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2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저번에 읽었던..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속편인 이 책을 읽었다. 책도 얇아서(230여 페이지) 뚝딱 간식먹듯이 해치웠다. 과연... 지난 <뉴욕 침공기> 이후 우리의 사랑스런 조그만 왕국 '그랜드 펜윅'에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을까...

핫핫... 리뷰를 쓰는 지금, 책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뉴욕 침공기>가 풍자적이고 동화적인 웃음으로 내 얼굴을 밝게 만들었다면, 이번 이야기인 <월스트리트 공략기>는 곳곳의 못말리는 유머로 내 눈가의 주름을 늘렸다. (한마디로 웃었다는 얘기....)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언제 봤는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꽤 오래전의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이 영화의 제목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이다. 금방..인터넷에서 찾아보니...1990년에 만들어졌다는데... 그리 오래전의 것은 아니군.. ^^"

책 소개 하면서..뜸금없이 영화얘기를 하는 것도 좀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말도 안되는 상황이 결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대충 이 책의 정말 간단한 줄거리를 말한다면... 어느 미국 기업이 그랜드 펜윅에서 나는 와인의 맛을 딴 껌을 파는데..수익이 생겨... 그랜드 펜윅에 그 개런티로 100만 달러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인 나라 같았으면.. 100만달러 뿐이 안되는군..하며.. 그냥 무의미하게 받았을 것을... 이 작은 나라에서는 이 100만 달러를 가지고 엄청 호들갑을 떤다. 왜냐하면..말 그대로 엄청 작은 나라이며, 전기는 커녕..외국으로 전화할 수 있는 시설도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100만 달러로 인해... 이 나라는 노동자와 지배계층 간에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인다. 지배계층의 의견은 이 돈을 없애야 한다는 것...왜냐하면.. 지금까지 전통을 중시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 이 나라가 돈 때문에 어지럽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노동자층은 이 돈을 노동자 혹은 국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얼마동안은 세금걱정도 하지 않고..또 자신들이 사고 싶어하는 것도 일부 살 수 있게 되기때문에... 그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자, 고민거리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현실이다. 국가가 세금을 감면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보너스를 주는 경우는 듣도보도 못했다. 과연 그랜드 펜윅 국민들은 얼마되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큰 금액일 수 있는 보너스를 받게 될까... 우여곡절끝에 결국 여당이 물러나고 노동당이 국민의 힘을 얻어 야당에서 여당으로 승격이 되며.. 이 보너스들을 받게 된다. 그럼 그것으로 해피엔딩이면... 역시나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커녕...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유머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현실속의 정치를 상상의 공간에 풀어논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 상상속의 공간은 곧 현실적인 공간과 마주한다. 그랜드 펜윅이라는 작은 나라는 상상속의 나라이지만, 미국이나 그 외 유럽은 모두 다 현실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정치적인 풍자..특히 이번 책은 경제적인 풍자가 정말 장난 아니다. 이 책 한편으로 현실속에선 무시무시하고 냉정한 경제 법칙(특히, 주식과 관련하고, 통화와 금의 시세등..)을 정말 알기 쉽게..그리고 부드럽게 풀어썼다. 간결하나마... 정말 깔끔한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간의 시각차를 뚜렷이 인식하게 만든다. 유머를 곁들여서...

암튼...이 보너스를 받은 국민들은 그렇게 염원하던...TV, 세탁기...등등을 산다. 근데.. 웃긴것은 이 나라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다만.. 이 물건들이 갖고 싶었다는 이유에서 이것들을 산 것인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고...결국 정부에 전기를 끌어주라고 요구를 하게 된다. 정부 또한 고민 끝에 전기 시설을 마련해주는데..글쎄..이것이 말 그대로 정부 돈이고 국민 돈으로 해결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말해...정부 여당인 노동당이 말했던 세금 감면은 말 그대로 공중에서 사라지고 더욱 무거운 세금이 국민들을 짓누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순진한 국민들을... 참..이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인플레이션 현상' 또한 겪게 된다.

그래서 이 국민들과 정부는 완전 우울모드로 들어갔고...그 한 해 동안 모든 국민들이 딱 2명만 제외하고 그 한 해를 완전 정신적, 경제적 공황으로 보낸다. 그런데 이러한 공황에서 제외된 2명은 자전거포 주인과, 은행장이다. 그 이유는 책을 보면 알게된다..^^"

그 다음해...더욱 더 우울한(?) 소식이 있으니.. 작년 대비 와인 맛 껌 수익이 1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늘어났다는 아주 슬픈(??) 소식이 정치권을 긴장시키니..결국 이 나라의 공주가 나서는 것이다. 전혀 경제라는 개념을 탑재하지 못한 따뜻하고, 활발한 이 나라의 젊은 공주가 특유의 돈 쓰는 기술과 엉뚱한 낭비 기법을 통해 이 천만 달러를 소비한다는 혼자만의 심사숙고한 결론을 낸것이다. 이 공주의 기발한 공중에 돈을 날리기 기법은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기도 한..'주식투자'를 통한 해법에 있었다. 그래서.. 신문 경제면의 주식시세란의 한 회사를 눈감고 연필로 찍어 걸리는 회사에 주식을 투자하기로 했으니...

이 것이 바로...앞서 말한...<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영화가 아니고 먼가... 이 영화를 본지 오래된 관계로 대충 줄거리를 전한다면.. 벙에 걸린 형사가 그냥 죽을 수 없어... 범죄현장에서 순직하여..자신은 명예롭게 죽고, 가족은 아마 어느정도의 연금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 죽으려고 나서는 범죄 현장마다...자신이 자랑스럽게 순직하는 것이 아닌.. 범죄를 일망소탕한다는 엉뚱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서 그대로 펼쳐진다. 솔직히 말한다면...이 책이 영화보다 먼저 만들어졌긴 했지만, 암튼...이 공주 또한...돈을 허공에 뿌릴 작정을 하고 투자를 한 주식이 갈수록 대박을 친다는 정말 상상만 해도 유쾌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정말...기발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쾌한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책을 읽으면...더욱 더 그러함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유쾌한 이야기이고 재밌는 이야기지만, 이 책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모든 세상사를 향해 날카로운 풍자를 들이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이야기 하나하나...에피소드 하나하나가...날을 세우고 있다. 재미는 있지만, 정말 우리에게 생각할 것을 많이 전해준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돈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신용이라는 것이다. 이 신용이 무너진다면..아무리 많은 돈도 종이쪼가리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곧곧에 숨어있고, 드러나있다.

저번 <뉴욕 침공기>가 현대사회를 공격하는 중세기사로 묘사될 수 있다면..글쎄...이번 <월 스트리트 침공기는> 뭐랄까... 음.... 생각이 안난다... 암튼... '주식'의 '주'자도 아니..'ㅈ'도 모르는 한 아가씨의 대담한 행동이 결국은 미국을 넘어 세계의 모든 통화를 위협하게 하니..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경제 시스템이 한가롭거나... 대수롭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역시나...약자가 강자를 엎드려 절받게 하는 이야기는 재밌다. 그리고 통쾌하다..

과연...이 공주는 1000만 달러...정확히는 600만 달러를 가지고 (나머지 400만은 국민들 빚을 완전 탕감해주고 조금 남김..) 얼마나 벌 수 있을까...핫핫..

여러 생각할 거리는 있지만, 귀차니즘으로 이만 리뷰는 끝....

시간되면...다들 한번씩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미국이야말로 세금을 짜내는 데 있어서는 탁월한 솜씨를 지닌 나라니까요.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며 반란을 일으켜서 세운 그 나라가, 나중에는 세금 분야의 마키아 벨리가 된 셈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해서 거두어들인 돈이 한 달에 무려 수십억 달러씩 되었는데, 미국 정부로선 그걸 자국 내에서는 다시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야말로 지금 우리가 처한 입장과 똑같았던 겁니다. 어떻게 하든지 국내 경제에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하면서 그 잉여자금을 다 써버려야만 했던 거죠.
 그렇긴 하지만 우리에 비하면 미국의 경우는 훨씬 더 나은 셈이엇습니다. 그만한 규모와 힘과 명성이 있는 나라이니만큼, 결국 해외 여러 나라의 각종 문제에 대한 원조 계획을 세워서 그 막대한 금액을 뭉텅뭉텅 써버렸으니까요. 그 덕분에 여러 나라가 미국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구요. 물론 그렇게 돈을 쓴 효과가 아직 확실히 드러났다고 할 수야 없지만, 하여간에 자국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고 잉여자금을 처리했던 겁니다."
 
(주석 : 미국 독립혁명을 촉발시킨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지세'를 비롯한 영국 정부의 각종 세금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꼬집는 발언이다.)
 
p.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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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상당히 동화적인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책들은 읽는 도중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독자의 입장에서 구현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지지만, 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영화적 상상보다 동화적 상상을 하면서 읽었다. 이 이야기는 권선징악의 정통 동화의 끝맺음을 보여주진 않지만, 어찌됐던 매우 해피한 맺음을 보여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소설은 <레너드 위벌리>라는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가 쓴 한편의 "그 당시 국제 사회의 정세를 풍자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위에서 동화적 상상력을 이끌어낸다고 하였는데, 어찌보면 신문 한 쪽 구석의 1컷 짜리 카툰의 느낌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정치적이나 매우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우리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한편의 마당놀이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분명 전체 이야기의 흐름은 가볍고 쉽게 웃음짓고 또..심하면 눈물지을 수도 있지만, 그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분명한 것은 신문기자로서의 사회적 여론을 이끌어가는 책임감도 좀 들어가있지 않나 싶다.  또한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로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강대국들의 유치함이나 비열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조국의 국제사회 지위로 인한 상대적 깨끗함(?) 대한 애절한 감정도 들어있을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아무튼..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시대가 꽃피기 시작하는(?)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이 소설에 쓰이는 소재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역시나 그러한 것들을 가지고 웃음짓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또한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약소국은 항상 처량하다. 이 책에서 미국이 아닌 뉴욕을 침공하는 이유도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와인의 수출로 번 돈으로 연명하던 작은 국가가 인구 증가와 더욱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조를 바라는 과정에서 나온 소위 국가 회의의 결과가 전쟁을 통한 동정심 유발이라니..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만 제외하면 정말 풋풋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정말 눈물(?)짓게 만드는 것은 미국(정확히는 뉴욕)까지 갈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까지의 교통비 문제가 정말 백미다. 특소세를 만들어 품삯받듯..버스비를 가지고 마침내 그 항구에 도달하여..범선을 타고 간다니..정말 유쾌한 상상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그리고 <H.G.웰스>의 '우주전쟁'에서 쓰일 법한 이야기 과정도 독자의 흥미도를 배가시키며 당시 미국인들의 공황의 심리를 이 소설에 아주 부드럽게 차용했다고도 보여진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인슈타인>의 과학자의 양심에 비유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역시 작가의 시각이 비추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뉴욕에서 도달하여 일어난 일은 예전 <장르노>가 출연했던..[비지터]라는 영화가 나의 상상력에 한 몫을 하긴 했다. 그래도 결코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과학적인 논리는 없지만, 매우 강력한 과학적인 무기가 나오니까..(원자폭탄보다 더 무서운..) 그 당시의 미,소간의 냉전이 얼마나 세계인들을 가슴 떨리게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내용은 어찌어찌해서 모든 세계인이 특히, 강대국과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수 있는 약소국이 만족할 만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는 것도 어찌보면 작가의 이상향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대국들의 세력, 무력 시위에 번번히 피해를 보면서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약소국들간의 자신감,그리고 공동체 회복은 앞으로 우리 글로벌한 세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약소국들의 소리 높이기는 이 현실적인 사회에서 성공할지 어떨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요즘 국제 사회가 에너지 자원으로 개편되어 가고 있는 요즘의 이 구도가 결코  소설에서처럼 강대국들간의 쉬운 합의는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와인으로 시작한 이 소설의 진행은 그 차기작에 와인맛 껌으로 그 바톤을 넘기게 됐으니 그 뒷이야기도 사뭇 궁금하다.
 
 
** 이 소설속 맘에 들었던 부분을 몇자 적어봅니다..**
 
"생과 사를 결정하는 과학자들의 힘은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하등한 생명체를 능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같은 인간들조차 능가한다는 것 말입니다. 제 삶은 단지 식물보다 우월할 뿐입니다. .......(중략)........하지만, 이제는 전쟁에 참가한 나라만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는 전혀 관여하지도 않은 다른 나라들까지 고통을 받는 형국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나무들과 같이 이들 다른 나라들에겐 아무런 발언권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p. 217>
 
"사실 이 사람들이 이야기해야 할 내용은 그냥 한 마리의 돼지처럼 확실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돼지를 제멋대로 썰어서 베이컨을 만들고, 햄을 만들고, 족발을 만들고, 껍질을 말리는 식입니다. 그러니 결국 나중에 가서는 도대체 애초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완전히 까먹고 마는 거죠. 햄 위원회에 있었던 사람들은 돼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햄이라고 주장하고, 베이컨 위원회에 있었던 사람들은 베이컨이 아니었다면 돼지 따위는 존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식입니다. 그러니 결국 아무런 결정도 못 내리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 분명히 우리 앞에 있는 놈이 돼지인지 뭔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중략). " <p.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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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램프 -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암호명
이종환 지음 / 원앤원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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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제나 비즈니스에 관한 한 젬병이다. 물론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 분야에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냥 요즘의 경제 시류에 관한 것만 끼어 들어 이야기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나서 몇마디 적어 보고 싶어 이렇게 리뷰를 쓴다.
 
경제는 거대한 하나의 계(시스템)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는 돈의 흐름이 일방적이질 않다. 너무나도 많아진 변수 때문에 하나하나 살펴볼 요소들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결국엔 버는 놈이 번다고 돈의 흐름은 일률적이다. 흐르는 돈의 목적지가 마치 정해진양 거대 자본에 쉽게 휩싸인다. 이렇게 단정지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돈줄을 쥘 정보의 '독점' 혹은 '선점' 때문인 듯 하다. 마치 복잡계('카오스' 혹은 '혼돈계')속의 풀어놓은 돈 보따리 처럼 이것들의 가치가 오를지, 내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대한 선형적의 예측을 하는 것을 보면 결국엔 수익은 돈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흐르고 있는 정보의 문제가 클 듯 싶다. 물론 돈(투자금)의 양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이 세계에서는 돈은 기득권과 마찬가지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주식의 경우를 보더라도 어제 가치 다르고 오늘 가치 다르다는 말은 이미 구시대적이다. 정보에 따라, 그리고 그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사람들의 투자액과 방향(투자자의 행보)에 따라 방금전 시세와 현재 시세, 그리고 바로 몇 초 후의 시세가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러니까 다른 쪽에서 생각해본다면, 돈의 흐름에 대한 정보도 중요할 뿐더러, 이 흐름을 변경시킬 수 있는 능력또한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 (써 놓고 보니...돈의 양은 흐름의 변화와 무관하다 볼 수 없을 듯...)
 
그렇다면 투자금의 액수는 우선 제쳐두고, 어떻게 하면 돈의 흐름을 바꾸게 만들 수 있을까. 앞서도 언급했지만, 당연히 정보의 선점이다. 그리고 이 선점된 정보의 비화성(비밀유지)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보의 선점과 그에 땨른 투자의 행보가 합법적이면 문제될 것이 당연히 없다. 오히려 이와같은 경우 투자자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불법적인 루트를 통한 막대한 투자수익을 얻는 경우인데, 요즘 외국 투기 자본의 경우 우리나라 언론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불법적인 투기를 한 것일까? 이 책 <매직램프>의 경우에는 절반은 YES로, 나머지 절반은 NO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그들의 의도는 확실히 불법적이다. 의도와 목적을 같이 놓고 봤을때 당연히 그들은 불법적인 투기 자본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가만히 돈을 벌기위해 하늘에 운이 내리기만을 빌까? 그렇진 않다. 이미 불법적인 목적으로 돈을 벌려고 했다면, 그 과정에서 합법적인 경로(루트)를 뚫어야 하고 최대한의 방도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과정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비화성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의도와 목적은 불순하긴 하지만 과정속에서 합법의 길을 걷는다면 그들의 목적은 순수한 투자로 그리고 합법적인 투자(비록 여론의 눈초리가 매섭겠지만...)로 포장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즘 들어와서 시끄러워진 외국자본('론스타', '소버린', '아이칸'과 같은...)의 행보와 그들의 자본이 만들어낸 불편한 이익(우리의 시각으로 봤을때...)은 그들의 의도와 목적이 불순할 망정 그들을 확실히 몰아세울 수는 없다. 이미 일반인의 눈과 귀에 그러한 이야기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면, 이미 그들은 퇴장의 수순만을 남겨둘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도 적법하에 이루어진 퇴장이라면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엔 우리가 길들여 놓은 제도의 문제점이 크다. 솔직히 우리의 이런 제도는 배워가는 제도일 지도 모른다. 외국 자본에 우리나라의 금융이 개방된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그 '수업료'는 매우 크다. 너무 고통스럽다.
 
이 책은 몇가지의 경로를 통해 외국 투기 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경위와 그들이 어떻게 비화성을 유지하고(언론과 금융감독기관에 눈에 안띠며 투자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M&A를 하며, 그리고 그에따라 달라지는 우리측(정부와 금융기관과 기업들, 그리고 언론과 시민들..)의 대응은 어떻게 되는지 하나의 예로써 소설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니다. 현실극이다. 그리고 비극이 될지 희극이 될지는 대응방안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세계의 금융은 이미 카오스적이라고 짤막하게 언급을 하였다. 투자의 정보와 투자자들의 행보가 아무리 잘 다듬은 선형적인 예측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복잡계속의 일부이다. 이 소설또한 이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세상은 비선형의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에 모든 변수를 고려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생각지 않은 변수로 선형적인 예측은 비선형적으로 변모될 수 있다.
 
외국 투기 자본은 결국엔 합법적인 포장을 하는 단계를 밟기 때문에 그들을 악마로 묘사할 수만은 없다. 그리고 수많은 합법적이고 올바른 외국 투자자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쓴 작가이자 <마이에셋 자산운용(주)>의 부회장인 '이종환'씨는 어느정도 중간의 입장을 고수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소설속의 희극, 비극과 같은 결말을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과정을 말하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에서 가장 무서운 적을 고른다면, 외국 투기자본보다는 이 책에선 몇 페이지 소개 되어있지 않은 '중국 화교'들을 지목하고 싶다. 그들이야말로 뻔히 보이지만 속을 알수 없는 금융 집단이기 때문이다.
 
참, 그리고 외국 투기자본들은 비록 독립적인 형태로 보일 듯 하지만, 실은 독보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이 설립한 펀드회사의 이름속에는 수많은 합법적인 투자자들(중동의 석유 부자인 왕가 일족부터 유럽, 미국등의 서구 자본가들이 숨어있는 것이다)이 눈을 번득이고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치적인 물밑 싸움도 있을 것이다. 론스타가 미국가서 우는 소리 하는 경우도 이와같지 않나 생각한다.
 
한편 이 소설과 관련하여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국 언론과 우리나라의 언론 혹은 정부에 대한 어떤 대립하는 면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예전에 FT (Financial Times)가 우리 정부를 비판했던 것이 생각이난다.
 
마지막으로 예전 '론스타'의 경우 외환은행 매각의 관여를 했던 론스타 코리아의 '스티븐 리'(한국계이면서 외국에서 활동하는...)의 경우와 같이 이 소설에는 '제임스 '박'이 연결고리로 등장한다. 그리고 작가는 '제임스 박'을 우호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읽어볼만 하다. 비우호적 외국 자본(투기자본)들의 공략의 경로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요즘은 또 다른 경로를 뚫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역시나 제대로된 제도의 강화와 금융기관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그들의 공략을 제대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덧붙임>
 
역시나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책 한권만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이 되어집니다. 역시나 다른분야도 마찬가지지만요... 내용중에 지적될 만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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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역시나 같은 저자의 <방각본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제목이 주는 왠지모를 빈약감 때문에...읽기전에 좀 망설인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막상 읽어보니 '정조'시대의 시대상같은 것은 집어치우더라도 일단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재미에 홀딱 빠졌었다. 

이 '백탑파'의 두번째 이야기인 <열녀문의 비밀> 또한 역시나 제목은 참 빈곤하다. 글쎄..제목이 빈곤하다는 것은 왠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상상력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우려감이다. 기껏 고른 책이 더군다나 역사추리소설인데...재미가 없다면 다음번에 같은 장르의 책을 고르는데에 있어서 애를 먹기에 우선은 제목이 풍부한 맛이 있어야 쉽게 책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다행이랄까...역시나 1부인 <방각본 살인사건> 못지 않은..아니..그보다 더 재밌다고 해야할까...암튼...거의 비슷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은 그 뒤('방각본 살인사건'을 해결한지)로 5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이다. 잠깐 줄거리를 소개해보자면...그러니까...'백탑파'들이 '정조'의 뜻대로 규장각에 들어간 후 여러 잡무를 보다...이번엔 열녀를 정려하는 일을 맡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이명방(직업은 의금부 도사 참상--종육품) 또한 규장각일을(규장각 일이라기 보다는 '백탑파'의 일) 도와 전국에서 올라온 열녀 정려를 품신하는 글들 중에 사기성이 농후한 것들을 가리는 일을 같이 진행한다.

그런데...또 한명...이명방의 친구이자...서얼 출신인 조선의 홈즈라 마땅히 부르고도 남을 '김진'(아직 이 양반은 더욱 더 공부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관직에는 오르지 않았다.) 또한 일을 같이 맡게 되는데...그 중 완벽하게 올라온 글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열녀를 떠나...너무나도 인간적으로도 완벽한 한 여인을 품신하는 글... 적성에 사는 김씨라는 완벽녀가 눈에 띄인 것이다.

그래서...이 열녀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한다. 왠지 이들에겐 뒷맛이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열녀 정려가 결국 나라에서 승인이 되면 이 아녀자는 정말 말 그대로 조선 시대의 본보기로 떠받게 되고...열녀로 칭송받으며, 아녀자가 살았던(열녀는 죽은 아녀자에게만 해당) 마을엔 열녀문이 세워지게 되고... 마을 또한 충,효의 마을로 이름을 날리며, 열녀가 몸 담았던 가문은 말 그대로 가문의 영광을 얻게된다. 또한 여러가지 혜택이 돌아가니...열녀를 정려하는 것 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물론...이 책에서는..)

그런데 이 와중에 '간서치'(혹은 '책만 보는 바보'로 유명한) 이덕무가 마침 적성 현감에 부임하게 되는데.. 이 적성이라는 곳이 바로 앞서 말했던...열녀(김씨)가 살았던 고장이다. 그래서...더욱 더 이 일에 매진하기로 하는데...

또한 이명방은 의금부 도사라는 직책으로 이 '적성' 고을을 엄찰하기로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있으니..조선에 몰래 들어와 계속 세를 확장하고 있는 '야소교'(여기서 '야소'라 지금 '예수'로 불리우는 말이다. 즉, 천주교를 의미한다.)의 교주와 그 일당들을 일망타진 해야 하는 또 다른 임무가 있다. 그래서 이명방은 '열녀'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야소교'만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결국 이명방은 '열녀'를 먼저 감찰하기로 하고(솔직히..어명으로) 김진과 더불어 먼저 '적성'으로 떠난다.

이게 이 책의 초반부이다. 역시나 조선의 후기로 가면서...새로운 소재가 등장한다. 이제 실학이라는 뼈대에 더욱 더 살을 붙여...'야소교'를 등장 시키며, 또한 그 반대 급부로서 '열녀'라는 소재를 같이 떠 안음으로써...조선의 근간을 이루지만, 어느 순간부터 썩어빠진(물론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교'의 '충,효 사상'을 부각시켜 이 둘을 대립시킨다.

이 구도가 매우 좋게 느껴졌다. 아니...참신하게 느껴졌다. 이 두 소재를 가지고 직접적인 노론과 백탑파(북학파)의 대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어차피 싸움도 되지도 않겠지만...) 간접적인 그들의 정치적 사상을 보이지 않게 충돌시키려는 작가의 치밀함이 엿보인다. 앞서 말했던 '열녀 정려를 품신한다는 내용'과 '야소교의 등장'은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통합되며, 독립적이 아닌 각각 종속적으로 두 사건을 풀어간다.

또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소설에는 '열녀'를 통하여 유교'의 바탕을 얼굴마담식으로 내밀곤 있지만, 오히려 뒤집어 놓고 생각해 보면, 조선 후기의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져 '여성'의 사회 참여 혹은 지금 말로 하면, 페미니즘 사상을 저 이면에 깔고 있다. 그래서 결국 우리의 친구(이명방과 김진)들은 실학 사상 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내보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고위관직에 있는 사대부 양반들을 통해 그들이 애써 지키자 하는 것은 허울만 있는 체통뿐이라는 것을 드러나게 함으로써...그 당시 조선이라는 국가가 점점 더 닫혀만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망한 명나라를 그리워하고 새로이 들어선 청나라를 증오하니...이는 이미 자취도 사라진 명을 그리며 조선 혼자 대중화사상에 빠져 새로운 문물을 막아서고 있는(당시 청나라를 오랑캐로 봤기에...) 현실의 안타까움도 절로 들었다. 과연 무엇을 위한 것들이었는지..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열녀'로 품신하려는 이 가문의 사람들은 결국 이 조선의 사대부들과 다름이 없다. 오직 중시하는 것이 체통이다.

이 소설속에서 이 적성의 열녀 가문은 곧 조선이다.  아직 조선은 '정조'시대이긴 하지만, 가문의 비극적 결말(어차피 이 가문이 좋지 않게 끝날것이라는 것은 책 좀만 읽으면 알 수 있으므로 '비극적 결말'을 언급하였음..)을 통해 조선이 어떻게 나갈것인지..그리고 어떻게 망할 것인지...투영해 놓은 점이 매우 고급스럽게도 보였다.

이명방은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명방은 충직한 조선의 신하로 어명에 따라 본직에 충실한 인물이지만, 이명방의 왕인 '정조'는 무수리와 임금간의 사이에서 난 자식(영조)의 손자이다. 종친이자 의금부 도사인 이명방보다 더욱 더 지위가 분명하지 않으며, 이명방의 친구들은 모두 다 실학을 존중하는 백탑파들이고 서얼 출신들이다. 하지만 이명방은 정통의 유교의 물들어있는 인물이기도 하며, '야소교'를 추격하지만, 본의는 그럴려고 하는 것이 아닌...점점 더 '야소교'(여기서는 천문쪽이 더욱 더 가깝게도 볼 수 있겠다. '담헌 홍대용'의 영향때문인지도...)에 눈이 떠가고, 중국의 사서(즉 대설大說)와 더불어 소설(小說)도 같이 즐기는(왕명으로 소설은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명방은 소설..특히 방각소설을 다 수집하여 불태운바있다.) 매우 감정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방각소설 살인사건>에서는 그의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홍국영(노론 탕평파)'과의 사이도 매우 틀어졌었다. 물론...5년이 지난 지금 '홍국영'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여기에서 전에 읽었던...'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가 오버랩되는 것은 결코 자의적이 아니다. 이명방은 그 자신이 믿고 있는 유교를 사람의 도리로 봤지만, 이 당시 유교는 사람의 도리와 신하의 도리, 그리고 아녀자의 도리, 대장부의 도리등...여러가지로 갈려져 있다. 그리고 오직 체통과 체신에 의해서만 이런 것들을 행하려는, 그때 그 당시의 세기말적인 시대의 혼란상이 더불어 같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좀 빗나간 얘기일 수 있지만...'요시무라 간이치로'나 '이명방'(혹은 백탑파)이나 달리 보이지 않는다..

백탑파 세번째 이야기는 내년에 나온다고 하니...이 역시 기대되는 바이다. ^^"

<덧붙임>

1. 이 리뷰에서 언급한 얘기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에 불과하고..사건을 해결하는 이들(솔직히 김진의 능력...이명방은 항상 김진의 뒤만 쫓아가다 끝남..그래서 더욱 더 애착이 가는 것일지도..)의 능력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겠다. 그리고 끝에는 그리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반전이 도사리고 있어서...좀 단순했다고 생각한 <방각본 살인사건>보다는 더욱 더 이야기가 짜임새가 있고, 한결 구성졌다고 보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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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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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간의 스포일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나...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조금만 읽어보면 나오는 부분이기에 큰 무리는 없을 듯...그래도 이 책을 보실 분은 이 리뷰 보시지 않는게 좋을 듯..싶네요~~

                   친애하는 스티븐 호킹,

 
                      저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오스카 셸
 
                       <p. 31 >
 
 
'오스카 셸' 자신만의 완전무결(?)한 논리로 세상을 읽어내고 호기심으로 세상을 풀어나가려는 9살난 꼬마. 이쁜 아줌마 앞에서는 성숙한 척, 자신의 나이를 자신의 얼굴과 최대한 맞추어 12살이라고 거짓말 하는 꼬마. 또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을 너무나 일찍 맛 본 꼬마. 어린아이 답지 않게 꼬마답게 자신과 가족에게 닥친 이 슬픔을 이겨내려는 이 책의 사랑스런 주인공.
 
영특하지만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이 아이에게는 하나의 숙제가 있다. 자신만의 숙제. 그리고 엄마랑 할머니는 결코 알아서는 안 될 숙제.
 
그 숙제는 자신의 아빠의 죽음에 관한 숙제이며, 자신이 슬픔을 이겨 낼 수 있는 지혜를 주는 숙제이고, 항상 아빠 곁에 있음을 느끼게 하는 숙제이다. 엄마랑 할머니한테는 결코 알려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건 두 분에게 슬픔을 안겨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읽자마자 이 꼬마가 혹 자폐증이 아닌가 의심했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세상에 갇혀사는 것은 아닌지 해서 말이다. 또 예전에 읽었던,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번역서 제목 :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문학수첩리틀북스' 펴냄)의 '크리스토퍼'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어쩄든 '오스카'는 자폐아는 아니다.
 
'오스카'는 항상 자신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아빠를 좋아했다. 신문이나 잡지의 오타를 체크하는 모습의 아빠도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오스카의 아빠는 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장악당한 비행기와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는 시간에 그 건물에 있었다. 그리고 2년후, 오스카의 가족은 아빠의 시신이 없는 빈 관을 묘지에 안장한다.
 
오스카는 아빠의 체취를 그리며 아빠의 손길이 닿은 물건 이것 저것을 엄마 몰래 만진다. 이 꼬마에겐 슬픔을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없다. 다만 부츠의 무게만을 느낄 따름이다. 부츠의 무게란 기분이 나쁘면(오스카 생각으로 절망적인 상태를 경험하게 될때) 엄청 무거워지고, 기분이 좋으면(오스카가 원하는 답을 얻거나 정말로 기분이 좋아질때) 이 부츠의 무게는 날아갈듯 가벼워진다.
 
아빠의 죽음은 가장 무거운 부츠를 신은 상태이다. 오스카는 부츠를 가볍게 하고 싶었고, 아빠의 파란 꽃병속에서 하나의 알 수 없는 열쇠를 찾게 된다. 'Black'이라고 쓰여진 종이 하나와 함께...
 
오스카는 아빠를 찾으러 나선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빠의 죽음은 알고 있으니, 아빠의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Black'씨라는 사람을 찾으러 나선다. 그리고 꽃병속에서 찾은 알 수 없는 열쇠에 맞는 열쇠 구멍을 가진 'Black'씨의 물건(혹은 열쇠로 여는 문 혹은 자물통과 같은)을 함께 찾기 위해서. 이 자물통이나 문은 아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이야기 해 줄것이다.
 
이게 바로 오스카의 숙제이다.
 
이 소설은 오스카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스카의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2차대전의 폭격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만 했던 오스카의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 이야기는 오스카의 할머니 편지속에서 오스카의 현재 이야기와 교차 편집되어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이 작가는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단순히 희생자들이 불쌍하다는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삶 그리고 그 사람과 얽혀있는 가족의 삶,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이들과의 연계를 보여주고 싶어한 듯 하다. 2차대전은 2000년대를 이어나가는 새로운 씨앗인 '오스카'에게도 그 영향을 미쳤다. 희생자들의 죽음은 단순히 생명의 불꽃이 사그러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헛된 죽음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오스카가 수많은 'Black'씨를 만나는 것 자체가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연계성을 말하는 듯 싶다. 비록 대다수의 'Black'씨들은 오스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오스카는 그들의 삶을 훔쳐보게 된다. 비록 차이는 있을 망정,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는 그들 또한 나름대로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다. 무엇이 시끄럽고 무엇이 가까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제목의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친애하는 오스카,
 
             당신이 자기 얘기를 조리있게 하는 것을 보니
             똑똑한 젊은이일 거라 생각되지만, 당신을 만나 본적도 없고,
             어떤 과학을 연구했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추천서를 써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
             제 작업에 대한 친절한 관심에 감사드리고,
             당신의 과학 탐사 여행과 그 밖의 일에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인 구달
 
             <p. 276>
 

 
이 책은 정말로 재밌다. 가끔 가슴을 막히게 하는 감동도 있다. 그리고 오스카의 당찬 호기심과 사고가 정말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이 책 중에 약 60여가지의 사진들이 나오는데..스토리와는 그리 상관없는 사진들이 나온다. 처음엔 무슨 사진일까 어리둥절했지만, 그 사진들은 오스카의 콜렉션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에 관한 콜렉션...
 
그런데 오스카는 '스티븐 호킹'에게 답장을 받게 될까?
 
 
              친애하는 오스카 셸,
 
             미국 당뇨병 재단에 기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1달러 지폐 한장 한 장이
            -당신의 경우에는 50센트지만- 모두 소중합니다.
            미래의 장단기 목표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우리의 선언문과 과거 활동과 성과를 담은
            브로슈어 등 재단에 관한 자료를 동봉했습니다.
            이 절박한 대의를 위해 기부해 주신 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생명을 구하셨습니다.
 
                                                              감사를 드리며,
                                                         퍼트리샤 록스버리
                                                                  뉴욕 지부장
 
             <p.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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