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블라토프는 레닌그라드의 카프카
이상한 이름으로 불운만을 암시했던가
사후의 불멸도 예견했던가
명동역 극장에서 관객의 두 시간은
도블라토프가 가져갔네
2미터 가까운 거구라
아무도 항의할 수 없었네
아무도 당해낼 것 같지 않았네
그저 도블라토프만 되뇌었네
여행가방을 들고 외국여자와 사라진
우리들의 도블라토프를 찾아서
도블라토프에게 도난당한 시간을 찾아서
레닌그라드로 향하네
이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네
도블라토프 보존지구로 향하네
이상한 건 도블라토프만이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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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2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o0sun 2018-05-23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닌그라드의 카프카라고 불릴만하네요.
작가가 맞는건지 아닌건지,
자신이 결코 알길없는 사후의 인정까지~
영화를 보고 보존지구를 읽고
문맹을 주문했어요.
˝작가에게 그건, 죽음이야.˝이 한줄 때문에.
(제맘대로의 꼬리물기~)

로쟈 2018-05-23 12:30   좋아요 0 | URL
네 문맹도 망명작가 얘기죠.^^
 

안약을 눈에 넣고 눈 영양제도 먹고
인상 쓰며 책을 읽는다
인상 찌푸리며 올랜도를 찾아야 한다
어제 찾으면 오늘 안 보인다
허클베리 핀을 읽어야 한다
도블라토프를 읽어야 한다
희망으로 끝났지만 영화는 슬펐다
영화 도블라토프는 우울했다
전염된 듯이 아침부터 무기력하다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했던
존과 헨리 소로 형제는 똑같이
사랑했던 엘렌 시월에게 거절당했다
둘다 결혼하지 않았다
존은 스물일곱에 파상풍으로 죽고
헨리는 십칠 년 뒤에 결핵으로 죽었다
도블라토프는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까지
러시아에서 단 한편도 발표할 수 없었다
러시아에서도 최고의 작가가 되지만
알지 못하고 죽는다
뉴욕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그것이 인생이라며 인상을 쓴다
올랜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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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블라토프의 외국여자를 읽었어요
더 읽고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높은 책값의 지만지, 그래도 책을 구입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봤거든요.
오늘 영화가 많이 기대되요.
(이런말투? 제스탈아닌데~요즘 시를 넘 많이 읽었나봄ㅎ)

로쟈 2018-05-22 13:24   좋아요 0 | URL
많이듣던 목소리라 깜놀.^^

모맘 2018-05-2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어디서?

로쟈 2018-05-22 20:27   좋아요 0 | URL
명동역CGV에서 있었습니다. 영화는 국내 개봉이 아직 인 잡혔다네요.

2018-05-22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2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2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2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통통다람쥐 2018-05-2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어제 명동역 CGV에서 라이브러리톡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러시아 망명문학과 도블라토프의 문학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강연에서 로쟈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던 게 있어서 댓글을 남깁니다. 뉴요커에 실린 작가 얘기를 하면서 선생님께서는 한국 작가로는 이문열, 고은이 실렸다. 다른 작가는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편혜영 소설가의 <식물애호>라는 소설이 2017년에 뉴요커에 실렸습니다.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7/07/10/caring-for-plants

재밌는 강연 감사합니다. 어제 강연을 듣고 도블라토프와 러시아 문학이 더 좋아졌습니다.^^

로쟈 2018-05-23 12:49   좋아요 0 | URL
아 맞습니다. 기억이 나네요. 알려주셔서 감사. 러시아문학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고요,~
 

문어는 날아가고
문어에 대한 시는 날아가고
두번이나 날려먹고

문어에 대한 시도
문어만큼 미끌거리고
빨판이 필요한 건 문어가 아니라 문어시

문어에 대한 시도 문어를 닮아야 할까
외계에서 왔다는 문어를 닮아
외계어로 써야 할까

얼음운석을 타고 냉동배아로
지구에 도착했을 거라는 문어
문어시는 외계어로 써야 할까

그건 테드 창만 할 수 있는 일
두족류의 언어를 마스터해야 가능한 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안부를 전하는 것

문어는 잘 있습니다
지구에 온 지 수억 년 됐고요
지구 생물 된 지 오래고요

이상하게 생긴 건 맞지만
아직도 낯가림은 있지만
가끔 수족관에서 탈출도 하지만

문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문어는 우리 식구 같아요
지난 주에도 삶아서 먹었고요

그런데 문어 외계 기원설은
미친 생각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네요
기껏 안부를 전하려 했는데 말이죠

두번이나 날려먹고 쓰는 건데 말이죠
외계어로 쓰지는 않았어도
문어에 대한 사랑으로

문어시를 남겨놓을까 해요
문어가 언젠가 지구어를 알게 되면
읽고 싶어할 수도 있으니까요

문어는 우리 식구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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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염만 문제가 아니어서
내과에 간다
통상적 일정이다 은행에 들렀다가
내과에 가는 길에 아이스라테 한잔
마신다 힘 빼기의 기술에 넘어간 것인지
힘 빼기의 기술에 대해 적는다
호흡법도 있지 숨 쉬기의 기술
한 문제도 한 틀리는 기술도 있었어
그건 비법이던가
모든 게 기술이고 비법인가
힘 빼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면
걷는 법은 어때
걷기의 기술
사람을 바라보는 기술
마음을 간파하는 기술
아무것도 작동하는 게 없어서
모든 걸 다시 입력해야 해
두 발로 걷는 기술
코로 숨 쉬는 기술
입으로 키스하는 기술
적당한 때 눈물 흘리는 기술
계단에서 넘어지다가 균형잡는 기술
(이거 실습도 하는거야?)
그러다 노안이 오고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고
힘이 빠져서 책을 손에 들 수 없어도
힘 빼는 기술 부족으로
치명상을 입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하긴 모르니까 내과에 가지
숨 쉬는 기술이 부족해서
알아서 쉬지를 못해서
알아서 살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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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가본지도 오래고 학원도 안다니는데
왜? 자꾸 뭘 배워야 된다고 하는걸까요?
근데 내과에서도 딱히 가르쳐주는게 없던데요?
뭘 하지말라는 소리만 잔뜩하고 ㅎㅎ

로쟈 2018-05-21 22:18   좋아요 0 | URL
약은 처방해줍니다.^^
 

쓰려던 시는 식도염에 관한 시
식도염 환자의 시가 제목이야
속쓰린 사람들을 위한 시지
카프카의 단식광대가 단식예술가라면
식도염 환자는 식도염 예술가
모든 것을 식도염으로 물들이지
식도염적 변환의 기예
왜 인문학적 식도염인가
살아있는 식도염의 역사
세상을 바꾸는 식도염의 순간들
식도염 소설에서의 자아와 타자
식도염 법칙주의의 빈곤
식도염 여주인공이 되는 법
식도염과 페미니즘
식도염의 라이벌 의식
괴괴한 식도염과 착한 사람들
식도염의 가장자리
식도염의 대가
식도염의 대가는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
독일에 망명중이던
도스토옙스키가 주인공이야
흔히 간질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식도염의 대가이기도 하지
기억하지?
라스콜니코프가 식도염 환자였던 거
도스토옙스키 소설에는 그래서
식사 장면이 별로 나오지 않아
식도염 환자들을 위한 소설이지
나는 시를 쓰겠다는 거야
전지적 식도염 시점으로
앵글을 잡고
베를린 천사의 시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거야
페테르부르크도 괜찮지
남산도 괜찮을 거야
비 오는 날
비 맞은 식도염 환자가
아니 천사가 남산 산책로를
따라서 내려오는 거
베를린 천사의 시를
독일문화원에서 보던 날
비를 맞으며 두 끼를 굶었지
자질이 있었던 거야
식도염 예술가로서 말야
그런데
이게 쓰려던 시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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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친구~그러나 늘 홀대했던 식도염에게 사과를~
밋밋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그나마 식도염 환자라는 존재감을 준 식도염에게 ㅎㅎ

로쟈 2018-05-21 00:58   좋아요 0 | URL
식도염 환자들에게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