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신화나 성서는 아니지만, 문학 작품과 관련있는 그림들은 이 곳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라는 책이 생각나는군요. ^ㅂ^;;;;;;

 

Alexander, John White (American, 1865-1915)     Isabella and the Pot of Basil

 

<이자벨라의 전설>

이자벨라의 이야기는 보카치오에 의해 전해진다.

이자벨라는 부유한 지주의 딸이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두 오빠와 함께 살았는데.
이 오빠들은 이자벨라를 부자랑 결혼시켜 지참금으로
한 밑천 잡으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하인 로렌초와 벌써 사랑하는 사이였다.


이를 눈치챈 오빠들은 로렌초를 숲속으로 데려가 죽여버린다.
그의 시체는 그 자리에 묻어버리고.
이자벨라에겐 로렌초가 피렌체에 심부름간걸로 둘러대었다.
아마도 거기서 다른 여자를 만나 돌아오지 않는 것일거라고 했다.


자신을 버린 애인을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이자벨라에게
로렌초의 유령이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자신이 묻힌 곳을 알려주었다.
이자벨라는 숲으로 달려가 조그만 칼로 땅을 파고 로렌초의 시체를 꺼냈다.
그의 시체를 그런 휑한 숲속에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지만
그를 운반할 도리가 없었다.

이자벨라는 로렌초의 목을 잘라 집으로 돌아온다.
그 잘린 머리를 항아리에 넣고 흙과 이끼를 덮은 후
바질(사랑의 상징이라더군요)씨를 뿌렸다.
이자벨라는 매일매일 눈물로 항아리에 물을 주었고
바질은 무럭무럭 자랐다.
이자벨라가 바질항아리를 부여잡고 눈물로 날을 지새는 걸 본
오빠들은 실성한 이자벨라가 부유한 집으로 시집을 가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그래서 어느날 오빠들은 바질 항아리를 훔쳐내어 항아리를 깨보았다.
항아리에서는 로렌초의 머리가 굴러나왔고
상황을 깨달은 오빠들은 도망치듯 마을을 떠났다.
한편 이자벨라는 항아리를 찾지 못하자 슬픈 노래를 부르며...
부르다가 서서히 죽어갔다.....
로렌초를 그리워하면서...

 
<출처_klimt-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의 공존(cyworld)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4-07-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의 공존이라,...
너무 슬프고 무서운 얘기예요.
바질이라는 어감이 참 좋군요.

방긋 2004-08-1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질이면, 허브의 일종아닌가요?
거왜 닭요리 할 때 쓰는 거요.
 


오르페우스와 에우르디케

 


같은 주제

 


오르페우스와 에우르디케 부분

 

 

 

파리스의 심판

 

 


삼미신 (Three Graces)

 

 

 


낙소스 섬에 버려진 아리아드네

 

 

 


신화는 아니지만, 파울로와 프란체스카. (단테의 신곡에도 나오지요. 예전에 관련 페이퍼 올린 적도 있구요.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4-07-1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스의 심판~~ 보기만 해도 두근두근 거리는군요.
누가 제일 예쁘니? 그 질문에 대답을 하다니...ㅎㅎ

panda78 2004-07-1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자를 몰랐던 걸까요? 바부- ^-^

mira95 2004-07-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스가 나이가 어렸던 게지요...ㅉㅉ

panda78 2004-07-1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말이죠, 파리스는 그 때 이미 오이노네라는 강의 님프와 이렇고 저렇고 갈 데까지 다 간 사이였잖아요- 어리다는 건 변명이 안 돼요 안 돼. 바부같이.... ㅡ..ㅡ;;
 

달랑 그림 한 점입니다만, 수많은 오르페우스 그림들 중에 이 그림이 제일 짠하더군요.

 


Alexandre Seon,   Orpheus Laments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파리 2004-07-1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랄까요... 그림이 담백! 합니다.
그러나 악기를 들고 엉엉 울고 잇는 오르페우스... 판다님 말처럼... 짠~하군요.

panda78 2004-07-1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슬픔을 주체할 수 없는 듯. 모래사장에서 뒹굴며 엉엉 울잖아요.. 짠-해요.. ^^;;

mannerist 2004-07-1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난 여행때 오르셰 가서 직접 찍어온 그림입니다.

불맹인지라 누구 그림인지도 모르지만, mort'd orfeo어쩌구 하는 거 보고 아! 했습니다. 상황은 말씀 안드려도 아실거고. 제겐 저 그림이 가장 애절하더군요. 오르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panda78 2004-07-16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죽기 직전이군요.. 저 낫같이 생긴 흉기로 목을 치려나.. 으으...

방긋 2004-08-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옆 그림을 보고 떠오른 시>

동해바다의 자그만 갯바위 섬 하얀 백사장
나는 눈물에 젖어
게와 벗하였도다.
모래언덕의 모래에 배를 깔고
첫사랑 아픔
수평선 저 멀리 아련히 떠올리는 날,
촉촉히 흐른
눈물을 받아 마신 해변의 모래.

눈물은 이다지도 무거운 것이련가
(나를 사랑하는 노래 - 이시카와 타쿠보쿠)

 

1세기 로마 작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는 이리로 변신한 폭군, 갈대가 된 요정, 백조가 된 소년 등 몸을 바꾸어 동물이나 식물이 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변신'이란 무엇인가?  '몸을 바꾼다'는 뜻이다.

나무로 몸을 바꾼 처녀 이야기를 들어 보자.
그리스인들에게 나무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에게 나무는 무엇일까?

아폴론은 활의 신이자 올륌포스 최고의 명사수이기도 하다.
'신궁'이라는 말은 귀신처럼 활을 잘 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고 보면 아폴론이야말로 신궁이라고 불러 줄 만하다.

그런데 활과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신이 또 있다. 바로 사랑의 신 에로스다.
에로스는 '에로스와 프쉬케' 이야기에서는 청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제외하면 에로스는 늘 장난감처럼 조그만 활을 든 꼬마 신으로만 등장한다.

에로스는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명에 따라 신과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화살을 쏘는데, 이 화살을 맞는 신이나 인간은 사랑의 병을 열병처럼 앓아야 한다. 이 에로스의 로마식 이름은 '쿠피도(Cupido)'이고, 영어식 이름은 '큐피드(Cupid)'다.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멋스럽게 '큐피드의 화살에 맞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 활의 신이자 올륌포스의 신궁인 아폴론의 눈에는 조그만 활을 들고 다니는 꼬마 신 에로스가 얼마나 가소롭게 보였을까? 아폴론이 에로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이 건방진 꼬마야, 무사들이나 쓰는 무기가 너와 무슨 인연이 있느냐? 그런 무기는 나 같은 무사의 어깨에나 걸어야 어울린다. 내가 활을 얼마나 잘 쏘는지 아느냐? 나의 겨냥은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과녁이 짐승이든 인간이든 100발 쏘아서 100발 다 명중시킬 수 있다. 소문 들었느냐? 얼마 전에도 나는 온 벌판 가득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독이 잔뜩 오른 왕뱀 퓌톤을 여러 개의 화살을 쏘아 죽였다. 너는 사랑의 불을 잘 지른다니까, 횃불 같은것으로 사랑의 불이나 지르고 다니는 게 좋겠다. 활은 너 같은 꼬마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나 같은 어른이나 얻는 명사수의 칭송은 너에게 당치 않으니, 분수를 알아서 처신하도록 하여라."

이 말을 들은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는 이렇게 응수했다.

" 아폴론 아저씨, 뭐든 명중시킬 수 있다고 했지요? 그러면 아저씨 자신을 명중 시킬 수 있어요? 어림도 없잖아요? 하지만 저는 아저씨를 명중시킬 수도 있으니, 제가 한 수 위지요. 활 잘 쏜다고 거들먹거리시는데, 짐승과 신들 중 누가 더 높아요?"

" 그야 신들이 높지."

" 얼마나요?"

" 글쎄?"

" 저와 아저씨의 차이만큼 높지요."

" 너와 나는 누가 높은데?"

" 제가 높지요."

" 그렇다면 내가 짐승이라는 말이냐?"

" 물론이죠. 저더러 가서 불장난이나 하라고요? 아저씨나 가서 불장난 좀 해 보세요."

에로스는 이 말을 마치고는 하늘로 날아 올라 파르나쏘스 산 꼭대기의 울창한 숲에 살짝 내려섰다. 파르나쏘스 산 꼭대기에는 에로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전이 있었다. 에로스는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에서 각기 쓰임새가 다른 화살 두 개를 뽑았다.

하나는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게 만드는, 말하자면 상사병에 걸리게 하는 화살, 또 하나는 상대를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하는, 말하자면 상대에게 혐오감이 일게 하는 화살이었다.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게 하는 화살은 금화살이었다. 이 금화살 끝에는 반짝거리는 예리한 촉이 물려 있었다. 그러나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만드는 화살 끝에는 납으로 된 뭉툭한 촉이 물려 있었다.

페네이오스 강가에는 다프네라는 강의 요정이 살고 있었다. 이 다프네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이었다.다프네는 이성에게는 별 취미가 없는 처녀였다. 그래서 오로지 숲속을 돌아다니며 동무들과 놀거나 들짐승을 쫓아다니는 일에만 열중할 뿐 도무지 남성을 눈여겨보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는 사랑의 신 에로스가 어떤 신인지, 결혼의 신 휘메나이오스가 어떤 신인지도 알지 못했다.

다프테는 댕기 하나로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척 묶고는 숲 속을 돌아다니면서, 사냥에 능한 처녀신 아르테미스와 겨루기라도 하듯 짐승을 잡는 일에만 마음을 썼다. 다프네에게는 구혼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다프네는 이들의 구혼을 마다하고 길도 없는 숲을 돌아다니면서 사냥하는 일에만 열중했다. 말하자면 다프네에게는 결혼이니 사랑이니 부부 생활이니 하는 것은 쥐뿔도 아니었다.

강의 신 페네이오스는 틈날 때마다 이 선머슴 같은 딸을 타일렀다.

" 얘야, 결혼해서 이 아비에게 사위 구경이라도 시켜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때로는 이런 말도 했다.

" 사냥 다니는 것은 네 권리지만 아비에게 외손주를 낳아 바치는 것은 네 의무니라."

그러나 다프네는 얼굴만 붉힐 뿐이었다. 다프네는 결혼이라는 것을 무슨 못 할 짓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 아름다운 얼굴을 붉히면서 아버지의 목을 두 팔로 감싸안고 애원하듯이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아버지, 영원히 처녀로 있게 해 주세요. 아르테미스 여신의 아버지 제우스 신은 벌써 옛날에 따님에게 이런 은전을 베풀었답니다."

딸이 어찌나 집요하게 굴었던지 아버지도 딸의 청에 못 이기는 척 마음을 그렇게 먹었다. 그러나 다프네의 아름다움은 다프네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 주지 않았다. 소원을 이루기에는 다프네가 너무 아름다웠다.

파르나쏘스 산에 있는 아프로디테 신전 앞의 바위에 걸터앉은 꼬마 신 에로스는 먼저 금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에로스가 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가 놓아 버리자 금화살은 아폴론의 어깨에 가서 꽂혔다. 이로써 이제 아폴론은 어떤 여성이 되었든, 처음 눈에 띄는 여성에게 홀딱 반해 상사병을 앓게 된 것이다.

에로스는 두 번째로 납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에로스가 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가 놓아 버리자 납화살은 다프네의 어깨에 가서 꽂혔다. 이로써 이제 다프네는 어떤 남성이 되었든, 처음 눈에 띄는 남성에게 혐오증과 함께 넌더리를 내게 된 것이다.

아폴론은 이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 뒤, 다프네를 보는 순간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앞일을 헤아리는 예언의 신 아폴론의 예언력도 하필 없었다. 아폴론은 오로지 자신의 욕망이 이루어지기만을, 즉 다프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만을 바랐다  아폴론의 가슴은 타작 마당에서 검불을 태우는 불길처럼 타올랐다. 그의 가슴에서 타 들어가는 불길은, 밤길을 가던 나그네가 날이 새자 내버린 횃불이 잘 마른 울타리를 태우듯이 그렇게 타올랐다. 그는 이 허망한 사랑에 대한 희망을 끝내 버릴 수 없었다.

이성에 눈먼 아폴론은 목 위로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다프네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 아, 빗질이라도 한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워 보일까?"

그는 별처럼 반짝이는 다프네의 눈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그의 눈은 다프네의 입술에도 머물렀다. 그는 그 입술을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다프네의 손가락, 손, 어깨까지 드러난 팔을 찬양했다. 그러면서 '보이는 것이 저렇게 아름다운데 보이지 않는 것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폴론이 다가가면 다프네는 달아났다. 바람보다 빠르게 달아났다. 아폴론이 뒤에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다프네는 걸음을 멈추기는커녕 그의 하소연조차 들어 주지 않았다.

" 요정이여, 페네이오스의 딸이여, 부탁이니 달아나지 말아요. 비록 그대를 이렇게 뒤쫓고 있기는 하나 나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에요. 아름다운 요정이여, 거기에 서요. 이리를 피하여 어린 양이 도망치듯이, 사자를 피하여 사슴이 달아나듯이, 비둘기가 독수리를 피하여 날갯짓하듯이, 만물이 그 천적 되는 것을 피하여 몸을 숨기듯이, 그대는 지금 그렇게 내게서 달아나고 있어요. 달아나지 말아요. 내게 그대를 뒤쫓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오. 나는 당신을 사랑해서 이렇게 뒤쫓는 거랍니다.

도망치지 말아요. 도망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는 것이오? 장미 덩굴에 그 아름다운 발목이라도 긁히면 어쩌려는 것이오? 그대가 달아나고 있는 이곳은 험한 곳이오. 부탁이오. 제발 좀 천천히 달려요. 걸음을 늦추어요. 나도 천천히 뒤따를 것이니, 그대에게 반하여 이렇듯이 번민하는 내가 누군지 그것은 물어 보고 달아나야 할 것이 아니오?

나는 산 속에서 오막살이나 하는 농투성이가 아니에요. 이 근처에서 가축이나 먹이는 양치기도 아니에요. 어리석기는! 어째서 그대는 뒤따르는 내가 누군지 알려고도 하지 않지요? 알면 그렇게 달아나지 않을 텐데.......

델포이에 아폴론 신전이 있다는 것을 아시지요? 나는 그 땅의 주인이랍니다. 테네도스 섬에 아폴론 신전이 있다는 것을 아시지요? 나는 그 땅의 주인이랍니다. 항구 도시 파타라에 아폴론 신전이 있다는 것을 아시지요? 나는 그 항구의 주인이랍니다. 나는 저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의  아들이랍니다. 내게는 과거, 현재, 미래를 아는 재주도 있답니다. 신과 인간을 통틀어 수금을 나보다 잘 뜯을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없답니다. 내 화살은 백발백중이오만, 나보다 솜씨가 나은 녀석이 있어서 내 가슴에 치유할 길 없는 상처를 입히고 말았어요.

의술이 무엇인지 아시지요? 속병을 고치고 상처를 치료하는 기술을 아시지요? 의술은 내 손에서 시작 되었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나를 파이에온, 즉 '고치는 자'라고 부른답니다. 아, 나는 약초를 잘 아는 천하의 명의인데도, 이 사랑병 고칠 약초는 찾을 수가 없어요. 남을 돕는 재주가, 있어야 할 그 임자에게는 없으니 장차 이 일을 어쩌리요........"

처녀가 달아나지 않았더라면 그가 한 말은 이보다 훨씬 더 길었으리라. 그러나 처녀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달아났다. 정신없이 달아나고 있었는데도 다프네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바람은 달아나는 다프네의 옷자락을 날려 사지를 드러나게 하고 있었다. 사지가 드러난데다 바람이 머리카락까지 흩날리게 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달아나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젊은 신 아폴론은 입에 발린 아첨으로 낭비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마음은 이 젊은 신의 추격 속도를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했다. 갈리아 사냥개가 풀밭에서 토끼 한 마리와 쫓고 쫓기는 형국과 흡사했다. 사냥개는 속도로 이 사냥감을 확보하려 하고, 사냥감은 속도로 절체 절명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법이다.

아폴론과 다프네가 쫓고 쫓기는 형국은, 사냥개가 한시바삐 이 추격전을 마무리하고 싶어 주둥이로 토끼의 꼬리를 덥석 물고, 토끼는 사냥개 입에 물렸는지 안 물렸는지도 모른채 죽자고 몸을 날려 아슬아슬하게 사냥개의 이빨을 피하는 형국과 아주 흡사했다.

이 젊은 신과 아름다운 요정은, 전자는 따라잡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후자는 잡히면 끝장이라는 공포에 쫓기며 빠르기를 겨루었다. 그러나 쫓는 쪽이 빨랐다. 아폴론에게는 에로스의 날개, 사랑하는 마음이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폴론은 달아나는 다프네에게 잠시도 여유를 주지 않고 발뒤축에 바싹 따라붙었다. 숨결이 다프네의 목에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따라붙자 힘이 빠진 다프네는 더 이상 달아나지 못했다.

다프네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기진맥진한 다프네는 아버지 페네이오스 강의 강물을 내려다보며 외쳤다.

" 아버지, 저를 도와 주세요. 강물에 정말 신통한 힘이 있으면 기적을 베푸시어 몸 바꾸기의 은혜를 내려 주세요.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세요."

다프네는 이 기도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사지가 풀리는 듯한 정체 모를 피로를 느꼈다. 다프네의 그 부드럽던 젖가슴 위로 얇은 나무 껍질이 덮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나뭇잎이 되고 팔은 가지가 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힘있게 달리던 다리는 뿌리가 되고, 얼굴은 이미 우듬지가 되고 있었다. 이제 다프네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눈부신 아름다움만 남아 있을 뿐......

나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폴론은 다프네(월계수)를 사랑했다. 나무 둥치에 손을 댄 아폴론은 갓 덮인 나무 껍질 아래서 콩닥거리는 다프네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월계수 가지를 다프네의 사지인 듯 끌어안고 나무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나무가 되었는데도 다프네는 이 입맞춤에 몸을 웅크렸다.

아폴론이 속삭였다.

" 내 아내가 될 수 없게 된 그대여, 대신 내 나무가 되었구나. 내 머리, 내 수금, 내 화살통에 그대의 가지가 꽂히리라. 기나긴 개선 행렬이 지나 갈때, 백성들이 소리 높여 개선의 노래를 부를 때  그대는 승리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그뿐인가? 이날 이때까지 한번도 잘라 본 적 없는, 지금도  싱싱하고 앞으로도 싱싱할 터인 내 머리카락처럼, 그대의 잎으로 만들어 승리자들의 머리에 씌워 줄 월계관 또한 시들지 않으리라."

아폴론이 이런 약속을 하자 월계수는 가지를 앞으로 구부리며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듯이 잎을  흔들었다.  

이렇듯이 모든 나무의 가지는 아름다운 다프네 아니면, 파에톤의 죽음을 슬퍼하던 누이들의 팔이다.  나무를 베거나 가지를 꺾을 때 우리가 명심할 일이다.    

- 글, 이윤기


워터하우스, 아폴론과 다프네

 

작자 모름

 


아폴론과 다프네, 티에폴로

 


카를로 마라티, 다프네를 쫓는 아폴론

 


POLLAIOLO, 아폴론과 다프네

 


Apollon amoureux de Daphne,  푸생

 

 


아폴론과 다프네, 푸생

 

 


베르니니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부리 2004-07-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신의 즐거움을 알고나서부터, 에로스의 화살을 피해다니고 있답니다. 엊그제도 가슴으로 날라오는 화살을 덤블링을 해가면서 피했지요^^

panda78 2004-07-1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렇구나,,, 부리님도 독신주의?
저는 부리님이 사랑에 빠지면 과연 어떨지 무지무지 궁금한데요? ^ㅁ^

밀키웨이 2004-07-13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 아셔요, 부리님?
늙은 말이 콩을 더 좋아한다.
절의 중이 생선맛을 보면 빈대도 남아나지 않는다.
켜켜켜~~~

panda78 2004-07-13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쿄쿄쿄쿄, 우리는 환상의 콤비? >ㅂ<

밀키웨이 2004-07-1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부리님 오시기 전에 우린 멀리 가있자구요!
킥킥킥

LAYLA 2004-07-14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니니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저에겐!~

panda78 2004-07-14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 레일라님, 이 시간에 안 주무시고 어인 일이셔요? 방갑잖아요! ^^
저도 베르니니 조각이 넘 좋아요. ^^
 
 전출처 : 보슬비 > 가엾어라 오필리어

Ophelia / John Everett Millais / 1851-52 / Oil on canvas / Tate Britain, London, England

'별은 불이 아닐까 의심하고,
태양은 과연 움직일까 의심하고,
진리도 거짓이 아닐까 의심할지라도,
나의 사랑만은 의심하지 말아주오.
아, 사랑하는 오필리어,
나는 이런 운율에 서투른 사람이라
사랑의 고민을 시로 잘 읊어낼 만한 위인이 못되오
그러나 나는 신을 가장 깊이, 무엇보다도 깊이 사랑하고 있소.
이것만은 믿어주시오. 잘 있소.

아름다운 여인에게,
이몸이 살아 있는 한 영원히 그대의 것인 햄릿 올림'

수많은 동명의 그림중 이 그림을 첫번째로 올림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최고라 뽑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녹색을 쓸땐 생명과 활기를 나타낸다. 그러나 죤밀레의 그림을 보자면 그는 퇴색된 듯한 느낌의 어둡고 탁한 녹색을 주로 씀으로 소멸과 죽음을 역으로 표현한다. 이 그림 오필리어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림 전반에 걸쳐 우중충한 색으로 나타나있다.

그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델이었던 엘리자벳 시달을 오랜 시간 욕조에 들어가게 한 채로 그림을 그린걸로도 유명한데 좁은 욕조와 같은 모양의 늪인지 샘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물속의 오필리어는 두손을 하늘을 향해 올리나 두 손은 마저 펴지 못한다.

펴지 못한 두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아픔을 기도하는(오필리어는 기도를 열심히 했다) 자세처럼 보이고 그녀는 이 물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또다른 이 그림의 특징을 보자면 미친 여자의 애용도구인 꽃이다. 화가는 꽃을 통해 그녀의 죽음을 나타낸다

이 그림속엔 열두가지의 꽃이 나왔다고 하는데 찾을 수 있는건 버드나무 가지, 미나리아 제비, 쐐기풀, 실국화,데이지, 야생란, 팬지, 양귀비, 로즈메리, 물망초등 이다.

이중 오필리어의 오른손에 쥐어진 꽃은 실국화와 데이지로 보이며 데이지는 생명의 탄생이란 의미도 있으니 그녀의 죽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꽃목걸이는 제비꽃으로 보이며 극중 그녀의 대사에 나오는 '' 내 아버지 죽으실때 시들었던.." 하는 부분과 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로즈메리 (오빠가 지어준 애칭 : [Ophelia and Laertes 'Ophelia Here is Rosemary'] 그림으로 보건데 꽃이 아니라 향초인 로즈메리를 나타내는것 같다.)와 물망초는 그녀 자신을 뜻하고, 양귀비는 수면과 죽음.을 나타낸다.


<
http://www.koreanrock.com/oiabm.pl?%BF%C0%C7%CA%B8%AE%BE%EE에서 발췌>

Ophelia (portrait of Suzanne Reichenberg)/ Lucien Levy-Dhurmer / 1900 / Pastel / Private Collection

위의 레비 뒤르메르의 그림에서도 보여지듯 그녀의 주위는 검은색 수초로 둘러져 있고, 갖가지 색으로 보여져야할 꽃역시 푸르딩딩하고 파스텔 특유의 섞여진(뭉개어진) 질감도 오필리어의 소멸되어 가는 육체를 뜻하는것 같다.

여기서 보아야 할 것은 죤밀레의 그림과 같이 그녀의 주위는 수초가 많이 있는데 아마도 이것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을 뜻하는것 같다

얽히고 섥힌 권력간의 다툼에서 생긴 비극인것 처럼 흐물거리며 물속을 돌다가 물에 빠진 그녀를 서서히 잡아당겨 죽음에 이르게 하는거...아닐지?

이 때 또 생각해야 할 것은 물의 상징적인 의미이다.

우선 긍정적인 의미로는 녹색과 마찬가지로 보통 물은 생명을 의미한다. 자연과학적으로도 그렇고
신화에서 나오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샘과 종교적인 의미의 탄생을 나타내는 세례.가 그렇다.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물은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파멸과 저주의 의미인 물.이다.

아래의 그림이 알려진 오필리어중 부정적인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것 같다.

Ophelia / Margaret Macdonald /1908 / Watercolour / Private Collection

The Play Scene in "Hamlet" / Edwin Austin Abbey / 1897 / Oil on canvas, 
Yale University Art Gallery, New Haven, Connecticut, USA

햄릿이 오필리어의 무릎을 베고 깐죽거리며 놀려 먹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오필리어는 살만 했다.

Ophelia / Pierre Auguste Cot / 1870 / Oil on canvas / Unknown

계속되는 햄릿의 면박속에 기도로 구원을 받고자 하나 맘대로 안되고 눈은 으시시하게 변한다.

The First Madness of Ophelia / Dante Gabriel Rossetti / 1864
 Watercolour / Oldham Art Gallery, Oldham, England

햄릿에게 딱지맞고 아버지가 햄릿에게 죽임을 당한 후 이상야릇한 노래를 부르며 첨으로 미친 증세를 보인다. 왕비와 왕, 그리고 오빠가 그녀를 걱정스런 눈으로 보나 버스는 떠났다.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평온한 모습의 미친 상태를 거쳐,

Antoine Auguste Ernest Hebert

드디어 완성된 광기어린 눈을 갖게 된다.

사람을의 호기심을 뒤로한채, 비장한 얼굴로 숲속으로 가는데...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어 왔던 길을 돌아 본다. (잠시 제정신으로 돌아온듯)


 

Jules-Joseph Lefebvre

드디어 도착한 물가. 삶이란 참으로 어이없다 곱씹어 보며,

마지막 꽃! 단장을 한다.

그래도 희망이 있을까...잠시 생각하며 나무 그루터기를 채 놓지 못하다가...

Paul Albert Steck

드디어 그녀는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가엾어라 오필리어. 그녀는 이런 과정을 거쳐 짧고 한많은 생을 마감하고만 거셨다!

http://blog.empas.com/yoldacoming

 

when the love falls <이루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ira95 2004-07-0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필리어의 그림들을 이렇게 이야기형식으로 보니 정말 좋네요.. 그리고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방긋 2004-08-13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렇게 많은 오필리어는 첨 봅니다!
이야기로 엮으니 더욱 실감나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