
부디 옛정을 생각하시어 내 가엾은 동생을 도와주십시오.

청와대로 덜컥 편지를 보내고 찾아온 경찰관에게 미친년 소릴 듣고.

그 일을 겪은 뒤 정인은 깨달았다.
사는 문제는 그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 벌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 살아야 한다!

그니는 당장 의욕을 추스리고 다시 맥주집에 나갔다. 여름 치마를 입고.
 
                                                                           (윤정모 <고삐> 중에서)


'나의 문주文酒 40년'이라는 제목으로 어딘가에 연재된 적 있는 
언론인이자 정치인 남재희 선생의 <언론 정치 풍속사>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등 대통령들과의 교유를 비롯하여
요정이며 고급 살롱이며 대폿집에서 벌어진 온갖 이야기들은
술과 각종 요리, 안주, 여인의 분냄새가 한데 섞인 가운데
우리 현대사 이면의 고린내를 전한다.

제2부에서는 '현대의 황진이들'이라고 하여 정재계 거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살롱계의 여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민음사 박맹호 사장의 호의로 출판사 건물 1층에
'사슴'이란 술집을 낸 '낭만'의 미스 리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난데없이 소설가 윤정모의 이름이 나온다.

--윤정모 소설가가 어디에 쓴 것을 보니까 그녀도 초년에 한때 맥주홀에 나갔는데
틈틈이 상 위에 있는 땅콩을 요령껏 집어먹었다고 털어놓고 있다.(<언론 정치 풍속사> 73쪽)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러, 고민 끝에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기는커녕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할 수 없이 엄동설한에 여름치마를 입고
맥주집에 나간 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알고 있다.
1989년에 <고삐>를 읽고 그 대목이 좋아서 수첩에 옮겨 적었다.

남재희 선생은 홍대앞 단골 헌책방 '온고당'에서 몇 번 마주친 일이 있다.
장관까지 지낸 분인 건 서점 직원에게 들어서 알았지만  책벌레에 엄청난 장서가라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그가 고은 시인의 <만인보> 제11권에도 나왔다는 건 미처 몰랐다.
그 시가 또 재미있어서 소개한다.


의식은 야에 있으나 / 현실은 여에 있었다.
꿈은 진보에 있으나 / 체질은 보수에 있었다.

시대는 이런 사람에게 술을 주었다. / 술 취해 집에 돌아가면
3만 권의 책이 있었다. / 법과대학 동기인
아내와 / 데모하는 딸의 빈방이 있었다.(고은 <만인보> 중)



그로서는 참 풍요롭게 잘 살아온 인생이겠는데, 책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 얄.밉.다!
어쩜 그렇게 잘 먹고 잘 살았냐?(아니 뭐, 잘 살았다니 좋습니다만.)
조선일보 기자로,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오랜 세월 유유자적 살아놓고도,
시인에게서, "의식은 야에 있고 꿈은 진보에 있었다"는 칭송씩이나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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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07-0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남재희를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니... 그렇군요... 로드무비님의 통찰에 감탄하고 갑니다. 얄미운 사람들의 몫이란 또 뭔가 생각해 보게 되네요... 몫을 거부하는건가?

중퇴전문 2006-07-0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식은 여에 있으나, 야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깝깝한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죠..:P
여담으로, 데모하던 딸은 FTA 담당 공무원이 되었더군요.

2006-07-04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7-0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고은 시인이기 때문에 그런 칭송이 가능했던 건 아닐까요? 너무했나...;;;

로드무비 2006-07-05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그럴지도 모르지요.

중퇴 전문님, 예춘호 씨 아들과 결혼했다는 따님인가요?;;
FTA 담당 공무원이라니, 부디 예전의 총기를 가지고
잘해주어야 할 텐데....

에로이카님, '얄밉다'는 표현이 뭐 그리 신통하다고!=3(콧김)
아무리 똑똑하고 거기다 나름대로 인간적이고 잘난 남자도
두어 군데 꽉 막히고 부패한 구석이 꼭 있어요.
재미있게 읽었지만 리뷰 쓰기 싫은 책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마태우스 2006-07-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대앞이 나오니까 좋네요. 근데 왜 전 무비님을 한번도 못뵜을까요...?

반딧불,, 2006-07-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888886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냥 가요.

정말 아깝습니다. 어쨌든... 88888 축하드립니다.

비가 그칠 듯 그칠 듯 오래옵니다.

행복한 밤!


반딧불,, 2006-07-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088888

잡았다! 혹시 싶어서 잠깐잠깐 들렀는데^^

축하축하!


건우와 연우 2006-07-0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인연이 있었다고 해야하나 없었다고 해야하나...
로드무비님, 어쨌든 참 팔자는 타고난사람이로군...하고 생각했습니다.로드무비님이 리뷰를 쓰기 싫으시다니 갑자기 책도 안궁금해지는것이 ㅎㅎㅎ

하루(春) 2006-07-0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고당이 어디예요? 전 한번도 못 봤는데... ^^;;

치니 2006-07-0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처럼 저도 온고당이 어딘지 궁금. 집이 그동네거든요

로드무비 2006-07-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홍대정문에서 산울림 가는 쪽, 맞은편에 큰 책방이 있어요.
그 동네 살 때 자주 놀러갔습니다.^^

건우와 연우님, 재미있게 읽기엔 좋은데(뒷담화도 많이
들을 수 있고) 좀 그렇죠?
눈살 찌푸린 대목은 많았는데 다 읽고나서도 남재희 선생이
그리 싫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얄밉다고 한 겁니다.ㅎㅎ
(그분과 인연이 좀 있으신가요?)

반딧불님, 아이고, 고맙습니다.
저도 생각 못한 88888을!
읽고 싶으신 책이나 찜해 놓은 ㄸ출판사 책(파랑이 노랑이 것)
두어 권 선물로 드릴게요.
속삭여 주세요.
고맙습니다.(_ _)

마태우스님, 여러 번 모르고 지나치지 않았을까요?^^




로드무비 2006-07-0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어딘지 아시겠죠?
미술학원 밀집 대로변입니다.
마포시민도서관 정문에서 나오면 언덕길 있잖아요.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나옵니다.
(지하에는 미술서적과 외서들이 많아요.)

sandcat 2006-07-0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라고 하시지만 알고보면 부지런, 꼼꼼하신 로드무비 님, 책 보다가 수첩에 자주 옮기시는군요! 그 수첩의 전모가 정말 궁금해요.

2006-07-05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0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수첩이라는 게 별 게 아니고 연말에 회사에서 주는
납작하고 조그만 것 있잖아요. 고객들에게도 살포하는.
책 읽다가 영화 보다가 인상 깊은 건 더러 메모했는데
요즘은 그나마도 귀찮아서 못하겠어요.
대신 밑줄 좍좍 긋습니다.
부지런하고 꼼꼼하지 않다는 걸 꼭 납득시키고 싶어서. 히히~~

야클 2006-07-0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온고당에 절판된 무협지 사러 간적 있는데. 그때 저도 남재희씨 본 적 있어요. ^^

로드무비 2006-07-0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인상도 좋지 않던가요? 푸근하고.
헌책을 사보고, 대폿집을 좋아한다는 게 믿음직하더군요.^^

속삭님, 그럼 제가 알아서 두세 권 보낼게요.
책장수님께 주문을 해야 하니.^^

2006-07-05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겉으로 너무 씩씩해 보이는 게 문제였다.
1957년에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6개월이나 9개월"이면
작품이 완성된다더니 1966년 3월이 되어서야 탈고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배수관이 막혔다든지 부엌에 쥐가 생겼다든지 하는 등의 집안 문제로
집필이 늦어졌다고 하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사건을 이야기하듯 전했다.
진을 직접 만난 뒤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녀에게 그런 일들은 끔찍한 사고였다.
그녀는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설 만큼 일상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벌어지면 넋을 잃곤 했다.(132쪽)

--이처럼 무능력하고 불완전하게 보이는 여자가 어쩌면 그렇게 또렷하고 우아하고
힘이 넘치는 작품을 남길 수 있었는지에 얽힌 수수께끼는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난 카리브해 동쪽의 섬나라 도미니카를 알게 된 이후,
진이 삶에 서툰 이유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 <그대로 두기>  다이애나 애실 著, 134쪽)



뻔한 말이지만 어떤 사람의 겉모습, 표정, 그 입에서 나오는 말 등으로
그를 속단하면 종종 낭패를 당한다. 
특히 작가들!
영국 안드레이 도이치 출판사에서 평생, 그러니까 70세를 넘길 때까지 일한
다이애나 애실의 여성 편집자로서의 자서전 <그대로 두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위에 소개한 주인공은 진 리스( Jean Rhys)라는 여성 소설가.

많은 작가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건 독자들로 봐서는 편집자의 특권에 속할 텐데
사실 그 편집자의 역할이라는 게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예전엔 심하게 말해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을 때도 더러 있었다.

나는 출판사에 오래 근무하진 않았지만 직업의 특성상 작가들을 단기간
가까이에서 많이 만났다.

한때 절친하게 지낸 한 소설가는 오밤중에 자는 사람을 깨워 칠순의 어머니가
제습제를  설탕인 줄 알고 커피에 넣어 마셨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나의 대답, "물을 많이 마시면 되지 않을까요?"

십몇 년 전 전화기에 부착하는 음성녹음기가 처음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음성이 녹음되는지 집에 와서 좀 봐달라고 하여 퇴근후 달려간 적도 있다.
문제는 내가 글도 쓰지 않는 주제에 그 방면의 무능력자여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것.

언젠가 스페인 여행 중 플라멩코를 추는 한 무희에게 반해 돌아와 싱숭생숭해 하더니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다시 스페인행 비행기표를 끊은 여성 작가도 있었다.
새로운 사람에게 무섭게 열중하고 가차없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다 보니
나중엔 그 열정이라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동서양 사상과 철학, 명상과 선禪, 구도에 대한 책이 사방 벽을 덮은
어느 여성 시인의 서가를 보고 감탄했더니, 다음날 술집에서 취하여 사소한 다툼 끝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하며 친구의  머리채를 잡고 뒹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가들의 열정과 집착, 좋게 말해서 그렇고, 불성실하고 무능한 면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지긋지긋한 구석이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아예 종자(!)가 다른가?'  하는 의심을 품기도 했으니......

아무튼 그 시절에도 친구로 교류한 사람은 몇 안 되고 지금은 모두 연락이 끊어졌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속을 터놓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그 일을 했다면 명맥은 이어 나갔겠지.

내가 가까이에서 잠시 지켜본 혼자 알고 있기 아까운 문인들에 대한 일화를
언젠가 실명으로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십거리밖에 안 될 바에야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책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넘어서 영혼을 이해하려는 편집자 다이애나 애실의
균형감각과 노력과 자질이 돋보인다.
한수 배우는 느낌이랄까. 뒤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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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2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02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DJ뽀스 2006-07-02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읽어보고 싶네요. ^^:

치니 2006-07-0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안목'은 역시 쉽게 생긴 것이 아니었군요.

바람돌이 2006-07-0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제 주변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사람으로만 가득찬 느낌이 드네요. 약간 재미없어요. ^^

중퇴전문 2006-07-0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쉽거리, 적극 환영. 실명과 사건들의 공개를 두려워하지 않는 증언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nada 2006-07-0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반가워라. 무비님을 뵌 적은 없지만 이 책 읽으면서 왠지 무비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다이애나 애실처럼 인간적이면서 화끈하고 유머러스한 분일 거 같아서요. 저도 나이폴과 진 리스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던데.. 진 리스의 삶은 정말 안타까워요.

(종자가 다르다는 데 한 표 던집니다...)

로드무비 2006-07-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씨네21에서 김소희 기자가 신간을 소개했고요,
님의 리뷰 읽고 바로 주문한 책인데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그녀의 샤프함, 통찰력, 균형감각, 유머, 인내심 등에
경탄을 금치 못했어요.
전 뭐 편집자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문장 고치는 일 위주로만 일을 해서 책 제작과정도 모르고
얼치기입니다.('종자'라는 표현 산뜻하죠?)

중퇴전문님, 그게 거시기한 것이 주로 어두운 쪽,
치부에 속한 일이라 글로 쓰기가 거시기합니다.
제가 지껄인 말에 누가 상처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
가끔 생각나는 대로 페이퍼에 재미난 일화 소개할게요.
이니셜로...

바람돌이님, 글쎄, 전 상식적이면서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님도 그러시죠?^^

치니님, 헤헤, 안목이라고 하시니, 정말 그런 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깨를 으쓱해 봅니다.=3=3=3

DJ뽀스님, 이 책 무지 재미나요.^^

이런 경향님, 저라고 왜 저런 점이 없겠습니까.
특히 남녀관계는 냉혹한 부분이 있어요.
먼저 끝내고 싶을 때 눈에 띄지 않게 최대한 상대를 배려하는
센스가 필요한데, 어려워요.
자신의 열정도 한 걸음 떨어져서 빤히 바라보는 과정도 필요하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인간관계.;;

2006-07-03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0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 한달은 님, 알았어유.^^

건우와 연우 2006-07-0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심하게 지름신을 부추기십니다.^^

sandcat 2006-07-0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가끔씩 새어나오는 이런 비화들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제가 좀 소박한 편이라 =3=3

로드무비 2006-07-0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예상과 달리 엄청 소박하시군요.ㅎㅎ

건우와 연우님, 이 책은 바로 지르시기를!
(땡스투 확인 잊지 마시고요.^,.~)
 



 

 


<또 다른 여인 Another Woman>, 우디 앨런 연출,
지나 롤랜즈, 미아 패로우 주연, 1988년




--더이상 당신은 숨을 곳이 없으니, 이제 삶을 변화시킬 때...

텔레비전을 끄러 마루에 나갔다가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는데
13,4년쯤 전에 본 영화의 한 장면과 내레이션에 꼼짝없이 붙들렸다.

나이 쉰을 맞으며 그 사실에 새삼 당황한 철학교수 마리온(지나 롤랜즈)은  
시내에 집필실을 따로 마련하는데,
심리상담을 하는 옆 사무실의 방음벽이 문제가 있는지 상담 내용이 너무나 또렷이 들려온다.

임신을 한 젊은 여성 호프(미아 패로우)의 밑도 끝도 없는 인생에 대한 의문과 불안.
낯선 여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흔들리기 시작하는 그녀.
인생에서 바라던 모든 것을 거머쥐었다고 자족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갑자기 낭떠러지가 펼쳐진다.

자기자신에 대한 의문과 회의에 붙들리자 그녀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다.

마리온에게 여전히 친절하긴 하지만 둘이 있는 걸 슬금슬금 피하는 눈치인 남편 샘.
결혼기념일 선물을 사러 들어간 골동품 가게에서 울고 있는 호프 양을 마주치는데,
그녀가 울고 있는 곳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액자 '희망' 앞.
그림 속 모델은 만삭의 배를 드러낸  여인이다.
호프 양이 그림 '희망' 앞에서 울고 있다니!

그녀와 저녁을 먹으며 자신의 혼란과 불안을 모두 털어놓는 마리온.
늙어간다는 것,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아쉬움 등을 털어놓다가
문득 저쪽을 보니 남편 샘과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연인의 포즈로 앉아 밀어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닌가.

--더이상 당신은 숨을 곳이 없으니, 이제 삶을 변화시킬 때...

그만하면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사실은 얼마나 위선적인 인간이었으며,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몰인정했으며, 이기적이었는지 깨닫는 그녀.

마지막으로 상담을 하러 온 호프 양이 벽 속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들린다.

--한 여자를 만났어요. 무척 성공하고 똑똑한 여자였어요.
그런데 내 눈엔 그녀가 얼마나 방황하고 있는지 다 보여요.
난 그 나이에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오래 전 이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거의 모든 대사와 장면에.

그리하여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를 조금 전  케이블로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내게는 여전히 가슴 철렁한 영화였다.
이렇게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것도 신기하기 짝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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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5-23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페이퍼가 올라와서 깜짝 놀랐어요. 그러셨구나...
(아싸 일등~ 이런 거라도 해얄 듯해서 왔다가..^^;;) 안녕히 주무세요..^^

로드무비 2006-05-23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주무셨어요?
마음은 심란하고 일은 해야 하고.......
나어릴때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중퇴전문 2006-05-23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어 다시 변해야 한다는 것이 딱히 나쁘진 않겠지만..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겐 좀 잔인하게 느껴지겠죠. 예전에 본 기억이 나네요, 저도. 마구잡이로 영화를 보는 터라 '글로리아' 의 그 제나 롤랜즈인줄은 나중에야 알았죠.

로드무비 2006-05-23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퇴전문님, 스스로를 기만하는 가짜 행복보다는 늦은 깨달음이 낫겟죠?
지나 롤랜즈는 '글로리아'에서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마구잡이예요.^^

에로이카 2006-05-23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읽는 로드무비님의 페이퍼 다른 맛입니다. ^^

건우와 연우 2006-05-23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싶네요. 가슴이 철렁할것 같아 겁이 나지만..

hnine 2006-05-2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 ^

로드무비 2006-05-2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그렇죠?^^

건우와 연우님, 전 가슴 철렁한 영화가 좋아요.^^

에로이카님, 또 다른 맛이라니, 심야에, 뭔 맛이었을까나요?^^

twoshot 2006-05-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더이상 당신은 숨을 곳이 없으니, 이제 삶을 변화시킬 때..."는 릴케의 시구로 알고 있는데요.(박찬욱의 책을 보고 알았음) 어떤 시에서 인용된 것인지 혹 알 수 있을까요?..

blowup 2006-05-2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이 영화 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런 염장 페이퍼를 올리시다뇨. 이건 어둠의 경로에서도 구하기 힘들다구요--;; 지나 롤랜즈가 나오는구나. 아, 더 보고 싶잖아요. 케이블을 달면 폐인 될까 두려워서 망설이고 있어요. 흑.

2006-05-23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23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05-2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케이블은 괜찮은 거 많이 해주더라구요. 콜린 영화도 많이 해주던데~ 놓치면 맘 상해요..

로드무비 2006-05-2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MGM에서 요즘 우디 앨런 영화를 해주나봐요.
일요일 낮에는 '한나와 그 자매들'을 상영했거든요.
프로그램 좀 챙겨봐 보세요.
(이상하게 프로그램을 안 챙겨 보게 돼요.)

앗, 동경님, 저 그것 정말 갖고 싶은 거였는데.
이르케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기대됩니다. 얏호!!^^*

포근당님, 정말 포근한 소식입니다.
너무 기뻐서. 훌쩍.^^*

namu님, 전 케이블로 영화 거의 안 보는데
이 영화와는 인연이 있나봐요.
케이블 털어놓고 자는 남편에게 짜증내며 끄러 나갔다가
우연히 또 보게 되다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일종의 염력 같은 것 아닐까요?
어제 사진 찾느라 영화 검색중 비됴테입 파는 곳이 눈에 띄었는데
바쁜 일 끝내놓고 문의해 볼 생각입니다.
혹 구하게 되면 님께 제일 먼저 빌려 드릴게요.^^

marcus님, 아, 그렇군요.
릴케의 시.
그럴싸합니다.
어떤 시에서 인용한 것인지 알게 되면 달려가 메모 남길게요.
저도 궁금합니다.^^


플레져 2006-05-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영화 보고 싶어요.
점점 모르는 영화가 하나씩 생겨요.
나의 관심은 어디에? 흑.

로드무비 2006-05-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우디 알렌을 좋아한 게 이 영화를 통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기회 닿으면 꼭 보시길.^^
 


오랜 오랜 옛적부터
아, 몇백 년 몇천 년 옛적부터
호미와 가래에게 등심살을 벗기우고
감자와 기장에게 속기름을 빼앗긴
산촌의 뼈만 남은 땅바닥 위에서
아직도 사람은 수확을 바라고 있다

게으름을 빚어내는 이 늦은 봄날
'나는 이렇게도 시달렸노라......'
돌멩이를 내보이는 논과 밭
거기에서 조으는 듯 호미질하는
농사 짓는 사람의 목숨을 나는 본다.
마음도 입도 없는 흙인 줄 알면서
얼마라도 더 달라고 정성껏 뒤지는
그들의 가슴엔 저주를 받을
숙명이 주는 자족(自足)이 아직도 있다.
자족이 시킨 굴종이 아직도 있다.

하늘에는 게으른 흰 구름이 돌고
땅에서도 고달픈 침묵이 깔아진
오-- 이런 날 이런 때에는
이 땅과 내 마음의 우울을 부술
동해에서 폭풍우나 쏟아져라--빈다.

               --이상화 詩 '폭풍우를 기다리는 마음'(<한국대표노동시집>37~38쪽)


지난주 박영근 시인의 부음을 접하고 그의 이름이 들어간 모든 책을 검색해 보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김윤태, 맹문재, 박영근, 조기조 공편의 <한국대표노동시집>이 눈에 띄었는데
 810쪽 분량의 아주 두툼한 책이었다.

1920년대 근대 자유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무렵의 시들부터 시작해 1950년까지가 1부,
1951년부터 1980년까지의 2부, 그리고 1981년부터 지금까지 3부로 잡혀 있다.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편집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신뢰감이 갔다.

책을 받아 읽다보니 팔봉 김기진의 '백수의 탄식' 같은  겉멋 잔뜩  부린 시들도 섞여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목이 '한국대표노동시집' 아닌가!
두툼한 책을 요리 보고 조리 보고 쓰다듬고 있자니,  가슴이 설렌다.

앞쪽에 실린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읽다보니 이상하게
평택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이 떠올랐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두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그동안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이상하게 나의 시선도 끌지 못하고  대접을 잘 못 받았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난 이상화의 시는 논물처럼  자연스레 스며든다.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도 처음엔 관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언제부턴지 내 기억 속에 잊혀졌다.

아무튼 내가  모르는 좋은 노동시들을 만나게 되면 한 편 한 편 페이퍼로 소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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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05-2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화의 저 시는 처음 보네요. 카프였다가 백조 동인하면서 유미주의적 경향을 띄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마돈나, 나의 침실로'만 배웠는데, 아마 "그들의 가슴엔 저주를 받을 / 숙명이 주는 자족(自足)이 아직도 있다. / 자족이 시킨 굴종이 아직도 있다."라는 과격한 구절이 있는 시를 80년대의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치긴 힘들었겠지요... 근데, 웃기는 건 "마돈나, 나의 침실로"는 접할 수 있었다는....

로드무비님의 노동시 페이퍼 예고, 기대됩니다.

로드무비 2006-05-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하루에 한 열 편씩 읽으려고요.
머리맡에 두고.

글고보니 이상화는 마돈나의 시인이네요.ㅎㅎ
님의 기대를 어짜든동 채워드리고 싶구만이라. 철철.

건우와 연우 2006-05-2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화가 이런시도 썼군요. 교과서속의 이상화는 현실감이 없었는데, 좋네요 ...

싸이런스 2006-05-2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되요!

로드무비 2006-05-2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기대돼요?^^
좋은 시가 많아야 할 텐데...

건우와 연우님, 아아, 오오, 탄식이 너무 많아서
그랬던 걸까요?^^

푸하 2006-05-2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시는 '으악!'을 표현하는 것 아닐 까요?^^;
뜨악하진 않으시죠? (부끄부끄~~^^;)
 


1993년 3월 4일자  나의 신문 스크랩. (기사 이주헌)




--조양규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이다.
1980년 중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센다이를 방문했다.
(...)센다이에서는 미야기 현립미술관을 찾았다. 거기서 처음으로 조양규의 '맨홀 B'를 보았다.
인물도 하늘도 없다. 이 화가는 왜 지면과 맨홀만을 그린 것일까.
꿈틀거리는 호스는 화가 자신의 몸부림일까.
화가가 그린 어두운 구멍을 계속 들여다보는데 조금도 질리지가 않았다.

조양규는 1926년 일본식민지하의 조선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1945년 해방 직후, 한반도가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당하고,
마침내 남쪽에 친미반공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단독선거가 강행되자,
그는 저항운동에 가담했다.
그러나 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되었고 초대대통령으로 선임된 이승만은
좌익운동과 통일운동에 가혹한 탄압을 가했다.
결국 조양규는 일본으로 밀항해 도쿄 네다가와의 재일 조선인 밀집지역에 정착했다.
이듬해에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입학해 미술을 배웠다.
재일조선인 조직에서 기관지의 표지나 삽화를 그렸고,
그 후 일본의 미술계에서도 그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재일의 인권전"에 출품한 '밀폐된 창고'나 '맨홀 B'는 그의 대표작이다.
(......)조양규의 북조선 귀환에는 그 자신만의 동기가 있었던 듯하다.

"재일 생활이 길어져 조선의 풍경도 조선인의 풍모와 거동도
기억과 상상을 통해서밖에 알 수가 없는 게 내게는 답답한 일이다.
북조선에서는 도구도 표현도  일본보다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공중에 매달린 듯 어중간한 지금의 상태를 벗어나 조국의 현실 속에서 싸우고 싶다."
(
어느 미술 평론가에게 남긴 말)

조양규는 북조선을 '지상의 낙원'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곳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일본에서 살아가는 것은 '공중에서 매달린 상태'일 뿐이었다.
예술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진정한 인간적 삶을 찾아 그는 도약했던 것이다.
                                                          --서경식 <디아스포라 기행>120~124쪽, 돌베개 刊



13년 전 신문기사로 보고 너무 좋아서 보고 또 들여다봤던 조양규의 그림 '맨홀 A'.
<디아스포라 기행>에는 도쿄국립 미술관에 소장된 <밀폐된 창고>와
미야기 미술관 소장의 <맨홀 B>가 컬러로 실려 있다.
'예술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진정한 인간적 삶을 찾아 그는 도약했던 것'이라는 표현이
가슴을 친다. (1928년생이고, 북에서의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특별한 것으로 규정하고,  친일이니 뭐니 아랑곳없이
예술가로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리면서,  종국에는 자신의 삶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던,
자칭 예술가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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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1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폐된 창고 조양규 1957년



맨홀 B 조양규 1958년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댓글이면 삭제해주세요..^^


환희 2011-07-22 05: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그림이 소개된 책이름 알고싶어요

mong 2006-05-1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좋아하시는 화가군요

로드무비 2006-05-1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너무 인상적이더라고요.
삶의 이력도 끌리고......

메피스토님, 스크랩 사진 찍어 올리는 것만 생각했지
책에 실린 그림은 소개할 생각 못했는데.
동작 시원시원해서 너무좋아요.
감사, 감사!
(설마 문제가 되겠어요?ㅎㅎ)

Mephistopheles 2006-05-1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덕분에 맨홀 A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비로그인 2006-05-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드디어 시작하셨군요..ㅎㅎ
그림 궁금했는데 잘보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6-05-1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어제 메피스토님 리뷰 보고
생각나서 부랴부랴 책을 찾아봤지 뭡니까.ㅎㅎ

메피스토님, 그림 멋지죠?^^

waits 2006-05-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요즘 보고 있어요. 서울 가는 길 전철에서 보면서, 평택분들도 이 시대의 '디아스포라'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어렸을 때 뭣모르고 읽었던(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의 서양미술 순례'부터 다시 보고싶더라구요.

로드무비 2006-05-1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서양미술 순례> 참 좋았죠?^^

sandcat 2006-05-1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막 끝냈답니다, 저는. <청춘의 사신>도 참 좋았댔는데...

에로이카 2006-05-1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 책을 보고 13년 전 스크랩해 놓은 것을 기억해내시고, 또 그 스크랩을 여지껏 갖고 계시다니... 로드무비님처럼 (좋은 기억은) 잊어버리지 않고, (좋은 사람은) 잃어버리지 않고 그렇게 살면 좋겠습니다... 나쁜 것들은 흘려보내구요.. ^^

히피드림~ 2006-05-1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아스포라 기행] 읽어야지 하면서 여태 못읽었는데,,, 잘 봤어요.^^
조양규씨는 혹시 수용소 같은 곳으로 끌려간 건 아닐까요?
예전에 강철환 기자의 [수용소의 노래-평양의 어항] 읽었을때 재일교포 출신으로 북송선을 탄 사람들이 특히 수용소로 많이 끌려갔대요...

로드무비 2006-05-1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수용소에서의 삶도 각오했던 것일까요?
그림을 못 그리는 것도?
그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요.

에로이카님, 너무 과찬을 하셔서리.
기억력이 아주 안 좋은 편인데 워낙 그림이 인상 깊었나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꼭 그렇게 사시길!^^

샌드캣님, 책은 모두 사놓고 안 읽는 심뽀는 뭘까요?ㅎㅎ
전 어제 페이퍼 올린 뒤로 딴짓했답니다.
청춘의 사신, 제목도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