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IT Consultant다.
그 중에서도 Data architect 또는 Data migration, 테스트/Cut-over전략 영역이 내 전문분야이다.
그러다 보니 주로 수백명 이상이 몇 년씩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참여하였다.
그런 IT Cunsulting만을 하다보니 Coding은 해 본적도 없다.
한편으로는 대중교통 수단 하나 제대로 못타본 체 부모가 일일이 Pick up해서 좋은 대학을 나온
세상물정 모르는 학생이 고시 합격해서 판사 망치를 드는 것과 비슷한 생각도 들 때가 있다.
IT Architect들은 이론과 원칙으로 사람들에게 개발자와 설계자들에게 가이드를 주고 지침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경험은 개발자와 설계자가 훨씬 많겠지만, IT Architect들이 Data, Appliation, Infra, Techical 고려사항들에 대해 사전에 미리 구조를 잡아주지 않으면 실제 작업하는 개발자, 설계자 분들이 표준화 되지 않은 작업들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우리의 역할이 크다고 자부한다.
작년 까지 수행했던 프로젝트는 국내 최대의 통신회사였고 그 Site에서만 5~6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 기간동안 3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임신, 출산, 아이의 영유아기가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갔다. 작년 말 부터는 국내 최대의 금융회사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데 내년 2월에 open하니 2년 정도를 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긴 프로젝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말그대로 수백명이다.
나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사람들을 만날 일이 더 많다.
업무적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지만 사석에서는 소박한 수다가 이어지고, 삶의 냄새도 강하게 느껴진다.
여자들은 거의 만나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 키우는 부모입장은 같은지라
아빠들과도 아이들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의외로 많은 아빠들이 육아와 교육에 관심이 많은 걸 보면 귀엽게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관심이 우리나라 고전적 가치관을 기준으로 상당히 정상적인 범주이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이런 평범한 엄마, 아빠들과의 이야기가 더 가치있고 편안하다.
배울 점도 더 많고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한 분이.. 작은 광고판 하나를 보더니 나보고 참석해 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던 그 작은 광고판은 그동안 계속 지나쳐 버렸던 무관심한 존재였는데
다시 보니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 저자의 강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평소에 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분이 나에게 알려줬는데..
시간을 보니 아침 8시~9시다..
강연 전날 회식 때문에 12시 가까이 집에 간데다 프로젝트 하는 곳이 거리가 멀어서 8시까지 나오려면 새벽에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어야 해서 갈등이 살짝꿍 되었는데..
몸이 기억을 했는데 그 날 눈도 일찍 떠졌고 시간에 그리 늦지 않게 도착을 했다.
미리 책을 읽고 갔으면 좋으련만, 무작정 찾아 들어 갔는데...
아, 강의 내내 참으로 유익하고 즐거웠었다.
그동안 읽었던 다른 책들 처럼 아이들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음악, 미술, 여행, 등 다양한 상식을 바탕으로 그림책에 대한 저자의 감성을 음악과 연결해서 저술한 책이었고, 강의 시간 동안 그림책을 모티브로 해서 쏟아져 나오는 저자의 또 다른 세계가 참으로 흡인력이 있었다.
강의 후 책을 찾아 읽어 봤는데 다시금 드는 생각은 이 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 아니다.
그림책으로 인해 내 감성을 다스리고 정리하고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 볼 줄 아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있는 "그림책"도 어린이보다 어른을 위해 선정한 책인 것 같다.
성인인 "나"를 위한 그림책..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두껍고 글자만 가득한 책도 좋지만, 얇으면서 그림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그림책도 나이를 불문하고 마음에 안식을 주기 때문이다.
IT관점에서 보자면, 잘 정리된 Infra 위에 data가 잘 정리되어야 하고, 그 위에 사용자의 요구사항과 편리성, 그리고 Look & Feel 이 잘 고려된 Application이 탑재 되어야 한다.
향후 재사용을 위해서는 확장성까지 고려되어야 하고, 누가 봐도 일관성있는 표준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오늘 그 생각도 해 본다.
그동안은 그림이 예쁘다거나 (Application UI관점) 내용이 좋다던가 (Data관점) 아이가 좋아하는 소재라던가 (사용자 편의성) 등의 한 가지 측면으로만 그림책을 봐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상상력과 역사적 의의와 저자의 경험을 가지고 그림책 한 편을 만들어 왔구나라고 다시금 느낀 순간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은 생각보다 많이 이미 접한 책이다.
하지만, 함께 등장하는 음악과 더불어 다시 아이와 함께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져서 도서관에서 죄다 대출을 했다. 그냥 스쳐지나갈 뻔한 그림책들을 저자의 느낌으로, 저자의 눈으로 한 번 다시 읽어 보려고 했으나 해박한 저자의 지성에는 차마 못 쫓아 갔고. 그저 우리 모자가 즐겁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참, 이른 아침의 강연장의 문을 열고 조금 놀랐다.
나같이 어린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이 참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양복을 입고 머리가 히끗히끗한 중년의 신사들이 월등히 많았다.
중간 중간 질문도 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괜시리 신선하고 따뜻한 느낌마져 들었다.
상당수 회사의 중역인 듯한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침에 이렇게 참석해서 머리도 식히고 마음도 비우고 하니까 참 좋네, 앞으로도 계속 와야겠어"라며 서로 웃으며 이야기들을 나눈다.
내 입가도 웃음이 슬며시 번진다..
** 책에서 함께 소개하는 음악만을 따로 CD로 판매하거나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들을 수 있게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매 그림책마다 음악을 찾아서 함께 들어 보다가 너무 번거로와서 몇 권만 하고 말았다.
<책 속에 담긴 그림책 들>
1. <<노란 기차>> 프레드 베르나르 글, 프랑수아 로카 그림, 보림
나는 기차여행을 꽤 한 편이다. 집에 가기 위해 주로 대학부터 사회 초년병까지 그랬는데, 꽤나 겁이 많은 편이라 혼자했던 기차여행은.. 즐거운 추억이 있다기 보다, 조금은 무섭기도 했고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다시 기차여행을 홀로 해 보라고 하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길수 있을 것 같은 마음도 든다.. 이 책에서 [노란기차]가 주는 의미는 사람마다 틀릴 것 같다.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 지기 전,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작은 기차인 노란 기차. 꿈이 있고 낭만이 있는 노란기차의 여행의 결과는 인간들이 북적거리는 산업화된 도시이고 그 결과로 급행열차인 파란기차가 만들어 진다. 그로 인해 노란 기차는 박물관으로 갈 수도 있지만, 할아버지의 바램처럼 노란기차는 손자의 새로운 모험심으로 영원히 살아있게 된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설인을 만나고, 나무사이를 다니고, 무서운 산을 지나가는 노란기차가 짐크노프에 나오는 엠마같기도 하다. 작지만,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에서 말이다. 아이와 노란기차와 파란기차 중 어떤 기차를 타볼까, 만약 타면 어디를 가볼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밤 아이 꿈에 노란기차가 나왔으면 좋겠다.
2. <<나의 사직동>> 김서정/한성옥 글, 한성옥 그림, 보림
누구나 어린 시절하면 떠오르는 광경이 있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서는 우리 부모 세대에서나 접해 봤을짐한 이야기를 자신의 어린시절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내가 어릴 때는 어땠더라.. 쌓여 있던 연탄 더미도 희미하게 기억나고.. 낡은 헌 책방, 좁은 골목은 꽤 생생하다. 이 책은 오히려 아이보다 우리 세대가 보면 더 공감이 갈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자라면.. 지금의 동네를 어떻게 기억할까.. "우리 때는 말이지.." 하며 추억에 잠길만한 거리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 2007리뷰-
이 책을 아이에게 보여줄까 말까하고 고민했어요..일단, 그림과 사진이 합성된 독특한 화풍이 낯설었고..글도 많고, 주제도.. 재개발관련 고향에 대한 향수라..
그런데..완전 기우였네요..너무 재미있게 잘 봅니다...
내용도 어렵고 수준도 높은데, 가급적 풀어 설명해 주며 읽었는데..왠만큼 이해 한듯 합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과 단어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길래 알려 주었더니 끄덕거리구요..
세들어 사는 사람의 심정, 장애인들의 하루, 고향에 대한 향수. 등...
상당히 어려운 내용인데 의외로 잘 이해했습니다.
전 특히.. 사진과 그림이 혼합된 화풍이 볼수록 마음에 듭니다..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화풍을.. 책에서 볼 수 있다니.. 그것도 아이책에서 말이지요.
재개발 하기 전 사람들의 표정과 그 후의 표정.. 그것도 인상에 깊습니다.
재개발 전엔.. 어쩌면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지..
읽으면서 내내 같이 웃었습니다..
책의 의미를 아는지..그 좋아하던 공사장 장면에서도 아이가 침착하게 보고만 있네요..
상당히 훌륭한 책인거 같아요..
몇 번을 읽어 달라고 하길래.. 나중엔 우리 동네로 바꾸어 읽어 줬더니..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3. <<건축가 김수근 이야기>> 이민아 글, 오정택 그림, 샘터사
우리 나라 건축가로 유명한 김수근의 건축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건축 자체 보다 전통을 중시하고 주변 자연과 조화를 먼저 생각했던 그의 건축사상이 잘 담겨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 아빠가 며칠전 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혹시 건축가가 뭔지 아냐고..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고, 구조물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과학에도 흥미가 많으니까 이다음에 건축가 되어 볼래.. 이런 말을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것을 들었다. 아이는 볼뤼빌리스 같은 집을 내가 지을 수 있는거야하로 반문하고 아이 아빠는 그렇다고 대답해 줬다.
그저 스쳐지나 가는 대화 중 하나겠지만.. 나도 아.. 그럴 수 있겠네..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뒷 페이지에는 실제 지은 건물들 약도로 소개가 되어 있다. 이번 주 일요일 아이와 함께 실제로 가보자 약속했다.
4. <<생각을 모으는 사람>> 모니카 페트 글,그림, 풀빛
행복한 청소부, 바다로 간 화가의 저자 모니카 페트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니카 페트의 작품을 [그림책 음악] 에서도 언급이 되어 괜히 반갑다. 최근들어 부쩍... 나도 행복한 청소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묵묵히 하면서 가치를 발견하고 행복을 키워나가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 2009 리뷰 -
이 책에 나오는 "나"는 잠깐 어떤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냥 책 읽는 나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부르퉁 아저씨는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다.
생각을 모은다니, 어떻게? 도대체 생각은 어떻게 생겼을 까?
그 해답을 찾을 필요도 없는 것이 안토니 보라틴스키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생각을 형상화 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여러가지 다양한 생각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더럽고.. 등 )들을 그려서 보여주는데,
그 한 페이지로 아이와 한 참을 들여다 보고 함께 느껴봤다.
어떤 게 슬픈 생각일까, 이 생각은 어떤 생각같애? 라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더럽거나 슬픈 생각조차도 참 아름다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르통 아저씨는 이 모든 생각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다.
모두 모아, 잘 심어서 예쁜 꽃을 피우고 다시 날려보내 주는데,
우리들 각각이 순간순간 하는 그 생각들은 우리 개인 만큼이나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인 것만 같다.
생각을 모으는 사람은.. 이름이 부르퉁 아저씨처럼 특이하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우리 동네에는 생각을 모으는 사람의 이름이 뭘까 하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우리의 생각도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데려가서 예쁘게 꽃피워 주겠지?
5. <<길거리 가수 새미>> 찰스 키핑 글/그림, 사계절
찰스키핑은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와 더불어 영국의 동화작가 3사람 중 하나로 손 꼽힌다. 오래 전.. 다른 두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지지 않아서 "창너머"를 포함해서 몇권을 찾아 본 적이 있었다. 상당히 실험정신이 강한 찰스키핑 작품들에 대해 당황스럽기까지 했었다. 찰스키핑 작품이 그다지 입에 오르내리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를 입학하면 그림책을 멀리 하는 경향도 있어서 수준높은 그림책이 사실상 외면되지 않았을 까 싶기도 하고, 워낙 기존의 그림책과 틀린 분위기라 대상에세 아예 제외시킨 것은 아닐까 하고도 생각해 본다.
이 [길거리 가수 새미]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의 어두운 면도 살짝 소개 하면서 상당히 강열한 그림으로 우리의 눈을 어지럽게 한다. 아마 초등학생이라면 연애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꽤 많을 텐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줄 만한 책이다.
6. <<비 오는 날>> 유리 슐레비츠 글/그림, 시공주니어
[새벽], [월요일 아침에], [SNOW]로 이미 접해본 작가 이다. 오랜 세월... 그림책을 조금씩 접하다 보면 저절도 작가들이 눈에 들어 오는데 그렇게 새로운 작품으로 동일 작가를 만나게 되면 가끔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반갑다. 유리 슐레비츠의 작품은 참 깨끗한 느낌이 많이 든다.
비오는 날도 마찬가지이다. 시원하면서도 깨끗한 느낌의 비오는 날들이 이어 진다. 마지막.. 물웅덩이가 가장 인생에 남는데, 하늘이 비친 물웅덩이를 보고 있자니 그 곳에 빠지면 하늘을 두둥실 날 것 같다.
7. <<율리와 괴물>> 유타 바우어 글, 크리스턴 보이에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똥떡이라는 책이 있다. 우리나라 이전 화장실에 (변소나 뒷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빠지고 나면 똥독이 올라 죽는 경우가 있는데 똥떡을 만들어서 이웃에 돌리고 변소 귀신에게 줘서 아이가 별 탈없게 해달라고 빌었다는 우리 풍습을 이야기 한 책이다.
그 책에 비하면 율리와 괴물에 나오는 괴물은 귀엽기 까지 하다. 물개를 닮은 괴물인데다 크기도 작고 수세식 화장실에 산다.. 집과 떨어진 곳에 화장실이 있지도 않고, 수세식이기 까지 하니, 그다지 무서워 보이지가 않는다. 율리는 친구의 도움으로 용감하게 화장실 괴물을 물리치게 되는데 아이와는 오히려 우리나라 이전 화장실 이야기를 더 오래 나누었다.
8. <<꽃이 핀다>> 백지혜 글/그림, 보림
진채화 기법으로 그린 그림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대표 꽃들을 페이지 가득 탐스럽게 그렸는데 꽃 하나당 2개월의 소요시간이 걸렸다니 정성이 대단하다. 그 사실을 알고 보니, 책의 그림들이 더 사랑스럽고 애착이 간다.
9. <<파란시간을 아세요?>> 얀 에르보 글/그림, 베틀북
[편지], [달님은 밤에 무얼할까요?]로 만난적이 있는 얀 에르보의 작품이다. 낮이 끝나고 밤이 시작되기 바로 전 시간을 책에서는 파란 시간이라고 한다. 시와 같은 표현으로 파란시간을 아냐는 질문을 하는데 아이들도 알기 쉽게 적혀 있다. 아름다운 그림으로 파란시간을 내내 설명해 주는데, [ 그림책 음악] 이 아니었으면 그림 한 장, 한 장을 음미해 보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새벽을 사랑하는 파란시간.. 결코 새벽을 만날 수 없는 시간대에 존재하는 파란시간은 생각보다 자유롭다. 아이와 함께.. 어떤 시간대를 가장 좋아하는 지 이야기를 나누 보는 것도 재미있기 않을까...
10. <<에밀리>> 글, 바바라 쿠니 그림, 비룡소
바바라 쿠니는 [엠마], [달구지를 끌며], [챈티클리어와 여우]에서 이미 만났었다. 그 중 엠마는 그 그림책의 색감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 에밀리는.. 글에 더 반했다. 시와 음악에 대해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을 까.. 시와 음악에 대한 설명 그 자체도 시와 다를 바 없지만, 그 후 이어지는 비유들은 더 향기롭기 까지 하다..
책의 마지막에는 비가 오고 난 후 눈이 녹아 만들어진 거울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비오는 날]의 마지막 장면이 연상된다. 물 웅덩이 속에 가득한 하늘과 구름.. 바로 자연이 선물해 준 거울이 아니던가..
이 책의 제목인 에밀리는 실존 인물이다. 죽기 전 25년간 집에서만 기거했다고 한다. 실연 때문이라고 들었으나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11. <<꼬마 인형>> 가브리엘 뱅상 글/그림, 열린책들
가브리엘 뱅상의 작품은 [거대한 알]과 [곰인형의 행복]으로 먼저 접해봤다.
거내한 알은 상당히 난해 했고 곰인형의 행복은 철학적이라 이 작가의 스타일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지나 왔는데 이번 꼬마인형은 그에 비해 상당히 접근하기가 쉽다. 페이지는 많으나 글은 거의 없으며 간결한 뎃생으로 인해 오히려 더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책에서는 수줍으면서도 눈매가 선한 아이가 등장한다. 아마 이 아이의 천진한 눈동자가 인형을 움직이게 하지 않았나 싶다. 가슴 따뜻하고 신선한 그림으로 아이와 참으로 즐겁게 본 그림책이다.
12. <<인어공주>> 안데르센 글, 리즈베트 츠베르거 그림, 한림
내가 어릴 때 참 재미있게 봤던 인어공주,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은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하향평가 되고 있는 듯하다. 너무도 미련스러워 보이는 인어공주, 남자의 도움으로 신분상승을 하는 신데렐라, 왕자님의 구원으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백설공주 등으로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 역사적 획을 긋는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그 조차 지금 보면 상당히 고전적으로 보인다. 즉, 당시의 예술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작품만 두고 본다면 제대로 된 가치를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지금 우리가 비판하는 작품들도 그 이전 작품에 비하면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저 고전관념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기피하거나 이를 비판하게 하는 것 보다는 당시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이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찰해 보고 그 의미가 뭔지를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게 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데르센이 이룰 수 없는 사랑(남자를 사랑했음)에 대해 가슴아파 하다 본인의 심정이 투영된 인어공주를 썼다는 의견은..그저 남자의 행복만을 바랬던 순종적 여자의 이미지 보다는 한 인간의 고뇌가 숨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모든 책에 대해 숨겨진 코드를 밝혀 내고 싶지는 않다. 그저 표면에 흐르는 느낌, 감동만 가지고 가고 싶다. 하지만 너무도 친숙했던 인어공주의 탄생배경을 듣고 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어제밤.. 이책을 아이와 함께 보며 완전 엽기로 이야기가 흘렀다.
엄마를 웃기려고 해 준 이야기 ^^
- 인어공주들이 바다속에서 꽃을 키우는 장면에서 : 바다 깊은 곳은 물의 압력도 쎄고 햇빛도 없고 이산화탄소도 없어서 꽃이 클 수가 없지
- 막내 인어공주가 대리석 조각상을 정원에 둔 장면에서 : 대리석에 염산을 뿌리면 이산화 탄소가 나오니까 (꽃을 키우기가) 좀 낫네..
- 인어공주가 목소리와 다리를 바꾸는 장면에서 (게다가 걸을 때 발이 무지 아프기까지 하다) : 그냥 왕자보고 싶을 때 만나러 가지, 왜 바꿔..
- 물에 뛰어 들어서 거품이 되는 장면에서 : 자신의 목숨이 제일 소중한데..
13.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박연철 글/그림, 시공주니어
작년에 이 책은 이미 접했었다. 당시 귀여운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섬찟한 그림들이 있다. 나도 어릴 때 망태 할아버지를 본 적은 없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말안듣다고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 간다는 협박도 하지 않으셨다. 저자는 사회의 규범과 규제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방을 시키고자 이 그림책을 그렸도 당시 The wall의 영향도 꽤 받았다고 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The wall은 [그림책 음악] 의 저자와의 만남에서 일부를 접했는데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중간 중간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가 그림책에서 발견된다고 하나 저자의 해석으로 인해 독창성은 여전히 보장되는 느낌이다.
- 2008 -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트에 선정된 책이라더니 정말 그림은 훌륭하네요.
내용은 참 인상적이에요. 제가 봐도 살짝 무섭기도 합니다.
말안듣는 아이를 잡아가는 망태 할아버지..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할아버지지요.
사실 요즘 아이들은 거의 못듣겠지만요..
책을 통해 저도 잊혔졌던.. 옛날 이야기가 생각났네요..
그런데 작가는 망태 할아버지와 엄마에 대해 약간 틀린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망태 할아버지가 만들어 낸 착한 어린이는 그저 붕어빵으로만 보이네요.
그리고 엄마는 그저 아이를 "말썽 피우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라고
협박을 하는 기성세대로만 보이네요..
그리고 마지막은 반전이 있습니다.
망태 할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신선한 그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14. <<빨간 고양이 마투>> 에릭 바튀 글?그림, 문학동네어린이
이 책은 그냥 읽었다면 고양이와 새의 우정을 다룬 어린 아이용 그림책이라고 단정지었을 수 있다. [그림책 음악]의 저자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 보니 책의 제목과 고양이의 색깔, 표정.. 곳곳의 상징적 의미가 더 많은 깊이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존해 온 빨간색..한때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던 색이 산업의 발달과 맞물려서는 퇴폐와 반항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빨강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 나게 해 주고 싶어서 마투의 색을 빨강으로 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에서는 그저 사람의 몸속에 흐르는 따뜻한 색 빨강으로 보고 싶다.
15. <<내가 가장 슬플 때>> 마이클 로젠 글, 퀸틴 블레이크 그림, 비룡소
[곰 사냥을 떠나자] 의 저자 마이클 로젠의 책이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퀸틴 블레이크 그림은 로알드 달의 책에서 친숙하게 발견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멋진 여우씨의 친숙한 그 그림들이 퀸틴 블레이크의 솜씨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영원한 베스트 셀러 곰사냥의 저자와 찰리와 코콜릿 공장의 퀸틴 블레이크의 만남으로 이루어 진 책이지만 너무도 공허하고 너무도 슬프다. 아마 저자 자신의 이야기라 더 더욱 그럴지 모른다. 책을 보며 아이가 엔디가 왜 죽었을 까.. 라고 이야기 한다..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너무도 크다.
다 읽고.. 언제가 제일 슬펐고, 언제가 제일 기뻤냐는 엄마의 질문에 우리 아들은..
슬픈 건 없고.. 엄마 아빠가 같이 놀아 줄 때가 제일 기쁘다고 말해 준다.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가 제일 기쁘고 행복하다.
- 2007-
아주 우울 한 책입니다...
아마 주인공의 아들과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나 봅니다..
그리고 그 둘다.. 이제는 없나 봅니다.
회색톤의 그림체..
퀭하게 쳐진 눈..
슬프다 못해 공허함까지 안겨다 줍니다..
아이들은 슬픔에 대해 견디기 힘들어 하나 봅니다..
우리 성현이도 그런 경향이 큽니다..
누군가가 죽어서 슬플때..
남아 있는 사람은.. 기뻤던 소중한 추억만 간직했으면 합니다.
안타까워 하고 그리워 하고.. 슬퍼하는 감정은 버리구요...
16. <<오즈의 마법사>> 프랭크 봄 글, 로버트 사부다 팝업북 제작, 넥서스주니어
오래 전 로버트 사부다 책을 처음 봤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게 책이 맞아 ? 할 정도로 놀라운 환상의 세계가 펼쳐져서 깜짝 놀랬었다. 그 후.. 로버스 사부다의 역사가 곧 팝업북의 역사겠구나 생각을 했나 보다. 실제 어린이용 책은 18세기 이전에는 있지도 않았단다. 학술용으로 제작된 팝업북이 어린이 책에 들어 오게 된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도 [장수] 같은 팝업북은 꽤 수준있게 만들어 졌으나 스토리 보다 인물소개 위주라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내가 보려고 산 로버트 사부다 책.. 한 권이 나오기 까지 1~2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한데다.. 점점 팝업북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안타깝다.
-2006-
정말 멋집니다.. 가격이 쎄다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보고 나서는 그런 생각 안 들어요..
이런 팝업책은 세상에 둘도 없을 거 같아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만화를 보는 거 같습니다.
화려한 색체.. 상상을 초월한 팝업..
게다가 팝업의 장치가 얼마나 구석구석 잘 되어 있는지요..
메인은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등장하구요,
줄거리가 있는 양쪽 작은 페이지 내에서도 깜찍한 팝업이 계속 등장합니다.
가장 우려가 되었던.. 이게 과연 튼튼할까..
받아보니 너무 튼튼하네요..
작심하고 부수려고 덤비지 않는 이상 정말 튼튼하게 잘 만들었어요.
이 책을 사 온날..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난리 났습니다.
지금은 우리 꼬맹이가 끼고 살아요..
3돌 안된 녀석이.. "난 오즈의 마법사를 사랑해~~"이럽니다.
제일 좋아 하는 페이지는 오즈가 사는 성과 회오리 바람..^^
회오리 바람에 날려가는 동물이나 집들이 정말 아디어가 넘치구요..
오즈의 성은.. 화려하기도 하지만 색안경을 쓰면 감추어진 글씨도 보여요...
소장용, 선물용으로도 그만인 책이에요..
17. <<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김영사주니어
[책먹는 여우]와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다. 책을 먹음으로 인해 지식을 쌓는 것이 즐거운 이 아이는 그 방대한 정보들이 뒤엉킴으로 인해 결국 아무 생각도 못하게 된다. 나중에는 책은 먹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느리지만 차분히 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소화를 하게 된다. 독서가 마음의 양식임에는 틀림없으나 읽어서 해가 되는 책도 분명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섭취하는데도 적정한 양이 있을 것이다. 조금 생각해 볼 문제 같다. 아이와는.. 그런 책으로는 [만화책], [의미없는 잡지책] 등을 꼽아봤다. 이 책의 뒷 표지에는 한 입 베어먹은 이빨 자국이 있어서 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