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골생활 중 가장 겁나는 생명체는 눈초파리이다. 새벽이나 해 저물 무렵 집 밖으로 나가면 어김없이 눈 주위를 맴도는데 운이 나쁘면 눈 속으로 퐁당 들어오기도 한다. 작년 여름, 눈초파리 습격으로 안과를 찾아서 속초까지 갔었다. (양양에는 안과가 없다.) " 제 눈이 큰가 봐요. 눈초파리가 눈에 들어왔네요." 했더니 의사 왈 "ㅎㅎ 눈을 작게 뜨고 다니세요." 그래서 내가 세운 대책은? 바로 선그라스. 눈가에 착 달라붙는 스포츠용으로 날벌레의 접근을 막아주는데, 연전에 산책길에 눈에 들어간 날벌레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장만한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내 눈은 날벌레에겐 호수 같이 맑고 드넓어 보이나 보다. 아니 날벌레들이 눈 분비물을 좋아한다니 내 눈은 탁하디 탁할 뿐인가.


눈을 혹사시키면서 책을 읽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떠올리게 하는 책. 

깊이와 넓이, 질과 양을 만족시키는 책. 

헌책방으로 직진하지 않고 내 서가에서 살아남을 책.

무더위와 힘겨루기 하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

한두 꼭지는 도중하차해도 양해할 수 있는 책.

완독하느라 지쳐서 빨리 서가에 꽂아놓고 싶지만 그래도 손 놓기 아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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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8-05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관함에 넣어놓은지 오래인데 아직 시작을 못한 책이네요.

양양에 계신가봐요.
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nama 2024-08-05 20:32   좋아요 0 | URL
읽다보면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에요. 저는 약간 변덕스러워서 내키지 않으면 중도에서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래도 끝까지 읽히네요. 무더운 날씨도 한몫하고요. 더운 날씨에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맛도 좋아요.

양양 산골 오두막에 콕 박혀 있어요. ㅎㅎ
 

1. 나이 60이 저만치 지나갔건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 여전히 하루 해가 짧은 요즘.



 

꽃송이 버섯이다. 이름도 예쁘고 맛도 꽃내음이 살짝 풍기는 듯한, 감성 풍부한 맛이라고나 할까.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식감은 부드럽다. 착한 이웃 덕에 조금 얻어 먹었다.


2, 끊어진 폰툰다리 연결하는 걸 돕다가 폰툰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그 위에 살짝 올려놨던 장화가 개울에 빠졌다. 물살이 빨라서 건져 볼 엄두도 못내고 말 없이, 인사도 없이 조용히 보냈다. 장화는 둘째치고 폰툰이 반으로 접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니까 순서가 이렇다. 비가 왔다>> 폰툰 한 쪽 밧줄이 끊어져서 맞은 편 개울가로 밀렸다>>끊어진 쪽을 원래 자리로 밀어 놓고 다시 밧줄로 고정시키다가>> 폰툰이 뒤집어졌다>> 체인 블록을 사용하여 다시 원래 모습으로 뒤집는 중에 폰툰이 반으로 접혔다. 흡사 나무 토막이 반으로 꺾인 듯한 모양새다.>>어찌어찌해서 겨우 원래 모습으로 돌려 놓는데 성공>> 잠시 후 반으로 꺾인 부분에 생긴 변형으로 다시 뒤집어짐>> 뒤집어진 상태에서 겨우 양쪽 연결, 일단 지나다닐 수 있게 되었다. 오전 시간이 다 날아갔다. (거의 모든 작업은 남편이 혼자 했고 후반부에 이웃분의 도움이 있었다.)


이렇게 설명을 한들 글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폰툰이란 단어부터 낯설 터이다. 설명하다보니 '원래' 란 단어가 줄마다 들어갔다. 요령부득이다. 


개울에 다리 하나 놔달라고 20여 년 간 군청에 읍소했건만... 


맨발로 언덕을 오르며 오두막으로 향하는데 분노인지 슬픔인지 체념인지 모를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에이 씨~ 책이나 읽자.


3. 한겨레신문 칼럼 중에 <김현아의 우연한 연결>을 즐겨 읽는다. 며칠 전 칼럼 ' 휴가 때 책 한권 어떠세요?'를 읽고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빌렸다.















'휴가 때 이런 무겁고 진지한 책을?'이라고 아마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제목이 주는 중압감이 있지만 그 선입견만 털어낸다면 장담하건대 이 책은 추리소설이나 연애소설만큼이나 재미있다. 주변의 청년들과 청소년들과 함께 읽으며 검증한 책이니 부디 나를 믿고 한번만 읽어보시라.......


이렇게 시작되는 글을 읽고 도저히 궁금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작가 선안나는 낯설었으나 ' 이 책을 집필하느라 이 년 동안 다른 글을 쓸 수 없었'다는데 이 또한 도저히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책에 대한 내용은 저 칼럼을 검색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항일투사 안재홍에 특히 관심이 갔다. 안재홍 생가가 있는 동네를 무수히 지나쳤는데도 한번도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중학교 때 내 짝꿍이 살던 곳. 그 짝꿍에게 물어보니 안재홍 투사의 며느리가 초등학교 때 담임이었단다. 짝꿍 아버지가 안재홍 생가의 초가집 지붕 이엉을 다시 입혀주기도 했단다. 오늘 들은 얘기다.



항일투사 안재홍을 몰라봐서 참 부끄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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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Zone of Interest>를 인덕원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감상했다. 상영관이 드물다보니 난생 처음 인덕원까지 가게 되었다. 50석 중 관객이 7명 쯤이었나. 영화의 포인트는 사운드(배경음악)라는 걸 미리 찾아서 알고 갔기에 망정이지 멋모르고 갔더라면 영화 후반부에서나 겨우 알아차렸을 지도 모른다. 음울하고 불유쾌하면서 뭔가 불안하게 하는 사운드는 역시 영화의 압권이었다.

'끔찍한 장면 없이 끔찍한 영화'. 그 끔찍함은 영화도 영화지만 내 안의 끔찍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요양원에서 말년을 보내셨던 엄마는 어느날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집에서 불쌍하지 않은 사람은 너밖에 없다." 누군가는 평생 병에 걸려서 눈물겹고, 누군가는 외로워서 애달프고, 누군가는 식솔을 책임지느라 어깨가 무거워서 안타깝고, 생각해보면 모두 제각각 '불쌍'한데 나만 유일하게 그런 걱정없이 살고 있다는 말씀이었다. 엄마는 참...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는 걸 모르시나...씁쓰름한 기분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내내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내가 그렇게나 이기적이었나. 내 몫을 살아내느라 내 삶도 만만치 않았는데 엄마가 보기에는 그래도 다른 자식들에 비해서 수월하게 사는 것으로 보였던 것 같다."너만 안 불쌍하다."라는 말씀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안의 무관심과 이기심을 질타하는 듯했다. 중심을 잡으려고 얼마나 애쓰며 살았는데..하는 서글픔과 함께.


영화 제목인 Zone of Interest를 나는 이렇게 번역해본다. '혼자만 잘 사는 놈(이 있는 곳)'이라고. 혼자만 잘 살겠다고 마음 먹은 놈에겐 보이는 게 없다. 그저 저 살 궁리만 하면 되니까. 나라꼴이야 어떻든 제 맘대로 하고야 마는 저 못난 인간들이 죽치고 있는 곳...이런 지긋지긋한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뿌리처럼 이런저런 생각을 뻗어가게 하는 이 영화. 책 한 권보다, 며칠 간의 여행보다 더 진하고 매력있다. 쉽사리 뽑히지 않는 뿌리를 심어놓는다.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에 폰툰다리가 끊어졌다. 완전 고립은 아니지만 어쨌건 외부세계와 격리되었다. Zone of Isolation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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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여 일 동안 코카서스 3국을 휘젓고 다니다가 돌아온 지도 보름 가량 되어간다. 머릿속으로는 날마다 여행기를 작성했다. 쓸 말이 없지 않으나 기존 여행기나 가이드북에 있는 말을 피해가자니 딱히 꼭 해야 할 말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써야 할 이유보다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앞서는 건 뭔가. 겸손을 떨다니...이제야 철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있다면, 내 스스로 기획한 여행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시간은 넉넉하니까 한 달 정도 계획을 세워 다녀올 수도 있는데 이젠 조금씩 자신감이 떨어진다. 한 나라 정도라면 그럭저럭 해보겠지만, 그 강건함을 자랑했던 다리도 삐그덕거리고, 남편 후배 부부와도 동행해야 하고... 열정은 사라지고 핑계는 늘어나니 결국 세미패키지라는 여행 상품을 택했다. 그래도 이십 여 년 간 인연을 이어온 여행사가 있다는 건 믿음직하면서 흐뭇한 일이다. 사업가라기 보다는 여행가에 가까운 사장님, 사업체라기 보다는 동호회 같은 여행사. 이 보다 더 좋은 여행사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부족함을 기꺼이 맡기기로 했다.


이동 경로는 아제르바이젠(IN) - 조지아 - 아르메니아 - 조지아(OUT). 이런 순서가 된 건 아제르바이잔 입국이 까다롭기 때문인데 항공으로만 입국이 가능하고 육로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육로를 이용한 출국은 가능한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불편하고 불친절하기가 신장 위구르 다음이라고나 할까. 가슴팍에 여권을 펴들고 서서 죄인처럼 사진을 찍혀야만 했던 신장 위구르를 앞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터. 이렇게 된 원인은 서로 적대시하는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때문인데 영토 분쟁이라는 심대한 문제가 걸쳐있다.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심적으로 부담되는 주제가 되겠다.


1. 여행 가기 전에 접했던 책 중에서 몇 권을 꼽는다면,















얼마 전까지 달랏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계속 여행 중이신 현경채 님의 책. 코카서스를 갈 때 딱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고 할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견해가 되겠다.
















진지한 모드의 유재현 님 책. 복습용으로 읽으면 지적 만족감으로 흐뭇해진다.















현장 투입용 가이드북. 소소한 쇼핑 목록이나 와인 소개도 여행자에겐 알찬 정보.

















여행자의 허영심에 약간 부합하는 책. 조지아어 알파벳을 끝내 마스터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몇 글자 눈에 들어와서 읽을 수 있었다. 찰진 기분? 찰진 경험? 감히 말하건데 글씨 모양 다듬는 켈리그라피보다 낯선 외국어 알파벳 써보는 게 더 짜릿하지 않을까.


2. 국내에서 못 구한 책을 트빌리시에서 구했다, 조지아어 펜맨십. 





3. 아르메니아 '귬리'


메리라는 아르메니아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아르메니아의 예술가, 작가, 음악가 들은 모두 귬리 출신이라고 한다. 어떤 설명도 곁들이지 않은, 설명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이 사실이 내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왜 그럴까? 작은 도시에서 하룻밤 묵는다고 이해되지는 않을 터.


메리에게 물었다. 아르메니아계 미국 작가인 William Saroyan 의 < My Name Is Aram>에서 'Aram'의 뜻이 뭐냐고.

















Aram은 아르메니아를 뜻하며 ar- 는 creation(창조)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르메니아, 아람, 그들의 성산 아라랏...모두 ar-로 시작한다고.


1980년대 읽었던 이 책이 요렇게 대화의 주제가 될 수도 있구나.


*아르메니아는 인구가 280만 명쯤 되는데 해외에서 디아스포라로 사는 인구가 일천 만 명가량 된다고 한다.(현지 가이드의 말) 보통 책에서는 800만 명으로 적혀 있다. 어쨌건 해외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는 건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일이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타인과 협동을 요구하는 스포츠 같은 것엔 관심이 적고 잘 못한다고 한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라고 하는데... 좀 관심이 간다. 

*ATM, 아이스크림, 칼라 TV, MRI...이런 것들을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더욱 궁금해지는 아르메니아.



4. 조지아의 홈리스 견




조지아엔 집 없는, 주인 없는 개들이 거리에 널려 있다. 나름 관리가 되어 있어서 귀에 뭔가 부착되어 있는데 중성화를 했다는 표식이라고도 한다.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공항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어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저 멍멍이는 심지어 삶은 달걀을 줘도 입에 대지 않는다.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저 당당함이라니. 개도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야 한다.



조지아 기념품으로 구입한 코렐 접시.



5.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동유럽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성 조지, 용을 무찌르고 있답니다


세 번째 사진의 기둥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의 중심가에 있는 동상인데 저 노란색은 진짜 금으로 도금한 것이라고 한다. 위에서 열거한 유재현의 책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 확실할 터. 저 뒤에 있는 조지아 국기의 붉은 십자가. 이른바 성 조지 깃발은 영국을 비롯한 여러 곳을 상징하는 깃발로 지금도 쓰이고 있다고. 


성 조지, 검색하면 주루룩 나오네요. 다양성을 잡아 먹는 그놈의 인기.


6. '조지아' 하면 카즈베기



저 먼 산 꼭대기의 만년설. 몇 년 전만 해도 8월에도 만년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하는데 6월 현재 아주 쬐금 남아 있다. 이런 기후 위기 시대에 이렇게 비행기 타고 세상 구경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뜨는 비행기, 내가 아니 탄다고 안 뜰 것도 아니라며 내 말을 비웃는 나의 이종사촌 동생들. 그래도 고민은 해야 하지 않겠니?



해 넘어가는 저녁, 아랫 동네에서 바라본 산꼭대기 교회. 호텔 창문으로 밤새 바라봤다는...


7. 포도나무

조지아는 와인 산지 답게 진정 포도나무를 사랑한다. 

우리 나라에는 소나무, 조지아엔 포도나무.

포도 사랑이 깊어 조지아어 알파벳도 포도나무 모양인가?










8. 깍두기



카타르 도하는 경유지, 비행기 창밖에 펼쳐진 세계. 푸른 바다와 황량한 사막 사이에 있는 저 비현실적인 빌딩들. 내 눈으로 본 게 확실한가?


9. 조지아 산골짜기 작은 영화관 "Dede"

우리나라의 평창쯤에 해당될까. 메스티아의 스바네티라는 산골 마을에는 작디 작은 영화관이 하나 있다. 쌍둥이 자매 중 언니는 영화 감독으로 영화 <Dede>를 만들었고, 동생은 그 영화를 7년째 같은 자리에서 상영하고 있다. 오로지 한 편을 위한 영화관이다. 그러니까 영화관 이름도 <Dede>, 영화 이름도 <Dede>. Dede의 뜻은 엄마.



감독 Mariam Khatchvani. 싸인도 받았다.




이 동네에서 더 골짜기로 들어가면 우쉬굴리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자매들이 태어난 곳으로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곳이다. 전통과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특히 여자들을 숨 막히게 하는 곳, 한 여성의 인생 분투기가 전개되는데 '팔자'가 참 모질기도 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쉬굴리 출신의 감독이, 우쉬굴리를 배경으로, 우쉬굴리의 삶을 그렸는데, 우쉬굴리에 다녀온 이방인들이 보고 있자니 영화가 가슴 속으로 쏙쏙 들어오더라는 얘기다. 한여름 더위에 한겨울의 눈 쌓인 장면도 볼 만했다. 겨울에 머물러보고 싶은 동네다.






10. 

여행 경비는 인생 수업료. 수업료 바닥나기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겠는데 글쎄 다리가 아파오네요.


11. 여행하는 여자들이 많은 이유

여행지에서 보면 여행자 10명 중에 여자가 7~8명이라면 남자는 고작 2~3명. 















p.341~342

방랑하며 사는 야성적인 "인디언들"만이 천성이 나태하다고 판명된 것은 아니었다. (루즈벨트) 프랭클린이 알기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사로잡혀 그들과 함께 살았던 다수의 정착민들도 집으로 돌아가기를 꺼려했다. 몸값을 주고 풀려난 사람들도 이내 정착지를 빠져나와 방랑자들을 다시 찾아 나선다. 이런 특이한 사람도 있었다. "포로 상태"에서 풀려나 집으로 온 그는 가족의 환영을 받고, 자리를 잡는 데에 필요한 큼지막한 땅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정도로만 땅을 경작하고, 그 땅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생에게 법적으로 양도하고는 총과 겉옷만 챙겨 야생으로 돌아갔다. 프랭클린은 여자들은 더더욱 방랑하는 삶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것도 알았다. 원주민들에게는 남편과 이혼할 자유를 포함해 정착지에는 없는 자유가 있음을 알아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밥 해먹을 걱정이 앞서는 게 여자들 아닌가. 남이 해주는 밥이 가장 맛있다는 슬픈 사실.



12. 다시 코카서스에 가게 된다면?

아르메니아에서 두둑 연주를 질리도록 실컷 보고 오겠어요. 매끄럽게 춤도 추고 싶구요.



13. 스마트폰 없는 여행은 가능할까?

스마트폰을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카페가 인기라는데, 스마트폰을 지참하지 않는 여행도 가능할까? 요란하게 찍어대는 여행객들을 보면 마치 사진 못 찍은 게 한이 되어 여행 온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사진은 여러 가지로 여행에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시야를 가려서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배려 아닌 불필요한 눈치를 보게 한다. 물론 시간도 잡아 먹고. 내가 민폐가 되기도 하고 일행 중 누군가가 민폐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일행과 대화를 나눌 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친절을 거두어들이는 데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일조하기도 한다. 나는 사진 찍기에 매몰된 일행들을 보면 칼로 베인 듯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내가 못 생겨서 그렇다고?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14. 아제르바이잔에 대해선 할 말이 없나?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한 아제르바이잔, 처음부터 다시 여행을 시작...하실래요?


15. 인스타그램은 나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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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olike 2024-07-1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후기를 읽으니 다시 한번 여행하는 느낌이었네요. 왜 사진 찍는 것을 거부 하셨는지 이해도 했구요. 좋은 생각이신거 같아 저도 한번 실행해볼까 생각중이예요

nama 2024-07-10 14:16   좋아요 0 | URL
무라카미 하루키는 카메라 없이 여행한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어요. 눈빛이 더 예리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 김누리 교수의 대한민국 교육혁명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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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교육을 걱정하는 김누리 교수는 언제나 옳다. 

그가 제시한 교육혁명의 세 가지도 옳다. 가능하다.


첫째, 대학 입학시험을 폐지하자.

둘째, 대학 서열을 폐지하자.

세째, 대학 등록금을 폐지하자.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결여되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상상력입니다. 정치적 상상력, 사회적 상상력, 교육적 상상력이 다 부족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나라, 가장 이상적인 사회,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무엇일까, 우리는 상상하지 않습니다. - P278

독일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세 가지 능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권력의 억압에 저항하는 능력‘‘사회적 불의에 분노하는 능력‘‘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이 세 가지 능력을 갖춘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독일 정치 교육의 핵심목표입니다. - P301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교실이 ‘정치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교실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 교육을 잘 받은 학생일수록 잠재적 파시스트의 성향을 보입니다. - P302

정치는 그저 ‘높은 사람들의 일‘이나 ‘남의 일‘이 아닙니다. 성숙한 민주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정치를 자신의 일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사회입니다. 그렇기에 이른 시기부터 정치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파시즘적 지배의 종언을 의미하니까요. - P302

앞서 한국의 교사들은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정치적 시민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는 ‘정치적 금치산자‘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른바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문재인 정부도 전혀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에 들어가 있는 교사 단결권을 한국은 아직도 정당한 법적 권리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156개국의 교사들이 다 가진 권리를 한국 교사만 갖지 못한 것입니다. - P303

강소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뛰어난 기술로 이런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말합니다. 흔히 ‘히든 챔피언‘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강소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가 역시 독일입니다. 대략 1,530개가 있습니다. 2위는 미국인데 1위 독일과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대략 350개 정도입니다. 3위는 230개를 보유한 일본입니다. 우리도 없지는 않습니다. 23개 있습니다. 이 수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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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 2024-05-0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감합니다

anklam 2024-06-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언제나 옳다“라고 말하는 것은 김누리 교수님이 별로 안좋아하실 것 같아요. 왜냐면, 모든 것은 의심하고 비판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요!^^

nama 2024-07-09 14:21   좋아요 0 | URL
뭐 그렇게 까지 따지고 살아야 할까요? 때로 마음 가는 데로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정도만 벗어나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