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 젊은예술가의 세계기행 2
박훈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나쁜게 아니라는 것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비록 성공의 보장이 없더라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본문 中 >

처음 이 책을 들었을때, 심심한 경우에만 조금씩 맛보려고 하였다. 한 이야기당 글도 거의 한 페이지이고, 그림이나 사진이 나머지 한페이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금씩 읽어내려가려고 하였던 것이 처음 한 두 페이지를 지나자마자, 그 다음 페이지로 계속 읽어나가다 결국엔 앉은 자리에서 한권을 후딱 해치워버렸다. 물론 이야기가 많지 않을 뿐더러 그림이나 사진들이 있어서 술술 넘어간것도 이유지만, 어찌됐든 이 젊은 남자의 이야기에 홀딱 빠져버렸다.

이 책은 한마디로 무작정 외국으로 떠나고 그 외국에서 일어났었던 일화들과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왔던 배경, 그리고 요즘 하고 있는 일등으로 대략 마무리 짓는다. 그 중에서 제일 흥미있게 본 부분은 바로 외국에서 지냈던 일인데, 실상 그의 고생담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그 쏠쏠한 재미에 빠져 들었다. 그의 경험은 매우 독특했다. 길거리에서 그림이나 초상화를 그려주고 돈을 받는 일명 '길거리 예술가'로 외국에서 혼자 벌어먹고(?) 살았으니 말이다.

그 이야기가 단순히 그의 이야기로만 끝난다면 이 책은 재미는 있을지 언정 호감은 사질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공통점이 잘 녹아있다. 바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물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점이라든지, 불편한 점, 아님..재미와 흥미있었던 점등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주인공이자 저자는 책 제목 그대로 언더그라운드적인 삶을 살고 있고, 지금은 어느정도 지하세계를 빠져나온 것 같지만, 작가는 아직도 자신이 언더그라운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의 예술이 classic한 것이 아니라서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언더그라운드적이라고는 이젠 더 이상 말 할 순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앞서 말한 classic한 면과는 개념면에서 어느정도 반대선상에 있는 modern적인 면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의 예술은 바로 그림이다. 이 그림은 어렸을 때의 꿈인 만화가에서 나온 것이고, 이 모든 것의 모체는 '그만의 선(line)'에 있다고 느껴진다. 그는 '그만의 선'을 찾음으로써 자신감도 찾게되고, 더 나아가 제일 중요한 운이 따라 준것같다. 그의 이야길 들어보면 직접적으로 아마 언급이 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바로 운이 함께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운은 단순히 일확천금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의 노력한 만큼의 결과에 플러스 되어서 작용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이 운조차도 그는 얻을 자격이 있는 것 만은 사실이다.

참..역시 작가가 디자이너다보니..이 책의 구성이 특이하다. 앞서 말했지만, 글과 그림이 1:1로 배치되어있고, 그림이 큼지막해서 좋다. 그리고 그가 외국에 있을 때 외국 풍경(거리의 풍경)과 여러 사람들을 그린 크로키는 정말 생생하다. 마치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본 느낌이 들 정도로..모든 것이 상세히 그리고 간결히 표현되어있다. 정말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만 보더라도 충분히 이 책의 값을 할 것이지만 마음만은 심장의 고동침으로 평안한 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나도 먼가 하고 싶다라는 혹은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심장의 쿵광거림은 정말 어찌 표현 할 수가 없다.

이 책속의 글을 읽으면 알 수 있겠지만, 작가와 보통 사람들 혹은 나와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바로 추진력이다. 당장에야 좋은 결과가 안나올 수 있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해야 결과가 나오니까..말이다. input이 들어가질 않았는데 결코 output을 바래선 안된다. 물론, input이 들어가도 output이 안 나올 순 있다. ^^

아무튼..여행이란 좋은 것이다. 그리고 도전이란 좋은 것이다. 그래서 젊음이 좋다고 하나? 난 왠지 한숨만 나온다.

2006.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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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05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를 벗어났으니까 책도 쓰는거겠죠??^^

쿼크 2006-10-10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책 속의 이야기 중 언더쪽에 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왔습니다...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2 - 단순하고 아름다운 시선, 필름 카메라
이미지프레스 글.사진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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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는 두가지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제목 그대로 하나는 낡은 카메라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과 나머지 하나는 그 카메라를 들고 떠난다는 여행기로 볼 수 있는 글들이다.

 
역시 사진은 추억을 먹고산다. 카메라라는 밥공기를 품고 말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오래되고 기억속에서 아물가물한 클래식 카메라를 이야기하고 소개해준다는 것은 소수 매니아 뿐만 아니라, 필름을 갈아끼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아이들 혹은 젊은층에게는 훌륭한 부교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이든다. 또 그것은 셔터를 누르다라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一輝諸 (일휘구제)     한 번 휘둘러 모든 것 담아내니
    光剋山河 (광각산하)     산천이 빛으로 새겨지다
 
저자(다큐멘터리 작가 이상엽)는 이순신 장군의 검명을 조금 바꾸어 자신의 카메라와 사진촬영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좀 놀라웠던 것은 작가 '김훈'의 『칼의 노래』에 보면..이순신 장군의 검명 중 血染山河(혈염산하: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의 부분에서 색칠할 '도(塗)'를 버리고 물들일 '염(染)'자를 고집했다고 나오는데...저자(이상엽)는 새길 '각(刻)'을 버리고 이길 극 혹은 새길 '각(剋)'을 쓴 것을 보면...단어 한 자 취함에도 이순신 장군의 혼을  자신의 검(劍)과 같은 카메라에 불어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이 책의 프롤로그 부분에 통영(이순신 장군과 관계된 '세병관', '충렬사'등의 문화 유적지가 있다)의 여정이 잠깐 언급된 것을 보면 내 느낌이 맞을 듯도 싶다.
 
먼저, 이 책은 2004년에 나온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의 후속편이다. 그래서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선 더 나아졌는지, 아니면 형만한 아우 못봤다는 식의 전작보다 못하다느니 머라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참..그리고 나는 카메랑맹이다. 그렇기에 여기에 나온 카메라들의 기능적인 것에 대해서는 더욱 더 머라 말도 못한다.
 
그래도 굳이 이 책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번쯤은 나도 카메라를 다루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집에도 낡은 카메라가 있긴 하지만, 거의 써먹지도 않는 편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나니 카메라가 없어서 무언가를 찍을 수 없다는것 보단 낫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만약 이 책을 읽고 나서, 찍어볼 카메라가 없다면 어찌 낙담하지 않을수 있을까.
 
이 책의 필자진은 다큐멘터리 웹진 <이미지프레스 www.imagepress.net>의 대표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상엽'씨를 필두로 '임제천', '강제욱' '노순택'씨와 <타임>, <르몽드>, <리베라시옹>, <지오>등에 기고를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성남훈'씨 그리고 게스트로 방송작가겸 여행사진가인 '최승희(www.damotori.com)'씨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 프랑스 파리, 브라질, 파라과이, 러시아 그리고 국내로는 수덕사와 운주사, 탑리등을 돌아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 재능들을 힘껏 펼친다. 그들의 이야기의 주변부에는 그들만의 클래식 카메라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 카메라에서 나온 사진들로 위용을 갖춘다. 하지만, 역시 카메라맹인 내가 보기에는 다큐멘터리적인 여행기는 괜찮았지만, 카메라의 용어와 기술 부분에서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오히려 내가 모르는 카메라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글들이 그들의 여행기보다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여행기는 직업적인 냄새가 많이 났고, 오히려 카메라 이야기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과 애환이 보여서 더 좋은 듯 싶다.
 
특히, 개인 사비를 털어서 카메라 박물관(www.kcpm.or.kr)을 세운 '김종세' 관장과의 인터뷰는 그 분의 열정을 볼 수 있어서 가장 기쁘게 읽은 부분이다. 참, 필름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
 

 
요즘은 무엇이든 너무 다양하다. 그리고 그 다양함을 조금만 노력하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카메라, 특히 클래식 카메라의 세계는 우스갯 소리로 웬지 저주가 걸려 있는 듯 하다.
 
한번 들어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러한 늪과 같은 세계. 그래도 그 세계에 더 못빠져서 서로들 아우성 거린다.
 
솔직히 이 모든게 상업적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상업적인 부분의 시작 또한 누군가의 열정으로 문을 열게 되었으니,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숙한 늪에 빠져도 왠만한 불평을 들을 수 없는 듯 하다.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필름없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필름을 아껴가며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와는 정말 천지차이인것 같다. 특히나 디지털 카메라는 인화과정이 없으니 또 다른 재미와 열정을 누락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디지털 카메라 또한 누군가의 추억이 될 수 있으며, 일부 기종은 벌써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추억이 똑같이 다 추억은 아닐 것이다. 사진의 인화와 복제는 분명 그 의미가 다를테니 말이다.
 
2006.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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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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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이 문구는 이 리뷰의 제목이 아니라, 한비야씨의 이 책의 뒷표지에 나온 말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한비야씨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곳에서 그렇게 가슴뛰는 일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존경심과 경외감마저 일었다. 누군가의 강요로 혹은 떠밈으로 긴급구조라는 일을 했다면, 그녀는 훨씬 더 나이를 먹었을테지만, 이 책의 표지와 간간히 책속에 등장하는 한비야씨는 그 얼굴 그대로다. 여전한..그녀..통통 튀는 그녀..

내가 처음 한비야씨 책을 접했던 때는 내가 군시절 무렵이었다. 책은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운좋은 내무반이었기에 일병임에도 불구하고 군 내 서점에 들러 책을 종종 사러 갔었는데, 아마 내가 군대시절 처음으로 샀던 책이 <<바람의 딸 :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라는 책이었을 것이다. 첫번째 편이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였고, 두번째 편이 [중남아메리카, 알래스카]였다. 지금도 내 책장 저 한편에 먼지를 풀풀 뒤집어 쓴채로 여전한 그녀 마냥..여전히 다른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책 두권이 그녀의 만남 전부였다. 그 이후로 계속 '바람의 딸' 시리즈는 계속 나왔고(찾아보니 4편까지 나온듯..), <<중국 견문록>>이라는 중국 여행기까지 나왔지만,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제대 후에는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아서이다.

그런데..얼마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이 나왔다.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녀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놀랐다. 그녀는 아직도 계속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예전에 그녀의 책들(해봤자 2권이지만..)을 읽을때..가장 큰 의문은 '과연 언제까지 여행을 할 것인가?' 였다. 그리고 과연 사회로 복귀하였을때, '무슨 일을 하게 될까?'였다. 아니..'과연 그녀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였다.이 두가지가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그녀가 무슨 책을 낼것인가는 솔직히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그는 여전한 뚜벅이로 세계 곳곳을 다녔던 것이다. 내가 한가로이 하품했던 그 어느 순간에도...

그녀는 정말 그녀와 딱 맞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긴급구조..라는 정말 특이하고 어떨때는 무섭기까지도 한 그런 일을 말이다. 나는 '여자의 몸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결코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성별을 떠나 사람으로 그리고 인간으로 할 수 있는 고귀하고 고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솔직히 말해..정말 무서운 직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긴급구조'라는 직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서 그녀가 높게 보여졌을수도 있지만, 이 책이 좋은것은, 아니 한비야 씨의 모든 책이 좋은것은(솔직히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더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을 것이다) 그녀의 여행은 항상 수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데에 있다. 그녀의 소통은 희한하다. 그녀는 '만국공통'(이 말은 모든 세계인이 그녀를 좋아한다라..쯤)이다. 앞에서 소개했던 <<바람의 딸>>시리즈 책에 있는 소제목이 무엇인지 아는가?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지금 자세히 보니 [세계 인간탐험]이다. 그는 정말 인간탐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의 이국적인 풍물, 가난, 범죄, 풍습..이런것들은 어찌보면 인간들이 내놓은 소산물이다. 그는 정말 이 세계의 본질인 [인간탐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인간'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내내..(이 글을 쓰고 읽어보니 이 부분서는 '그녀'가 아닌 '그'로 적었다. 내가 남성 우월주의자는 절대 아니지만, 이 부분을 썼을땐 '그녀'는 '그'였나보다..)

긴급구조에 대한 그녀의 글은 그녀의 정말 빠른 말과 어울릴 정도로 호흡이 가빠르다. 이 호흡이 빠른 글솜씨야말로 그녀의 긴급구조에 관한 여러 스토리들을 몸소 체험하는 것과 같이 글이 읽혀졌다. 그녀가 마치 내 손을 잡고 다닌듯 말이다. 이번 책에 나온 세계 여러곳의 긴급 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다. 물론 한비야씨가 서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그녀는 긴급구조 홍보부서에 있었을만큼..긴급구조 홍보에 정말 열심이다.) 하지만 나는 한비야씨가 긴급구조원이든 오지탐험가든 나에게 긴급구조원으로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저 그녀의 몸에 딱 맞는 티셔츠와 청바지와 등산화와 배낭을 가진 것 같은 그러한 직업을 가진 그녀가 좋을 뿐이다.

앞으로 그녀는 그녀의 전선(front line)에 뛰어들 것이다. 그녀는 또 다른 위험속에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녀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일은 아마 또 다른 책들이 한,두권씩 나올때마다일 것이다.

그녀의 안전과 세계의 평화와 더불어 내가 계속 안도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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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조병준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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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1999년도에 나온..『길에서 만나다』의 개정증보판이다. 그렇다고..예전에 나왔던..이 책을 봤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그렇다는 것...그만큼..오래전에 했던..여행의 기록이고..조병준은..그렇게..지금까지도..여행을..기록을..되새김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지독한..열병에 걸려있다. 길에 대한 열병... 사람에 대한 열병... 떠남에 대한 열병...만남에 대한 열병... 그리움에 대한 열병...반가움에 대한 열병...그리고..자신의 삶에 대한 열병...

길들이 내게 데려다준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

인생이 그렇듯 길도 때로 행복했고 때로 쓸쓸했다.

하지만 길에서 아주 많은 선물을 받았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선물들.

길 위의 친구들은 그들이 내게 무엇을 주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이 어떻게 내 인생을 바꾸었는지도 역시 짐작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당신들이 내 삶을 바꾸어주었음을.

-- p.12... 낯선 길로 떠나다...中

부러운 양반...케케묵은 자신을 놓아 버리고...새로운 자신을 보게된 아주 부러운 양반...

왜 이리 부럽지... 질투나서..글도 안써진다.

이 책을 읽고...한동안 멍하니 지냈다.

답답한..곳에서..이 책을 읽고 있었던..내 자신이 무척 슬펐다.

누구는..끝없는 길위를..광활한..대지위를..삭막한 사막위를...걷는동안.. 또다른 누구는...그가 보고 듣고 느낀 삶들을 꽉막힌 사각공간..콘크리트 건물속에  틀어박혀...읽으려 하니..답답해서 내 자신이 굳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누구는 자연을 닮아가는데...누구는 콘크리트를 닮아가고 있구나...

여행에서...길은..최종적인 목적지가 아니다. 길은 하나의 과정이다. 이 길속엔..설레임이 있고..반가움이 있다.. 물론..반면에 쓸쓸함과..아쉬움도 같이 묻어있다. 어딘가로 나선다는 것은...이 작가의 말을 빌려쓴다면...무언가를 '싶어하는 것..'과 같다. 멀..싶어할까... 가만히 이 책을 읽으면서..새록 새록 떠올랐던 느낌이 저 아래로부터..밀려온다.

사람들이..그토록...떠나길 원하는 것은 정말..자신이 무언가를 '싶어하기'때문이 아닐까?

보고싶고..느끼고 싶고..대상의 차이지만...결국...사람들은 떠나는 것을 '싶어하는 것' 하나로..통하나보다..

가는 비 내리는 날 독일 외틀링엔의 검은 숲 속을 홀로 걷고 싶어한다.

어느 아침 런던 교외에서 안개 속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한다.

안달루시아 황무지 사이로 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싶어한다.

벨기에 플랑드르의 들판에 서 있던 풍차를,

풍차가 있던 시골 농가의 담벼락에서 아우성치던 담쟁이 잎들을,

풍차의 배경에 깔리던 가을 저녁의 노을을 다시 만지고 싶어한다.

싶어한다, 싶어한다, 싶어한다.

내 마음은 떠나고 싶은 소망들이 그려낸 추억의 지도다.

-- p. 126... 때로는 길을 잃어도 좋다...中

이 작가는..사이(間)를 매우 좋아하나 보다...

그러니까...공간(空間)속에 자신을 떠 맡기지..

그러니까...인간(人間)속에서 빈자리를 보고 싶어하지..

그는 항상..빈자리를 보려 한다. 자신이 석가인듯...먼가를 계속 비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는..'채우려'하는 데에는 익숙치 않나보다. 

이 책엔...낭비가 없다... 감정의 낭비가...

놓치면..흘러가는 것이고... 잡으면..만나는 것이다.

"티벳에서 왔니?"

"아니, 한국에서."

"인도에 왜 왔니?"

"몰라, 그저 오고 싶었어."

그는 다시 강물로 얼굴을 돌렸다. 나도 강물로 얼굴을 돌렸다. 그의 입에서 세 음절의 단어가 빠져나와 내 귀로 흘러왔다. 옴 샨티, 옴 샨티......샨티, 평화. 최면처럼 내 입에서 느리게 말들이 빠져나왔다.

"나는 이곳에서 처음 죽음이 평화가 되고, 평화가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나는 언제나 평화는 가볍고 밝은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 이렇게무겁고 어두운 평화는 무엇이지?"

나는 그를 쳐다보지 않으며 이야기했고, 그도 강물에서 얼굴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Let it flow, let it go, let it be."

오렌지빛 석양이 스러지고 어두워졌을 때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고 헤어졌다. 렛 잇 플로우, 렛 잇 고우, 렛 잇 비...... 어두운 밤, 강물 위에 촛불 몇 개가 흔들리며 흘러갔다.

...(중략)

인생은 강물이다.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또는 흐르지 않는 듯 흐르는 강물. 그 강물에서 잠시 만날 뿐이다. 모든 삶은 결국 강물에 실려가는 여행이다. 강물은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꽃도, 어느 춧불도 머물지 않는다. 흐르다가 보면 언젠가 그 강물에 다시 합쳐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내게 눈길을 돌리지 않고, 강물을 바라보며 읊조리는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흐르게 하고, 떠나게 하고, 그저 그대로 내버려두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 사람. 어쩌면 이미 수천 번 그 사람을 만났던 것인지 모른다.

-- p. 253.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中...

이 책엔..큼지막한 사진들이..(책 한페이지 혹은 양쪽, 두 페이지로 차지하는 것들이..)꽤 있다. 길 위의 풍경들을 상상하기엔 좀 벅찬것들을 이 사진들이 대신한다. 그래서..좋다..

글로는...작가가 느낀 감정들을 맛 볼 수 있고...

사진으로는 작가가 보았던...풍경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매우 느린 듯 히면서...무언가를 게워내고 있는 듯한 이 책은...

작가의 시간이..그리고 땀이.. 그리고 그의 사랑이 충만하게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그리고...한장 한장..넘기기엔...아까운 책이다.

조병준 작가는 지금 한국을 떠나있다. 6년만의 외출이라는데..(그의 블로그 에 가보니..^^)

앞으로도...좋은 글..좋은 사진으로 만나길 고대해본다. 내가 느끼지 못한, 못할..새로운 감정들을 듬뿍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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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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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자신의 꿈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도 길위에 있다. 이 책은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엄밀히 말해서 여행기라고는 할 수 없으나, 결국엔 많은 사람들의 여행이야기, 인생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훌륭한 여행서라고 할 수 있겠다. 여행을 하는 이는 분주하다. 그러나 이는 여행을 하지 않는 이가 곁에서 지켜봤을때나 하는 소리고, 막상 여행을 하는 이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왠지 삶의 무게를 배낭에 든 무게만큼 덜어낸 것과 같은 느낌이 감돈다. 특히, 장기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무엇이 이들을 여행, 그것도 장기여행으로 이끌었나.

이 책의 저자인 '박준'은 달랑 카메라와 EBS에서 지원받은 돈 몇푼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그는 장기여행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카오산로드로 떠난것이다. 비록 일과 관련되어 떠나는 여행이지만, 알지 못하는 여행자들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하는 여행은 저자에게도 가장 기억남는 여행일 듯 싶다.
 
이 책은 단순히 경치나 보고, 관광을 즐기는 여행과는 거리가 먼 책이다. 이 책 안에는 사람이 들어있다.
 
이 사람들은 모두들 배낭을 짊어졌으며, 조용한 삶의 혁명을 바라는 그리고 그 혁명을 이끄는 사람들이다.
 
그가 왜 여행을 하게 되었고, 여행 하기전에는 무슨 일을 했으며, 앞으로 무슨 여행을 할 것이고,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여행을 한 뒤로 자신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단순히 여행의 이야기가 아닌 삶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인생은 기나긴 여정이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여정이어야 말로 인생의 시작이다. 새로운 인생. 여행은 그들에겐 큰 스승이다. 그리고 그 여행자 자신이 자신에게 큰 스승이다. 그들은 여행하고 있는 자신을 통해 자기발전을 스스로 느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많진 않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똑같은 장소에 있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카오산로드를 찾았고, 또 각기 다른 꿈과 희망을 품고서 그들의 나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은 무엇인가를 찾고 있거나 찾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감이든, 바라는 꿈이든간에 말이다.
 
이 책은 외국 여행을 한번도 하지 못한 나같은 사람을 위한 책인것 같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이곳에 동참할 수 있다' 라는 메세지를 보여준다.  그럼 나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길위에 있겠지.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어딘가의 길에 있을 나를 상상해본다.
 
길 위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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