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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담 전집 08 - 프랑스 편 ㅣ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 8
김덕희 엮음 / 황금가지 / 2003년 9월
평점 :
페로 민담과 지방 민담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페로 민담 쪽에 아는 이야기가 많았다. 어렸을 때 페로 동화집을 읽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렸을 때 너무나도 좋아했던 '당나귀 가죽'과 그 유명한 '푸른 수염', 그리고 '엄지동자(헨젤과 그레텔과 좀 비슷하다)'까지.
다만 페로 민담의 빨간 두건(모자?)이야기 대신, 그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할머니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독특했다. 할머니 이야기에서 소녀는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나중에 사냥꾼이 늑대의 배를 가르자 그 속에서 할머니와 함께 굴러나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할머니 이야기는 단지 잔인한 부분이 삭제된 빨간 두건 이야기인가? 그렇지 않다. 할머니 이야기가 더욱 잔인하다. 늑대에게 잡아 먹혔으면서도 그 뱃속에서 살아있는 빨간 두건 이야기가 훨씬 더 동화적이다. 그 늑대는 사람을 씹지도 않고 삼키는 재주와 함께 소화액의 부족이라는 지병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뭐 그건 그렇다치고.
할머니 이야기에서 늑대는, 할머니를 죽인 뒤 그 살은 상자 속에 넣고 그 피는 병에 넣어 찬장 위에 놓아 둔다. 소녀가 도착하자 늑대는 소녀에게 상자 속의 고기와, 병 속의 포도주를 마시라고 한다. 소녀가 먹고 나자 옆에서 작은 고양이(난데 없이 등장한)가 말한다. "저런 고약한 계집애, 자기 할머니 살을 먹고 피를 마시다니!"
결말은 아주 우습지만, 세상에 저만큼 잔인한 민담이 또 어디 있을까... (사실 흔하디 흔하다. 인간은 원래 잔인한지도... )
페로 민담에는 흑백 삽화가 몇 점 곁들여져 있고, 지방 민담에는 단 두 점이지만 칼라 삽화도 수록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칼라 삽화 한 점과 그 그림의 부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