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으면 사는게 즐겁다 -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꿈틀이 부부의 1년간의 세계여행
홍성만.설윤성 지음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모아놓은 돈을 톡톡 털어 부부가 여행을 간다는 것은, 전셋집 빼서 그돈으로 가는 것보다는 덜 무모해 보이지만(이런 사람들 있었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누가 가라고 등 떠밀어도, 등떠민 사람이 경비를 대 주지 않는한 아마 못갈것 같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면 한편으론 감탄하고 대리만족을 얻지만, 한편으론 다녀와서는 어쩌려고 이러나 이 사람들.. 아깝지도 않은가.. 싶기도 하다.

여행기 자체는 아주 재미있었다. 최근 상당히 많은 여행기를 사들였는데 그중에 만족스러웠던 것은 <쉬 트래블스>와 이 책뿐이었다. (두 책은 느낌이 많이 다르지만.) 여행을 하면서 정말 대단한 것을 느낀 양 꾸미지도 않고(특히 인도여행부분), 이렇게 하는 우리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내세우지도 않아 읽기에 참 편했다.

글도 문학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사진이 컬러로 작게 들어가있는 것도 좋았다. 너무 얇은 것이 흠이다. 두배정도면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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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Travels 쉬 트래블스 1 - 라틴 아메리칸 다이어리 1
박정석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왠지 모르게 중남미는 위험하고 더럽다는 인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긴 여행(특히 해외)을 동경해온(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 오랜 시간동안, 한번도 멕시코나 에콰도르, 콜롬비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 볼 것도 별로 없으면서, 무지무지 지저분하고 무지무지 불편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아마 할리우드 판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멕시코는 모래먼지 날리고 선인장이 뜨문뜨문 서있는 황폐한 풍경이 대부분이었고, 중남미인들은 '나, 영어 잘못한다. 우리, 친구다.'식의 어설픈 영어와 '아디오스, 아미고' 밖에 모르는, 조금은 덜떨어진 부류였던 탓에 그런 이미지가 굳어진 것일지도. - 콜롬비아는 깊은 숲속에 숨겨진 마약공장에 지나지 않았고.

그러다가 TV에서 칠레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우와 칠레 예상과는 달리 깨끗하고 좋아보이네.. 하면서 조금 관심을 갖긴 했지만, 여전히 중남미 = 볼거없고 더럽고 불편하고 못사는 나라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곳. 이었는데

'이렇던 제가 . 이 책을 읽고나니 아, 멕시코! 아, 콜롬비아! 가고싶다,가고싶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1권만 읽은 관계로 페루나 에콰도르에 대해서는 아직...)

사진이 흑백이라 너무너무 아쉬웠지만(다시 나온다면 꼭 컬러로 나와주었으면.) 흑백사진만 봐도 그 아름다움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같이 구입한 다른 여행기에 비해 글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지식을 전해주지는 않았으나, 그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전혀 상관없었다. 50페이지만 읽고 자야지 하다가 결국 다 읽고 잤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중미 여행기 부분에 자주 등장한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감상과, 타인에 대한 냉정함 정도.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었거나,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지낸 사람들에 대한 냉정하기 짝이 없는 평가는 좀 너무하다 싶었다.

그리고 원해서 하는 여행을 하면서도 그렇게 자주 맥이 빠져서 잠이 들어야했고, 침대위에서 죽어가야했고, 자주 한숨을 쉬고 허탈해하고 실망하고 허무해하고, 다른 관광객을 보면서 저 즐거움의 반만 나를 줬으면하고, 슬퍼지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야 하는지.

그것만 빼면 오랜만에 만나는 아주 꽨찮은 여행기였다. 오늘 주문한 2권이 빨리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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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체온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요시나가 후미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면 역시(야오이에의 집착은 말할 것도 없지만) '표정으로 말한다'가 아닐까 싶네요. 연속적인 여러컷에서 미묘하게 변화하는 풍부한 표정만 보고 있어도(대사를 읽지 않는다 해도) 어떻게 돼가는 건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표현력이 끝내주는 작가인듯.

특히 마지막 몇장에서 더욱 돋보이지 않나요? 아이를 야단친뒤 안아주는 아버지와, 엉엉 울다 안겨서 눈물을 멈추는 아이의 표정이 그야말로... >.< 그리고 같이 밤벚꽃을 보고 있는 장인과 사위의 모습도..

이 작가의 데뷔작 <달과 샌들>-- 이미 절판된지 오래인듯.을 몇년전에 우연히 보고, 참 그림체가 마음에 든다..했었는데 갑자기 요시나가 후미 돌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죠. 어찌나 기쁘던지..

그 중에서도 이 단편집은 정말 훈훈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감도는 수작이라고 평가합니다. 서점에 혹시 남아있는 거 보시면 잽싸게 사셔도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야오이 안좋아하시는 분들도 이거라면 문제없겠구요. (요시나가 후미는 동인지 출신인데 그때는 슬램덩크 패러디만 그렸더군요.. 안경선배가 꼭 등장하는,,, ^^;; 지금은 결혼해서 자식도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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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5-2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체온' 참 따뜻한 만화지요. 요시나가 후미는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번역 출간된 건 거의 다 본 것 같네요. 물론 '앤티크'가 제일 좋았지만 '제라르와 자크' '그는 화원에서 꿈을 꾼다'도 좋습니다. 야오이 질색하는 제 친구도 요시나가 후미는 보더군요. 저야 물론 동인지까지 다 찾아보는 팬입니다만.. ^^ 이번에 제가 좋아하는 단편이 들어간 '그걸 말하면 끝장인 줄 알아'(제목도 참;;)가 나왔네요. 아직 안 봤는데 얼른 사봐야겠어요.

panda78 2004-05-2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 저도 동인지 챙겨보고 그랬는데! >.< "그걸 말하면 끝장인 줄 알아"라니! @.@ 지금 사러 갑니다ㅡ *^^*
 
조개줍는 아이들 2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김영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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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개줍는 아이들>로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 일상의 소소한 면들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인생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실력을 지닌 작가. 위대한 것은 일상속에 있다.

필력이 탄탄하여 분량이 많아도 난잡한 구석 하나없이 깔끔한 느낌. 옷, 음식, 자연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다.

중2때 담임이었던 미술선생이 추천하여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던 책인데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샀다.

그리고 <9월> 전2권. 이것도 로자문드 필처의 작품이다. 이 두 책을 따로따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읽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 있었으니, 조개줍는 아이들의 등장인물이 주요 인물중 한 사람으로 나온다는 것.

조개줍는 아이들을 다시 읽고 오, 좋아 좋아 더 보자 하고 이것도 다시 꺼내 읽는데 어라, 낯익은 회사 이름과 낯익은 등장인물? 두권이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출판사가 달라서 그런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만약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로자문드 필처의 대하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각권 약 370페이지 * 4 = 1480p이니 이만하면 웬만한 고전의 분량에 필적한다. 시간이 좀 있을때 읽기에 아주 좋은 책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초베스트셀러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풍 탓인가, 그 이후로 새로운 번역본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조개줍는 아이들>을 읽은 사람들은 거의 다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듯, 간간이 보이는 서평을 보면 칭찬 일색이다.

p.s. <자기 스스로의 생>이란 것이 2001년에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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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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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6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의 '소설에 관한 소설'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소설이 아닌 그야말로 소설의 모든 것에 대한 소설이다.

600페이지면 상당히 많은 분량인데(하드커버 양장본이 아니고 보통사이즈의 책에 보통보다 조금 작은 글씨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어 길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든다.

1부-작가
2부-편집인
3부-비평가
4부-독자

로 나뉜다.

어떻게 작가가 책을 쓰고 그 책을 어떻게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비평가는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비평하며 독자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 궁금해했을 주제를 상당히 상세하게ㅡ 그러나 아주 감칠맛 있게 쓰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소설도 실제 존재해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무리고..

앤 패디먼의 독서 에세이 <서재 결혼시키기>처럼 읽다보면 영문학에 대해 살짝 들여다 보게 된다. <서재->가 우리나라의 보통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아마 한번도 듣도보도 못했을 작가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면, 이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작가들이 주로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특히 비평가 부분에서 영국작가 중 칭송할 4인과 과잉칭송되고 있는 4인을 뽑는 부분, 미국 작가 중에서 고르는 부분도 꽤 읽을 만하다.

미치너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 것인지, 실재하는 사람이 한 말을 인용한 것인지(아마도 직접 인용한 부분은 실재했을 것같고, 등장인물이 발표하는 부분은 작가의 생각인 듯 하지만) 모르겠지만 그저 무조건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관례를 깨려는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삼아 공개한다면,
영국 칭송할 4인 :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어트, 헨리 제임스, 조셉 콘라드
영국 과잉칭송되고 있는 4인 : 윌리엄 새커리, 찰즈 디킨스, 토마스 하디, 존 골스워디

미국(동순) : 허먼 멜빌, 스티븐 크레인, 에디스 워튼, 윌리엄 포크너
미국 : 싱클레어 루이스, 펄 벅,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가끔 고유명사의 표기에 있어서 거슬리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주가 달려있고, 비문도 거의 없는 편.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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