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쉬고 내쉬고
이건 피터도 잘하는 일
피터는 빨간 원숭이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도 쓴
유식하고도 유식한 원숭이
인간이 되어가는 원숭이
숨쉬기는 충분하지 않아
걸어다녀봐

걷는 인간 우리는 직립해서 걷는 인간
우리는 직립한 원숭이
그래도 원숭이
피터는 더 유연하게 걸어가지
생각이란 걸 해봐

생각하는 원숭이
턱을 받치고 견고한 자세로
그건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우리는 가끔 생각하는 원숭이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피터는 침을 뱉고 담배를 피우지
술도 마시고 취해 쓰러지기도 해
우리는 술 취하는 원숭이
주정하는 원숭이 네가 원숭이냐
멱살 잡는 인간적인 원숭이
하지만 충분하지 않아

그래서 읽는 원숭이
읽고 쓰는 원숭이
이쯤이면 읽는 인간
원숭이 같지않은 인간
일기도 쓰고 보고서도 쓰고
내키면 소설도 쓰지
혹성탈출이라고 들어봤을 거야
피터는 스케일이 크지
우주적 원숭이
피터는 무얼 더 배워야 할까

집에는 암컷 원숭이가 기다리고
피터는 오늘도 보고서를 쓰지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인간이 되기에는 그럴듯한
인간이 되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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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피터의 추송웅처럼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20년 이름없는 배우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동생의 연극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글을 읽었네요.

로쟈 2018-05-27 08:51   좋아요 0 | URL
주관과 자기만족이 있다면 무명은 대수롭지 않아요.
 

시를 다 퍼내면 뭐가 남을까
시인지 시래기인지 다 긁어내면
바닥까지 긁어내면
시의 진상이 드러날까
굳이 그렇게 쓸 필요는 없었다고
바닥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고
인생 다 퍼내면 뭐가 남느냐고
인생 다 살면 뭐가 또 있느냐고
그래도 파내고 또 파내보자
시인지 시뼈다귀인지
네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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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자 하는 열망을 쓰라고, 편안하게
라고 말씀하시더니
샘은 결코 편치 않은, 비장함으로
시를 쓰시는군요.
누구 하나는 죽어야되는~

로쟈 2018-05-27 08:53   좋아요 0 | URL
너죽고 나죽자는 흔히 하는 얘기죠.~

2018-05-2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글후 사진에서 빵터졌습니다~ㅎㅎ

로쟈 2018-05-27 08:52   좋아요 0 | URL
네 말린 시래기.
 

변덕이 죽 끓듯한 도람프는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도람프 시리즈를 쓰다니!)
이런 게 협상이라는 도람프는
내가 결정한다는 도람프는
머리도 크고 입도 크기에
망할 놈 아니고 망할 뻔한 분
도람프와 한 우리 안에 있는 우리
나까지 죽을 끓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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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람프에
취급주의 스티커 붙여서 내다 버리고 싶~
(지구를 오염 시켜서 안될까요?)

로쟈 2018-05-26 20:46   좋아요 0 | URL
임기중에는 잘다뤄야.~
 

모든 일은 그때 거기서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고 경을 치고
그때 거기서 풍선이 날아오르고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당신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너고
난데없이 폭설이 내리고
다리가 묶이고
나는 출근을 못하고
그때 거기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씀바귀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 하고
남해 바다에 뛰어들어도 좋겠다 싶고
초록빛 바다에 발을 담그고
그때 거기서도 당신은
울고불고 흐드러지던 꽃잎들 안색 바꾸고
세상은 저물어가는 석양처럼 뒷짐지고
펼쳐놓은 책은 권태를 시전하고
나는 왜 빨리 늙지 않는지 한탄하고
모든 건 그때 거기서
이별을 예감하고 재회를 예견하고
모든 일은 벌어졌거나 벌어질 운명이었으니
이건 당신의 사주이고
모두의 알리바이
그때 거기서 당신은
이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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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5-2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진과 멋진 시입니다. 강의하러 간 곳이 바다 근처일 때가 가끔 있어요. 근데 늘 기차시간에 쫓겨서 그냥 오곤 하죠. 아내 졸라서 안면도 가자고 해야겠어요.

로쟈 2018-05-26 20:47   좋아요 0 | URL
네 남해 봄바다가 좋았던 기억이.~

two0sun 2018-05-2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되어버렸지를 쓰시더니
그때? 거기로? 가버리셨네요
뒤져보니(마구마구)
저에게도
그때 거기서가 있었네요
끊겼으면 좋았을? 마지막 여객선 위
시커먼 인천 바다에
이인성의 낯선시간속으로를
패대기치며
괜한 화풀이를 하던
빨리 나이먹고 싶다고
스물 네살은 징글징글하다고.
(이인성의 책은 다시 샀지요.
책값에 속 쓰려하며)

로쟈 2018-05-26 20:48   좋아요 0 | URL
각자의 그때 거기서.^^
 

마흔이 되어버렸는 걸
제목이 그렇길래 피식 웃었다
마흔은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하지만 서른은 기억하지
나이 쇼크는 그때 있었지
삼십세란 책을 선물했더니
친구는 정색하고 울상이 되었지
모두 도살장 문턱에 있는 듯싶었지
스무살에 으스대던 우리였는데
십년만에 모두 고개를 떨구었네
끈 떨어진 신세 같았지
그때는 또 세기말이 코앞이었네
무슨 생각으로 버텼던가
차라리 마흔은 두번째 스무살이었네
(오십은 이도저도 아니구나)
마흔이 되어버렸는 걸은
서른이 되어버렸지로
고쳐 읽는다
아직 한창이었지만 뒤로
가는 일만 남은 듯했던
서른살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 시절
아직 인생이 백지였던 때
나는 왜
절망이라고 적었던가
잎사귀 하나조차 아까워서였을까
나는 얼마나 오래 살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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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삼십세도 바흐만의 삼십세로 시작했다는 전설이.
정신적 임종을 맞이하는 기분이였달까~
스무살적
사십 넘은 여자도 여자일까?
내나이가 쉰살이라고 말하는 날이 존재하긴 할까?라는
망발을~
그런데 오십세가 되어버리고야 말았네요.

로쟈 2018-05-25 23:40   좋아요 0 | URL
그나마 나이인플레가 있어서 0.8곱하라는 설이.

로제트50 2018-05-2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신의 <대학별곡>을 읽으며
호기심과 들뜬 맘으로 20대에 들어섰고 초조함으로 30대 문턱을
넘었으며... 특별함 없을 40대에,
정말 특별하고 놀라운 삶이 펼쳐지더
이다...50대에 이르러 죽음이 옆에 있음을 느끼고 내가 가진 절망들이 죽음보다
낫다고, 불행을 가진 채로 더 자아를
확장시키는 그런 삶. 그러다 보니
60대가 기대됨...

로쟈 2018-05-25 23:41   좋아요 0 | URL
기대수명이 90대가 되어가는듯해요.

앤사랑 2018-05-26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각자의 인생 그즈음 같은 계기로 뭔가 잊혀지지 않은 기억을 만들었군요. 우리 모두.
저도 ‘서른 살‘ 저 책을 스무살 중반 즈음에 학교 근처 서점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가능성 중에 한 가지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책을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서른의 기억이 반갑고, 마흔을 맞이하던 기억이 떠오르고
(일단 신체 기능이 분명하게 떨어졌다는 실감이 크거든요.)
오십은 많은 의욕을 떨어뜨리겠구나 하는 막연한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이럴수가. 망할 정리벽.
혹시나 했는데, 결국 그 책을 재활용쓰레기로 버렸군요.
그렇게 재활용 되어 버린 나의 서른. ㅠㅠ

로쟈 2018-05-26 20:49   좋아요 0 | URL
네 그렇게 한시절을 보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