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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던지 역사관련 책을 읽다보면 역사가 주는 아이러니함에 놀라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 사건 현장에 어슬렁거리는 '우연성'에 대해서 역시나 깜짝 놀란다. 그것이 좋은 우연이든, 나쁜 우연이든지 간에 말이다.

나는 역사엔 그리 우연성이 깊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록 그 때, 그 장소에서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 과거의 과거에 우연을 이끌어가는 깊은 연관된 작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운명론'같이 생각하면 된다. 그 '우연'은 과거에 이미 시작된 하나의 작은 실타래이다라고...

그러니까..우리의 역사, 혹은 남의 역사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우연보다는 운명적(혹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졌다라는 것이 나의 얕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소재들을 한번 보자. 먼저, 세종대왕은 태종(이방원)의 셋째 아들이다. 그런데 그가 왕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다. 첫째, 둘째 형들을 제치고. 그리고 그 셋째 아들로 왕이 된 그(충녕대군으로 후에 세종, 그는 '이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정말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긴 그런 왕...아니...대왕이 되었다. 그 업적중에서 단연 으뜸은 역시나 우리글, 우리말인 '훈민정음'이다. ('한글'이라는 단어는 '주시경'박사가 처음에 썼다고 알고있는데..찾아보니..주시경 박사의 조선어학회의 동인지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함...)

이 부분은 역사적 아이러니이다. 이방원도 정종을 몰아내고 자신이 왕을 차지한 사람으로 그의 아들들 또한 적자계승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양녕대군(제일 맏형)과 효령대군(둘째형) 또한 스스로 왕위 자리를 욕심내지 않으니, 혹자는 그들이 현명하였다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자는 이미 서슬 퍼런 이방원의 눈엣가시로 남겨지기 싫어 스스로 멀리 했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작가는 고려를 멸하고 세운 조선의 뿌리가 근본적으로 쿠데타이기에(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는 말) 그런 왕위 계승은 이어 받지 않기 위한 하나의 계략(양녕대군은 미친짓을 했으며, 효령대군은 절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내용도 어떤 책 속에 들어있다.(아마...김진명의 '하늘이여 땅이여'라는 책일 것이다)

어쨌든, 세종은 왕위를 이어받았지만, 그 또한 힘겨운 날들 또한 있으니, 그의 장인인 심온의 역적 행위이다. 비록 심온이 후에 무고함으로 밝혀졌지만, 그의 식솔은 모두 관노로 배속되었고, 심온은 그 전에 이미 사사(賜死 : 사약(賜藥)을 마시고 죽다)되었다.

세종은 이미 그의 왕위의 적통도 불안하였고, 후에 무고로 밝혀졌지만 그의 장인쪽은 역적죄를 지었으니 그가 이룬 대업들은 더욱 그 의의가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너무 역사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 책은 작든 크든 이 모든것이 소재이다. 또한, 그 후 세종의 여러 업적, 집현전을 세우고, 집현적 학사들을 채용하여 학문의 연구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하여, 농사직설, 혼천의, 간의, 자격루, 측우기 등등...헤아릴 수 없는 것들을 만들고 지었으며, 이 역시 이 소설에서 중요한 소재이다.

그러니까..이 소설은 마치 조각난 퍼즐을 맞추는 형식이다. 처음 이 조각들만 보다보면은 후에 큰 그림이 펼쳐졌을 시 분명 놀라게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처음 이 소설은 그리 특징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종의 업적 중 몇가지를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내놓은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의 구실은 작으면 작은것대로 의미가 있고, 후에 큰 그림에 들어 맞추었을 때도 역시나 뺄 수 없는 그런 조각들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이 소설은 처음엔 잘 모르지만, 후에 자신이 이 세종시대에 일어났던 사건에 흠뻑 젖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이 소설의 느낌을 말로 하자니 역시나 어렵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면, 완전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니까..어쩔 수는 없지만...

요즘에 우리가 듣는 말이 팩션(faction)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 팩션이라는 말이 이 소설에 어울리냐하면, 말 그대로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허구인지..도통 알 수 가 없다는 데에 있다. 물론 역사에 대해 잘 안다면, 어느정도 윤곽이 보일 테지만, 팩션이 가지는 장점은 허구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 정말 실제 존재했던 여러 정황들속으로 너무나 잘 녹아들어 그 허구라는 장치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 이렇게 하려면, 작가가 조사했던 자료 또한 방대해야하고, 작가의 논리도 매우 정연해야 하며,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티나지 않는 글솜씨이다. 허구이든, 진실이든 소설 속에서는 한결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진실로 허구를 들어내지 않으며, 허구로 진실을 감추지 않는 그런 작가 본연의 기술이 있어야 할 듯 싶다.

예전에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마지막 3부는 내년에 나온다함)를 읽어보았다. 이 역시 재밌게 본 역사소설이지만, 읽으면서 팩션 자체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은 없었다. 그의 소설속에 자리잡은 인물들은 허구적 인물과 실체적 인물이 다 드러나 있으며, 그 소설속의 사건 또한 이게 진짜일까..하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본다면, 이게 사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우리 역사가 주는 왠지 모를 분통함에 부가되어 독자 스스로 그렇게 믿기를 원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팩션은 작가가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독자들이 그 소설을 진실로 믿길 원하는 그런 힘이 들어있는 것 같다. 재미를 원해서든, 옳은 바을 원해서든, 독자는 자신의 머릿속에 구상한 틀이 진실이고 정의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덧붙임>

역사가 주는 아이러니는 역시 세종이라고 비켜가질 않는 것 같다. 그 또한 태종의 3남으로 왕위를 이어받았지만, 그의 아들(후에 문종)은 세종의 장남으로 왕위를 이어받는다. 하지만, 몸이 병약하여 병으로 죽고(2년 4개월 동안의 재위), 문종의 아들인 단종이 왕위를 이어받지만, 그 또한, 숙부인 수양대군(후에  세조)에 왕위를 빼앗기고 물러나게 된다. 그리고 후에 죽음을 맞게 되고, 이로써, 세종 때부터 옆에서 보필하며, 세종의 뜻(실사구시)을 세우던 신하들은 사육신(성삼문을 비롯한...)이라는 이름하에 그들 또한 죽음을 맞는다. 결국 세종의 뜻은 이때부터 사그러지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세종 이후의 시대와 정조 이후의 시대가 비슷하지 않나라는 느낌도 든다. (이 소설의 느낌도 정조 시대의 느낌과 다르지 않다.)

물론..이것은 역시나 역사 일부로만 바라본 사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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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2006-08-2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완전 공감입니다. 뿌리깊은나무 강력추천!!

쿼크 2006-08-2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사랑님..반갑습니다. 이 책 괜찮죠? 소설속 인물들의 성격만 좀 더 개성있게 처리해줬더라면..아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약간은 좀 밋밋하지 않았나 싶네요..^^
 
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상 밀리언셀러 클럽 42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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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은 것은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선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항상 영상과 연계되어 있는 책들을 읽기 위해선 약간의 모험도 필요하다. 영화를 통해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의외로 책을 통해 만나는 것보다 더욱 쉽기 때문이다. 그냥 눈만 뜨고 가만히 화면만 지켜보면 된다. 책속의 활자를 통해 머리 싸매며 혼자만의 상상의 성을 쌓는 수고를 덜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영상으로 '스티븐 킹'의 작품 몇개를 만나긴 하였다. 암튼...활자로는 처음이다.
 
이 책은 상,하의 두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역시나 단편집이다. 하권을 먼저 읽든, 상권의 마지막 작품을 먼저 읽든... 책을 통독(?)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영향도 없다. 역시나 단편집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 단편집(스켈레톤 크루)의 상(上)권에는 9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많은 단편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단편의 특징이라 한다면 기승전결은 있되 세부적 사항들은 누락되어 있는 듯 하다. 그러니까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진행되며 결과적으로 어떻게 끝나는지에 대해서 짧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분명 일반 소설들과 마찬가지의 흐름은 존재하지만(물론 기승전결이 주는 의미는 크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 사건이 왜 일어나고 사건의 결과가 암시하는 교훈같은 것은 생각치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일어났다에 있다. 그리고 인물들의 빠른 감정처리...그것뿐이다.
 
가령...이 책의 최고 백미이자 결코 단편으로 분류할 수 없는 <안개>라는 이야기의 경우, 그 흐름은 매우 단순하다.
 
기(起) --> 태풍이 불어닥쳤다. 그리고 저 멀리 호수 반대편에는 안개가 끼어있다.
 
승(承) --> 식료품을 사러 읍내 마트에 왔다. 그리고 괴물을 만났다.
 
전(轉) --> 괴물을 피해 숨어있다.  가끔 마트안으로 괴물들의 습격을 받았다
 
결(結) --> 괴물을 피해 달아난다
 
이렇듯 사건의 발단과 발전 그리고 사건의 전환과 결말이 들어있지만, 어디에서도 이유는 없다. 그냥 현상과 감정만 나열될 뿐이다. 하지만... 이 <안개>를 읽으면서 세세히 느껴지는 현장감과 주인공들의 공포 그리고 살고자 하는 본능이 너무나 처절하게 읽혔다. 단편의 경우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결(結)의 부분이다. 만약 어떤 소설이 단편이라 한다면 그것은 결과 부분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이런 경우 결과 부분이 없다고도 생각되어질 수 있다. 그러니까..기 -- 승 -- 전 까지만 나와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안개>는 하지만 꽤 두꺼운 단편이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스티븐 킹'이 잠을 자다 꿈을 꾸고 "아...안개의 결말을 지어야겠어...!!"라고 외쳤으면 한다. 아니면...그의 와이프가 "여보... 갑자기 안개의 끝부분이 알고 싶어요..."라고 부추기던가...물론..'스티븐 킹'이 개인적으로 그의 아내에게만 말한다는 것은 절대 반대이다. ^^
 
다음으로 재밌게 본 것은 <조운트>라는 단편소설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SF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다. 공간이동(혹 '텔레포트'라 말할 수 있는...)에 관련된 이야기인데...공간과 시간의 뒤섞임... 이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소재이다. 물질의 공간이동과 정신의 공간이동과의 비교를 나타낸 매우 SF와 호러적인 면을 보인다. 누구나 공간이동에 관해 상상의 날개를 핀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동이 논리적 문제가 없다고 봤을때...그럼에도 공간이동에 대하여 비논리적인 것을 찾는다면 아마 '스티븐 킹'의 상상이 매우 그럴 듯 하게 보일 것이다. 상상이 주는 쾌감... 바로 이런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까? ^^
 
그 다음으로 재밌게 본 것은 <토드 부인의 지름길>이라는 이야기이다. 앞서 <조운트>가 공간에 얽힌 시간의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는 시간에 얽힌 공간의 이야기이다. 마치 일반 상대성이론에 나오는 '길이의 단축'과도 흡사한 이 이야기는 마찬가지로 토드부인이 달린다면 시간단축이 일어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를 곁에서 보는 인물의 회환이 담긴 그런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루트(과정)가 있다. 그러니까...앞서 <조운트>에서는 공간이동을 하고나자마자 목적지에 이르렀을 뿐 어떤 공간을 지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그 보여지는 공간이 있다. 그만큼 더 시각적이고 상상이 구체적이다. 괜찮게 본 이야기이다. ^^
 
그 다음은 <뗏목>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거의 모든 전개가 무시된다. 그러니까..사건의 정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사건속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리고 독자는 이 감정에 동화될 뿐이다. 하지만 만약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감정은 무시되고 사건의 정황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그래서 활자를 읽는다는 것은 영상을 본다는 것보다 더욱 세련된 행위 일 수 있다고 느낀다. ^^
 

 
그 다음은 재밌다기 보다는 매우 부정적인 이야기이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에서의 부정적 이야기...이 단편의 제목은 <원숭이>이다. 솔직히 이런 류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고, 또 많이 읽어봤으며, 심지어 영화로도 보기까지 했다. 이 이야기는 나에겐 매우 느려터진 이야기일뿐이다. 원숭이 인형을 버려도 버려도 다시 나온다는 이야기...그리고 이 인형이 악의 화신으로 묘사된 것등...따지고 보면 대단한 상상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물론 '스티븐 킹'이 이 작품을 지을 당시엔 생소한 소재일 수 있겠지만은...) 이 이야기는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라는 소설책(이 책은 '나는 전설이다'와 리처드 매드슨의 몇가지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나오는 몇가지 단편들 중 하나의 이야기와도 비슷하며 심지어 <사탄의 인형>과도 비슷하고...우리나라의 '목각인형'이 소재로 쓰인 영화와도 흡사하다. 이 영화의 제목은 <깊은 밤 갑자기>이다. 1981년작 '고영남' 감독의 영화인데...아주 오래전에 이 영화를 보고 개인적으로 한국 최고의 공포 호러영화로 정했다. '목각인형'에 따른 심리적 공포를 그린 영화인데..(갑자기..책 이야기에서 영화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조금은 이상...) 어렸을 때 단 한번 본 영화가 지금까지 뇌리에 깊숙히 박혀있는 것을 보면 굉장히 무섭게 본 듯하다. 개인적으로 <여곡성>이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실은 일부러 안봄..무서울까봐...) 아직까지는 이 영화가 제일 무섭게 기억된다...
 
다들 한번 보시라...이 <깊은 밤 갑자기>(링크는 네이버 영화 정보...)라는 영화를 ... '스티븐 킹'의 소설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암튼...스티븐 킹의 이 단편집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하(下)권을 마저 읽은 뒤에 써야할 듯 싶다. 하(下)권도 거의 다 읽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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