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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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이 체스판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전쟁이 자신의 뜻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가고 있어 판을 뒤엎고 싶다면..어찌겠는가?

상황은 호전이 안되고, 바로 윗 상관은 구역질나는 전쟁터로만 몰고 있고, 자신은 하루,하루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간다면...

전쟁은 더 이상 신분상승의 보증수표가 아님을 알고 있다면...그리고 붙잡은 포로중에 한 여인이 가난에 짓눌려 유곽에 팔려만가야했던 자신의  누이와 닮아있다면...

도모유키는 바로 이 상황에 처해있다. 그는 엄숙하기도 하며, 처절하기도 하다. 자신의 알량한 위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병졸들을 지휘할때는 엄숙하며, 비열한 상관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주군앞에서는 처절하다. 그는 바로 전쟁터 한 구석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다. 자신의 아군이 죽어가고 포로들이 죽어가고...그리고 이놈의 조선군들은 악바리같이 몰려든다. 이쯤되면, 그만 좋게 보내줘도 되지 않나.. 왜군은 명나라 장수에게 그만 길을 터주라하며 온갖 뇌물을 가져다 바쳐도 이 놈의 조선 수군 통제사는 어찌된 일인지 바닷길을 막고 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어찌 그런 사람이 있을까. 도망간다해도 끝까지 죽인단다. 도모유키는 살고 싶었다. 고향땅에 가서 다시 농사도 지으며, 자신의 누이도 찾고 싶었다. 그런데 바닷길을 막고 있는 조선의 한 장군은 이마저도 허락치 않는다. '도모유키'의 동료는 그게 바로 조선의 힘이란다. 그는 전쟁에서, 그리고 바닷속에서 죽으려한단다. 어찌 그런 사람이 있으리요. '도모유키'는 살고 싶은데...

이 이야기는 [도모유키]에 나오는 개괄적인 스토리다. 이 처절한 주인공의 이름은 '도모유키'. 그는 한 인간으로, 군인으로, 자식으로 전쟁터에 나왔다. 전쟁이 시작된지 벌써 꽤 오래전이고, 전쟁이 막판까지 왔다는 생각을 한지도 오래전이다. 밀고 올라가기는 커녕, 일본으로 가는 뒷길마저 봉쇄당하여 언제 퇴각할지 모른다. 과연 퇴각이나 할 수 있을지도 장담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소설이 전쟁이라는 상황을 묘사하기에 이 소설의 필체는 빠르다. 그리고 대담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 탄복했던 이유는 비록 왜군의 하급 지휘자의 시각에서 쓰여졌다하지만, [이순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며. 이름 자체도 거론되지 않는다. 다만 '수군통제사'로서 왜군들의 운명에 드리운 그림자같은 인물로만 묘사될 뿐이다. 그런데도 '이순신'장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일생일대의 마지막 전쟁을 그리고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막혀오는 것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이순신 장군]을 더욱 더 경지 높은 인간으로 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그는 정말 그림자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다. 심지어 거북선도 등장하지도 않고, 얼마의 조선함대만 묘사될 뿐이다. 그래도 훌륭하다. 탁월하다. 도모유키의 애절한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이순신 장군의 고귀한 모습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오히려 명나라의 장군은 실속파로 나온다. 왜군이 쌓아놓은 성앞에 진지만 쳐놓고, 조선과 일본 모두를 충족시킨다. 쳐들어가기도 하지만 그 반면 신속히 철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왜군 병졸들 몇몇을 언급시킴으로써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전쟁의 희생자로 묘사한다. 그들도 고향에 처자식과 자신때문에 애간장이 녹아만 가는 늙은 부모가 있다. 이 점이 은연중 왜군이 임진왜란에 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선의 강이 바다의 파도만큼 세차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막상 조선에 와보니 자신의 고향에 있는 강과 별반 다를게 없다. 왜군도 결국 그들의 주군과 그의 가신들에 속아서 출병했음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관심은 커녕 상상도 못해봤던 조선출병. 하지만 그들에겐 현실이 되어있고, 그 현실은 벌써 악몽 그 자체인 것이다.

일본의 '가도입명(假道入明)'은 커녕 '가도입왜'마저도 차단되어진 이 상황을 왜군의 하급 지휘자를 통해 감정적인 묘사와 전쟁의 정황묘사가 세밀하다. 이 하급 지휘자인 '도모유키'는 자신의 포로로 있다가 마지막 퇴각할 무렵 처형당할 것을 우려해 도주시킨다. 그동안 조선에서 모은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그만큼 그는 한 여인에게 절박하다. 자신의 목숨보다 절박했다.

이 '도모유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이 책을 보지 않으면..그 이후 조선의 운명은 알 수 있어도 힘없는 왜군 '도모유키'의 운명은 알 수 없다.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ps. 이 소설을 읽고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을 읽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불타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가만보니 이순신 장군 관련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없다는 사실에 한심해진다.

-- 임진왜란을 1592(선조 25)년 부터 1598년 까지 2차에 걸친 왜군의 침략으로 일어난 전쟁이라면, 정유재란은 1597년 제2차 침략전쟁을 따로 일컬으며, 일본에서는 분로쿠 게이초의 역(役), 중국에서는 만력(萬曆)의 역(役)이라고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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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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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에 난 이 책이 나왔을때, SF소설인 줄 알았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라는 타이틀에서 보듯이... 시간 여행자라는 어감이 아내라는 어감보다 꽤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역시나 아내(혹은 한 여인)가 중심에 있다. 시간 여행자는 이 아내를 돋보이게 하는 절묘한 수식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너무나 새롭고, 독창적이다. 시간 여행자라는 말 속엔 무궁무진한 상상이 들어가 있다. 이 비논리적이며 비과학적인 상상을 절묘하게 녹인 다음 사랑이라는 틀에 부어 만든 것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이다.

헨리(남자 주인공)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그가 수족(手足)이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 일탈이라는 특이한 유전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작가의 생각을 읽어 볼 순 없지만, 왠지 '시간 일탈 장애'라는 것을 '기면병'에서 가져 오지 않나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이 '시간 일탈 장애'라는 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무때고 또 어디서든 과거로 미래로 불쑥 불쑥 옮겨다니기 때문이다. 또 '기면병'도 그렇듯이 무슨 큰 병 걸린 사람처럼 보이거나 그 장애가 확실히 분간되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거나...헨리는 클레어를 만난다. 처음 이들이 만났을 때는(처음 만났다는 것은 헨리 기준이 아닌 클레어의 기준이다.) 1977년으로 헨리는 36세, 클레어는 6세때다. 30살 차이가 있는 이들의 만남이었지만, 사실 이들의 나이차는 8살 차이에 불과하다. 이게 바로 시간 여행의 묘미이다. 헨리는 30세때 어느 순간에 과거로 훌쩍 돌어가 6살의 클레어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클레어는 이때 헨리를 처음 만났고, 헨리는 이미 클레어를 몇차례 만난적이 있다. 어쨌든..클레어는 이때부터 헨리라는 이상한 아저씨의 존재를 인식했으며, 이들의 운명도 함께 시작되었다.

이 소설은 그 구조가 특이하다. 먼저, 시간 여행을 한다는 소재이다 보니... 단순히 시간 진행에 따라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어느때는 과거에서, 어느때는 미래에서, 어느떄는 현재에서...그만큼 이 소설 역시 시간축이 뒤틀려있지만, 그러나 큰 하나의 이야기는 일관되게 나아간다. 이 이야기 자체는 시간 순서가 아닌, 사건들의 연관성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역시 헨리와 클레어이며, 이 둘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간다. 한마디로 1인칭 시점이 2개가 있다는 이야기다. 헨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될때는 클레어는 제3자에 불과하며, 마찬가지로 클레어 시점으로 진행될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이것이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헨리의 경우 과거(혹은 미래)의 헨리와 현재의 헨리가 서로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24살의 헨리가 5살의 헨리를 만나는 것과 같은 경우 말이다.

그럼 역시 사건의 일관성에 따라 그에 알맞는 시점을 갖게된다. 꼬마시절의 헨리가 사건의 중심에 있을땐...성인인 헨리는 같은 1인칭 시점을 유지하면서도 타인의 관점으로도 보여지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시점의 변화가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굉장한 중심축 역할을 한다. 그리고 기존 시간 여행하면 떠오르는 상상에 더욱 더 힘을 보태준다.

가령...40대의 헨리와 30대의 헨리는 똑같은 헨리(헨리입장에서는 '나'의 시점)이다. 그런데 30대의 헨리는 40대의 헨리를 질투도 한다. 왜냐하면..클레어는 어느 시간대나 한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헨리는 비약에 따라서는 몇명까지도 (이야기 구조에 상관없다면 수십명..아니 수백명의 헨리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즉,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와 또다른 내가 주는 갈등이 이 소설에는 담겨져 있다.

이 소설은 역시나 로맨스 소설이다. 좀 진부한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결코 진부하지 않다. 항상 새롭다. 왜냐하면...헨리는 항상 사라지고 클레어는 항상 걱정을 하며, 사라진 헨리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사건을 엮어들어오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종종 했었다. 만약...이 공간안에 나와 똑같은 내가(정말 또다른 나) 있다면...나는 또다른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찰떡궁합이 될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성격과 외모는 똑같지만..결국 그때 그때 순간의 생각은 서로 다르기에 결코 똑같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암튼...헨리는 또 다른 헨리를 이해하고 이런 헨리들(복수형)을 클레어는 이해를 한다. 이런 여자가 있을까 싶지만은 이래야만 이 러브 스토리는 돌아가고...또 정말 감동을 주기 때문에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정말 특이한 소설이다. 그리고 독자가 생각하는 오묘한 상상을 잘 이용한다. 이런 상상을 독자로 하여금 의도에 맞도록 유도도 시킨다. 그래서 처음 단순했던 플랫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내면이 더욱 더 실감나게 그려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애틋한(여기서는 애틋한 의미의 사랑) 감정을 풀어나가지만, 또 다른 한편엔 사랑을 지지해주고 유지해주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가족이라는 소재가 소설 전반에 에둘러있다. 헨리가 시간 여행을 하며 이룩하는 것은 사랑의 절정인 가족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가 이 세상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시간 여행이라는 것이 지나친 소재로 보일 법도 하지만, 남용하지 않고 적절히 사용되어있다. 절제도 해가면서...그래서 이 책이 산뜻한 것이다.(시간의 패러독스는 크게 의미없다. 이 둘의 이야기에 논리고 뭐고 들이대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

참...이 소설은 최근 '라스트 데이즈'로 우리 곁에 돌아온 <구스 반 산트>감독이 현재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자 주인공 클레어의 역할은 '기네스 펠트로'가 맡는다고 한다. 음...왠지..클레어와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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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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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이 문구는 이 리뷰의 제목이 아니라, 한비야씨의 이 책의 뒷표지에 나온 말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한비야씨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곳에서 그렇게 가슴뛰는 일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존경심과 경외감마저 일었다. 누군가의 강요로 혹은 떠밈으로 긴급구조라는 일을 했다면, 그녀는 훨씬 더 나이를 먹었을테지만, 이 책의 표지와 간간히 책속에 등장하는 한비야씨는 그 얼굴 그대로다. 여전한..그녀..통통 튀는 그녀..

내가 처음 한비야씨 책을 접했던 때는 내가 군시절 무렵이었다. 책은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운좋은 내무반이었기에 일병임에도 불구하고 군 내 서점에 들러 책을 종종 사러 갔었는데, 아마 내가 군대시절 처음으로 샀던 책이 <<바람의 딸 :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라는 책이었을 것이다. 첫번째 편이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였고, 두번째 편이 [중남아메리카, 알래스카]였다. 지금도 내 책장 저 한편에 먼지를 풀풀 뒤집어 쓴채로 여전한 그녀 마냥..여전히 다른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책 두권이 그녀의 만남 전부였다. 그 이후로 계속 '바람의 딸' 시리즈는 계속 나왔고(찾아보니 4편까지 나온듯..), <<중국 견문록>>이라는 중국 여행기까지 나왔지만,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제대 후에는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아서이다.

그런데..얼마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이 나왔다.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녀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놀랐다. 그녀는 아직도 계속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예전에 그녀의 책들(해봤자 2권이지만..)을 읽을때..가장 큰 의문은 '과연 언제까지 여행을 할 것인가?' 였다. 그리고 과연 사회로 복귀하였을때, '무슨 일을 하게 될까?'였다. 아니..'과연 그녀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였다.이 두가지가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그녀가 무슨 책을 낼것인가는 솔직히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그는 여전한 뚜벅이로 세계 곳곳을 다녔던 것이다. 내가 한가로이 하품했던 그 어느 순간에도...

그녀는 정말 그녀와 딱 맞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긴급구조..라는 정말 특이하고 어떨때는 무섭기까지도 한 그런 일을 말이다. 나는 '여자의 몸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결코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성별을 떠나 사람으로 그리고 인간으로 할 수 있는 고귀하고 고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솔직히 말해..정말 무서운 직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긴급구조'라는 직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서 그녀가 높게 보여졌을수도 있지만, 이 책이 좋은것은, 아니 한비야 씨의 모든 책이 좋은것은(솔직히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더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을 것이다) 그녀의 여행은 항상 수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데에 있다. 그녀의 소통은 희한하다. 그녀는 '만국공통'(이 말은 모든 세계인이 그녀를 좋아한다라..쯤)이다. 앞에서 소개했던 <<바람의 딸>>시리즈 책에 있는 소제목이 무엇인지 아는가?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지금 자세히 보니 [세계 인간탐험]이다. 그는 정말 인간탐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의 이국적인 풍물, 가난, 범죄, 풍습..이런것들은 어찌보면 인간들이 내놓은 소산물이다. 그는 정말 이 세계의 본질인 [인간탐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인간'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내내..(이 글을 쓰고 읽어보니 이 부분서는 '그녀'가 아닌 '그'로 적었다. 내가 남성 우월주의자는 절대 아니지만, 이 부분을 썼을땐 '그녀'는 '그'였나보다..)

긴급구조에 대한 그녀의 글은 그녀의 정말 빠른 말과 어울릴 정도로 호흡이 가빠르다. 이 호흡이 빠른 글솜씨야말로 그녀의 긴급구조에 관한 여러 스토리들을 몸소 체험하는 것과 같이 글이 읽혀졌다. 그녀가 마치 내 손을 잡고 다닌듯 말이다. 이번 책에 나온 세계 여러곳의 긴급 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다. 물론 한비야씨가 서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그녀는 긴급구조 홍보부서에 있었을만큼..긴급구조 홍보에 정말 열심이다.) 하지만 나는 한비야씨가 긴급구조원이든 오지탐험가든 나에게 긴급구조원으로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저 그녀의 몸에 딱 맞는 티셔츠와 청바지와 등산화와 배낭을 가진 것 같은 그러한 직업을 가진 그녀가 좋을 뿐이다.

앞으로 그녀는 그녀의 전선(front line)에 뛰어들 것이다. 그녀는 또 다른 위험속에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녀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일은 아마 또 다른 책들이 한,두권씩 나올때마다일 것이다.

그녀의 안전과 세계의 평화와 더불어 내가 계속 안도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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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축구다 - 끝나지 않은 축구전쟁의 역사
SHO'w 지음 / 살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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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이 리뷰는 2006년 7월 초에 작성... **

드디어...2006 독일 월드컵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월드컵 내내...축구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으로서 6월은 매우 행복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 행복속에는 이 책『이것이 진짜 축구다』가 있어서...그 절정감을 맛보게 하였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의 성적은 매우 아쉽다. 단순히 16강 언저리에서 탈락해서라기 보다는 어찌보면...이만큼 괜찮은 조편성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운이 좋을때, 좀 치고 올라가는 맛도 있어야 응원하는 입장에서도 신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어렵게 편성된 조에서 살아남아 올라간다는 것은 그 어떤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이겠지만, 그 힘듦을 알기에 이번과 같은 행운의 조에서의 16강 탈락은 괜히 '진것은 진것이다'라고 깔끔 떨지 못하는 내 자신이 그래도 마냥 못난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나와 같은 분들...이 책 『이것이 진짜 축구다』를 보시라.

이 책의 제목이 왜 '이것이 진짜 축구다'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 책은 축구 강국 8개나라의 세밀하면서도 오밀조밀한 그리고 심지어 웃긴 일화까지도 매우 먹음직스럽게 묘사되어있다. 이 책에서의 8개 강국은 잉글랜드(차고 달리는 난폭한 신사들), 네덜란드(토털풋볼, 축구혁명은 오렌지색이다), 이탈리아(축구는 승리만을 위해 존재한다), 독일(게르만 부족의 필드 침략사), 프랑스(필드 위의 이민자들과 그들만의 아트풋볼), 스페인(꽃다발을 받지 못한 투우사), 브라질(축구는 골을 위한 댄스다), 아르헨티나(탱고처럼 격렬하게, 늑대처럼 잔인하게) 로 구분해놓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축구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 자체(축구 선수들과 코치진)가 바로 그들 나라의 국민성을 어떻게 대변하는지, 그리고 바로 그들만의 독특한 축구 전략과 국민성을 왜 동일시하는지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러한 설명들에 대해 홀딱 빠져들을 것이다. 앞서 8개 나라의 괄호속에  표현되어 있는 이 국가들의 소제목들은 정말 표현이 절묘할 정도로 딱 들어맞는다.

이 세상의 모든 인종 그리고 모든 국가들이 똑같이 생긴 둥그런 공 하나만을 차고 달리지만, 결국 그렇다고 다 똑같은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와같은 말은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지만 느낌만 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여러 나라의 축구 형태 혹은 뿌리에 대해선 제대로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이 책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비록 이번 월드컵 8강 이후는 거의 유럽 일색이고 남미 두 나라(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끼어든 형편이지만. (물론 끼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 남미 두 나라는 누구나 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축구 강국이자, 그리고 매 대회때마다 점쳐지는 우승 후보국이다) 이러한 구도는 말 그대로 이변이 존재하지 않는 엄연한 전통적인 월드컵 구도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우리나라가 떨어진것이 매우 아쉽긴 하지만, 이 책과 매우 잘 어울리는 구도로 되어 버렸다. 그리고 8강전을(물론 그 전인 16강전부터) 치르면서...이 책에 나오는 그들만의 전술과 그들 나라의 전세대의 축구 영웅들의 바톤을 지금의 현세대가 얼마나 잘 이어받았는지...지켜보는 것도 매우 큰 재미이다.

이 책의 중심은 축구의 역사이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월드컵의 역사이다. 비록 축구의 대중성과 기반이 그들 나라가 가지는 각 리그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 리그라는 것이 순수하게 각자 나라를 대변하는 것만은 아니다(용병이나 외국 코치진의 영입 이유로...). 물론 월드컵이라는 경기 자체도 코치진은 외국인들이 맡을 수 있지만, 그들이 외국인이더라도 그 국가가 가진 정체성을 무시할 순 없다. 우리나라의 예로 본다면..비록 히딩크에서 아드보카트로 이어지는 외국 사단(네덜란드 사단)이지만, 그들은 네덜란드의 토털축구(혹은 압박축구)에 우리나라의 본성인 '투혼'을 접목시켰다고 봤을때...우리나라의 정신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시말하면...다른나라와는 사뭇 다른...주변 아시아의 축구와도 같은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축구로 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월드컵은 국민들의 자존심이 걸려있고, 좀 오버가 되어 애국심이라는 자국에 느끼는 본성에 호소 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축구는 축구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혹은 축구를 넘어선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불붙기 때문에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축구 이상의 것들이 담겨져 있다. 바로 세대와 세대를 건너며 혹은 이어져 내려오는 선수들에 대한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고, 국민들은 축구 이전에 축구스타(혹은 레전드로 표현되는 영웅과 같은...)를 통해 그들의 사랑을 한껏 불어넣는 그러한 모습들이 정말 뭉클할 정도로 표현되어져 있다.

그리고 축구장 밖의 모습들, 예를들어...앞서말한 국민들의 스타를 향한 갈망과 각 스타들의 눈에 불꽃튀는 경쟁심리, 그리고 정치와의 엮임, 각 나라 스쿼드에(혹은 포메이션에...) 담긴 고뇌등...이루 말할 수 없는 이야깃거리들이 각 페이지마다 작은 박스안에 알차게 들어있다. 정말 웃기기도 한 이야기들도 많이 들어있다.

일례로...난 이탈리아편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이탈리아에 대한 소제목이 '축구는 승리만을 위해 존재한다'인데..이는 정말 이탈리아에 대한 궁극의 묘사이다. 왜 그들이 빗장수비라 일컬어지는 '카테나치오'를 쓸수밖에 없는지..(여기서 웃긴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것이..'이기지는 못해도 질 수는 없다'로 표현...)그리고 왜 그들은 거친 축구를 할 수 밖에 없는지..그 이유와 과정들이 들어있으며, 그 속에서 눈물짓는 이탈리아 선수들에 대해선 일면 불쌍한 면도 느꼈지만, 그 쾌감이 온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들의 썩은 토마토 세례를 받는 장면이란...(비록 글로 표현되어 있지만...이 상상력을 막을 순 없다..ㅎㅎ)

그리고 이들 8개 나라가 끝은 아니다..각 대륙별로 주요한 나라에 대해선 따로 설명을 해놓았고..물론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과 더불어 북한 축구(그 유명한 '사다리전법'을 포함하여...)에 대한 설명도 깔끔하니 들어있다.

이 책을 읽고..월드컵 경기를 본다면...그 누가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엠블렘에 새겨지는 별이 왜 그토록 고귀한 것인지 알 수가 있다..(그만큼 월드컵 우승은 어렵다는 얘기..^^")

2006.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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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행복한 물리학자 파인만에게 듣는 학문과 인생이야기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정영목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1981년에 학부를 졸업한 직후 나 지산이 겪였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세계 최고의 연구시설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칼텍으로 갔을 무렵 나는 풀이 죽어 방황하고 있었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분명치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내 연구실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리처드 파인만의 연구실 근처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서문 中에서>

이 이야기는 197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은 이스라엘과 중동간의 전쟁인 '중동전쟁'중 네번째 전쟁인 '욤키푸르 전쟁"이 벌어진 때이다. 저자인 <믈로디노프>는 전쟁중 그때는 거의 전쟁이 끝나가는 시기라 특별히 할 일이 없던 밤에는 키부츠의 작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봤다 한다. 그때 저자는 대학 2학년 생으로 전쟁때문에 자원을 한 학생이자 군인이자,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어린아이였다. 그는 그 도서관에서 <리처드 파인만>이 쓴 '물리학 법칙의 특징 The Character of Physical Law'과 '파인만 물리학 강의 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를 읽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버클리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받고, 1981년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 Caltech)'로 첫 교수직을 받고 그 곳에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는 분명 겁을 먹었다. 그의 논문은 훌륭하였지만(그러니까..칼텍서 오라고 했지..), 그는 자신이 없었다. 그 당시에 벌써 19명이 노벨상을 수상했고, 나머지 한명은 저자가 오고나서 받았다. 그는 그 당시 물리학의 거장으로 불렸던 <리처드 파인만>과 <머레이 겔만>과 한 복도를 쓰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떨리지 않겠는가.. 참고로 <머레이 겔만>은 1964년 소립자는 '쿼크(quark)'로 구성되어있으며, 그것의 전하는 정수(1/3 or 2/3)가 아닐 수 있다는 제안을 한다. 결국 1969년 미국의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에서 전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수소원자핵 안에 있는양성자와 충돌시킨 결과 확인됐으며 이로인해 노벨 물리학상을 타게된다. 아무튼..이런 과학자들과 같이 일을 하고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초보 교수로서는 분명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거장들에게 조언을 얻기로 결심한다. 결국 양대 거장인 <머레이 겔만>과 <리처드 파인만>에게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머레이>의 경우 그는 연구에 파묻혀 살고 있으며, 그의 성질 또한 불같아서 자신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그와 마주치는 것을 조금은 피해야할 정도였으니까..반대로 <리처드 파인만>은 그에게는 좀 더 쉬운 접근 상태였다. 하지만, <파인만>도 그의 주관이 확실하며 물리 이야기 외의 다른 이야깃 거리들로는 쉽게 다가서기가 껄끄러웠다. 그리고 그는 암에 걸려 있어서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믈로디노프>는 <파인만>과 자주 물리에 관하여, 그리고 자연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우었다. 교정안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더욱 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파인만>은 쉽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파인만>은 자신의 일을 남에게 묻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파인만>에게 접근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그는 심리학이나 심리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파인만>은  항상 <파인만>의 답은 '네 답은 이미 네가 가지고 있다'라는 투의 대답이 최선이었다.

<믈로디노프>는 두려웠다. 어쩌면..그는 머지않아 칼텍에서 쫒겨날 수도 있으며, 그것으로 그는 끝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과연 물리로 어디까지 승부를 해야하는 지도 몰랐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이론이 학계를 휩쓸고 있었다. 바로 '끈이론'혹은 '초끈이론'이라는 것인데, 이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죽을때까지 연구했던 '통일장 이론'과 매우 관련이 깊었다. 아니, '통일장 이론'을 완성시키거나 아니면 폐기시기거나 하려면, '끈이론'에 대한 정답이 나와야했다. 그리고 이러한 '끈이론'은 <머레이 겔만>이 이끄는 quark나 여러 소립자들과 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어려운 말 다 집어치우면, 즉, 줄을 서야한다는 것이었다. <파인만>쪽에서서 '끈이론'을 무시하든지 (<파인만>도 '끈이론'은 무시하지 않았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 자신의 동료 교수와 같이 그 당시 획기적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든지, 아니면, <머레이>쪽에서서 '끈이론'을 옹호하든지...그는 그 자신의 연구를 어느쪽과 이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때 <믈로디노프>는 n차 시,공간에 대해서 연구중이라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시,공간을 n차로 놓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그는 그 와중에도 계속 <파인만>과 대화를 나눈다. <믈로디노프>는 자신이 글쓰기를 좋아하고 물리쪽보다는 그쪽으로 선회하고 싶어했지만, 글쓰기 쪽도 쉽지가 않았고 그 당시 학자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리 평판에 맞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파인만>에게 왜 물리를 공부했냐고 묻는다. <파인만>은 한마디로 '열정과 재미'라고 말했다. 와병중에서도  그를 이끈것은 바로 '하고 싶다는 욕구와 하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 그리고 제일 큰 동기인 재미'였다.

이 책은 분량도 작지만 그렇다고 쉽게 보는 책이 아니다. 솔직히 물리쪽의 전문지식이 좀 나오지만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당시 과학계의 흐름정도로만 이해하고 보면 큰 무리가 없다.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은 바로 <파인만>의 생각과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의 생각을 매치시키고 대입시킴으로써 생기는 감정을 곧 바로 정리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연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종종 힘들다고 호소하곤 한다..난들 어쩔 도리가 없다. 그냥 그런 하소연을 들어줄 수 밖에... 마침 이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도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은 해주었지만,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파인만>의 이야기가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파인만>의 입장과 자신의 어려울때의 상황을 대입시키지 않은 결과이다.  파인만은 과학적 행동이어야 말로 '상상'이라고 말했다. 물리혹은 다른 과학 전공자들이 수학 공식을 풀고 어려운 책들을 읽고 하는 것은 '상상' 그 이후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한 수학적인 과정은 그 '상상'을 단순히 진짜로 만들어주거나 '상상'이 말 그대로 '공상'이게 만드는 단순한 일련의 작업이지 결코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상상'이 있어야..모든 것이 차례대로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quark'나 '끈이론' 같은 것도 '대단한 과학적 상상'이 아니다. 그것은 '어처구니 없는 개인적 상상'이다. 누가 전하의 양이 정수 차원을 떠난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한 예로 전기는 3v 뿐만 아니라 3.5v라는 정수범위를 넘을 수 있는 크기를 가질 수 있지만, 전하가 1/3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상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속에서 수많은 과학적 이론들이 제시되었으며, 이 이론들은 결국 그들을 지금까지 밥먹고 살게 해주는 거대한 원동력인 것이다.

<믈로디노프>가 <파인만>에게 자신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파인만>은 작가의 상상력과 과학자의 상상력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부분이 있다. 작가의 상상력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그래서 그 자신 또한 작가들을 존중은 하지만, 자신은 작가적 상상력과는 다른 과학적 상상력이 있다면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나한테는 새로운 이야기를 아주 잘 꾸며내는, 그런 종류의 상상력은 없다고 생각했지. 그렇다고 나한테 좋은 상상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사실 나는 소설을 상상하는 것보다 과학자의 일이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해. 즉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파악하거나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지. 소규모로 또는 대규모로 벌어지는 일들은 처음 예상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네! 원자를 그려보는데도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지. 원자가 이렇게 저렇게 움직일 거라고 예측하는데 말이야. 원소의 주기율표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지.

과학자의 상상력은 제어를 당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과는 다르네. 과학자가 뭔가를 상상하면, 신은 '부정확하다'거나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하지. 물론 여기서 신은 실험이야. 신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 '아, 아니야, 그건 일치하지 않아.' 우리는 이렇게 말해. "나는 그것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해. 그렇다면 이런 것을 보게 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게 보일지 않을 수도 있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우리가 잘못 추측한 거니까. 하지만 글쓰기에는 이런 것이 없네. ....(중략).... 또 글이라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과는 달라 계속 확장되어 나가는 지식의 덩어리가 아닐세. 수학이나 과학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합쳐 거대한 괴물 덩어리를 만들지. 그리고 여기에는 진보가 있네. 하지만 전에 씌어진 것 덕분에 매일 더 나은 작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나? 다른 사람들이 전에 글 쓰는 법을 보여준 덕분에 이제 그 바탕에서 글을 더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말을 들어본적이 있냐고? 과학이나 수학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본문 中>

 <파인만>의 이말은 결코 글쓰는 작가들이 과학자보다 못하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들의 능력이 과학작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의 요지는 과학적 상상력은 자신으로부터 나오며, 이는 곧 또 다른 사람에게 상상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이런것이 과학의 진보와 결부되어 세상은 더 많은 진실을 알게된다는 그런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믈로디노프>는 과학자의 상상력 대신 글쓰는 작가의 상상력을 택하게 된다. <파인만>의 과학자로서 상상력에 대한 가르침도 매우 큰 것이었지만, 결국 <파인만>과 줄곧 곁에 있으면서 얻었던 가르침인 '열정과 재미, 그리고 흥분'을 할 수 있는 그 자신만의 영역을 찾은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깨달았으며, 그는 좀 더 있다 칼텍을 떠났다.

결국 그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된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라는 이 책은 그 때 당시 파인만과의 대화를 허락하에 녹음했었고, 그리고 20년이 지나서 그는 녹음테이프가 든 상자를 발견하고 이 책을 썼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유명한 '스타트랙' 시리즈의 'Next Generation'의 글을 썼으며, 그후에도 여러 헐리우드 영화를 위해 글을 썼다 한다.

이 책은 역시나 '젊은 과학도가 걸어야할 과정'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과학도를 넘어서 우리 시대 사람들이 가져야 할 열정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머레이>와 <파인만>의 성격 비교부터 그들의 입심대결..그리고 그 외 다른 주변의 연구인들과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들도 같이 소개되어 있다.

짧기도 하거니와 무언가 얻고 싶다면, 그리고 그 무언가도 흐릿한 상태라면, 이 책을 한번쯤 읽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참..자신이 무언가를 상상함에 있어서..그 저변에 깔려있어야 하는 것은 확실한 '이해'이다. 그 '이해'의 과정을 끝난 후에야 자신은 '믿음이 가는 상상'을 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상상은 '공상'에 머무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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