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 이 리뷰는 소설속 이야기에 관한 스포일러는 없지만...소설의 구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있으며..더불어..'미하엘 엔데'의 단편인 《긴 여행의 목표》라는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역시나 리뷰입니다. 프리뷰가 될 수 없겠네요... ~~~
 
이 소설은 많은 것들을 연상시켜준다. 가령 '뫼비우스 띠'라든지, '물방울'이라든지, 심지어 『모모』의 작가인 '미하엘 엔데'의 단편집『자유의 감옥』中에서《긴 여행의 목표》라는 단편 하나가 생각난다. 많은 것들이 생각났음에도 우선 이 세가지 정도로만 구체화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소설은 특이하다. 그러니까 장르를 따진다면, 미스터리쪽이 맞겠지만 소설의 마지막 한 자까지 읽고,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까지 읽어본다면 이 소설은 오히려 작가 '온다 리쿠'의 에세이의 느낌도 물씬 풍긴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작가가 쓰고 싶어하는 책을 미스터리의 성격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하나의 예고편쯤...
 
책을 읽고 난 뒤의 이런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볼 수도 있고, 자신의 머릿속에 날라다니는 상상을 붙잡고 제대로 관찰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소설은 누구를 위한 소설일까?' 라는 물음에 작가 자신을 위한 책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은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5편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고, 더 엄밀히 따진다면 단 한편의 이야기라고도 말 할 수 있다. 심지어 8편의 이야기라고도 말 할 수 있다. 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말할 수 있다. 가만생각해보니 거참..재밌다. 그만큼...작가의 상상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래서 결국, 앞서 말했던 세가지('뫼비우스 띠' , '물방을', '긴 여행의 목표')의 것들로 내 스스로가 정제 시켜버렸다.
 
먼저...뫼비우스 띠... 엄밀히 말해서..앞과 뒤가 없는 무한순환의 띠. 이는 이 소설의 마지막 단편인《회전목마》가 주는 의미와 비슷하다. 특히 4부의 마지막 부인 이 단편은 실제의 삶을 사는 작가와 작가의 소설속 인물들의 삶이 섞여있다. 그러니까 작가의 생각과 행동이 이 단편이 진행하는 도중 흘러나온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5편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속 세계가 '뫼비우스 띠'의 안쪽이라면, 작가가 몸담고 있는 현실세계는 '뫼비우스 띠'의 바깥쪽이 되는 것이다. 가상 세계와 현실의 혼돈속에서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의미있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지만, 소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구성(왜 이런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써야 하는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뫼비우스 띠와 엮어낼 새로운 시리즈의 첫 발이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물방울... 물방울이라고 해도 좋고 물(액체)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역시나 물방울이 맘에 든다. 물방울은 하나이다. 그런데 반으로 뚝 잘라 물방울 두개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이는 다른 물방울인가? 그러니까 독립된 개체인가? ...
너무나 깊숙히 들어가면 재미없다. 아뭏든... 이 소설은 하나의 물방울에서 여러개의 물방울로 갈라낸 것이나 다름없다. 서로 다른 이야기의 각 이정표들은 결국 통합된 하나의 큰 이야기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뫼비우스 띠'와 닮아있다는 부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전체 소설이라는 물방울은 또 다른 이야기(그곳에서 파생된)의 작은 물방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을 물방울을 닮아 있다고 부르고 싶다.
 
마지막...'미하엘 엔데'의 작은 이야기 《긴 여행의 목표》와 닮아 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앞서 《긴 여행의 목표》의 스포일러 부분이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긴 여행의 목표》의 목표의 세부적인 이야기는 다 치워놓고...대략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어떤 한 남자가 한 그림에 반하게 된다. 이 그림은 예술작품이다. 이 남자는 이 그림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지 알 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이 그림이 풍기는 특이함이 맘에 든다. 이 그림의 작품 이름은 '긴 여행의 목표'이다. 그리고 이 그림이 어떤 그림으로 되어 있는가하면...캄캄한 밤, 커다란 바위들만이 가득한 계곡위에 우윳빛의 반투명한 색을 내는 궁전이 있는데 아울러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수도승, 임금 기사, 요정..등등..). 그리고 궁전의 모든 창은 불빛이 새어나오고, 궁정 출입문 바로 위의 창가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는데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무엇을 만류하는 것 같기도 하는...좀 이상한 그림이다.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p. 44~46 中에서...)
 
그래서 이 남자는 이 그림을 구매하게 되고...주절주절...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결론은...이 남자는 일행들과 탐사 여행(그림의 배경이 될만한 곳을 찾아보는...)을 하게 되는데... 추위를 만나 얼어죽게 되고...이 남자는 어느 건물을 기어 오르다가 얼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7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 금방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앞서 말했던 그림속의 광경이다. 그림속에서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무엇을 만류하는 것 같기도 하는 이 그림자는 바로 그 남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이 광경을 그림속의 광경처럼 보고 있다(처음에 남자가 이 그림을 보고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것을 말함...).
 
이게 아주 대략적인 《긴 여행의 목표》라는 단편의 이야기이다.
 
그러니까...그림속 가상 세계가 결국엔 미래의 어느 현실의 시점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주인공(그림을 구입했던 남자)은 그림속의 등장 인물중의 한명(애석하게도 죽어간)이다. 책을 다시 읽을 수가 없어서 좀 더 세밀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지만...아뭏든..이 책이 내용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소설과 매치가 되는 듯 하다.
 
가만보면..'미하엘 엔데'의 솜씨도 대단하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현재 진행중이고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될(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설을 정말로 쓰기 시작할 때의 시점..) 이야기를 하나의 빨간 표지의 소설속에서 미리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소설속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4편의 단편소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소설에 불과하다. 그래서 결국 이 소설은 8개의 단편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소설 내용보다 구성이 치밀하다. 그만큼 작가의 계산속에 그려진 이야기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온다 리쿠'를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곘다.
 
다만...나는..잘 모르겠다...왜냐하면..이제야 한권을 읽었을 뿐이니까...
 
기회되면...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밤의 피크닉』과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읽어봐야 겠다...(물론 이 소설들은 단편들과는 무관함...)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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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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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역시나 같은 저자의 <방각본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제목이 주는 왠지모를 빈약감 때문에...읽기전에 좀 망설인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막상 읽어보니 '정조'시대의 시대상같은 것은 집어치우더라도 일단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재미에 홀딱 빠졌었다. 

이 '백탑파'의 두번째 이야기인 <열녀문의 비밀> 또한 역시나 제목은 참 빈곤하다. 글쎄..제목이 빈곤하다는 것은 왠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상상력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우려감이다. 기껏 고른 책이 더군다나 역사추리소설인데...재미가 없다면 다음번에 같은 장르의 책을 고르는데에 있어서 애를 먹기에 우선은 제목이 풍부한 맛이 있어야 쉽게 책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다행이랄까...역시나 1부인 <방각본 살인사건> 못지 않은..아니..그보다 더 재밌다고 해야할까...암튼...거의 비슷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은 그 뒤('방각본 살인사건'을 해결한지)로 5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이다. 잠깐 줄거리를 소개해보자면...그러니까...'백탑파'들이 '정조'의 뜻대로 규장각에 들어간 후 여러 잡무를 보다...이번엔 열녀를 정려하는 일을 맡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이명방(직업은 의금부 도사 참상--종육품) 또한 규장각일을(규장각 일이라기 보다는 '백탑파'의 일) 도와 전국에서 올라온 열녀 정려를 품신하는 글들 중에 사기성이 농후한 것들을 가리는 일을 같이 진행한다.

그런데...또 한명...이명방의 친구이자...서얼 출신인 조선의 홈즈라 마땅히 부르고도 남을 '김진'(아직 이 양반은 더욱 더 공부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관직에는 오르지 않았다.) 또한 일을 같이 맡게 되는데...그 중 완벽하게 올라온 글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열녀를 떠나...너무나도 인간적으로도 완벽한 한 여인을 품신하는 글... 적성에 사는 김씨라는 완벽녀가 눈에 띄인 것이다.

그래서...이 열녀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한다. 왠지 이들에겐 뒷맛이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열녀 정려가 결국 나라에서 승인이 되면 이 아녀자는 정말 말 그대로 조선 시대의 본보기로 떠받게 되고...열녀로 칭송받으며, 아녀자가 살았던(열녀는 죽은 아녀자에게만 해당) 마을엔 열녀문이 세워지게 되고... 마을 또한 충,효의 마을로 이름을 날리며, 열녀가 몸 담았던 가문은 말 그대로 가문의 영광을 얻게된다. 또한 여러가지 혜택이 돌아가니...열녀를 정려하는 것 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물론...이 책에서는..)

그런데 이 와중에 '간서치'(혹은 '책만 보는 바보'로 유명한) 이덕무가 마침 적성 현감에 부임하게 되는데.. 이 적성이라는 곳이 바로 앞서 말했던...열녀(김씨)가 살았던 고장이다. 그래서...더욱 더 이 일에 매진하기로 하는데...

또한 이명방은 의금부 도사라는 직책으로 이 '적성' 고을을 엄찰하기로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있으니..조선에 몰래 들어와 계속 세를 확장하고 있는 '야소교'(여기서 '야소'라 지금 '예수'로 불리우는 말이다. 즉, 천주교를 의미한다.)의 교주와 그 일당들을 일망타진 해야 하는 또 다른 임무가 있다. 그래서 이명방은 '열녀'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야소교'만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결국 이명방은 '열녀'를 먼저 감찰하기로 하고(솔직히..어명으로) 김진과 더불어 먼저 '적성'으로 떠난다.

이게 이 책의 초반부이다. 역시나 조선의 후기로 가면서...새로운 소재가 등장한다. 이제 실학이라는 뼈대에 더욱 더 살을 붙여...'야소교'를 등장 시키며, 또한 그 반대 급부로서 '열녀'라는 소재를 같이 떠 안음으로써...조선의 근간을 이루지만, 어느 순간부터 썩어빠진(물론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교'의 '충,효 사상'을 부각시켜 이 둘을 대립시킨다.

이 구도가 매우 좋게 느껴졌다. 아니...참신하게 느껴졌다. 이 두 소재를 가지고 직접적인 노론과 백탑파(북학파)의 대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어차피 싸움도 되지도 않겠지만...) 간접적인 그들의 정치적 사상을 보이지 않게 충돌시키려는 작가의 치밀함이 엿보인다. 앞서 말했던 '열녀 정려를 품신한다는 내용'과 '야소교의 등장'은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통합되며, 독립적이 아닌 각각 종속적으로 두 사건을 풀어간다.

또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소설에는 '열녀'를 통하여 유교'의 바탕을 얼굴마담식으로 내밀곤 있지만, 오히려 뒤집어 놓고 생각해 보면, 조선 후기의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져 '여성'의 사회 참여 혹은 지금 말로 하면, 페미니즘 사상을 저 이면에 깔고 있다. 그래서 결국 우리의 친구(이명방과 김진)들은 실학 사상 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내보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고위관직에 있는 사대부 양반들을 통해 그들이 애써 지키자 하는 것은 허울만 있는 체통뿐이라는 것을 드러나게 함으로써...그 당시 조선이라는 국가가 점점 더 닫혀만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망한 명나라를 그리워하고 새로이 들어선 청나라를 증오하니...이는 이미 자취도 사라진 명을 그리며 조선 혼자 대중화사상에 빠져 새로운 문물을 막아서고 있는(당시 청나라를 오랑캐로 봤기에...) 현실의 안타까움도 절로 들었다. 과연 무엇을 위한 것들이었는지..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열녀'로 품신하려는 이 가문의 사람들은 결국 이 조선의 사대부들과 다름이 없다. 오직 중시하는 것이 체통이다.

이 소설속에서 이 적성의 열녀 가문은 곧 조선이다.  아직 조선은 '정조'시대이긴 하지만, 가문의 비극적 결말(어차피 이 가문이 좋지 않게 끝날것이라는 것은 책 좀만 읽으면 알 수 있으므로 '비극적 결말'을 언급하였음..)을 통해 조선이 어떻게 나갈것인지..그리고 어떻게 망할 것인지...투영해 놓은 점이 매우 고급스럽게도 보였다.

이명방은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명방은 충직한 조선의 신하로 어명에 따라 본직에 충실한 인물이지만, 이명방의 왕인 '정조'는 무수리와 임금간의 사이에서 난 자식(영조)의 손자이다. 종친이자 의금부 도사인 이명방보다 더욱 더 지위가 분명하지 않으며, 이명방의 친구들은 모두 다 실학을 존중하는 백탑파들이고 서얼 출신들이다. 하지만 이명방은 정통의 유교의 물들어있는 인물이기도 하며, '야소교'를 추격하지만, 본의는 그럴려고 하는 것이 아닌...점점 더 '야소교'(여기서는 천문쪽이 더욱 더 가깝게도 볼 수 있겠다. '담헌 홍대용'의 영향때문인지도...)에 눈이 떠가고, 중국의 사서(즉 대설大說)와 더불어 소설(小說)도 같이 즐기는(왕명으로 소설은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명방은 소설..특히 방각소설을 다 수집하여 불태운바있다.) 매우 감정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방각소설 살인사건>에서는 그의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홍국영(노론 탕평파)'과의 사이도 매우 틀어졌었다. 물론...5년이 지난 지금 '홍국영'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여기에서 전에 읽었던...'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가 오버랩되는 것은 결코 자의적이 아니다. 이명방은 그 자신이 믿고 있는 유교를 사람의 도리로 봤지만, 이 당시 유교는 사람의 도리와 신하의 도리, 그리고 아녀자의 도리, 대장부의 도리등...여러가지로 갈려져 있다. 그리고 오직 체통과 체신에 의해서만 이런 것들을 행하려는, 그때 그 당시의 세기말적인 시대의 혼란상이 더불어 같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좀 빗나간 얘기일 수 있지만...'요시무라 간이치로'나 '이명방'(혹은 백탑파)이나 달리 보이지 않는다..

백탑파 세번째 이야기는 내년에 나온다고 하니...이 역시 기대되는 바이다. ^^"

<덧붙임>

1. 이 리뷰에서 언급한 얘기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에 불과하고..사건을 해결하는 이들(솔직히 김진의 능력...이명방은 항상 김진의 뒤만 쫓아가다 끝남..그래서 더욱 더 애착이 가는 것일지도..)의 능력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겠다. 그리고 끝에는 그리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반전이 도사리고 있어서...좀 단순했다고 생각한 <방각본 살인사건>보다는 더욱 더 이야기가 짜임새가 있고, 한결 구성졌다고 보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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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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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저자인 <김탁환>은 『불멸의 이순신(총8권)』을 쓴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나 또한...이 작가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방각본 살인사건』을 통해서다. 그런데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역시나 같은 작가의『열녀문의 비밀』을 읽어보려 했는데, 이 책은 '백탑파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라, 어쩔 수 없이..첫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을 펼쳐들게 된 것이다. 처음엔 시리즈인줄도 몰랐다.

암튼...예전에 가끔 외국 추리 소설을 읽다 우리나라에도 셜록 홈즈나 브라운 신부 혹은 명탐정 포와르 그리고 모스 경감..등등...유명한 탐정이 있었으면...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물론...우리나라에도 있겠지만, 책을 많이 안봐서 잘 모르겠음...)

그런데...이 '백탑파 시리즈'가 어느정도 내가 바란 것들을 조금은 만족시켜준 듯 하다. 이 소설의 배경은 역시나 조선의 중흥기 시절이었던 '정조'시대가 배경이다.  이 소설은 물론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잘 알지 못해도 술술 넘어간다. 정치적인 배경이 이 소설의 바탕을 이루지만, 역시나 추리소설이다 보니 읽어내려가는데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역시나 시대소설이므로 그 당시의 정황을 알아야 머랄까..보이지 않는 뒷맛까지 음미할 수 있다고나 할까?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엿새동안 뒤주에서 갇혀있다 죽은 후 정조가 왕위를 이어받는다. 이 정조는 할아버지인 영조의 '탕평책'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비록 탕평책이 모든 당의 인물들을 고루 등용시킨다는 명목이 있지만 아직도 그 시대의 세상은 '노론'의 몫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서얼(서자출신)들 까지도 등용시키려는 정조의 계획을 눈치챈 노론은 이들을 반역죄로 몰아넣으려는 흑심을 품게 하는데...이것이 바로 이 이야기의 시대적인 배경을 이룬다.

이 책에서 나온 '백탑파'의 '백탑'이란 그 유명한 탑골공원(파고다 공원)안에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국보2호)을 말한다.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탑이기에 백탑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백탑 주변에 모여 시문을 읊고, 북학이라 불리우는 실학사상(실사구시와 이용후생)에 대해 토론했던 이들을 가리켜 '백탑파'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백탑파'는 '초정 박제가', '연암 박지원', '야뇌 백동수', '형암 이덕무', '영재 유득공' '담헌 홍대용'등 대부분 서얼 출신(홍대용과 박지원제외)과 실학에 관심을 보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 '백탑파'의 시리즈 중 첫번째 이야기다. 그렇다면..과연 이들이 주인공인가?  작가 <김탁환>은 이 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또 다른 인물 두명을 창조한다. 그리고 이들이 주인공이며, '백탑파'는 이들을 도와주는 조언자 역할을 한다. 이 책이 소설이지만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바로 생생한 이들 인물들의 자취때문이다. 

암튼...주인공은 '이명방'으로 <의금부 도사>의 직위에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김진'이라는 인물이 있는데...이 인물은 '이명방'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거의 문과 무에 능한 천재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 둘 사이에서 내가 느낀 것은 홈즈와 왓슨 박사이다. 홈즈는 김진에 가깝고, 왓슨은 이명방에 가깝다. 암튼 이들은 매설(소설)을 즐겨보는 이들의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데..이 매설의 작가인 '청운몽'이라는 사람이 '백탑파'와는 정말 친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유명한 매설가가 결국 살인범으로 몰려 죽음을 당하게 되지만...그 뒤로도 살인 사건이 계속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결국...'백탑파'가 주시당하게 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임금인 정조까지도 신경을 쓴다.

이 이야기를 보면..정조가 신경을 쓴다는 부분을 제외하면..그냥 있을법한 살인사건에 불과할 듯 보이지만, 역시나 <김탁환>의 어마어마한 연구와 방대한 자료는 이 사건과 그 당시 정조 시대의 정치적, 시대적 배경과 결합시켜 이 사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극점까지 가게 만든다. 정말 쉴새없이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과 긴장감은 쉽게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앞서 말했지만, 이 소설은 '백탑파'의 첫번째 이야기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는 작년(2005)년에 『열녀문의 비밀(상,하)'』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세번째 이야기는 '왕과 나'라는 가제로 되어 있는데..아직 나오지 않은 듯 하다.

역시나 정조시대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것 같다. 솔직히 슬픈 역사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쨋든...흥미있는 이야기의 소재거리임에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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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하 밀리언셀러 클럽 43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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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크루 (上)편을 읽은 뒤 (下)편을 본 느낌은 상편보다는 좀 못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상편에서의 '안개'라는 중편이 주는 느낌이 워낙 강렬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상이 만들어 내는 공포의 쾌감은 좀 덜하다는 느낌이다. 스티븐 킹의 이번 단편집을 보며 느낀것은 초자연적인 공포들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러한 공포는 누구나 다 한번씩 생각해봤을 상상이자, 공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히 나의 경우엔 어렸을때 이런 공포를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았나싶다.
 
가령, 누구나 다 어렸을때, 때때로 하늘을 나는 상상을 빈번히 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부모님이 안계신다면 어떨까 하는 자신이 의지하는 존재의 부재로 인한 공포 또한 그 시절에는 수시로 체감헸을 것이다. '스티븐 킹'은 이런것들을 잘 잡아내는 듯 하다. 나도 이 책만을 읽고 정확히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스티븐 킹'의 공포를 상상해본적이 있다. 어느날 친구를 기다리며 혼자 담배를 피고 있는데, 옆의 나무 덩쿨들 사이로 한 마리의 거미가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그런데 나는 그 거미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담배연기 때문에 밥벌이가 쉽지 않다는 그런 투정의 눈빛을 보았다. 잠깐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거미의 눈은 보통 8개이며 어떤 거미는 사람만큼 시력이 좋다는 거미도 있다 한다. 물론 퇴화되어 시각이 의미 없는 거미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거미는 8개의 눈으로 나를 조합하든 아니면 8명의 나를 만들어 보든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 흠칫 했다. 그런데 정말 그 거미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쳐다보는 느낌을 나에게 주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분명 '스티븐 킹' 같았으면 좀더 확장시켜 그럴듯한 공포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일상속에서의 공포' 말이다. 그는 이야기의 확장 능력이 뛰어난 듯 하다. 처음엔 평온한 삶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돌아가 원초적 공포가 감돌게 한다.
 
이번 스티븐 킹 단편집의 두번째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악수하지 않는 남자>이다. 말 그대로 악수를 하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그 끝이 정말 가관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왔던 것은 이 단편의 구조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스티븐 킹'은  '액자소설'과 같이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옛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악수하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는 소설 속 인물들이 한 노인에게 듣는 이야기이다. 마치 한밤에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것과 같은 현장감이 느껴지는데, 이것 또한 또 다른 긴장감을 감돌게 한다. 그리고 이 노인이 들려주는 <악수하지 않는 남자>의 기괴스러움... 이것이 바로 '스티븐 킹'식의 소설인 듯 하다. 그는 긴장감과 무서움을 주는 것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의 소설에서 풀어 놓는 듯 하다. 비록 단편이지만 잘 짜여진 소설이라 생각한다.
 
두번째 흥미로왔던 단편은 <신들의 워드프로세서>이다. 이거야말로 어렸을 때 상상했을 법한 이야기이다. 마치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전개를 가진 이야기이다. 이 역시 원초적 상상이 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원초적 상상이란...누구나 다 한번쯤 생각해봤을법한 약간은 그저그런 상상이지만, 그런데로 꽤 멋져서 혼자 좀 더 공상속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여, 이야기를 더욱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상상을 뜻한다.(나는 어렸을때 꽤 많은 시간을 공상속에서 있었던 듯...) 누구나 다 '과거로의 회귀' 혹은 현재 겪고 있는 삶의 'reset'을 원할 것이다.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번째로 흥미로왔던 단편은 <서바이버 타입>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뭐랄까. 오감을 자극하는 호러물이다. 또한 단 하나의 궁금증(이 궁금증에 관한 것은 책 뒤에 '스티븐 킹'이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해준다)에 뼈와 살을 붙여 만들어 낸 그런 이야기이다. 내가 느낀 이런식의 상상은 솔직히 이야기의 공포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스스로 머리속에서 재해석하여 새로운 공포를 재창조시킨다는데에 있다. 그러니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데 생각해보면 오싹한 느낌이 드는 그런 소설이다.
 
네번째로 기억에 남은 단편은 <오토 삼촌의 트럭>이라는 소설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의 망상이 주는 공포를 말하는데, 웃긴것은 'x-file'식..혹은 '환상특급'(물론 어느 단편이나 다 마찬가지긴 하지만...)식의 공포이다. 망상이 망상으로 끝나야 하는데 망상이 아닌 실체였을 때 주는 그 느낌...이 이야기는 공포나 호러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면 '스티븐 킹'의 확장 기술이 조금은 색이 바랜 느낌도 들었다. 이야기속의 망상이 흥미로왔을 뿐 전제척인 이야기는 그리 흥미롭진 못했다. 소재도 독특하다고는 볼 수 없을 듯 하다.
 
그리고 이번 역시 부정적인 단편들이야기이다. 먼저 <노나>라는 이야기인데...뻔히 예견 가능해서 그런지 상당히 지루했다. 역시나 피가 튀는 호러쪽에 가까운데 솔직히 말한다면 정말 단순한 이야기이다(하지만..호러라는 장르가 보여주는 '참극'의 묘사는 뛰어나다). 그리고 <할머니>라는 이야기. 이것은 머랄까 불쾌했던 이야기이다. 할머니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들을 공포로 만들어 놓은 이야기인데 무슨 늑대의 탈을 쓴 할머니도 아니고 결론이 억지스러웠다. 하지만 약간의 문화적 차이(서양에서의 손자와 할머니,할아버지와의 좀 먼듯한 관계)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스티븐 킹이 말하는 가족의 결속 같은 것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가족의 결속을 깨뜨릴 가족이 있다면 제거해야하는게 마땅하다는 이상한 결론을 생각하게 하는 재미없는 단편이었다.
 
나머지 단편들은 그저 그랬다.  다만 흥미롭지도 그렇다고 부정적이지도 않았던 소설이 있는데...<고무 탄환의 발라드>라는 단편이다. 이것은 엉뚱깽뚱한 것들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살을 붙여 그럴듯한 모습을 갗춘 그런 이야기인 듯 하다. 소재는 독특했지만, 역시 이야기 전개는 억지스러움이 묻어났다.
 
 
전체적으로 '스티븐 킹'의 단편집에는 괜찮은 소설과 별로인 소설이 같이 공존하는 듯 하다. 물론 다른 작가의 단편집들도 그렇지만, 역시 억지성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심오한 작품일 수 있어서 내가 제대로 못 본 그런 작품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무엇을 놓쳤는지 한번 되씹어 본 그런 단편도 있었지만, 역시나 그 의미를 찾기가 쉽진 않았다. 그러니까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소설도 있다는 것. 나에게는 <비치 월드>와 <우유 배달부>등이 이에 속한다. <비치 월드>는 좀 개인적으로 아쉽다. 도입은 흥미롭지만, 결말엔 씁쓸하다. 하편에서 유일한 SF라 부를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이 단편을 읽으면서 독일의 '라인강'을 소재로한 '로렐라이' 전설이 떠올랐다.
 
'스티븐 킹'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일상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이번 단편집에서는 많이 차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평온한 슈퍼마켓의 분위기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출연하는 호러물 -여기서는 상편의 '안개'라는 소설- 로 재탄생시켰으니 그의 능력은 역시나 대단하다. 하지만 이런 일상속의 공포는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이 있기 전에 인간 스스로가 망상을 만들어 그 속에 가두어버리니, 그 망상은 이기심과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
 
<덧붙임>
 
이것은 역시나 개인적인 느낌이라 다른 분들과 그 느낌이 사뭇 다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역시나 제가 제대로 못 읽어냈을 수도 있구요...^^"
 
상편의 '안개'라는 중편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역시나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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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이 책을 쓴 저자는 [모리 히로시]라는 일본 나고야 공대의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이 책을 냈다 한다.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대학교의 건축학 교수이다. 먼저 이 책은 재밌기는 하다. 그렇지만, 소설의 플롯이라든지 주인공들에게 쏙 빠져들은 흡인력은 약하다. 가끔 추리소설이나 어떤 스릴러 소설들은 소설을 읽고 큰 의미를 던져주진 않는다. 그러한 소설들을 읽고 그 속에서 주제를 찾는 것은 어찌보면 멍청한 짓거리일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의 기반이 인간의 가치나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어떠한 사상위에 갖추어져 있을때는, 일반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심지어 SF까지도 어떠한 문학소설만큼이나 재미와 더불어 크나큰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심지어 심리적 위안거리마저도 얻을 수 있다. 이 작가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윤리적 기반에 사고를 두고 그 위에 과학적 혹은 공학적 소재들로 차곡차곡 조립해나가는데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두가지가 잘 조합되어있지 않고 후반부에 어거지 조립공정을 거친다면 그 소설은 실패한 것이 된다. 이 책이 어거지로 맞추어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조립공정이 독자에게 큰 재미를 못주는데에 좀 실망을 했다. 한마디로 세련되게 추리적 단서들을 던져주지 않은 것에 있다. 그래서 몰입도도 떨어지는 듯 하다. 물론 번역과정에 있어서 딱딱한 번역을 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번역은 무난한것 같다.

하지만, 비록 몰입력에선 좀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이 소설의 소재는 독특하다. <<모든 것이 F가 된다>> 가끔 이런 메세지의 역할이 소설의 반전내지, 이야기 흐름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있지만, 이 소설의 경우 추리를 푸는데 있어서 한 가지의 열쇠가 될 뿐, F가 무엇인지 알고나서 '아 이것이었구나'하며 찬탄이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앞서 언급했듯이 과학적 추리소설이기에 나는 이러한 열쇠나 메시지에 큰 점수를 준다. 그리고 오히려 나를 가장 매혹시켰던 재료는 바로 '감시카메라의 녹화'이다. 어떤 방안에 있는 것을 24시간 내내 녹화해놓는 과학적 방식의 오류를 찾는거야 말로 단순하면서도 과연 무얼까..독자들을 끊임없이 생각의 계곡으로 몰아넣는 그러한 소재인것 같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인 'F'보다 더 공감을 하게되고 이 소설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었지않나 싶다. 또 하나의 이 소설의 거대한 뼈대는 바로 '밀실 살인사건'에 있다. 이러한 추리는 복고적인 추리 경향을 가지는데, 누가 사건을 저지렀느냐보다는 어떻게 사건을 저질렀느냐가 이 소설의 매력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의 밀실은 3중 밀실이다. 첫번째 밀실은 밀폐되어 있는 공간 혹은 방, 두번째 밀실은 그 방이 속해있는 연구센터, 마지막 세번째 밀실은 연구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섬.. 바로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가졌기에 독자들이 현실과 떨어진 상상의 그리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감으로써, 이 소설은 추리적 성격을 넘어서 어찌보면 SF적인 면모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과학적 소재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기도하다.

이 소설은 분명 주제가 있다. 이 소설의 주제를 언급한다고 소설속의 추리적 성향까지 다 까발리진 않는 것이기에 주제에 관해 몇 마디 덧붙이자면, 이 소설의 주제는 '인간의 순수성과 과학의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이기'이다.

인간의 편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더욱 발전된 과학은 점점 시간이 흐르고 문명화되어짐에 따라 독립적이고 상호 보완적이 되어지지 않고, 점점 더 과학에 대한 의존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인간은 과학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 반대로 과학은 인간을 이해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과학이기에 과학은 인간을 생각하지 인간과 더불어 자연을 이루고 있는 다른 무수히 많은 생물들 입장은 더더욱 대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인간이라는 부류속의 개개인 까지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세상에서 천재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에 의해 과학은 더욱 더 발전하고 인간은 더욱 더 그 영역에 종속되어만 갈 것이다. 그런데 천재성을 가진 아니, 천재라고 불리는 그러한 사람들은 과학의 본성을 가지지 아니한, 인간의 본성을 가진 그러한 인물로 이 책에서는 묘사되어진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과학은 하나의 이용가치일 뿐 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에 비극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내용은 '사람들은 과학을 믿지, 인간의 순수성은 믿지 않는다'라는 것에 있겠다. 

참..이러한 주제를 소설속의 추리과정에서 찾는 다면, 그 독자는 추리소설을 그만 읽고 다른 인문서를 읽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러한 주제를 가진 이 소설은 주인공의 회상내지 사건을 돌아보는 순간에 모든 것을 알아서 작가가 정리해주는 나름대로 친절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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