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지 않았다면 결코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별 꾸밈 없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가수, 최백호. 그의 글도 최백호스럽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사람이나 노래나 글이 한결같다. 그래서 좋다. 


가수는 음색이 중요하다.


요즘 젊은 가수들은 가창력은 물론이고, 정말 노래를 잘한다.

과거에 비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서 레벨 업이 됐다.

그런데 너무 잘해서 매력이 없다.

정미조, 나훈아, 조용필, 송창식 등의 목소리는

들으면 누군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노래하는 젊은이들한테

가창은 학교에서 배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그 교수가 가르친 것밖에 하지 못한다.

호흡도 똑같아진다.                        

 -p.124


트로트의 홍수 속에서 그간 내가 느낀 것도 저것이었다. '너무 잘해서 매력이 없다'는 것. 언젠가 세종시에 갔었는데 우연히 야외무대에서 노래하는 연구생(?)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옆에는 지도교수쯤되는 사람도 있었다. 희한한 구경을 다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요즘엔 이렇게들 어려서부터 훈련을 받는구나 싶었다. 이들 중에 몇이나 살아남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글도 그렇다. 너무나 매끄러운 글은 매력이 없다. 제 목소리를 제 양식에 담아내지 않으면 일껏 모방에 머물다가 스러지고만다.



잃어버린 것.... 스스로 터득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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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0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모방에서 창조가 탄생하는 법 아닐가요?

nama 2023-07-08 10:22   좋아요 0 | URL
모방으로 시작해서 자기만의 색깔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물감 2023-07-0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수는 음색이 중요하다.
매끄러운 글은 매력이 없다.
공감하고 갑니다!

nama 2023-07-08 10:24   좋아요 1 | URL
voice color 니까 결국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야 하지 싶어요.

hnine 2023-07-08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분 심야 라디오 방송 진행도 하시는거 아시죠?
저 한때 거의 매일 들으며 잠들곤 했었답니다.
자기만의 음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저도 공감해요.

nama 2023-07-08 19:12   좋아요 0 | URL
네. 한두 번 방송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라디오나 티비를 가까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자주 듣지는 않아요.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하면 재미없듯 똑같은 건 생명력이 없어보여요.
 

열흘 정도 인천에 있다가 돌아오니 고구마순, 가지순, 고추순이 말끔히 이발(?)되어 있었다. 극소심의 끝판왕격인 고라니께서 말끔히 해드셨다. 인간 없는 밭뙈기를 차지하고 한잎한잎 따먹는 기분이 어땠을까, 녀석들. 다행히 채송화, 봉선화, 백일홍엔 입을 대지 않았다. 그래도 양심내지는 양식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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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7-0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송화도 봉선화도 피었습니다~’

nama 2023-07-08 10:25   좋아요 0 | URL
그 동요가 각인되어서 지금도 채송화와 봉선화를 찾나봐요.

hnine 2023-07-08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댓글에 그 동요가 생각난다고, 다음줄에 그렇게 썼는데 그말은 어디로 날아가 버렸어요.ㅋㅋ

nama 2023-07-08 19:16   좋아요 0 | URL
꽃밭에서‘ 가 1953년에 나왔다고 하네요. 다시 음미해보니 아련한 감상에 젖어드네요.
 


1. 오늘도 에어컨을 켜야 하느냐, 켜지 말아야 하느냐, 갈등을 일으켰다. '까짓 얼마나 살겠다고..' 요즘 내 입에서 버릇처럼 나오는 말이다. 저 말을 입 밖으로 뱉으면 좀 더 뻔뻔해지면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대담해진다. 고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켜봤다. 시원한게 좋았으나 이내 전원을 끄고 말았다. 아직 댕댕이가 덥다고 헉헉대지도 않고 얌전히 있는데 인간인 나도 좀 참아야 하지 싶어서다. 그보다도 이런 내 행동을 들여다보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을 읽어서일 게다.
















구르지예프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생각했다. 북플이 알려주는 몇년 전 내 기록을 보고서야 언젠가 내 손으로 구르지예프라는 이름을 써본적이 있다는 걸 깨닫고 급관심이 생겼다. 그땐 무심히 지나갔는데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건 뭘까. 설렁설렁 읽는 책은 인생에 별 보탬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흠, 그걸 또 어쩌나. 그게 나란 사람의 습성인데...이런 얕은 생각을 꼭 찍어서 구르지예프는 이렇게 설파한다.


"인간은 기계라네. 인간의 모든 업적, 행동, 언사, 생각, 감정, 신념, 의견, 습관은 외부의 영향에 의해 만들어졌고, 외부의 인상들에 의해 빚어진 것들이야. 인간은 자체적으로는 그 어떤 생각도, 행동도 만들어내지 못해."               -p.54


이 책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책일 수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어떤 깨달음을 주는 책인 건 분명한데 아직 입 속에서만 맴돌고 있다. 재독을 하면서 구르지예프가 했던 말을 한번 베끼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내 행동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책, 어떻게 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구르지예프가 쓴 책이 오늘 도착했다. 읽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버겁게 느껴진다. 건성건성 읽으면 남는 게 없을 텐데...걱정이 앞선다. 책을 앞에 두고 걱정이 앞선 건 <수학의 정석>과 <성문 종합 영어> 이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수학의 정석>은 오르지 못한 산이었고, <성문 종합 영어>는 거듭거듭 노력해서 여러번 정상에 올랐는데, 이 책은 무엇이 될까?



2. 















몇년 전 보관함에 넣어두었으나 잊고 있었던 책.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들고 탄성을 질렀다. 역시 대단한 책이다. 서문만 읽고도 행복해지니...


3.














역시 도서관에서 접한 책. 이런 미술 관련 에세이는 대게 고만고만하다. 읽기 편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만 금방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게 흠.


1세대 페미니스트 예술가를 기억하고자 한다.

*메리 베스 에델슨 Mary Beth Edelson(1933~2021)

*레이첼 로즌솔 Rachel Rosenthal

*캐롤리 슈니만Carolee Schneemann


기억해두고 좀 더 알아보고 싶은 화가 마담 르브룅


마담 르브룅은 여성이 미술계에서 성공하기 힘든 시대적 상황에서 순전히 개인적인 재능과 도전적인 태도로 엄청난 예술적 성취를 이룬 화가였다. 게다가 조국과 남편을 떠나 12년간 타국을 방랑하며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드문, 혹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강인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았다. 모성애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현대 페미니즘의 패러다임으로 18세기 여성의 삶을 비판할 수 있을까? 마담 르브룅은 치열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며 예술혼을 보여준 위대한 작가였다.   - p. 281


4. 















도서관에서 접한 책. 집밥을 열심히 해먹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하고, 어려운 음식을 쉽게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몸과 마음으로 익혀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집밥도 그렇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된장과 간장, 온갖 잡채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든다는 점이다. 살림꾼으로서의 양희경은 존경스럽다.



5.















<맡겨진 소녀> 원작. 원문을 읽으면 감동이 더할까 싶었는데....메뚜기식 읽기는 피할 수 없었다는...



6.
















사은품에 눈이 멀어 정기구독을 신청했는데.... 연재소설 읽는 맛이 새롭다.


7.















편하게 쓴 책같다. 쉬운 글이 쉽게 나온 글이 아니듯, 편하게 보이는 책도 고심하며 썼으리라. 때로 과속방지턱같은 장애물이 있어야 긴장을 하는데...흠이 없으니 흠을 찾으려고 애쓰는구나, 내가. <창작과 비평> 사은품으로 신청해서 받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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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를 달리는 남자 - 어느 문화인류학자의 인도네시아 깊이 읽기
김형준 지음 / 이매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10년 전 얘기를 읽는 게 의미가 있을까...싶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재밌다. 몇년에 걸친 세 차례의 현지조사 이야기는 예의 일반적인 여행기보다 더 생생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었다. 따끈따끈한 여행기가 패스트푸드라면 이 현지조사 이야기는 정성 듬뿍 들어간 한식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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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근무하며 여러 교장을 겪어봤다. 


학교를 공사판으로 만들며 제 주머니 채웠던 교장

부임하자마자 목에 힘주며 분위기 휘어잡던 교장

교내 감나무에 열린 몇 상자분의 단감을 모조리 자기집으로 가져간 교장 

계급장 떼고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는 민주 교장이었으나 성희롱 사건에 얽혀 있던 교장 

어떤 회식자리건 시종일관 본인 얘기만 하던 독불장군 교장 

병문안 오는 교사의 출석을 체크하던 교장 

회식에 누가 빠졌는지를 칼같이 잡아냈으나 정작 자신의 송별식엔 불참했던 교장 

오로지 부동산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얼마 안가서 병으로 쓰러진 교장 

두루뭉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남에게 상처는 주지 않으나 일처리엔 무능한 교장


아, 이건 옛날옛적 교생실습할 때였는데

영어가 어렵다고 손수 영어교수법을 만들어 수업시간에 가르칠 것을 강압했던 교장도 있었다.

g, k 는 ㄱ, ㅋ

s 는 ㅅ

d, t 는 ㄷ, ㅌ........

영어 공식이라며 한 학년 전체 학생에게 외우게 했다. 

영어선생들은 영어과 출신이 아닌 교장이 시키는대로 해야 했다.


교장은 왜 필요하지? 의문을 품은 적이 많다. 

트러블메이커보다 무능한 교장이 그래도 견딜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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