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에의 초대 - 엘리스 피터스 추모소설
맥심 재커보우스키 엮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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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 직후 다른 사람에게서 혹평을 들어서인지, 산 지 몇달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어디 한번 읽어볼까 하고 책을 펼쳤는데, 웬걸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라든가 허를 찌르는 트릭을 원한다면 뭔가 부족하고 심심한 느낌이 들 테지만, '시대추리'인 데다가 '단편'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만하면 됐다 싶다.

읽다보면 범인은 눈에 뻔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대개 작가가 글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랄까 그런 것이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아끼는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반전이나 트릭에 지나치게 의존한 추리단편은 보통 한번 읽으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범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은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아도 제맛이 나므로.

등장인물 가운데 장편에서 다시 만나 그 진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거의 번역이 되어있지 않아 아쉬웠다. <아킬레스를 위하여>와 <잔인한 상처>,<위대한 브로고니> 작가의 작품들은 꼭 더 읽고 싶다.

책 장정이 훌륭한 것에 비해, 번역은 '살짝살짝' 못마땅한 부분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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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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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권으로 나온 책도 쪼개고 쪼개서 여러권으로 만들어 출판하는 일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는 요즘, 여러권으로 나온 책을 단권으로 출간한 것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다. 양장이라는 점과 두께를 감안하면 가격도 그리 터무니없이 높은 편은 아니다.

추리소설 몇편과 공포소설 몇편만 접할 수 있었던 포의 작품들을 이렇게나 많이 한꺼번에 만나게 된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미처 알지 못했던 포의 다른 면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환상, 풍자, 추리 까지는 그랬다.

공포 부분이 문제였다. 포 하면 호러, 호러하면 포 아니었던가. 공포소설의 대부가 포 아니었던가.(추리 분야에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런데 이 중요한 공포부분의 번역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꺼끌꺼끌 책장을 넘길때마다 껄끄러워서 그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당최 젖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의 가장 흥미진진한 특이함은.. '
'실제적인 진단법은 여전히 미스터리였으며, 분명하고 확연한 증상은 충분히 잘 이해되고 있었다.'
'몹시 당황스럽고 혼란한 상태에 있었지만 일반적인 정신적 능력은 바로 되찾을 수 없었다'(모두 '때 이른 매장'중)

미묘하게 거슬리는 저런 번역이 호러의 맛을 앗아갔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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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Hardcover) Harry Potter 미국판- 하드커버
조앤 K. 롤링 지음 / Scholastic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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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지 얼마 안되어서 아직 반정도밖에 읽진 못했지만 호그와트 5학년, 사춘기에 들어선 해리의 쉽게 불끈 하는 성격이 신선하기도 하고 조금 짜증스럽기도 하다.

1-3권에 비해 부쩍 분량이 늘어난 4,5권은 앞권만큼 가슴을 졸이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page-turner'는 못되는 듯 싶다. 보통 프리벳 가에서의 일상이 조금 나오고, 킹스크로스에서 호그와트행 급행열차를 타면서 본론이 시작되는 다른 권과는 달리 이 5권은 특히 호그와트로 떠나기 전의 이야기가 꽤나 길어서, 앞부분은 약간 늘어지는 감도 없지 않았다.

호그와트에 도착하고 나서도 약간은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은 받았지만(여러번의 detention이라던가), 학기 시작 후 한달정도 경과한 다음부터는 이야기에 조금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눈에 띈 것은 다른 권에 비해 이번 권은 특히 해리의 심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다. 나도 사춘기 때는 이랬던가 싶기도 하고, 이래서 이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 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주인공! 자신을 좀더 잘 컨트롤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가장 소중한 두 친구에게 좀 너무 심하게 딱딱거리는 듯.

단어의 수준도 1-3권과는 다르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단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4,5권을 꼼꼼히 읽는다면 영어공부는 꽤 될듯하다. 번역서로 읽는다면 절대 그 참맛을 알수 없으므로 공부도 할 겸 진정한 재미도 느낄 겸 원서읽기를 강력 추천. 책이 튼튼하여 물려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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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블루스 1
정철연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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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내가 제일 열광하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이 성게군이다. 심플한 얼굴이지만 정말 다양한 표정묘사가 압권. 다른 매체에서 먼저 마린블루스를 접하고 나서 이 책을 샀기 때문인지 첫부분의 그림체가 지금과 다르게 좀 불안정하고, 내용도 연인과 헤어지고 난 후의 착잡한 심경을 다룬 것들이 많아 좀 걸렸지만,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슬쩍 웃음이 나는 것은 지금의 작품과 같다.

작가의 연령이 나와 비슷해서일까, 이와 비슷한 종류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 맞아 맞아 하며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

책 뒤의 만화평론가의 평에 언급된 것처럼 싸구려 감성으로 흐르지 않는 것도 칭찬할 만한 점인 듯. 00생각이니 00메모리즈니 하는 것들도 다 나름대로 가치가 있을 것이고, 마린블루스나 스노우캣에 비해 그런 책들에 더욱 공감하고 감동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어찌 좀 너무 교과서적이고 억지 감동을 주려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도 꽤 될 것이라 생각하며, 또 지금 그런 류의 책들이 좀 과하다 싶게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생각해볼때 마린블루스의 존재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주연에 버금가는 조연들도 하나같이 톡톡 튀고 호감가는 캐릭터라 더욱 좋다. (개인적으로는 성게군에 이어 선인장양과 불가사리군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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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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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필립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은 여러 종류의 굴레에 구속되어있다. 그 구속 속에서 어떻게든 자기의 삶의 의미를 찾고자,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고자 노력하며 하루 하루 살아가는 그것이 대부분의 인생이다.

필립은 '인생에 의미란 없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태어나서 고생하고 죽는 과정일 뿐이다' 라는 것을 깨닫고, 삶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그 의미의 굴레에 더욱 단단하게 매일 뿐이니,삶의 의미를 찾느라 연연하지 말고 그저 살아가면 그뿐, 죽어도 그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굴레를 벗어나 세상에 몇 안되는 깨달은 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하나의 예속이 되고 말 것이니. 그저 의미가 없는 삶을 원망하지 말고, 어차피 요약하고 요약하면 같은 한줄이 되고마는 삶. 그렇다고 일찌감치 그만두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기는 매한가지일테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남보다 더 갖기 위해, 남의 위에 서기 위해, 남의 부러움을 사기 위해, 남에게 존경을 받기위해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에 묶어놓은 쓸데없는 굴레들을 줄이려 한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전체로 보면 무의미할 지라도 하루하루의 무늬를 뜯어보면 누가 알겠는가. 놀랍도록 아름다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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