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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의 가장 위대한 영웅 중 한명인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 아이트라의 고향인 트로이젠에서 자랐습니다. 아이게우스는 아들이 태어나기전 아내와 작별할 때 그의 칼과 구두를 큰 돌 밑에 넣어두고는, 아들이 커서 그 돌을 움직여서 그 밑의 물건들을 꺼낼 정도가 되거든 아들을 자기에게 보내라고 했습니다. 테세우스가 성장하자 어머니는 아이게우스가 지정한 곳으로 그를 데리고 갔습니다. 테세우스는 쉽게 큰 돌을 들어올려 칼과 구두를 꺼냈습니다.

 테세우스와 아이트라


테세우스와 아이트라

귀도 레니의 그림으로 추측.

< 테세우스의 모험>




테세우스는 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웅심에 불타는 이 젊은이는 가깝고 안전한길 대신에 위험하고 모험적인 육로를 택했습니다. 용맹한 헤라클레스를 마음으로부터 존경하고 있던 그는, 육로에 가로놓여 있는 수많은 도적들의 소문을 듣고 자기도 헤라클레스처럼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페리페테스
테세우스는 에피다우로스 부근에서 헤파이스토스의 아들로 콜리티네스(곤봉의 사나이)라 불리던 페리페테스를 만났습니다. 그가 이런 별명으로 불린 것은 거대한 곤봉으로 행인들을 때려죽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테세우스는 그 곤봉을 빼앗아, 페리페테스가 다른 사람을 죽인 것과 같은 방법으로 그를 때려 죽였습니다. 그 후 테세우스는 이 곤봉을 자신이 가지고 다녔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첫 상대였던 네메아의 사자가죽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은 것과 같이, 테세우스도 이 곤봉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카노바,  Theseus slaying a Centaur

곤봉이 보이시죠?

 

- 시니스
테세우스는 코린토스 지협에서 시니스에게 제지당했습니다. 시니스는 무법자로서 나그네를 붙잡아 소나무를 휘는 일을 돕게 하다가 갑자기 나무에서 손을 놓아 나그네를 공중에 떠오르게 했습니다. 또는 자신이 지면에까지 휘어놓은 두 그루 소나무에 나그네를 묶었다가 나무를 풀어놓아 나그네를 찢어 죽였다고 합니다. 테세우스는 시니스가 하던 동일한 시니스를 죽였습니다. 그런 뒤 시니스의 아름다운 딸 페리구네가 야생 아스파라고스 숲에 있는 것을 찾아내어 애인으로 삼았습니다. 페리구네는 테세우스의 딸 멜라니포스를 낳았는데, 그녀는 후에 에우리토스의 아들 데이오네우스와 결혼했습니다.

- 파이아
크롬미온에 도착한 테세우스는, 파이아(잿빛)라 불리고 있던 잿빛 암퇘지 모양을 한 악명 높은 괴수를 퇴치하여 사람들을 구해주었습니다. 이 괴수는 괴물인 에키드나와 티폰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이 지방을 어지럽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설에 따르면 이 괴물은 산적 내지 암퇘지라는 별명을 듣던 타락한 여자였다고 합니다.

- 스키론
테세우스는 메가라 지방으로 가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스키론 바위라 불리는 절벽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는 스키론이라는 악당이 있었습니다. 그는 나그네의 물건을 훔치고는 강제로 자기 발을 씻게 했습니다. 나그네가 앞에 구부리고 앉아 발을 씻어주려 하면 스키론은 상대를 걷어차 밑에 떨어지게 하여, 이것을 해변에 살고 있는 큰 거북이 잡아먹었습니다. 테세우스도 스키론이 시키는 대로 하는 체하다가 그의 다리를 잡아 벼랑으로 떨어뜨려 거북의 밥이 되게 했습니다.

- 케르키온
테세우스는 아테네로부터 독립해 있던 엘레우시스로 갔습니다. 그곳의 왕 케르키온은 패배한 자는 죽는다는 조건으로 나그네와 자신과의 격투를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케르키온은 테세우스라는 강적을 만나 격투에 져서 살해되고, 엘레우시스의 왕위는 테세우스의 것이 되었습니다. 후에 그는 이곳을 아테네에 부속시켜 케르키온의 손자인 히포톤을 그 통치자로 삼았습니다.

- 프로크루스테스
테세우스는 아이갈레오스 산 부근에 있는 에리네오스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나그네를 자기 집에 묵게 하고는 키가 작은 사람은 큰 침대에, 키가 큰 사람은 작은 침대에서 재웠습니다. 그리고 나그네를 침대에 묶고 침대의 길이에 맞게 그들의 몸을 잡아 늘리거나 잘라내거나 했습니다. 테세우스도 프로크루스테스를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죽였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키가 매우 컸기 때문에 그의 목을 잘라 버렸던 것입니다.

 

테세우스는 마침내 아테네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는 마술사인 메데이아가 이아손과 이별한 뒤에 코린토스에서 도망해와 아버지인 아이게우스의 아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메데이아는 테세우스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므로, 그가 아들로 인정되면 자신의 세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해 그를 독살하려 했습니다.

메데이아



플린트,   테세우스에게 독주를 권하는 메데이아

하지만 아이게우스는 테세우스가 차고 있는 칼을 보고는 자신의 아들임을 알았습니다. 메디아는 계획이 발각되자 다시 도망하여 아시아 지방으로 갔습니다.



<미궁속의 괴물>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바치는 조공 때문에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조공은 일곱 명의 소년과 소녀로서, 괴물의 밥이 되기 위해 매년 보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괴물은 소의 몽뚱이와 인간의 머리를 가진 미노타우로스라는 짐승으로 다이달로스(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페이퍼)라는 사람이 만든 미궁 속에 갇혀 있었는데, 그 구조가 대단히 교묘하여 그 속에 갇힌 자는 누구나 혼자 힘으로 탈출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번 존스의 스케치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후계자가 된 테세우스는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조공할 시기가 다가오자 자진해서 희생될 한 사람으로 나섰습니다. 그 당시 젊은이들을 크레타섬으로 실어 나르던 아테네 선박은 돌아올 때면 애도의 표시로 검은 돛을 달곤 했습니다. 테세우스는 아버지에게 자기가 승리하고 돌아올 때 흰 돛을 달고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들은 크레타섬에 도착하여 미노스 왕앞에 나아갔습니다.



<아리아드네>

미노스왕의 딸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모습을 보자 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프로디테여신은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사랑하도록 만들어 테세우스를 도와준 것이었습니다. 아리아드네는 댜이달로스를 설득해 미궁을 빠져나올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그녀는 테세우스에게 결혼을 약속받은 뒤, 테세우스에게 괴물을 찌를 칼과 실 한 타래를 주고 입구에 실을 매고 이것을 따라 되돌아 나오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 삽화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루스를 처치하고 미궁으로부터 탈출하여 아리아드네를 동반하고 사람들을 구출해서 아테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Theseus Slaying the Minotaur

 


카노바, 미노타우루스를 죽이는 테세우스

 

도중에 그는 낙소스 섬에 머물렀는데 테세우스는 잠든 아리아드네를 그곳에 버리고 떠납니다.


워터하우스, 아리아드네

 


반덜린, 낙소스 섬에 버려진 아리아드네 1814

 


와츠(Watts), Ariadne on the Island of Naxos

그가 은인에게 이와 같은 배은망덕한 짓을 한 것은 꿈에 아테나가 나타나 아리아드네를 아테네로 데려가면 좋지 않으리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후에 아리아드네는 디오니소스에게 발견되어 그의 아내가 됩니다.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에게서 암펠로스(Ampelos:포도밭), 스타퓔로스(Staphylos:포도나무), 오이노피온(Oinopion:술 마시는 사람)의 세 아들을 얻습니다.


카라치,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지금 요정이 아리아드네에게 씌어주는 금관은 디오니소스의 사랑의 선물이다. 후에 디오니소스는 그 왕관은 하늘에 던져 영원한 영광의 징표인 별자리로 박아준다.왕관에 박혀 있던 진주가 별이 된 것이다. 이 별자리가 왕관자리다.

 


티치아노, 아리아드네와 디오니소스

Fosse,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귀도 레니,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아테네로의 귀환>

아테네에 접근하였을 때 그는 아버지에게 약속한 신호를 잊고 흰 돛을 달지 않았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배가 돌아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던 왕은 검은 돛을 보게 되었고 아들이 죽은 줄 알고 자결하였습니다.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항구인 파레론에 상륙하여 신들에게 감사의 제물을 바친 뒤에야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페이리토스와의 우정>

테세우스와 페이리토스의 우정은 전쟁 중에 시작되었습니다. 페이리토스는 라피테스족의 왕이었는데, 테세우스의 소문을 듣고 직접 만나보고자 마라톤 평야에 침입하여 테세우스가 소유하고 있는 소떼를 약탈해가려고 하였습니다. 테세우스는 약탈자를 격퇴하러 갔습니다.
페이리토스는 테세우스가 추격해오자 방향을 돌려 테세우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테세우스역시 페이리토스에게 우정을 제안했고 그들은 변함없는 우정을 서약했습니다. 그들은 각각 제우스의 딸과 결혼하기를 원했습니다.

 

테세우스는 후에 트로이아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를 선택했고, 페이리토스는 하계의 여왕 페르세포네를 원했습니다. 그들은 헬레네를 납치하는데 성공했으나,


헬레네의 납치 (암포라에 그려진 그림을 복사하여 편 것)

 잠시 테세우스가 도시를 떠나있는 사이에 헬레네의 쌍둥이 동생인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가 누이를 다시 구출해갔습니다. 테세우스는 페이리토스의 결혼을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하계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계의 왕 하데스에게 잡혀 궁전의 문 옆에 있는 마법을 가진 바위 위에 방치되었습니다. 그 후 페이리토스는 그곳에 영구히 남게 되고,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가 저승에 왔을 때 구출되었습니다.

테세우스는 스키로스섬의 벼랑에서 누군가가 밀어뜨려 떨어져 죽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는 아테네의 기반을 구축한 영웅으로 숭배되었으며, 마라톤의 회전(會戰) 때는 아테네군을 도왔다고도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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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7-0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잘 보았습니다. ^^

panda78 2004-07-0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T^T 꽤 오래 검색해서 만들었는데, 코멘트가 하나도 안 달려서 슬펐어요. ;;;

조선인 2004-07-1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슬퍼하지 마세요. 추천하고 퍼갑니다. ^^

panda78 2004-07-1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조선인님!

it's only 2010-12-07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리아트네 찾다가 들어왔는데 그림이 잘 돼있네요. 감사~

김혜선 2012-05-2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자료 큰 도움이 되었어요
 


맥베스 Macbeth
by 마틴 John Martin (1789-1854)
캔버스에 유채, 50.1 x 71 cm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에든버러


    영국의 화가 마틴은 장대한 자연 경관 속에 인물들을 조그맣게 그려 넣어 대비시키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 그림 속의 맥베스는 방금 마녀들로부터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상태입니다. 그림 전체를 뒤흔들며 위협적으로 몰려오는 폭풍우는 마녀들의 예언으로 인한 맥베스의 혼란과 솟아오르는 어두운 야심, 그리고 그 야심이 부르는 재앙 -그의 국왕 암살, 찬탈한 왕위를 지키기 위한 계속되는 살인, 그리고 자기자신의 파멸 - 을 상징합니다.

    "맥베스 Macbeth"는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작품입니다. 우선 그 길이가 다른 비극들에 비해 훨씬 짧아서 그만큼 구성이 긴밀하고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됩니다. 또 선善 쪽에 가까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비극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왕위 찬탈자인 악인惡人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왕위 찬탈자라고 해서 다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역사에도 이방원(태종), 수양대군(세조) 등 유명한 왕위 찬탈자들이 있습니다만 이들에 대한 견해는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이 팽팽하게 대립합니다. 그래서 이런 왕위 찬탈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연극, TV 드라마 등은 주인공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주인공의 행위와 그의 적들의 행위 모두에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부여하되 아무래도 주인공의 정당성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맥베스의 경우에는 이들과 달리 왕위 찬탈에 아무런 명분도 정당성도 없습니다. 그는 아무 문제없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는 덕망 높은 왕을 단지 옥좌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으로 암살했습니다. 옥좌를 탐할 수밖에 없게 그의 처지가 불만스러웠던 것도 아닙니다. 왕은 그를 신임하고 있었고 그의 무공에 걸맞는 작위와 재산을 주어 잘 대우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설정을 통해 셰익스피어는 "맥베스"가 권력투쟁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죄악에 관한 이야기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코로, 맥베스◀ 맥베스와 마녀들 Macbeth and the Witches (1858-9)
by 코로 Jean-Baptiste-Camille Corot (1796-1875)
캔버스에 유채, 111 X 135.7 cm, 월리스 컬렉션, 런던


    세익스피어의 다른 비극의 주인공들은 결함은 있으나 대체로 고결한 성격의 사람들입니다. 이런 비극들의 경우, 주인공은 외부적인 충격을 받아 자신의 기존 가치관과 인간관이 흔들리는 가운데, 자신 내부의 성격적 결함이 치명적으로 작용해서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오셀로 Othello"를 볼까요. 용맹하고 강직한 장군이자 아내 데스데모나를 사랑하는 남편인 오셀로에게, 부하 이아고의 데스데모나에 대한 모함은 하늘이 무너져내릴 듯한 충격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이아고의 말을 그대로 믿는 오셀로의 고지식함, 그가 평소 아내에 대해 품었던 미묘한 열등감이 치명적으로 작용해, 마침내는 죄없는 아내를 죽이고 진상을 알고 난 뒤 자신도 자결하는 파국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맥베스에게는 그를 범죄와 파멸로 몰아가는 외부적 충격이 없습니다. 마녀들의 예언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것은 그의 잠재된 야심을 깨워준 것일 뿐 그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친 것은 아닙니다. 맥베스의 범죄와 파멸은 모두 그 자신이 초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맥베스를 아주 혐오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익스피어의 탁월한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맥베스의 모습 - 범죄의 끔찍한 모습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에 빠져드는 모습, 야망을 성취한 후 그것을 허망하다고 느끼면서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 또 저지른 죄에 대해 하늘을 우러러 진심으로 뉘우치기보다는 현세에서 당할지 모르는 벌이나 응보를 두려워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 인간이 사악하고도 연약하기에, 인간적이며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므로, 한번이라도 죄의 유혹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그리고 맥베스 같은 대죄는 아니더라도 조그만 죄를 저지르고 불안에 떨어본 적이 있다면, 그리고 저지른 일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옳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자괴감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뛰어나게 묘사된 맥베스의 심리적 격동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셰익스피어의 마력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군요... 그만큼 "맥베스"는 저를 매혹하는 작품이랍니다. 그럼 맥베스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몇몇 유명한 대사들과 연극 장면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기로 할까요.

 
퓨즐리, 맥베스마녀황야의 맥베스, 뱅코우, 세 마녀 (1793-4) ▶
Macbeth, Banquo and the Witches on the Heath
by 퓨즐리 Henry Fuseli (1741-1825)
캔버스에 유채, 66 x 53 inches


    1막 스코틀랜드 던컨 Duncan 왕의 친척이자 뛰어난 무장인 맥베스 Macbeth 는 노르웨이 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황야에서 세 마녀들을 만나게 됩니다. 마녀들은 차례로 맥베스에게 "글래미스의 영주 만세!" "코더의 영주 만세!" "장차 왕이 되실 분 만세!" 하고 인사합니다. 놀란 맥베스는 자신이 글래미스의 영주인 것은 사실이나 나머지는 무슨 소리냐고 묻습니다. 맥베스와 동행하고 있던 무장 뱅코우 Banquo 도 자신에게는 할 말이 없느냐고 마녀들에게 묻습니다. 마녀들은 뱅코우 자신은 왕이 되지 못하나 그의 자손들은 왕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집니다.

    이때 다른 귀족들이 두 장군들을 마중나옵니다. 그들은 던턴 왕이 맥베스의 승리 소식을 듣고 그 공을 기려 그를 코더 영주로 방금 책봉했다고 알립니다. 과연 마녀들의 말이 들어맞았다고 맥베스가 감탄하자, 뱅코우 역시 놀라워하면서도 이렇게 경고합니다.

    흔히 지옥의 앞잡이들은, 우리를 파멸로 몰아넣기 위해, 하찮은 일에는 진실을 말하여 유혹하고 가장 중대한 순간에는 배신하지요. And oftentimes, to win us to our harm, The instruments of darkness tell us truths, Win us with honest trifles, to betray's In deepest consequence.

    이 경고는 이 비극의 결말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맥베스의 가슴은 이미 야심으로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국왕 시해를 꿈꾸기 시작한 그는 이런 혼잣말을 합니다.

    나쁜 것일리도 없고 좋은 것일리도 없다. 만약 나쁜 것이라면 왜 진실을 말해주어 내게 성공을 보증했는가? 나는 과연 코더 영주가 되었다. 만약 좋은 것이라면 왜 나를 사로잡는 계획의 무시무시한 환영이 내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고 평온했던 심장이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갈빗대를 방망이질하게 만드는가? 현재의 두려움은 무서운 상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Cannot be ill, cannot be good: if ill, Why hath it given me earnest of success Commencing in a truth? I am thane of Cawdor: If good, why do I yield to that suggestion Whose horrid image doth unfix my hair And make my seated heart knock at my ribs, Against the use of nature? Present fears Are less than horrible imaginings

    그러나 맥베스는, 운명이라면 시역을 할 것도 없이 저절로 왕이 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왕궁으로 향합니다. 던컨 왕은 반갑게 맥베스를 맞아 그의 공로를 치하합니다. 그리고 마침 신하들이 모두 모인 기회에 자신의 맏아들 맬컴 Malcolm 을 왕세자로 책봉한다고 발표합니다. 이에 맥베스는 다시 역모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때 던컨 왕은 총애하는 장군인 맥베스의 성에서 하루 머무르고 싶다고 말합니다 -마치 암살의 기회를 주는 것처럼. 맥베스는 속으로 말합니다.

    별들아, 빛을 감추어라, 나의 검고 깊은 욕망이 비춰지지 않도록, 그리고 눈이 손이 하는 일을 보지 못하도록. 그 일이 이루어지도록 내버려 두라. 그 결과를 눈이 보기 차마 두려울 일이. Stars, hide your fires; Let not light see my black and deep desires: The eye wink at the hand; yet let that be, Which the eye fears, when it is done, to see.

 
알렉, 맥베스◀ "맥베스"의 세 마녀
The Three Witches from "Macbeth"(1827)
by 콜랭 Alexandre-Marie Colin (1798-1873)
캔버스에 유채, 29.5 x 39.5 inches


    한편 맥베스의 성에서는 그의 부인 Lady Macbeth 이 맥베스가 보낸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편지에서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인생의 반려자에게 이 소식을 알려 약속된 위대함을 미리 기뻐할 권리를 잃지 않도록" 한다고 덧붙입니다. 편지를 접어들며 그녀는 이런 독백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성품이 걱정됩니다. 당신은 지름길을 택하기에는 너무 인정이 많아요. 당신은 위대해지길 원하고 야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에 따라야 하는 잔혹함이 없어요. yet do I fear thy nature; It is too full o' the milk of human kindness To catch the nearest way: thou wouldst be great; Art not without ambition, but without The illness should attend it: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나서서 맥베스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리라고 다짐합니다. 이때 맥베스가 성에 도착해서 던컨 왕이 지금 곧 이 성으로 행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맥베스 부인 : 그럼 언제 이곳을 떠나시죠?
    맥베스 : 내일이오, 예정대로라면.
    맥베스 부인 : 아, 태양은 결코 그 내일을 보지 못할 겁니다! 나의 영주님, 당신 얼굴은 마치 수상한 내용이 적혀진 책 같아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 사람들과 같은 얼굴을 하세요. O, never Shall sun that morrow see! Your face, my thane, is as a book where men May read strange matters. To beguile the time, Look like the time;


    이렇게 부부는 국왕 시해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던컨 왕과의 만찬이 끝날 무렵, 맥베스는 가까운 친척이며 신하로서 덕망 높은 왕을 살해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과 미래의 응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결심이 흔들린 맥베스는 부인에게 이 일을 그만두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맥베스 부인은 단호하게 맥베스를 질책하며 마치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면서도 다리를 적시기는 싫어하는 고양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실패하면 어쩌느냐는 맥베스의 말에 그녀는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장담합니다. 이에 용기를 얻은 맥베스는 다시 살해 의지를 굳힙니다.


    2막 마침내 깊은 밤이 되어 던컨 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잠이 듭니다. 왕의 두 호위병들도 맥베스 부인이 대접한 약을 탄 술에 취해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맥베스는 단검을 들고 왕의 침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릅니다. 이때 그는 피에 엉겨붙은 단검이 공중에 떠있는 환영을 봅니다. 그는 외칩니다. 내 눈이 잘못되어 다른 감각들의 놀림을 받고 있는 건가, 아니면 눈만이 온전하고 다른 감각들이 잘못된 건가? Mine eyes are made the fools o' the other senses, Or else worth all the rest; 불길한 환영에 그는 잠시 머뭇거리나 다시 왕의 침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단검을 잡는 맥베스 부인 Lady Macbeth Seizing the Daggers (1812)
by 퓨즐리 Henry Fuseli (1741-1825)
캔버스에 유채, 테이트 브리튼, 런던


    맥베스 부인이 뜰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시해를 끝내고 피묻은 단검을 든 맥베스가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와서 말하죠.

    이런 외침을 들은 것 같았소. '더이상 잠을 못 잔다! 맥베스는 잠을 죽였다.' 라고. 죄 없는 잠, 근심으로 엉클어진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 곱게 짜주는 잠. 그날 그날의 삶의 죽음, 노동의 피로를 풀어주는 목욕, 상처 입은 마음에 바르는 약향, 대자연의 주요리, 생명의 향연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인 잠을--. Methought I heard a voice cry 'Sleep no more! Macbeth does murder sleep', the innocent sleep, Sleep that knits up the ravell'd sleeve of care, The death of each day's life, sore labour's bath, Balm of hurt minds, great nature's second course, Chief nourisher in life's feast,-- (중략)

     맥베스 부인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미치게 된다고 말하고, 호위병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피 묻은 단검을 그들 옆에 놓아두고 그들의 얼굴에 피를 칠하고 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맥베스가 다시 살해 현장으로 갈 용기가 없다고 하자 그녀는 마음이 약하다고 나무라며 자신이 직접 단검을 들고 왕의 침실로 올라갑니다. 맥베스는 중얼거립니다.

     넵튠 신의 대양이라면 내 손에 묻은 이 피를 깨끗이 씻어버릴 수 있을까? 아니다, 이 내 손이 오히려 저 넓고 넓은 물을 새빨갛게 하여 푸른 바다를 붉게 바꾸리라. Will all great Neptune's ocean wash this blood Clean from my hand? No, this my hand will rather The multitudinous seas in incarnadine, Making the green one red.

    일을 처리하고 나온 맥베스 부인과 맥베스가 자신들 방으로 돌아간 후, 새벽에 파이프 Fife 의 영주 맥더프 Macduff 와 다른 신하 한 사람이 던컨 왕을 깨우러 옵니다. 맥베스는 잠옷을 걸친 채 나와 시치미를 떼고 그들을 왕의 침실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시해 현장을 보고 경악하자 함께 놀라고 슬퍼하는 척 합니다. 혐의는 물론 얼굴에 피를 묻히고 있는 호위병들에게 돌아갑니다. 맥베스는 호위병들이 결백을 주장할 기회가 없도록, 짐짓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그러는 것처럼 호위병들을 재빨리 베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다른 신하들과 함께 이 역모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자고 결의합니다.

    그러나 던컨 왕의 두 왕자인 맬컴과 도널베인 Donalbain 은 이것이 신하들의 음모가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각기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로 피신하기로 합니다. 왕자들이 도망치자 호위병들을 사주한 혐의는 전적으로 왕자들에게 돌아가고, 왕자들을 제외한 가장 가까운 친척인 맥베스가 새로운 왕으로 추대됩니다. 모두 대관식이 거행되는 곳으로 떠나지만 맥더프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듯 자신의 영지 파이프로 돌아갑니다.


    3막 국왕이 되어 있는 맥베스는 볼일이 있어 길을 떠나는 뱅코우에게 저녁때까지 돌아와 만찬회에 꼭 참석하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나 뱅코우가 떠나자 그는 미리 고용한 자객들을 불러들입니다. 맥베스는 왕이 된 후에도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자신이 불안한 원인은 뱅코우의 자손들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겨우 뱅코우의 자손에게 왕위를 주기 위해 내 영혼을 악마에게 팔고 던컨 왕을 살해했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 라고 생각한 그는 자객들에게 궁정 근처에 잠복해 있다가 만찬에 참석하러 돌아오는 뱅코우와 그의 아들 플리언스 Fleance 를 죽이라고 명합니다. 한편 왕비가 된 맥베스 부인 역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고 허망하구나. 욕망은 이루었지만 만족은 얻지 못했다. 살해를 하고 난 뒤의 불안한 기쁨 속에 있기보다는 차라리 살해당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Nought's had, all's spent, Where our desire is got without content: 'Tis safer to be that which we destroy Than by destruction dwell in doubtful joy.

    그녀는 혼자 있을 때 이렇게 말하지만 맥베스를 대하자 그에게 더이상 과거에 저지른 일을 고민하지 말고 만찬회에서 쾌활하게 신하들을 대하라고 조언합니다. 맥베스는 뱅코우가 거슬린다고 말하고 그러나 오늘 무서운 일이 생기고 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부인이 어떤 일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은 모르는 채로 있다가 성사가 되거든 박수나 쳐주구려. 악으로 시작한 일은 악으로 강해져야 하는 것이오. Things bad begun make strong themselves by ill."

    한편 자객들은 뱅코우와 플리언스를 덮쳐 뱅코우를 죽이지만 플리언스는 놓치고 맙니다. 만찬회가 한창일 때 자객 하나가 돌아와 결과를 보고하자, 맥베스는 플리언스가 마음에 걸리지만 뱅코우가 죽은 것에 일단 안심을 합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피로 얼룩진 뱅코우가 자신의 의자에 앉아있는 환영을 보고 기겁하며 물러가라고 소리칩니다. 망령이 보이지 않는 신하들은 이상하게 여기고,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가 지병으로 가끔 발작을 한다고 둘러댑니다. 맥베스는 서성거리며 중얼거립니다.

    인도적인 법률이 생겨서 사회를 정화하기 전인 옛날에는 피가 많이 흘렀지. 아니, 그 후에도, 듣기에도 끔찍한 살인들이 자행되어 왔다. 그런데, 그때는 골이 터지면 사람은 죽어 버리고 그것으로 끝이었지. 그러나 지금은 정수리에 스무 군데나 치명상을 입고도 다시 살아나 사람을 의자에서 밀어내다니, 이것이 살인보다 더욱 괴이하단 말이다. Blood hath been shed ere now, i' the olden time, Ere human statute purged the gentle weal; Ay, and since too, murders have been perform'd Too terrible for the ear: the times have been, That, when the brains were out, the man would die, And there an end; but now they rise again, With twenty mortal murders on their crowns, And push us from our stools: this is more strange Than such a murder is.

    이 대사를 통해 세익스피어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 양심과 죄의식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합의와 제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맥베스는 그것을 인식하고 그렇다면 이런 죄의식은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미 형성된 양심의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합니다.

    만찬회는 중도에 끝나 버리고, 맥베스는 부인에게 이번에는 그전부터 태도가 심상치 않고 만찬회 초대도 거절한 맥더프가 마음에 걸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마녀들에게 가서 다시 운명을 점쳐보겠다고 결심합니다. 한편 신하들 사이에는 이미 던컨 왕을 살해한 진범이 맥베스라는 의혹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전트, 맥베스◀ 맥베스 부인으로 분한 엘렌 테리 (1889)
Ellen Terry as Lady Macbeth
by 사전트 John Singer Sargent (1856-1925)
캔버스에 유채, 221 x 114.3 cm
테이트 미술관, 런던


    3막을 보면 지금까지 범죄를 주도하던 맥베스 부인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반면 이제 맥베스가 범죄를 주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맥베스만큼이나 흥미로운 인물인 맥베스 부인을 살펴볼까요.

    먼저 초상화의 대가 사전트의 이 그림을 보세요. 맥베스 부인을 연기하는 여배우를 그린 것이지만 맥베스 부인 자신을 그린 것으로 보일만큼 카리스마적입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어두운 녹색 의상을 입고 황홀경에 빠져 그토록 갈구하던 찬란한 왕관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있는 맥베스 부인의 모습은 사악하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기품있고 장려합니다.

    어떤 이들은 맥베스 부인을 악의 화신으로 보고 이 악의 화신이 선과 악의 경계선에 있던 맥베스를 끌어당겨 파멸로 몰아넣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주인공을 조금이라도 선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순진한 해석에 지나지 않습니다.

    1막에서 알 수 있듯이 맥베스는 부인의 부추김이 있기 전부터 국왕 암살을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양심의 가책에 그 결심이 잠시 흔들렸으나 어두운 야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것을 간파한 부인은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면서도 다리를 적시기는 싫어하는 고양이" 같다고 한 것이죠.

    2막에서 죄의식의 소리에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맥베스와 달리 흔들림 없는 맥베스 부인은 과연 남편보다 훨씬 양심이 메말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3막부터는 그녀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악으로 시작한 일을 다지기 위한 악"을 되풀이하며 버티는 남편과 달리 5막에 가면 끝내 죄의식에 사로잡혀 미쳐서 자살하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그녀가 맥베스보다 더 양심이 메말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정도의 어두운 야심을 지닌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서로 다른 행동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몇 평론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따르면 그것은 두 사람 간의 "결단력과 상상력"의 차이입니다.

    맥베스 부인은 무서운 결단력과 추진력을 가진 반면 그만큼 앞날을 섬세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그녀는 앞으로 그녀를 덮칠 죄의식의 무게를 예측하지 못했기에 던컨 왕의 살해에서 그토록 단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허망함, 불안, 그리고 죄의식을 느끼기 시작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리게 됩니다.

    반면에 맥베스는 1막의 대사에서부터 줄곧 나오는 것처럼 자신이 저지를 일의 끔찍한 면모, 죄를 저지른 후 닥쳐올 양심의 질책, 불안과 불면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던컨 왕 살해 전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던 반면, 살해 후에는 예상했던 괴로움이기에 그것을 버티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럼, 4막을 볼까요.

 
퓨즐리, 맥베스예언투구 쓴 환영의 조언을 듣는 맥베스 (1793) ▶
Macbeth Consulting the Vision of The Armed Head
by 퓨즐리 Henry Fuseli (1741-1825)


    4막 맥베스는 황야의 동굴로 마녀들을 찾아갑니다. 마녀들은 이미 맥베스가 운명을 점치러 올 줄 알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커다란 가마솥에 도롱뇽의 눈알, 개구리 발가락, 박쥐의 털, 독사의 갈라진 혀, 상어의 위와 창자, 자기 새끼들을 잡아먹은 암퇘지의 피, 살인자가 교수대에서 흘린 기름땀 등등을 넣어 끓입니다.

    그러자 솥 속에서 환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투구를 쓴 머리의 모습을 한 첫번째 환영은 "맥더프를 경계하라" 고 말하고 사라집니다. 맥베스가 "내가 무서워하고 있는 것을 바로 맞혔구나." 할 때, 피투성이 갓난아기의 모습을 한 두번째 망령이 나타나 말합니다. "잔인하고 대담하라. 여자가 낳은 자는 아무도 맥베스를 해칠 수 없다." 세상에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만큼 맥베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번엔 세번째 환영이 왕관을 쓴 소년의 모습으로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나타나 말합니다. "맥베스는 결코 정복되지 않을 것이다. 버넘 Birnam 의 큰 숲이 던시네인 Dunsinane 언덕까지 공격해 오지 않는 한." 맥베스는 "누가 나무에게 명령하여 땅 속 깊이 박힌 그 뿌리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유쾌한 예언이다!" 하며 기뻐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뱅코우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거슬리는 그는 그것이 사실인지 알려달라고 합니다. 마녀들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다른 환영을 보여줍니다. 왕의 모습을 한 여덟 환영이 한 줄로 나타나고 그 뒤를 따라 나타난 피투성이 뱅코우가 싱글싱글 웃으며 모두 자신의 자손이라는 듯 가리킵니다. 이것을 본 맥베스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한 신하가 나타나 맥더프가 잉글랜드로 탈주했다고 알립니다. 맥베스는 맥더프의 성을 침략해 그 남은 가족들을 몰살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한편 잉글랜드에서는 맥더프가 맬컴 왕자를 만나 맥베스의 폭정과 스코틀랜드의 참상을 전하고 일어서서 왕위를 되찾으라고 설득합니다. 그러나 맬컴은 맥더프 또한 맥베스가 보낸 첩자가 아닌가 의심되어 자신을 탐욕스럽고 호색한이며, 게다가 정의, 관용, 투지, 인내 등의 덕목도 모두 없다고 말합니다.

    그가 이래도 자신이 통치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자 맥더프는 "통치할 자격이라니요! 아니, 생존할 자격조차도 없습니다. Fit to govern! No, not to live. 왕위를 포기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자신의 혈통을 모욕하십니까," 하고 탄식하며 떠나려 합니다. 그제야 의심을 푼 왕자는 방금 한 말은 거짓이며 그와 힘을 합해 스코틀랜드를 구원하겠다고 합니다. 이때, 한 스코틀랜드의 귀족이 와서 맥더프 성의 몰락과 그의 아내와 자식들의 몰살 소식을 전합니다. 맥더프는 눈물을 삼키며 복수를 맹세하고 맬컴은 잉글랜드 왕에게 원군을 청하여 출전 준비를 마칩니다.

 
퓨즐리, 레이디맥베스◀ 맥베스 부인 Lady Macbeth (1784)
by 퓨즐리 Henry Fuseli (1741-1825)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파리


5막 한편 궁정에서는 전의와 시녀가 정신이 이상해진 맥베스 부인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밤에 잠을 자는 상태로 촛불을 들고 돌아다닙니다. 때로는 계속해서 손 씻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횡설수설 말합니다.

    없어져라, 이 망할 얼룩아! 없어지라니까! -- 한시 두시, 아, 그럼, 이제 해치울 시간이다. -- 지옥은 컴컴하구나! -- 아니, 여보, 뭐라고요? 무인이 겁을 내다니요? 누가 알까봐 두려울 게 뭐 있어요? 우리의 권력을 시비할 자는 아무도 없어요. -- 하지만 그 늙은이한테 이렇게 피가 많은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중략) 파이프의 영주에겐 아내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지? -- 어쩌지, 이 손은 영원히 깨끗해질 수 없단 말인가? Out, damned spot! out, I say!--One: two: why, then, 'tis time to do't.--Hell is murky!--Fie, my lord, fie! a soldier, and afeard? What need we fear who knows it, when none can call our power to account?--Yet who would have thought the old man to have had so much blood in him. The thane of Fife had a wife: where is she now?--What, will these hands ne'er be clean?

    전의는 왕비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신부라고 말합니다. 한편 맥베스에게 반란을 일으킨 스코틀랜드의 귀족들은 버넘 숲에서 맬컴 왕자와 잉글랜드의 장군 시워드 Siward 가 이끄는 잉글랜드 군과 합류합니다. 맥베스는 던시네인 성에서 진을 치고 잉글랜드 군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시종들은 겁에 질려 있고 성을 빠져나와 반란군에 합류하는 무리들은 늘어만 갑니다. 맥베스는 독백합니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 내 생애는 이미 누렇게 메마른 잎새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노년에 따라주어야 할 명예, 사랑, 순종, 친구들 같은 건 나로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다. 대신, 소리는 낮아도 뿌리깊은 저주나, 입에 발린 아첨과 추종만이 붙어 다닌다. 이런 것들은 용감하게 물리쳐야 하나 나의 불쌍한 마음이 감히 엄두를 못 내는구나. I have lived long enough: my way of life Is fall'n into the sear, the yellow leaf; And that which should accompany old age, As honour, love, obedience, troops of friends, I must not look to have; but, in their stead, Curses, not loud but deep, mouth-honour, breath, Which the poor heart would fain deny, and dare not.

    그리고 맥베스는 정신이 이상해진 왕비가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왕비도 언젠가는 죽어야 했겠지. 언젠가 한번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했겠지. 내일, 내일, 또 내일은 하루 하루 소리도 없이 기어가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순간에 도달한다. 우리의 모든 어제들은 바보들이 티끌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비추어 왔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무대 위에서 자기가 맡은 시간 동안 흥을 내고 조바심치다가 그것이 지나면 잊혀지는 불쌍한 배우에 불과하다. 그것은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처럼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She should have died hereafter; There would have been a time for such a word.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이때 그는 버넘의 숲이 움직인다는 괴이한 보고를 받습니다. 이것은 사실 잉글랜드 군이 나뭇가지를 들어 위장한 채로 이동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인 것이었습니다.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의 두 갈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제 갑옷이라도 걸치고 죽겠다는 각오로 직접 출전합니다. 전세는 맥베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만 아직 용맹과 힘이 남아 있는 그는 시워드 장군의 아들과의 결투에서 승리합니다. 그리고는 상처입은 야수처럼 외칩니다. "왜 내가 로마의 바보들처럼 내 칼로 자살을 해? 살아 있는 놈은 눈에 띄는 대로 베어 버리겠다!" 이때 복수심에 불타는 맥더프가 나타납니다.

    맥베스 : 네놈만은 피해주려고 했는데. 돌아가라. 내 영혼은 이미 네 가족의 피로 가득차 무겁다. Of all men else I have avoided thee: But get thee back; my soul is too much charged With blood of thine already.
    맥더프 : 나는 할 말이 없다. 이 칼이 내 말을 대신할 테니까. I have no words: My voice is in my sword: (중략)
    맥베스 : 내 목숨엔 마력이 걸려 있어서 여자가 낳은 자에겐 정복당하지 않는다. I bear a charmed life, which must not yield, To one of woman born.
     맥더프 : 그 마력은 단념해라. 그리고 아직도 네놈이 받드는 그 악령에게나 물어봐라. 맥더프는 달이 차기 전에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사실을. Despair thy charm; And let the angel whom thou still hast served Tell thee, Macduff was from his mother's womb Untimely ripp'd.
    맥베스 : 이 교묘한 마귀들, 더 이상 믿지 않겠다. 두 가지 의미의 말로 사람을 속이는구나. 귀에는 약속의 말을 속삭이고, 희망을 품으니 그 말을 깨뜨려 버리는구나. And be these juggling fiends no more believed, That palter with us in a double sense; That keep the word of promise to our ear, And break it to our hope. (중략) 비록 버넘 숲이 던시네인까지 오고, 여자가 낳지 않았다는 네놈과 맞선다 하더라도 나는 마지막 시도를 해보겠다. 여기 내 방패를 내던진다. 덤벼라, 맥더프. Though Birnam wood be come to Dunsinane, And thou opposed, being of no woman born, Yet I will try the last. Before my body I throw my warlike shield. Lay on, Macduff.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우다가 결국 맥더프가 맥베스를 죽입니다. 목이 잘린 맥베스의 머리는 창에 꿰어지고 맬컴 왕자는 만인의 축복 속에 왕위에 오릅니다. 이렇게 "맥베스"는 끝납니다.

    참, 퓨즐리의 그림들 잘 보셨어요? 전에 그의 "인큐부스" 그림을 소개한 적도 있지만 그의 어둡고 기괴하고 몽환적인 화풍은 "맥베스"의 장면들과 정말 잘 맞습니다.

    결말에 이르면, 우리는 마녀들의 가마솥에서 나왔던 환영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됩니다. 투구를 쓴 머리는 맥베스의 잘린 머리이며, 피투성이 갓난아기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맥더프이고, 나뭇가지를 들고 왕관을 쓴 소년은 나뭇가지를 들어 위장을 했던 맬컴 왕자였죠. 즉 맥베스를 안심시킬 예언을 하면서도 영상으로는 그 예언의 참모습을 보여준 것이죠. 마치 마녀들이 그 가마솥 속에 넣은 독사의 두 갈래로 갈라진 혓바닥처럼.

    이러한 기만적인 예언에 매달리는 맥베스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을 봅니다. 이글 처음부분에 제가 말한 것 같은 이유로, 우리가 맥베스를 읽거나 연극을 볼 때는 "저런 나쁜 놈, 왜 빨리 안 죽냐" 라고 욕하게 되지도 않으며 반대로 "맥베스도 알고 보면 이유가 있다"고 감싸게 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파멸을 향해 질주하는 그의 행보를 마치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심연을 관찰하듯 바라보며, 그의 가슴 졸임과 어두운 흥분, 자포자기 등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리고 맥베스가 최후를 맞을 때 우리는 마치 우리 내부에 어두운 면을 끌어내어 처형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죠...


http://ncolumn.daum.net/isis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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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hele 2004-07-04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이트 미술관 ... 가봐야겠네요 ^^a 퍼갑니다

panda78 2004-07-04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데리고 가 주세요---- (발목 잡고 매달림) 가방 속에 들어가 있으면 안될까요? ^^;;;

꼬마요정 2004-07-04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같이..^^;; 전 작아서 들어갈텐데요..^^

밀키웨이 2004-07-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린 시절 참 오래오래 기억에 남은 것이 이 멕베드입니다.
잘린 머리니...마녀니..하는 그런 것들이 어찌나 무섭던지...

밀키웨이 2004-07-04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근데 저 싸이트 말입니다.
진짜 볼 거 많네요.
판다님 고마와요.
땡뀨~~

panda78 2004-07-0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들 직접 보고 오신 분들이 많으시다.. 켈님, 부러워요.. 저도 언젠간 꼭.. ^^
저도 맥베스를 제일 좋아한답니다. 처음 읽고는 나무가 걸어다니는 꿈을 꿨었죠.

밀키님, 제 친구 언니가 하는 사이트인데, 상당히 볼 게 많지요? ^-^ 괜히 제가 뿌듯-

mira95 2004-07-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판다님 좋은 글 고마워요...
 

한번 날려 먹고 다시 쓴 거라 처음 썼던 페이퍼와는 차이가 납니다. T^T

마지막 한 줄 쓸 때 날아가다니, 너무 한 거 아냐....

 

다이달로스(Daedalus)

'명장(名匠)이라는 뜻. 아테네의 전설적인 장인(匠人)으로서 다양한 기술과 발명으로 유명했다. 그의 아버지는 에렉테우스 왕의 자손이라 전해지는 '현명한 손을 가진' 에우팔라모스 또는 '유식한' 메티온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다이달로스의 자손이라고 했다.

다이달로스는 성장하면서 아테네의 최고의 화가, 조각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너무도 사실성이 풍부하여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누이는 자기 아들 페르딕스(탈로스 또는 칼로스라고도 불린다)를 그의 제자로 삼게 했다. 이 소년은 다이달로스 보다 더 훌륭한 장인이 될 소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는 뱀의 턱뼈 또는 물고기의 등골을 본떠 톱을 발명하고, 컴퍼스와 녹로도 발명했던 것이다. 이에 다이달로는 소년을 몹시 질투하게 되어, 아크로폴리스의 산정 (또는 벼랑)에서 떨어뜨려 죽였다.

그의 놀라운 재주 때문에 페르딕스를 사랑하고 있던 아테나 여신은 그가 추락하는 것을 보고 산메추라기로 변신시켰다. 그후 이 새는 페르딕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다이달로스는 조카를 죽인 죄로 인해 알레이오스 파고스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그 판결을 따랐기 때문인지 자발적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다이달로스는 아테네를 떠나 크레타 섬으로 갔다.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은 그를 크게 환영했다. 다이달로스는 왕의 요청에 따라 훌륭한 공예의 솜씨를 발휘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인공의 암소였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미노스에게 기증한 황소에 심한 욕정을 느끼고 있던 파시파에 왕비는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다이달로스가 나무로 만든 그 암소 속으로 들어갔다.

 

1세기 경, 폼페이 벽화

 



가짜 황소 안으로 들어가는 파시파에


포세이돈의 황소는 그 암소가 진짜인 줄로만 알고 교미했기 때문에, 그 결과 파시파에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소인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낳게 되었다.

 

미노스는 이 괴물을 부끄럽게 여겨 그를 감추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지하의 미로인 라비린토스를 만들게 했다. 이것은 많은 터널과 복도와 하나의 입구로 이루어졌으며, 안에 들어간 사람은 두번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없게 고안되어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는 그 중심부에 가두어져 사람 고기를 먹고 살았다. 미노스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아테네인(->안드로게오스)은 해마다 (일설에 의히면 9년마다) 7인의 소년과 7인의 소녀를 공물로 미노스왕에게 바치도록 되었고, 이들 소년 소녀는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기 위해 한 사람씩 라비린토스에 보내졌다.

몇 년 후 테세우스가 크레타 섬에 왔을 때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다이달로스가 고안한 실꾸러미를 그에게 주어,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뒤 그 실꾸러미 덕택으로 미로에서 빠져나와 라비린토스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루스

 


미노타우루스를 죽이는 테세우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의 배신을 알자, 그와 그의 어린 아들 이카로스(다이달로스와 미노스의 여자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를 라빈토스에 가두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다이달로스는 새의 날개와 같은 것을 만들어 하늘로 날아서 탈출하려고 했다. 그는 밀납과 깃털을 이용하여 자신과 아들을 위한 날개를 만들었다.


이카루스

 

 

이카로스와 함께 도망하기 위해 날개를 만드는 다이달로스.
이카로스는 다이달로스 앞에 서 있다.
부조, 그리스 작품에 근거한 로마시대 模刻. 1세기 (로마, 빌라 알바니)

 


 

그런 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 때문에 날개의 밀납이 녹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물보라에 날개가 젖어 무거워진다고 아들에게 주의를 주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Lord Leighton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Charles Landon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그들은 북동쪽으로 날아 파로스 섬, 델로스 섬, 사모스 섬 등을 지났다. 그러나 스포라데스 제도와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해안 사이를 지날 때, 이카로스는 흥분한 나머지 높이 올라가고 말았다. 태양열이 날개의 밀납을 녹였기 때문에 그는 바다에 추락했다.


이카로스의 추락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브뢰헬(브뢰겔) ---  이카루스 추락의 풍경

 

그 바다는 이카로스의 이름을 따서 이카리오스 해라 불리게 되었다.


다이달로스는 그 바다 가까이에 있는 섬 (오늘 날의 이카리아 섬)에 착륙하여 바다에서 아들의 시체를 건져 매장했다. 이때 산 메추라기로 변한 다이달로스의 조카 페르딕스는 삼촌이 슬퍼하는 모습에 미소를 보냈다.


허버트 드레이퍼 - 이카루스를 위한 탄식

 


Copy  of  Paris Louvre  Icarus


 

 

 

다른 설에 따르면, 파시파에가 다이달로스를 라비린토스로부터 구출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배를 만들고 배를 추진시킬 돛을 처음으로 고안하여 이카로스와 함께 배를 타고 섬에서 도망쳐 나갔다는 것이다.

 

그는 시칠리아 섬으로 가서 카미코스의 왕 코칼로스의 궁전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복수심에 불타는 미노스왕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그의 소재를 알아냈다. 그는 서방의 모든 지배자들 한테 가서 소용돌이 모양의 조개껍질에 실을 꿰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코칼로스가 실을 꿴 조개껍질을 미노스에게 보이자, 그는 코칼로스가 다이달로스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다이달로스 이외에는 아무도 그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달로스는 조개껍질 끝에 구멍을 뚫고 허리에 실을 맨 개미를 그 구멍으로 들여보냈다고 한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의 인도를 요구했으나 코칼로스는 이를 거절했다. 다이달로스가 그를 위해 난공불락의 도시를 건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미노스는 도시를 포위했다. 그러자 코칼로스는 다이달로스를 인도하겠다며 화해하려는 체하면서 미노스를 초대하여 그에게 목욕하기를 권했다. 그리고 예로부터의 관습에 따라 코칼로스의 세 딸이 그를 목욕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배관 기술을 알고 있는 다이달로스가 목욕탕에 연결된 수도관을 통해 끓은 물을 나오게 하여, 미노스는 고통을 당하다가 데어 죽었다. 다른 설에 의하면 코칼로스는 미노스의 군대와 싸우다 전사했다고 한다.

 

수많은 건조물과 고안물이 다이달로스의 창의에 의한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는 쿠마이의 아폴론 신전을 설계하여, 자기 자신의 생애를 이야기하는 그림으로 그곳을 장식했다고 한다. 시칠리아에서는 아라본 강 연안의 저수지, 셀리노스의 증기 목욕탕, 아크라카스(아그리겐톰)의 요새, 엘릭스의 아프로디테 신전의 주랑(柱廊) 등이 그의 건축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 그는 황금으로 만든 벌집의 모형도 시칠리아에 남겼다.

 

그는 돛을 고안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아교, 도끼(만일에 페르딕스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톱, 연추의 실, 나선형 끌 등 목수가 쓰는 기구의 대부분도 그의 창의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테네의 아테나 폴리아스 신전에 전시되어 있던 접는 의자도 다이달로스의 작품이라고 여겨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많은 목상(木像)도 조각했다고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는 눈과 손을 움직이거나 걸어다니는 것도 있었다. 이와 같은 작품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도처에서 발견되었다.

 

사르디니아에서는 다이다레아라 불리는 몇몇 탑이 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이집트의 피라밋(예컨대 멤피스의 파타하 신전)도 다이달로스의 설계에 의한 것이라는 말이 그리스에 전해지고 있다.

 

 쿠시  ---  이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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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07-0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 갑니다.. 힘 내세요 판다님~~~
이 페이퍼두 멋진걸요...^^

panda78 2004-07-0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꼬마 요정님.. ^^
머리가 안 좋아서 금새 까먹어요. ㅋㅋ

조선인 2004-07-0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저도 추천도 한방.

panda78 2004-07-0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합니다. ^^ ***
 


페가수스를 탄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구하기 위해 서두르다
Perseus on Pegasus Hastening to the Rescue of Andromeda (1895-96)
by 레이턴 Lord Frederic Leighton (1830-1896)



    용감한 전사가 갖가지 모험 중에 괴물을 무찌르고 아름다운 공주를 구출한다는 이야기...이보다 더 진부하고, 흔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의 페르세우스 이야기야말로 이런 고전적인 영웅 이야기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페르세우스 신화는 이런 이야기들의 대표적인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레이턴, 안드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
Perseus and Andromeda (1891)
by 레이턴 Lord Frederic Leighton (1830-1896)
워커 미술관, 리버풀

괴물이 불을 뿜는 것이 인상적이군요...^^;;



    페르세우스 이야기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신난다는 것이죠...우선, 눈 하나, 이빨 하나를 돌려가며 쓰는 그라이아이 노파들이나, 머리카락이 온통 살아있는 뱀들인 메두사, 또 용과 비슷한 바다의 괴물 등 무시무시하고 환상적인 존재들이 등장해서,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런 기괴한 존재들, 그리고 그밖의 인간인 적들을 상대로 주인공 페르세우스가 때로는 힘, 때로는 지혜를 사용해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맞서는 과정이 우리를 매혹하지요. 게다가, 페르세우스 이야기는 구성이 탄탄한 편이라서, 이런 서로 다른 적들과의 싸움이 적절한 완급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거든요. 그리고, 그런 싸움 중에 페르세우스가 사용하는, 신들로부터 빌린 신비한 무기들이 재미를 더하지요.

    페르세우스처럼 모험을 하고 멋진 영웅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요. 그런 우리에게 페르세우스 신화나 그와 같은 종류의 이야기들 -중세 유럽의 기사 이야기부터 현대 할리우드 액션 영화까지-는 언제나 즐거움을 주지요.

    반면에 페르세우스 신화 같은 영웅 이야기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보면 세상은 마치 영웅들과 평범한 사람들로 이분되고 세상의 중요한 일들은 몇몇 영웅들의 화려한 활약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죠.

    또 이런 이야기 속의 영웅들은 무예, 외모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사회의 주류 계층에 속하기 마련입니다. 즉, 고대와 중세의 계급 사회에서는 영웅은 늘 고귀한 태생으로 설정되었죠. 페르세우스가 제우스 신과 왕녀 다나에 사이에서 태어난 것처럼. 또 할리우드 영화는 백인 남성만 영웅으로 등장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왔죠... (요즘은 그런 경향이 많이 줄었지만.)

    실제의 세상에서는 영웅과 평범한 사람들이 구분되어 있지 않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영웅적인 면과 그렇지 못한 면, 즉 용기와 비겁, 지혜와 어리석음 등을 함께 지니고 있고,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지혜와 작은 용기로 굴러간다고 생각합니다. 또 위급한 상황에서는 이런 보통 사람들이 큰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이야기 속의 전형적인 영웅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나 아주머니이기도 하죠.

루벤스, 페르    그리고, 이런 고전적인 영웅들은 페르세우스처럼 늘 전사이기 때문에, 폭력과 호전성, 정복욕을 미화한다는 비난도 많습니다. 또, 안드로메다와 같은 여성들은 왜 하릴없이 구원이나 기다리고 그것도 옷을 거의 안 입고 한껏 섹시한 자태로 쇠사슬에 묶여 있어야 하느냐는 비난을 빼놓을 수 없겠죠. ^^;;


◀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Perseus and Andromeda (1620-1621)
by 루벤스 Peter Paul Rubens (1577-1640)
캔버스에 유채
에르미타쥬 미술관, 페테르부르그


    세상이 변화하면서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들에 대한 이런 비판들이 생겨났고, 또 이런 비판들이 다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늘 기사와 공주가 등장하는 유럽 동화와 또 그런 동화를 주로 소재로 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패러디로 조롱한 "슈렉 Shrek"이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탔다고 하죠.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그 소재와 주인공의 설정에서 최근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 많은 소설과 영화 속에서 고전적인 영웅의 모습과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있죠. 순수한 마음으로 절대반지 the One Ring 를 파괴할 임무를 맡은 작은 호빗 프로도 Frodo Baggins 나 모성적인 의지로 에일리언 Alien 과 맞서는 여성 리플리 Ellen Ripley 처럼...

    이런 변화들이 많으니, 이젠 고전적 영웅 이야기의 문제점들은 접어두고, 그저 하나의 신나고 멋진 이야기로 페르세우스 신화를 즐겨볼까요. ^^


    아르고스 Argos의 왕 아크리시오스 Acrisius는 장차 태어나는 외손자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아직 미혼인 딸 다나에 Danae 가 어떤 남자도 만나지 못하도록 청동탑에 가두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반한 제우스 Zeus 신이 황금 소나기로 변하여 탑 지붕의 구멍으로 스며들어가 그녀의 몸에 내렸다. 이로써 다나에는 페르세우스를 잉태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한 그림들도 많은데, 나중에 따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워터하우스, 페르     페르세우스가 태어나자 놀란 아크리시오스는 딸과 외손자를 나무 궤짝에 넣어 바다로 띄워보냈다. 그 궤짝은 파도에 실려 세리포스 섬 Seriphos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그 섬의 왕 폴리덱테스 Polydectes 의 형제인 딕티스 Dictys 에게 발견되었다. 딕티스는 그들에게 살 곳을 주고 페르세우스를 아들처럼 돌보아 주었다.


다나에 Danae (1892) ▶
by 워터하우스 John William Waterhouse

    세리포스 섬에 도착한 다나에와 그녀의 어린 아들 페르세우스를 그린 이 그림은 1947년에 뉴욕에서 도난당해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전에 촬영된 흑백사진밖에 없답니다. 아름다운 그림 같은데, 안타깝네요.



    페르세우스가 자라서 청년이 되었을 때 폴리덱테스 왕은 그에게 머리카락이 뱀인 괴물 메두사 Medusa의 머리를 베어오라고 명령했다. 폴리덱테스는 다나에에게 여러 번 구혼하였었는데 거절당하자 그녀의 아들 페르세우스가 방해물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제거하고자 한 것이었다.

슈바베, 메두사◀ 메두사 Medusa (1895)
by 슈바베 Carlos Schwabe (1866-1926)
수채, 개인 소장

    제가 본 가장 무서운 메두사 그림입니다...대개의 메두사 그림들은 뱀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 그림만은 모두 입을 쩌억 벌리고 있죠! 끔찍한 소리를 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섭지 않고 오히려 웃기다는 평도 많으니...이런...-_-;;


    메두사는 멧돼지 어금니 같은 이빨과 청동손, 황금날개를 가진 고르곤 Gorgon 이라는 괴물 세 자매 중에 막내였다. 고르곤들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보는 사람은 누구든 돌로 변하였다. 일설에는 메두사는 본래 아름다운 여성이었으나 그녀가 아테나 Athena 여신의 신전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정사를 가진 후 여신의 진노를 사서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하였다고도 한다.

    페르세우스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영웅들을 수호하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 전령신 헤르메스 Hermes 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 신들이 가르쳐 주는대로 페르세우스는 님프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이 보관하고 있는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샌들과 저승의 신 하데스 Hades의 소유물인 머리에 쓰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투구, 그리고 메두사의 머리를 넣을 자루를 빌렸다. 그리고 헤르메스는 자신의 검도 빌려주었으며 아테나는 그녀의 청동방패를 빌려주었다.


 번존스, 페르무장

페르세우스의 무장 the Arming of Perseus (미완성,1885)
by 번 존스 Sir Edward Burne-Jones (1833-1898)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영국 출신의 번 존스는 그의 그림들의 문학적인 주제와 중세적인 단아한 분위기, 풍부한 색채 등 때문에, 르네상스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라파엘 전파 Pre-Raphaelite Brotherhood 의 정신을 가장 뛰어나게 구현한 화가로 뽑힙니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가 가르쳐 준대로, 먼저 고르곤의 자매이며 고르곤이 사는 장소를 유일하게 아는 그라이아이 Graiae가 있는 동굴에 갔다. 그라이아이는 날 때부터 백발인 세 명의 노파들로 한 개의 눈과 한 개의 이빨을 셋이서 돌려가며 쓰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그라이아이들이 서로 눈을 건네고 있는 사이에 재빨리 눈을 빼앗은 다음 돌려주는 대가로 고르곤이 사는 장소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해서 알아냈다.

    페르세우스는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날아서 아프리카 대륙의 외진 곳에 있는 고르곤들의 동굴에 도착했다. 동굴 근처에는 고르곤을 보아서 돌이 된 사람과 동물들로 가득했다. 고르곤들은 마침 잠을 자고 있었는데, 페르세우스는 불사의 몸인 스테노 Stheno와 에우리알레 Euryale를 피해 메두사에게 다가갔다. 그 얼굴을 바라보면 돌이 되기 때문에, 아테나가 준 청동방패의 거울 같은 표면에 비치는 메두사의 모습을 보고 겨냥을 하여 헤르메스가 준 칼로 그 목을 단번에 잘랐다. 이때 메두사의 샘솟는 피에서 날개달린 말 페가수스 Pegasus와 크리사오르 Chrysaor 가 탄생했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자루에 넣고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잠에서 깬 메두사의 언니들, 스테노와 에우리알레가 추격해 왔으나, 페르세우스가 모습을 안 보이게 하는 투구를 쓰자 소용없었다.


 번존스, 페르모가지

메두사의 피로부터 탄생하는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
The Birth of Pegasus & Chrysaor from the Blood of Medusa (1876-85)
과슈, 사우스햄턴 시립미술관


    페르세우스는 하늘을 날아 세리포스로 돌아가던 중 에티오피아 Ethiopia 왕국의 바닷가에서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을 보게 되었다.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페르세우스는 내려와서 그녀의 이름과 사슬에 묶여있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 나라의 왕 케페우스 Cepheus 의 딸 안드로메다 Andromeda 라고 대답했다. 왕비 카시오페아 Cassiopeia 가 자신과 딸 안드로메다가 바다의 님프들보다도 아름답다고 자랑했기 때문에 화가 난 님프들이 바다 괴물을 보내 왕국을 파괴하게 만들었고 그 괴물을 달래기 위해서는 안드로메다가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때 바다 괴물이 파도를 가르며 나타났고 가까이 있던 그녀의 부모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아는 울부짖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왕과 왕비에게 페르세우스가 자신이 괴물을 퇴치하는 대가로 안드로메다를 아내로 줄 것을 청하자 그들은 기꺼이 수락하였다.


 번존스, 페르안드

운명의 바위 The Rock of Doom (1885-88)
by 번 존스 Sir Edward Burne-Jones (1833-1898)
캔버스에 유채, 주립미술관, 슈투트가르트



브테뵐, 페르     괴물이 가까이 오자 페르세우스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의 그림자가 수면에 드리워지자 괴물은 미친 듯이 그 그림자를 공격했고 이때 페르세우스는 괴물의 등을 공격하여 헤르메스가 준 칼을 박았다. 깊은 상처를 입자 괴물은 울부짖고 요동치며 페르세우스를 공격하였으나 그는 날아올라 괴물의 이빨을 피했다가 빈틈이 보일 때마다 내려와 괴물의 몸에다 칼을 박아 마침내 해치웠다.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성을 올렸고,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아는 말할 수 없이 기뻐하며 그를 즉시 궁전으로 데리고 가서 안드로메다와의 결혼식을 올렸다.


◀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Perseus and Andromeda (1611)
by 브테뷀 Joachim Wtewael (1566-1638)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파리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구출하는 장면을 나타낸 그림은 이 그림과 같은 구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소개하지 않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대가 티치아노 Titian 의 그림도 이와 구도가 비슷하죠.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안드로메다 쪽에서 괴물과 싸우는 페르세우스를 바라보기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과 기대감, 긴박감을 함께 느낄 수 있죠.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멋진 몸매도 감상할 수 있겠죠. ^^;;
    사실 신화에는 페르세우스가 페가수스를 타고 바다 괴물과 싸웠다는 이야기가 없는데, 그쪽이 더 멋있다고 생각했는지 많은 화가들이 페르세우스가 페가수스를 타고 있는 것으로 그렸네요.



    그런데 결혼 축하연 도중 안드로메다의 원래 약혼자인 피네아스 Phineas가 군사를 이끌고 나타나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였다. 케페우스가 나서서 안드로메다가 제물이 되는 순간 약혼은 무효가 되었으며, 약혼자였던 피네아스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지 않았느냐고 꾸짖었다. 그러나 피네아스는 그 말을 무시하고 페르세우스에게 창을 던졌다. 이로써 결혼 축하연장은 싸움터로 변하였다. 페르세우스는 적의 수가 너무 많아서 열세에 몰리자 메두사의 머리를 생각해냈다. 그가 자신의 편은 모두 고개를 돌리라고 외친 뒤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어 내밀자 그를 보고 공격하던 적들을 모두 돌로 변하였다. 겁을 먹은 피네아스가 고개를 돌린 채 무릎을 꿇고 살려줄 것을 애원하였다. 페르세우스는 그의 비굴함을 비웃으며 그의 돌린 고개 쪽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가 돌로 만들어 버렸다.

지오르다노, 페르

피네아스와 그의 무리들을 돌로 변하게 하는 페르세우스 (1680년대 초)
by 지오르다노 Luca Giordano (1634-1705)
캔버스에 유채, 285 x 366 cm, 국립미술관, 런던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와 함께 세리포스로 돌아왔다. 세리포스에서는 폴리덱테스 왕의 구혼을 거절한 그의 어머니 다나에와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딕티스가 폴리덱테스의 박해를 받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폴리덱테스를 만나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왔다고 했다. 그가 믿지 못하겠다고 비웃자 당장 머리를 꺼내 보여주어 폴리덱테스를 돌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딕티스를 세리포스의 새로운 왕으로 추대했다. 이러한 일들이 끝난 후 그는 신들에게 빌린 모든 물건을 감사와 함께 반납하고 특히 아테나 여신에게는 메두사의 머리를 바쳤다. 아테나는 그 머리를 자신의 가슴받이 갑옷에 장식으로 달았다.

    그후 페르세우스는 어떤 경기에 참가해 원반을 던졌는데, 관람석에 있던 그의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가 사고로 그 원반에 맞아 숨지는 바람에 결국 예언이 실현되었다. 페르세우스는 외할아버지의 나라 아르고스의 왕위를 물려받았으나 아크리시오스를 사고로 죽인 일이 꺼림칙해서 그의 나라를 티린스 Tiryns 의 왕과 교환했다. 그리하여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는 티린스의 왕과 왕비가 되었다.


해로운 머리 the Baleful Head (1886-87)
by 번 존스 Sir Edward Burne-Jones (1833-1898)
캔버스에 유채, 주립미술관, 슈투트가르트

페르세우스가 사랑하는 안드로메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우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서움 반 호기심 반에 페르세우스의 손을 꼭 잡고
심각하게 우물을 들여다보는 안드로메다의 모습이 재미있네요.^^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http://ncolumn.daum.net/isis177

 

제 친구의 언니가 운영하시는 사이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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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6-3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페르세우스 !
흐흐흐
역시 신화이야기가 재미있어요 ^^
일단 아는 이야기이므로 친숙하자노요 ^^

근데 친구도 뭔가 있으시고 그 언니분도 멋지신 거 같아요
그림에 조예가 깊으심은 집안내력이거나 음..그런 계통?

panda78 2004-06-3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잘 모르겠어요. ^^ 속이야기는 안하는 친구라..
근데, 집은 잘 살더라구요. 언니분이 미술쪽과 관련이 있으시던가? 유학 갔다 오셨다는 것 같던데..


꼬마요정 2004-06-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쪄요~~~~!!^^ 퍼 갑니다^^*

마태우스 2004-06-3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도움이 되는 글.그림입니다

조선인 2004-07-0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겠습니다. 꾸우벅~

panda78 2004-07-0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든지요- 조선인님, 결국 그거 못 찾았어요.. 죄송해요.. T^T

2004-07-02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겜보이 2004-07-03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언니분은 미술은 그냥 취미로 하신 거.. 유학 가신 적도 없구.
울 학교 경제학과 나오셔서 기자 생활 하고 계신 분이라지요~

panda78 2004-07-03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 역시 친한 사람은 다르구나.
 

원본을 보시고 싶으신 분은 http://blog.naver.com/egon5.do으로.. ^^

 

   페넬로페는 헬레네(그 헬레네)와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아버지 틴다레오스의 형제인 이카리오스의 딸이다. (즉 헬레네의 사촌)

  오딧세우스와 결혼 한 뒤 잠깐 동안의 신혼 생활을 하지만, 오딧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는 바람에 20년을 독수공방 생활을 한다. 오딧세우스가 전쟁이 끝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페넬로페에게는 많은 구혼자들이 생겨 오딧세우스의 재산과 지위를 노린다. 구혼자들은 허구한 날 그녀의 집에서 먹고 놀며 그녀에게 결혼해줄 것을 요구한다. 페넬로페는 베틀로 시아버지의 수의를 짜며, 그것을 다 짤 동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다.

  매일 낮 동안은 그것을 짜고 매일 밤 동안은 그것을 풀며 그녀 역시 스스로의 전쟁을 치룬다.

* 그 때문에 페넬로페의 직물이란, 끊임없이 일을 하지만 진전이 없거나 마치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레안드로 바사노 <페넬로페>

 


스펜서-스탠호프 <페넬로페>

 

 


워터하우스 <Penelope and her Suitors> 페넬로페와 그녀의 구혼자들

 

 


Penelope Writing a Letter to Ulysses부분- 작자 미상

  20년만에 오딧세우스가 돌아왔다. 그는 아테네 여신의 인도로 거지의 행색으로 변장하고 그의 아들과 그의 충실한 두 명의 옛 부하의 도움을 받아 구혼자들을 한 곳에 몰아놓은 후 처치한 다음, 페넬로페와 해후한다.

 


핀투리치오 <오디세유스의 귀향>

 

  화가들이 그리는 페넬로페의 그림 중에는 페넬로페와 오딧세우스의 재회 장면도 많지만, 페넬로페의 베틀 짜는 모습이 많다. 아마도 그녀가 지혜롭게 신의를 지켜나가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휼륭한 책략을 구사할 줄 아는 여인이며, 전형적인 현모양처로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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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06-2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신화 중에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젤 좋아하는데, 거기서 페넬로페는 춘향이를 떠 올리게 해서 무척 좋아한답니다..^^

panda78 2004-06-2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향이.. ^^ 그렇네요. 전 둘 다 제대로 된 텍스트로 읽은 적이 없어서.. ^^;; 하핫.. 대략 민망-

꼬마요정 2004-06-2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제가 보니까 영화 트로이에서 칼 맡는 청년 아이네이아스 맞아요... 몸이 불편한 아버지도 옆에 있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