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애플스토리
김정남 지음 / 황금부엉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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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주의!! 구매후 크레마에 다운 받다 빳데리 떨어질 기세... 무한로딩인듯 하여 혹시나 해서 봤더니... 용량이 무려 106메가...컥!!.. 다운받는데 10분 이상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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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 쾌락으로서의 역사 읽기 코기타툼 2
버트런드 러셀 지음, 박상익 옮김 / 푸른역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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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일종의 서사적 감상이다. 들여다보면 때와 장소,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삼박자가 갖추어지면, 여러 퍼즐 조각들을 이리저리 맞추어본다. 그런데 역사를 맞추면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상관없어 보이는 퍼즐 조각이 서로 꿰맞추어 진다는 것이다. 마치 대륙간의 이음새가 얼추 맞추어지는 것처럼.

러셀은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에서 쾌락의 역사를 한마디로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명시한다. 일단 역사에서 배움은 배제하고, 호기심과 흥미라는 시동을 걸면 된다. 시동이 걸리면 또 다른 형태의 일상의 여가라는 목적지로 출발할 수 있다. 일상의 여가야말로 과정이 아니라 목적이다. 러셀에 따르면 그렇다.

역사는 방대하다. 그렇게 방대한 역사의 가짓수 역시나 방대하다. 우주의 역사에서 인류의 역사는 제외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도 마찬가지로 우주의 역사를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역사를 엮음으로써 역사에서 과학을 끄집어낼 수 있으며, 인류의 역사에서 반목의 역사를 꺼냄으로써 전쟁의 역사를 뽑아낼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역사를 뽑아냄으로써, 좁게는 인과적 영역부터 넓게는 상관적 영역까지 역사라는 시선으로 우주를, 인간을, 삶을 읽을 수 있다.

앞서 역사는 방대하다 말했지만, 이 방대한 역사에 현미경을 들이댈 수 있다. 거시적 역사속에서 미시적 역사만을 따로 걸러 세상사를 읽어낼 수 있다. 미시적 역사는 개인의 역사일 수 있고, 한정된 뭔가의 역사만을 다룰 수 있다. 인생의 여가를 한정된 분야에 쏟음으로써 지적 희열은 앎의 쾌락으로, 호기심의 충족으로 여가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물론 대략적인 거시적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개인의 맘이다.

러셀은 이 책에서 역사를 어떻게 읽었을까. 이 책은 두껍지 않다. 100페이지도 채 안된다. 따라서 거시적 역사를 읊어댄다. 역사속에 휘말린 인물과  소용돌이의 역사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써댔던 인물들 위주로 풀어낸다. 시간과 장소를 선점했던 인물들 중심으로 말이다. 하지만 책에 기술된 몇가지 역사적 소재들은 러셀이 전하고 싶은 내용의 근거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뚜렷한 구분이 된 것은 아니지만, 비스듬히 보면, 크게 고대, 중세, 근대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시대적 구분은 역사 읽기의 한 예시로 제공되었다 뿐이지 역사 그 자체를 열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를 읽는 방법과 서로 다른 사건 또는 인물의 엮임에서 전혀 다른 시각을 꺼낼 수 있음을  일종의 에세이 형식으로 선보였다는 것이 이 얇은 책의 가치인 듯 하다.

우리가 역사를 읽어낸다는 의미는 일종의 보편적인 프레임을 선택하고 그 액자속에 그려진 역사를 보고 외우는 일종의 과정을 겪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셀은 제안한다. 우리가 자신 마음대로 프레임을 선택하고, 여러 다른 퍼즐들을 이리 저리 끼워맞추어 자신의 생각을 밝혀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말이다. 물론 자신의 시각에 책임질 필요는 없다.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닌가.(자신의 시각에 책임질 필요 없다는 의미는 다른 의견 역시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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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 War of the Arrow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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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제목이 활(弓)이 아니라 활(活)인 이유는 '지켜 낸다'는 의미를 철학적으로 부여했기 때문인듯 하다. 그렇다고 철학이 녹아있는 영화는 아니고, 다만 마지막에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의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뱉으면서 영화처럼 끝냈다. 사실 나는 이 말이 맘에 든다.

활(活)

활(活)을 '지켜 낸다'로 풀이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원초적인 전제가 함축되어 있다. 이 전제는 '잴 수 없는 기량'이다. 이 잴 수 없는 기량은 상대에 맞추어 발휘된다. 그릇에 담긴 물과 같다고나 할까. 상대가 그릇이라면 주인공은 물이다. 상대의 기량에 맞추어 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발산한다. 월등한 기량이 받춰줘야지만 지켜내든, 공격하든 할 수 있다. 이런 기량이 없다면 자뻑이 된다.

영화는 아쉬운점이 있다. 당연하다. 완벽한 영화는 있을 수 없다. 대신 그 모자람을 어떻게 채워넣는지에 따라 완성도는 올라간다. 이 영화는 초반의 모자람이 후반에 채워진다. 일단 영화 초반, 아쉬운 점은 앞서 말했던 철학의 부재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 떠오른다. 제목은 'Zen in the art of Archery (번역서 : 활쏘기의 선)'. 언젠가 'art'에 꽂힌 적이 있었는데, art라는 것은 굉장히 유연하다. 우리말로 하자면 예술은 곧 미학이 될 수 있지만 본래 의미적으로는 기예이고, 재능이다. 또 숙달이다. 그러니까 무형을 유형으로 만드는 보편적인 방법이 곧 art이다. 물론 이것은 art에 대한 고전적인 해석이고, 우리 시대의 art는 유형을 무형으로 보듬어 내는 가치를 뜻한다. 그림이나 조각 등 이런 것은 유형이지만, 그것이 뿜어내는 무형의 것에 가치를 둔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고전적 의미의 art가 부족하다. 즉, 주인공 남이가 활을 익히는 과정, 노력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더하여 활(活)을 푸는 스토리가 부족하다. 단순히 여동생 자인(문채원 분)을 구하려는 것이 활(活)은 아니고, 무자비한 살생을 지양하는 것이 활(活)은 아니다. 영화에서는 반복적인 연습으로 활 쏘는 경지에 오른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지만, 관객인 나로서는 art에 접근하는 태도가 상상했던 것 만큼 모자랐다. 그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그렇다치더라도, 그의 정신적인 완성도는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제목에서 풍겨대는 것은 자비심을 뿜으며 활인궁(활인검에 비유해서)을 쏘아댈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실용주의를 쫓는다. 목표가 정해지면 바로 계획을 세우고, 곧 최선을 다하며 실천한다. 이 선에서 옆으로 새지도 않고, 더 나아가지도 않는다. 제목과 맞질 않는다. 물론 딱 한 번 활을 거두는 장면이 있긴 하다.


최종병기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듯한 '최종병기'라는 단어가 장난스레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활(活)' 보다는 '최종병기'라는 타이틀이 영화를 대변하는데 더욱 적합하게 느껴졌다.

최종병기의 의미는 국가의 기능 상실이다. 군대라는 집단이 해야만 하는 역할과 기능은 눈녹듯 사라진 대신, 이 모든 것을 개인에게 일임한다. 물론 영화속에서 말이다. 즉, 국가가 해 줄 수 없는 것을 자기 자신의 손으로 해내야 한다. 그 손에 들린 것이 당시 항복을 했던 조선이 묵인하는 최후의 병기가 된다. 한마디로 다윗의 돌이라 부를 수 있을 듯.

이 최종병기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중의미가 있다. 즉, 이미 항복해서 기능이 상실된 군대 대신 개인이 스스로 손에 든 다윗의 돌이라는 점과  마지막 최종적 한 발이라는 복선.

이 마지막 한 발을 쏘는 장면에 들어서야 영화 제목과 부합된다. 말 그대로 '최종병기 활(活)'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활(活)은 자비가 아니라 희생이다. 즉, 자신을 희생해서 남을 살린다는 의미가 된다. 지켜 낼 것은 끝까지 지켜낸다는 의미 또한 살린다.

기타

사실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혼례 장면이다. 전반적으로 위화감이 흘렀다고나 할까. 이 혼례 장면부터 본격적인 영화의 서막이 시작되는데, 혼례에 이은 청나라 병사들의 침략은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지게 하는데 꽤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혼례를 준비하는 과정도 의외로 길게 느껴진다.

혼례를 치르는 와중에 청나라 병사들이 말 타고 쳐들어 와 조선 군대와 벌이는 전투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성곽에서 전투 장면에서는 성곽이라는 이미지보다는 관광지 이미지가 컸다. 관광지에서의 전투라니...관광지 답게 너무나도 깔끔한 곳이었다. 차라리 야밤의 전투가 나을 뻔 했다.

그럼에도 앞서 말했듯이 이후 장면부터 사소한 위화감을 덮는다. 이제부터는 영화속으로 빨려 든다.

위에 올린 사진이 쥬신타역의 류승룡인 이유는 말 그대로 류승룡이 영화를 이끌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편인 남이의 박해일보다는 적인 류승룡이 나올 때 긴장감이 돌았다. 연기는 류승룡에게 한 손 들어주고 싶다.

전쟁을 담고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매우 소박하다. 전쟁 속 전투, 그것도 게릴라 전투를 담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소박함은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더 부각된다. 수풀과 절벽, 그리고 벌판. 중국영화였다면 아름다운 색채를 더해 원색의 화면으로 칠해 놓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거칠다. 거친만큼 소박하다.

요즘 볼 영화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최종병기 활'은 확실한 2시간을 보장한다.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같이 긴장감을 공유해보는 것도 좋겠다.

PS.
7광구 나오자마자, 아니 하지원이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7광구가 정말 보고 싶었다. 왠지 스케일도 있을 듯 싶었고. 그런데 너무나도 평이 좋지 않아 퀵을 선택했다. '퀵'은 '해운대'와 '7광구'를 연출한 '윤제균'감독의 영화이다. '퀵'에 대한 감상도 올리려 했지만, 시간이 흘러 기억나는 것도 없고, 또 기억날 만한 것도 없다. 다만, 이 좋은 소재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쯤? 재미는 그런대로 있었지만 이 역시 좀 많이 안타까운 영화였다는 생각. 그러고 일주일 후, 평은 안좋지만 7광구를 한 번 봐볼까 했는데 '최종병기 활'이 재밌다는 소식을 듣고 '7광구'에서 다시 '활'로 방향을 바꾸었다. 7광구는 이제 생각이 없다. 갈수록 평점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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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1 14: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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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8 1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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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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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태권은 책의 머리말에서 동아시아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로 바로 한(漢)나라를 꼽았다. 한(漢)나라에 들어와서야 동아시아 패권체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한을 중심으로 위로는 흉노, 아래로는 남월, 서쪽은 말 그대로 서역, 그리고 동으로는 고조선이 위치하였다. 한무제때에 이 모든 곳을 정벌하여 패권체제를 완성하였는데, 중국 중심의 천하, 즉 중화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는 파도를 타고 동아시아로 흘러들었다.

김태권은 한(漢)제국을 열 권의 책으로 그려내려 한다 했지만, 첫 번째 책의 제목인 「진시황과 이사」에서 보여지듯이, 한(漢)에서 시작하지 않고 그 유명한 진시황의 진(秦)제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 진(秦)은 BC 221년 전국을 통일한지 15년째가 되던 해인 BC 206년에 멸망한다. 진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에는 봉건제였고, 중국을 통일한 후에는 군현제로 바꿨다. 그리고 한은 봉건제와 군현제를 결합한 군국제를 시행했다.

진시황은 정치를 법가의 사상에 따라 행하였다. 즉 율령에 따른 정치체제를 확립하였는데, 모든 권한을 황제가 가진다는 의미이다. 이는 곧 세상 모든 것의 통일을 의미한다. 밖으로는 천하를 통일하고, 안으로는 모든 제도와 문자 등을 통일한다는 뜻이다. 황제를 거치지 않고서는 천하가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왕의 많은 자제들과 일족에게 땅을 주어 다스리게 한다는 봉건제를 없애버리고, 지방을 다스리는 자를 임명제로 만들어 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바꿀 수 있는 군현제를 실시하게 된다. 이런 정책에 유가들은 반발하게 되었고, 이는 분서갱유와 유가 학자들을 산채로 묻어버리는 참극으로 이어지게 된다.

진시황은 통일 바로 다음 해부터 전국을 순행하기 시작했다. 또 순행을 위한 '치도'라는 도로를 건설하였다. 이렇게 순행하면서 자신의 치적 홍보와 백성들의 교화를 행하였다. 어찌보면 자신의 영토안에서 힘을 과시함으로써 법 질서의 안정을 꾀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전국 순행은 한제국의 한무제 때에도 나타났다고 한다. 이 역시 최고 군주임을 백성들에게 선보이기 위함일 것이다. 재밌는 것은 진시황은 순행중 병이 들어 죽는다. 진시황이 죽고 그의 막내아들 호해가 왕위를 이어 받는다.

하지만 한낱 날품팔이 노동자였던 진승과 빈농 출신의 오광은 농민 반란을 일으켜 진제국을 쓰러뜨린다. 결국 진은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앞으로 등장하게 될 한제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위한 스케치를 그려봄으로써 조조와 유비에까지 이르는 간웅과 영웅들의 장대한 서사시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중국사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너무나도 방대하여 어디에서부터 손댈지 몰라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몇몇 포인트를 잡아주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제대로 된 흐름을 타기가 쉽지 않다(1권은 쉽게 읽혔는데, 2권이 그렇다). 물론 개인차가 분명 있기는 할 것이다. 인물 따라가기도 벅차다면 제국은 커녕, 동아시아를 이해하기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그렇지만 읽을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집어주는 몇몇 포인트를 따라가다보면 몇가지 키워드가 보일 것이고, 그 키워드를 다른 책을 통해 따로 정리한다면 분명 나만의 지식이 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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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7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9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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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았을 땐...GTD(Getting things Done) 관련 책 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시간 관리책으로 생각했는데, 앞부분을 읽어나가니 이건 뭐 '목숨구하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먼저 이 책은 꽁꽁 뭉쳐져 있다. 누구는 뭉쳐진 덩어리만 보고서 '아..그렇군' 하고 쉽게 지나칠 수 있다. 사실 그렇게 읽으면 별것 아닌 것들 혹은 당연한 이야기로 채워진 책으로 느낄 공산이 크다. 서점에 널린 자기계발서 중 한 권쯤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말이다.

꽁꽁 뭉쳐져 있다는 것은 사실 해체하며 읽어야한다는 뜻이다. 그럼 무엇으로 분해를 할까? 그것은 바로 독자의 영감이다. 책에 쓰여져 있는 모든 것을 흡수할 필요는 없지만, 책 내용을 지탱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무엇인지는 파악해야하며, 되도록이면 자신의 일상에 어떻게 가져다 쓸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책 표지에 '말콤 글래드웰의 극찬!'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것이 책에 플러스 될지 마이너스 될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책의 전반적 표현 방식은 '말콤 글래드웰'이 하는 것과 유사하다. 먼저, 책의 주제를 정한다. 다음으로 말하려는데 필요한 예시를 찾아 정리한다. 셋째 그런 예들을 통해 말하려는 바를 강력히 주장한다.

저자인 '아툴 가완디'가 이 책에 든 예들은 크게 세가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하나는 병원(혹은 수술실)의 일화, 둘째는 항공회사(혹은 항공기)의 일화, 셋째는 건축회사(혹은 공사장)에서의 일화이다. 이 일화들과 체크리스트를 묶어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메뉴얼이다. 그런데 메뉴얼은 이런 세 분야에서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도 무궁무진하니 쓰인다. 심지어 컴퓨터 조립하는데에도 메뉴얼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컴퓨터 조립 메뉴얼이라든지 요리할때의 레시피와는 좀 더 다른 뭔가가 있음을 직감해야 한다. 메뉴얼과 좀 더 다르다면, 반복성을 따질 수도 있겠다. 의사는 날마다 수술을 하며, 기장은 날마다 비행기를 운항한다. 그리고 공사장 감독관은 매일 공사장에 출근하여 설계도와 건축물을 살핀다.

그런데 컴퓨터 조립가게의 직원, 레스토랑의 요리사도 매일 자신의 일을 한다. 그러니까 일상속에서 하는 반복성도 맞긴 하는데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과연 '아툴 가완디'의 책 <체크 체크리스트!>는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여기서 두 부류, 그러니까 수술실에 있는 외과의사, 비행기안에 있는 기장, 공사장에 있는 설계사라는 한 부류와 컴퓨터 조립 가게의 직원, 레스토랑의 요리사라는 다른 한 부류의 큰 차이점은 바로 '혼돈(카오스)'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발생(해프닝)'이다. 이쯤 되면 무엇과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 대충 짐작이 될 터이다. 그것은 위험의 발생을 뜻하며, 위험의 회피와 관련된 사항들이 아닌, 위험의 관리(risk management)를 이야기한다. 돌발적 위험을 자신의 영역안으로 이끌어 놓는 것. 즉, 돌발적 위험을 메뉴얼로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커다란 뼈대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두 부류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요리사, 컴퓨터 가게의 직원은 모두 혼자서 문제를 풀고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 기장, 공사장 관리자는 혼자 일을 처리할 수 없다. 따라서 권위를 죽이고 의사 표현을 최대한 자유롭게 제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져야 하는데, 이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체크리스트다. 이제 수술실을 참관하기 시작한 레지던트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하며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에 이렇게 언급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말입니다....'라고.

이 책의 전반적으로 숨어있는 메시지는 바로 의사소통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서 소통이지, 관습이나 문화, 혹은 권위를 이길 수는 없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최종 권위를 종이 한 장에 실어주어야 한다. 아니 누구나 인정해야만 한다. 한 명이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한낱 종이 한 장일 뿐이다. 이 종이 한 장 앞에선 모두 다 따라야만 되는 기계가 되어야한다. 이것은 혼돈을 복잡한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단순한 문제로 낮추어준다. 즉, 체크리스트는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일의 위험성을 감면시켜준다.

그렇다면 반대로 체크리스트는 아무런 일이 없을때, 그러니까 이제 막 어떤 작업을 하기 위해 체크리스트에 따라 일의 순서를 잡기 시작했을때는 어떤 작용을 할까? 그것은 바로 사사로운 것에 위험성의 단계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게 굉장히 창의적인 내용인데 이거야 말로 책 속의 덩어리에 꽁꽁 싸매어져 있다. 사소로운 일에 일의 위험도를 부여하는 것, 그래서 아무런 일이 없으면 일의 위험도는 무시되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위험도가 쉽게 눈에 띄거나 작업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두드려 대는 것, 이거야 말로 체크리스트의 완결판이다.

그래서 체크리스트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 바로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이다. 어떻게 비공식적으로 그러니까 평소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위험도를 부여할 수 있을까? 거기에 화살표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시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링크를 걸까? 이 문제를 제기한 책이 이 책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까? 재밌게도 여전히 '말콤글래드웰'식으로 표현되어있는데, 각자 맡은 일이나 업무, 처한 상황에 따라 알아서라는 주문을 걸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책 말미에 부록형식으로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와 <체크리스트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첨부하긴 하였다.

완벽을 위한 나머지 2분은 독자의 영감에 기댄다는 소리다.

정리해보자면, 항상 반복적인 일, 그 중에서 꼭 챙겨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고 일의 시작전 팀이 모두 이를 숙지하거나 따르면서 권위가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다. 일단 일이 시작되면 평소와 같이 하되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이에 맞는 해결책이 체크리스트에 있다면 그 누구라도 인터럽트(중간에 끼어들기)가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몇 십년 동안 이런 체크리스트를 갈고 닦기. 이것이 요지이다. 마지막 몇 십년동안이라는 것은 실제로 항공사에서 그렇게 갈고 닦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기에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보면 이렇게 나오지 않는가. '엔진' '이상무' '왼쪽날개' '이상무' '앞바퀴' '이상무' '뒷바퀴' '이상무'. 이렇게 기장과 부기장이 목소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항공사에서 수십년간 갈고 닦아 만든 체크리스트이다.(체크리스트는 항공사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였다.)

간단한 문제와 복잡한 문제의 차이점은 바로 이거다. 하루동안 실타래 하나를 풀기와 1분 동안 실타래 하나를 푸는 차이점이다. 즉, 시간의 급박함이 크다. 그렇다면 복합적인(혼돈의) 문제란 뭘까? 과연 풀릴 실타래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게 문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물론 알렉산더 대왕은 매듭을 칼로 내려쳐 풀었다는 전설이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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