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살이던 나는 샌프란시스코 광산업 주식중개회사의직원으로 주식거래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전문가였다.
세상 천지에 친척 하나 없는 외톨이 신세로 나 자신의 재주와좋은 평판만이 유일한 밑천이었으나 마침내 행운을 잡았고 밝은 미래를 앞두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장이 끝나고 난 후의 자유 시간이면 나는샌프란시스코 만으로 나가 작은 요트를 타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너무 멀리까지 나간 끝에 먼 바다로 밀려가고 말았다. 밤이되면서 모든 희망이 사라지려는 순간 런던 행 소형 범선에 간신히 구조되었다. 길고 험한 항로에서 나는 뱃삯 대신 수습 선원일을 해야 했다. 마침내 런던에 발을 디뎠을 때 나는 누더기 차 - P1

림이었고 주머니에는 단돈 1달러뿐이었다. 그 1달러로 24시간동안 밥과 잠자리를 해결했다. 그리고 다음 24시간 동안은 먹을 것도, 쉴 곳도 없이 지냈다.
사흘째 되던 날 아침 10시경 나는 배고픈 거지 꼬락서니로 고급 주택가인 포틀랜드 플레이스를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유모의 손을 잡고 가던 한 아이가 탐스러운 배를 겨우 한 입 베어 먹고는 길가에 휙 내버렸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보물같은 흙투성이 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입에 침이 고이고 위장이 아우성을 쳤다. 온몸이 그 배를 향해 돌진하려는 듯했다 하지만배를 줍기 위해 몸을 굽히려 할 때마다 지나가는 행인이 있었고그럼 나는 몸을 바로 하며 배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척, 아예 생각도 안 하는 척 굴었다. 몇 번이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고, 나는 배를 주워 올리지 못했다. 결국 수치심을 무릅쓰고 기어이배를 줍겠다고 작정한 순간 뒤쪽 집의 창문이 열리더니 어느 신사가 말했다.
"자, 이리로 좀 들어오시겠소?"
나는 멋진 제복의 하인에게 안내되어 나이 지긋한 신사 두 명이 앉아 있는 호화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신사들은 하인을 내보내고 내게 자리를 권했다. 막 아침 식사를 끝낸 모양이었는데 - P2

나는 남은 음식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먹어 보라는권유가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안간힘을 다해 간절한 식욕을 억눌러야 했다.
당시 그 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후였다. 그 일이 무엇인지는 나도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여러분에게는 미리 말해 주겠다. 형제지간인 두 노신사가 며칠 동안 격렬한 논쟁을벌인 끝에 결국 내기로 결판을 짓자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영국에서는 무슨 일이든 그렇게 내기로 결말을 짓곤 한다.
특별한 목적으로 외국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영국은행이 100만 파운드짜리 지폐를 딱 두 장 발행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혹시 아는가? 그중 한 장은 사용되어 사라졌고 나머지 한 장은 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형제는 잡담을 나누다가 친구도,
돈도 없이 런던에 오게 된 정직하고 똑똑한 이방인이 난데없이그 100만 파운드 지폐 한 장을 얻게 된다면, 하지만 그 지폐를지니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과연 어떤 운명을맞을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형제 A는 그 이방인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형제 B는 그렇지 않다고 맞섰다. 지폐를 은행이든 어디든 가져가 돈으로 바꾸려는 순간 그 이방인은 바로 체포될 것이라는 - P3

게 A의 생각이었다. 논쟁 끝에 B가 이방인이 그 지폐를 가지고30일 동안 살아남을 수 있고 감옥에도 가지 않는다는 데 2만 파운드를 걸겠다고 했다. A도 내기를 받아들였다. B는 은행으로가서 100만 파운드 지폐를 사 왔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영국인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B는 비서에게 유려한 글씨로 받아쓰도록 하여 편지도 써 두었다. 그때부터 두 형제는 하루 종일 창가에 앉아 적당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 시작했다.
정직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리 똑똑하지는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여럿 지나갔다. 똑똑하지만 정직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많았다. 똑똑하고도 정직한 사람이다 싶으면 그리 가난하지 않았고, 충분히 가난하다 싶으면 이방인이 아니기도 했다. 하여튼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마땅한 후보가 없었다. 두 형제는 나를지켜보면서 모든 조건이 딱 들어맞는다는 데 합의했다. 그리하여 내가 그 호화로운 방에 불려 들어갔던 것이다. 형제는 내 신상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곧 내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내가 자신들이 찾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는 반가운 말이기는 한데 왜 나를 찾는 것이냐고 물었다. 신사한 명이 내 손에 통투를 쥐어 주며 그 안에 설명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봉투를 열려고 하자 숙소로 돌아가 자세히 살펴보라 - P4

고, 함부로 경솔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만류했다. 나는 조금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두 신사는 어리둥절한 나를 그대로내보냈다. 나는 놀림감이 된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부유하고힘 있는 신사들 앞에서 화도 내지 못한 채 처분을 받아들여야했다는 데 서글픔과 모욕감을 느꼈다.
이제는 온 세상이 지켜본다 해도 버려진 배를 집어 먹어치우리라 생각했지만 배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놀림감이 된 대가로배까지 놓쳤다는 생각에 두 신사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더욱 커졌다. 나는 두 신사의 시야를 벗어났다 싶었을 때 바로 봉투를열어 보았다. 놀랍게도 지폐가 들어 있었다! 두 신사에 대한 생각은 백팔십도 바뀌었다! 나는 지체 없이 봉투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제일 가까운 싸구려 음식점으로 돌진했다.
오, 얼마나 잔뜩 먹었는지! 더 이상 한 입도 넣지 못할 지경이되었을 때는 다시 지폐를 꺼내 펼쳐 보았다. 그 순간 기절할 뻔했다. 100만 파운드, 자그마치 30만 달러에 달하는 액수의 지폐가 아닌가! 충격과 당혹감에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렇게넋이 나간 듯 지폐만 바라보다가 제정신을 차리기까지 한 1분은 걸렸으리라. 제일 먼저 식당 주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지폐에 시선을 고정한 채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 P5

온몸과 마음으로 그 지폐를 숭배하는 모양새였지만 손발은꼼짝달싹하지 못했다. 나는 그 순간 기지를 발휘해 그 상황에서유일하게 합리적인 행동을 했다. 지폐를 내밀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좀 거슬러 주십시오."라고 말한 것이다.
제정신을 차린 식당 주인은 지폐에는 손가락 하나 대려 하지않은 채 거슬러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수없이 사과를 해댔다. 그는 지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무리 오래 봐도 싫증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한사코 손은 대지 않았다. 마치 평범하고 가난한 자기 같은 사람이 감히 만질 수 없는 신성한 물건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나는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이걸로계산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달리 가진 돈이 없어서요."라고 다시 말했다.
그러자 주인은 신경 쓰지 말라고, 몇 푼 안 되는 밥값은 다음에 와서 달라고 했다. 한참 동안은 이 근처에 올 일이 없을지 모른다고 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는 한술 더 떠 언제든 원할 때 와서 원하는 음식을 드시라고, 무기한으로 외상을 달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일부러 험한 옷을 입고 놀이 삼아 돌아다니는 장난기가 있다손 쳐도 나 같은 부자 신사는 얼마든지 신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순간 다른 손님이 들어왔고, 식당 주인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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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아
마리 파블렌코 지음, 곽성혜 옮김 / 동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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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 소녀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손님들을 확인하고는 나무 아래 소년에게 큰 책을 읽을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래 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급격한 사막화로 모래가 뒤덮혀 나무를 볼 수 없는 지구가 되어 버렸어요. 도시를 제외한 모든 곳이 다시 부족 사회가 되었습니다. 



'사마아'는 나무 사냥을 하러 떠나는 친구 솔라가 부럽기만 합니다. 어릴 적 부터 같이 자란 솔라는 이제 성인 남자가 되어 당당하게 사냥단에 합류했어요. 부족을 위해 나무를 찾고 물을 찾아 오는 사냥꾼이 된 것이지요. 사마아는 사냥꾼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아버지처럼 사냥단이 되고 싶지만 여자는 사냥을 하러 갈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 이제 죽음을 기다리는 '랑시엔'은 사마아가 알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예전에 있었다는 나무 숲, 호수, 벌레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지요. 랑시엔은 이제 너무 나이들어 홀로 부족을 떠나 죽음을 기다립니다. 솔라가 두번째 사냥을 준비하고 떠나려는 날, 사마아도 결심을 합니다. 사냥을 떠나기로요. 홀로 떠나 사냥단에 합류하면 부족으로 다시 돌려 보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부족에서 나누어줬던 먹을거리와 물 젤리를 모아두었다가 가방을 싸 모래 더미 속에 숨겨 놓고 엄마가, 그리고 부족 사람들이 잠든 시간 길을 나섭니다. 떠나는 길에 만난 랑시엔은 또 다시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깁니다. 



"저들이 나무를 죽이는 것을 막아라, 사마아"


"나무가 없으면 미래도 없단다"



사마아는 랑시엔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습니다. 


혼자 떠난 사냥의 길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외롭고 혹독합니다. 


사냥단에 너무 일찍 발각되면 마을로 돌아가게 될까봐 정체를 숨기며 걷는 길이 외롭고 고됩니다. 알 수 없는 것들을 만나고 식량을 아껴 먹으며 담요를 뒤집어 쓰고 모래 바람 속에서 잠을 자면서도 사냥꾼은 인내심이 기본이라며 참았지만 사마아는 야수를 만나 쫓기다 구덩이에 빠지게 됩니다. 그 구덩이에서 만난 생전 처음 보는 존재......


랑시엔은 미래를 볼 줄 알았던 걸까요? 



사마아는 모래로 뒤덮힌 미래 사회를 구원하는 존재가 됩니다. 


랑시엔의 말대로 '나무'를 마구 베어버리며 살아 있는 것들을 아끼지 않았던 선조 덕분에 미래 어느 시대 후손들은 공기와 물이 부족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살아 있는 존재를 볼 수 없는 그저 인간과 사막 도시만 남은 미래 사회는 다시 생명을 틔울 수 있을까요. 



여자는 사냥꾼이 될 수 없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미래 사회에 통용된다는 점이 의아하기만 합니다. 



사마아처럼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어야 내가 속한 세상이 넓어집니다. 


갈등과 문제를 직면해서 보아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겠지요. 사아마가 가지고 온 "씨앗"이 그리고 씨앗의 존재를 믿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다시 생명이 움틉니다. 



그 이야기는 책으로 전해져 사마아의 후손들은 다시 꿈을 꿉니다. 



탐욕은 파괴를 불러옵니다. 지금은 그 탐욕을 멈추고 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나무를 잃기 싫어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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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쉬워지는 청소년 문해력 특강 - 중학 교과서에서 뽑은 필수 어휘와 개념어 학습 비법
김송은 지음 / 더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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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독해력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독해는 글자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지요. 


말하자면 영어 독해집을 풀면 문장을 해석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제시된 텍스트의 지시어, 문장 구조를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문해력은요? 

읽고 해석하고, 이용하는 능력입니다. 


아,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구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까지가 독해의 과정이라면 사고의 확장 과정이 이어지면서 문제 제기, 행동과 사고 변화 등까지 이어지는 것이 문해력 범위라고 볼 수 있겠어요. 


문해력 관련 EBS 프로그램 방송 이후 '문해력'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은 곧 학습과 연결되기 때문에 특히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뜨겁지요.



- 공부하는 시간은 긴 데 왜 아이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할까요?


- 책을 곧 잘 읽는 아이인데 국어 시험을 못 봐요. 


- 수학을 잘 하려면 국어를 잘 해야한다면서요?


- 수능 국어를 잘 보려면 중등부터 국어학원을 가야하나요?



아이들 독서 지도를 하면서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충분한 근거와 데이터를 들어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집어 든 이 책에서 마음에 쏙 드는 문장 하나를 발견했어요.




있는 자는 더욱 받아 풍복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


청소년 문해력 특강 p17


  저자가 '문해력 마태 효과'라고 표현한 부분인데요. 마태복음에 위의 구절이 나온다고 해요. 실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도 사용되는 '마태 효과'는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어요. 문해력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많이 읽어서 배경지식이 늘고 어휘가 늘어나면 더 읽게 된다는 뜻아니겠어요? 안 읽어 버릇하면 아는 게 없고 어휘도 부족하니 읽기 싫어지는 거죠.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쉽게 해석해 놓은 유투브며 웹툰, 책 줄거리 요약에 해설까지 다 나와있는데 구태여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걸음마 할 때, 자전거 탈 때 자꾸 넘어지고 힘든 순간을 넘겨야 제대로 걷고 자전거 폐달을 밟을 수 있는 것처럼 어휘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 임계치가 적정 수준에 달해야 다음 단계로 점프업!이 가능한 거죠. 


  


  다 안 단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잘 읽고 어휘도 늘이고 싶지만 어려우니 그 답을 알려달라는 거죠. 



  말은 잘 하는 데 읽는 게 어렵고 싫은 이유는 뭘까요?


  입말과 글말의 차이라고 합니다. 말은 말로만 전달되는 정보가 아니라 상황에 따른 몸짓, 소리 등 다양한 자극으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있지요. 글은 내가 눈으로 입력된 정보와 행간을 분석해야 하는데, 행간의 분석에는 글의 목적에 따라 읽기 방법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고 한자어를 바탕으로 한 어휘의 분석도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홀랑 뛰어 넘고 '막연히 이해했다. 다 읽었다' 해버리니 '나는 노력했는데도 잘 안 되네' 하게 되는 거죠. 



  개념도 파악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문제 풀이에만 몰입하는 공부 방법도 문제라고 하네요.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이 '교과서를 여러 번 읽고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하면 괜히 얄밉잖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바로 핵심이라고 하네요.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개념어부터 이해를 해야 다음 단계로 이어 공부할 수 있다는 거지요. 


  


  국어, 사회, 과학, 역사 과목의 대표 개념어들을 예시로 들어 개념어 공부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어부터 볼까요? 


   


  순우리말, 관용적 표현, 한자어 공부가 필요합니다. 영어 단어 외우듯 무조건 외우는 방식보다는 독서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맥락을 가지고 의미를 파악하는 학습이 기억 지속에 도움이 됩니다. 배운 낱말을 활용하면 효과는 더 높아지겠지요.




사회, 과학, 역사 모두 명칭에 대한 개념어, 현상에 대한 개념어 등 개념어들은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자의 뜻을 알고 있다면 개념어 의미에 접근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한자 급수 시험을 보라는 뜻이 아니라, 한자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어휘 학습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책 한 권만 끝내면 문해력 끝! 해결! 이런 책은 없습니다. 


문제 풀이 전, 개념을 학습하고 관련 어휘를 정리하는 학습 방법은 사실 지루하고 고단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초가 쌓여 실력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꼭 짚고 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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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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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이에는 곧잘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그 사랑이 남녀간의 이야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가족 사이에도 잘하는 약속이지요.

여기, 비록 약속하지는 않았으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열일곱 채우는 다시 생을 얻게 됩니다. 죽기 전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우는 새로운 생을 담보로 꼭 만나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어야 할 사람을 찾아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오게 되지요. 1000명의 새로운 생을 얻어야 인간이 되는 구미호 ‘만호’와의 거래였어요.

채우가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설이’

함께 보육원에서 자랐고 눈물많던 설이가 채우의 죽음에 자책하고 슬퍼하고 있을까…. 함께 완성하기로 했더 ‘파감로맨스’ 레시피를 완성하고 설이에게 못다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채우의 바람은 이루어질까요?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채우의 모습은 마흔이 넘은 긴생머리 여자였고 설이 또한 이미 생을 다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지라 설이 찾기는 연못에서 손톱찾기만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같은 동네 미장원 왕원장도 채우처럼 찾고 싶은 사람이 있어 만호와 거래했던 영혼입니다. 왕원장이 찾은 인연은 꼭 찾아야만했던 인연이었는지……이미 끝난 인연에 미련갖지 않는게 나은건가 싶은 순간 채우는 설이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동미가 설이라고 확신하던 순간, 반전!

채우는 설이를 확인하고 다시 영혼으로 변하게 됩니다. 채우는 ‘약속식당’을 찾아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어요. 채우가 꿈꾸던 결말은 아니지만 설이는 설이대로 아니,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행복하게 살거라 믿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이승과 저승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이승의 기억을 모두 잊고 저승으로 가더라구요. ‘삼도천다리’는 죽은 영혼이 49일동안 저승까지 가는 길, 마지막에 건너는 다리에요. 장례를 치르고 49제를 지내는 장례 문화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영혼이 되어서도 이승의 기억이 남아있다면 미련이 커져 저승 가서도 힘들겠지요. 그리고 남은 사람들도 떠난 사람의 기억이 또렷하다면 힘든 시간이 더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례 의식에는 이렇게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에 대한 배려를 담은 것인가 봐요.

다음 생에 만나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기를 약속하기 보다 지금 주어진 내 생을 후회없이 잘 살아내고 이승을 떠날 때 온전히 기억을 잊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 살아내볼까요.

책꽂이에 꽂아두면 대출 순위 1위될 것 같은 책이에요.

표지에서 구미호부터 찾아내는 엄청난 눈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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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특서 어린이문학 1
이상권 지음, 전명진 그림 / 특서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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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옛날 옛날에 산신령이 살던 그 시절, 산신령을 배출하던 두 가문이 있었대요. 호랑이가문과 검은 늑대 가문…… 연속 세 번이나 호랑이 가문의 백호가 산신령이 되자 위기감을 느낀 검은 늑대 가문에서는 계략을 하나 구상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정말 끝없이 물고 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어라? 이거 어디선가 본 이야기인데 싶은 이야기들도 있구요. ​


우여곡절 끝에 인간의 손에서 개 누렁이의 젖을 먹고 자란 백호는 ‘허산’이라는 이름도 얻습니다. 이상하게도 허산의 앞에만 가면 자꾸 무엇인가 털어놓게 되는 등장인물들…


허산이 가진 신통한 능력은 다름 아닌 ‘경청’


아무리 궁금해도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묻지 않고 그냥 가만히 듣다 보면 결국은 상대가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 까지 이야기하게 되어 있다네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려면 참을성이 있어야 하고, 상대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어야만 한답니다. 

아!~ 어린이 책에서 얻는 깨달음이란……

너무 쉽게 판단하고 규정짓고 조언하는 인간의 가벼움을 나무라는 것 같습니다. 사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미명 하에 내가 이렇게 이치에 밝고 아는 것이 많다는 점을 전시하려는 떄가 더 많지요. 빠른 진행을 위해 상대가 하려는 말을 중간에 톡 잘라 먹었던 지난 날이 떠올라 부끄러워지네요.


‘경청’의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귀신까지 허산을 찾아와 걱정을 털어 놓는데요.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답니다. 뭔가 엄청난 위로를 받은 듯한 느낌, 이 세상이 다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니 잠깐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것 뿐인데, 허산은 신통한 호랑이가 되었네요. 


들어주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일인 것은 사실입니다. 사설이 긴 경우 참아줘야하고, 상대가 잘못 알고 있거나 내가 생각하기에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할 경우 중간에 막 해답을 알려주고 싶고 그렇거든요. 그런 조바심에 대화가 단절되기도 합니다. 


별의 별 일을 다 겪고 곡마단 동물의 이야기까지 다 들어준 백호 허산이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봉래산 자락으로 떠난다고 하자 동물들은 이야기합니다. 


꿈과 행복보다 안정을 택한다구요. 그 또한 선택입니다. 백호 허산은 다른 선택을 하지만요. 


​봉래산 가는 길에 허산을 키워 준 인간 부모의 집을 들렀으나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쌍둥이처럼 자란 동생 허강은 과거 급제를 꿈꾸며 세상을 떠돌다 거지가 되고 말았어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 대신 헛꿈을 계속 꾸겠다고 합니다.


봉래산에 들어선 허산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 차세대 산신령이 되라고 합니다. 산신령 시험에 통과한 검은 늑대 가문 후보와 인간 후보가 모두 지나친 공부와 경쟁에 희생되어 죽고 말았다구요. 


산신령 고사의 마지막 시험은 행복한 순간을 글로 써보는 거였대요. 논술고사 같네요. 유명 과외 선생님을 붙였으나 글이 가진 속성 상 두 후보에게는 힘든 시험이었다고 묘사된 부분이 재밌네요. 


백호의 운명적 임무와 같은 산신령 자리를 허산은 거절합니다. 낳아준 호랑이 부모님, 젖주고 길러 준 누렁이 어미, 보살펴 준 인간 부모님, 세발 까마귀 이모까지 모두 산신령이 되길 바랐겠으나 


"저는 제 마음속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만 제가 행복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라고 자기 원하는 바를 멋지게 이야기하는 백호 ‘허산’ 넘 매력적입니다.  허산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새로운 꿈을 찾아 두려움과 설레임을 함께 느끼며 살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살아간다는 것은 늘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해……."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중 백호 호산의 마지막 대사


​작가 이상권님의 말처럼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진정한 삶의 방향이자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소리를 찾는 과정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요.


허무맹랑하고 코웃음 나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속에 묵직한 무엇인가가 중심을 딱 잡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이었습니다. 추운 날, 이불. 속에서 군고구마 까먹으며 감상해보길.. 우리 책 친구들에게 추천해야지~


출판사 제공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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