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사회학 공부 EBS 30일 인문학 4
박한경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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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상상력의 힘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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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는 사회학 공부 EBS 30일 인문학 4
박한경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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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은 사회를 탐구하는 학문인데, 사회라는 개념의 범위가 너무 넓어 그 탐구 대상이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정의하는 것부터 어려운 과제가 된다. 특정 사회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 사회학이라고 한다면 경제나, 정치, 법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사회 현상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다른 사회과학 학문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학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우선 좁은 의미의 사회화 넓은 의미의 사회 개념을 구분함으로써 사회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탐구하는지 답을 얻기 위한 작업을 수행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회학의 탐구 대상은 사회는 ‘넓은 의미의 사회’를 전제한다. 이 사회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은 세 가지다. ‘복수의 구성원들’,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작용’, ‘상호작용의 변화’다. 여기서 다른 사회성을 가진 생물과 가장 큰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은 ‘사회작용의 변화’다. 다른 동물들은 유전자의 지시라는 힘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고 오랜 세월 사회작용의 형태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생존양식과 규칙, 법과 제도의 변화들이 그 증거다.

사회학은 사회 중에서 인간 행위의 규칙성과 그 규칙성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힘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며, 바로 이것이 사회학의 주된 탐구 영역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사회구조’라는 표현은 바로 이 사회적 힘을 가리킨다. 구조는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에 일종의 경로를 만든다. 그리고 경로 내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이것은 다른 말로 ‘규칙성’을 의미한다. 사회학은 이 규칙이 어떻게 형성되고 실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개인의 결정과 행동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맥락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한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일반적인 상상력과는 달리 훈련이 필요한데, 우선 데이터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음으로 정리된 자료를 비교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자료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기존과는 다르게 분류해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개인의 행위를 사회적 맥락과 연관시켜 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를 탐구하는 행위는 예전부터 있어 왔으나, 현재의 사회학적 방법이 정립된 데는 사회의 변화 속도와 관련이 있다. 사회 변동이 농경 사회와는 다르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현대 사회는 그에 맞는 새로운 탐구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원으로 프랑스의 학자인 오귀스트 콩트를 소개한다. 그는 더 분석적이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회학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콩트가 파악한 인간의 지적 상태 3단계를 보면, 신학적 단계-형이상학적 단계-실증주의적 단계의 순서로 발전한다고 파악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현대 사회학의 기본 정신이 무엇을 바탕에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또 다른 초기 사회학 정립에 공헌을 한 허버트 스펜서는 사회학에 생물학적 관점을 적용한 사회진화론인 사회유기체설을 주장했다. 그는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능력 없는 사람들은 도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콩트가 과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사회학의 방향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과학적인 방법을 사회학 연구에 체계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학자는 에밀 뒤르켐이라는 프랑스 학자였다. 자살에 대한 뒤르켐의 연구는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르크스는 사회구조와 변동, 발전에 있어 경제와 부의 분배가 문제의 핵심임을 인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막스 베버는 여기에 종교라는 문화적 요인 역시 사회 변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이 책은 현대 사회학의 토대를 마련한 오귀스트 콩트, 허버트 스펜서, 에밀 뒤르켐,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의 업적과 성과를 소개한 후 후반부에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회학적 문제들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학은 법칙이 아닌 경향을 발견하는 특성으로 발전한다. 왜냐하면 방법이 과학적이기는 하나 인간 자체와 인간이 빚어내는 사회 현상이 단순한 데이터로 취급되기에는 광범위한 다양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회학이 일반 대중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익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자기 자신을 물론이고 자기가 속한 사회, 국가, 세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식적 틀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비록 개인의 깨달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효과적인 답을 구하는 데 사회학적 상상력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사회적 동물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지혜의 토대를 놓을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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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스페인.포르투갈 : 마드리드.바르셀로나.리스본 - 최고의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2~'23 프렌즈 Friends 10
박현숙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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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여파를 딛고 이제 세상이 다시 교류의 기지개를 켜려 하고 있다. 이미 서양 쪽은 거의 모든 제재가 풀린 것 같다. 서양의 일상을 비추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면 이미 팬데믹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한동안 유행했던 여행 예능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텐트 밖은 유럽’ 같은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그래도 한 번씩 유명인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자가격리 소식은 여전히 팬데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아무리 여행이 좋고 사람이 좋아도 여전히 자유롭게 다니기가 꺼려지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직까지 부담을 안고 여행하는 모험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동안 코로나 이전의 여행기나 관련 사진집이 유행처럼 출간되곤 했다. 지금도 아직은 유효한 것 같다. 물론 이 책의 목적인 여행가이드북이지만 책에 담긴 그 나라에 대한 정보, 지도, 사진 자료 등은 일단 그것을 보기만 해도 거기에 있는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나도 그런 목적으로 우선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중앙books에서 나오는 여행가이드인 프렌즈 시리즈 10번째 나라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다. 유럽 지도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두 나라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한 나라로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밀접한 나라들이다. 일단 이 책을 활용하기 위한 일러두기 페이지를 잘 봐둘 필요가 있다. 먼저 전문가들이 추천한 최적의 여행 루트다. 8일과 10일짜리 단기 여행자를 위한 루트, 14일과 22일짜리 중장기 루트로 나눠 소개한다.

이어서 간략한 국가, 도시 정보를 알려준다. 이 책에서는 대도시, 중도시, 근교 도시의 3가지 형태로 제공한다. 어쩌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역사, 우리나라와의 관계, 여행 적정 시기, 기후, 치안 정보, 교통편, 추천 음식 등을 미리 알고 가면 매우 즐겁고 유쾌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여행은 곧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다. 이 책은 낯선 사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팁도 제공한다.

본 내용에 들어가서는 저자가 꼽은 주목할 만한 여행지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10개씩 소개된다. 그리고 유럽답게 오래된 가게들이 많은데,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들을 자랑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이 도시에 대한 매력을 한껏 높인다.

그동안 여행 예능이 많이 만들어진 탓에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 코스, 여행 루트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이 책의 경우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의 루트를 따라가볼 수 있는 여행 팁을 제공한다. 또 단기 여행뿐만 아니라 ‘한 달 살기’ 프로젝트 같은 것의 유행에 따라, 이 책도 바르셀로나, 세비야, 리스본 같은 유명한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위한 사전 준비 정보를 제공한다.

『프렌즈 스페인·포르투갈』은 아직까지 직접적인 여행이 꺼려지지만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거나, 조만간 상황이 나아질 것을 예상하고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중인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정보의 창고이자 간접 여행의 효과를 맛볼 수 있는 알찬 내용의 여행서라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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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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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은 얼마 전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도서 설문조사에서 성경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적도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대단한 소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용으로 편집된 이 소설의 인상과 사뭇 다르게, 원작은 모험소설에 국한될 수 없을 만큼 길고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어 한 번 읽는다고 해서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특히 수많은 에피소드와 상징, 역사적 배경과 상상 등등이 혹독한 바다 위의 환경과 어우러지며 펼쳐지는 이야기의 향연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지러운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책 서두에 소개된 고래에 관한 과거의 수많은 문헌들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가져왔던 고래에 대한 갖가지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돈도 없고, 땅 위의 일에도 흥미가 없는 주인공 이슈메일, 바다에서만 생의 약동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다에는 고래가 있다. 고래라는 존재 자체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그를 바다로 이끈다.

항해를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선장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그의 이름은 에이해브. 다리 하나가 없다는 정보만 인상적으로 떠돈다. 비로소 드러난 선장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전반적으로 음울한 모습에, 목덜미에서 옷 속으로 사라지는 납빛의 흉터, 야만적이고 하얀 다리에서 흘러나오는 인생의 고단함. 그의 다리는 일본 앞바다에서 잃었다고 한다.

선장의 강인함은 단순하지 않아 마음을 더 울린다. 거기에는 오랜 세월 산전수전 다 겪은 뱃사람의 강인함과 함께 심란하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인간의 연약함도 묻어 나온다.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비애, 위엄과 비애가 뒤섞인 한 인물의 내면의 복잡함을 그려내고 있었다.

소설의 3분의 1일 지점에 이를 즈음 비로소 모비 딕의 존재가 드러난다. 선장이 잃은 다리와 모비 딕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당신의 다리를 앗아간 것이 그 모비 딕이냐는 선원의 물음에 대답하는 선장의 감정은 흥분 상태가 된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무너뜨린, 그 빌어먹을 고래! 자신의 삶이 불쌍한 절름발이 신세가 되게 만든, 그 고래를 향해 급격한 감정의 변화가 담긴 저주가 소용돌이치듯 갑판 위를 채운다. 모비 딕을 잡아 죽이는 것, 그 흰 고래의 최후를 목격하는 것이 이 배의 존재 목적이라는 취지의 선언은 모든 선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에이해브 선장에게 있어 거대한 흰 고래 모비딕의 의미는 주인공 이슈메일에게도 가볍지 않다. 그에게 모비 딕은 근원적인 공포를 의미한다. 그것은 압도적인 크기와 함께 그 거대함이 흰색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온갖 흰색들, 그리고 인간의 종교 역사에서 흰색이 지닌 신성함과 권능 등 흰색과 연결된 갖가지 심오한 감각이 연결된 고래는 공포의 본질처럼 이슈메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출항 후 처음으로 발견한 고래잡이는 실패로 돌아간다. 날아간 작살은 고래에게 찰과상만 입혔을 뿐이다. 며칠이 지난 뒤, 포경 밧줄에 묶인 삶과도 같은 인간의 운명을 떠올리던 어느 날 다시 고래가 나타난다. 수증기 가득한 물보라를 뿜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고래의 등장에 선원들은 다시 흥분한다. 이윽고 잡히고 죽임 당한 고래. 그날 저녁 그 기름은 등불이 되고, 몸통이 가늘어지는 특정 부위는 스테이크 요리가 된다.

고래의 해체 작업 과정은 기름기가 온몸을 휘감듯 끈끈한 느낌을 준다. 고래의 지방은 껍질을 벗겨내듯 한 바퀴 돌려 뜯어야 한다. 소설에 묘사된 바에 따르면 거의 기름을 분리시키는 데 거의 모든 역량이 투입되는 것 같다. 고래의 지방층은 거의 가죽을 방불케 한다. 이런 해체 작업을 묘사하는 과정은 오히려 죽은 고래로부터 강인한 생명력과 고래 특유의 강점을 오히려 더 부각시키는 특이한 효과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성경과 그리스 신화적 요소를 배경으로 다양한 종교적·신화적·사회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에이해브 선장의 이름이 성경의 이스라엘 왕국사에서 가장 악한 인물 중 하나인 아합 왕을 가리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손꼽히는 악한 왕이었고 결국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당하지만 인생의 말년에 신에 대한 결정적 통찰을 경험한 인물로 결코 단순한 악역이라고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흰 고래는 등장인물들의 삶이 하나의 완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이정표 같은 느낌도 준다. 흰 고래로 상징되는 인생의 고난, 역경, 풀어야만 하는 숙제, 극복해야만 하는 대상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인생의 흰 고래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인생에 대한 통찰이 한 번의 직관으로 명쾌해지지 않듯이, 『모비 딕』 역시 결코 단순하지 않은 삶에 대한 고민이 이야기의 형식으로 체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만 한두 번 읽어서는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어렵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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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많은 미술관 - 미술관만 가면 말문이 막히는 당신을 위한
정시몬 지음 / 부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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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신기하게도 누가 보지도 않는데 저절로 자기 검열이 되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미술 작품을 자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나름의 관점과 주관을 가지고 그 작품에 대해 의견을 가져보고 표현도 해보는 것이 미술 작품 감상의 원래 즐거움일 텐데, 어찌된 일인지, 미리 배운 적도 없고, 누가 그러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데 미술 작품 앞에만 서면, 미술 작품을 담은 책을 보면서 이내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떳떳하게 여기지는 못하는 자기 자신을 말이다.

물론 예술 작품이란 미리 작품이 제작된 배경이나 제작자의 성향, 이야기 등을 알고 보면 확실히 그 작품의 진가가 다르게 다가오거나 보다 정확한 감상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독의 즐거움이란 것도 있듯이, 그 감상이 특별히 여러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면 작가의 의도와 다른 전혀 엉뚱한 감상을 하게 되더라도 무엇이 그리 잘못일까? 오히려 그런 엉뚱한 감상과 평가가 작품의 내적 풍요로움을 더 확장시키고 작품의 외연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책 초반에 소개된 부분적으로 유실된 조각 작품 두 점만 해도 그렇다. 날개를 펼친 승리의 여신 니케상과 밀로의 비너스상은 로마 시대의 조각 작품들이 넘치는 시대에 발굴되어 오히려 그 희소성으로 돋보인 케이스다. 그런데 완전한 상태로 발견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었다. 얼마전 방송에서도 소개되어 그 예상 복원도가 공개되기도 했던 밀로의 비너스는 오히려 복원하지 않고 훼손된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그런 결정은 누가 내리는가? 애초에 작가의 의도에 완전히 배치되는, 작가의 의견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원작과 시대의 관점이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획득한 대표적인 경우가 아니겠는가?

이렇듯 미술 감상 혹은 평가란 나름의 전통 속에서 그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당대와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그 의미를 더 깊이 또는 더 확장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너무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을 표현할 줄 아는 연습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표현해보고, 생각을 말해보고, 그 다음에 정통 해석과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좋다. 그리고 전통적이고 전문가적인 견해와 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예술 작품이란 해석에 있어서도 쌍방향적인 자유로움이 보장되어야 한다.

최근 나온 미술 관련 서적들은 특정 컨셉이나 테마를 통해 저자의 아이디어나 참신함 등의 개성이 드러나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오랜만에 무난한 느낌의 작품들과 작품에 관한 설명이 오히려 돋보이는 느낌을 준다. 보통 사람의 시각에서 느낄 수 있는 작품 감상이나 정보 등을 편안하게 전달하다 보니 그런 인상을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읽고 꽂아두는 책이라기보다는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읽기에 적합한 미술 책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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