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아프리카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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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소중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된다. 어떤 때는 추억이라는 형태로서 그 기억 자체만으로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또 지식과 지혜로 전환 가능한 경험의 형태로서 기억은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나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약점이 많다. 자기 안에서 왜곡되거나 약간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나 사회적 관계의 영역에서는 그 약점이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기록’이라는 형태로 ‘기억’을 저장한다.

기록 문화의 대표적 예로 ‘글’을 들 수 있겠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면서 그 문자를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지식과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문명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를 토대로 인류는 문자 이외의 기록 형태도 가능하게 되었다. 소리와 장면, 영상 등 생생한 기록의 방식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 세대에 있어 가장 친숙한 기록 행위는 사진이다. 특히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더욱 보편적인 기록 매체가 되었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삶의 모든 순간을 쉼 없이 기록하고 홍보하게 만드는 강박적인 인간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 기록이라는 행위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장르가 되고 콘텐츠가 되어 사람들에게 팔리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게 되었다. 그 증거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여행을 주제로 한 신간 도서들이다. 인터넷 공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많은 사진 이미지들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사진만큼 생생하지는 않더라도 더 강렬한 기억의 흔적과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그림’이다. 많은 여행가들의 기록이 사진이나 글의 형태로 출판되어 나오지만 특별히 화집이나 그림 해설서가 아닌 이상 순수하게 그림이 주가 되는 여행의 기록은 찾아보기가 의외로 어렵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그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드로잉 아티스트 김충원 작가의 아프리카 여행기 『스케치 아프리카』는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여행 당시의 특별한 순간 순간을 크로키를 하듯 빠르게 스케치한 다음, 뒤에 수채화 붓으로 색을 입힌 작품들과 거기에 덧붙은 간략한 글의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연필 선으로만 묘사된 코끼리의 피부 질감이나, 얼룩말 떼가 이동하는 역동적인 장면,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 등은 사진이나 글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깊고 풍부한 인간의 감성의 한 측면을 따뜻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낸다.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는 여행기를 접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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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는 죄가 없다 - 우리가 오해한 신화 속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
나탈리 헤인즈 지음,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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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나면서 접하기 시작하는 세상은 순수한 형태가 아니다. 자연의 흐름과 작용, 사람들의 인위적인 가공이 누적되고 범벅되어 어찌어찌 형태를 이룬, 아니 지금도 이루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보거나 낯설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나 이야기의 이면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배경이나 이야깃거리, 원인, 재료가 숨어 있거나 의도적으로 가려져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표면의 시대에 농락당한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는 한두 가지 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수히 그런 과오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그 사람의 이면을 접하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반성을 하거나 그런 과오를 합리화한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판도라는 죄가 없다』는 신화 속 이야기들의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바로 그런 취급을 받아왔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그리고 신화나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현실의 반영이라고 봤을 때, 그것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각 시대의 여성들이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책 제목의 주인공인 판도라만 해도 상당히 편향된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우리는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만 알고 있지 그녀가 왜 그런 운명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서,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녀의 삶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나? 만약 온갖 재앙을 세상에 퍼뜨렸다면 그 이후의 그녀의 삶은 어떠했는가? 단순하게 생각해도 여러 궁금증들이 떠오르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메두사도 마찬가지다. 메두사가 목이 잘리는 이야기의 완결에서 그동안 부각되었던 인물은 오로지 페르세우스뿐이었다. 메두사의 이미지는 어떤 종류의 내러티브도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겉모습과 보는 이를 돌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에 묻혀 메두사라는 캐릭터 자체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게 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메두사라는 이름의 의미에는 수호자나 지배자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중에서는 메두사가 죽으면서 흘린 피에서 탄생했다는 페가수스가 어쩌면 메두사의 피를 이어받은 후대를 상징화한 것일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자신이 죽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는 관점으로 볼 수 이는데, 메두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한 가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초기 그리스 신화가 창작될 당시와 후대의 작가들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각색하는 과정에서 신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어왔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주로 창작자의 욕망과 시대의 관점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시오도스나 에라스뮈스, (너새니얼)호손, 이솝 등의 인물이 오역이나 의역 등을 통해 이런 사례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우스, 헤르메스, 에피메테우스 등이 이들로 인해 판도라와 관련하여 일종의 대중적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것이 고정된 이미지로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를 다른 관점으로 읽는 하나의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전을 읽을 때조차 어떤 틀이 작용하여 제한된 해석에 갇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리스 신화야말로 그런 함정이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대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역적 추론보다 발굴된 자료를 분석하여 신화의 이면을 밝혀내는 과정이 훨씬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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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 700만 년의 역사가 알려주는 궁극의 식사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지음, 조윤주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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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전에 KBS의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식사할 때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람이 나오는 비디오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 비디오를 틀어놓은 채 화면 앞에서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장면은 그 당시에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비디오는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유행하지는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혼밥, 혼술 같은 문화는 우리나라에 아직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인터넷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되고, 나아가 더욱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은 유튜브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그 이전에도 'UCC'라는 이름으로 사용자가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는 문화가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영상을 올릴 수 있게 해준 유튜브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혁명 그 자체였다.




그 혁명의 중심에서 어느샌가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킨 것이 바로 ‘먹방’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공중파 방송에서 한 어린 아이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올리기 시작한 것 같은데,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몰라도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먹는 모습, 음식을 만드는 모습 등이 주요 관심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로 매우 많은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했다. 그저 맛있게 먹는 모습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었던 현상은 그 양상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심지어 사람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음식이나 보통의 사람은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혼자 먹는 것으로 사람들의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 기묘한 현상까지 일으켰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먹방’ 문화가 자리 잡게 된 배경을 길게 돌아본 이유는, 이번에 출간된 『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식’의 역사적, 문화적 기원을 탐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별히 인류 진화의 역사를 돌아보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식사’란 무엇인가를 되짚어본다. 그 이유는 지금 우리 인류가 처해 있는 식문화가 상당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일본의 한 음식 다큐멘터리 5부작을 책으로 재구성한 것인데, 특별히 다이어트를 위한 ‘저탄소화물 식단’의 유행이 불러온 사회 문제에서 시작하여 인류가 이제껏 진화해온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음식’과 ‘식문화의 진화론적 혁명’에 있다는 사실을 통찰하는 더 깊고 풍성한 내용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5장은 이 책의 중심 질문인 이상적인 식사에 대한 결론을 다루고 있고, 앞의 네 장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인류의 폭발적 진화를 도운 네 가지 영양소를 집중 탐구한다. 탄수화물, 나트륨, 지방, 알코올이 그 주인공들이며, 이 영양소들이 처음에는 인류 진화를 이끄는 원동력이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섭취의 불균형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로 변질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것을 어떻게 제자리로 돌릴 것인지 차근차근 따져보고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을 만든다’라는 어느 미식가의 유명한 말이 있는데, 말 그대로 우리가 지금 먹는 음식의 구성을 과거 우리 조상들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바로 그 식단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한 마디로 균형 잡힌 식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는데, 그 근거가 초기 인류가 살았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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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습관 -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세계 엘리트들의 공통된 9가지 습관
오카다 아키토 지음, 이정미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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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포인트는 특정한 공부법이나 학습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행위가 더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나 습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하는 9가지 배움의 틀 가운데 5번째인 ‘기록하기’ 같은 경우는 학습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기초적 지식과 실천의 방법으로서 ‘배움의 틀’이 기본이기 때문에 적용의 범위는 보다 넓다.

이 책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배움의 본래 모습은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배움이란 한정적인 개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것을 테스트를 통해 얼마나 많이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수치화하는 것이다.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더 좋은 학교나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배움이란 “인생의 모든 일에서 기초”가 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다루는 배우는 습관의 핵심으로 얻을 수 있고 얻어야 하는 것은, 공부뿐만 아니라 일과 취미 등 인생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배움을 “인풋과 아웃풋이 한 묶음”으로 정의한다. 학습에 있어서 인풋과 아웃풋의 중요성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강조된 바 있다. 그리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저자는 여기서 조금 더 실존적인 의미로 이 묶음을 비유한다. 바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생존 활동 중 하나인 ‘들숨과 날숨’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배움을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활용의 차원을 넘어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 나아가 더 발전할 수 있고 계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배움의 틀을 자신의 오감을 활용하여 익힐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재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머리의 좋고 나쁨은 배움의 틀을 익히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엘리트들의 공통 요소로 뽑아낸 배움의 틀이라고는 하나, 이것을 적용하여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실천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관찰과 경청, 생각, 모방, 기록, 의견제시, 질문, 비판, 퍼포먼스라는 방법론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바로 배운 것을 다시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풋과 아웃풋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더라도 더 중요한 비중은 아웃풋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처음부터 인풋을 제대로 하면 더없이 좋겠으나, 결국 그것은 결과로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웃풋의 과정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올바른 인풋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결론은 내 식으로 정리하자면 ‘능동적인 아웃풋의 실천’이다. 이것을 가장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일기’라고 생각한다. 그날의 모든 경험과 정보가 표출될 수 있는 일종의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5번째 파트인 기록하기에서 소개하고 있는 ‘4행 일기’라는 것이 9가지 배움의 틀 중에서 가장 부담없이, 그러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트레이닝 항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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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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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서, 인간들이 서로 증오하고 싸우면서 벌어진 내전으로 비롯된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그 시나리오는 누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인간들이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고 우위에 서려고 하는 특유의 욕망이 자연스럽게 그런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 것이다.

폐허가 된 지구에서 뜻밖의 종이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다. 그것은 바로 쥐다. 쥐는 평소에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나 숲속에 거주하는 생명체다. 하지만 인간들이 가장 싫어하면서도, 또 한편에선 인간을 위한 실험 수단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온갖 고통과 죽음의 위기를 넘기면서 인간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친, 인류에게 장차 위협이 될 쥐 ‘티무르’의 등장은 어떤 형태로든 인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뉴욕 도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방주의 역할이라고도 할 수 이는 ‘프리덤 타워’ 내 부족들 간의 반목과 대립이 격화되는 과정은, 작가의 전작인 ‘파피용’에서 보여주었던, 지구를 탈출한 우주선 ‘파피용’ 내부의 구성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갈등을 일으키고 종국엔 전쟁을 일으켜 공동체의 자멸을 일으키는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고양이 바스테트는 깨달은, 여왕보다 더 가치 있는 ‘예언가’라는 소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도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아브라함, 모세, 차라투스트라, 부처, 예수의 뒤를 잇게 될까? 그들에 걸맞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추구해야 될 가치가 무엇이고, 이것을 가르쳐줌으로써 동물과 인류를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 종간 대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쥐들의 최후 공격에 대비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의 자존심이나 경쟁심 같은 터무니없는 이유들로 “쥐들의 공격을 받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한” 상황, 다시 말해 큰 위기를 겪어낸 살아남은 자들 사이에서조차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갈등이 급격하게 전개되는 것은 조화와 협력으로 지금의 거대한 문명을 이룩한 인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위기의 순간에 해결책을 찾기보다 먼저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고 희생양을 만들어 자기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인간의 작동 방식 등은 고양이 바스테트에게 인간은 소통이 아닌 소음만을 생산하는 매우 비상식적이고 어리석은 생명체로 비치게 만든다.

이 소설의 결말에 다다르면서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쥐들의 반란으로 인간에 대한 신의 최후의 심판이 대신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판이 이루어진 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바스테트 일행이 쥐들의 위협을 물리치고 모든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안정적인 세계로 돌아간다면, 바스테트의 소망대로 모두가 소통하며 배려하는 가운데 인간, 동식물, 곤충, 조류 등 종의 구분을 의식적으로 짓지 않고 지구라는 행성 단위로 생명체를 인식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직도 바스테트의 모험은 아직 한참 남은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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