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소셜리즘 - 불평등·AI·기후변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는 어떻게 형성될까?
브렛 킹.리처드 페티 지음,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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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정재승 교수가 방송에 나와서 한 말 중에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이 기본소득에 관한 것이었는데, 기본소득 아이디어의 배경에는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간이 더 이상 생산으로 기여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소비로라도 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나왔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말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인간 입장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관점에 다소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면 그리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은 노동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생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초기 인류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로서의 노동이 인류 생존의 필수 조건은 아니었다. 최소한의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활동이었지, 노동이 인간의 의무로서 격상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계급사회에서는 주인과 종의 관계로 노동행위가 성립했기 때문에 지금과는 의미가 다르다.

이 책이 말하는 내용 중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로봇이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기존에 인간이 노동 영역에서 맡고 있던 여러 역할들을 거의 다 대체할 수 있게 되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 세계가 반드시 로봇이 모든 노동 영역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노동 행위로는 더 이상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소득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멸종해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기존의 가치체계와 사고방식에 비추어보면 인간이 결국 필요없는 존재가 될 것은 분명하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존 가치관에 입각한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생산과 소비라는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포기할 수는 없다. 역사상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시스템임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노동에 대한 관점에 큰 변화를 줄 수밖에 없고, 그 이유는 공교롭게도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노동이나 자본주의뿐만이 아니다. 정치, 사회, 문화, 교육, 환경 모든 부분에서 거대한 인지적 혁명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로봇 및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기본 가치가 더욱 공동체적인 것으로 변화되리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이것을 “미래는 기술이 중심이 되고 집단적 사회의식과 목적이 중시되는 세계가 될 것”이라고 표현한다. 지금의 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살 수 있다는 인식으로, 공동체적 가치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이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과 대답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핵심 포인트라고 보았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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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게임 -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 원칙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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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개념이 있다. 우선순위를 통한 효과적인 시간관리 방법으로 잘 알려진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라는 것이다. 보통 중요도와 시급성으로 꼭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의 순으로 할 일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당연히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은 직접 할 일에서 제외시킨다. 이 개념이 떠오른 이유는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두 가지 개념, 즉 ‘무한게임식 사고방식’과 ‘유한게임식 사고방식’이 비슷한 가치기준을 공유하고 있다고 느껴서이다.

책 제목이 『인피니트 게임』인 만큼 저자는 당연히 무한게임식 사고방식과 실천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한게임식 사고방식이 만능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세상 일은 유한게임적 요소와 무한게임적 요소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두가 함께 이익을 얻고 행복할 수 있는 궁리를 하는 사고방식을 ‘무한게임식 사고’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가 개인, 기업,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알기 쉬운 예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예를 들면서 무한게임식 사고와 유한게임식 사고가 어떤 차이를 낼 수 있는지 설명한다. 단기적인 성과와 시장 점유율 등의 수치적인 이익에만 치중한 경영자로 인해 빌 게이츠가 구축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정신과 근간이 흔들리고, 무한게임식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애플에게 시장에서 역전당하는 과정은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혹은 생태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관점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되었다.

이 책은 또한 녹색평론사에서 출간되었던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도 생각나게 했다. 이 책이 말하는 유한게임식 사고는 곧 성장 중심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최고의 가치기준을 ‘성장’에만 둘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경쟁, 승자, 패자라는 구조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회든 어떤 하나의 주체는 영원히 성장하지 못한다. 흥망성쇠가 있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특히 요즘처럼 예기지 않았던 사태로 인해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성장한 기업들은 앞으로 역풍을 맞을 확률이 높다. 물론 ‘성장’에 기준을 둔다면 말이다.

무한게임 사고방식의 참여자는 플레이를 지속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 게임 전체에 유익한 효과를 부르는 선택을 해나간다. 이들은 경쟁하지 않는다. 이기고 진다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줄, 도움을 줄 무언가를 궁리한다. 따라서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기업은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닌 사람들이 사고 싶은 상품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둔다. 만드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사는 사람, 사용하는 사람 모두가 이득을 취하는 구조를 선호한다. 단기적 성과에 목매지 않는다. 다음 분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사회와 국가에 선한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압도하는 가치에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한게임식 사고방식은 이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러하다. 이러한 불균형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자기만 생각하게 하며, 성공의 기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면서 세상을 기만하게 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모든 행위를 게임에 비유한다. 하지만 그 게임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시스템, 모두가 삶의 보람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 세계관으로 설정된 게임이다. 이 게임의 규칙에서 경쟁이나 승리 같은 개념은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미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는 더 큰 관점에서,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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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 - 종족, 계급, 전투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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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나 판타지 계열의 소설을 쓰기 위한 세계관의 기본적 구조와 개념 구축을 다룬 ‘생성 편’에 이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구동 편’에서는 우선 등장인물들의 구체적 행위 장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탐구한다. 저자는 먼저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거시적 관점은 그 싸움 장면이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고려하는 것이고, 미시적 관점은 해당 싸움의 장면 그 자체의 세부적인 묘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거시적 관점은 전쟁의 전반적인 흐름, 미시적 관점은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개별 전투들의 양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것은 싸움뿐만 아니라 특정 행위를 묘사하는 데 있어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정 행위가 전개되기 위해 필요한 장치가 있는데 우선 물리적 환경이다. 앞서 언급한 싸움의 경우 실제 격투가 벌어지는 데 적합한 공간과 장치의 설정들을 미리 고려하는 것이다. 싸움은 구체적인 신체의 움직임으로 묘사되는데, 이런 움직임은 주변 공간과 그 안의 사물들의 배치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캐릭터의 행동 반경을 자유롭게 하거나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물의 주관적 경험이라는 내적 장치를 통해 해당 격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드러내는 효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속도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에서 속도감이란 독자 입장에서 사건을 경험하는 속도를 의미한다. 여기서도 거시적 감각과 미시적 감각이라는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작품의 전반적인 속도감은 저자가 의도하는 주제와 메시지에 따라 평균적으로 빠르거나 느리게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전개되는 개별 에피소드들은 작품 전체의 흥미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긴급하고 박력 있는 전개로 독자를 흥분하게 할 필요가 있는 지점에서는 급발진하듯 빠르게 몰아부치는 속도감 있는 문체가 요구된다. 반면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한 밀도 있는 전달이 필요할 경우에는 시간이 늘어지는 감각이 들듯이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효과를 줄 수 있다.

작품의 흥미로운 전개 중 하나는 주요 등장인물의 신념이나 정서, 태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다. 저자는 여기서 이런 변화의 요소를 주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현실을 통해 등장인물이 가진 믿음이 변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목적을 위해서라면 불가피하게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주인공이 사건을 겪으면서 오히려 그런 자신의 믿음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마음가짐을 바꾸는 경우다. 둘째는 상황 자체에 급격한 변화를 주어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서 주인공이 행동 기조를 바꿀 수밖에 없는 경우를 설정하는 것이다. 셋째는 등장인물의 삶에 새로운 인물을 끼워넣어 세계관이나 관점, 성격이 영향을 받아 변화된다는 경우다.

SF나 판타지의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것은 작가로 하여금 일반 문학 장르보다 더 큰 권한을 부여받은 느낌을 준다. 한마디로 기독교의 창조주와 같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성보다 내적 일관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이 더 와닿는다. 한편 ‘구동 편’의 후반부는 작품의 내적 얼개가 되는 종의 기원, 역사, 정치제도 등 구체적인 세계관 설정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생성 편’에서 다루기에 더 적합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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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 - 숨어 있는 욕망을 찾아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힘
루크 버기스 지음, 최지희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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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든 이기주의든 그 중심에는 자기 중심의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 혹은 성격을 강조한다. 아니면 최소한 나는 다른 사람한테 휘둘리지 않는다 혹은 다른 사람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시크하고, 쿨하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아무리 천상천아유아독존류의 자존심 혹은 자신감을 내세워봤자 사람은 사회라는 시스템을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어떤 개인이든 다른 사람의 영향 혹은 외부 집단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개성을 강조하거나 타인에게는 무관심하다는 듯 자기 중심주의의 말이나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모순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는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의 격언이 있다. 어떤 것이든 그 이전에 존재했던 것을 기반으로 해서 변형이 되거나 합쳐지거나 감해지는 방식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이라는 말에 이끌리고, 그런 감각을 발산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새로운 가치나 의미를 만들어낸 것처럼 거들먹거린다. 이들도 앞서 언급한 자기만의 멋에 빠져 드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전부 타인 혹은 사회의 부산물에 빚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 책은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진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욕망’에 관한 문제다. 첫 페이지부터 읽어가다 보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표현이 ‘욕망’, ‘모방 이론’, 그리고 ‘르네 지라르’다. 저자는 모방이론으로 유명한 르네 지라르의 사상과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의 욕망이 실은 하나도 우리 내면에서 비롯된 게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것은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입증되는 통찰이기도 하다. 욕망이 내면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깨달은 저자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힘을 쏟는다.

매우 개인적인 차원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인간의 욕망이 전적으로 타인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은 기분이 나쁘거나 충격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자유의지 같은 것은 없고 오로지 수동적인 것만이 본능의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모방 본능이 오히려 인간성의 본질을 보여주는 핵심 척도라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자유와 인간성에 관한 관계적 이해”의 관점이야말로 인간의 사회성과 본능적 욕망의 근거를 가장 바르게 정의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필요와 욕망을 구분함으로써 인간의 내면 세계가 어떤 단계로 진화했는지 보여준다. 인간은 (생존)본능에 따른 필요의 단계가 충족되면 욕망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때 작동하는 것이 바로 ‘모방’이라는 기제다. 이것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헌상으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성경의 첫 번째 유혹 사건인 뱀과 하와의 선악과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은 욕망하기 위해 우선 욕망을 모방할 모델을 찾는데, 우스꽝스럽게도 그 근본적인 이유는 스스로를 타인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결국 서로를 모델로 삼는 모방 욕망은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충돌의 결과는 폭력이다. 좀 세련되게 풀린다면 끝없는 경쟁 정도이다. 욕망의 본질이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모방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이것은 우리가 극복하거나, 최소한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며 욕망을 발현하는 인간의 특성을 역이용하여, 자기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고 하지 말고, 반대로 타인이 바라는 것 혹은 욕망하는 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해보라는 역설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왜냐하면 결국 내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듯이, 내가 보고 있는 동시에 나를 보고 있는 그 타인도 나의 욕망을 모방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을 위한 노력이 한 바퀴 돌아 결과적으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무엇보다 인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성, 곧 집단을 이루어 생존력을 높인 인류의 역사가 이제는 개인주의라는 돌연변이를 만나 집단과 개인이라는 이중성의 특성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변화의 핵심을 르네 지라르라는 탁월한 학자의 문화 이론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해석하고, 나아가 문제의 대안까지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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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과학 - 나와 세상을 새롭게 감각하는 지적 모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사라 에버츠 지음, 김성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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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떤 것이든 양면성이 있다. 곧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다. 같은 일이라도 사람의 성향이나 입장에 따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반대로 역겨운 것으로 느끼기도 한다. 심지어 한 사람의 내면에서도 상황에 따라 반대의 감정이 일어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땀’이 아닌가 싶다. 땀은 노력과 성실, 정직과 정성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땀의 이러한 특성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창 장마철을 지나고 있는 요즘,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책이 출간되었다. 상황에 따라 느낌이나 가치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땀이라고 했는데, 요즘처럼 끈적끈적한 땀의 느낌 때문에 불쾌감이 극에 달하는 시기는 없을 것이다. 도저히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땀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또 소중한지 알려주는 책이 이번에 출간된 『땀의 과학』이다. 그런데 번역된 제목보다는 원제인 ‘땀의 기쁨’ 혹은 ‘땀 흘리는 즐거움’이 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먼저 땀으로부터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음식이나 성분에 집착하는 것이 있다고 하자. 그런 우리가 만약 어떤 잘못을 저지른 후 몰래 감추고 있다면 그것이 땀 때문에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땀으로 인해 우리의 범죄가 들통날 수 있도록 남기는 첫 번째 단서가 바로 지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지문이 사물의 표면에 남는 이유가 땀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어떤 행동의 결과가 우리 몸에서 새어나오고 있다”고 표현한다. 또 우리가 어떤 음식이나 성분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면 이 또한 땀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한다. 우리 몸에 흡수된 그런 성분들이 나중에 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가진 대표적인 잘못된 상식 하나를 또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은 땀으로 나오는 것은 노폐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폐물은 똥이나 오줌 등으로 배출되는 것이고 땀의 주된 기능은 그렇게 오해되고 있었다.

이 책이 알려주는 땀의 대표적인 유익한 기능은 바로 체온 조절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은 인간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그래서 땀을 흘린다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한 사람의 몸에 땀구멍이 대략적으로 무려 200~500만 개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구멍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땀구멍들에서 배출되는 물이, 인간이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온도조절시스템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다른 동물들과의 비교를 통해 진화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책에서 특징적인 것은 땀과 냄새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냄새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체취, 즉 몸에서 나는 냄새가 사실은 종의 번식과 안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미국적인 관점에서 체취는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반대로 유럽, 특히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각 사람마다 고유한 냄새를 좋은 쪽으로 살리는 방향으로 체취 문제를 바라보고 있어 같은 서구 세계이면서도 상반된 시각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땀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흔하고 일상적인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땀 자체의 문제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위생적인 측면, 시각과 후각적인 차원에서 호불호의 관점으로만 보아왔는데, 이 책을 통해 땀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대표적인 특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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