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유전자 -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대하여
요아힘 바우어 지음, 장윤경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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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연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인간의 설계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유전자의 특성과 원리를 연구하여 잘 이해하게 된다면 그 다음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현상이나 존재가 발견되고 보완되고 일반적인 사실로 인정되는 지식의 여정의 끝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간과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앞서 질문한 것처럼 유전자를 비롯한 생명공학 분야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으며 지금도 많은 새로운 것들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리처드 도킨스 같은 사람들의 주장은 정말 의아스러울 때가 많다. 목적이 종교를 말살시키려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종교적 진리가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서로 협력하게 하고 공존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해 그런 문화들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종교의 의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상실시키고 그 자리를 인간의 이성이나 합리적 사고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이미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대상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인간에게 있는 이중적 본성, 선과 악 또는 이기심과 이타심의 균형을 파괴하려는 것과 다름 없는 악랄한 시도다. 유전자의 목적이 생존과 대를 잇는 것이라면 당연히 상황에 따라 이기적일 수도 있고, 이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하나의 개체로 살아가는 것이 불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것 때문에 기나긴 역사 속에서 유전자가 선택한 협력이나 공감의 전략은 꽤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것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가장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성이라는 가치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 책은 인간이 도덕적 존재로서 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받아들인다면, 과연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그 능력 유전자 단계에서 어느 정도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자가 보여주는 협력자, 소통가로서의 특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결과적으로 사회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고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는데, 한마디로 유전자는 좋거나 나쁜 유전자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좋은 유전자, 나쁜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외부 영향을 통해 좋거나 나쁘게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동안 멘델의 유전 법칙이 잘못 적용되면서 유전자가 결정론적 요인으로 오해되고 있었지만, 점점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마음과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정신과 물질의 관계성이 과학적으로 점점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삶의 자세는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선한 행동이 행복한 삶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감과 협력, 상호소통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유전자의 선택은 그 반대의 선택을 한 유전자들보다 더 우위에 있으면서 인간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종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비록 완전한 평화는 이룰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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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 뇌를 누비는 2.1초 동안의 파란만장한 여행
마크 험프리스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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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뇌 과학 관련 책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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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 뇌를 누비는 2.1초 동안의 파란만장한 여행
마크 험프리스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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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과학 관련 대중교양서적들이 꽤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fMRI'라고 하는 뇌영상 촬영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뇌의 활동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뇌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이전에 비해 더 수월해졌고, 그에 따라 관련 연구 결과물도 그만큼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마음이나 생각, 의식을 주제로 한 책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검색만 해봐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스파이크』 역시 같은 영역을 다루는 책이긴 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fMRI만으로는 상세히 파악할 수 없는 신경세포, 즉 뉴런이 방출하는 ‘스파이크’의 이동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파이크’란 뉴런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다. 인간의 신체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특히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뇌 속 신경세포에서 전기 신호인 ‘스파이크’가 작동하는 2.1초의 순간을 낱낱이 밝혀나가는 과정은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여정에 동참하는 재미를 준다.

쿠키 하나를 집어먹기 위해 손을 뻗는 과정은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단순한 행위에 불과하지만, 이 행위가 성립하기 위해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 편의 대서사시를 방불케 한다. 우선 눈으로 쿠키를 본다. 그리고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주변에 방해 요소 여부를 확인한다. 손을 뻗는다. 이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하기 위해 뇌 속에서 수십억 개의 전기 신호가 목적을 위해 연결되고 사라지고 합쳐지고 나누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것을 연구한 뇌 과학자들의 인내심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시스템 신경과학이라는 연구 방식을 통해 뉴런의 집단 활동을 파악한다. 뉴런들의 집단 활동, 즉 연결 형태나 협업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다. 뇌를 구성하는 뉴런(뇌신경 세포)의 숫자가 무려 800억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서 이 책이 다루는 쿠키를 집어먹으려는 단 2.1초 간의 행위에 작동하는 뉴런의 전기 신호가 20억 번이라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암흑뉴런’이라 이름 붙여진 영역이다. 이는 천체물리학에서 말하는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나 ‘암흑물질’을 연상하게 하는데, ‘암흑뉴런’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을 보면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즉 자세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우주의 많은 어두운 부분이 직관적으로는 공간의 낭비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암흑 영역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지는 시점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내용이 다소 어렵긴 하지만 중간에 삽입된 그림 자료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읽고 금방 무슨 내용인지 모르더라도 그림을 통해 어떤 개념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려는 배려가 엿보인다. 그림을 보고 다시 글을 읽으면 좀 더 선명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의식이나 마음, 생각, 감각, 기억, 느낌 등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명 현상이지만, 기원이나 목적에 대한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어 인류 최대의 지적 난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조금씩 현상에 대한 설명이 쌓여가고 있다. 책에는 스파이크의 작용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프랙털 개념도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자기복제적 특징이 우주와 인간을 한 맥락으로 연결하는 것으로도 생각되어 더 신비롭기만 하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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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 윌리엄 제임스의 운명과 믿음, 자유에 대한 특별한 강의
윌리엄 제임스 지음, 박윤정 옮김 / 오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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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식견으로 자신의 가능성과 숨겨진 가치를 미리 차단해버리는 것은 너무나 큰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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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 윌리엄 제임스의 운명과 믿음, 자유에 대한 특별한 강의
윌리엄 제임스 지음, 박윤정 옮김 / 오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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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살았던 19세기 중후반의 미국은 유럽 수준의 산업자본주의 단계로 빠르게 접어든 시기이기도 했다. 경제와 문화가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혼란도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다룬 ‘삶의 가치’라는 문제가 하나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로 떠오를 만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난제이긴 하나 단기간에 급격한 경제적, 정치적 변동이 일어나는 사회에서는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당시에 자살율이 꽤 높았던 것 같다.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다시 “삶의 짐을 떠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말로 설득해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저자가 살아 있을 당시 미국은 해마다 자살하는 사람이 평균 3,000명 가량 되었다고 한다. 마치 현재 자살률 1위라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의 상황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유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꽤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나온 질문이 바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을 다룬 강연은 ‘하버드대학교 기독교청년회’에서 했던 내용이라고 한다. 즉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생각과 고민, 연구로 똘똘뭉친 집단을 대상으로 자살과 삶의 가치라는 문제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강연의 주제와 내용으로 인해 어쩐지 기독교적 해법이 주요 대안으로 제시될 것 같지만 저자는 놀랍게도 오히려 종교적 조언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오히려 더 의미 있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깨닫게 해줄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종교적 성찰은 기질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에게는 의미를 도출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반대의 기질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우울과 염세주의로 빠지게 할 위험이 다분하다고 한다. 현실에서 너무나 많은 모순을 목격하고, 난제에 적절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당시에는 이런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저자는 무한의 이득, 약간의 희생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삶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세상이 절망적으로 여겨질 때, 과연 그것이 전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그 모든 부정적 요인들이 더 큰 세계를 보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광활한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지혜는 너무나 하찮다. 좁은 시각으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 혹은 숨겨진 가치를 미리 차단해버리는 것은 너무나 큰 손해라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수많은 과학적, 철학적 사유와 발견의 사례를 논증하면서 삶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차라리 죽겠다는 그 마음으로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그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전력을 다해볼 것을 제안한다.

학문과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더 많은 차원의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보는 것과 아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 세계나 동양의 기라는 개념 같은 것도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지점까지 와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삶에 대해 쉽게 단정하고 가치를 폄하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 항상 의심해야 한다. 새처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온 몸으로 부딪혀 깨고 나와야 하나의 생명이 온전하게 탄생할 수 있듯이,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것도 그만큼의 노력과 시련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자유도 마찬가지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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