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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한테 편지 썼어요?"
네네가 은나에메카에게 물었다. 어느 날 오후 라고스의 카상가 16가에 있는 그녀의 방에서였다.
"아니, 지금 생각 중이야. 휴가 때 집에 가서 이야기하는 게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왜요? 당신 휴가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6주나 남았잖아요.
99하루빨리 아버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지요."
은나에메카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단어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나도 이 일이 아버지에게 기쁨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좋겠어."

"당연히 그래야죠. 왜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네네가 조금 놀라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평생 라고스에 살았잖아. 그래서 멀리 시골에 사는사람들을 잘 몰라."
"그거야 당신이 늘 하던 이야기잖아요. 어쨌든 아들이 결혼을약속했다는데 행복해 하지 않을 만큼 사람이 다를 수는 없다고생각해요."
"그렇지 않아. 어른들은 대개 자신이 주선하지 않은 약혼을달가워하지 않아. 게다가 우리 경우엔 당신이 이보족이 아니라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어."
그의 말이 무척 진지했기 때문에 네네는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도시의 국제적인 분위기 속에 살다 보니 출신 부족에 따라 어떤 사람의 결혼 상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늘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여 왔다.
"아버님께서 바로 그런 이유만으로 당신과 내가 결혼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아니죠? 내 생각으로는 당신네 이보족은 늘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했거든요."
"그랬지. 그렇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글쎄, 일이 그렇게 간단

치가 않아."
그가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것은 특별히 이보족만 그러는 것도 아니야. 당신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고 이비비오 지역의 중심지에 살고계시다면, 그분도 우리 아버지와 꼭 같으실 거야."
"모르겠어요. 아무튼 당신 아버지는 당신을 좋아하잖아요. 그러니 당신을 너그럽게 봐줄 거예요. 이리 와서 착한 아들이 되어 멋지고 사랑스런 편지를 보내세요."
"아무래도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닌 것같아. 편지로 알게 되면 충격을 받으실 거야. 분명히 그래."
99
"좋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당신이 당신 아버지를 더 잘 알겠지요."
그날 저녁 은나에메카는 집으로 걸어오면서 마음속으로 아버지의 반대를 극복하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더구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직접 아가씨를 구했다지 않은가. 사실 은나에메카는 네네에게 아버지의 편지를 보여 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최소한 당장은 보여주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은나에메카는 집에 도착해서 다시 아

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혼자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우고예를 기억했다. 그 애는 자신을 포함한 남자아이들을 때리고다니던 난폭한 여자아이였다.
너한테 잘 어울리는 아가씨를 찾았단다. 우리 이웃 야콥 은웨케의 맏딸인 우고예 은웨케 말이다. 기독교 교육도 적당히 받았더구나. 몇 년 전 학교를 중퇴했을 때, 그 아이의 아버지가(생각이 건전한 사람이지.)어떤 목사의 집에서 살도록 했는데, 거기서 얘가 결혼을 앞둔 여자한테 필요한 교육을 모두 받았어, 주일학교 선생님 말로는 성경도 아주 유창하게 읽는단다. 12월에 네가 집에 오거든 상의를 하면 좋겠다.

라고스에서 돌아온 이튿날 저녁 은나에메카는 아버지와 함께계피나무 그늘에 앉았다. 그곳은 12월의 따가운 태양이 지고,
나무 잎사귀들 사이로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아버지가 성경을 읽으러 가던 아버지의 은둔처 같은 곳이었다.
"아버지."
은나에메카가 아버지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는 용서를 빌러 왔습니다."
용서라고? 무엇에 대해서 말이냐?"
아버지가 놀라 물었다.
"결혼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결혼 문제?"
"저는 아버지 말씀을 따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제 이야기는 우고예와 결혼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불가능하다? 왜지?"
아버지가 물었다.
"저는 그 애를 사랑하지 않아요."
"아무도 네가 그 애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왜 그래야되는 거야?"

"요즘 결혼은 다릅니다."
"내 말 좀 들어 봐라."
아버지가 말을 가로챘다.
"다를 거 없다. 아내감으로 살펴야 되는 것은 성격이 좋은지기독교인인지 하는 것이면 되는 거야."
은나에메카는 아버지와 계속 이야기해 봤자 별 희망이 없다.
고 생각했다.
"사실 저는 우고예가 지닌 자질을 두루 갖춘 다른 아가씨와약혼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했느냐?"
아버지가 당황스러워 하며 물었다.
"착한 기독교인이에요."
은나에메카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라고스에 있는 여학교의 교사입니다."
"교사라고 했느냐? 얘야, 네가 좋은 아내의 자질을 잘 모르는것 같구나. 기독교인 여성은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사도 바울도 고린도서‘에서 여자는 과묵해야 한다고 했거

든."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뒤로 천천히 왔다 갔다 했다. 이것은 아버지가 좋아하는 주제였다. 그는 여자들에게 학교교육을 받도록 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아버지는 장황한 설교에 힘을 다 쏟은 다음에야 아들의 약혼 문제로돌아왔다.
"아무튼 그 아가씨는 누구의 딸이냐?"
겉으로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네네 아탕입니다."
"뭐라고!"
아버지의 부드러운 말투는 다시 완전히 사라졌다.
"네네 아탕이라고 했느냐? 그게 누구지?"
"칼라바르의 네네 아탕입니다. 제가 결혼하고 싶은 유일한 아가씨입니다."
은나에메카는 재빨리 대답하고 천둥이 내리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천둥은 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냥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 버렸다.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일이 벌어졌고, 은나에메카는

당황했다. 아버지의 침묵은 무서운 말씀의 홍수보다도 훨씬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그날 밤 아버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다음 날 아버지는 은나에메카를 불러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은나에메카의 마음은굳건했고, 아버지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아들아, 나는 네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보여 줄 의무가 있다. 누구든 네 머릿속에 그런 생각을 집어넣은 자는 네 목을 자른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그건 사탄의 소행이란 말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몰아붙였다.
99
"아버지, 네네를 보시면 마음이 바뀌실 거예요."
"나는 결코 그 아이를 보지 않겠다."
그날 밤 이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그는 아들이 자신이 나아가고 있는 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깨닫기 바라는 마음만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낮이나 밤이나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은나에메카도 아버지의 슬픔 때문에 깊이 상처를 받았다. 그는 아버지의 슬픔이 빨리 사라져 버리기를 희망했다. 자기 부족

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른 언어를 말하는 여인과 결혼한 남자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했더라면 희망을 덜 가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일은 없었어."
몇 주 후의 일을 예언하는 원로가 의견을 내놓았다. 그 원로는 말 한마디로 자기 부족의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이따금 오케케의 아들 소식이 나돌 때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서 오케케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 무렵 은나에메카는 이미 라고스로돌아가고 없었다.
"그런 일은 들은 바가 없어."
원로는 다시 한 번 애석한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주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아이들은 아버지에 맞서면서 크는 법이라고 성경에 있기는 하지요."
다른 어른이 물었다.
"그것은 종말의 시작이지요."
또 다른 어른이 말했다.
이렇게 토론이 신학적으로 흘러가자,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인 마두보그우가 다시 대화를 일상으로 돌려 분위기를 진정시

켰다.
"아들에 대해 토박이 의원에게 자문을 구할 생각은 해 보셨나요?"
마두보그우가 은나에메카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아픈 게 아니에요."
99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러면 왜 그런 거죠? 아들의 마음에 병이 든 거예요. 좋은약초 전문가만이 제정신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 필요한 약은 아말릴레입니다. 여인들이 남편의 바람기를 바로잡으려 할 때 효과를 보는 바로 그 약이지요."
"마두보그우 말이 맞습니다. 이번 일에는 약이 필요해요."
다른 어른이 말했다.
"의원을 부르지는 않을 거요."
은나에메카의 아버지는 이런 일에 있어 미신을 믿는 이웃들보다는 생각이 훨씬 앞서 있었다.
"오추바 부인처럼 하지는 않을 겁니다. 내 아들이 자살하겠다.
면, 그러라고 할 거예요. 나는 그 아이를 어쩌지 않을 거요."
"하지만 그건 그녀의 실수였어요. 제대로 된 약초 전문가에

게 가야 했지요. 똑똑한 여자였는데, 그런 실수를 하게 된 거예99마두보그우가 말했다.
"그 여자는 못된 살인자였어요."
이웃 사람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좀처럼 입을 열지던 조나단이 말했다.
"그 약은 남편을 위해 준비했던 거예요. 준비할 때 남편의 이름을 말했거든요. 그녀의 남편이 그 약을 먹었으면 바람기가 사라졌을 거라고 확신해요. 하지만 그녀는 그 약의 효험을 실험하려고 그것을 약초 전문가의 음식에 넣었던 거지요. 약의 원리도 모르고 남편에게 먹일 약을 엉뚱한 사람에게 먹여 죽게 한거죠. 그러니 약을 써 보겠다고 하세요."
여섯 달 후 은나에메카는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자신의 젊은아내에게 보여 주었다.

나한테 네 결혼사진을 보낼 정도로 냉정할 수 있다는 게 놀랍구나. 사진을 그대로 되돌려 보내야겠다 싶었지만 생각을 바꾸어 네 아내만 잘라 돌려보낸다. 그 아이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어떻게 너와도 인연이 없기를 바라겠느냐.
네네는 편지를 읽고 토막 난 사진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마침내 그녀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울지 마, 여보, 아버지는 원래 성품이 좋은 분이야. 언젠가친절하게 우리 결혼사진을 바라보실 날이 있을 거야."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8년 동안 오케케는 아들 은나에메카를 만나지 않았다. 꼭 세번(은나에메카가 집으로 가서 휴가를 보내겠다고 했을 때) 편지를 썼을뿐이다.

나는 너를 내 집에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네가언제 어디서 휴가를 보내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네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은나에메카의 결혼에 대한 선입견은 작은 고향 마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라고스, 특히 그곳에 살고 있는 같은 부족들 사이에서 그 선입견은 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인들은 이따금 마을 모임 같은 데서 만나면 네네에게 마냥 적대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그녀 스스로 그들과는 다른 사람으로 느끼게 하려는 듯 과도한 존경을 보였다. 하지만세월이 흐르면서 네네는 점차 이런 선입견을 허물어 갔다. 사람들은 이제 내키지 않아도 그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은나에메카와 그의 아내가 가장 행복한 부부라는 이야기는 이보족의 작은 마을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그의 아

버지는 그런 이야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몇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들 이름만 나오면 바로 화를 내기 때문에 사람들은그가 있을 때면 이야기를 피했다. 그는 엄청난 노력으로 마침내아들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의 가문에서 아들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고, 그는 굳건히 지켜 냈다. 그리고 이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네네가 보낸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는 건성으로 편지를 읽어 갔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얼굴표정이 바뀌더니 아주 주의 깊게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저희의 두 아들이 할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을 안 뒤로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쓰고 있어요. 할아버지께서너희를 보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제발다음 달에 있는 은나에메카의 휴가 때 잠시 아이들을데리고 가도록 허락해 주세요. 저는 여기 라고스에 남아 있겠습니다.

늙은이는 순간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쌓아 온 결의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절대로 항복해서는 안 된다고 되뇌었다. 감상적인 호소에 맞서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마음의 갈등을 만들 뿐이었다. 그는 창문에 몸을 기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먼지와 낙엽을 실은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인간의 삶에 자연이끼어드는 드문 경우였다. 금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체음 내리는 비였다. 빗방울은 따가울 정도로 굵게 떨어졌고,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번개와 천둥을 동반했다. 오케케는 두 손자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이 이기지못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즐겨 부르는 찬송가를 흥얼거려 보았지만,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음정이 흩어져 버렸다. 마음은 바로 아이들에게 돌아왔다. 어떻게아이들을 향한 생각의 문을 닫을 수 있을까? 호기심 어린 마음의 변화로 그는 어느새 손자들이 자신의 집 밖으로 내쫓겨 거센비바람 속에 슬픈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날 밤 그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손자들을 받아들이지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후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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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있는 다른 우주 식민지에 놀러 갈 수도 있다. 심지어 전부 ‘무료‘다. 그뿐인가? 이곳 하늘은 언제나 티 없이 맑고깨끗하다. 매일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근심과 걱정이 없는 낙원이다.
사실 나는 우주여행은 고사하고 아직 내가 사는 우주식민지를 벗어나 본 적도 없다. 가끔 삶이 무료하다고 느끼긴 하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 특히 전염병이 창궐했던수백 년 전 세상을 떠올리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때는 어떤 이의 재채기가 다른 누구를 죽이기도 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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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하기는 너무 힘들어! - 어린이 친구들의 더 큰 성장을 이끌어 주는 사과와 화해의 이야기 팜파스 어린이 34
박선희 지음, 안경희 그림 / 팜파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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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해방타운’을 봤어요.

크~ 혼자 즐기는 해방감을 대리만족하게 되더라구요.



요리연구가 이혜정님과 개그맨 홍윤화님이 “잘 사과하는 법은 왜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을까?”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말에 관한 책이 떠 올랐어요.



<미안하다고 말하기는 너무 힘들어!>


사과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주인공 아리는 ‘미안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친한 친구 유주의 영어 숙제를 대신 해주고 도연이에게 대신 사과를 부탁하지요. 누가 말을 했든 내가 미안한 마음을 전했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하는 ‘아리’의 생각은 옳은 것일까요?



‘미안해’ ‘잘못했어’ 이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많습니다. 그리고 건성으로 말해 오히려 더 화를 북돋울 때도 있구요.



화를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데는 ‘미안해’ 이 한 마디가 큰 힘을 갖지요. 제대로 사과하는 법 가르쳐주는 그런 학원이 나와야 사람들이 제대로 배울까요?



아니요. 사과와 화해의 핵심은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에 있어요.



‘역지사지’를 해보면 내가 나도 모르게 쓰는 차별의 언어에 대한 인지 감수성도 높아질 수 있어요.



좋은 계절 가을,

선선한 바람 느끼며 좋은 책 함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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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라는 말을 했어. 어떤 존재, 즉 사람이 하는 말이 곧 그가 속한세계라는 뜻이야. 만약 ‘시골뜨기‘나 ‘짭새‘ 등의 단어를 쓰는사람을 만났다면 그의 정신이 머물고 있는 집이 지역과 직업에대한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 애정이 있다면 그가 그 좁은 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마디 해 주는 것도 좋겠다.
"당신이 쓰는 말이 곧 당신의 존재를 말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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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예리! 특서 청소년문학 22
탁경은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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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하니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가 떠오른다구요? 드라마 열풍이 대단하긴 하더라구요. 초중등생들이 보기에는 자극적이라 염려되는 면이 있습니다.

생명보다 돈이 우선이고 사회 각계층의 문제적 인간, 문제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 한 판에 인생 역전을 꿈꾼다는 이야기는 게임마다 숨은 메타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잘못된 가치를 심어주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서네요.



일단, 이 책 제목의 ‘달고나’는 설탕을 녹여 만든 과자는 아니구요. 달리는 고등학생 나예리의 줄임말이에요. 나예리는 자퇴를 하고 싶어합니다. 이유를 묻는 엄마에게 할 말은 없어요. 사실 예리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거든요. 자퇴 이유를 찾아 와야 허락한다는 엄마. 예리는 다음 날 등교길에서 부터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너무 가파른 등굣길, 입학 때부터 그 길이 너무 힘들었어요. 자퇴 이유로 엄마한테 말했다간 한 방이 까일 것 같아 일단 패스, 교실에 들어서니 예리 자리만 비어있네요. 나하나쯤 없어져도 신경도 안 쓰는 37명의 아이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리는 친구가 없어요. 그런데 신기합니다. 자퇴를 하기로 결심하고 나니 모둠 숙제에 귀찮은 역할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맡게 되고 그 숙제를 하며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달리기를 시작한 예리는 그 달리기 덕분에 달라집니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작가가 스포츠를 주제로 쓴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스키타기를 좋아하던 공민아는 선수 생활까지 하다가 포기했어요. 최고가 되지 못할 것 같았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는 않았구요. 오빠에게 스키를 가르쳐주러 갔던 날, 슬로프에서 느낀 설렘. 끝까지 해보지 못하고 포기한 것이 마음을 무겁게했어요. 기상 이변으로 온 세상이 눈으로 덮힌 그 날, 민아는 혼자 스키를 타고 할머니 댁을 향하며 결심합니다.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도전해보기로요 <스키를 타고 싶어>



아빠는 유명 야구 감독이고 민호는 잘 던지는 중학생 투수였습니다. 아빠가 감독인 명문 야구 고등학교 팀에 진학하면서 민호의 탄탄대로에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타고난 구력의 준빈이의 등장과 민호의 볼이 마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지요. 노력보다 타고난 실력인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민호는 매일 연습합니다 <마구>



외로움을, 남과 다름을 축구로 풀어가는 <나는 스트라이커> 속 김빛나와 조소현까지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견디게 해주는 힘은 다름 아닌 운동이었습니다. 쓰러질 것 같은 순간, 다시 읽어나서 도전하면 된다는 힘을 얻은 이 친구들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어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라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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