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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분야의 책 두 권을 '이주의 과학서'로 고른다. 내가 읽어도 좋겠지만 사실은 수학에 애를 먹고 있는 아이에게 선물로 줄까 싶어서 계속 고심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고심까지 하는 건 이게 과연 '선물'로 받아들여질까 의구심이 들어서다(게다가 무려 생일 선물이다!). 한 권은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한상근 외,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사이언스북스, 2016)이고, 다른 한 권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입학시험 문제를 엮은 토머스 포비의 <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재밌는 문제들>(반니, 2016)이다.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은 '재난 예측에서 온라인 광고까지 미래 수학의 신세계'가 부제이고, 3인 공저다. "다양한 산업과 협력하며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풀어가는 계산 수학의 권위자 이창옥 교수, 개인과 사회의 정보를 지키는 핵심 수단인 암호로 대표되는 정보 이론의 권위자 한상근 교수, 장기 이식, 인터넷 광고 등 예전에는 몰랐던 분야에서 수학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가는 그래프 이론의 대표 주자 엄상일 교수에게서 21세기를 뒤바꿀 미래 수학의 다채로운 문제들을 듣는다."

 

어느 분야에서건 '명강'이라면 호기심이 또 발동하기에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는 다 구입해두었는데, 역시나 강의 책들에 밀려서 제대로 손에 잡아보지는 못했다. 그나마 <1.4 킬로그램의 우주, 뇌>(사이언스북스, 2014)는 책장 어디에 꽂혀 있는지 확실히 봐두었기 때문에 언제든 읽을 준비는 돼 있다. 문과생이라도 나라면 이런 책은 선물로 받는다면 꽤 반가워했을 텐데(고등학교 때 나는 과학독후감 전담 학생이었다), 아이는 아빠의 '호의'를 '악의'로 이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책의 구입을 아직 망설이는 이유다. 하긴 뭐, 그냥 내가 읽는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한데, <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재밌는 문제들>에 오면 이조차도 구실이 되지 않는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입학시험의 고품격 수학. 물리 문제'가 부제니 말이다. "옥스퍼드대학의 교수로서 수많은 입학시험의 문제를 출제하고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과 수학 분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제들 중 예비 대학생 수준에 맞는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호기심과 재미를 북돋우려고 만들어진 문제와 대학 입학시험에서 사용되는 표준적인 문제 들이 고루 섞여 있다." 

 

대체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좋아한다지만 대학 입학시험 문제를 흥미를 갖고 들여다 보고픈 마음은 그리 절실하지 않다. 다만 아이에게는 꽤 유익한 책이 될 거라고 지레 짐작할 따름이다. 물론 문제는 어디까지나 그게 내 생각일 뿐이라는 것. 책선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특히나 여자아이는 극히 드물다고 나의 이성은 되뇌인다. 게다가 수학책! 흠, 생일이 다음 주이니 내일까지는 답을 찾아야한다. 생각건대, 세상에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아주 끔찍하지만 결코 재밌달 수 없는 (게다가 수학이 풀어주지 못하는) 문제들이 제법 많다...

 

16.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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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는 다르지만 과학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그러면서 난이도가 좀 되는) 책 두 권을 한데 묶는다. 무의식의 저널(엄브라) 시리즈로 나온 <과학의 유령>(인간사랑, 2016)과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젊은 과학의 전선>(아카넷, 2016)이다.

 

 

'엄브라' 시리즈는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인간사랑, 2008) 이후 띄엄띄엄 나오고 있는데, 원 잡지가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한국어판이 일인 번역의 결과라서다. <과학의 유령>은 <전쟁은 없다>(2011), <검은 신>(2013)에 이어서 넷째 권으로 나온 책이 된다. 정신분석 계열의 잡지답게 이번에도 슬라보예 지젝과 알랭 바디우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따로 책소개가 올라오지 않아서 목차만 참고할 수 있을 뿐인데, 지젝의 글은 '라깡, 문화연구와 인지주의 사이'란 제목이고, 바디우의 글은 '프레게/프레게 사용법'이다. 번역만으로는 해독이 불가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원문도 참조해서 보는 게 좋겠다(그런 생각으로 있다 보니 아직 앞에 나온 책들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지만). 필자 중에 지젝과 같은 슬로베니아 철학자 '미란 보조빅'은 '미란 보조비치'라고 표기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암흑지점>(도서출판b, 2004)을 비롯해서 국내에 이미 그렇게 소개돼 있다.

 

 

라투르의 책은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사월의책, 2012)에 이어서 오랜만에 소개된다. 그래봐야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갈무리, 2009)까지 포함해서 세 권밖에 되지 않지만. 학술명저번역총서의 하나로 나온 이번 책의 부제는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 - 연결망의 구축'이다. 책의 모양새와 부제가 전문 학술서다운 티를 완연하게 드러낸다.

"라투르가 1987년 저술한 책으로 과학과 기술,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련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으며, 이제 과학기술학은 물론 사회과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투르는 ‘행위자-연결망 이론’ 틀을 본격적으로 정립하고 있는데, 오늘날 이 이론이 과학기술학을 넘어서 사회학, 인류학, 경영학, 심리학 등에도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관련 학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과학사회학 내지 과학기술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는 듯한데, 이 분야의 책은 <과학인문학 편지>을 감수를 맡았던 김환석 교수의 책들이 가이드가 된다. 미리 좀 참고한 다음에 라투르의 책으로 넘어가는 게 좋을 듯싶다...

 

16.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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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다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우주 여행'이라도 가볼까 싶다. 기분엔 좀 서늘하지 않을까 싶어서다(아니 오싹한 여행이 될까). 실제로 그런 여행을 떠난 우주선들이 있다. 무인우주탐사선이라 불리는 우주선이다. 어차피 기분이 문제라면, 그들의 특별한 '미션'을 읽으면서 우주 공간에 떠 있다는 느낌을 가져봐도 좋겠다. 날이 더우니까.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찾아 떠난 무인우주탐사선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부제로 갖고 있는 책이 크리스 임피와 홀리 헨리의 <스페이스 미션>(플루토, 2016)이다.

"스페이스 미션이란 우주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임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미션 가운데서 11개의 무인우주탐사 임무와 차세대 임무 6개를 소개한다. 최초로 화성 땅을 밟은 바이킹, 그 성과를 이어받아 화성을 본격 탐사하게 된 화성탐사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어떤 곳일지 감히 상상도 못할 태양계 밖으로 쏘아올린 보이저,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토성과 그 달들을 탐사하는 카시니-하위헌스. 우리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혜성을 쫓아간 스타더스트, 우리별 태양을 관찰하는 소호 탐사위성, 우리 은하의 지도를 그린 히파르코스 탐사위성,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우주를 똑똑히 보여주는 스피처와 찬드라 우주망원경, 우주망원경의 슈퍼스타 허블 우주망원경, 빅뱅이론을 검증하고 우주의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는 WMAP 탐사위성, 그리고 이들의 성과를 계승할 차세대 미션 6개를 소개한다."

공저자 중 크리스 임피는 저명한 천문학자로 <우주 생명 오디세이>(까치,2009) 등의 책으로 소개된 저자다.

 

 

픽션이긴 하지만 같은 분야의 책으론 앤디 위어의 빅히트작 <마션>(알에이치코리아, 2016)도 들 수 있겠다. 지난해 여름 가장 핫한 책의 하나였지만 나는 읽지 않았고 영화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아껴둔 건가?) 아직 기회가 남았다. 우주여행에도 동승해 보고 화성에도 체류해보고, 어느 것이 좋을까 궁리하는 일로 잠시 더위를 잊어보련다...

 

16. 07. 26.

 

 

P.S. 생각해보니 SF 고전으로 아서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도 나는 읽어보지 않았다. 대개 그렇듯 큐브릭의 영화만 봤는데, 영화도 본 지가 너무 오래돼 기억에 가물가물하다(유명한 초반 장면은 아직도 인상에 남아 있지만). 이제는 과거형이 됐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읽거나 보는 것도 여름나기의 한 방도가 되겠다. 나름 심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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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로는 두 달 전에 나온 책이지만 리 빌링스의 <50억년 동안의 고독>(어마마마, 2016)을 '이주의 과학서'로 고른다. 휴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궁리하다가 '이거다!' 싶어서 손에 든 책이다. '외계 생명체와 새로운 지구를 찾아가는 길'이 부제. 따로 갈 데도,숨을 데도 없지만, 기분으론 '50억년'을 가늠해본다. 소개로는 "외계 지적 생명체와 태양계외행성 탐색 분야의 선구자적인 천문학자와 행성과학자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그들과의 밀착 인터뷰를 통하여 지구와 닮은 별을 찾으려는 노력, 즉 '태양계외행성 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는 책이다."

 

 

비슷한 분야의 책으로 예전에 손에 들었던 책은 앨런 라이트먼의 <엑시덴털 유니버스>(다산초당, 2016)다. 이론서가 아니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저자는 우주를 향한 우리의 갈망, 즉 ‘우주 본능’에 답을 주기 위해 우주를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풀어나간다. 우주의 대칭성과 인간 삶 속 대칭들을 비교하며 인간이 대칭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안에 그 속성이 내재하기 때문이라 말하고, 한번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삶은 열역학 제2법칙으로 인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우주의 특성과 똑같다고 말하는 식이다."

 

 

그리고 지난달에 나온 책으로는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갈매나무, 2016). "소행성의 위협과 그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인류의 기술들, 그리고 소행성이 인류에 가져올 새로운 기회를 꼼꼼하게 담은 과학 다큐멘터리 같은 책." 먼저 나왔던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갈매나무, 2014)의 속편 격인 듯. 소행성이라고 하니까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멜랑콜리아>도 떠오른다. 소행성과의 충돌을 소재로 한 영화이고, 영화속 소행성의 이름이 멜랑콜리아다. 소행성과의 충돌은 물론 지구 종말을 뜻하지만, 영화에서 우울증 환자인 주인공에게는 그 종말이 역설적으로 환희의 경험이다.

 

 

<멜랑콜리아>도 다시 볼까 싶지만, 마침 <님포매니악>을 다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2편을 본 게 작년이었던 것 같다. 아직 보지 못한 <안티크라이스트>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대로, 아니면 여유를 쥐어짜서 봐야겠다. 생각해보니, 이 영화들 모두에 샬롯 갱스부르가 주연으로 나온다. 라스 폰 트리에의 뮤즈인 것인가. <50억년 동안의 고독>에서 동떨어진 얘기 같지만, 아래와 같은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독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이 영화를 꼭 권한다는 건 아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라는 걸 알고 보면 된다...

 

 

16. 0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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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송받은 두 권의 책이다.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2010)는 물론 도킨스의 대표작으로 나는 여러 판본으로 구입한 책이지만 최근에 <확장된 표현형>(을유문화사, 2016) 개정판이 나온 김에 40주년 기념판과 같이 구입했다. 1976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라 올해 40주년을 맞는다(그에 맞춰 도킨스 전기도 근간 예정으로 안다). 사실 원서는 2006년에 나온 30주년 기념판을 이미 갖고 있으니 실용적인 차원에서는 구입할 필요가 없지만 '팬심'이 작동한 것.  

 

 

그런데 막상 구입하고 보니 헛짚었다 싶다. 2010년에 나온 전면개정판 대본도 원서로는 30주년 기념판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40주년 기념판이 나왔으니 조만간 번역본도 개정판이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은 것. 생물학 분야의 대표적 스테디셀러이므로 충분히 그럴 만한데, 그때는 번역본도 다시 구입해야 할까?

 

 

더 낭패인 것은 무심코 같이 구입한 대니얼 데이비스의 <나만의 유전자>(생각의힘, 2016)다. 그렇다고 생각 없이 구입한 건 아니고 나름대로 책소개를 살폈다. 

"우리의 몸은 어떻게 질병에 맞서 싸울 수 있나? 외부로부터 세균이 침투했을 때 내 몸이 이에 맞서 싸우려면 무엇보다 나의 세포인지, 아니면 외부로부터의 이물질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과학이 바로 면역학이다. 일류 면역학자인 대니얼 데이비스는 나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를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적합유전자를 전면에 내세워 '자기와 비자기의 투쟁'으로 면역을 설명한다."

곧 '적합유전자'를 다룬 면역학 분야의 책이라는 것. 게다가 스티븐 핑커와 빌 브라이슨이 추천하고 있는 책이어서 방심했는데, 실상 책은 전문서에 준한다. "과학자들의 실험실 연구를 이보다 더 재미있고 영웅적으로 묘사한 책은 일찍이 없었다."는 빌 브라이슨의 평은 과연 같은 책에 대한 평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교양'의 기준이 그 정도로 차이가 나는 걸까?). 원서가 보급판(소프트카바)으로 나오지 않은 걸 보면 영어권에서도 대중적으로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는 짐작으로 위안을 삼는다. 세포생물학이나 분자유전학의 '교양'이란 게 어느 정도의 수준을 말하는지 궁금하다...

 

16.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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