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베른은 인구 14만의 도시(스위스에서 다섯번째라 한다). 도시의 아름다운 전경은 베른을 빠져나오는 언덕길에 오르고서 볼 수 있었다. 어제의 핵심일정이었던 로베르트 발저센터 방문을 마친 뒤에. 느긋하게 몽트뢰를 떠나 버스로 베른에 도착한 것은 12시가 되기 전이었다. 치즈퐁듀를 에피타이저로 한 점심을 마치고 짧게 구시가를 둘러본 뒤(아인슈타인하우스가 있었다. 내부로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1903년-05년에 아인슈타인 가족이 살았다는 집이다) 예정시간에 맞추어 역시 구시가에 있는 발저센터를 찾았다.
발저센터는 건물 2층에 위치한 곳으로 연구소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발저의 사진들이 벽에 걸려있고 관련 유품들도 진열장에 전시돼 있었지만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발저의 책과 연구서, 번역서 때문에 ‘연구센터‘라고 해도 어울렸다. 회의나 세미나, 개인 연구자의 방문 등은 있었겠지만 단체관광객의 방문은 처음 받는 눈치였다. 우리는 담당자로부터 발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듣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발저를 전공한 담당자는 한국어 번역본들을 미리 테이블에 준비해놓고 있을 정도로 손님맞이에 진심이었다.
센터의 한쪽방 벽은 발저가 생을 마친 헤리자우 요양원 근방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보여주었고 후견인 카를 젤리히의 책을 근거(<발저와의 산책>)로 만들어진 모형 지형도도 전시돼 있었다. 아직 한국어판은 나오지 않은 책인데(평전을 포함해 긴급하게 번역돼야 하는 책들이 있다), 가장 최근에 나왔다는 일어판이 눈길을 끌었다.
질의응답까지 1시간 반쯤 시간을 보내고 일행은 센터에서 판매하는 책들과 굿즈들을 구입했다. 내용만 보면 문학기행이라기보다는 학술기행 일정이었다. 발저센터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50분쯤 떨어진 튠시에서 일박하기 위해서였다. 이름이 생소한 튠은 인구 4만3천의 도시로 성(튠성)과 호수(튠호수)가 유명하다(중세에는요새도시였다고). 튠호수의 물이 아레강으로 흐르고 유람선도 운항한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본 튠호의 야경이 아름다웠다. 내일(그러니까 오늘) 날이 밝으면, 날이 밝기 전에 우리는 인터라켄으로 향하게 된다. 융프라우 등정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