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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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입심에 반했다. 하지만 '사과'의 극한까지 좀더 밀고 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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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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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소설이, 진실과 픽션이 뫼비우스띠처럼 얽혀 있다_50년간의 고독(하)을 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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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아이 봄나무 문학선
알렉스 시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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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의 나이에
벌써 서른 가지의 직업을 거쳤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쫓기는 아이"의 작가 알렉스 시어러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스코틀랜드 바닷가 마을에서
일찌감치 런던으로 건너 와
온몸으로 이력서를 쓴 사람인 듯하다.
도시의 밑바닥을 겪고
먹고살기 위해 생존본능을 벼려 온 사람이
작가가 되어 쓴 글에는
어딘지 그런 야생의 냄새가 묻어 있다.

태린이 느끼는 절박감과 공포,
아무렇지 않은 듯
얌전하고 침착하게 '오후의 아이'를 연기하는
태린의 감추어진 속마음을 묘사하는 문장에서도
나는 그 냄새를 맡았다.

이런 사람이 쓰는 소설은
이론과 훈련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에 비해
약간 거칠고 세련미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들은 절대 뿜어 낼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다.
알렉스 시어러는 온몸의 감각을 일으켜 세워
늑대처럼 펜을 달렸을 것이다.

(아직 채 읽지는 못했지만 "로드"를 쓴
코맥 매카시도 그러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얼마 전 "올림픽의 몸값"으로  또 한번 자신을 입증한 오쿠다 히데오나
알렉스 시어러나
이렇게 익숙한 일상의 속살을
그렇게 예리하게 드러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경이와 감탄...
그 세계 속에서 노니는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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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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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니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 며칠 간 구니오의 뒤를 따라가며 

나는 얼마나 가슴이 설레었던가. 

좌익, 빨갱이, 공산당, 테러리스트, 반역자... 

무엇이라 불리든 상관이 없다. 

그를 움직인 것은 

등뼈가 휘어지도록 '히에라키'의 맨 마지막 계단을 떠받치고 있는 자들에 대한 동정심,  

나아가서 보잘 것 없이 부품처럼 소모되는 인간 모두에 대한 연민, 

냉혈한 국가와 체제에 대한 증오심이었다.

우리가 젊은 날 심장에 지니고 있다 나이가 먹었다고 간단히 저버리기에는 

너무도 순수한 그것... 

어리석은 군중의 고함소리와 화려한 폭죽소리 속에 사라진 '양들의 테러리스트.' 

꽃처럼 스러졌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구니오의 죽음이 가슴 아프다. 

"남쪽으로 튀어라!"의 결말이 오쿠다 히데오식 해피엔딩이라면 

"올림픽의 몸값"의 결말은 오쿠다 히데오식 리얼리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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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 원폭 2세 환우 김형률 평전
전진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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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가끔 지하철에서 만난다. 조용한 지하철에서 자기의 광신을 자랑하다 못해 다른 사람에게 저리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 아닌가. 울화가 치민다. 

그들을 붙잡고 이렇게 말해 주고 싶을 때가 있다.  당신들이 그렇게 두려워 하는 지옥행, 믿음의 담보로 삼는 검은 협박장 지옥행.... 그 지옥은 사후세계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 있다고 말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지옥, 전쟁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요즘 '통일' 책을 편집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 하지 못하겠다. 전쟁을 주제로 한 단원에서 그림, 사진 자료를 찾느라고 관련 책을 한참 뒤지는 중이다. 글로 된 텍스트도 읽기는 하지만 화가에게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은 주로 사진이나 동영상.  

조금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 일은 쇼크에 가까운 충격을 준다. 번쩍하는 섬광 뒤에 살과 뼈가 비누처럼 녹아내리고, 그 냄새는 마치 오징어를 굽는 것 같았다는 증언, 유령처럼 흐물흐물해진 사람들이 넋을 놓고 앉아 있는 피폭 직후의 히로시마 사진, 흙바닥에 내팽개치듯 버려진 작고 가느다란 어린이의 팔다리, 회색으로 빛을 잃고 치켜뜬 눈동자, 학살 당시의 순간을 보여주듯이 줄줄이 꿰어진 해골들, 폭탄에 맞아 왼쪽 눈알이 빠졌는데도 아픈 줄도 모르고 무서워 그냥 잡아떼 내버렸다는 아이.... 피폭으로 문드러진 젖가슴이라도 물려서라도 살리고픈  새끼들, 어미들, 남자들, 주검들...

이것들이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이 지옥은 믿음이 올곧은 교인이든 불신자든 가리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자들에게 내려지는 유황불이거들, 이보다 더 끔찍한 나락이 어디에 있을까? 게다가 이 지옥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가까이서 혹은 조금 멀리서.  

죽어서 지옥에 가는 걸 두려워 하는 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옥은 이곳에 있다고. 이 지옥을 만든 것이 우리라고.  지옥에서 죽고 싶지 않다면 이 땅을 전쟁이 없는 세상으로 만드는 게 맞다고. 전쟁이 없는 세상이 조금 쳔국에 가깝다고.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태어나면서부터 원폭의 고통을 떠안아야 했던 원폭 피해 2세 김형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 고통을 밝히지도 못하게 했다.  오죽하면 같은 고통을 가진 1세대들조차 그가 입다물고 있어 주기를 바랐겠는가.  

그러나 김형률은 용감하게 자신이 2차 원폭 피해자라는 것을 세상에 밝혔다. 그것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했다. 그것이 '옳은 일'이고, 작은 불씨가 되는 행동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김형률이 젊은 예수다. 몸은 사라졌지만 그 사랑과 믿음의 힘을 사람들 가슴 속에 빛으로 새기고 간 예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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