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사회 - 진정성에서 프로필성으로
한스 게오르크 묄러.폴 J. 담브로시오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생각이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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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유행을 넘어 사람들의 삶에 핵심적인 요소가 되면서 가장 크게 문제로 부각된 것이 바로 진짜 자기 삶이 아닌, 가짜 삶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남들에게 보여지기를 원하는 이상적인 삶을 연출하기 위하여 갖은 애를 다 쓰는 가운데,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인해 정신적인 붕괴까지 경험하게 되는 사회병리적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경험을 페이스북이 등장하기도 전에 한 바 있다. 싸이월드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방문자수에 집착한 나머지 자극적인 게시물들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도가 지나치다 못해 범죄 수준에 이르는 시도들도 적잖이 목격할 수 있었다. SNS에서 타인의 호응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여 제대로 된 한 장, 한 장면을 만들어내려는 무모한 시도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위와 같은 지나친 사례가 아니라 하더라도 SNS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생활 이미지들이 본래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경제적 이득까지 취하는 반면, 어떤 이는 최소한의 자기 만족도 얻지 못하면서 허술하게라도 꾸며진 일상을 계속해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새롭게 일깨워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인터넷 시대의 부자연스럽고 진짜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SNS 라이프’가 꼭 그렇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이런 ‘보여지기 위한 삶’의 사회문화적 현상은 얼마든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심지어 우리가 굳이 인플루언서의 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기본적인 온라인 활동만 한 꺼풀 더 벗겨보면 이 책이 말하는 ‘프로필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이 말하는 ‘프로필성’은 ‘보여주기 위한 정체성’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 프로필 메커니즘이란 ‘보정과 편집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특징은 프로필성으로 상호 소통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시대를 초월하여 인류가 ‘정체성’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해왔고 구축해왔는지를 살펴보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가치 기준으로 대접받은 진정성과 성실성뿐만 아니라 프로필성이라는 것도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한동안 진정성이 무슨 유행처럼 중요시되고 최고 가치인 것처럼 거론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실체가 모호하다. 저자는 진정성이 곧 정체성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진정성 역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대가 변하면서 진정성의 자리를 프로필성이 대체해 가고 있을 뿐임을 차분하게 논증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성실성이라는 것도 집단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위한 사회문화적 압력에서 나온 인위적 미덕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인들이 다양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진정성과 성실성이 그것을 명확하게 해주는 평가 항목처럼 대접받아왔다는 점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지적한다. 도덕성 역시 마찬가지 맥락으로 프로필성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초고도화된 네트워크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유대감을 키우고 집단의 힘을 강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진짜 자기 모습이라는 가치는 어쩌면 너무나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가 생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 시대에 떠오르고 있는 화두인 진정성보다, 내가 어떻게 보여지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욕망의 구체적 형태인 프로필성이 더 진정성을 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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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전호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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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사상을, 그가 살았던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연결시켜 설명해주기에 더 유익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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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전호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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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보통 동양의 고대 사상가들인 맹자, 순자, 고자 등을 논한다. 맹자는 성선설, 순자는 성악설, 고자는 성무선악설을 주장했다. 이 책의 제목이 『맹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맹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사유 세계 및 체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제가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이다. 이 말은 맹자의 사상이 오늘날 정치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드러나지 않은 의도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맹자의 사상은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해보면 독특함을 넘어선 위험한 사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인간의 우선순위를 백성, 사직, 임금 순으로 보았다. 그래서 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일은 사회의 가장 낮고 약한 자들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혁명적인 생각이다. 혁명적인 사상으로 당대의 권력자들로부터 핍박받은 2,000년 전 유대 땅의 예수라는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맹자는 혁명과 개혁의 상징이다. 그래서 지금 세상에 만족하는 사람에게는 맹자의 사상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올바른 정치가 구현되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에게 맹자는 반드시 거쳐가야 할 단계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맹자가 왕도정치뿐만 아니라 일종의 ‘혁명론’을 주장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주장한 왕도정치라는 기준에 어긋나는 군주라면 아래로부터 뒤집고자 하는 감정이 일어나는 것과 구체적인 저항의 시도가 명분과 당위성을 가진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왕보다 백성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했던 맹자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논리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자는 왕도정치와 혁명에 대한 사상이 현실에 구체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근거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맹자의 사상은 인간의 선함, 즉 도덕성을 확신한다는 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 공자를 계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유가 사상의 체계를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식도 제공하고 있다.

사상이란 현실과 연결되어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런 점에서 맹자의 사상은 탁상공론이 아니다. 그의 사상의 중심에 ‘민생구제’라는 뚜렷한 정치적 제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의 왕도정치나 혁명론, 성선설은 모두 이 목표를 향해 있다. 물론 저자가 말하듯이 혁명의 주체를 백성이 아닌, 권력자에서 또 다른 권력자로 이동하는 관점으로 보았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는 있다. 그래서 오늘날 적용하기에는 어느 정도 시대에 적합한 변환 작업이 필요하다.

이 책은 맹자의 사상을, 맹자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연결시켜 설명해주기에 더 유익하다. 예를 들어 맹자가 활동했던 시기는 당시 기준으로 과학 기술이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었으며 이에 따른 폭발적인 생산성의 증가로, 단순 수치로만 보면 매우 풍요로운 시대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모든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보다 권력자들의 탐욕과 이익을 위한 전쟁과 폭력의 기반으로 활용되었다는 데 있다. 풍요는 폭력의 시대를 위한 재료가 되었던 것이다.

이른바 약육강식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던 시기에 맹자는 엉뚱하게도 확고한 전쟁 반대론자로서 평화로운 방법을 중원을 통일할 아이디어로 내세우며 온 세상을 돌아다녔다. 결국 당대에 뜻을 펼치지 못한 채 글과 제자를 남기고 간 맹자는 오히려 후대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위대한 사상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남긴 사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상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몽상가의 그것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맹자의 매력은 상대가 누구이든, 듣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는 점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별다른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고집스런 신념의 삶을 평가하면서 쓴 저자의 표현이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현실 속에서는 패배했으나, 역사 속에서는 승리’를 거머쥐고 있는, 역사상 가장 독특한 사례 중 하나인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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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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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 업인 저자의 관점에서 집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흔적이 담겨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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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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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원래 의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집’이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투자 대상으로 더 많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내집마련’의 꿈을 갖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 집이 아닌,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며 여러 번의 매매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산을 늘리면서 최종적으로 좋은 집에서 사는 그림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소수의 승리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빚에 허덕이며 온 삶을 소진하게 되고 만다. 그래서 하우스푸어라는 말도 나온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은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그런 의미의 집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은 집에 대해 역사적, 철학적 의미에 더하여 공간의 개념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 연결되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다루고 있으며, 비교적 독자들이 읽기 쉬운 일상의 언어로 탐구한다.

건축 개념이 들어서기 이전의 인류는 자연환경에서 적당히 몸을 피하고 쉴 곳을 발견했다. 동굴 같은 장소가 그에 해당한다. 그러다가 우리가 학교에서 보았던, 선사시대의 움집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디스커버리채널 같은 데서 아무 도구나 지원 장비 없이 내던져진 탐험가가 주변의 자연물을 이용해 셸터를 만드는 그런 방식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사례를 통해 인류의 초기 조상들이 경험했던 최적의 삶의 공간에 대한 감각이 일종의 본능적 그리움으로 내면화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집은 인간에게 위로의 공간이기도 하다. 피로한 몸을 쉬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모된 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안식의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요즘처럼 외부 환경과 차단된 인공적 고요함이 아니라, 자연과 연결된 집의 의미를 돌아본다. 마치 시골집이나 마당 있는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비 오는 날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바람 소리, 나무라도 한 그루 심어져 있으면 거기에서 떨어지는 열매나 떨어지는 잎사귀 소리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이 있는 고요함을 상기시킨다.

공간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은 ‘억제’나 ‘여유’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최적으로 지킬 수 있는 적정 공간의 면적을 확인하고 실제 삶에 반영한다. 너무 큰 집에 살았던 사람은 집 사이즈를 줄인다든지, 집 구성원의 형편에 따라 가장 필요한 집의 형태를 구현한다. 저자가 발견한 최적의 생활 면적은 12평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사색이 담긴 문장들 사이사이에 다양한 현대 건축물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대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건축물도 애초 설계의 목적은 사람이 사는 것이었는데, 그런 역사적 건축물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관광지로 변해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살아야 되는 집이 ‘보는 집’으로 변질되어 있다는 점은, 마치 앞에서 언급했던 우리나라의 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겹쳐 보인다.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을 업으로 삼는 저자의 관점에서 집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흔적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환경 오염 및 자원 고갈과 관련하여 유일한 미래 대안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 재료는 나무뿐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월이나 재난에 대한 내구성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 나도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려주면서도 이웃과 환경, 지구의 미래를 돌보는 데까지 동참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스위트 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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