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인상을 겨울에 적는다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적었지
여름 영화를 겨울에 보았다
도스토옙스키의 페테르부르크가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시절
여름은 그래도 여름이었고
발가벗은 젊음은 불길도 삼켜버릴 것 같았지
빅토르 최의 여름이 그와 같았지
알루미늄 오이도 먹어치우던 시절
무엇이 이념이고 무엇이 사회주의던가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노래던가
너희들은 모두 쓰레기였지
게으름뱅이가 노래한다네
여름이 왔고 나는 걷는다
우리는 끌려가고 싶지 않다네
세상이 변해가고 있었고
우리는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았어
아스팔트도 빗길에 흐느끼던 날
너는 눈물을 훔치고 나는 걷는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네
그렇게 여름이 오고 있었지
우리는 맨몸으로도 여름이었지
여름이 오고 나는 걷는다
빅토르 최는 여름을 노래했지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었고
세상은 겨울에도 열기를 뿜는 듯했어
우리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났다
여름이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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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1-1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샘께 시심을 일으켰군요^^ 저도 레토보고 좋아서 계속 빅토르음악을 듣고 있어요^^

로쟈 2019-01-19 00:03   좋아요 0 | URL
아하.
 

자몽티를 마시며 무라카미 류를 읽는 건
미안한 일이지 자몽에게
자몽이 인질도 아니잖아
자몽을 엉덩이로 깔고 앉을 게 아니라면
자몽의 얼굴을 내리깔고 앉을 게 아니라면
그것도 보통 엉덩이가 아니지
거대한 엉덩이야 아주 거대한 엉덩이가
얼굴을 내리깔고 누를 때 나는
울지 않을 테야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자몽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
잘못은 무라카미 류에게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하여간에 류는
흑인 여자의 거대한 엉덩이에 깔려 헉헉거리지
자몽티를 마시며 무라카미를 읽다니
도대체 자몽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류는 본래가 그런 류야
그렇게 밟혀보는 게 일이지
그에겐 거대한 엉덩이가 거대한 터널이고
아메리카야 발전소고 재판소야
어디로든 빠져나갈 수 없을 때
류는 토악질을 참으며 숨을 고르지
거대한 모든 것은 숨 쉴 틈을 주지
살아간다는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하지만 자몽만은 안 돼
이제 자몽을 집에 보내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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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 앞 이디야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내게 남은 10분을 헤아린다
사형수의 마지막 5분을 생각하면
두 번 죽고도 남을 시간
나는 누군가에게
마지막 10분이었을 시간을 생각한다
나는 그때도 강의자료를 보고 있을까
몰락의 시간에도 밤은 부드러워라
타르코프스키가 말한 병사는
총살되기 직전 젖은 구두를 마른 곳에
얹어두고자 했지
그의 구두가 그의 유언이었지
그의 구두가 오래
그를 기억했는지는
타르코프스키도 말하지 않았다
내게는 3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커피는 아직 식지 않았지만
나는 떠나야 하리
전철역 앞 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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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12-1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분의 달콤한 시간,
때로는 5분, 때로는 3분.
저의 달콤한 시간은
침대에서 뜨거운 커피마시며
멍하게 생각에 잠기기.
식기 전에
얼른 털어넣고
식탁으로 가서 커피잔에
물 붓고 영양제 몇 알 털어넣기.
그리고 아침일과를 시작합니다.

로쟈 2018-12-10 20:46   좋아요 0 | URL
커피 마실 시간이면 10분은 필요하겠는데요.~

로제트50 2018-12-10 21:14   좋아요 0 | URL
급하면 한 모금 마시기도-.-
 

지하철 환승하다 보면
천국에도 지하철이 있을까 궁금하다
몇 호선까지 있는 걸까
역대급 대도시에 옹기종기 모여 있지는 않겠지
지구 반대편 리우데자네이루에는
거대한 예수상도 있으니
흡사 천국이 리우데자네이루 같을까
리우 카니발이 벌어질 때면
거기가 천국 같기도 하다
그럼 천국에도 슬럼가가 있는 걸까
대도시 빈민가는 도시의 법칙
거대한 예수상 그늘에는
경찰도 못 들어간다는 빈민촌 파벨라가 있지
리우 올림픽 때도 정리를 못한 파벨라
빈민촌 정비사업을 청소라고 부르지
가끔은 갱단을 청소하러 해병대가 투입되지
리우에는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이 있다네
최소환승이란 말이 필요 없군
그래서 천국인가
온수에서 환승하여 용산역 가는 길
환승하면 나머지는 전철의 몫이지
천국이 그러하겠지
나머지는 당신의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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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12-0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은 지하철 타고 천국 리우데자네이루로 가시는군요
전 가끔 지하철 타고 언더 그라운드 베오그라드를 가는데~
지하철 유리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세계가
지금 저편에 있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땅속에서 걷고 뛰고 철깡통속에 실려 어딘가로 가고있는
사람들이 마치 영화속 그세계의 사람들 같아 보이기도 하고.

로쟈 2018-12-09 18:17   좋아요 0 | URL
지구 반대편을 떠올리다가 자연스레 리우로.~
 

그가 타고 다니는 것은 자동차
아니 자가용 비행기라고 하자
그는 아침마다 자전거 체인처럼
비행기를 닦고 기름칠한다
엔진오일과 냉각수가 필요하겠지
그런 건 동네 이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다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침마다 비행기를 타고
걸어다닌다 비행을 해야 했을까
가끔 착륙하여 그는 가방에서 공구를 꺼낸다
책과 노트, 그리고 지난주에 신은 양말
하지만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는 자전거를 탄 적이 있다
자동차라고 다르지 않다 그리고
자가용 비행기라고 해서
차고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핸들은 물론 따로 보관해야 한다
그게 러시아식이지
그는 기차를 타기도 한다 그는
걸어다닌다 자가용 비행기도 활주로가 필요한가
페달을 얼마나 밟아야 하는 걸까
그가 비행을 모른다고 하면
오산이다 그는 한걸음에 김포공항으로 간다
자가용 비행기도 관제탑과 교신해야
하는 걸까 그는 걸어다닌다
그는 어제도 걸어다녔다
그는 아침마다 비행기를 타고
어떤 날은 뛰기도 했다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고양이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하는 수없이 고양이를 태우기로 한다
이제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다
이륙하지 않을 뿐 그는
하루의 운행을 마치고 귀가한다 그는
오늘도 화성에 착륙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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