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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지음 / 보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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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검소한 책을 읽은 것 같다. 하지만..내면에는 아픈 사연 만큼이나 웃음을 주는 이야기도 들어있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커다란 용기 만큼이나 무식한 배포와 왠지모를 이 사회를 바라보는 냉담한 시선도 함께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안건모>씨는 서울에서 20년간 시내버스 운전을 하며 운전사로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지금은 그가 몸담고 있는 <보리 출판사>에서 이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저자의 거친 입담은 그가 살아온 내력을 대변해주듯 주저함이 없다. 단순히 그의 인생이 부침이 많았기에 그가 쓴소리 에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를 혹은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사각의 꽉 막힌 공간안으로 밀어넣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왠지...노동자하면...그 반대 급부인 자본가가 떠오른다. 하지만...저자의 시각, 노동자의 시각을 떠나서...자본가나 정부 또한 하나의 거대한 억압 집단이 아니라, 이들 또한 개개인이 모인 무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서로 못잡아먹었듯이 안달이 나기 시작했을까?

이 책을 읽었기에 당연히 그 주된 시선을 노동자에 맞추어본다면...그들(자본가)의 이익은 노동자의 피와 땀에 비례한다. 반대로 그 시선을 자본가에 맞추었다면...노동자의 이익은 자본가의 이익과 비례하다. 여기에서 차이는 무엇일까...바로..노동자의 피와 땀이 노동자의 이익과 결부되지 않음에 있다.

저자는 시내버스를 운전하였다. 그들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규정시간을 초과하면서도 그들의 제대로 된 수입을 얻지 못한다. 여기서 제대로 된 수입은 바로 법적으로 깨끗하고 이성적으로 사리에 맞는 수입을 말한다. 그런데...노동자(여기서는 버스 운전사)들은 사(使)측의 횡포에 말도 못한다. 오히려...그들의 장단에 울면서 어거지로 맞출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사측의 못된 행태와 더불어 노동자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한다. 바로 주인의식의 결여이다. 사측에 눈치보며 아부로 회사에 연명하는 일부 노동자들은 그들 개개인의 존엄성을 버리고 익명성이라는 쉽게 휘둘려질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없는 존재로 그들 스스로 전락하였다. 그리고 사(使)측 또한 노동자들을 무슨 기계부품 처럼 대하면서 그들을 관리자가 아닌 감시자로 자신의 지위를 격하시켰다.

회사가 각종 명목으로 그들이 온당 받아야 할 수당을 주지 않음에도, 결코 노동자들의 파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탁상공론만 하는 정부가 사(使)측의 파업을 인정함에도, 노동자들은 결코 열외의 대상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일터에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는 그들 자신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이 책은 사(使)측과 정부에 대한 섭섭함과 그릇됨에 대해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날카롭게 성토하고 있지만, 결국...그 웃음은 자신들을 향할때 그친다. 한마디로...사(使)측이나 어쩌면 들러리로 보여지는 정부를 비판함에 있어서는 웃어가며, 혹은 그들을 풍자해가며 이야기하지만, 막상 자신들을 낮추고 또 다른 자신들을 감시하는 노동자들 이야기를 할 때는 우는 것이다.

노동자 자신들을 높이는 방법으로 말 그대로 과격하게 들릴 수 있는 '투쟁'이라는 단어를 쓰자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찾자'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자들이 가져보지 못할 것을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받아야 할 것을 제대로 받자라는 말을 한다. 수당? 법적으로 그리고 사리에 맞게 받자는 것이고, 월차? 1년내내 한번도 쓰지 못한 것을 이젠 제대로 써 보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 선거? 사(使)측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그런 단체가 아닌 말 그대로 조합원 혹은 노동자들을 위한 조합원을 뽑자라는 말이다.

말 그대로 이 책의 저자의 시선으로 본 내용들이다. 하지만...주절주절 내놓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결코 거짓되거나 부풀려서 말하는 것이 아님을 나 또한 느낀다. 거짓으로 혹은 부풀려서는 이런 글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이 책이 심각한 책은 아니다. 정말 저자의 거친 입담과 더불어 투박한 말투가 이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가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기도 한다.

난...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한다. 결코...이 책을 봄으로써 사람들이 사(使)측이나 두리뭉실한 정부를 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거의 모든 사람이 바로 노동자이고 근로자이며 자신들의 이야기이기에 자신들의 위치를 한번 되돌아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타는 버스. 이 버스를 모는 분들이 이렇게 힘들고...재미없고...드러운 세상에서 힘겹게 일하는데..정작 이 버스의 손님인 우리들은 어떤 대접을 받겠는가... 우리 모두다 시니컬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딱딱함이 우리 사회를 이루는 토대라면...누가 이 땅에서 살맛나게 살겠는가...

이미..저자는 냉소적으로 이 사회를 보고 있다.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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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0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쓴 안건모입니다. 리뷰를 쓴 분들에게 뒤늦게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 책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버스 기사들의 실태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은 월간 <작은책>이라는 진보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에서 언론 운동, 문화운동으로 바꾼 셈이지요. 노동자들 소식을 전하는 책입니다. 사이트에도 들어 오셔서 어떤 책인지 구경하시고 작은책도 널리 퍼뜨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달에 한번 글쓰기 모임도 하고 강연도 있고 <역사와산> 이라는 모임에서 다달이 산도 갑니다. 혹시 가까우면 참석하셔서 같이 활동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www.sbook.co.kr
02-323-5391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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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종군기자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할 법한 시절, 우연히 카파의 사진들을 전시회에서 보았다.... 솔직히..그때는..사진에 별로 감흥이 없었다. 어렸을 때라 무엇을 알겠는가..지금 느끼는 것이지만 지금 다시 전시회가 있어서 그의 사진들을 볼 기회가 있다면 정말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그 당시...카파의 마지막 사진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다른 사진들은 별 기억이 없다. 하지만 유독 카파의 죽기전 마지막 샷 한장이 지금까지 강하게 내 뇌리에 박혀있다. 그 어렸을때.. 왠지 지뢰를 밟아 사망한 사람에 대해 쉽게 상상할 수 없었지 않나 싶다.  (마지막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내 기억과 좀 달랐다. 기억하기론..황량한 제방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꽤 많은 군인들이 제방옆에서 전진하고 있었다.)



<로버트 카파 -- 파리의 한 카페에서...1952년>




이 책이 출판된 것을 알고 왠지모를 희열을 느꼈다. 예전 전시회에 갔던 희미한 일을 애써 기억하면서 말이다. 내가 전시회에서 본 사진들은 아마 인도차이나 전쟁 사진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이 책은 인도차이나 전쟁이 있기 훨씬 전인 제2차 세계대전중인 1942년부터 1945년 사이에 카파가 종군기자로 활약할때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이 책을 보며 그가 왜...전설적 보도사진기자인지 진정 온 몸으로 느꼈다. 몸서리칠 정도로...

역시 이 책이 주는 기쁨은 그의 사진을 본다는 것 보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그가 전쟁중에 보고, 듣고, 느꼈던...모든 것들)를 함축해서 나타낸 것이 그의 사진이다. 정말...하나하나의 사진들 속에는 그가 겪었던..이야기들이 압축되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예전에 찍었던 우리 자신의 사진을 앨범을 뒤적거리면서 추억을 회상하는 것과 일맥 같은 의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바로 카파의 앨범이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카파>. 사실..이 이름은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엔드레 에르노 프리드만>이다. 그는 헝가리 태생의 유태인이라 결국에는 이름을 개명하였다. 그는 짧은 인생동안 무려 5차례의 전쟁을 경험하였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사진들을 찍었다. 그리고 그가 <라이프>를 위해 일하면서 찍은 한 장의 사진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또 다른 전장에서 결국...그렇게 산화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왜 유명한지 정말 알 수 있다. 아니..왜 유명할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그는 항상 최선봉에 있었다. 가장 큰 사건은 어떠한 기자도 찍지 못한, 아니..접근하지도 못했던..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펼친 D-Day에 찍은 사진들이다. 이 책표지의 그림은 해변을 상륙하는 한 군인을 담고 있는데, 이것이 카파가 총,포탄이 날라다니는 상황속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결국 '카파의 손은 떨고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라이프>지에 실리게되었다.(사실 이 사진은 인화할때, <라이프>지의 한 조수의 실수로 열을 받아 사진이 흐려진것이다. 그리고 이 조수의 실수로 인해 카파가 오마하 해변가에서 찍은 106장중 8장만을 제외하고 나머진 다 소실되었다.) 아무튼, 그는 그렇게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다른 연합군 군인들과 함께...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에 있었던 것이다.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 : 1944. 06. 06 (D- Day) : 유명한 사진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참... 이 사진속의 인물은...  Alphonse Joseph Arsenault라는 인물로 나중에 밝혀짐..이 양반은 80세의 나이로 1992년에 사망하였음...(우연히 찾은 웹사이트에서 발견... 클릭!!)

또 다른 박격포탄 한 발이 날아와 철조망과 바다의 중간 지점에 떨어졌다. 그 파편에 병사 한 명이 죽었다. 이지 레드 해안에서 두각을 나타낸 최초의 두 사람은 바로 아일랜드 태생의 종군신부와 유태인 군의관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로 찍었다. 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 포탄 한 발이 또 떨어졌다. 나는 전혀 겁먹지 않고 콘탁스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댄 채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카메라가 먹통이 됐다. 장착한 필름 한 통을 다 써버린 것이다. 나는 가방에 손을 넣어 새 필름을 찾았다. 그러나 손이 젖은데다 심하게 떨렸기 때문에 필름은 카메라에 들어가기도 전에 망가지고 말았다.

나는 그 상태로 잠시 정지해있었다. 곧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속이 텅 빈 카메라가 내 손에서 떨리고 있었다. 전혀 새로운 공포에 휩쓸려 머리에서 발 끝까지 내 온몸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얼굴마저 일그러졌다. 나는 야전삽을 떼어내 모래에 구멍을 파내려고 발버둥쳤다. 삽 끝에 돌이 하나 걸려 나왔다. 나는 그 돌을 멀리 내던졌다. 병사들은 모두 꼼짝 않고 엎드려 있었다. 해안선의 시체들만이 파도에 쓸려 이리저리 뒹굴 뿐이었다.

-- p. 195~196




이 대목에서 그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리고 사진을 찍는 업이 그의 모든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는 탄약이 아닌, 필름이 비어있는 상황에서 무력감과 정신적 공황감을 맛보았다. 그는 사진기를 든 병사이었다.

이 책이 재밌고 흥미있는 이유는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카파의 종군기자로서의 활약이 너무도 생생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 중간 중간...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던 그 상황이 사진으로 이 책에 할애되어있다. 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게 보니..정말.. 카파의 사진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고,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카파의 마지막 사진 :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낮은 제방을 넘어가다 지뢰를 밟고 사망한다....1954. 5. 24.>

카파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도차이나 전쟁을 취재하러 베트남에 갔다가 지뢰를 밟고 장렬히 산화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보도사진기자들의 귀감이 되었다. 또 그가 죽기전에 몇명 인사와 <매그넘 Magnum>이라는 '국제 자유 사진 작가 그룹'을 설립하였으며, 이 그룹은 세계 각지의 사건들을 다큐식으로 보도하는 것으로 명성을 떨친다.

<덧붙임>

1. 이 모든 사진은 『매그넘 site』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2. 로버트 카파의 사진 보기...(클릭!! 매그넘의 '로버트 카파'로 넘어갑니다...)

3. 로버트 카파의 사진 중 1942년에서 45년 사이의 사진 보기...(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있는 곳..)

4. 그 외 몇가지 사진들...(매그넘에 있는 사진들 中)


<레온 트로츠키 : '스탈린'의 숙적이자 혁명가인 우크라이나 태생의 정치인 ... 덴마크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1932. 11.27>



<카파를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치게 만든 사진 :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사진으로 참호를 뛰쳐 나온 스페인 인민전선파 측의 한 병사가 날아오는 기관총탄에 맞아 양팔을 벌린 채 마스크처럼 경직된 표정을 지으며 쓰러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 카파의 유명한 말 "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 >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노인과 바다'등등..유명한 책을 저술한 '어네스트 헤밍웨이' 카파가 거의 아버지처럼 모셨던 사람으로 카파와 같이 술을 마시고...집에 돌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함... 카파가 문병가서 찍은 사진...이 책을 읽으면..몇가지 헤밍웨이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담겨있다...>

2006.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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